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 이곳은 동네 작은 병원. 개원한지 꽤 됐는지. 누런 타일에 먼지 낀 창문은 전부 나무틀이고. 카운터 앞에 놓인 안내문도 빛이 바래 글씨가 흐릿하다. .....여러모로 세월의 흔적을 엿볼수 있다.
한산한 대기실에는 마스크를 거의 눈까지 올려쓴 히데미가 앉아있다. 여름 감기는 개도 안걸린다고 했는데. 환절기에도 고작 체육복 한장으로 돌아다니더니 결국 사단이 난것이다. 양 옆으로는 나이 지긋한 노인분들이 앉아 낡은 TV 브라운관에서 나오는 바둑 경기를 시청하고 있다.
"에, 에, 에, 에─ㅅ치!야...........!"
기를 모으듯 단조로운 입소리 끝에 격한 재채기 한방! 앉아 계시던 할아버지들이 놀랐는지 느긋하게 반쯤 감겨있던 눈이 똥그래졌다. 꼬맹이는 민망한듯 베시시 웃음을 흘리며 머쓱한 표정을 짓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기 이름을 호명하는 간호사 아주머니. 뒤따라 진료실을 종종걸음으로 들어가면 머지 않아 안에서 '으야아아아아아ㅏㅇ아갹─────!' 호들갑스러운 비명소리와 함께 도망치듯 문을 열고 나온다.
KFC 할아버지를 닮은 의사선생님의 푸근한 인상에 그만 당해버리고 말았다. '감기라구용? 고럼 주사를 맞아야겠넹 잉~' 이라고, 바로 돌변해버릴줄 누가 알았겠냐고. 찌릿찌릿한 엉덩이를 손으로 문지르며 터덜터덜... 눈물을 찔끔하며 카운터 앞을 지나던 찰나. 벽에 놓인 신장계에 잠시 시선이 뺏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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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아주머니의 손을 빌려 신장계 위에 올라선 히데미. 두근두근 하는 마음으로 정수리에 점점 가까워지는 턱을 올려다본다. 잠시후 '똑' 멈춰선 턱이 가리킨 숫자는.... 「158cm.」
"오오오─ 엄마야 말이 참말이어따─!!!"
일찍 코야 하면 요정들이 나타나 보이지 않는 나사를 끼릭끼릭- 풀어주고 사라진다고. 그래서 꼭 엄마야 말처럼 일찍 잤는데. 확실히 그 보람이 있다!! 신이 잔뜩 난 꼬맹이는 아주머니에게 땅콩 캔디를 하나 받아들고 우당탕탕 요란하게 계단을 뛰어내려간다.
바깥 풍경은 어느덧 무성해진 푸른 잎과 쨍쨍한 햇살. 그리고 푸른 하늘. 또다시 여름이 찾아왔다───!
평소대로였다면 퉁명스러운 반응 나오고도 남았겠지만, 저를 신앙한단 말에 귀찮음 느끼기엔 신앙 하나하나가 아까운 상황이라. 결국 무신은 떨떠름한 표정 지으면서도 이리 물을 수밖에 없었다.
"이 몸이 무슨 신인지는 알고?"
그래. 동경하는 마음 또한 받들고자 하는 마음이니 뭐가 되었건 신앙에 까다로운 기준 둘 생각은 없다. 다만 딱 하나 확실해진 것만은 하나 있었다. 이 요괴가 제게 신앙 지닌 한, 신앙이 필요한 무신은 이 요괴를 귀찮다며 죽이거나 내치기 어려우리라.
"알도 일단은 배에서, ……아니, 이 이야기는 되었다."
……하지만 지금 이 대답만은 대충 해도 되겠다. 무심하던 시선에 황당함 서리더니, 잠시 허공을 향했다 이내 아야나에게로 돌아갔다. 그러니까 견지하고픈 자세를 물은 것이 아니래도. 기실 아야나의 접근법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본디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선법을 닦고 스스로 진리를 구해야 하는 법. 제 나름의 대답을 계속해서 내는 태도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했다. 문제는 옛 호법신에게 있었다. 이름까지 잃은 마당에 참구參究 제대로 행할 리가 있겠는가. 이제는 武에 더욱 치중된 신께서는, 본래는 차곡차곡 짜임새 있게 마주 나눠야 할 마땅할 수많은 구결을 생략한 채 결론부터 툭 뱉었다.
"생에는 의미가 없다. 모든 것은 우연의 산물이니. 우주가 생겨나 이 세상이 만들어진 데에도, 네가 알 안에 생겨나기도 전 수정된 세포가 낱낱이 분열하던 규칙성에도, 그저 현상이 있을 뿐 그리해야겠단 의사는 없지. 생겨남 그 자체에 이유란 없다, 존재가 주어졌을 뿐. 욕망도 이와 같도다. 그저 이곳의 모든 것들은 욕망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욕망하는 존재로서 태어났기에 욕망함이라."
윤회에서 벗어나지 못한 생명이기에 욕망하고 즐거워하며, 그렇기에 괴로우나니. 생즉고生卽苦이며 이야말로 육도六道의 총칭과 통할지라. 간단히 마무리하고선 물끄러미 아야나를 바라보았다. 알아들었느냔 듯.
