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엄청 센 신이라고. 쇠락했단들 지금에 와서도 강함만은 자부할 수 있다. 그러니 분명 옳은 말은 맞건만…… 그 기준이 저 녀석을 깨물 수 있어서라 한다면 심히 기분이 묘해진다. 무신은 저도 모르게 제 뒷머리 거세게 흩뜨리다 입을 열었다.
"무신이다. 전사戰事와 싸움, 무예야말로 내 격이니라."
숭앙에는 사실 그리 거창한 당위가 필요치 않다. 고대로부터 인간은, 혹은 무언가를 믿고자 하는 자들은 으레 허락지 않았음에도 무엇이든 우러르고자 하는 기질 있었으니. 친숙하기에, 혹은 경애하기에, 혹은 두려워하기에 신앙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 대상이 선신이든 이지 없는 한갓 짐승이 되었든간에. 그러니 저 요괴가 무슨 이유로든 무신을 믿겠음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이어지는 말에 틀렸다 말하지 않은 것 또한 같은 까닭이다.
"……너, 자못 영특하군. 이치를 제법 바르게 볼 줄 알아."
어찌 저로서는 못 들은 체 넘어갈 수 없는 말만을 골라 꺼내는지. 그것이 괜히 괘씸하여 절로 손이 간다. 그는 검지를 뻗어 아야나의 이마 한가운데를 툭, 가볍게 밀치려 들었다. 이번만큼은 여태껏 그러했듯 은근한 짜증이나 귀찮음 묻어나지 않았다. 이 손길 구태여 형용하자면, 약간의 가상함과 칭찬의 기색 담겼다 할 수 있겠다.
"그래. 하늘 아래 모든 것들은 욕망하는 존재로서 태어났으며, 욕망은 그 자체로 그르지 아니하다. 무어라 한들 우리는 원하고 탐함으로써 살아가는 중생들이니. 하나 그 바람이 무엇을 향하는지는 중하느니라. 스스로 어떤 욕망을 추구할지 견지하며, 제 욕망에 어떤 마음이 개입하고 있는지 경계하지 않거든 우리는 삶의 고통으로부터 영원토록 벗어날 수 없으므로."
불법佛法의 설說 이르기를 중생은 탐욕貪慾과 진에瞋恚와 우치愚癡의 삼독三毒을 제거함으로 고락에 흔들리지 않는 열반에 다가갈 수 있다 하더라. 하나 우리 사는 세상은 욕망의 세계이며 욕망하는 존재로서 태어난 유정有情이 무욕을 강박하는 것 또한 바르지 않으므로, 욕망을 경계하라 함은 곧 욕망이 탐욕으로 변질하지 않도록 이끎을 뜻한다. 이와 같이 욕망은 그 자체로서 악하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정도를 넘어서고 이기利己만으로 이루어진 탐심에 닿는다면 이는 곧 미혹이고 어리석음이니. 욕망은 불과 같아서 쓰기에 따라 품은 자를 불태우기도, 만인에게 온기를 베풀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신은, ■■■은 이치를 건너다볼 수 있는 자리에 있으면서도 끝내 그 위位 불태우고 부서지길 택한 신이었다. 신으로서 처음 세상을 인지했을 적부터 심중에 늘 꺼지지 않는 불이 있었다. 옳게끔 다스리고자 하면 할수록 그것은 점점 신의 이지마저도 불살라서, 결국은─ 삼거화택三車火宅의 비유에서 말하기를, 탐욕과 번뇌에 눈먼 행태는 불 속에 타들어갈 처지도 모르는 채 뛰놀길 멈추지 않는 어린아이의 모습과도 같다 했던가? 하나 나는 차라리 타고난 악성에 몸 맡기어 기꺼이 불타 죽을 테다. 고락 없는 정토 따윈 당초부터 바란 적도 없다. 그렇기에 영영 금수밖에 되지 못하겠지. 신의 면에 떠오른 미소란 제법 유쾌했다.
"이해하다마다. 이 나야말로 과욕하여 자멸한 처지인 것을. 나 또한 그런 자라 한다면 네 어찌 답할 셈이냐?"
A.시트 낼 때까지만 해도 그냥 옛날엔 그랬었다~정도로 퉁치고 본편에서는 어필 안 하려고 했어요 근데 어쩐지????? 굴리다 보니까 점점 설정 안 해놨던 과거사에 살이 붙더니 안 지으려던 호법신 이름까지 만들어지고... 거기에 류지의 '탐욕' 설정과 아야나의 질문과 뒤늦게 조사해 본 불교의 욕망 철학이 절묘하게 맞물리는 바람에... 크아아악
"그런가요.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당신이 그러고자 했다면 그런 것이겠네요. 과거의 일에 대해서 당신을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고, 분한 마음만큼은 이해합니다. 당신의 복수심에 대해선 더는 말을 얹지 않을게요. 다만, 계략과 모략과 이간질로 억지로 가면을 벗겨내어 추한 모습을 눈에 담는다 한들 당신의 분이 풀릴지는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가장 잘 아시다시피 이간질은 사람을 다투게 만들죠. 애당초 가면 속 얼굴이 깨끗했더라도, 그렇게 벗겨낸 알맹이는 이미 썩어버렸기 마련이지 않을까요?"
