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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단톡방 사다리타기에서 걸린 아지는 학년회식을 어디로 갈지 정하고 예약하는 업무를 세은과 함께 도맡게 되었다. 역시 이런 것은 얼굴을 마주보고 정해야 좋다고 생각해 둘이서 만나기로 했다. 부실에서 만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최근에 북극(남극) 컨셉의 카페가 생겨 마침 가보고 싶던 차였다. 그리고 세은과 맛있는 걸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개인적인 소망도 있었다. 그래서 아지는 카페를 회의 장소로 적극 주선했다.
그리고 평소처럼 10분 지각할 뻔했으니 최근에 운동을 해서 다리가 좀 빨라진 탓인지 딱 정시에 맞추어 카페 앞에 도착하는 것이다.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지 카페 문을 지나쳤다가 다시 돌아와서 헉헉대는 아지였다. 그러는 동안 아지의 주변을 공중을 날아다니는 무선 선풍기가 빙글빙글 돌면서 사방에 바람을 쐬여주고 있었다. 어깨에 맨 아쿠아백은 아지가 방금 수영을 하고 왔다는 걸 알려주었다.
[세은아~ 나 도착했어~ =͟͟͞͞=͟͟͞͞ ⊂(=͟͟͞͞=͟͟͞͞っ☉ω=͟͟͞͞☉)っ=͟͟͞͞] [어디 있어~? (๑˙ ▿ ˙๑)]
아지는 카페 앞 거리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정신없이 오느라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카페 안에 먼저 들어가서 시원한 에어컨을 켜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왜 사다리타기에 자신이 걸렸는가. 참 운도 없다고 생각하며 세은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학년 회식 장소를 정하고 예약을 하는 업무를 게을리 할 생각은 없었다. 어쨌건 걸리기도 했고 자신의 일이니 책임감을 다해서 생각할 마음이었으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그냥 가볍게 부실에서 만나서 여기저기 리스트를 보고 정할까 생각을 했었지만, 갑자기 북극 컨셉의 카페에 가자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건 또 무슨 소리인지. 갑자기 왠 북극?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일단 세은은 아지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디인지 조금 궁금하긴 했으니까.
아무튼 딱 시간에 맞춰서 그녀는 장소에 도착했다. 카페에서 만나는 것이라면 굳이 안에서 먼저 기다려서 음료를 먹기보단 딱 시간에 맞춰서 도착하는 것이 자신으로서는 마음이 편했으니까. 그리고 도착할 무렵, 자신의 핸드폰이 울렸다. 도착했다는 말과 함께 어디에 있냐는 메시지가 들어와있었다. 그것을 바라보거 세은은 굳이 답을 하지 않고 확인만 하고, 핸드폰을 자신의 크로스백 안에 집어넣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 헉헉대는 아지의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세은은 싱긋 웃었다. 이어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근처에 있는 나무 뒤로 숨었다. 그리고 크로스백에서 은우의 피가 담긴 플라스크를 하나 꺼낸 후에 몇 방울 꿀꺽 먹었다. 지금 입고 있는 옷이 밝은 베이지색 반팔 셔츠, 그리고 통풍이 잘 되는 회색 바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어 은우의 모습으로 변장해서 나타난 세은은 저벅저벅 아지를 향해서 다가갔다. 그리고 헛기침 소리를 내며 그를 불렀다.
"어흠. 쿨럭. 쿨럭. 한아지! 내 동생을 불러서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이냐!"
애써 웃음을 꾹 참으려고 하며 은우의 모습으로 변장한 세은은 가만히 은우를 바라보면서 싱긋 입꼬리를 올렸다.
조금 당황하는가 싶었더니 갑자기 친근감 있게 은우도 불렀냐는 말과 더불어서 셋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말이 나오자 세은은 살짝 당황했다. 1학년 회식인데 왜 3학년을 은근슬쩍 끼우려고 하는거야. 얘는. 그런 속마음을 토해내려고 하다가 그녀는 미간을 잡는 행동으로 대신했다. 이어 그녀는 작게 혀를 차더니 손가락을 퉁겼고 바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1학년 회식인데 왜 3학년... 그것도 부장을 끼우려고 하는 거야.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1학년 회식은 1학년끼리 하니까 의미가 있는거야."
톡 쏘듯 이야기를 하지만 어쨌건 시작은 자신이 먼저 했으니, 그녀는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괜히 흘려보내듯이 이야기했다.
"뭐, 장난을 이쪽에서 먼저 걸려고 한 것은 사과해둘게. 미안."
이어 그녀는 자신의 옷자락을 살며시 손으로 정리를 한 후에 가만히 카페 입구를 바라봤다. 굳이 여기를 선정한 이유는 나름 괜찮다는 것일까. 북극이 컨셉이라니. 추운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세은은 아지에게 말했다.
"들어가자. 일단. 안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 북극 컨셉이라고 했는데... 북극곰이 있다거나 정말로 추워서 벌벌 떨 정도는 아닌거겠지?"