일단 캐입적으로 유우키는 아야나를 '여자'로 보진 않아. 물론 이게 남자로 본다는 것은 아니야. 그냥 아야나님으로 보지. 자제한다기보다는... 그냥 자신이 그런 마음을 품을 대상은 아니라고 인식하는 것도 있고... 어릴 적부터... 아마 유우키에게 있을 이름없는 소꿉친구보다 더 많이 봤을테니까... 가족이라는 느낌을 더 많이 받을 것 같거든. 아무래도? 뭐..일종의 케로로의 '우주'와 '케로로' 같은 느낌으로 보면 좋을지도 모르겠다 싶어! 물론 차후 서사나 전개의 흐름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현 시점에선 그래! 분명히 좋아하고 자신이 모시는 존재로 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연애적인 느낌은 아니다 정도? 그리고..생각보다 유우키가 항상 따라다니고 그러진 않아. 아야나와 따로 움직일때도 많아.
오너적으로 들어가자면... 기본적으로 난 이 관계가 잘못하면 선커로 의식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어느 정도 선을 자제하는 것은 있고 이렇 느낌으로 잡은 것도 있어. 실제로 가끔 선관을 이용해서 자기 관캐 찔러서 접점을 만든 후에 누구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려고 하는 케이스도 몇 번 봤거든. 그래서 약간 선을 그렇게 잡아둔 것은 있어! 이 이상 들어가면 유우키의 눈호관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뭐, 그건 중요하지 않으니 넘어가도록 하고! 아무튼... 분명히 관계는 그렇긴 하지만 오너적으로는 어느 정도 조절하는 것은 있다라는 것만 밝힐게! 선관이 있고 관계가 있지만 그렇다고 그게 둘이 커플 땅땅 이렇게 인식되는 것은 아야나주나 나에게나 조금 곤란한 일이기도 하고..무엇보다 내가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어서 말이지! 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렇기에 유우키가 특별히 아야나에게 연애적인 감정은 현 시점에선 품고 있지 않아. 차후 전개에 따라서 달라질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그렇기에 늘 말하지만 아..둘이 상당히 친하고 특별한 관계 같은데? 하고 사양하지 말고 아야나에게 다가갈 이들은 마음껏 다가가라! 유우키주는 신경 안 쓴다! 팝콘 냠냠 먹을거다.
그리고 아야나에 대한 이야기를 내가 일상을 돌릴때 속으로 막 묘사를 하거나 하지 않는 이유는 필요하지 않다면 굳이 언급을 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야. 물론 유우키는 아야나를 모시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우키가 아야나의 한 부분인 것도 아니고... 다른 이와의 이야기에 아야나가 나와야 한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물론 필요하다면 언급은 해! 어쨌건 아야나라는 캐릭터도 유우키의 서사에선 매우 중요하니까. 하지만... 이를테면 히데미와 유우키의 이야기에서 아야나가 꼭 필요하거나 등장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 그렇기에 굳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아야나의 이야기보다는... 유우키와 그 캐릭터의 이야기로 즐기려고 하고 있어!
>>628 헉. 성의없이 찌른 질문이라 더 미안해지는 장문의 답변...! 확실히. 어렸을 때부터 '모시는' 존재였다면. 으음... 우주와 케로로의 관계라는 말을 듣고 확 이해해버렸다. 오너적인 관점에서는. 조금 예민할 수 있는 질문이었겠네.😅😅 아무튼 맛있는 답변 배부르게 먹고간다-!!
ㅋㅋㅋㅋㅋ 뭐.. 저 부분에 대한 내 생각을 쓰려면 장문이 될 수밖에 없는지라! 덧붙여서 민감하다거나 기분나쁘다거나 하진 않아! 다만...뭐... 유우키주가 기분 나빠할까봐 이런 식으로 핑계를 대면서 아야나와 친해지려고 하는데 내 눈치를 보거나 내 허락을 받으려고 한다거나 그런 것이 나오면...그건 조금 기분 나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 (EX:아야나와 수영장 가고 싶은데 유우키주가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유우키가 가고 싶어할 것 같은데)
>>640 엄마는 집 나가고 아빠는 도박쟁이라고 하면 너무 불행 포르노일까. 나중에라도 언급할 이야기이긴 했지만. 나름대로 새벽에 우유 배달하고 낮에는 메이드 카페에서 몰래 일하고(?) 생활비는 적당히 충당하고 있는 수준이긴 해. 풍기위원이 된 이유라면. 실은 아야카미 학원에 들어오기 전에 여러 이유로 이지메를 당함 경험이 있기도 하고, 인터넷에 빠져있다 보니 풍기위원이라는 것을 동경하게 되기도 해서. 그저 이미지적으로 동경해서, 남들에게 무시받지 않으려고 든 것일 뿐. 교복 줄여입는 것도 정갈한? 풍기위원의 갭 적인 부분... 인터넷 매체에 의존한 불건전한 영향을 받아 따라하고 있는 것이긴 한데 어째서인지 그냥 지금 별 문제가 없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