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1. 요즘에는 아무래도 저지먼트에 도움 될 물건들을 많이 만드는 편! 무기사전 같은 것도 챙겨보고 관련 영상도 보고 그러면서 튼튼한 전투장비를 만드는 데 주력중이다 방어구 제작에 관심이 많은 편! 2. 안 만든다! 이젠 여로에게 필요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인간은 손이 너무 많이 가(???)
>>56 ㅋㅋㅋㅋㅋㅋㅋㅋ어케이런질문이 하지만
다른애들: 뻔뻔하게 한다 귀여워서 미안해 옛날 자컨에서 하던 애교 그대로 가져옴 프로페셔널 아이돌 애교 랑이: 흐음... 좀더 노골적인 애교? 프로페셔널함이 조금 부족함(?) 달라붙는다. 마무리로 볼뽀뽀 함
호오 이건 아까 올라온 조사 훈련이랑 관련이 있다! 리라가 수경이랑 일상하면서 생긴 로벨 연구소에 대한 의문을 계기로 인첨공의 다른 연구소들까지 궁금해하면서 조사 범위를 차차 넓혀갈 예정이거든 나름대로 공부랄까... 정보 수집이랄까...🤔 리라는 들어온지 1년 조금 넘은 외부인인 만큼 아는 게 많이 없으니까! 주변에서 이런저런 일이 일어나는데 본인이 모르는 게 많은 만큼 채울 필요를 느끼고 있대 인첨공은 과학도시인 만큼(그리고 로벨 정보가 너무 충격이라 다른데도 이런가?? 연구소들 뭐하는데야 이런 느낌으로 뒤지는 것도 있음)오래되고 유명한 연구소도 많고 하니... 역사나 사회 분위기를 보려면 이쪽이 적합하다고 느꼈달까
그는 인간을 머리로는 이해하나 마음으로 이해할 수 없으니 미지에서 오는 공포나 마찬가지인 존재였다. 그의 호의는 원숭이 손이되, 고압적이었다. 본인 기준으로는 순수한 호의를 보이나, 인간에게 있어서는 재앙인 존재나 마찬가지며 혼돈을 인간으로 빚어내면 이렇지 않을까 싶고, 스스로도 알고 있으나 애초에 타인이 그를 이해할 수 없어 쉬이 손대지 아니하고 멀리했다. 자연스레 직언하는 자도 없었으니 고칠 수도 없었다.
태오 또한 호의를 받은 자였다. 한때 태오는 호의를 두려워했다. 지나치게 고통스러웠다. 한때는 형벌이라 생각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태오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와 자신은 닮았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여러 호의 중 하나는.
1학년 단톡방 사다리타기에서 걸린 아지는 학년회식을 어디로 갈지 정하고 예약하는 업무를 세은과 함께 도맡게 되었다. 역시 이런 것은 얼굴을 마주보고 정해야 좋다고 생각해 둘이서 만나기로 했다. 부실에서 만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최근에 북극(남극) 컨셉의 카페가 생겨 마침 가보고 싶던 차였다. 그리고 세은과 맛있는 걸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개인적인 소망도 있었다. 그래서 아지는 카페를 회의 장소로 적극 주선했다.
그리고 평소처럼 10분 지각할 뻔했으니 최근에 운동을 해서 다리가 좀 빨라진 탓인지 딱 정시에 맞추어 카페 앞에 도착하는 것이다.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지 카페 문을 지나쳤다가 다시 돌아와서 헉헉대는 아지였다. 그러는 동안 아지의 주변을 공중을 날아다니는 무선 선풍기가 빙글빙글 돌면서 사방에 바람을 쐬여주고 있었다. 어깨에 맨 아쿠아백은 아지가 방금 수영을 하고 왔다는 걸 알려주었다.
[세은아~ 나 도착했어~ =͟͟͞͞=͟͟͞͞ ⊂(=͟͟͞͞=͟͟͞͞っ☉ω=͟͟͞͞☉)っ=͟͟͞͞] [어디 있어~? (๑˙ ▿ ˙๑)]
아지는 카페 앞 거리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정신없이 오느라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카페 안에 먼저 들어가서 시원한 에어컨을 켜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왜 사다리타기에 자신이 걸렸는가. 참 운도 없다고 생각하며 세은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학년 회식 장소를 정하고 예약을 하는 업무를 게을리 할 생각은 없었다. 어쨌건 걸리기도 했고 자신의 일이니 책임감을 다해서 생각할 마음이었으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그냥 가볍게 부실에서 만나서 여기저기 리스트를 보고 정할까 생각을 했었지만, 갑자기 북극 컨셉의 카페에 가자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건 또 무슨 소리인지. 갑자기 왠 북극?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일단 세은은 아지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디인지 조금 궁금하긴 했으니까.
아무튼 딱 시간에 맞춰서 그녀는 장소에 도착했다. 카페에서 만나는 것이라면 굳이 안에서 먼저 기다려서 음료를 먹기보단 딱 시간에 맞춰서 도착하는 것이 자신으로서는 마음이 편했으니까. 그리고 도착할 무렵, 자신의 핸드폰이 울렸다. 도착했다는 말과 함께 어디에 있냐는 메시지가 들어와있었다. 그것을 바라보거 세은은 굳이 답을 하지 않고 확인만 하고, 핸드폰을 자신의 크로스백 안에 집어넣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 헉헉대는 아지의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세은은 싱긋 웃었다. 이어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근처에 있는 나무 뒤로 숨었다. 그리고 크로스백에서 은우의 피가 담긴 플라스크를 하나 꺼낸 후에 몇 방울 꿀꺽 먹었다. 지금 입고 있는 옷이 밝은 베이지색 반팔 셔츠, 그리고 통풍이 잘 되는 회색 바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어 은우의 모습으로 변장해서 나타난 세은은 저벅저벅 아지를 향해서 다가갔다. 그리고 헛기침 소리를 내며 그를 불렀다.
"어흠. 쿨럭. 쿨럭. 한아지! 내 동생을 불러서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이냐!"
애써 웃음을 꾹 참으려고 하며 은우의 모습으로 변장한 세은은 가만히 은우를 바라보면서 싱긋 입꼬리를 올렸다.
조금 당황하는가 싶었더니 갑자기 친근감 있게 은우도 불렀냐는 말과 더불어서 셋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말이 나오자 세은은 살짝 당황했다. 1학년 회식인데 왜 3학년을 은근슬쩍 끼우려고 하는거야. 얘는. 그런 속마음을 토해내려고 하다가 그녀는 미간을 잡는 행동으로 대신했다. 이어 그녀는 작게 혀를 차더니 손가락을 퉁겼고 바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1학년 회식인데 왜 3학년... 그것도 부장을 끼우려고 하는 거야.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1학년 회식은 1학년끼리 하니까 의미가 있는거야."
톡 쏘듯 이야기를 하지만 어쨌건 시작은 자신이 먼저 했으니, 그녀는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괜히 흘려보내듯이 이야기했다.
"뭐, 장난을 이쪽에서 먼저 걸려고 한 것은 사과해둘게. 미안."
이어 그녀는 자신의 옷자락을 살며시 손으로 정리를 한 후에 가만히 카페 입구를 바라봤다. 굳이 여기를 선정한 이유는 나름 괜찮다는 것일까. 북극이 컨셉이라니. 추운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세은은 아지에게 말했다.
"들어가자. 일단. 안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 북극 컨셉이라고 했는데... 북극곰이 있다거나 정말로 추워서 벌벌 떨 정도는 아닌거겠지?"
은우가 미간을 잡자 아지는 아무것도 모른채 고개를 갸웃거린다. 설마 세은이 대신으로 왔다든가 하는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은우는 세은이로 변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세은이로 돌아온거지만 아지 입장에서는 변한 거다.
"와앗~"
리액션과 함께 입을 네모모양에 가깝게 벌리는 아지다.
"날 속였어~"
억울한 목소리가 먼저 튀어나오는 것이다.
"그치만 회식 장소를 정하는 것 정도는 같이 해도 되잖아~" "그런데 세은이 얘기를 들으니까 그것도 맞는 말 같아..."
아지는 툴툴거리며 세은이를 따라 반대편으로 고개를 휙 돌리는 것이다. 그래봤자 세은이 사과하자 슬금슬금 세은에게로 고개가 돌아오지만 말이다. 장난을 당해놓고 바보같이 싱글벙글 웃으면서 용서해준다.
"괜찮아~ 놀라긴 하지만 재미있었어~"
그러고서 아지는 세은을 따라 카페로 고개를 돌린다. 눈이 소복히 쌓인 듯한 모양의 간판이 눈에 띈다. 다음으로는 오픈 기념 이벤트로 SNS에 사진과 후기를 올리고 직원에게 보여주면 귀여운 북극곰 키링을 주고 있다는 포스터가 보였을 것이다.
"응~! 북극곰... 안 들어가봐서 모르겠어어~" "그래도 없지 않을까?"
썩 진지하게 대답해준다. 그리고 앞장서서 카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세은이도 와봐~ 시원하다~~" "벌벌 떨 정도는 아니니까 안심해애"
그리고 인테리어들이 북극 컨셉을 하고 있어 시원한 빛깔을 띄고 있다. 물범이나 북극곰 인형 모양의 꽤 귀엽다 싶은 안드로이드들이 서빙을 하고 있는데 카운터에는 사람 직원이 서서 어서오세요 하며 인사를 하는 것이다. 메뉴판은 푸른색 바탕에 반투명한 유리로 되어있어 시원한 느낌을 더한다.
잘 찾아보면 사진찍기 좋은 곳에 미니어처 북극곰이나 빙하 모양 같은 것들이 있고 북극곰과 물범 얼굴 모양을 한 동그란 쿠션도 좌석마다 하나씩 배치되어 있다. 파티션은 빙하 모양으로 물론 진짜 빙하는 아니다.
"안돼. 1학년 회식 자리에 3학년이 끼이는 것은 NG야. 하물며 뭐가 좋아서 오빠와 같이 1학년 회식 자리를 잡아야하는건데. 오빠는 3학년 회식 자리나 잡으라고 해."
자신은 무슨 일이 있어도 싫다는 듯이 세은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 또한 늘상 보이는 풍경이었다. 세은과 은우가 가볍게 서로를 디스하는 모습은 지금 시점이라면 상당히 여러번 나왔을테니까. 물론 그럼에도 신기하다고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었지만. 어쨌든 괜찮다고 말을 하는 것에 세은은 괜히 작게 흥- 소리를 내면서 더 이상 무슨 말을 하진 않았다.
눈이 소복하게 쌓인 것 같은 간판. 그리고 SNS에 사진과 후기를 올리면 귀여운 북극곰 키링을 얻을 수 있다는 포스터에 세은은 잠깐 관심을 보였으나 이내 숨을 후우 내뱉으며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것처럼 도도한 목소리를 냈다.
"벌벌 떨 정도는 아니야? 다행이네. 뭐, 벌벌 떨 정도면 바로 나갈거지만."
이어 그녀는 아지를 따라 천천히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뜨거운 무더위를 식힐 정도로 상당히 서늘한 공기가 다가오자 세은은 저도 모르게 살짝 몸을 떨었다. 춥다기보다는 갑자기 온도가 확 내려가서 나오는 반사작용이었다. 자연히 그녀의 시선이 카페 안의 인테리어로 향했다. 시원한 연한 푸른빛과 하얀색은 빙하와 바다를 상징하는 것 같았으며, 물범과 북극곰 모양의 귀여운 안드로이드가 서빙을 하는 것이 마치 북극에서 물범과 북극곰이 일을 하는 것처럼 보여 세은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귀여...어흠. 쿨럭."
무슨 말을 하려는 듯 했지만, 이내 헛기침을 하며 세은은 자신의 목소리를 죽였다. 이어 천천히 주변을 바라보면서... 특히 북극곰과 물범 얼굴 모양의 둥그런 쿠션이 놓여있는 것을 바라보면서 잠시 그곳에 시선을 뺏겨있던 세은은 다시 앞을 바라보며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 그리고 아지를 바라보며 물었다.
"뭐...나쁘지 않네. ...나름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여기에 왔으니까 뭐라도 식혀야겠지? 이런 곳이니까.. 파란 것으로 먹어봐야겠어. 여기에 있는 블루 에이드와 초코케이크 먹을거야. 넌?"
그녀가 가리킨 블루 에이드는 그야말로 시원한 바다를 그대로 담은 것 같은 파란빛이 일품인 에이드였다. 아마 청량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는지 세은은 절로 침을 꿀꺽 삼켰다.
확고하네~ 아지는 세은을 딱히 어떤 말 없이 바라보는 것이다. 서로 디스하는 모습을 많이 보긴 했으니 그러려니 싶어 씨익 웃고 마는 것이다. 아지가 세은의 시선을 솔솔 따라가다가 세은이 쿨럭거리자 살포시 웃는다. 그러고서 세은이는 곤란할 때나 연기를 할 때 헛기침을 하는 게 습관인 걸까 생각했다.
