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저러니 해서 백팀의 완전한 패배였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끝까지 도박판에 남아있지 않았던 내 잘못도 어느정도는 있겠지만 진정한 '꾼'은 자리를 가리는 법. 익숙한 기운을 한 녀석이 믿지 못할정도의 성과를 보여줘버린 탓에 흥이 깨졌다. 활쏘기는 제사에도 포함되어있을텐데 어째서냐. 뭐 그리하여 조금 달아올라버린 기분도 여기서 끝. 나머지는 응원정도이니 느긋하게 관전이나 해볼까 해서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았다. 문제가 있다면 평소 인적이 드물어 애용하던 곳 중어디를 가도 체육제 특수를 제대로 받은 연인들의 연애의 장으로 탈바꿈해있었다는 걸까. -조몬 야요이-는 몰라도 '나'는 아이들의 연애에는 참견하지 않는 여자. 여기서는 쿨하게 자리를 떠줘야겠지.
툭, 하고 누군가와 부딪히기 전까지는. 아니 사실 부딪히지도 않았다. 잘 쳐줘야 옷깃이 스친정도. 문제는 아주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는 점이다.
"아 이쪽이야말로."
뭔가... 이 기운은 익숙하다. 분명 보이는것도 느껴지는것도 인간이지만 어렴풋이 묻어있는 기운... 개구리냄새... 얼마전에 만난 아가를 떠올리게 한다. 분명 비가 내린 후의 호수같은 청량한 기운이었던것같은데. 분명 그 아이가 무어라 했었지. 그래... 분명... 같은 유치원의...
짧은 검은머리. 밤을 상징하는 검은색과는 대조적으로 붉은 눈동자는 상당히 이질적으로 유우키의 눈에 비쳤다. 여러 사람의 시선을 그대로 뺏을 것 같은 외모라고 유우키는 생각했다. 우리 학교에 이런 사람도 있었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유우키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 이내 그녀의 답이 들려오자 바로 대답했다.
"아니요. 이쪽이야말로... 부딪치지 않았다고 한다면 다행이에요."
체육제는 자연히 운동장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 마련이었다. 이렇게 몸을 풀다보면 자연히 누군가와 부딪칠 수도 있었다. 물론 지금은 딱히 부딪친 느낌은 없었고, 살짝 스친 정도? 혹은 조금 더 옷깃이 충돌한 정도의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조용히 넘어가기보단 이렇게라도 말을 하는 쪽이 낫지 않겠는가. 일단 상대 쪽에 폐를 끼친 것이 아니라면 유우키는 살며시 몸을 옆으로 치워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그는 그녀를 다시 바라봤다.
시라카와 유우키. 자신의 이름은 시라카와 유우키. 즉 저기의 유우키는 자신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봐도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입을 열었다.
"아. 네. 시라카와 유우키라고 해요. 후훗. 4강전에서 떨어진 그 유우키에요."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알았냐...라는 의아함은 없었다. 그야 전광판으로 자신의 이름이 다 떴으니까 이름을 알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알 수 있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나리야가 끝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까.
"그렇게 인상적이었나요? 제 이름이요?"
그렇게 묻는 것은 살며시 돌려서 무슨 용건이 있는지를 묻는 것이었다. 굳이 여기서 자신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 분명했으니까.
"당연히 저 안의 카운터? 나 테이블? 쪽이 아니겠사와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와요. 무언가가 이 문 근처에서 탄 듯한 느낌 역시 느껴지는 것이와요. 몹시도 불쾌한 기운인 것이와요. "
히잉 거리며 열심히 손가락으로 여기저기를 가리켜 보아 요 아니 하지만 진짜로 카에루족 캇파 특성상 이런 기운은 바로 잘 눈치챌 수밖에 없다. 다른 무엇도 아니고 바로 불의 기운이기에 더더욱 그러하였다. 더위를 너무 먹은거냐는 학생쨩의 질문에는 "아닌 것이와요!!!! " 하고 단호히 부정해 보였다. 이 아야카에루님은 그 어느때보다 제정신인 상태이다. 이 기분나쁠정도로 상극인 탄 기운을 느꼈으니 더더욱 온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이대로는 안되겠사와요. 아야나의 주인님께 찾아가 이 모든 걸 고하겠단 것이와요. 그분께서는 무신이시니 이런 불쾌한 기운을 누가 내뿜고 다니는지 잘 알고 계시겠지요. 가서 뭔 일인지 낱낱이 알아보고 오겠단 것이와요. "
손풍기를 가만히 쬐며 말하다가 홱 몸을 돌리려 해요 아니 그런데, 저기 그거 아십니까? 눈앞의 학생쨩이 신인지 인간인지 요괴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881 아, 맞구나. 그럼 역시 오해였구나 그날 일은. 하긴 그렇지. 원래 그 나이대의 어린아이들은 또래 아이들은 남자로 안보이는 법이다. 어른스러우면서 잘 챙겨주는 타입의, 옆집 오빠라면 모를까. 이런 어른스러운 애가 취향인가보구나. 그 아가는.
