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토의 하루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오늘도 어김없이 카페로 향하고 있는 나오토네요. 아직 등교도 하지 않은 나오토. 어쩌면 마을의 카페를 찾는 게 먼저였겠지요. 나오토는 마을에 ' 카페 블랑 ' 이라는 카페가 있는 것을 알아냈고, 발길을 옮기고 있었어요. 오른손에는 손풍기를 쥐고 바람을 쐬며 걷고 있는 나오토에요. 손풍기에서 나오는 바람이 나오토의 연두색 머리를 더 찰랑이게 해주네요. 여름이라서 그럴까요? 손에서 선풍기를 못 놓겠네요. 그러니깐 어서 속을 시원하게 식혀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어야겠지만요!
그런데 카페에 점점 가까워지자, 한 소녀가 카페 앞에서 드러누운 채로 파닥거리는 것이 아니에요? 나오토는 이 마을에서도 젊은 취객이 있겠거니 생각했어요. 오랜 시간 동안 인간과 함께해온 나오토였기에, 대낮에 거하게 한잔하고 취한 사람을 봐도 이상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거든요.
그래도 바닥에 계속 저렇게 있으면 위험하겠죠? 나오토는 취객으로 오인한 아야나를 챙기기 위해서 가까이 다가갔어요. 그런데요? 나오토는 아야나가 외치는 말을 듣고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꼈어요. 메론소다, 어서 문을 열라. 어어?
' 설마...잠시만.. 이 쎄한 기운은... '
' 인간이 다녀간 흔적도 아니다. 요괴가 다녀간 흔적도 아닐 것이다. '
' 이것이 신이 다녀간 흔적이다. 카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
나오토는 카페에서 느껴지는 신의 기운을 감지했어요. 그렇기에 카페에 가까이 가서 문을 보아하니, 장기휴업을 한다는 표시를 보고 말았어요! 일단 신이 다녀가고 말고를 떠나서 나오토도 역시 나라를 잃은 표정을 짓기 시작했어요.
이 동네에서 갈 만한 카페는 이곳 밖에 없다고요! 나오토는 고개를 도리도리 돌리며 한숨을 푹 쉬었어요. 여기 드러누운 여성분도 취객이 아니고, 카페가 닫아서 잠시 절규를 하고 있을 뿐이었구요. 나오토는 쭈그려 앉아서 드러누운 아야나에게 말을 걸었어요.
훌쩍 훌쩍 훌쩍 이며 끼에엥거리던 아야나는 그제서야 누군가가 옆에 있음을 알아챘다. 당연하게도 이 짱 쎈 신 님 께서는 기척을 완벽하게 숨기고 다니시는 분이셨기에 이분이 신인지는 파악을 못했고, 그냥 교복을 보고 지나가던 학생쨩으로 파악하였다. 이 카페가 언제 열지 알수 있냐는 물음에 아야나는 그제서야 몸을 일으키고는, 모른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보였다.
"모르겠단 것이와요. 갑자기 문을 쾅!!! 닫고 장기휴업을 해버린 것이와요. 임시 휴업이라고는 하는데 언제 열지는 알수 없다는 것이와요. "
"그리고 이게 오늘로 벌써 며칠 째 이러고 있는 것이와요. " 라 덧붙이고는 아야나는 대뜸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카페 정문을 향해 다시금 절규하기 시작하였다.
"류지류지구우운 안에 있는거 다 아니까 제에에에바아아아알 문 좀 열어서 아야나에게 메론 소다를 팔아달란 것이와요오오오오오!!!!!!!!!!!!!!!!!! 왜!!!!! 대체 왜!!!! 문을 닫으셨는지에 대한 사유는 들어봐야 하지 않겠사와요????? 어서 문을 열고 아야나에게 500엔을 받아가시는 것이와요오오오오오오"
안녕하세요? 메론 소다 좀비라고 합니다. 메론 소다를 못 마시면 입안에 가시가 돋아 죽습니다. 그리고 오늘이 며칠 째인지 아십니까?????예??????