"그렇지~? 나쁘지 않네에~" "케이크 좋다~ 난~ 으음~"
아지는 메뉴판을 보다가 빙수 쪽에 정신을 빼앗기는 것이다. 북극 컨셉과 꼭 맞춘 듯이 눈꽃 빙수일 그것들의 이름을 읽으며 아지의 눈이 반짝반짝해졌다.
"인절미 빙수~!"
2~3인 권장이라고 쓰여있다. 꽤 양이 많을 것 같은데 1인 메뉴로 시킬 생각인가 보다.
"세은이가 고른 것도 시원해 보인다아" "수영하고 나서 마시면 최고일 것 같아~"
카운터 쪽으로 가더니 세은이 고른 블루 에이드와 초코 케이크, 인절미 빙수를 얘기하고서 북극 푸딩이라는 것도 추가로 주문하려 한다. 이름은 북극 푸딩이지만 윗면은 흰색이고 아래쪽은 파란빛이 도는 살짝 투명한 평범한 푸딩에 체리가 올라간 간식거리 같다.
일단 답부터 하자면... 재밌지 당연히! 난 오히려 내 쪽에서 재미없으려나 생각하는 쪽이고... 사실 컨디션 자체가 좀 들쭉날쭉하다보니 재미가 있다고 해도 술술 써지지 않을 때가 많아서 리라주가 열심히 레스 써주고 하는 거에 답을 제대로 못하는 건 아닐까 생각한 적은 있지만 그게 재미 없었다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리라나 리라주나 이것저것 많이 시도하는 편이고, 그게 다른 캐릭터들한테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 보기에 흥미진진하거든, 그런 모습이 모여서 여기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208 나는 엄청 즐거워. 나도 해당 고민을 늘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심정이 십분 이해가 돼... 적어도 나는 리라주와 노는 것도 즐겁고 리라 보는 것도 같이 노는 것도 즐겁다!여로땅도 마찬가지라구>:3!
나는 초반에 아무래도 경계 받는? 캐 설정을 짜 온 사람이기도 했고 여로땅이 공주(=공포의 주둥아리)이기 때문에 어라, 여로땅 괜찮나...? 였는걸. 그리고 내가 서술 드럽게 못하는 것도 한 몫했고...? 그리고 이 고민은 갠이벤 때 "아무도 여로땅 안 구하면 어떡하지"로 이어지게 되었고...(이하생략)
MRI를 연상케 하는, 그러나 MRI는 확실히 아닌 기계에서 성운이 누워있는 침대가 부드럽게 밀려나왔다. 연구원이 다가와 성운의 관자놀이와 후두부에 붙은 전극을 떼어주자, 성운은 “감사합니다.” 하고 짧게 인사를 건네고는 다시 자신이 말을 건넨 사람을 돌아보았다. 서헌오 박사의 눈에 드리운 그늘은 날이 갈수록 조금씩 짙어져가는 것 같았다.
“조직 샘플 채취는 했지? 그러면 끝이다.”
성운은 조직 샘플 채취에 응했다는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조직 샘플 채취라고 하니 뭐 거창한 것처럼 들리는데, 혈액과 구강 표피세포(입안을 면봉으로 긁어가는 그거), 머리를 쓸어서 자연스레 떨어져나온 머리카락 몇 올 제출하는 게 끝이었다. 그리고 방금 받은 뇌전단 스캐닝까지. -이렇게 신체검사만 하고 커리큘럼이 끝나는 날이, 불규칙하게 있었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인가.
“저지먼트 생활은 어떠니?” “잘 모르겠어요. 요즘은, 계속 의문만 늘어나네요.” “의문이라면 어떤? 저지먼트 활동에 회의감이 든다던가?”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다만··· 보통 학생 자경단에게 이런 일까지 일어나나? 싶은 일이라던가,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고? 싶은 일들이 잔뜩 있어서······.” “그래도 그것 때문에 저지먼트를 그만두고 싶거나 하진 않은 모양이구나.” “발을 빼기엔 너무 많이 알아버리기도 했고, 무엇보다··· 누구라도 나서서 막거나 하다못해 방향이라도 비틀지 않는다면, 인첨공의 어느 구석으로 도망가도 덮쳐오게 될 일일 것만 같아서요. ···거기에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하고 싶어요. 전 이 도시가 저한테 그랬던 것처럼 무심하고 싶지는 않아서요.”
느릿느릿 가격을 알려주는 것에 세은은 수상쩍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굳이 더 말을 하진 않으며, 그녀는 핸드폰을 조작한 후에, 아지에게 돈을 보냈다. 딱 불러준대로만 보냈으니 아마 틀리거나 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어 그녀는 핸드폰을 크로스백 안에 다시 집어넣었고 아지의 말에 가만히 안드로이드들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괜히 미소를 지으면서 별 말 없이 천천히 방금 자신이 찍은 자리로 걸어갔다.
시원한 바람을 쐬며 그녀는 괜히 기분 좋게 미소를 지었고, 절로 발걸음 역시 가벼워졌다. 이어 자리에 털썩 앉으면서 크로스백을 내려놓은 후에, 그녀는 살며시 쿠션을 바라보다가 미소를 다시 머금고 핸드폰을 꺼낸 후에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그 위에 앉지 않고 가만히 옆에 두고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다가 아지의 말에 대답했다.
"해. 여러가지로 말이야."
아무도 오해를 안한다니. 어떻게 그렇게 딱 잘라서 이야기를 한단 말인가. 필시 이런저런 말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면서 세은은 딱 잘라 이야기했다. 한편, 그러다가 갑자기 아지의 눈이 웃는 모양으로 가늘어지자 그녀는 반대로 수상하다는 듯이 아지를 빤히 바라봤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준다는 말에 흐응. 소리를 내면서 아지에게 말했다.
"찍고 싶다면 찍으면 되잖아. 그걸 왜 굳이 나에게 허락을 맡아?"
사진을 찍고 말고는 어디까지나 아지의 자유였다. 그것을 왜 자신에게 허락을 구하냐는 듯이 그녀는 그렇게 질문했다. 안타깝게도 키링에 대해서 세은은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렇기에 가지고 싶다면 사진을 찍고 가지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세은은 가만히 미니어처만 바라볼 뿐이었다. 귀여운 느낌이네. 그렇게 생각하며 세은은 다시 한번 눈웃음을 짓다가 순간 움찔하고 표정을 관리했다.
"그래서... 어디로 잡을건데? 난 무겁게 먹는 것은 싫어. 가볍게 먹는 쪽이 좋아. 디저트 카페 같은 곳. 아. 그러면 남자애들은 싫어하려나?"
>>211 후우우우 고마워🥹🥹 약간 뭐랄까 난 코뿔소들이랑 일상 돌리고 서사 쌓고 질문하고 할때 엄청 재밌는데 정작 나랑 놀아주는 사람들한테는 그만큼의 재미를 못 줄까봐 라는 고민이 조금 있었거든 하지만 캡틴이 그렇게 말해주니 맘이 더 놓인다 앞으로도 이렇게만 하겠습니다 충성🫡
캡틴도 이런 고민 하는구나(복복) 아무래도 캐릭터와 이야기를 가지고 노는 일이다보니 많이들 할 법한 고민이지... 그런 의미에서 캡틴한테도 말해주자면 세은우와 퍼클과 빌런들 위크니스들 모두 매력철철이다 내가 몸 3개만 있었으면 맨날 세은우 붙잡고 돌렸어(편파일상 하겠다는 뜻x 그만큼 재밌다는 거) 캡틴도 걱정말기!!!
>>212 정하 10번 왠지 어울려 정확히 무슨 느낌인지 알거같애 🤔 민T소녀의 힘인가(?) 이익뭔소리야정하도꿀잼허니잼말랑단단쏘cool 민트요정이니까 그런생각말어라(박박)
애린주 어서와! 정하주도!!
>>218 후우우우우 다행이다🥹🥹🥹 마음이 놓이는군 아무래도 랑이랑은 앤관이기도 하고 해서 좀 더 신경쓰이는 게 없잖아 있었는데 재밌다고 해주니까 마음이 깃털같은거야~~ 날아가버려 그리고 랑주는 그런 걱정을 하덜 말어라 완전 재밌으니깐!!! 나는 10문 10답 대답이나 진단 답변으로 나오는 대사 한두줄에서 이 정도로 유잼을 느껴본 적이 없다(랑주: 뭔데요 그게) 랑이나 랑주나 볼수록 궁금해지고 임팩트 있고 매력있는 캐릭터이자 사람이고 앤관 맺은것도 넘넘 영광이고 좋고 그런걸🥺 내가 랑이 서사 집착광공이잖아(?) 컨디션 이슈는 어쩔 수 없지 다 알고있다구~~ 아무튼 재밌다고 해줘서 다행인거야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후후
>>220 여로주도? 나두!(야나두 짤) 이거 만인의 고민이구나 나만 하는 거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거 너무 못된건가?ㅋㅋㅋㅋㅋㅋ 후우... 그래도 즐겁다고 해주니 마음이 놓여🥹🥹 나도 여로랑 노는 거 엄청 재밌으니까 여로주도 걱정 말라구~ 개인적으로 블러핑 하는 캐릭터를 좋아하는데 여로가 딱 블러핑러의 캐릭터성을 갖고 있으니 같이 놀 때나 이벤 할때나 참 재밌는거야... 그러니 아기 자존감 올려줘(여로주: 갑자기요?) 너는. 버림패가. 아니다. 고마운거야!!
다들 안녕~~~ 리라주랑 리라랑 노는거 굉장히 재밌어요!!!!!!!!!!!! 재미 없으면 리라가 어떻게 깽판듀오 했겠냐구!!!!!!!!!!!!! (?) 아무튼 저는 즐겁게 돌리고 관전하고 잡담하고 그러는 중이니까요? 너무 걱정하지 마시구 본인 페이스대로 돌리시는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3 뭐니뭐니해도 본인이 제일 재밌어야지!!!!!!!! 아니라고 하면 썰어버립니다 (안됨)
오해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고집을 부리듯이 이야기를 하는 그 모습에 세은은 잠시 아지를 빤히 바라봤지만, 굳이 더 반론을 하지 않았다. 괜히 더 반론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탓이었다. 그러다가 자신도 같이 찍어줄까 해서라는 말에 세은은 고개를 갸웃했다. 왜 결론이 그렇게 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탓이었다.
"잠깐. 왜 나도 같이 찍는건데? 그리고 나에게 보내줄 거라고? 뭐... 한 장 정도는 못 찍을 것도 없긴 하겠네. ...빨리 찍어. 마음 바뀌기 전에."
이어 세은은 살며시 자리에서 일어난 후에 미니어처 근처에 섰다. 그리고 아지를 바라보며 나름 눈웃음을 지은 후에 그가 사진을 찍는 것을 기다렸다. 일단 자신에게만 보낸다고 한다면, 한 장 정도는 괜찮겠거니 생각했고 그렇기에 자연히 나온 행동이었다.
어쨌든 가볍게라는 말이 나오자 아지가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고 세은은 왜 그러냐는 듯이 아지를 빤히 바라봤다. 뭐지? 왜 저래? 갑자기?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세은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이야기했다.
"어차피 내 의견 하나만으로 정해지는 것도 아니잖아.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런 표정을 짓지 말고 제대로 얘기해. 그리고.. 그렇지? 디저트 카페. 좋잖아?"
맛있고 달콤한 것이 가득한 곳. 역시 그런 것이 최고라고 생각을 하며 세은은 괜히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두 손을 조용히 모았다. 그러다가 경진의 이야기가 나오자 그녀는 팔짱을 끼더니 잠시 침묵을 지켰다.
"잘 모르겠어. ...뭐랄까. 나 1학년 남자애들의 취향까지 다 알 정도로 가까운 아이는 아직 없으니 말이야. 흐음. 나중에 물어보면 되지 않겠어? 꼭 하나만 정할 것은 없고... 일단 확실하게 다 괜찮다고 느끼면 그때 예약해도 되는 거잖아. 어차피 바로 내일이나 모래에 가는 것도 아닌데."
>>246 2학구 1학구에는 누가 있는 것이야 무섭다... 저쪽에는 머리로 대한민국 탑인 애들이 모여있구나... 악 귀여워 나는덕후소녀캐릭터가좋다. 귀엽기 때문이다. 선혜한테도 누리랜드 마법봉 사다줘야만
>>247 크윽 진짜 왜 아직도 일상 못돌려봤지 이상하다 이럴리가 없는데... 아지랑 리라 친한것만 보면 이미 일상 최소 4번은 돌렸는데 말이지🤔 나 솔직히 아지 리라 일상 굴리면 리라도 바로 말 놓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해 아지는 이미 누나라고 부르고 있구... 아지한테도 말 놓으라고 하지 않을까 ㅎ후후후 히히 걱정 안할게 히히 고마워🥹🥹🥹 아지주 일상 구할때 찌를 기력을 모아놔야지... 조만간 꼭...(일상 박치기 할 방패를 갈아둔다)(?)
>>252 다른 것은 몰라도 1학구는 진짜 인재 오브 인재들이 모여있지요! 거긴 아예 인첨공을 이끌어갈 이들이 보여있는 상위 학구이기도 하고요! 높은 분들의 자제도 많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법봉은 당연히 다 가지고 있답니다! 선혜도 레벨4라서 지원금은 많고...그걸로 덕질하면서 쓰고 있어요.