은우가 미간을 잡자 아지는 아무것도 모른채 고개를 갸웃거린다. 설마 세은이 대신으로 왔다든가 하는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은우는 세은이로 변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세은이로 돌아온거지만 아지 입장에서는 변한 거다.
"와앗~"
리액션과 함께 입을 네모모양에 가깝게 벌리는 아지다.
"날 속였어~"
억울한 목소리가 먼저 튀어나오는 것이다.
"그치만 회식 장소를 정하는 것 정도는 같이 해도 되잖아~" "그런데 세은이 얘기를 들으니까 그것도 맞는 말 같아..."
아지는 툴툴거리며 세은이를 따라 반대편으로 고개를 휙 돌리는 것이다. 그래봤자 세은이 사과하자 슬금슬금 세은에게로 고개가 돌아오지만 말이다. 장난을 당해놓고 바보같이 싱글벙글 웃으면서 용서해준다.
"괜찮아~ 놀라긴 하지만 재미있었어~"
그러고서 아지는 세은을 따라 카페로 고개를 돌린다. 눈이 소복히 쌓인 듯한 모양의 간판이 눈에 띈다. 다음으로는 오픈 기념 이벤트로 SNS에 사진과 후기를 올리고 직원에게 보여주면 귀여운 북극곰 키링을 주고 있다는 포스터가 보였을 것이다.
"응~! 북극곰... 안 들어가봐서 모르겠어어~" "그래도 없지 않을까?"
썩 진지하게 대답해준다. 그리고 앞장서서 카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세은이도 와봐~ 시원하다~~" "벌벌 떨 정도는 아니니까 안심해애"
그리고 인테리어들이 북극 컨셉을 하고 있어 시원한 빛깔을 띄고 있다. 물범이나 북극곰 인형 모양의 꽤 귀엽다 싶은 안드로이드들이 서빙을 하고 있는데 카운터에는 사람 직원이 서서 어서오세요 하며 인사를 하는 것이다. 메뉴판은 푸른색 바탕에 반투명한 유리로 되어있어 시원한 느낌을 더한다.
잘 찾아보면 사진찍기 좋은 곳에 미니어처 북극곰이나 빙하 모양 같은 것들이 있고 북극곰과 물범 얼굴 모양을 한 동그란 쿠션도 좌석마다 하나씩 배치되어 있다. 파티션은 빙하 모양으로 물론 진짜 빙하는 아니다.
"안돼. 1학년 회식 자리에 3학년이 끼이는 것은 NG야. 하물며 뭐가 좋아서 오빠와 같이 1학년 회식 자리를 잡아야하는건데. 오빠는 3학년 회식 자리나 잡으라고 해."
자신은 무슨 일이 있어도 싫다는 듯이 세은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 또한 늘상 보이는 풍경이었다. 세은과 은우가 가볍게 서로를 디스하는 모습은 지금 시점이라면 상당히 여러번 나왔을테니까. 물론 그럼에도 신기하다고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었지만. 어쨌든 괜찮다고 말을 하는 것에 세은은 괜히 작게 흥- 소리를 내면서 더 이상 무슨 말을 하진 않았다.
눈이 소복하게 쌓인 것 같은 간판. 그리고 SNS에 사진과 후기를 올리면 귀여운 북극곰 키링을 얻을 수 있다는 포스터에 세은은 잠깐 관심을 보였으나 이내 숨을 후우 내뱉으며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것처럼 도도한 목소리를 냈다.
"벌벌 떨 정도는 아니야? 다행이네. 뭐, 벌벌 떨 정도면 바로 나갈거지만."
이어 그녀는 아지를 따라 천천히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뜨거운 무더위를 식힐 정도로 상당히 서늘한 공기가 다가오자 세은은 저도 모르게 살짝 몸을 떨었다. 춥다기보다는 갑자기 온도가 확 내려가서 나오는 반사작용이었다. 자연히 그녀의 시선이 카페 안의 인테리어로 향했다. 시원한 연한 푸른빛과 하얀색은 빙하와 바다를 상징하는 것 같았으며, 물범과 북극곰 모양의 귀여운 안드로이드가 서빙을 하는 것이 마치 북극에서 물범과 북극곰이 일을 하는 것처럼 보여 세은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귀여...어흠. 쿨럭."
무슨 말을 하려는 듯 했지만, 이내 헛기침을 하며 세은은 자신의 목소리를 죽였다. 이어 천천히 주변을 바라보면서... 특히 북극곰과 물범 얼굴 모양의 둥그런 쿠션이 놓여있는 것을 바라보면서 잠시 그곳에 시선을 뺏겨있던 세은은 다시 앞을 바라보며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 그리고 아지를 바라보며 물었다.
"뭐...나쁘지 않네. ...나름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여기에 왔으니까 뭐라도 식혀야겠지? 이런 곳이니까.. 파란 것으로 먹어봐야겠어. 여기에 있는 블루 에이드와 초코케이크 먹을거야. 넌?"
그녀가 가리킨 블루 에이드는 그야말로 시원한 바다를 그대로 담은 것 같은 파란빛이 일품인 에이드였다. 아마 청량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는지 세은은 절로 침을 꿀꺽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