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도제는 언제부터 이런 애새끼가 취향이었을까. 거 못 본 사이 많이도 변했다. 너 말야, 혹시 매 맞는 거 좋아해?"
도제 성질이야 익히 빠삭했다. 금수 닮은 제 성정을 고뇌하며 미물과 멀어진 척 흉은 냈어도, 온순히 시혜 베풀 이는 못 됐다. 하물며 호법신 짓거리도 거진 그만뒀다 풍문으로 듣기도 했으니, 격도 흐려진 판국에 천성이 독하면 독해졌지 호전될 리는 만무하다. 그런 도제가 개구리 품에 끼고 순애한다? 말만 들어도 기가 찰 노릇이다. 구겼던 미간 풀고 보통 때처럼 실실거리기나 했다. 좀 전까지만 해도 골려줄 생각에 마음만 심란했는데, 이제 어찌 받아들이던 좋았다.
"스미레가 그러디? 아니다. 스미레가 그랬겠지. 개같은 년. 진짜 우리 스미레 안 되겠네. 둘만의 비밀로 간직하려고 했더니 또 개새끼 엿이나 먹이지. 내가 상처까지 복구해줬는데? 그새를 못 참고 애새끼한테 털어놨어? 아, 질투나. 혀 깨물어 죽고 싶어. 근데 너 그거 알아? 난 해 터지기 전까지 못 죽거든. 그러니까 네가 대신 앓아주라. 일주일 정도면. 그래도 억울하면 나랑 같이 스미레나 원망할래? 그것도 좋다. 그치?"
혼자 의미 부여한 꼴이라, 불안정한 정신머리에 슬슬 열이 쏠렸다. 가벼운 역정이 돋아남에 혀에서 나오는 대로 거름 없이 지껄였다. 개새끼한테 매정한 주제에 캇파 새끼는 이뻐라 하고. 억울해 죽겠다. 곧 저 개구리 몸에 벤 인어 비린내마저 역해서 스스로 목덜미나 마구 긁었다. 손끝이 끈적하다. 암만 살갗에다 구멍 낸들 삽시에 불살라져 아물 것을 안다. 벌어진 상처 맞붙는 즉시 손톱 덧대기를 거듭하면 유달리 탄내가 짙다.
"내가 우리 스미레에게 뭘 했냐면.."
깊게 숨 쉬었다. 좀 전까진 두서가 없었으나 이제는 내 듣기에도 퍽 평이한 어조였다. 갈피 못 잡던 맘이 가라앉으면 머리칼 뒤로 쓸었다. 일순 정적에서 상대나 가만 응시했다. 피 먹은 손을 올렸다. 가지런히 정돈된 앞머리 비집고 들어갔다. 아직은 주변에 물기가 형형하다. 네 이마를 짚었다. 강물이 불탄다. 중얼거렸다. 물이 말랐다.
>>817 아니 진짜 이런 거 보면 내가 천재 소리를 안 할 수가 없다니까 ㅡㅡ 하 오늘도 갓아트 미치겠네..일단 저장했구요 ㅎ 자기 전에 이것만 보다 눈감을듯.. ㅋㅋㅋㅋㅋ근데 둘이 너무 귀엽다.. 내가 봤을 때 우산 안에서 뽀뽀했다가 뺨 맞은 거 같거덩요 ㅎㅎ 앤오님 피셜은 모야
엉망이 된 몰골 고치지도 않고 그을음 묻어나는 몸으로 경내에 발 들인다. 연빈이라도 하려는지 금세 눈에 띄는 인간 하나 물끄럼 응시하다, 무시하고 제 갈길이나 가기로 했다. 길 못 찾을 염려는 없다. 새까맣게 타들어갈 것만 같은 강렬한 기척을 놓칠 리 만무하므로.
여름날 숲의 축축한 공기, 온갖 짐승과 벌레 소리 뒤섞여 외치는 소연騷然한 고요. 때로 들리는 목탁 울림과 경 읊는 목소리,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향내―여기에서는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뭇 인간들에게 있어선 으레 마음을 평온케 하는 장소라 하나 외려 심중 어수선해진다. 제 버려 두고 떠난 시절을 다시금 떠올리게끔 하여. 그것이 싫으냐면 잘 모르겠다. 무신에게 있어 천계는 지독히도 헛된 곳이었으나 신격 비롯한 근간으로의 끌림이 없지도 않았던 것이다. 무신 아직도 제 이름 ■■■■이라 여기며, 간신히 붙잡고 있는 신격과 사는 밑바탕 된 여러 재주 또한 모두 그 시절로부터 시작된 탓에. 무엇보다도 그 덕에 지금의 인연 만나게 되었으니, 이러니저러니 해도 옛적이 그리 원망스럽지는 않았다. 일심으로 수양해도 모자랄 공간에서 도리어 생각만 혼잡해진다. 당신이 왜 여기에 있느냔 말부터 하여 카페에서 벌이던 그 난장은 대체 무엇이고, 이런저런 뻔한 물음이야 많았다. 그러나 숱한 궁금증 제치고 신이 가장 먼저 뱉은 말은 이것일 수밖에 없다.
"천년이 조금 못 될 겁니다, 아마."
허락 떨어지지도 않았건만 제자 멋대로 문 열어젖힌다. 격조한 사이 서로 간 바뀐 모습 너무도 많다. 은혜로우신 스승께서도 두말할 것 없이 그러하나 예의와 범절이라면 전혼했던 제자 역시 사군 대하는 태도 옛적에 비해 방만하다. 그대로 발 들이지 않고 문지방 밟은 채 들여다보기만 함은, 내다버린 예절 중에서도 남은 부스러기 그나마 끌어모아 보이는 최소한의 버르장머리였다. 들끓는 기의는 제법 소강되었다지만 좀처럼 갈피 잡지 못하기는 매한가지다. 아직까지도 제 것을 침범하고 망친 자의 목을 당장이라도 물어뜯어 해하고 싶단 충동 느끼면서도, 그 목으로부터 흐르는 음성이 더없는 정情 동하게끔 한다. 양가적이고 모순된 감각에 정신 어지럽다. 손 들어 제 머리채 사납게 쥐어잡고서야 툭, 끈 떨어진 인형처럼 꺼질 줄 모르던 노여움 한결 놓인다. 무신은 그제서야 카페에서는 미처 돌려주지 못했던 반문 돌려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