"응? 그야 기왕 찍는 김에 같이 찍으면 좋잖아~" "나 사진 찍어주는 것 좋아해~ 찍는 것도~"
웃는 얼굴로 보면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이해는 안간 것 같지만 어쨌든 세은이 미니어처 근처에 서서 눈웃음을 짓는 순간을 포착해서 아지는 칩을 통해 사진을 찍었다. 다리가 길어보이도록 조금 아래쪽에서 구도를 잡는 것이 꽤 그럴듯하다. 찰칵 소리가 나는 기능은 딱히 필요하지 않아 꺼두었기에 아지의 목소리가 세은을 움직이게 했을 것이다.
"찍었어어~" "흐흠~ 예쁘게 나왔다아"
나중에 보내줘야지 생각하며 자리에 앉는 것이다. 회의 장소에 대해 얘기하면서 제대로 얘기하라는 세은의 말에 조금 용기를 얻은 아지다.
"난 고깃집이랑 닭갈비집을 생각해뒀거든~ 또 한 군데 남아있긴 하지만~" "....고기 좋아~~!!"
디저트도 좋고 고기도 좋다!! 회식 하면 사실 고기라고 생각하는 편견이 아지에게는 있었다.
"그런데 디저트도 좋아~ 세은이 디저트 좋아하는구나아~"
세은의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방긋 웃는 것이다.
"음~ 그렇구나아 하긴~ 경진이는 나도 처음에 별로 안 친했어~" "그래~ 내가 물어봐도 되고~"
존댓말을 하며 거리를 두는 느낌이었는데 알고보니 재미있고 친근한 아이였다. 세은의 말에 고개를 끄덕끄덕거리며 아지가 동의했다.
"나는~"
아지가 머릿속 칩을 통해서 테이블 위에 작은 지도를 띄웠다. 3학구의 지도가 드러났다.
"3학구에 있는 무한리필 고깃집이랑~ 4학구 예고 근처에 있는 닭갈비집. 여기는 가격대는 좀 있지만 친구들이 하나같이 맛있다고 했어어" "3학구 고깃집은 세은이도 알지 모르겠다~ 우리 학교에서도 가까운 편이고 특히 체육 동아리 학생들이 자주 가는 곳이야아"
지도에 차례차례 식당들의 위치가 나타난다. 식당의 음식 사진 같은 것들도 옆에 조그맣게 뜬다.
"그리고 마지막은 양식당~"
이곳은 3학구 식당가에 위치해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일부러 가지 않으면 찾기 힘들 만큼 위치가 조금 외졌다.
"여기는 가게가 작아서 예약을 해야겠지만 가성비가 좋아~ 우리는 다 학생들이니까 예산도 고려해봤어~" "가벼운 메뉴라면~ 샐러드 파스타나 포케 같은 것도 있네에"
그새 머릿속에서 메뉴판도 본 모양이다. 세은의 기준에서 가벼운 기준은 잘 모르겠지만 그럭저럭 가볍다 싶은 것으로 얘기해본다.
"괜찮아 보이는 곳 있어~?"
그러는 동안 북극곰 인형 모양의 안드로이드가 아지와 세은이 주문한 메뉴를 들고 슬슬 다가오는 모양이다.
특별히 뭘 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사진을 찍었다는 그 말에 세은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와 동시에 조금 애매한 표정이 이어졌다. 칩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녀는 칩에 대해서 그리 좋은 기억은 없었다. 그렇기에 괜히 제 심장 부위만 살살 손으로 쓸어내리다가 별 말 없이 자리로 돌아왔고 나중에 보내달라는 말만 할 뿐이었다.
"고깃집과 닭갈비집? 음. 치즈가 많이 올라가는 곳이라면 닭갈비도 괜찮아."
매운 거 빼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세은은 나름대로 아지의 의견에 대답했다. 치즈가 올라간 닭갈비집. 얼마나 좋은가. 이어 디저트를 좋아하냐는 물음에 세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디저트를 좋아하는 것을 굳이 숨길 필요는 없었기에 순순히 인정하면서 이어 세은은 아지가 띄운 지도를 가만히 바라봤다.
"돈은 별 상관없어. 돈이 부족할 이유는 없잖아? 애초에 우리 오빠 돈으로 회식하는건데. 오빠의 지원금은 너희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이니까 돈으로 걱정할 것은 없고 무조건 맛있는 곳으로 가. 가격대? 닭갈비 1인분에 300만원하는 것이 아닌 이상 문제 될 거 없어."
돈이 무슨 문제냐는 듯이, 세은은 아주 태연하게 이야기했다. 이어 가만히 생각을 하면서 세은은 아지의 말에 집중했다. 양식당도 고려를 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곳은 회식이라고 하긴 조금 애매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가만히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아지에게 제안했다.
"굳이 말하자면 4학구의 닭갈비집이 조금 더 끌리긴 한데... 그냥 조금 무리해서 3학구에 있는 7성 호텔로 가볼래? 뷔페로 말이야. 아까도 말했지만 돈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으니까."
어차피 오빠 돈이지, 우리 돈은 아니잖아? 그렇게 가볍게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다 안드로이드가 천천히 다가왔고 테이블에 메뉴를 내려놓자 세은은 싱긋 웃으면서 안드로이드를 바라보다가 말없이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찰칵 찍었다.
"그건 그렇고... 너. 빙수는 다 먹을 수 있는 거지? 뭐, 먹다가 정 힘들다 싶으면 말해. 조금은 도와줄테니까. ...괜히 남기는 꼴은 보고 싶지도 않고. 돈 낭비잖아."
"매운 거 맛있는데에" "맛있지만 먹기 힘들긴 하지~ 세은이도 매운 맛 잘 못 먹는구나? 맵기는 조절할 수 있다고 듣기는 했어~"
사진을 찬찬히 보다 보면 치즈가 올라가는 메뉴도 있는 듯하다. 아지는 만족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은우의 지원금을 얘기하는 세은을 보면서 뭔가 말을 하려는 것 같다.
"하지만 매번 얻어먹는 것도 좀 그런데~" "으음~ 그런가아~"
아지는 느릿느릿 고민을 하는 것이다. 부장이 거액을 받는 것은 알지만 그것을 물 쓰듯 팡팡 써댈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계속 얻어먹기만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부원들에게도 부담스럽다거나 부장에게 의견을 내기 힘들어지거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으니... 어려운 생각을 하다보니 머리가 복잡해져서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좋아~ 그럼 맛있는 곳으로 가자~ 모처럼의 회식이니까~!" "하지만 말이야~ 계속 부장님한테 신세 지고 있으니까 나중에 깜짝파티라도 해보면 어때~?"
지금은 얻어먹고 나중에 은우에게 감사의 깜짝 파티 같은 것을 준비해주자!! 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지주가 보증하는데 여기서 간단히 끊지 않으면 아지와의 회의는 깜짝파티로 화제가 바뀌어 줄줄 샌다.
"뷔페~? 거기도 좋지만~" "세은아 있잖아아"
아지는 멍하게 식당 천장 구석을 바라보면서 눈을 꿈뻑이다가 세은을 보고서 웃음을 띄고 말하는 것이다.
"부장님 돈이라고 해도 무리해서 쓰면 좀 그렇지 않을까~?" "아무리 문제가 안된다고 해도 부장님한테 미안하게 생각하는 친구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아~"
그러고서 양손을 맞대고 배시시 웃는다. 세은도 당사자가 오빠이니만큼 경제적 사정은 가장 잘 알고 있어서 그렇게 가볍게 얘기할 수 있겠지만 다른 부원들은 또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는 것이다.
"그런데 내 생각에도 킬킬거리면서 <부장님 카드 잘 쓸게요~> 할 만한 사람이 훨씬 많을 것 같긴 하다~ 대표적으로 정하~"
키득키득 웃으면서 아지는 안드로이드를 발견한다.
"나도 찍을래~"
그러면서 안드로이드를 사진찍는다. 서빙을 끝낸 안드로이드가 차차 돌아가자 조금 아쉬운 얼굴로 뒷모습을 본다.
"다 먹을 수 있다니까~!"
아지가 숟가락을 들었다. 싱글벙글 웃는 얼굴은 정말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였다.
.dice 1 3. = 1 1. 정말로 다 먹었다 이녀석 위장은 북극인가! 2. 세은이 몫을 조금 덜어주고서 남은 것은 다 먹었다! 3. 아무래도 무리무리무리!! 다 못 먹을 것 같다. 먹는 속도가 느려졌다...
"모, 못 먹는 거 아니거든?! 그냥 굳이 그런 고통을 느끼면서까지 먹을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것 뿐이야!!"
매운 것을 잘 못 먹냐는 물음에 세은은 괜히 발끈해서 그렇게 툴툴거리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흥. 소리를 내면서 그녀는 홱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물론 정말인지, 아닌지는 본인만이 알 뿐이었다.
"애초에 회식비는 우리 오빠가 내는 거니까 상관없어. 그만큼 우리도 이런저런 힘든 업무를 하잖아. ...올해 들어서 대체 이런저런 일이 왜 이렇게 일어나는건지. 그 대가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잖아. 안 그래? 그런데 깜짝파티?"
잘 가다가 이건 또 무슨 소리냐는 듯이 세은은 빤히 아지를 바라봤다. 그리고 무슨 소릴 하냐는 듯이 세은은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하고 싶으면 해. 하지만 나는 안 끼일거야."
왜 내가 오빠의 깜짝파티 같은 것을 해줘야하는데? 그렇게 딱 잘라 이야기하는 것이 그야말로 친동생의 모습 그 자체였다. 자신이 은우의 파티 준비를? 으으. 생각만 해도 싫다는 듯이, 그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은우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친오빠, 친동생이기에 나올법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징그러운 것을 어쩌겠는가.
"너희가 아무리 회식으로 많이 먹고 먹고 또 먹는다고 해도 오빠의 돈을 1%도 쓰지 못할걸? 별 걱정을 다 하네. 뭐, 걱정이 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말이야."
그 와중에 정하가 언급되자 세은은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저도 모르게 끄덕였다. 확실히 정하라면 그렇게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어쨌든 안드로이드가 오고, 메뉴가 도착하자 세은은 잘 먹겠다는 말을 하면서 살며시 에이드를 먼저 마셨다. 그야말로 시원하고 청량한 그 맛. 상당히 상쾌했고 푸른 바다를 입에 머금는 것 같아 그녀는 절로 생글생글 미소를 지었다. 맛있어!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이 정말로 맛이 좋은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이번엔 초콜릿 케이크도 입에 머금었다. 적당히 달콤하고 달달한 그 맛이 기분이 좋아 그녀는 절로 두 발을 앞뒤로 약하게 흔들었다.
한편, 아지가 빙수를 먹고 먹고 또 먹어서 정말로 다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는 빤히 아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 의외로 많이 먹는구나. ...운동을 많이 하는거야? 아니면 살이 안 찌는 체질인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양이 너무 많았는데 그걸 다 먹었다는 것에 세은은 살짝 당황한 모양이었다.
볼을 부드럽게 쓸어주는 손길에, 성운의 눈이 부드럽게 감긴다. 어디선가 희미하게 흐르는 매미 소리,따스하게 달아올라 있는 여름 공기 사이로 서늘하게 와닿는 네 체온, 그늘에 부는 산들바람에 실려 옅게 걸리는 네 살냄새- 어떤 무거운 운명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은 너희들을 위해서 있노라고 말해주듯이, 가장 평범해서 가장 특별한 이 순간이 성운과 네 앞에 펼쳐져 있었다. “······다행이다.”
성운은 문득 기도했다. 네 말대로 되기를. 부족하지 않기를. 이 순간이 영영 잊혀지거나 빛바래이지 않기를. 영원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우리가 필요로 할 때 다시 이런 평범한 나날들로 돌아올 수 있기를······ 이런 순간들이 우리의 집이 되기를. 잠깐의 염원이 마음속에 지나가고, 성운은 눈을 뜨며 자신의 손을 쥐어오는 네 손을 꼭 움켜쥐었다.
“아쿠아리움에 범고래도 있으려나? 순환선 타고 가는 건 어때.”
버스를 타도 되고, 택시를 잡아타도 된다. 하지만 시가지로 통하는 3학구 순환선 모노레일이 타보고 싶어서, 성운은 문득 말을 꺼냈다. 생각이 많아질 때마다 혼자 타던 노선이었다. 너와 한번 같이 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원래 혼자 꽂았던 이어버드도, 하나씩 나눠끼고 노래를 들으면서 탈 수 있을 거야.
