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게이트의 산촌 마을. 봄을 맞이해 지역 축제가 열렸는지 조금은 화려하게 꾸며진 마을 광장에, 지역 상인들이 운영하는 부스 서너 곳이 특산물이나 기념품, 음료와 먹거리를 선보이고 있고, 사람들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으며 이야기를 하거나 광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평화롭지만 게이트 바깥과는 다른 이질적인 광경 속에서, 바람에 날리는 꽃잎과 함께 은근슬쩍 분위기에 감성을 더하며 섞여드는 가야금 소리를 따라가보면... 강산이 간이 가판대 근처 빈 자리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서 가야금을 타고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은은한 미소를 띄고 눈을 빛나며, 연주에 집중하고 있다.
//스타듀밸리 보니까 축제를 참 많이 하길래... 진행 중에 기사재전을 못 갔다면 일상 중에라도 축제가 열리는 게이트에 가면 되잖아?...라는 발상을 했습니다.😄
"..." "그 신은 '죽음'이라는 개념을 뒤집는 것 외에도 정신에 간섭하는 것도 가능해요. 제가 평소 행실이 있으니 믿기 어려운 건 부정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한 교단의 교주이자 신께서 직접 지명하신 제사장이에요." 하아, 결국 한숨을 내쉰다. 주변에 자꾸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지.
"강철씨께서도 바티칸에서 유사한 사태를 경험하셨는데 다행히도 그 분은 큰 부작용 없이 넘겼지만 그 순간에 신성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받았다 하셨어요. 물론 시윤씨를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요. 괜찮으시다면 전후 사정을 들려줬으면 해요." 사실 상태만 보아도 넘어가지 않았다는 건 보이니까 오해하지는 않아요. 라 덧붙이면서 바라본다.
"그렇다면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겠네요. 워낙 제멋대로인 신성이니 사실 세세하게 이유를 따지는게 의미가 있을까 싶어요." //5
"그 부분에 대해서 이견이 있을까. 직접 경험한 몸인데. 여태까지 쌓아온 것도, 내 미천한 인간적인 고집도, 어렴풋이 있던 기적의 잔재도. 전부 무력하더군. 무엇 때문에 저항에 성공해서 이런 환자 처지로 운 좋게 거쳤는지 조차, 나는 이해하지 못해."
누워서 천장을 깜빡 깜빡 보면서 그렇게 얘기한다. 내가 시도한 저항은 그 무엇하나 힘을 보지 않고 미미하게 짓밟혔다. 내가 여기에 누워있는 이유는, 단순히 운이 좋았거나. 내가 모르는 무언가의 가호 덕분이라고 밖에 할 수 없겠지. 드물게도 약한 소리를 한다고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객관적으로도 약했으니 별 도리가 있을까.
의기소침하다고 해야할까 충격을 받을 만한 일을 겪은 사람 치고 덤덤하다고 해야할까. 눈을 내리고 반쯤 한탄이라 부를 수 있을 독백을 듣다 머뭇거리는 낌새로 고개를 살짝 돌려 먼 곳을 잠시 바라본다.
"바티칸이 직접 나서 몇 번이나 봉신을 시도했음에도 실패한 상대에요. 너무 자신을 몰아붙이지 말아요." 그 바티칸이 원흉의 서포트를 받아 침입한 적에게 무방비로 노출되어 당했으니 한 개인이 무력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신도, 운명도 인간의 의지로 거스를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상대에게 말해서 좋을 건 없어보였다. 더군다나 그렇지 않아도 평소와 다르게 묘하게 예민하고 의기소침해 보였다. 다시 고개를 돌려 앞을 보고 얘기를 건넨다.
"미안해요. 하지만..." 다시 머뭇거리다 입술을 달싹이다 다시 말을 잇는다.
"제겐 중요한 일이라." 바티칸의 심문에 진저리를 쳤음에도 저도 어쩔 수 없는 종교인이라고 린은 죽은 심장과 관련된 일에는 상당히 예민해져있었다.
위로의 말에 어깨를 으쓱였지만. 사실 정말 그럴 생각이 없는지는, 스스로도 잘 모를 일이다. 나는 지금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습격 직전에도 에브나랑 비슷한 얘기를 나눴던 것 같다. 요 근래에는 나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연달아 부딫혀오고 있다. 어른처럼 유능하게 사태를 해결할 수도 없고, 아이처럼 무책임하게 울 수도 없는 위치인 셈이다.
".....뭐. 이해 해. 딱히 의심받고 있다고 생각한건 아니고. 자그마한 심술을 부려봤을 뿐이야."
생각보다 망설이면서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 썩 마음이 불편해져선 창가로 시선을 돌리며 농담을 거뒀다.
"그렇군. 특별반의 길드화가 성립되었어. 내가 UHN지부에 찾아간김에 담당자와 교섭을 좀 잘 풀었거든."
단톡방에도 올렸던 것 같은데, 아무도 관심이 없나보다. 뭐 이해한다. 나 포함 다들 바쁜 시기니까.
조금 망설이기나 할 것이지. 전혀 찔리지 않는것마냥 어깨를 으쓱이는 소년 앞에서 린은 순간 다시 한숨을 쉬거나 아니면 팔짱을 끼고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어야 할지 망설였다. 그 사이에서 그녀가 택한 답은 그저 눈을 굴리며 알겠어요. 라고 전혀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어조로 한 마디를 하는 것이었다. 사실 그녀도 남들에게 자신을 몰아붙이는 이미지로 보이는 건 매한가지였다.
"...최근에 축제를 즐기시고 있다고 들었는데 소식을 받지 못한 사이 꽤 많은 일이 있었던 모양이에요." 바티칸에 적이 기습침공하고 도시 전체가 마비되어 연락을 볼 틈이 없었다 말하면서 다시 차분한 얼굴로 돌아온다. 심술을 부렸다 토로하며 창가로 몸을 돌리며 평소 보지 못한 모습을 보이니 지쳐도 많이 지쳤나보다 싶었다.
"정말 고생하셨다고 말하고 싶지만...솔직하게 말해서 의외에요. 대운동회까지 가지 않더라도 최근 사건이 있으니 그들이 저희의 독립을 허가할거라 생각하지는 못했어요. 아무리 그 뒤에 암묵적인 조건이 걸렸다고 해도 말이죠." 다시 말을 끊고 아주 짧은 침묵을 유지하다 한마디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