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이 엄청 자주 바뀌시네. 평소엔 배달만 하고 돌아가는 일이 많아서 그런가 잘 몰랐는데. 근데 그보다....많아?! 한 8명...? 진짜 많은데?? 중학교때 여친 얘기는 은근히 들었던 것 같은데, 그 후로도 많았던건가. 예상 외의 숫자에 눈이 저절로 커졌다. 그리고 위에서 내려오는 소리에 더 커졌다. 까, 깜짝이야. 진짜 내려온거야?!
"엣, 으에...."
대화는 순식간에 끝나고 유우가는 다시 위로 올라갔다. 멍하니 카운터 쪽을 보다가 뒤통수를 빡 치는 듯한 말에 고개를 돌렸다. 목에서 끼긱거리는 소리가 나는 거 같아...
"....그, 그런가요...."
연상에 히또미미. 둘 다 나는 될 수 없는 존재라고 할까, 가능하겠냐!라고 츳코미가 걸릴 듯한 요소들이네. 지금의 나와는 완전 반대되는 것들이 유우가의 취향이라면, 나는 취향도 아닌데 억지로 밀어붙여서 혼인 신고서까지 쓰게 만들어버린 걸까. 고개도 귀도 꼬리도 아래를 향해 축 쳐진다.
삐걱거리는 메이사를 보고 유우나는 "으하하하항~!!!" 하는 웃음을 터트려버렸다. 눈물을 닦기까지. 이 여자는 메이사를 꽤 귀엽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 메이사 쨩은 진짜 귀엽네~ 걱정마, 내가 말하는 건 연상미가 있다인 거지, 모두가 연상인 건 아니었으니까." "뭐어 엄청난 연상도 한 분 계시긴 했는데...... 그 분은 논외." "아무튼! 연하도 있었다는 거! 그러니까 메이사쨩이 취향을 저격하고 싶다면 조금 연상의 매력을 가져보는 게 맞지 않을까나~"
엄청난 연상이 한 분 계신다고, 유우나가 존댓말까지. ...정말로 꽤나 연상도 있었던 모양이다.
유우나는 순식간에 미니 가츠동까지 해치우고, 장국을 전부 후룩 마셔버린 뒤 "잘먹었습니다." 하며 숨을 돌렸다.
"자, 여기서부터 어른의 이야기. 메이사 쨩은 그러고보니 이제 성인이었지? 나 이런 이야기 해도 되지~?"
"―자빠뜨려."
이 미친 여자 뭔 소리 하는 거야?! 라고, 히다이가 있었다면 메이사의 귀를 막고 내보냈을 발언이다.
"유우가 녀석 말이야, 취향이 있는 거 같으면서도 잘 보면 사실 없거든. 연상미?도 내가 그나마 내놓은 공통점이고 말이지. 하물며 남자니까 OO정도는 큰 거 좋아하려나 생각해봤는데 작은 녀석도 있었단 말이야."
이 인간 진짜 뭔 소리를...
"유우가는 예전부터 여자애가 껴안으면 쪽을 못 썼으니까 다들 그런 방법으로 사귀었던 거겠지!"
약탈혼이냐고. 그런 말 상쾌하게 해도 되는 거냐고.
"껴안았는데 하늘하늘하게 긴 머리에 은은~하게,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자연스런 샴푸냄새? 이거 미치지. 남자는 이거면 다 넘어온다니까~!"
...그 엄청난 연상이라는 분이 매우 신경쓰이는데요. 단골손님.. 그러니까 유우가의 누나가 존댓말까지... 그럼 얼마나 연상인거야. 유우가 대체 누굴 만났던거지. 그보다 뭐어, 그래도 연상만 만난 건 아닌 것 같고, 연상의 매력을 가져보라는 팁까지 전수 받았으니 나쁘진 않네. 나도 기회는 있단거지. 응. 하지만 좀 전에 크게 웃은 건 좀 킹받아.
"아, 네 일단은 시니어 시즌이니까요. 에, 어떤..." "....?!"
아니. 생각해보면 자빠트린건 아니지만 아무튼 클래식 시즌 온천여행에서 비슷한 짓을 하려고 했긴 했죠. 크리스마스땐 (비록 없던 일이 되었지만)입술도 냅다 들이박았고. 그러니까, 이미 시도해본 입장에서 굳이 부끄러워할 필요 있나?싶으면서도 말이죠. 미용실이라는, 다른 사람들이 오갈 수 있는 개방된 공간에서,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연?인의 가족에게 대놓고 자빠트리라는 말을 듣는 건 역시 충격이라고 할까. 충격받아서 그대로 소파에 앉은 채 5cm정도 공중으로 뛰어올라버렸어. 진짜로.
