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주세요. 물론 사람이 없다고 해서 막 그러면 안돼요. 물기가 바닥에 남아버리면 미끄러져서 다칠 수도 있으니까요. 아이자와씨가 다이빙하다가 다칠 수도 있고."
아주 약간의 따끔한 목소리가 이어지긴 했으나, 그렇다고 그를 탓하거나 더 화를 내진 않았다. 어쨌건 자신네 온천을 찾아준 손님이기도 했고, 모르는 이도 아니었으니 굳이 화를 낼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이어 유우키는 두 손으로 온천물을 뜬 후에 자신의 몸에 가볍게 뿌렸다. 따스함이 오늘의 피로를 싹 풀어주는 것 같아 그는 괜히 기분이 좋아 후우. 하고 작은 숨을 내뱉었다.
"냐왕코... 아. 온천의 그 캐릭터요? 하하.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오긴 하던데. 그거, 생각보다 엄청 인기인 모양이네요. 하긴 디자인은 귀엽긴 하니까요. 만화...캐릭터인 것으로 아는데, 조만간에 한번 찾아서 볼까 생각중이에요. 아무튼 당연하죠. 여기의 온천수는 진짜거든요. 아야카미의 물 중에서도 특히나 좋은 물이기도 하고요."
왜 그런 물을 시라카와 일가가 차지하고 있는지의 여부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다. 진실을 이야기한다고 한들, 믿을 이도 없으며 굳이 그런 이야기를 크게 꺼낼 필요는 없었으니까.
"후훗. 원래 시간이란 빨리 가는 것 아니겠나요? 이러다가 또 가을이 오고, 언젠가 또 겨울이 오겠죠. ...그리고 저는 저대로 온천 일을 한다고 바쁠테고요. 아야나님 보좌도 계속해야할테고... 하지만..."
이어 그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괜히 두 손으로 물을 떠서 자신의 몸에 뿌리는 행위를 반복하다가 그는 다시 두 손을 온천에 집어넣었다. 이어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니요. 아무 것도. 아이자와씨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즐겁게 학교 생활하고 있어요?"
사실 진짜 이거 아무래도 좋은 거긴 한데.... 한때 오토아 인간 시트일때 인간 소꿉친구 비슷한 선관을 찔러볼까 고민을 한 적이 있었어! 별건 아니고 내가 그런 서사 완전 좋아해서! 하지만 뭔가 기회가 생기지 않아서 패스한적이 있었지! 그래서 지금도 인간 시트가 새로 들어오면... 한번 노려볼까...하고 아직도 대기타는 중이야.
주인 행세나 해대는 인어년, 도통 말귀 들어먹지 못하는 까닭에 심란해 죽겠다. 할 수 있다면야 매대에다 대갈통 오백 번 처박아 그대로 객사하고픈 기분이다. 뭐든 개같은 와중 표독스러운 음성까지 옆에다 덧대지니, 맞잡은 손아귀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작고 따뜻해서 화풀이 인형으로 쓰기에 턱없이 미약하다. 으깨 봤자 속 타는 건 여전할듯해서 손 놓고 낯짝이나 빤히 주시했다. 구릿빛 너머로 멋쩍은 미소가 아롱거림에도 된통 딴생각만 들었다. 재차 고개만 모로 돌려 입구를 흘금거렸다. 냄새는 커녕 발소리도 전무했으니, 수차례 다시 살핀들 주인 없는 목줄만 덩그러니 놓여진 형편이다. 주인 잘못 만난 죄로 좆같은 버릇이 찾아든 것 같다. 암만 다시 생각해도 너는 상식 이상으로 어마무시한 썅년이다.
"아팠지? 미안. 나 정신병 걸렸거든. 아침 점심 저녁 식후로 세 번, 약을 복용해야 멀쩡한데.. 아직 점심을 못해서 이 꼴이야. 그러니까 이건 네가 사라고. 대신 너 괴롭히는 애 있음 내가 패 죽여 줄게."
바닥에 놓인 바구니가 멍멍이 발치로 닿게끔 밀쳤다. 미야비의 역정 또한 한낱 투정이라 치부하고 굳이 달래지 않았다. 얼굴을 한차례 쓸어내고 허공과 멍하니 눈이나 맞췄다. 어림잡기로 오 분 남짓 흘렀나. 슬 지루할 즘 되서야 낯익은 음성이 적요를 부순다.
"뭐임. 분위기 왜 이래? 얘는 또 누구고."
타케코도 존나 신기한 년인 게, 의도 없이 지껄인 말도 노기 낀 목소리로 수용하게끔 만드는 재주가 상당하다. 타케코가 까무잡잡한 멍멍이 앞에 섰다. 매번 서늘했던 뱀 눈이 곱게 접힌다. 껍질에 본성 감추고서 제 실속만 챙길 요량임이 분명하다. 한 눈에 봐도 안다. 동류인지 먹이인지 판단하는 거. 저년이 그 짓 하나엔 도가 텄다.
"타케코, 스미레는 뭐하디?"
"보건실."
"열은?"
"끓던데?"
"안 죽었지?"
"어."
"그럼 됐어."
그제야 불안이 가셨다. 어차피 쓰다 버릴 것에 왜 이리 유난인지. 스스로도 영문일랑 모르겠다. 타케코가 아이자와 어쩌고 향해 입 열었다.
"1학년? 혹시 네코야바시 히나라고 아니?"
말뱉는 줄곧 까랑한 숨소리에서 고양감이 끈적였다. 타케코는 향시 건조했으나 지금은 유난으로 습하다. 네코야바시 히나 병신년. 오늘부로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년 되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