"아니? 솔직히 인상적이지는 않지. 평범하잖아 이름은."
너스레를 떨면서 자연스럽게 넘겼다. 그냥 이 시대의 인간인데도 이렇게나 요괴의 향이 짙은 경우는 드무니까. 헤이안이나 그 이전이라면 생각보다 자주 있었다. 요괴의 피를 이은 인간이라던가 자주 있었지. 타무라마로 처럼 오로치 손자면서 관음보살의 화신이라는 뭔가 덕지덕지 붙은 녀석도 있었고. 특이할 것은 없지만... 이 시대는 아니다. 신과 요괴는 은닉되어야하는 것. 그런데 이런 기운은 요괴를 어지간히 가까이 하지 않는 이상 인간이 풍기기엔 묘해. 전국에 태어났으면 큰 장수가 되었으려나.
"경기 잘봤어. 4강전보다는 그 직전이 조금더 마음에 들더라."
분명... 마지막에 봤던 전광판에서는 되게 간발의 차로 이겼던 것 같으니까. 이럴땐 그런걸로 칭찬해야지.
"그냥 아는 꼬마애한테 들었던 그대로구나 싶어서."
도쿄대, 이야기가 나올 뻔 했지만 억지로 삼켰다. 아무래도 어렵겠지. 얘는 2학년인데 걔는 유치원생. 이 애한테 십수년이나 고난한 낭인생활을 보내게 할 수는 없잖아.
평범한 이름이라는 말에 유우키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시라카와 유우키. 특별한 이름은 아니었다. 물론 자신에겐 매우 소중함과 동시에 만족스러운 이름이었으나, 객관적으로 보자면 그렇게 특별한 이름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인정할 것은 인정하며 유우키는 살며시 그녀를 향해 언제나처럼 팔을 살며시 굽혀 가슴가에 가져가며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직전이라. 아. 하하. 운이 좋았어요. 활을 잘 쏘는 편은 아니거든요. 솔직히 나리야를 한다고 해서, 조금 연습한 정도가 고작이고... 교범만 보고 연습한 것이 다라서. 솔직히 8강전은 그냥 운이었고, 4강전 때의 모습이 고작이에요."
진짜 자신은 아야나에게 어떻게 이겼단 말인가. 참으로 운이 좋다고밖엔 설명할 길이 없었다. 조금 쑥스러운지 괜히 웃음을 터트리며 머리를 긁적이던 그는 곧 들려오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아는 꼬마애? 누굴 말하는건가요? ...그보다 무슨 말을 들은건가요?"
아는 꼬마애. 들었던 그대로. 둘 다 그에게 있어선 고개를 갸웃하게 할만한 말이었다. 그러니까 아는 꼬마애에게 자신에 대해 미리 들어서 자신을 알고 있었다라는 것일까? 그렇다면 누가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고,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한 것은 당연한 말이었다. 이어 그는 괜히 어깨를 으쓱하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측은 한 표정 으로 테츠테츠오군을 올려다 봐 요 아니 정말로 이게 정말 그 무신에게서 가르침을 받은 것이 맞는 것인가? 아니 잘 생각해보면 기도를 안해서 그런 거일수도 있다. 테츠테츠오군 그냥 냅다 바로 활쏘기를 하려 들었으니까. 그러니까 문제가 되는 것은 기도를 하지 않아서가 맞는 것이다.
"카가리 신님께 한번 기도를 올리신 다음에 한번 다시 쏴보시는 것은 어떠시와요? " "지금의 테츠테츠오군으로는 정중앙을 맞추시는 것은 역시 무리일 것 같사와요. "
대충 "무신님께 기도하쉴? " 이란 말을 장황하게 돌려 말하고 있는 카와자토 아야나 되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