"엣, 아니, 우왓..." "그, 그치만...온천에서는 그냥 무시당했었는데요."
심지어 그땐 막 씻고 나온 참이라 삼푸향도 충분했을텐데! ...아, 향이 취향이 아니었다던가? ....마침 여긴 미용실이지.
".......향이 문제였나? 어떤 샴푸가 좋을까요? 혹시 추천하시는 제품이라도.."
성인이 됐다고는 해도 아직 애나 다름없는 상대에게 자빠트리라는 말을 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되는 걸까? ...당연히 되지 않나? 아무튼 됨. 반대하는 이성은 방금 내가 머리 속에서 전부 해수구제용 샷건으로 쏴버렸다. 뭐랄까, 처음에야 당황했지만 그런 게 있잖는가. 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분위기를 타서 그냥 즐기게 되어버리는 거. 약간 그런 느낌이다. 이제 막 타기 시작했다고 할까.
"......메이사 쨩... 나는 교복이 문제라고 생각해. 온천 때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평소에 교복으로 자주 보게되면 늘 의식하는 법이잖아? '나는 선생이고 너는 학생이야.' 이런 느낌이 늘 생긴달까. 혹시 온천이 그... 학생들 많이 가는 츠나지 온천이라면 더 그랬을 수도 있지."
"말했다시피 유우가는 연상미 있는 타입을 좋아하니까~ 교복을 입는다고 불타오르진 않을지도 모르지. 일단 이런 거까지 물어본 적은 없으니까 80%정도만 믿어둬~"
그리고 중얼중얼, '아니 그래도 그 모델들은...' '표지가 그랬지...' '컸던가...' 하는 말을 하며 고민하다가.
"...자. 들어봐." "답은 골짜기에 있다."
또 뭔 소리래?!
"...유우가만의 이야기가 아냐. 이건 100%. 모든 남자들한테 먹혀. 남자라는 건 말이지 머리로 생각하는 족속들이 아니라서~ 무조건 반응한다고. 골짜기에."
...그러고보면 히다이, 여름에 수영복을 입은 메이사하고는 눈을 잘 마주치지 않았던 것 같다. 다른 곳을 보려고 애를 썼달까. 원피스를 입으면 좀 편하게 대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사소한 스킨십을 하면서 주의를 집중시키는 거지. 핸드크림 너무 많이 짜버렸는데 바르실래요~? 하면서 막~ 손도 더듬고. 그러면 저쪽은 널 볼 수밖에 없단 말이야? 손 너무 차갑다 하면서 꼭 잡아도 보고. 그런데 골짜기까지 보인다, 이러면 은근히 분위기가 그렇게 된단 말이지."
수상할 정도로 츠나센의 아는 얼굴들이 많았던 온천. 그야말로 수학여행 그 자체였다. 하긴, 그러면 '나는 선생이고 너는 학생이야'라는 느낌이 강했을지도 모른다. ...크리스마스땐 사복이었는데도 첫키스 캔슬당했지만. 그 생각을 하니 조금 울고싶어졌다. 으으, 그치만 갑자기 울면 이상하게 보일테니까 참을래...
"골짜기...!"
무슨 골짜기인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직감적인 거랄까. 맞아. 여름에 수영복 차림일 땐 수상하게 시선이 다른 곳으로 가있고 그랬지. 오호오.... 핸드크림을 그렇게도 쓰는구나. 새로운 사용법을 알았다. 아니 사용법이라고 할까 손에 바르는 건 똑같긴 하지만. 유용한? 조언에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머리에 저장했다. 그러니까, 사소한 스킨십을 하면서 골짜기를 부각시켜라.... ....옷부터 좀 사러 가야겠는걸.
"엄청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그렇지, 다음에 주문하시면 서비스 많이 드릴게요!"
축 처졌던 귀가 다시 쫑긋 선다. 표정도 아마 밝아졌을 것이다. 그래. 방법은 있어...! 일단 좀 더 과감한 것들을 마구마구 입어봐야겠다. 요즘은 날이 추우니까 손도 꼭 잡아보고, 아무튼 아무튼 엄청 도움이 될 것 같아..! 감사의 마음을 담아 다음 주문에는 서비스를 가득 담아 배달하기로 결정했다. 우마무스메 전용 사이즈로 사이즈업은... 솔직히 힘들테니까 적당히 디저트나 음료수를 끼워넣는 쪽으로 하자.