# 왜 (1)이냐. 문득 이 다음 장면을 순환선 모노레일 내로 넘길지, 아니면 그대로 아쿠아리움이 있는 시가지로 넘길지를 혜우주께 여쭙고 싶어서 한번 중간에 끊었습니다. 그대로 아쿠아리움이 있는 시가지로 넘어가도 좋지만 갑자기 사람 가득 밀려오는 객차에서 성운이가 혜우 벽에 기대게 해주고 몸으로 지켜준다던가 성운이가 옆으로 비틀 넘어가는 거 혜우가 잡아준다던가 이어버드 나눠낀다던가 같은 것들도 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기에.. 어느 한 쪽을 정해주시면 다음 장면을 써오겠습니다
문득 제 뱉어놓은 생가글 자각한다. 그렇게나 능력과 레벨에 목매며, 결국에 샹그릴라라는 마약에 손을 대고 망가져가는 광경을 직접 봤으면서 그들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만다. 이래서야 그들과 다를게 뭐가 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나 있을까. 아주 잠깐 힘 들어갔던 손에서 힘이 풀리고 혜성은 느릿하게 눈 깜빡였다.
"그렇게 말을 했어도, 자신은 없지만 말이지."
칭찬처럼 들리지 않는 말에 천천히 단어 하나하나에 힘을 주듯 대답을 내놓는 혜성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럽다. 스스로 가치를 결정한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혜성은 여전히 앞이 보이지 않는 곳을 끝없이 헤매는 중이었으니까. 아니지.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할게 아니었지. 무감정한 눈을 마주하는 눈동자는 피로한 안색과 달리 선명하게 일렁이다가 이내 드리워지는 그늘에 자취를 감춘다. 태오의 말 때문이다. 거래와 하청이 다르다는 그 말은 언젠가, 후배와 함께 순찰을 나갔을 때 들었던 스킬아웃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뉘앙스의 말과 닯았기 때문이었다.
"네 의견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하고 싶은 생각 없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 또한 맞는 말이야."
제 만났던 이들이 스킬아웃 치고 제법 괜찮은 성향의 사람들일테지. 관자놀이를 엄지로 눌러 문지르고 혜성은 손도 대지 않고 있던 쿠키에 손을 뻗었다. 봉투의 바스락거리는 소음, 쿠키 부스러기가 닿는 마른 소음을 듣고 쿠키를 집어들어 약하게 한입 깨물며 표정이 굳은 태오를 향해 흐릿하게 부드러운 웃음을 지어보였을 것이다. 바스라지는 쿠키가 제법 맛이 좋았다.
"아, 그거? 별거 없어. 요즘 조용히 혼자 있을 만한 곳이 필요했거든. 그래서 찾고 있던 중에 마침 클라우드에 있는 아지트들이 눈에 들어오더라."
언제 그렇게 날 세워가며 반응했냐는 양 혜성의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물티슈로 손 닦은 뒤 혜성은 제 앉아있는 의자를 끌어 태오가 앉아있는 의자와 가까이 붙혀서 불쑥 느닷없이 손을 뻗었다.
"요즘 상황이 거지같아서 좀 쉴 곳이 필요해. 클라우드에서 내가 쓰고 싶은 건 스트레인지 지도 뿐이야. 네가 무게 잡고 이야기하니까 나도 긴장했잖아."
볼을 부드럽게 쓸어주는 손길에, 성운의 눈이 부드럽게 감긴다. 어디선가 희미하게 흐르는 매미 소리,따스하게 달아올라 있는 여름 공기 사이로 서늘하게 와닿는 네 체온, 그늘에 부는 산들바람에 실려 옅게 걸리는 네 살냄새- 어떤 무거운 운명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은 너희들을 위해서 있노라고 말해주듯이, 가장 평범해서 가장 특별한 이 순간이 성운과 네 앞에 펼쳐져 있었다. “······다행이다.”
성운은 문득 기도했다. 네 말대로 되기를. 부족하지 않기를. 이 순간이 영영 잊혀지거나 빛바래이지 않기를. 영원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우리가 필요로 할 때 다시 이런 평범한 나날들로 돌아올 수 있기를······ 이런 순간들이 우리의 집이 되기를. 잠깐의 염원이 마음속에 지나가고, 성운은 눈을 뜨며 자신의 손을 쥐어오는 네 손을 꼭 움켜쥐었다. 그리고 일어나서는, 너와 자신이 마신 음료수 캔을 가볍게 찌부러뜨려서는, 쓰레기통에 정확히 던져넣고는 너와 함께 걷기 시작했다.
“아쿠아리움에 범고래도 있으려나? 순환선 타고 가는 건 어때.”
버스를 타도 되고, 택시를 잡아타도 된다. 하지만 시가지로 통하는 3학구 순환선 모노레일이 타보고 싶어서, 성운은 문득 말을 꺼냈다. 생각이 많아질 때마다 혼자 타던 노선이었다. 너와 한번 같이 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원래 혼자 꽂았던 이어버드도, 하나씩 나눠끼고 노래를 들으면서 탈 수 있을 거야.
─그런데 일단 정확한 비교는 틀린 것 같다. 성운이 보통 그렇게 생각을 내려놓으려고 3학구 순환선을 탈 때는 보통 해질녘의 역방향 순환선이었기 때문에, 차량에 자리가 얼마나 남아있냐보다 사람이 몇 명 타고 있냐를 세는 게 훨씬 빠를 정도로 한산한 게 보통이니까. 그러나 오늘은 무난한 여름의 방학날이었고, 지하철역이 꽤 붐볐다. 출근시간대 신도림 지옥철마냥 콩나물시루는 결코 아니지만 앉을 자리를 바라기는 어려운 정도다. 성운은 콜택시를 알아보려 했으나, 30분에 육박하는 대기시간에 “내가 운전면허를 따던가 해야지···” 하고 투덜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객차 안의 공기는 당연하게도 에어컨 덕에 시원하고 상쾌해, 여름 뙤약볕을 헤치고 그늘과 그늘 사이를 건너 역으로 온 동안 조금 흘린 땀을 말리기에는 딱 좋았다. 성운은 여유롭게 이어버드를 꺼내서는 하나를 자기가 끼고 하나를 네게 내주며, 한 손으로는 네 손을 잡고 한 손으로는 지하철 손잡이를 쥔 채로 모노레일에 몸을 맡겼다.
문제라면, 번화가로 향하는 객차가 다 그렇듯이 승객이 갈수록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점일까.
사람들은 말한다. 인간은 자유를 빼앗겨 봐야, 그 본성을 드러낸다고. 허나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인간은 자유가 주어질 때, 비로소 그 본성을 드러낸다고.
유한은 제 등 뒤에서 날아오는 주먹을 살짝 움직여 피하고는 그 팔을 붙잡았다. 그대로 메쳐버린 다음 얼굴을 스파이크 달린 신발로 짓밟자 그대로 발 밑에 깔린 학생 하나는 몰려오는 고통에 기절했다. 주변을 살피면 남은 사람은 둘. 두 사람은 먼저 가라는 듯 서로를 쳐다볼 뿐 유한에게 다가오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적당히 바닥의 돌멩이를 줍는다. 일단 한명의 머리에 하나를 던진다. 머리를 맞은 학생은 짧은 비명과 함께 주춤거렸다. 그는 곧바로 돌을 맞지 않은 학생에게 달려갔다. 유한이 주먹을 뻗자 학생은 팔 안쪽으로 가까스로 피했으나, 곧이어 반대손으로 날린 짧은 훅은 피하지 못하고 턱을 맞고 쓰러졌다.
남은 인원은 한명. 유한은 돌에 맞아 피를 흘린채 머리를 쥐어싸매고 있는 학생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제발... 제발 그냥 보내줘... 나는 아무 상관 없는데..."
그가 말 없이 저벅저벅 걸어가자 학생은 겁먹었는지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도망치지도 못하고 몸이 고꾸라짐을 느꼈다. 등 뒤에서 그대로 들이받은 유한이, 거기에 더해 학생의 뒷통수를 잡고 바닥에 강하게 내리찍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세명 모두 순식간에 제압당하자 유한은 그제서야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시작한다.
"하나, 둘, 삼, 넷.... 열... 열넷."
학생 셋이서 합쳐서 현금 14만원. 작은 돈은 아니지만 큰 돈 역시 아니다. 허탕이다. 애초에 두 사람이 한 명을 삥뜯고 있던 현장을 덮친 것인데 설마 삥뜯던 두놈이 완전 빈털터리일 거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적어도 다른 몇군데에서 이미 돈을 뜯어내서 지갑이 두둑하리라 예상했는데. 그래서 굳이 스트레인지 구역 중에서 깊은 곳까지 들쑤신 건데.
어쩔 수 없다. 유한은 세 학생의 지갑을 포함하여 두 스킬아웃이 들고 있던 무기라던가, 무고한 학생이 들고 있던 휴대폰이라던가를 전부 수거했다. 휴대폰을 모두 끄고 칩은 빼내서 부숴버리고, 다른 것들도 탈탈 털어 위치추적이 될만한 요소를 최대한 솎아냈다. 그리하기를 몇분, 능숙하게 모든 과정을 끝마친 그가 가방 속에 모든것을 집어넣고 현장을 떠나려던 찰나.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주먹이 그의 옆을 지나쳐 벽을 꿰뚫었다. 유한이 놀란 눈치로 주먹의 주인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그보다 몇배나 거대한 체구의 남성이, 그를 향해 주먹을 뻗고 있었다.
빠르게 뒤로 물러난 그가 눈을 가늘게 뜨며 남성을 향해 묻는다.
"...너 누구냐? 적어도 너같은 떡대에게 원수를 진 적은 없는데."
가능한 위협이 될 만한 이는 피해서, 약한 이들만 노려 빼앗았다. 원수를 졌다면 철저하게 다시는 복수하지 못할 정도로 짓밟았다. 저런 놈이 그를 공격할 이유는 없다, 라고 생각했는데. 이유는 전혀 상상도 못한 것이었다.
서성운: 137 엘리베이터 vs 계단 “3층 이상 이동할 일이 있을 때, 계단에 엘리베이터의 스패어 이외에 다른 존재 의의가 있을까.” “건강 관리는 조깅이나 헬스 등등 충분히 하고 있어.”
073 좋아하는 옷과 어울리는 옷이 비슷하나요? 아니라면 옷 입는 스타일은 어떻게 절충하나요? “패션 감각과는 조금 거리가 있네, 아쉽게도.” “그래서 보통 무난무난하게 유행 안 타는 스포츠웨어를 입던가, 아니면 옷 잘 입는 친구한테 도움을 구하던가 하지.”
174 캐릭터는 살면서 미안하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을 얼마나 했을까요? “······짜증나는 질문이네.” “고맙다는 말은 남들만큼은 하고 살아.” “미안하다는 말은··· 남들보다 좀 더 해봤네.” “굳이, 내가 눈에 거슬린 애들한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 말고도.” “그게 무슨 소리냐니. ─아, 얼마 전까지, 난 능력도 0레벨이고 몸도 조그맣고 허약했었거든. 그러다 보니 왕따 비슷한 걸 당해서.” “응, 지금?”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샌드백처럼 갖고 놀던 놈이 갑자기 덩치도 커지고 4레벨이 되니까 오히려 그건 그것대로 멀리하던데. 키는, 국장님 말씀에 따르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 같지만···.” “아니, 뭔가 엉뚱한 이야기를 엄청 해버렸네.”
유감스러워라. 태오는 느긋하게 혀 위로 발음을 굴리곤 입을 닫았다. 당신이 자신이 없다고 하지만 어쩌겠는가, 세상은 이제 지나가는 말을 듣고 어떻게든 염병할 모략을 꾸며 강제로 자신 있게 만들어줄 상황을 준비해 줄 것이 뻔하다. 물론 당신만이 아니고, 다른 저지먼트에게도 동일하게. 그건 다가올 날이지, 당장 고민할 게 아니었기에 태오는 고개만 끄덕였다.
"그렇죠……. 대하는 태도가 다를 수도 있지요."
태오의 과거에서 스킬아웃이란 강제적인 하청을 받는 존재지, 협상이나 거래를 할만한 족속들은 아니었다. 당신과 태오가 만났던 스킬아웃의 성향이 다른 것도 있다. 당신이 마주한 것이 세상의 불합리로 만들어진 약자의 모임이라면, 태오가 마주한 것은 세상의 불합리와 약자라는 자리를 악용하는 악인의 모임이었으니. 상냥하거나 사연이 있기보다는 무작정 돈 되는 일을 위하여 제멋대로 움직이고 도박장까지 발을 들이는 사람들, 범죄 이력을 훈장처럼 다는 것을 즐기는 족속들, 그렇게 소탕되어 어느 날 수용소에 갇혔거나 죽었단 소식만 들려오는 실패자들. 태오는 굳은 채 당신의 미소를 마주하며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당신, 보기보다 성격 나쁜 사람이다.
"그렇군요……. 아지트라."
당신이 느닷없이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저 속으로 조금 안도하고, 되먹지 못한 머리를 굴리며 스트레인지 지도에 표시된 스킬아웃의 아지트를 생각하며 어디가 지금 소탕되었고 어디가 새로 생겼는지를 재빨리 떠올리고 있었다. 손이 다가오는 것도 알지 못하고 대답하려던 찰나, 옆구리를 꼬집는 무자비한 손길이 태오에게 직격했다.
"……흐아악 미쳤나 봐 뭐가 문제야 소환장 날아오면 진짜 끝장이니까 그런 거였는데 아악."
