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은 가만히 앉아 지난 전투를 복기한다. ...그러고보니 생각해볼만한 점이 몇 가지 있었지.
1. 엘 데모르로 식인귀의 움직임을 방해하려고 시도했을 때. 일시적으로 대상을 격리하는 것에는 성공했으나, 식인귀의 접근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왜?
단순히 거리를 벌리고 장벽을 만드는 것에서 그쳤기 때문이다.
이번 일로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엘 데모르로 기본적으로 만들어지는 장벽은, 아무런 속성도 부여하지 않는다면 비각성자는 몰라도 각성자를 가두는 데에는 충분하지 않다. 만약 엘 데모르를 단순한 아군의 보조가 아니라 제대로 공격과 방어에도 활용하고자 한다면, 장벽에 속성을 부여할 방법을 찾아야겠지.
2. 식인귀의 의념기에 갇혔을 때, 자신은 어떻게 식인귀의 기척을 느꼈는가?
그것은 아마도, 강산 자신이 직감했던 대로 식인귀의 의념기가 공간 장악 혹은 필드 장악의 형태였으며, 또한 강산 본인에게 엘 데모르로 공간을 지배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리라. 그렇다는 건 강산 자신이 엘 데모르를 시전 중인 상태에서는 확실하게 공간 조작을 감지할 수 있다고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엘 데모르를 단순히 기척 감지용으로만 사용하기엔 망념 소모가 지나치게 크다. 어쩌면 이 감각을 좀 더 수련한다면, 혹은 좀 더 증폭시킬 수 있다면 괜찮은 기척감지 기술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강산은 그런 기대를 해본다. 아직은 희망사항이지만.
3. 디버프 '의념 과도화(?)'의 원인?
도기코인의 보조를 받긴 했지만 자신의 본래 수준을 초과한 무리한 행동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도기코인이 없었다면 그 자리에서 망념화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강산은 그 '미친 짓거리'를 후회하지 않았다. 이 어둠을 부정하고 모두를 -특히, 자신을 희생하려던 우빈의 목숨을 구한다. 당시의 자신이 바란 것이 바로 그것이었고, 그 의지를 관철해냈으니까. 어차피 그 순간 한계에 도전하기를 조금이라도 더 망설였다면...누군가 한 명은 반드시 죽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게 우리 모두가 될 수도 있었고.
가끔은 무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바라지 않는 흐름을 거스르고 죽을 목숨을 살려낸 것으로는 오히려 저렴한 대가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런 위급상황이 아닌 한 엘 데모르로 무리하게 필드 태그를 제거 혹은 무효화하려 시도하는 것은 아직 자제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토고는 괴물의 말을 듣고는 기가 찬지 허허 웃는다. 더 이상 힘드냐는 말은 딱 봐도 도발 같았다. 거기에 응해줄 필욘.. 없겠지. 지금 상황을 보자. 토고는 시야에서 자오 한을 포착한다. 자오 한의 상태는 썩 좋다고는 볼 수 없었다. 필시 성자의 저주? 같은 것에 당해버린 것이겠지. 맨 처음 자신의 팔을 비틀게 한 그것과 비슷한... 후우, 체스에 비유하자면 킹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 거랑 똑같은 거 아이가?
내가 해야 할 일은 변함없다. 그녀가 은신을 할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지금 치명적인 한 방을 넣을 수 있는 건... 이른 바 퀸인 그녀이니까. 토고는 숨을 내쉰다. 이런 역은 맡기 싫지만 토고는 어그로를 끌기 위해 괴물에게 총탄을 연사한다.
차오르던 망념을, 새로운 지평을 열어 해소해낸 철이 작게 숨을 내뱉는다. '아직까진 균형이 유지 되고 있지만, 더이상 빠져 있기에는...' 야성으로 들끓는 사고를 최대한 억제하며 그는 자신의 스태프를 강하게 쥐었다. 뜨거운 체온과 상반되는 차가운 금속의 질감이 약간의 여유를 선사하고-
" ...제가, 잠깐 시간을 벌어보겠습니다. 부탁합니다 여러분. "
철은 안타미오와 토고에게 눈짓하며 자신의 품 안을 뒤적거렸다. 평소보다 더욱 커진 팔 때문인지 몇번 바로 잡아채진 못했지만, 어떻게든 잡아 챌 수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특별반의 인원들에게 생겨나기 시작한 특이한 강아지가 그려진 코인. 이것을 이용한다면- 많은 이적을 일으킬 수 있었지만... '내 관점에서 가장 말이 안되는건 역시...' 수많은 촉매와 사전 조율이 필요한, 각인된 기술을 끌어내는것이 아닐까? 철은 그러한 생각을 하며 자신의 스태프를 하늘로 들어올렸고, 스태프의 끝에 자리한 사파이어와 코인이 맞닿자 강렬한 의념의 파장이 맥동한다. 멸망한 공국의 잔재를 흩뿌리며 찬란한 마도식이 허공에 흩뿌려진다.
각인마도 강제발현
피에트라 아눈니에
도기코인이 사파이어에 녹아듦과 동시에 환하게 빛나는 의념의 빛이, 하늘로 그 손길을 뻗어나갔다.
#도기코인을 10개 소모하여 '지혜와 냉정의 걸음' 장비의 '피제스의 빛' 옵션을 사용합니다. 목적은 합체한 세례자의 행동을 저지하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