서비스 준다는 말에 좋아하는 아줌마. 문란한 이야기까지 하고 나니 소화가 좀 됐는지 쓰레기들도 정리하고 물티슈로 손도 빡빡 닦는다. 이제 일을 시작하려는 모양이다. 메이사의 어깨를 잡고 미용실 의자로 앉힌다. 이것 저것 가운도 입혀주고. 그러면서 입은 쉴 새가 없다.
"다른 것도 궁금하면 종종 물어봐~ 난 메이사 쨩이 행복하면 좋겠거든. 동생 팔아넘겨서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싼 값이지." "사실 메이사 쨩이 좀 어린 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난 메이사 쨩이 그동안 봐온 아이들 중 가장 마음에 들어. 그래서 잘 됐으면 좋겠어. 메이사 쨩은 다른 애들이랑 다르게 제정ㅅ"
뚝.
이야기가 갑자기 멈췄다. 곧이어 저벅저벅 내려오는 발소리. 히다이는 내려오고 나서 정수기에서 물을 벌컥벌컥 마시더니 소파에 푹 앉았다. 이것저것 하고 왔는지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혀있다. 거울을 통해 메이사랑 눈을 맞추고, 또 수상하게 조용해진 누나를 번갈아보던 히다이.
가장 끊기면 안 되는 구간에서 말이 끊긴 것 같은데. 제정...신...? 다른 애들은 어땠길래...? 전여친들은 어땠길래 그런 말이..? 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유우가가 내려와서 아무래도 이 토크는 그만둬야 할 것 같았다. 나도 그 정도 눈치는 있으니까. 얌전히 의자에 앉아, 가운까지 두르고 있겠다 그냥 적당히 둘러대야지.
"아, 그게, 마침 앞머리도 좀 다듬고 꼬리도 다듬을까 해서. 다 드실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지." "근데 유우가 땀 엄청 흘렸네, 밖에 나가면 춥겠다."
...아니 뭐 앞머리 좀 다듬을 때 된 것도 사실이고, 꼬리 관리도 필요한 건 사실이지. 그러니까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단지 전부 말하지 않았을 뿐이니까!
"참, 아까 견적? 얘기 나왔던 건 어때? 다 해결된거야?"
하지만 역시 쫄리니까 빨리 화제를 다른 걸로 돌려버리자. ...그나저나 땀 엄청 흘렸는데, 위에는 잘 해결된걸까?
/>>298 😏 후 히 히 져지 입고 😸(으헤헤 유우가 냄새다~)하고 좋아하는 멧쨔가 보였어요 겨울에는 얇게 입고 나와선 유우가의 롱패딩 안으로 쏙 들어가겠지 히히히... 밀착해버려🤭
이럴 때는 기이하게 감이 좋은 히다이. 어지간하면 마음에 사람을 들여놓지 않는 메이사가 잠깐 사이에 미용실에서 서비스까지 받고 가기로 하고, 남의 집 싱크대 사정을 물어보기까지 한다. 히다이에게는 그게 어지간히 좀 이상하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미간을 좁히며 그렇게 물어보지만, 이내 피곤한듯이 소파에 드러누웠다. 수상해하는 것도 체력이 필요한 일.
"조심해 메이사~ 그 여자 속이 검다고. 실눈캐 같은 거야." - 너 누나한테 못하는 말이 없구나?
누나 말은 무시.
"그리고 싱크대는 역시 사람 불러야 할 거 같아. 관 내부 문제가 아니고 부품 자체가 문제더라고. 당분간은 쓰지마. 바닥 버릴지도 몰라. 지붕은 고쳐놨으니까 5천엔 줘."
소파에 드러누워서 폰을 꺼내들고 씹덕겜을 시작하는 게, 히다이도 누나 앞에선 한 명의 남동생이다.
"메이사는 머리 다 자르면 같이 가자. 나도 어차피 집 가야 하니까. 아니다. 역시 하야나미에서 밥도 먹고 갈래. 배고프다." -캐비넷에 컵라면 없었어? "없던데." -에~ 사둬야겠네. 땡큐.