꼬집을 때까지는 괜찮은 듯싶었으나 태오는 반 박자 느리게 반응했다. 잠시간의 정적이 있나 싶을 적 몸을 파드득 비틀더니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이제 보니 말도 제법 빠른 것 같다. 평생이고 느긋하거나 나긋나긋하니 기운 없는 태도를 고수할 줄 알았건만 지금 몸을 꼬집힌 방향으로 뒤틀고 고통을 호소하는 것이 꼭 싱싱한…… 낙지 같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빠릿하지 못하고 흐느적거리는 꼴 탓이다.
"ㅅ, 스킬아웃 이제 없는 곳도 있고, 쾌적하니 혼자 사색에 잠기기 좋은 곳을 알고 있어요……."
그러니 이 손 좀 놓아달라며 싱싱한 낙지가 호소했다. 살가죽도 겨우 잡히는 놈이면서 아프긴 아픈 듯하다. 아니, 그래서 더 아픈 건가. 어찌 되었든 싱싱한 낙지를 다시 바다로 던져주든 공평하게 반대쪽도 꼬집어 춤을 추게 만들든 당신의 몫이다.
3학구의 한 양식집이었다. 데이트를 즐기는 손님부터 가족끼리 온 손님까지. 사람들로 붐빈 이 식당 안에는 한 여학생 무리와 남학생 무리가 미팅을 하는 걸로 보였다. 같은 학교는 아니고, 누군가의 주선으로 목화고의 남학생들과 다른 학교의 여학생들이 미팅을 한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 자리에 서한양도 있었다는 것. 사실 이 남학생들을 보면 한양과 그다지 친하지 않은 이들이다. 한양이 있는 이유는 그저 소개팅 자리가 펑크가 나서 땜빵용으로 부탁한 것 뿐.
' 좋아.. 서한양 저 녀석은 예상대로 소개팅에 별로 관심이 없어.. 아까부터 앞의 여자애는 신경도 안 쓰고 스테이크만 처먹고 있어. '
" 한양아~ 맛있어? 더 시켜도 괜찮아~ "
" 어? 그러냐? 일단 이거부터 먹어보고. "
이에 여학생들은 살짝 놀라기 시작했다.
" 응? 이 자리 더치페이 아니었어? "
" 맞아맞아. 여기가 저렴한 곳은 아닌데. "
" 내가 다 사기로 했어. 너네는 걱정말고 더 시키기나 해. "
한양을 포섭한 남학생은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며 웃기 시작했다.
' 봤냐? 서한양? 외모는 너보다 더 떨어질지는 몰라도.. 결국은 매력있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
반면 한양이 스테이크를 썰며 한 생각은..
' 아, 국물 땡기네. 그나저나 얘네들 고3 맞아? 고3이 미쳐가지고.. 나야 뭐 배만 채우고 바로 나가긴 할 건데.. '
' 앞의 여자애가 처음에는 엄청 살갑게 대하더니, 점점 표정과 말투가 식어가고 있다. 그치. 소개팅이라고 왔는데, 앞의 녀석은 밥만 먹고 있으니. '
' 근데 알빠노? '
" 자자~ 우리 이렇게 만났는데~ 자기소개부터 하자~ "
그렇게 남학생들과 여학생들이 서로 본인을 소개했고, 테이블 바깥 쪽 가장자리에 있는 한양에게 마지막 순서가 왔다.
" 응? 저는 목화고 3학ㄴ.. "
그런데 갑자기 어떤 한 껄렁한 양아치 무리들이 여학생들에게로 다가온다. 아무래도 여학생들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 남학생들은 양아치들의 기에 짓눌린 것 같았고, 여학생들 역시 살짝 불쾌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다.
" 저기요. 저희랑 합석하실래요? 저희가 더 재미있게 해드릴 수 있는데. "
" 어어..그게.. 어어.. "
" 여기가 무슨 헌팅술집인가요? 밥이나 얌전히 먹고 가쇼. "
모두가 난감해하자, 한양이 덤덤하게 스테이크를 먹으며 양아치들에게 꺼지라고 말한다. 양아치 무리 중에서 서열이 가장 높아보이는 녀석이 스테이크를 먹는 한양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며 말했다.
" 야.. 넌 뭐냐? 분위기 파악 못 해? 너네보다 우리가 더 나으니깐 넘기라는 얘기 아니야? "
' ...반말이네..이 새X가... '
서한양은 스테이크를 씹으며 한 손에는 포크를 쥐었다. 그리고 포크의 방향은 묘하게 양아치의 안구로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곧 포크를 접시 위에 올려두었다.
' 옛날 버릇 나올 뻔했네. '
서한양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양아치들에게 말했다.
" 할 말 있으면 밖에서 해요. 여기는 다른 사람들도 있으니깐요. 너네는 여기 가만히 있어. 나 혼자서 해결할 테니깐. "
" 크큭.. 저 녀석 친구들 앞이라고 허세부리기는.. 나가면 바로 싹싹 비는 거 아니야? "
" 아 씨, 잔말 말고 빨리 따라나오쇼. "
그렇게 한양과 같이 있던 학생들은 걱정하는 눈빛으로 나가는 한양을 보고, 양아치들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낄낄거리며 같이 나갔다. 하지만 1분도 안 지나서일까? 한양은 아까처럼 말끔한 상태로 와서 남은 스테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382 고양이도 세로동공이긴 한데 태오의 세로동공은 포유류가 아니라 파충류의 그 느낌이 있으니, 자기가 올라타있는 게 똬리튼 구렁이라는 걸 알아채면 떠나겠지요.. 하지만 반복적으로 같은 개냥이를 만나다 보면 개냥이도 왠지 태오에게 익숙해져서 안떠나지 않을까도 싶고 한데 여기서 갑자기 태오에게 길이 든 고양이가 나리눈에띄면 어떻게 될까 하는 끔찍한 상상이 들어버림
"지금까지 만나 본 인간 중 네가 제일 인정한 사람은?" 성운: “이견의 여지가 없지. 부부장님.” “제대로 만나뵌 건 한 번뿐인데. 그 한 번만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어. 아마 그때 부부장님을 한번 뵙지 않았으면,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꺾이지 않았을까.” “집에 훈련장을 꾸린다면 어떻게 꾸리는 게 좋을지 여쭤보고 싶은데, 그럴 틈이 없네.”
"네가 해 본 제일 미스터리한 경험은?" 서성운: “지금 하고 있어.” (자기 자신을 가리켜보인다.) (···키 얘기다.)
"24시간 후에 죽는다면 뭘 하고 싶어?" 서성운: “무슨 질문이 그래······!” “······일단 두 가지를 할 것 같은데. 첫 번째는 내 돈 죄다 어머니한테 송금해 드리는 거고. 둘째는··· 대답 안 하겠어. 꽤 기분나쁜 소리를 하게 될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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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해 줘." 성운: ver1. “아. ···그런 건 잘 못하는데. ······뭐라도 마실래?” ver2. (성운은 말없이, 당신을 꼭 끌어안고는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준다.) ver3. “응, 고생 많았다, 그지. 저기─ 잠깐 이리로 와볼래.” (성운은 당신을 꼭 끌어안고는 허리를 토닥토닥 두드려준다.)
"미안해." 성운: ver1. “사과는 나중에. 일단 해결부터 하자.” ver2. “아니. 네가 미안해할 일 아냐. 내가 너무 무리한 소리 한 거니까.” ver3. “─괜찮아. 그럴 수 있어. 해결했으니 됐어.” ver4. “···미안해하는 건 알겠어. 그런데 그 미안하다는 거, 내 기분을 나쁘게 해서 미안하다는 거야, 잘못된 행동을 해서 미안하다는 거야?” ver5. “······나한테 왜 그래. 대체 왜 그러냐고.”
"처음으로 죽여 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던 사람은 누구였어?" 성운: “나 자신” “그런 눈으로 볼 필요 없어. 열등생 시절에 흔히 겪는 심리적 문제들 중 하나지. ─지금은 그런 마음을 갖기엔 내가 너무 중요해졌어. 키가 컸다거나, 4레벨이 됐다거나 하는 따위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야.”
>>409 만일 반대경우에 혜우가 그렇게 성운이한테 말했다면 성운: “그래, 그 모든 것들을 넘어서서, 이게 우리 종착역이구나.”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웃고 있다.) “···너도 알고 있을 거야. 지금 내가 얼마나 기쁜지··· 얼마나 기뻐서 미칠 것 같은지···.”
.................(끝장나는 심력소모로 하얗게 불타버림.) (이건 무슨 회로를 태웠다고 해야하나요.)
성운이 둘의 앞날이 부디 그렇기를 기도할 때, 나 역시 그렇게 되길 속으로 염원했다. 앞으로 남은 많은 날, 모든 날이 순탄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남들만큼 평범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길.
행여나, 혹시나 그렇게 되지 못 하더라도 내가 성운의 곁을 지키지 못 하는 일 만은 절대 없기를.
"음, 있었던 것도 같고? 가서 찾아보자. 응. 순환선도 좋지. 나 풍경 보는 거 좋아해."
성운의 말에 재잘재잘 대답하며 맞잡은 손을 따라 일어섰다. 그리고 같이 걸어가며 잡은 손을 더 꼭 쥐었다. 이럴 때는, 내 손이 차가워서 좋구나, 더워도 괜찮으니.
간간히 그늘을 거치며 도착한 순환선 역사는 낮 시간답게 사람이 북적였다. 이러면 앉는 건 고사하고 사람들 사이에 치여서 갈 것이 뻔했지만 전철이 이러면 버스나 택시는 어련할까.
면허를 따던가 해야겠다며 투덜거리는 성운을 보고 키득이며 볼을 조금 쓰다듬어 주었다. 대중교통에 사람 많은 건 당연한 일이니까. 아쿠아리움까지 그렇게 멀지도 않아서 괜찮을 거라며 톡톡, 볼을 두드려주곤 같이 전철에 올라탔다. 성운이 건네는 이어버드를 맞는 쪽 귀에 끼곤 손을 꼭 잡고 객차의 흔들거림과 이어버드의 리듬에 몸을 맡겼다.
그리고 성운의 예상대로 매 역에 설 때마다 한 무리씩 승객들이 늘어났다. 처음 탈 때는 편안하게 서서 갈 정도였는데, 사람이 늘어날 수록 점차 한 쪽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였냐면 밀리다 못 해 살짝 휘청여 다급히 성운을 붙잡아야 할 정도였다.
"흐약."
툭, 하고 밀치는 누군가에 작게 소리를 내며 성운의 팔을 꼭 잡았다. 어느새 꽉 찬 객차 안은 모노레일의 약한 흔들림에도 승객 모두가 흔들거리며 쉽게 툭, 툭, 닿고 치이는 상태였다.
"조금만 버티면 될 줄 알았는데, 예상 밖이네, 이건."
사람 너무 많다며 웃는 얼굴로 말하고 있었지만 어디서 어떻게 닿는 건지 모를 주변 탓에 조금씩 움찔대고 있었다.
그날은 아침부터 바빴다. 나리께서는 무언가를 시도때도 없이 확인하시다 어딘가로 연락을 넣길 반복했고, 형제와 자매들도 각각 2학구로 가거나 3학구의 어딘가로 파견을 가느라 분주했다. 엔지니어 일이나 하러 가려 했을 적, 자매 하나가 태오의 어깨를 딱 붙잡곤 고개를 저었다.
"어르신께서 오늘은 도련님이 동행하길 바라십니다." "……손님일까요?" "네. 중요한 손님이니 접대하셔야 하거니와 앞으로도 중한 일을 맡을 겁니다. 그러니까 오늘은 기름때 묻히지 마시고, 어울리는 것도 안 됩니다." "네." "채비합시다. 미팅은 저녁이지만 할 일이 많습니다." "가령……?" "어르신 곁에 계셔야지요. 지금 심기가 불편하셔서 누구 하나 머리 날아가기 전에 도련님이 곁에 계셔야 해요."
그러니까 빨리빨리. 태오는 붙잡히듯 자매의 손에 이끌려 어딘가로 끌려갔다. 생전 처음 보는 장치로 몸을 스캔하기도 하고, 미리 대기하고 있던 형제의 손에 다시금 이끌려 후드티가 아닌 다른 옷을 입어야만 했다. 정장은 불편하지만 오늘은 중요한 날이니 어쩔 수 없다. 머리는 혼자 빗을 수 있다고 했지만 사람들은 안 된다 딱 잘라 말하고는 어느덧 허리 중반까지 넘실거리는 머리카락을 곱게 땋아주었다. 그리고 나리의 곁으로 떠밀리듯 도착했을 적, 나리께서는 벌써 여덟 번째의 통화를 막 끝마친 참이었다.