네코바야시는 기만의 신을 향해 빙긋 웃어 보였다.
"그보다, 제가 제안을 올릴 입장은 아닙니다만, 제 기억을 지우지 않고 입막음과 구속을 풀어주시는 건 어떠세요? 저는 당신의 말을 필시 따를 것입니다만, 제가 감히 당신에게 하는 행동들이 기만인지 진실인지 알아보는 것도 당신에게 있어선 재미있는 놀이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만약 기만이었다면 목숨을 거둬가셔도 억울해하지 않을게요."
끼엥 소리를 내면서 가볍게 밀쳐져도 좋다는 듯 웃어 요 이번에 닿는 느낌 웬일로 평소답지 않게 상냥하다. 하지만 어떤 손길이든지 솔직히 말하자면 괜찮다. 가르침을 주는 손길이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카와자토 아야나는 초롱초롱 눈빛을 밝히며 이어지는 카가리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하늘 아래 모든 것들은 욕망하는 존재로써 태어났다라. 그렇다면 무언가를 [ 가지고 싶다 ] 고 생각하는 마음도 같은 마음인 것일까? 무엇에 의해 탐욕이 되고 순수한 열망으로 결정지어지는 것인지는 중요하다. 단순히 욕심인 것인지, 아니면 순수히 닿기를 바라는 동경인지는 중요하다. 그렇기에 아야나는 지금의 설명을 듣고 확신했다.
그 때의 눈빛은, 탐욕이 맞았다고.
탐욕이 맞았다 할지라도 어찌됐던간에 순수한 열망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누군가를 해치면서까지 얻으려 하는 탐욕이 아닌, 순수히 무언가를 모으려 하는 열망이라면. 잘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을까? 위에 다다르고자 하는 열망 누구 하나 없을 리가 없다. 당장 이 작은 캇파 역시 위에 오르고자 하는 열망이 존재한다. 지금의 무신武神을 바라보고 있는 카와자토 아야나는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 뭐가 되었던 간에 [ 무엇에 의해 ]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가 중요하다. 그렇기에.....
"사찰의 늙은 벗나무는 소원을 먹고 자란다더라. 네 덕에 쥐었어. 너도 돌려 받을 날 오겠지."
선고는 곧 순응을 의미했으나 그 심지는 예리했다. 아무렴 좋다. 변덕의 말로에서 결국 소유한 사람은 나였고, 종국에 깃을 쥔 사람도 나다. 나는 내 것에 너그러운 반면 너는 한결같이 무력함에 남은 의무는 내다버린 다정을 얌전하게 받아먹는 것. 저주를 외는 입에는 내가 근원 된 붉음이 한창. 즉, 너 또한 기어코 나의 것. 하나는 이뤘고 남은 건 네 것. 소원도 저주도 그 결이 같음에 언젠가 네 염원대로 흐를 터. 그날에 달빛이던 손톱이던 진탕 박아봐라.
"죽을 때까지 네 편이나 해줄게."
입술을 훑으면 결 따라 네 온도가 전해진다. 숨 나눴던 순간처럼 줄곧 뜨뜻하다. 목을 어루만졌다. 이곳에는 우미 스미레의 손자국이 녹은 듯했다. 길고 가녀리며 표독스럽다. 잠시 마주보다 네 목덜미 향해 고개를 들이밀었다. 들숨 길게 삼켰다. 내 것인 네게선 짠내 대신 탄내가 났다.
"오늘부로 네가 상전이야. 공주, 공주 불러줘? 여자애들, 그런 거 좋아하잖아. 그러니까..."
네 턱 아래에서 호흡하며 눈만 치켜올려 어거지로 시선 맞춘다. 눈길이 걸었던 궤적 따라 얼굴 들어 숨소리 수차례 빼앗길 거듭하려 들었다.
후히히 웃으며 양 손으로 브이 를 해 보 여 요 아니아니 아무튼 진짜로 전력을 다해 걸어가고 있는 게 맞는 거니까. 비 오는날 인간형일 경우 카에루족 캇파들이 보통 어떻게 되는지를 생각하면 이정도야 지 극 히 정상으로 걸어가고 있는 것이 맞다. 원래는 보건실에 있어야 하는 몸이지만! 지금 준비해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럴 수는 없다!!!!!!! 그렇기에 카와자토 아야나는 모노리를 향해 이렇게 제안해 보이려 하였다.
"괜찮다면 모노리 신님도 아야나와 같이 체육관에 가보시겠사와요~? "
"엄청난 것을 보여드릴 수 있답니다! " 라 말하는 모습 제법 자신만만했다. 아니아니 잠깐만, 그 상태로 뭘 보여줄 수 있는데. 아무튼 지렁이 기어다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