하면서, 누나는 히죽거리는 표정으로 메이사랑 눈을 맞춘다. 고마워해도 좋다는 듯이... ...그냥 남동생에게 식비따위 지원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지만 아무튼 데이트니까 아무래도 좋나!
그리고 사각사각 머리를 다듬고... 뒷머리의 상한 끝과 꼬리의 상한 털도 다듬고, 귀여운 반묶음 머리로 세팅도 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머리는 98점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실력! 그러나 꼬리털은 어떨지... .dice 50 100. = 86
관계없는 이야기지만 말이죠 🤔 예전에 에니어그램 이야기가 나왔었잖아요? 저 히다이는 8번남이지~ 생각하고 그렇게 굴리고 있었는데 멧쨔주가 8번을 딱 짚어줘서 놀랐었던 기억이 있네요 😌 좀 뿌듯했어요 제가 생각한대로 잘 굴리고 있고 그걸 알아봐주시는 분도 계시는구나 싶어서...
그거랑 별개로 8번 남친들 특이 여친 딸래미라고 종종 부름/여친한테 돈 잘 씀/밥 안 굶김/여러모로 만족 잘 시켜줌 같은 거라고 하는 이야기를 봐버려서 웃어버렸습니다...
엄청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키기라도 한 것 같아, 미간을 좁힌 유우가의 얼굴에서 시선을 휙 돌렸다. 그래봤자 거울로 눈이 맞긴 하고 있지만. 그러다가 소파에 드러눕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푹 쉬었다. 후아, 다행이다... 서로 투닥거리는 말은 작게 웃으면서 넘겼다. 진짜로 주변에 언니누나오빠동생있는 애들하고 똑같네. ....아니 그보다 우리 마마도 실눈캐라구...? 유우가...?
"그렇구나~ 에, 5천엔..." "!! 그래! 알았어!"
같이 돌아간다, 그것도 각자 집으로 가는 게 아니라 하야나미로! 짧겠지만, 그리고 하야나미에서는 마마랑 파파가 있으니까 (키스빼고) 이런 저런 걸 하기엔 무리겠지만. 그래도 같이 있는 시간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엄청 기뻤다. 저절로 꼬리가 붕붕 휘둘러질 정도로. 유우가의 누나분과 눈을 맞추고 후헤헤 웃는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좋은 기회가 생겼네요.
다듬은 머리도 엄청나게, 솔직히 말하자면 돈 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 됐다. 반묶음 머리로 세팅도 해주셨고, 꼬리는— 꼬리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정도. 전부 끝난 다음 거울을 본다. 응, 마음에 들어! 거울 속의 나도 방긋 웃고 있고.
"우와아, 엄청나.... 감사합니다! 유우가, 봐봐!"
소파에 드러누운 유우가 쪽으로 가서 말했다. ...아쉽게도 지금은 옷이 두터워서 골짜기를 강조하는건 불가능했지만(?).
"...누나가 주겠다고 한 거야 5천엔은. 나 집 좀 수리했다고 싱글맘한테서 5천엔 삥뜯고 그러는 사람 아니라고. 저쪽이 주겠다 한 거야."
뭔가 변명해야 할 거 같은 기분. 메이사의 머리가 끝나갈 듯 하자 겉옷과 모자를 챙겨입고 기다린다. 그보다 세팅까지 해주다니 누나가 제법 마음에 들어하나 보다. 우리 딸이 귀엽긴 해.
...딸... 이랑 키스를... 하진 않지 혼인신고서도 안 쓰고. 그런 생각이 불현듯 머리를 스쳐 지나가지만, 일단 내색하지 않고 작게 한숨만 내쉰다. ...뭔가 감이 안 좋은데 뭐가 안 좋은지도 모르겠고. 괜히 누나만 노려본다. 누나는 메이사의 귓가에 뭐라고 속닥이더니 등을 떠밀었다. 뭐라고 한 거야? 메이사가 깡총깡총 찾아오자 그런 의구심도 사그라들었지만.
응, 역시 우리 딸이야! 귀여워! 시니어 시즌 동안 제대로 연심 떨구고 아빠로 자리매김할 테니까 기다려줘 메이사!
"이야, 확실히 꾸미니까 미스 츠나센이네. 이건 제법..."
메이사의 머리 끝을 만지작대다가... 아니 누나는 왜 자꾸 보고 있는 거야 기분 이상하게. 빨리 가야지. 나는 읏차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미용실을 나섰다. 오전만 해도 쌀쌀했는데 슬슬 해도 나고 따듯했다.