"나리." "대체 무슨 일이길래 오늘은 이렇게 번듯하게 차려입었담?" "형제자매가 도와주었어요……. 오늘 미팅이 있다고." "옷차림이 불편하진 않고?" "익숙해졌어요." "그럼 어디 다녀오기라도 할래? 4학구 미술관은 어떠니." "곁에 있으면…… 안 될까요." "어쩐 일로 어리광을 다 부린담." "……싫으실까요." "아니, 가까이 오렴."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저녁까지 혹여 나리께서 화가 날까 싶으면 곁에서 물끄러미 쳐다보고, 가끔 간식이나 칩을 주면 적당히 배를 채우며 칩을 만졌다. 미팅 장소로 옮기기 위해 호버 택시에 오를 적, 배웅하는 형제자매의 표정이 환했다. 오늘은 아무도 죽지 않았다는 소리 없는 환호성이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운전자는 없고, 전파 방해장치를 붙여 cctv가 녹화되지 않는 택시 안에서 나리는 태오에게 나지막이 질문했다.
"오늘 무슨 미팅이 있는지 아니?" "……아니오." "눈여겨보던 정신 나간 녀석에게 투자를 제안할 거란다. 그동안 목표로 하던 일이 드디어 손아귀에 들어온다는 뜻이지. 너무 오래 기다렸어." "아."
드디어 오늘이구나. 태오는 속으로 날을 셈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구나. 그리고 자신이 할 일이라면 분명…….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게 알려주지 않겠니? 영악한 녀석이라 내 앞에서도 뻔뻔하리라 믿거니와, 네게 거래하는 법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구나." "……네."
도착한 곳은 장례식장이었다. 태오는 나리를 올려다 보았고, 나리는 괜찮다는 듯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빈소를 지키는 남성을 발견한 나리는 유감스럽다는 듯 조의를 표했다.
"선생님, 여긴 어쩐 일로." ─ 이 사람이 왜 여기 온 거지? 설마 거래를 끊으려고? 이 상황에서? "……이번 일은 유감입니다." "저, 그게……."
남성은 눈을 굴려 태오를 보았다. 태오는 잠시 멈칫하더니, 나리를 향해 시선을 굴렸다. 나리는 태오의 시선이 무엇인지 알아채고는 괜찮다는 듯 어깨를 토닥였다.
"……옆은?" "저희 인사해야지, 무화야."
태오는 애써 공손히 예를 표했다.
"……백무화, 입니다.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무화라고…… 했지. 몇살이니?" ─ 어리다. 우리 아이랑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데, 설마 저 양반이 알고 질책하고자 데려온 건가? 내가 애를 죽인 거나 다름 없다고 생각해서? 아니면 정말 순수한 조의로? 그것보다 이 아이가 누군데? "열 넷이요." "……무화는 제 수행원입니다. 스트레인지에서 죽어가던 아이를 거뒀지요." "수행원이요." "예. 조만간 선생에게도 소개하고자 했건만, 하필이면 이런 자리가 될 줄은 몰랐군요." "……제 아이도, 이만했지요." ─ …아이에게 의심을 품고 싶지는 않지만, 이 상황에 하필 아이를 데려온다고. 그렇지만
태오는 느릿하게 나리를 향해 눈을 굴렸다. 나리는 태오의 시선을 금방 잡아채더니, 태오가 준비된 손가락으로 '부정적'이라는 신호를 주자 눈을 내리 감았다.
"선생. 오늘은 선생을 탓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죽었지 않습니까…… 나는 그 마음을 이해합니다. 제게도 아이가 있으니까요. 저도 제 아이가 죽는다면 눈이 뒤집힐 게 분명합니다. 가슴으로 낳았어도 평생을 품고 참척할진대." "……제, 아이는. 어째서……." ─ 어째서 죽어야 했지? 어째서 그 먼 길을 홀로 떠나야만 했지? 안타까운 우리 ■■! 형제도 두고 떠나버리다니, 얼마나 외롭고 힘들까,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다시금 태오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흔들린다.
"심히 유감스럽습니다. 어째서 몸 멀쩡하던 아이가 그리 아파하며 죽어야 했을까요." "윽, 흐윽……." "원통하지요, 자식 곁에서 떠나보낸 부모 마음을 누가 헤아리겠습니까. 누가 알겠습니까." "으으윽……." "죽어가는 아이를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다지요. 아니, 외면했지요." "제게, 제게……."
남성은 울다가도 눈을 번쩍 떴다. 외면했다는 소리 때문이었다.
"바라는 것이 뭡니까! 얼마나 제 마음을 더 찢어놓아야-!!" "세상이 참 잔인하지 않습니까?" "뭐라, 고요?" "당신 아이는 왜 죽어야만 했습니까. 왜 외면 당하고 고통 받아야만 했을까요." "그건, 그건……." "애초에 인첨공에서 이런 일이 왜 벌어져야 합니까?"
남성은 순간 머리를 맞은 듯 나리를 쳐다보았다. 태오 또한 깨달은 것이 있다는 듯 고개를 들었고, 나리는 태오의 어깨를 부드럽게 토닥였다. 지금부터 잘 보라는 듯.
"그건……." ─ 그러게, 왜 내 아이가 죽어야 했지. "남은 쌍둥이가 죽을 수도 있습니다, 선생." "그것만큼은!!" "절대 안 되는 일이지요. 남은 자식마저 죽을 수는 없지요……. 선생. 그렇지만 이곳은 인첨공입니다. 무력한 자는 죽기 마련이고,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지요. 스트레인지 밖이든 안이든 이 법칙이 당연해져버린 곳입니다." "……제게 뭘 바라십니까?"
나리는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죽은 자를 추모하러 온 곳에서 짓기에는 딱 적당히 예의를 차린 미소였다.
"소중한 것을 지키고 싶지 않습니까?"
태오는 빈소를 나서며 나리를 올려다 보았다. 마찬가지로 호버에 오르는 나리는 슬프고, 애달프고, 고통스럽던 표정과 예의 차린 미소는 온데간데없고 딱딱한 무표정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거래는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으니 좋은 일이지만, 태오는 들었던 한가지 의문을 숨기기로 했다. 태오는 눈을 번쩍 뜨며 몸을 벌떡 일으켰다. 온몸이 작열하는 듯한 통증이 다시금 찾아온 탓이었다. 하필이면 그때 꿈을 꿔서! 팔을 움켜쥐고 고통에 숨도 제대로 못 쉬며 덜덜 떨던 태오는 헛구역질을 몇 번 하더니 그대로 고꾸라지듯 엎어졌다.
전생(轉生) 수많은 판타지 팬들의 이루어지지 못할 오랜 꿈. 그는 오늘도 파란만장한 이세계로의 전생을 꿈꾸며 칙칙한 현실에서 눈을 떴다.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을 먹고, 간단히 씻고, 칙칙한 양복을 입고 문 밖을 나서면 도시의 매캐한 내음이 코를 찌른다. 강함을 꿈꾸지만 부족한 노력으로 인해 언제나 레벨은 0. 없어져도 의미없을지 모르는 작은 톱니바퀴가 되어 오늘도 도시를 굴리기 위해 발걸음을 뗀다. 붉은빛을 내고있는 신호등이 어서 초록빛으로 바뀌길 바라며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린다. 만화를 보면 부주의하게 횡단하다가 트럭에 치이고 전생하곤 하던데.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걸 알아서인지, 아니면 그저 트럭에 치이는게 무서워서인지. 딱히 발걸음을 뗄 용기는 없다.
늦었나 싶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다가 떨어진 동전을 주우려 무의식적으로 몇 걸음 앞으로 걸어나간 순간... 누군가의 외마디 비명과 함께, 시야가 암전된다.
" ....? "
무의식적으로 꾹 감았던 눈이 슬며시 떠지고, 알 수 없는 안개에 둘러쌓인 곳을 둘러본다. 유일하게 전방에 보이는 것은 커다랗게 '캣박스 스튜디오' 라고 쓰여있는 간판과 검은색 건물 하나. 하나부터 열까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어지러워진 머리는, 자신의 근처에 있던 자그마한 '종이 뭉치' 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했다. 그저 이 꿈에서 얼른 깨어나길 바라며..... 아니, 아니지. '이 꿈이 자신이 원하는 꿈이길 바라며' 스튜디오의 문을 연다.
내부는 자신이 방금까지 있었던 도시보다 더 칙칙했다. 수없이 늘어져있는 비상구와 검은색 컨테이너 박스같은 건물들이 늘어져있다. 밖에서 보기엔 이만큼 커다랗진 않았는데.... 어차피 꿈이니까 상관 없나. 일단 아무 문이나 열어보도록 하자.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은, 회색 벽돌들로 둘러쌓인 방이었다. 간간히 벽에 걸린 횃불들이 간신히 시야를 확보할 수 있게 해주었고, 비린내와 핏자국으로 추정되는... 윽, 별로 보고싶지 않다. 고개를 돌리자 웬 칼 한자루가 눈에 들어온다. 마치 '용사' 들이 쓰는 것 마냥 휘황찬란한 검. 홀린듯이 그 검을 집어든다. 손에 검을 잡으니, 마치 검이 의지를 전하듯 머릿속이 맑아지며,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선택받은건가? 드디어 칙칙한 현실에서 벗어나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된 것인가? 두근거린다. 참을 수 없다. 이 검으로 악을 베어버리고 싶다. 생각이 끝나자마자 어둠 속에서 그르륵거리는 울음이 들려온다. 좀비! 용사의 이야기에서 좀비는 빼놓을 수 없다! 어쩐지 좀비가 내 모습과 비슷한 것 같지만 상관 없다. 썩어빠진 과거의 나를 베어내고, 나는 진정한 용사가 될테니.
몇 번이나 검을 휘둘렀을까, 처음의 구역질이 나던 비린내는 이제 신경도 쓰이지 않고, 칼에 베여 스러져간 좀비들의 핏자국은 이제 나의 전리품과도 같다. 숨이 차지만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가렵다
아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삶인가. 이 검과 함께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우릴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 이야기의 용사라면 응당 맞이해야할.... 보스. 그래, 마왕이 없다. 마왕을 잡아야 진정한 용사라고 할 수 있거늘!가려워
그날부터 이 '던전'을 이잡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마왕을 찾기 위해, 마왕을 죽이기 위해, 진정한 용사가 되기 위해, 존재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얼마나 많은 '나'를 베어냈는지 모르겠다. 얼마나 많은 피가 흘렀는지 모르겠다. 마왕은 없었다.
말도 안된다! 마왕이 없는 던전이라니! 하다못해 중간보스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저 수많은 좀비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올 뿐. 마왕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찾은것이 아주 없는건 아니었다. 이상한 방, 커튼 뒤에는 미녀가 용의 형상을 한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있었다. 납치된 공주인가? 만져보니 따뜻했고, 사람의 피부처럼 말랑말랑했다. 저주! 이건 저주다! 마왕이 건 끔찍한 저주! 이 저주를 풀어내고 공주의 마음을 얻어 행복한 결혼 생활을 누리리!가렵다고!
하지만 저주를 풀 방법따위, 한낱 회사원이었던 내가 알아낼 수 있을리가 만무했다. 수많은 방법을 시도해보았다. 노래를 불러보고, 키스해보고, 흔들어 깨우고, 뺨을 내리쳐보고, 칼로 팔에 상처도 내보았고, 평소라면 생각해보지도 못했을 생각을 실행으로.......
모든 것은 헛수고. 무슨 짓을 해도 공주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인정했다. 지금의 나로는 저주를 풀 수 없다! 그러니 마왕을 잡아 저주를 푸는 방법을 묻고, 공주를 구출할테다! 그리고 끔찍한 마왕의 목을 내리쳐주마!
하지만, 마왕은 없었다. 마왕이 없다고? 말도 안돼. 어떻게 이 끔찍한 던전에, 판타지 세계에, 나의 꿈에 마왕에 나오지 않는 것이지? 마왕을 죽여야 이 이야기가 끝맺음을 맺고, '용사와 공주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로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데! 마왕, 마왕이 있어야해. 끔찍하게 사람을 살해하고, 공주에게 저주를 내리며, 모든것을 파멸로 이끌 마왕이..... 있어야 한다. 이제 가렵지 않아.
" .....이건 또 뭐야. "
동월은 스튜디오의 '판타지' 장르에서 이변을 눈치챘다. 들어오자마자 자신에게 덤벼들었어야 할 좀비들은 모두 토막이 난 상태로 바닥에 널브러져있었고, 어둠 속에선 계속해서 소름끼치는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웃음소리를 따라 들어가보니 과연. 멋들어진 검을 쥐고있는 누군가의 웃음소리였다. 몸의 절반은 인간이다. 양복을 입고 있는, 어딜가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남자의 모습. 나머지 반쪽은.... 알 수 없다. 근원부터 잘못돼 보이는 그 모습은, 검은색과 붉은색이 덕지덕지 뒤섞인 색깔에, 끈적해보이는 검은색 액체를 끊임없이 흘려내고 있었다. 머리에는... 뿔인가? 염소의 뿔로 추정되는 무언가가 박혀있었다. 아니, 자라난건가. 그 남자는 손에 검을 들고서 기괴하게 웃으며 동월의 모습을 한 좀비들을 베어내는 중이었다.
[마왕!! 마왕이다!!!! 드디어 나타났구나 마왕!!!!!!!!!!] " 마왕은...... "
없다, 라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가 외친다.
