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토는 매우 당황한 듯한 표정을 보였어요. 당연하게도 소박한 부탁일 줄 알았는데.. 같은 편이 되어서 신격을 다시 쌓아나가야 되는 존재인 '신'을 처단해달라고요? 이게 무슨 말이에요? 그리고 나오토..아니, 애초에 군신은...
' 난감하다. 그리고 애초에 이 군신은. '
' 태양의 신. 신명만 들어봤지, 정확히 누구인지 어떤 신인지도 잘 모른단 말이야. '
누군지도 제대로 모르는 신을 처단해달라고 하면 당연히 당황할 법도 하지요!!! 인세를 어지럽히고 사특한 힘으로 인간들에게 위협을 가한다라. 당연히 군신의 눈에 거슬릴 수 밖에 없지요. 그런데 문제는 지금 아야나의 말만 들어서는 그것이 옳다고 판단할 수가 없는 것. 군신은 감정적으로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서 실행하는 신이 아니었어요.
"저기요..저기요.. 알겠으니깐..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그러니깐 인간을 위협하는 태양신을 혼내달라 이거잖아요? "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싸워야 마땅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예전처럼 위대한 신격으로 세계를 다스리던 시대가 아니에요. 지금은 잃어버린 신격을 찾아야 되는 시기. 혹여나 현재의 상황만 봐서 태양신과 싸우다가는... 저 위의 잘 나가는 대신님들이 극대노해서 신격을 되찾고자 하는 일은 물거품이 될 지도 몰라요. 그렇게 해서 요괴가 신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면? 이거는 이성적으로 냉철하게 판단해야 되는 문제였어요. 특히 전쟁의 전략과 체계를 전문적으로 관장한 이 군신. 단기간의 목표만 보고서 싸우는 일은 극히 드물었죠.
특히 저 강한 힘을 가진 태양신. 싸우기보다는 어르고 달래서 신격을 같이 되찾는 것이 나오토의 입장에서 더 이득이었거든요. 싸워서 둘 다 무사한다고 해도 대신들께서 노하시고, 지면 소멸되고, 이긴다고 해도 상처 뿐인 승리가 되겠지요. 이를 '피로스의 승리'라고 인간들이 부르더군요. 싸워봤자 아무 이득도 없는 신이었어요.
" 하하..이거 참 영광이네요. 요괴한테 다짐도 다 받고.. "
으아악!!! 손등에 키스는 왜 하는 거냐고요?! 차라리 도장이나 사인을 해달라고요?! 참으로 요괴들은 요즘 시대에 따라갈 생각이 없나... 이 생각을 한 나오토였어요.
' 내, 군신으로서 잠시 품위를 깨는 말을 하자면.. '
' 에휴.. 첫 날부터 상황이 이렇게 꼬이는지... 끊었던 연초가 다시 생각나는구나. '
" 그..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도 일이 해결이 안 된다면 다짐은 어련히 지워주시죠? 저 아직 이루어준다는 말도 안 했는데.. "
나오토는 하하.. 웃으면서 어색하게 말하기 시작했어요.
' 일단 태양의 신이 누구인지나 한번 봐야겠어.. '
' 이 요괴의 말이 사실이라면.. 잘 어르고 달래야지.. 현 상황에서 싸워서 이득이 안 되는 신인 것을.. '
"짐작컨대 이 태양의 신은 아야카미 고교에 재학 중일 것이며, 추측컨대 3학년일 가능성이 높사옵니다. 그러니 3학년 반 어디에서든 둘러보신다면 어렵지 않게 태양의 신을 찾아내실 수 있으시겠지요. 이 아야카에루의 추측은 틀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사옵니다. "
부드러이 웃으며 이 어린 요괴, 군신 앞에 제 추측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고한다. 왜 3학년이냐고? 1학년 중에 이런 일을 할 만한 사람은 없을 것 같거든. 2학년은 더더욱 그렇고. 그렇다면 3학년이다.
"이 오만방자한 태양의 신이 짐작컨대 인간에게만 해를 끼치고 위협을 가할 일 없사오니, 군신께서도 이 자를 처단하신다면 온 아야카미쵸에 평온을 되찾아 주시는 덕을 쌓으시는 것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옵니다. 그렇다면 당신의 신격 역시 어느정도 되찾으시는 것이나 다름이 없으실 터. "
다짐을 지운다? 이 어린 요괴 그런 것 하지 않는다. 이미 무신께 한 맹세 역시 입술이 뜯어지고 아작나고도 무르지 않았다. 이 어린 요괴의 올곧음이란 그런 것이다.
"그러니 청컨대 신이시여, 부디 이 어린 요괴의 바램을 이루어 주시옵소서. "
또렷이 올려다보는 푸른 눈빛 여전히 맑고 떨림이 없다. 이 어린 요괴 결코 무를 생각이 없다. 자. 이제 당신은 어찌할텐가?
situplay>1597038150>996 "넓기는 무슨. 조금 교육만 해줬어.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꼬마애를 어떻게 할 생각도 없고. 의지도 없어."
고작해야 백년 남짓 살아온 개구리 한마리를 역사에서 지워버리는 것 쯤 쉬운 일이지만,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가 나에게는 없다. 진심으로 조화를 바란다면 제대로된 삶을 살아가겠지. 무리를 하지 않는다면, 아마 죽는일도 없지 않을까. ...모르겠네. 이곳에 모인신들은 여러 부류가 있으니까. 나처럼 조용히 살아가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반대인녀석도 얼마든지,있겠지. 그런 녀석에게 들켰다면 개구리가 아니라 타피오카가 되어 먹혔을수도 있겠네.
"엉? 그건 마음대로 해. 근데 잘봐둬. 거기랑 밴드이름. 이름이 같지? 간판도 아니고 사실상 우리가 주역이고 다른 밴드는 겉절이같은거야."
뭐 사실은 사장님이 했던걸 그대로 받아먹은거지만. 그래도 나름 어디가서 부끄럽다고 할만한 실력은 아니기도 하고 실제로 이래저래 얽혀있을뿐... 이 몸이 가진 '실력'하나만큼은 뛰어나다. 나도 그렇지만.
"어... 알코올이 부족해서 슬슬 가려고 했는데. 뭐 그럼 구경이나 좀 더 하다갈까. 할것도 없고."
"아, 혹시 선배님의 치어리더복을 보고싶어요. 같은거 할생각이면 미리 말해. 응원단은 하기로 했거든. 안할지모르지만."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녀석의 어깨를 툭 쳐줬다. 이정도면 충분하겠지 뭐. 어디...그럼 여기서는 선배로서의 하해와 같은 은혜를 배풀어볼까.
"옛다 500엔. 가서 포카리나 사먹고 백팀이 좀 이기게 해줘라. 알지? 나 화나면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