나는 길을 말 없이 걷다가...
"메이사, 누나랑 무슨 얘기 했어?"
하며 직구를 던졌다. 누나가 '유우가의 빨간책은 매트리스 아래.' 라고 한 줄은 상상도 못하고, 그저 둘이 내 뒷담을 깠겠거니... 그게 아니면 누나의 파란만장 남미새인생 이야기를 문란하게 해줬다던지 그런 것이나 상상하면서.
마지막에 덤으로 들은 정보에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아무튼 활짝 웃으면서 미용실을 나섰다. 밖은 어느새 해도 나고 제법 따듯해졌다. 그래도 겨울이니 찬바람은 여전하지만. 그렇게 바람을 맞으며 걷다보면 유우가가 넌지시 물어보는 것이었다. 엄청 스트레이트 직구로.
"에... 그냥 별 얘기 안 했는데~" "샴푸 추천받기도 하고, 관리법이라던가 뭐 그런 거?"
적당히 미용실에서 나올 법한 화제로 얘기했다고 하면 되겠지. 녹을 새도 없이 위로 새롭게 켜켜이 쌓인 눈길을 꾹꾹 눌러 밟아가며, 시선은 바다 쪽으로 둔다. 따, 딱히 거짓말이 들킬까봐 그런 건 아니니까...?
그렇게 걸어가며 생각하니 문득, 아까 유우가랑 누나분이 나누던 대화가 떠오른다. ...그냥 평범하게 샴푸랑 관리법 얘기만 했다고 둘러대도 의심을 사려나. 아예 차라리 사실을 하나 섞어 버리는 쪽이 현실성 있을지도. 마침 나오기 직전에 들은 것도 있으니까, 그걸 공개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슬쩍 유우가를 돌아보는 내 얼굴엔, 오랜만에 짓궂은 웃음이 띄워져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매트리스 아래를 잘 보라던데? 대체 뭘 숨겨놨을라나~?"
히죽히죽 웃으면서 매트리스를 강조해서 말했다. 아니이, 난 틀림없이 소파 뒤쪽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의외로 매트리스 아래였구나~ 다음에 놀러가면 슬쩍 구경해볼까나~?
키스해줘 콘도 진짜 하.. ㄹㅇ...멧쨔...귀여워서 약간 잠깨고... 추접하게 뽀뽀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순애라고 주장하고 싶다... 사실 저 순애야 밈을 엄청 좋아하기 때문에 저 콘도 진짜 좋은wwwwwwwwwwwwwww 메이사 속 씨꺼멓게 태우고 히키코모리 꼴초 알중으로 만들고 첫키스도 첫후히히도 가져가버렸지만 순애라고wwww 하하하하하하하!!!!!!!!!!!! 아 이거 다시 생각해도 가슴이 룽해지네요 유우가가 메이쨔의 이것저것 다 가져갔다니... 이녀석..이새키..하하하하하하........!!!!!!!!!!!!!!! 어쩔 수 없네... 그래도 멧쨔는 유우가를 안절부절 못하게 만든 첫사랑이니까 조금은 보답이 되?려나요? 히히히히...에헤헤헤... 머리가 행복해진...wwwwwwwww
>>314wwwwwwwwwwwwwwwwww코이츠 콘 생산하는 공장이 있는 게 분명한...wwwwwwwww 지하실에 노예 세명 두고 네녀석은 순애콘 숨참아콘 나쁜생각콘을 그리라고 채찍질한 거죠?wwwwwww 그러지 않고서 이렇게 빠른 콘생산이 가능할 수가... 멧쨔의 옥색 가디건... 왤케 좋지... 멧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샴푸인가~ 메이사도 이런 점은 착실히 여자ㅇ... 아니젠장떠오르기시작했잖아 메이사에게 여자라는 단어 금지, 아. 진짜 안돼.'
하지만 뇌에는 부정의 개념이 없어서 '코끼리를 떠올리지 마라' 라고 하면 계속 떠오르는 법이다. 머릿속으로는 진땀을 흘리며 겉으로는 "아~ 샴푸인가. 샴푸 좋지." 하는 영양가없는 이야기를 하던 중.
매트리스 아래라는 말에, 나는 사레가 들려버렸다. 아 침 잘못삼켰어 젠장! 정말 확실하게, '거기 아래에는 엄청난 것이 묻혀있지요' 하듯 요란하게 기침을 한 나의 얼굴은 시뻘개져 있었다. 얼굴이 홧홧하고 더운 게 느껴진다... 이 꼴로 말해도 설득력이 없겠지만, 아무튼 사레 들려서 그런 거라고 변명할 수 있어.