[그래! 정체를 드러냈군! 어서 이 시답잖은 좀비들을 물리고 공주의 저주를 풀어라!! 그 뒤엔 내가 친히 고통없이 단번에 죽음을 선사하지!!!!]
동월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사태는 언제나 익숙해지지 않았다. 제때 구해내지 못한 실종자들은 대부분 이런 형태로 발견되거나, 일부분만을 찾아낼 수 있을 뿐이었으니까. 어느쪽이든 달가운 상황은 아니었다.
" 이제 일어나야지. "
칼이 흩날린다.
[헛소리를.... 어?]
채 말도 끝마치지 못한 남자는, 몇 초가 지나서야 자신의 목에 금이 가는것을 알아챘다.
[ㅁㅏ..... ㅇㅗㅏㅇ.......] " 꿈에서 깰 시간이다. "
끊임없이 마왕을 찾아 헤매던 용사는, 결국엔 마왕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용사를 버리지 않은 마왕. 마왕이 용사에게 진 것일까, 용사가 마왕에게 진 것일까. 아니, 마왕이든 용사든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이루어지지 않을 꿈을 꾸었던 누군가만이 존재했었을 뿐이다.
크아아아아아아악 와 제때 못 나오면 저런 식으로 변질되는구나...🫠🫠 무 무서워................ 나나궁금한게잇는데 월주야 가지말고 대답해줘(잡아옴)(?) 괴이에 빠지는 사람은 무조건 랜덤이야? 아니면 저 사람처럼 뭔가 마음속으로 바라는 게 있다던가 하는 특정 조건이 성립되면 들어가게 되는거야? 여태까지는 100퍼 전자인 줄 알았는데 이번 거 보니까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아님 출입 자체는 랜덤이지만 저 사람은 애초에 저런 욕망을 가지고 있었기에 더 빠르게 잠식된건가...
>>500 크아아악 놔줘요 곰손을 숨기러 도망가야해!!!! (버둥버둥) 무조건 오염! 이라기 보단 특수 케이스에 가깝지요? 오래 머물면 보통은 오염이라기보다는 식재료가 되는 일이 더 많으니... 🤔 괴이부처럼 입장법을 알고있는 사람은 많이 없으니 거의 무조건 랜덤이지요? 하지만 일단 괴이마다 존재하는 '어떤 조건' 을 달성해야 랜덤으로 떨어질 확률이 생깁니다! 확률 속 확률 같은 느낌? 가령, [회사 모양의 괴이가 있다고 치면 '회사에서 일정 시간 이상 야근을 할 것' 이라는 조건을 충족하면 0.몇%의 확률로 진입하게 됨.] 이라는 조건이 있다는 뜻입니다! 저렇게 오염된 이유..... 욕망이 실현된것이기는 하지만 저것도 완전 랜덤이라 뭐.... (옆눈) 뭐 무슨 사연이 있든 월이는 지침대로 행동할 뿐이니 ;3 >>502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이쪽을 들여다 보는 법. 이녀석이 괴이에 오염되고 있다는 해석은 어떠신가요? (리라주:싫어요;;)
>>501 뭐 저 아저씨는 죽는 그 순간까지 자신이 이세계를 구할 용사라고 믿었을테니, 어찌보면 배드엔딩만은 아닌 그런 상황이지 않을까 하고... (옆눈)
>>512 이녀석이 괴이에 오염되고 있다는 해석 예???????????????????? 🫠🫠🫠🫠🫠리라주스프
안돼 월아!!!!!!!🥺🥺 크아아아아아
시...ㄱ... 그렇군.... 무섭다...... 호오 확률 속 확률이었구나 설정 짱 재밌어 저것도 일단 랜덤이긴 하구나🤔 휴우 뭔가 조건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무차별적으로 끌려들어와서 변해버린다는(재료... 가 된다는)점이 참 자연재해 같기도 하고 오싹하고 신비롭고 그렇다...
>>516 리라주스프다 맛있겠다 진열해야지 (??) 자연재해라고 하면 틀리진 않을지도요 진입 조건을 알더라도 피하기가 까다로우니 🤔 여담이지만 여로와의 일상에서 '판타지' 가 아니라 '일상' 이 골라졌으면 오염되지 않은 사람들이 어떤 모습이 되었는지가 나왔을 예정이지만 :3 수위 문제로 못했으려나? 🤔
어허씁 소설쓰기엔 시간과 금손이 읎어요 발퀄이라구!!!!!!!!!! (난장) 헤헤 그래도 재밌게 봐주신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다음번에 더 다크한 독백으로 찾아뵙겠습니다 (?)
쓰던거 가져와야하나... 어딘가 울렁이고 기묘한 곳. 한때 잠깐 샨텅으로 불렸던 이는 가든을 그렇게 회상했습니다. 앨리어스는 보통 앨리어스에 함의된 뜻과 연관있거나, 앨리어스의 성질과 관련되거나, 앨리어스에 함의된 뜻과 반대되거나.. 하는 것이 가장 큰 세가지의 갈래입니다. 따지자면 자신은 세번째 예시의 좋은 예겠군요.
이 맵은 청둥오리저택. ¹오리는 둘이다. 그 중 ²암살자는 필수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그는 맵을 천천히 돌아다녔다.
¹오리: 마피아 진영. 각 오리마다 다른 능력 존재. 같은 오리끼린 빨간색 이름으로 뜬다.
²암살자: 회의에서 단 두 번, 다른 사람의 직업을 맞춰 암살할 수 있는 직업. 직업을 틀리면 자신이 대신 죽는다.
「흐음..」
연못 안 쪽에서 낚시하던 하얀색을 검은색이 써는 게 보였다. 그는 단숨에 검은색을 썰고 그 시체를 신고했다. 죽은 사람은 하얀색과 분홍색 거위 캐릭터였다. 그가 신고한 시체는 검은색이 아닌, 분홍색이었다.
「아, 어쩐지 대놓고 썰더라. ³변장이네. 여기 연못이고 검은색이 하얀색 썰길래 내가 ⁴칼직이라 썰고 신고했는데 분홍색이 신고되었네. 변장 죽었어-」
³변장: 변장술사. 오리 직업. 생존자 중 한 명의 피를 뽑아, 그 사람으로 일정 시간 변장 가능하다.
⁴칼직: 칼을 쓸 수 있는 직업. 거위진영에서 보안관과 자경단이 해당되며, 중립인 송골매와 오리도 이 쪽으로 거짓말을 자주 한다.
그의 말에 사람들이 눈치 빠르게 건너뛰기 버튼을 눌렀다. 그는 웃었다.
「칼직끼린 욕실에서 만날까-?」
그가 말했다. 어차피, 그 누구도 그에게 자신의 직업을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 사실을 알았기에 그는 웃을 뿐이었다.
회의가 끝났다. 아무도 달리지 않았다.
「성여로, 너 진짜 **거위야?」 「내가 변장 죽였잖아-」
회의가 끝나자마자 그가 태어난 곳은 로비 앞 마당이었다. 뒤 쪽에서 다가온 노란색 새 캐릭터의 물음에 그가 웃으며 대답했다.
**거위: 시민진영. 직업마다 능력이 다 다르다
「뭐.... ***장의사 있으니까 시체 발견하면 말해줘」 「좋아-」
***장의사: 거위 직업 중 하나. 시체 앞에서 3초간 조사하면, 다음 회의 때 직업을 알 수 있다.
노란색 새 캐릭터가 왼쪽으로 가고 그는 오른쪽으로 빠졌다. 놀랍게도 살인 사건이 나지 않았다. 남은 오리가 그를 견제하는 듯 했다. 그도 그렇겠지. 그가 부엌 위 쪽을 덜어갈 때, 맞은 편에서 오던 검은색 새 캐릭터가 부엌으로 들어갔고 그 직후ㅡ
검은색 새 시체를 연두색 새가 신고했다. 그는 웃었다.
「****경크! 성여로가 썰었어! 내가 봤어!! 쟤 오리가 아니라면 *****송골매야!!!」
****경크: 경찰 크리티컬. 살인 현장 목격했을 때 쓰는 말.
*****송골매: 중립 진영 중 칼을 쓸 수 있는 직업. 투표할 수 없으며 건너뛰기만 가능하다.
연두색 새가 외쳤다. 그는 말없이 큭큭큭 웃었다. 몇몇이 투표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 달아, 그럼. 근데 암살자 살아있을거고 네가 ******캐거를 썰었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어디 한 번, 내 직업 맞춰서 쏴! 남은 오리 암살자잖아? *자경단인지 보안관인지 송골매인지 맞춰!」 「근데 아깐 왜 못 쐈어? 같은 오리 썬 거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내가 이제 칼 쓰지 못하는 거 보면 알잖아-?」 「힌트 줄까? 난 책임감 없는 쾌-」
******캐거: 캐나다거위. 썰리거나 먹히고 3초 뒤 자동으로 신고가 된다.
*자경단인지 보안관인지: 거위진영의 칼직. 자경단은 1번만 썰 수 있는 대신, 아무 디메트리가 없고 보안관은 여러 번 썰 수 있는 대신, 같은 거위를 썰면 같이 죽는다.
그가 웃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탕, 소리와 함께 게임이 끝났다. 그의 직업은 복수자였고 연두색 새 캐릭터는 암살자였다.
「이번 판 직업 중에 송골매 없더라고-」
그는 웃었다. 실제로 중립은 **도도새만 존재했다. 그의 직업은 복수자였다.
**도도새: 투표에서 달리면 우승.
복수자 거위진영. 살인현장을 목격하면, 화면이 붉어지면서 3초 간 한 명을 썰 수 있다. 살인현장을 목격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칼직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통칭, 책임감 없는 쾌락.
"없는 이들은 늘 그렇게 말해. 있어서 마냥 좋은 것도 아닌데 말이야. 뭐...그렇다고 싫은 것은 아니지만."
형이나 누나를 부러워하는 것은 어차피 개개인의 자유였기에 세은은 그에 대해서 굳이 지적을 하거나 말리거나 하지 않았다. 자신이 가지고 싶다고 하는데 어쩌겠는가. 하지만 과연 있어서 항상 기분이 좋고 재미있을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아주 잠깐 태진과 경진의 사이를 떠올리면서 세은은 괜히 자신의 머리카락만 베베 꼬다가 살며시 손을 아래로 내렸다.
"그건 나중에 다른 이들에게 또 리스트를 물어보면 되겠네. 당장 너하고 나만 해도 의견이 갈릴 정도니 말이야."
고기나 닭갈비. 나쁘진 않았으나 너무 무겁게 먹는 것은 역시 질색이었다. 간단한 회식 정도라면 모를까. 그렇기에 그녀의 마음은 조금 더 디저트 카페 쪽으로 향해 있었지만 그래도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진 않았다. 나중에 전체적으로 물어보면 될테니까.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충분히 따를 생각이었다. 그게 당연한 것이기도 했고.
한편, 눈앞에서 빙수를 다 먹어버리려고 하는 아지를 바라보며 세은은 대단하다는 듯 가만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애라서 그런지 참 많이 먹는다고 생각하며.
"보기와는 다르게 많이 먹네. 그래도 적당히 먹어. 다음에는. 그러다가 살쪄."
토실토실한 것이 귀여운 것도 아주 잠깐일 뿐이야.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세은은 케이크를 천천히 먹었다. 한편, 디저트 카페 관련으로 정한 곳이 있냐는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3학구에 진짜 이런저런 다양한 디저트를 파는 곳이 있어. 가격도 괜찮고 어지간한 것은 다 있거든. 먹기 힘든 것들도 많고... 무엇보다 부드럽고 달콤해."
거기 에그타르트 먹으면 진짜 장난 아니야. 그렇게 이야기하며 세은은 작게 웃어보였다. 이어 그녀는 핸드폰을 꺼낸 후에 위치를 찍어서 아지의 단말기 쪽으로 전송시켰다.
오늘은 수영장에 같이 가자며 혜성을 불러낸 아지는 수영장에 도착하기까지 내내 생글생글 웃으면서 혜성에게 말을 걸었다. 수영장에서 흰 수영복을 입은 아지는 발부터 물에 담그는 것이다.
"온도를 적응시켜야 해~ 여름이어도 물은 차가우니까~"
그렇게 담당 연구원에게 배운 것을 자기가 가르치는 양 뻔뻔하게 얘기도 해보면서 말이다. 그러나 물 속에 들어가자 맥주병인 아지는 제자리에서 발끝만 마구 움직여 서있는 채로 앞으로 가는 것이다. 꼿꼿이 서있는 채 움직이는 것이 꽤 볼만한 광경이다. 그러다 이상한 걸 눈치챘는지 수영장 옆에 있는 킥판들 중 하나를 붙잡고 온다.
"이제 쭉쭉 움직일 수 있어~" "가자~!"
헤실헤실 웃으면서 얼굴로 혜성을 따라 수영할 작정이다. 그래봤자 혜성이 수영을 잘 한다면 발뒤꿈치도 따라가지 못하겠지만 그것도 추억이다.
