동정이란 말에 눈동자를 내리고, 손해라는 말에 동의하듯 피식 웃었다. 무언가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고개 숙이고 데인 손가락 부여잡고 발발 떨고 있었는데. 잡아오는 손길에 화들짝 놀라며 바짝 다가온 얼굴을 올려보았다. 잡힌 손에 전해오는 상냥한 온기. 이거, 가져도 되는 걸까.
"서로 알아가 보는 것으로. 해주는 거예요?"
"시간 같은 거 내어줄 수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 같이 소풍도 가고, 영화도 보고. 데이트할 수 있는 거예요? 그, 그, 저 마음 불안하지만 않게 해주세요. 집안일 신경 쓰는 정도는 이해할 수 있으니까."
…뭔가 이상한 오해를 받는 것 같지만, 그래도 이 정도라면 적당한 거겠지. 적당히 풍겨오는 공포의 향취가 조금 마음에 들었다. 그럼에도 마주하고 서있는 것이 보기 좋잖아. 공포에 직면하는 것은 머저리 같은 짓이다. 허나, 공포를 넘어서는 것은 위대한 일이다. 우행을 위업으로 바꾸는 것이야말로 영웅에 이르는 길이지.
“저주? 내려줄까?”
확실하게 죽거나, 못해도 그에 준하는 상태가 되겠지만. 사실 저주가 어떻고 하는 이야기는 나와는 잘 맞지 않는다. 너무 섬세하다고 할까, 너무 복잡하다고 할까. 인간은, 지성있는 존재는. 무한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다함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아주 살짝만 보여줄 뿐이다. 진정으로 ‘알지 못하는 것’을. 이해를, 이치를 초월한 머나먼 곳의 그것을. 발광하며 찬양하게 될 것이다. 본인이 인지한 먼지만도 못한 지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름을 외치며. 그저 그렇게.
“오, 이건 제법… 아니…”
…더러워. 더럽구만… 아니 뭐, 마시라고 한 것은 나지만… 더럽네…
“…지금이 헤이안이었으면 그냥 죽여 버리는건데.”
신의 앞에서 흉한 몰골을 보였다던가 해서 말이야. 의외로 제법 있었거든, 경내에서 지켜야하는 법도가. 만약 신이 권한 술을 마시고 이 따위 몰골을 보였다가는… 음…
"그쪽이 저에게도 손해보지 않고 연애라는 것을 해볼 수 있는 방법 아니겠어요? 솔직히 당신도 저에 대해서 아는 것은 제대로 없잖아요? 그러니까 차근차근 알아가고 싶어요. 당신에 대해서요."
정말로 일반적인 두근두근한 감정과는 조금 거리가 있을지도 모르나, 이런 것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유우키는 고개를 살며시 내려 그녀와 눈을 마주하려고 했다. 혹시 모를 일이었다. 이러다가 갑자기 그 두근두근이라는 것을 체험해볼 수 있을지. 꽤나 가볍게 시작하는 것일지도 모르나 그 끝이 가볍다는 법은 없었다. 어쨌건 시작을 해봐야 뭐든지 알 수 있는 법이니까. 그저, 자신이 능숙하진 않을 것 같았기에 그것만이 유일하게 그녀에게 미안한 점이었다.
"가볍게 시작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말했잖아요? 소홀하게 할 생각은 없다고요. 시라카와 가문은 언제나 욕심이 많았거든요. 제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아마 저도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자신이 아는 바, 어머니와 아버지 중 '시라카와'였던 것은 어머니 쪽이었다. 아버지는 데릴사위였으니까. 제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도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지 않을까. 그저 그렇게 유우키는 생각했다. 물론 오만일지도 모르지만... 일단 저질러서 나쁠 것은 없었다. 어차피 자신 쪽에서 이렇게 말을 꺼냈으니 소홀히 할 생각은 없기도 했고. 차후에 아야나에게 이 관련을 알려야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녀에게는 비밀로 할 사항이 아니었으니까.
"뭐, 일단 제가 모시는 카와자토 아야나님에 대한 시중이 있기에, 솔직히 불안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제가 모시는 아가씨는 이미 연인이 따로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불안하면 이것만 기억해주세요. 카와자토 일가를 모시고 있는 시라카와 유우키는 그럼에도 당신과 연애를 해보겠다고 말했다는 사실을요."
까치발을 돌려 고개를 올리는 그녀의 모습. 그리고 츄-를 요구하는 그녀의 행동에 그는 작게 웃으면서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고개를 살짝 내려 그녀의 뺨에 살짝 입을 맞추다가 떨어뜨리며 그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
"...지금은 이 정도로만... 그러니까... 아하하. 다음에 괜찮을까요? 지금은 솔직히 이것도 조금 떨리는지라."
능숙하지 못한 제 자신이 이럴때는 조금 한탄스럽다고 생각을 하나 어쩌겠는가. 그것 또한 자신이었다. 가볍게 시작한 관계일지도 모르나, 언젠가 지금 한 가벼운 행위보다 조금 더 의미가 있고, 무게가 있는 행위를 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양해를 살며시 구하면서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럼 슬슬 돌아가요. 비가 더 많이 내리면... 돌아가기 힘들어질테니까요. 히나....도 집에 데려다줘야하고요."
/답레와 함께 갱신이야! 일단... 다음으로 막레를 하면 되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조금 더 잇고 싶다면 이어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