"그 뭐 매트리스 아래? 별거없 는 데? 바 퀴벌레 라던가? 뭐... 그? 리마 같은 거?있겠지? 들춰 보 지 않아서나는 잘 모르 겠네?"
바퀴벌레랑 그리마를 괜히 들먹여서 손대기 겁나게도 하고. 좋아. 나이스. 하며 스을쩍 시선을 돌려 메이사를 바라보면...
그 표정은 멧쨔 히죽거리는 킹받는 표정이었다.
뭐가 있는지도 다 들었잖아 이건!!!!!!!!!!
"아~~~~~~~~~~~!!!!!!!!!!! 그 망할 여자가!!!!!!!!!!!!"
츠나지 논밭에 울려퍼지는 "쿠소온나아아아아아―――!!!!!!!!!!!" 하는 고함. 그렇게 내지르고 나서야 나는 얼굴을 가리고 깊은 한숨을 쉬고, 개 쪽팔린 속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푸핫, 누가 봐도 자백 그 자체잖아~💕 알기 쉬운 허접한 반응💕 히죽거리는 웃음이 더 킹받게 변해간다.
"허접~ 둘러대는 것도 개허접해💕 개약해💕 얼굴 완전 새빨갛다고~" "헤에~ 바퀴벌레랑 그리마? 유우가는 그런 취향이었나보네~💕💕"
그러게 왜 벌레 이야기를 꺼내서 스스로의 빨간책 취향을 특수한 분야로 만들어버리는건지~ 물론 매트리스 아래에 있는 '진짜'를 감추기 위한 블러핑이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든든한 아군께서 상세하게 다 전해줬단 말씀. 내 표정에서 알아챘는지, 유우가가 크게 외친다. 츠나지의 논밭으로 울려퍼지는 고함, 제법 크니까 바다 건너까지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아님 말고.
"에~ 왜~? 안 치워도 돼, 유우가." "그래, 다음에 놀러가면 같이 읽어볼까아~? 나 이제 시니어 시즌이고, 성인이니까 문제 없다구~?💕"
자빠트리라니 골짜기니 하는 이야기까지 하고 나니까 어른이 됐다는 실감이 난다고 할까, 뭐 그런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같이 봐도 상관은 없잖아? 반은 놀리려고 하는 말 맞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궁금한 것도 사실이긴 하지...
오히려 조절을 안 하면 빈사가 아니라 진짜로 죽을수도 있는데 말이죠...🤭 멧쨔도 마사바만큼은 아니지만 히또미미보다 자기가 힘으로 우위라는건 잘 알고 있고(정강이도 머리도 깨봤으니) 그래서 넷카페에서 외박하는 것도 수상한 아조씨들이 말 거는 것도 왕코쨩네 신세지겠다고 한 것도 '응~ 내가 히또미미 이김ㅋ'이란 생각이 있으니까 별 신경 안 쓰지만... 그게 히다이를 무진장 괴롭힌다는 점이 굉장히 룽한...😏😏😏😏😏
"긋, 그 , 그런 취향일 리 없잖아!!!!!! 난 정상이란 말이야!!! 나를 그런 거로 만들지 말아줄래?!"
머리를 벅벅 헝클이면서 '나 돌겠소'를 온 몸으로 표현한다. 아~ 담배 말린다 진짜 갓 성인된 녀석에게 누나는 대체 뭘 던져준 거야?! 그 눈치면 이거저거 다 알 만도 한데 동생을 엿먹이려고 불철주야 고민하는구나 쿠소온나가! 으아아 빡쳐! 이번엔 오천엔 이야기하자마자 달려왔구만 뭐가 문제인 건데?!
그렇게 당황감이 만악의 근원, 히다이 유우나에게 향할 때 쯤 들려온 말.
- 다음에 놀러가면 같이 읽어볼까아~?💕
나는 그대로 길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우리 딸 인사도 잘하고 귀여워 라고 애써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꾸 이런 식으로 의식을 시키면 곤란하다 정말. 난 누나의 남미새만큼이나 지지않는 여미새라서(자기객관화돼있음) 이런 거 곤란합니다 진짜...!!!!!