' 이 카페에서 신의 기운과 함께 요괴의 복합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 소녀구나. 그것도 아주 어린 요괴. 요괴이긴 하나, 나에게는 무해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으니. '
' 모르는 척을 하는 것이 적당한 처세일 것이다. '
' 아, 근데 아메리카노. '
나오토는 몸을 일으킨 아야나의 대답을 듣고서는 " 그래요? " 라는 대답과 함께 한숨을 푹 쉬었어요! 아야나 만큼 격한 반응은 아니었지만 나오토 역시 실망한 표정이 눈에 보였어요. 벌써 며칠 째 이러는 것을 보면 휴업을 꽤 오랜 기간 동안 했나봐요? 앞으로 언제 열지도 모르는 카페를 바라보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어요. 아야나가 카페를 향해 절규를 하기 시작하니, 나오토는 아야나를 진정시키기 시작하네요.
" 저기.. 얘기를 계속 들어보니깐.. 이름이 아야나씨 맞으시죠? 저는 하루카와 나오토라고 해요. 이제 곧 3학년으로 전학올 예정이죠. 아야나씨? 아야나씨가 멜론소다를 마시고 싶은 것처럼 저도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어서 미치겠어요. 그런데 이렇게 한다고 카페가 열리진 않잖아요..? 류지군이라는 사람도 난감해할지도 몰라요. 봐봐요.. 동네사람들 다 쳐다본다.. 그러니까요. 다른 곳을 찾아보는 게 어떨까요? 여기 말고도 음료수를 파는 곳을 그래도 있을 거에요! 응? "
나오토는 커피를 못 마셔서 입안에 가시가 돋칠 정도로 갑갑했지만, 그래도 미소를 짓고 나긋나긋하게 절규하는 아야나를 어린아이 달래듯이 진정시키려고 했어요. 이것이 먹힐지는 모르겠지만요..!
"다른 곳이요? 다른 곳은 없는 것이와요. " "류지류지군만큼 달콤한 메론소다를 만들어주는 직원쨩은 없사와요. "
이 어린 요괴 제법 단호하 게 학생쨩? 을 올려다 봐요 아니하지만 진짜로 이 근처에서 아야나의 마음에 드는 메론소다를 만들어준 곳은 류지류지군의 카페 블랑 뿐이었으니까. 그래도 학생쨩의 말은 알아들었는지 그제서야 파닥거리며 절규하던 걸 멈추고는 문을 가리키며 물어보이려 하였다.
' 인간이 탄생하기 훨씬 전부터 살아온 나도 가게를 가리지 않고, 아메리카노면 그저 만족하고 마셨다. 나 때는 이탈리아에서 아메리카노 주문하다가, 에스프레소하고 얼음만 던져줘도 알아서 만들어서 먹었다. '
' 그래도 아직 어리니깐 이해를 해줘야 될 터이니. '
나오토는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아야나의 류지군이 만든 멜론소다에 대한 고집에 속으로는 군신님께서 라떼시절을 운운하고 계셨어요! 이탈리아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그 날! 종업원의 ' 이 놈은 뭐지 '라는 눈빛과 함께 에스프레소와 얼음을 받고 " 이탈리아는 그딴 거 취급 안 하니깐 알아서 만들어드쇼. " 라는 말을 들었던 시절! 근데 그걸 또 지 혼자 만들어 먹어서 만족하던 나오토의 과거!
그런데요. 아야나가 대뜸 나오토에게 카페 안에 타는 기운이 나지 않냐고 물어보네요. 떠보기 위한 것일까요? 나오토는 아야나가 요괴인 것을 기운 만으로 알아차렸지만, 아야나는 아직 나오토의 신분을 알 수 없었어요. 나오토는 확실히 타는 기운이 느껴졌지만..
" 네? "
나오토는 아야나의 물음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정문에 다가가서 킁킁 냄새를 맡아보고는 했어요. 뮤지컬 배우 하루카와 나오토, 연기가 제법 뛰어났어요. 그러고나서는 다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야나에게 묻네요.
나리야가 마무리되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그는 4강전에서 떨어졌다. 일단 나리야 자체는 적팀의 완전한 승리였고, 그는 가만히 뒤로 빠져나와 전광판을 바라봤다. 조금 씁쓸한 감정이 있긴 했으나 그는 굳이 그 감정들을 표현하진 않았다. 경기에선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것이며 이런 체육제에서 반드시 꼭 이겨야 하는 것 또한 아니었다.
'그렇지만...'