주저앉아서 마른세수를 한다. 아무리 얼굴을 비벼도 홧홧한 게 가라앉지는 않았지만. 이 체질 진짜 싫다고...
>>334 wwwwwwwwwwwwwwww참을 수 없는wwwwwwwwww너무 좋은wwwwwwwwwwwww 유우가 나 쿠션 좀~ 왜 그렇게 꼭 안고 있어~ 그게 그렇게 소중한 쿠션이야?ㅎ😏 하는 것도 좋고 유우가 나 무릎베개 할래~ 에~ 왜 안돼~? 응? 왜 안되는데에~?😏해보고 싶기도 한...www
😏 유우가.... 혼자 대여점가면 그렇게.. 후후후히히히.... 으악 나쁜상상 그만해야지....
...사실 츠나센에 입사하기 전부터 누나가 말하긴 했다. "유우가 너 여미새인데 제자랑 사귀고 그러면 안 된다?" 라고. 예견된 불행이긴 했다... 아니 물론 키스도 하고 혼인신고서도 썼지만 아직 사귀진 않고 저도 선 잘 그어뒀다구요? 노력했습니다? 정 안 되면 튀면 돼, 이제 중앙 라이센스도 있겠다. 푸릇푸릇하고 창창한 젊은 애 인생을 나로 망칠 수는 없지.
아무튼. 예견된 불행이었지만 불행이 커지지 않도록 나 노력중이라고. 저쪽도 날 불행하게 만들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나 힘들다...
"응. 엄청 이상하거든. 나는 OO이 머리보다 크고 유O녀 속성 아니면 안 봐."
자포자기했다. 네, 저 이상합니다.
...실제로는 이런 취향 아니지만 겁이나 좀 줘볼까!
"그리고 OO이 크고 정장을 입은 안경 쓴 게 좋더라."
최악버튼 연타하기. 네가 좋아하는 남자는 이런 거 좋아하는 개=저질 최악남자라고? 실망하시지! 응! ...아니 그래도 그렇게 최악은 아닌 거 같아, 안경 OL 좋잖아. ...너무 기겁하면 또 슬플 거 같긴 해. 하지만 그런 슬픔쯤은 견딜 각오를 하고 블러핑을 하는 거지. 진짜를 보여주고 싶진 않으니까...
..................그나저나 우리, 이런 대화를 하고 나서 하야나미의 부모님 얼굴 뵈러 가는 거구나.
머리보다 큰 게 가능하긴 한가. 슬그머니 시선을 아래로 내린다. .....많이 부족하네. 지금껏 사이즈에 신경을 써본 적은 없는데(당연함 신경 쓸 이유가 없었음)... 으음, 뭐 이쪽은 노력하면 어떻게든 되겠지만. 뒤쪽이 문제네 뒤쪽이. .....헉, 설마 누님께서 존댓말을 썼던 그 엄청난 연상의 정체가 설마...... 퍼즐조각이 맞춰진다. 수수께끼는... 풀렸다...!
"...그렇구나. 그래서... 우와...."
탐정놀이를 할 생각은 없었지만 뭔가 탐정이 된 기분으로 중얼거렸다. 그랬군. 그래서.... .....뭐 취향이니까... 존중해야지.... 그리고 노력하면 맞출 수 있다고. 아마도. 뒤쪽의 유O녀 속성이 좀 어렵긴 하겠지만, 이건 유우가랑 결혼하면 자동으로 '따라붙는 칭?호 아닌가? 그럼 문제없겠네(???)
"...음, 뭐어.... 괜찮아 유우가." "나 노력할테니까. 그래. 같이 보면 엄청 참고가 될 것 같으니까. 다음에 가면 꼭 같이 보자💕"
누님이 이미 힌트는 충분히 줬으니까. 연상미를 갈고 닦고, 골짜기를 강조하고 여차하면 자빠트려라. 취향 이야기에 잠시 떨떠름하던 얼굴에 다시 히죽거리는 웃음을 띄웠다. 아니이~ 진짜로 노력할테니까? 일단 숨겨둔 것들을 보면 더 참고가 될 것 같으니까?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느새 하야나미 앞까지 와 있었다. ....배달갔던 딸이 이런 수상한 이야기를 나누며 돌아올거라고, 마마랑 파파는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겠지... 히히. 내색하지 않으면서 문을 열고 들어선다. 손님이 조금 줄어서 빈 테이블이 조금 보인다. 슬슬 점심때도 지나가고 있으니 당연한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