조금 복잡한 심정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세상 살면서 그런 감정들을 어떻게 다 표출하면서 살겠는가. 일단 아쉬운 감정은 잠시 가라앉히기로 하며, 그는 달리기를 하기 전에 몸이나 풀겸... 살며시 저편으로 가서 몸을 풀었다. 달리기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는 분야였다. 여기서는 그래도 어느 정도 활약은 해야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두 다리를 쭈욱 쭈욱 뻗으면서 몸을 풀었다.
"하나. 둘. 하나. 둘."
조용히 여러 번 외치면서 그는 쭈욱, 쭈욱 다리를 뻗었다. 쭈욱, 쭈욱. 그러다가 옆을 지나가는 이와 부딪칠 것 같았기에 그는 빠르게 몸을 옆으로 치우면서 바로 근처에 있던 이에게 사과를 보냈다.
"아. 죄송해요. 혹시...부딪치진 않았죠?"
딱히 부딪힌 느낌은 없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었다. 확인을 해서 나쁠 것이 없었으니 그는 그렇게 물어보면서 답을 기다렸다.
콘소메맛 감자침을 바구니로 던졌다. 그 속에 든 무더기와 부딪혀 밖으로 튕겨나온다. 짧게 혀 차며 집어들고서 바구니를 미야비에게 건넸다. 계산은 몫이 아니었음에 휘파람이나 픽픽대며 주변 훑었다. 모로 살피다 개새끼 짖어대는 소리에 고개 틀었다. 들은대로 한마리가 이리로 달려온다. 그을린 피부에 미야비와 별간 동등한 높이였다. 캉캉대는 목청은 채 성숙치 못한 청춘을 닮았으나, 그 중심에는 변성기 앞둔 무게감이 존재했다. 작은 체구에 걸맞지 않는 단단한 몸체. 어디로 보나 남자 새끼라 곧 관심 끄고 매점 입구로 눈을 돌렸다.
"요즘 개 사육이 유행인가. 히데... 랬나? 들으라고 뱉은 소린 아냐. 그냥 농담으로 흘려."
당최 계집 앞에서 좋다고 살랑살랑 꼬리 흔드는 꼬락서니는 나나 저 개새끼나 별반 다를 바 없다. 아니지, 쟤는 일순이나마 사랑 받고 있으니 매번 찬밥 신세인 나보다야 처지가 앞섰다. 별반 동네 똥개보다 못한 신세에 한숨이나 앓으며 여전히 입구 직시하는데, 노상 내 주인은 올 생각도 안 한다. 불 붙어 죽었나, 열에 시달려 누웠나. 무엇이든 탐탁잖기 그지없다.
"에효 씹.. 개새끼 사이에도 서열이 있지. 네가 나보다 낫다, 야."
강아지 쓰다듬는 미야비에게 시선 한 번, 좋다고 웃어재끼는 똥개한테 눈길 두 번. 이내 마주보고 응시하며 악수 겸 손을 내밀었다.
"네.. 저는 히무라 나기구요. 병신에다 개새끼입니다. 저보다 형편 좋으신듯 한데. 앞으로 잘 부탁드려. 이건 네가 사. 나보다 잘났으니까."
"에에잉 자세히 살펴보시는 것이와요. 분명히 여기서 무언가가 불탄 흔적이 느껴지는 것이와요. "
탄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말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아야나는 설명을 시작했다.
"문쪽에서 왼쪽? 오른쪽? 카운터가 있을 자리같아 보이는 벽쪽에서 뭐가 불타버린 듯한 냄새 가 나는 것이와요. 꼭 종이를 불태운 것 같이 고약한 기운이 나는 것이와요. 그리고 문 밖에서도 확실히 느껴지는 이 기운. 뭔가 태양열로 지져지기라도 한 듯한 탄 내와 탄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와요. 불쾌한 기운인 것이와요. "
평소에는 신 과 요괴 정도만 구분할줄 아는 카와자토 아야나가 어떻게 이렇게 자세하게 파악하고 있는가? 상극의 힘을 지니고 있는 자는 서로의 기운을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법이다. 카에루족 캇파인 모든 이들이 쓸 수 있는 힘은 물의 힘. 그리고 물의 힘을 유난히 강하게 사용하는 아야카에루. 이 상극의 기운에 진저리를 치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이 벽과 창문 정문 그 어디에도 불탄 흔적은 존재하지 않는다. 태양 혹은 불의 신이 이곳에 다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