그냥 주절주절 4학구를 없애는 주체가 제로인가? 만약 크리에이터가 배신자라면(아저씨 미안 근데 지금 제일 의심됨) 이미 크리에이터의 데이터는 제로에게 넘어가 있을 것이고 크리에이터는 딜리트(예전에 캡틴이 풀어줬던 레드윙/크리에이터 퍼클 필살기 묘사에서 봤음)가 가능하고... 그럼 제로도 가능하겠지 아무리 그래도 아직 프로토타입이라 레벨 4 수준이라는데 학구 하나 싹 지우는 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만은
꼭 그게 아니더라도 플레어 빔 쏘면 순삭 가능하지 이건 방사능이라 피해가 너무너무 클 테니 진짜 공포정치 할 생각 아니면 안할거 같긴 한데(어쨌거나 흔적도 남고)
🤔 근데 또 이렇게 생각하면 플레어의 능력도... 이미 데이터가 넘어가서 제로한테 심어져 있단 말이지... 둘다 가능성 배제 못해... 배신자가 하나뿐이냐는 질문을 했어야 했나 이거
민우는 제일 쎄했는데 다른 가능성이 던져져서 덜 쎄해졌고(?) 선혜는 은우랑 뜻을 같이하는 거 같고 🤔 세은이도 신경쓰여... 아기딸기사탕아... 아니지...?
이건 좀 딴소리인데 샹그릴라도 이상향이라는 뜻이더라 유토피아도 이상향(낙원)이고
🤔🤔🤔 흐으으으으음 얘네가 어떤 근거를 베이스로 제로원 프로젝트를 이상향이라 판단하고 진행중인지가 제일 궁금해
몬가 예전에 캡틴이 리라가 레벨 5 돼서 어디로든 문을 만들어도 인첨공 바깥으로는 못 나간다고 했었는데
그런 식으로 일반적인 초능력자는 인첨공에서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지만 퍼클들은 관리 불가능한 규격 외의 돌연변이들이라 이렇게까지 하는 거 같기도 해 이미 위크니스라는 훌륭한 족쇄가 있긴 하지만 더 자기들 맘대로 컨트롤 가능한 병기를 원하는 것 같고... 🤔 흐음 어렵군용...
>>656 이것이여신의자태구나 내가 새벽에 못 봤던 게 이건가 하.......... 아름다워 혜우 안경 되게 잘어울린다... 냉미녀라 그런가 한층 더 엘레강스해보임 와중에 호피무늬랑 에일리언 선글라스⬅️이것도ㅋㅋㅋㅋㅋㅋㅋㅋ 꽤 혼란한 조합인데 되게 잘 소화하네ㅋㅋㅋㅋㅋㅋㅋㅋ 하 귀엽다
감사합니다 팍팍한 화요일 혜우주 연성으로 치료받음 해피😇
>>653 미안해요 민호아저씨 나 사실 민호아저씨 조아하는데 크흐흑 리얼리티 동지... 그치만... 혐의가 풀리면 사죄하겠습니다(의심의 악마가 들림)
분명히 차창 밖으로는 한여름의 햇살 아래 펼쳐진 여름 정취 가득한 3학구의 풍경이 있는데, 기껏 순환선을 고른 이유인 풍경 구경을 할 틈이 없다. 내리는 사람은 적고 올라타는 사람은 많아, 객차 안은 점점 콩나물 시루가 되어간다. 눈치싸움도 어지간히 실패했는지 아예 탑승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나올 정도다- 인파에 휘말리는 것은 성운도 예외가 아니라, 밀려드는 인파를 감당하기 위해서 서있는 자세를 고칠 필요가 있을 정도였다.
그때 네가 살짝 휘청이며 성운의 옷깃을 붙든다는 게, 그만 후드집업 앞섶 지퍼를 덥석 거머쥐어버린다. 지이이이익, 하고 속절없이 네 손이 아래로 미끄러져간다. 그러나 네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균형을 잃기 전에, 네가 살짝 비틀거리는 걸 본 성운이 황급히 팔을 뻗어 네 어깨를 감싸쥔다. 그리고 그 팔이 너를 부드럽게 잡아당기더니, 너를 벽 쪽으로 밀쳤다. 그리고는 턱, 하고, 양팔로 네 어깨 양옆 너머로 유리창을 짚어서는 성운의 모습. 벽에 딱 한 사람이 기대어 쉴 만한 공간이 있어, 거기에 성운은 널 밀어넣은 것이었다. 성운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성운은 그제서야 네가 얼떨결에 뭘 거머쥐었는지 눈치챘다. 아래로 좍 잡아당겨지면서 체중까지 살짝 실려 끌어당겨진 탓에 성운의 후드집업 앞섶이 훤히 열려서는 한쪽 자락이 숫제 어깨 아래로 벗어지게끔 잡아당겨진 것이다. 그 아래로, 단단한 근육질 몸을 꽉 감싸고 있는 까만 나시티 차림이 빤히 드러나 있었다.
뭐 딱히 별 큰일은 아니다. 후드집업 아래에 아무것도 안 입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까만 나시 정도면 이 뙤약볕 쨍쨍한 한여름에 웃도리에 그거 한 벌만 덜렁 입고 다니는 케이스도 흔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 녀석의 반응은 조금 이상하다. 왠지 뭔가 대단히 민망한 일이라도, 그것도 하필이면 애인 손으로 당한 것마냥 얼굴이 빨개지는 게 아닌가. 꽤나 폐쇄적인 생활을 한 이 녀석은 남에게 '보여줘도 되는 옷'과 '보여주면 안되는 옷'에 대한 기준이라거나 관념을 상당히 보수적이고 깐깐한 것으로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나시티라도 헐렁한 것인가 딱 달라붙는 것인가, 두꺼운 옷감인가 얇은 옷감인가에 따라 보여줘도 되는 옷과 보여주면 안되는 속옷을 엄격히 분간하고 있었는데, 성운의 기준으로 그가 안에 받쳐입은 까만 나시티는... 누구도 쉬이 납득하기 힘들 그의 기준에 따르면 밖에서 함부로 보여주면 안되는 것이었다.
성운은 달아오르기 시작한 얼굴을 한 채로, 잠깐 네 어깨 양옆을 짚은 손 중에 하나를 잠깐 내려서 지퍼를 다시 끌어올리려는 듯이 손을 거두려 했다. 그러나 타이밍좋게 객차가 감속을 시작하면서 한번 흔들리는 바람에 성운은 지퍼 끌어올리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손을 짚어 균형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성운은, 적잖이 민망한 부탁을 하기라도 하는 듯한 표정으로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네게 소곤소곤 부탁을 건넸다.
오늘도 또다시 격투 프로그램이다. 저번에 한번 체험한 바 있던, 빙글빙글 돌아가는 복도에서 전투연습용 안드로이드들과의 교전. 언제나 그렇듯 머리에는 헤드셋을 차고, 목에는 호스를 꽂은 채다. 조건은, 능력을 오로지 방어에만 사용할 것. 저번에는 맨손, 기껏해야 연습용 경찰봉만 들고 있었던 녀석들이 상대였지만, 이번에는 경찰봉을 들고 있는 녀석도 있고 권총을 들고 있는 녀석도 있다. 물론 훈련이니 페인트볼이지만, 훈련 성과에 따라 가시화되는 점수가 있고 경찰봉이나 페인트볼에 맞는 게 감점조건이다 보니 별거 없는 걸 알면서도 일단 높은 점수를 따고 보자는 호승심이 자극되는 게 그럭저럭 재밌는 훈련이다.
2차 시기에서 성운은 노 히트 클리어를 달성했다. 오늘은 헬스장에도 가야 하니, 너무 시간이 끌리면 안될 것 같아 진지하게 집중한 결과였다.
물론 그것도 충분히 보람찬 일이긴 하겠지만, 보다 더 일상과 맞닿아있는 무언가를 바라고 있던 걸까?
"그나저나 어쩐 일이니? 그냥 시키는 것만 할줄 알던 애가 그런 고민까지 다 하고~" "글쎄여...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슴다?" "누군가를 돕는 것에 꼭 능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법은 없잖니?" "그랬다믄 딱히 걱정할 것도 없었겠지여... 당장도 할건 많으니까여. ...역시 디지털 장례식이 답인가... 기록말소..."
무언가 웅얼거리며 한참 심각해진 표정을 짓는 그녀를 보며 여성은 살며시 미소를 띄우고선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포트쪽으로 다가갔다.
"번뜩이는 생각이 있다면 좋겠네~ 대신 연구소 외에까지 영향을 줄만한건 꼭 얘기하는거 잊지 말고?" "그런건 걱정 안하셔도 됨다~ 그것까지 다 계산하면서 움직이니까여."
커리큘럼실의 공기는 적정온도보다 조금 낮게 설정된 에어컨 바람 탓에 다소 차가웠다. 리라는 차차 식어가는 피부 위에 손을 올려 체온 하락을 막는다. 그는 지금 그림 그려진 종이들을 사이에 두고 담당 연구원 윤정인과 마주앉아 있었다.
"이사는 끝났습니까?" "네, 어제 들어갔어요. 정리 좀 된 다음에 찡찡이만 데려오면 돼요." "그럼 이제 의논 좀 해보죠."
드로잉용 페이퍼 위에 매끈한 A4용지 두 개가 놓였다. 하나는 모 사기업의 신제품 기술협력 요청서, 하나는 종합통지표다. 건강상태, 뇌파지도, 계수 감소 수치를 그래프화 시킨 이미지. 리라의 눈이 두 종이 사이를 오가다가 정인에게 닿았다. 익숙한 눈빛이다. 참 나, 의논은 무슨. 하지만 어쩔 수 있나. 하라면 하는 거지.
"어디 보자. 저번엔 스타트업이었던 거 같은데 이번엔 중견기업이네요. 분야는... 건설업 쪽이구나." "예전에 만든 거 있잖아요. 강화 장갑이랑 각반. 기록해뒀던 걸 샘플로 제출했더니 관심있어 하더라고요. 그쪽 현장에서 이리라 학생이 만든 아이템을 사용하는 사람을 목격한 인부도 있다고 하고. 엔터테인먼트 업계 쪽에도 특수효과 쪽으로 언질 넣어놨습니다. 곧 답변 올 거예요." "잠시만요. 날짜 좀 볼게요. 비는 시간이... 댄스부 정기 연습이 스케줄에 다시 들어와서, 어디." "다시 합니까? 그거?"
고저 없는 목소리에 리라는 종이에서 천천히 눈을 떼고 정인을 마주보았다.
"마음에 안 드시는 것 같네요." "가뜩이나 저지먼트다 상담이다 병원이다 뭐다 해서 까먹는 시간이 많은데 거기 또 댄스부를 끼워넣는 게 마음에 들 턱이 있습니까?" "방학이잖아요, 시간 남아요. 괜찮아요. 1학기에도 다 잘 했잖아요." "그때는 병원과 상담을 한 군데에서 한번에 해결했었죠. 지금은 나눠졌고. 게다가 축제 때 공연한다면서요, 그럼 개학하고도 계속 연습 잡힐 거 아닙니까?" "조절할 수 있어요." "속 편한 소리 하기 전에 이것부터 보시죠."
정인의 마른 손가락이 또다른 종이를 두드렸다. 정확히, 계수 감소 수치가 기록된 그래프를.
"레벨 4 되고 난 다음부터 눈에 띄게 느려진 건 알고 있겠죠. 뭐, 조금씩이나마 발전이 있고 시키는 것도 잘 하니까 일단 내버려 뒀습니다만..."
여기. 푸르스름한 손톱이 일부 확대된 부분을 가리킨다. 지난 일이주 사이의 감소 수치였다.
"일주일 정도 변동이 아예 없었죠. 이런 적은 처음인데." "......뭐, 성장기가 있으면 키가 멈추는 시기도 있는 거잖아요~" "이리라 학생 입에서 그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군요. 내가 아는 이리라 학생은 담당 연구원이 만류할 때도 아득바득 무리하다가 쓰러지던 사람이었는데."
정적이 흘렀다. 마주한 얼굴은 창백하고, 표정 읽기 어렵다. 안경 너머 날카로운 눈매는 쳐다볼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집중합시다." "댄스부 연습 참여는 할 거예요." "할 일들에 제대로 집중할 수만 있다면야 뭔들 말리겠습니까?"
가끔 우연은 기가 막힌 방향으로 상황을 이끌어 누구도 예상하지 못 했던 결과를 만들어내곤 했다. 그건 좋은 일일 수도, 나쁜 일일 수도 있었고 정말로 엉뚱한 일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지금이 딱 그런 순간 아니었을까?
"으에?"
흔들리는 객차 안에서 분명 넘어지지 않기 위해 성운을 붙잡았는데 이게 왠 걸, 잡은 부분이 죽 내려가 되려 더 크게 휘청거릴 위기에 처해버렸다. 다행히 성운이 제때에 잡아주어 넘어지는 일은 없었다.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을 미처 내쉬기도 전에 몸이 흔들, 하더니
"익."
어디론가 휙 밀어져 곧 등 뒤로 판판한 벽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 앞에는 성운이 벽을 짚고 서 있었고. 잠시 무슨 일인지 몰라 두리번거리다가 성운의 소곤거림에 응? 하고 고개를 들었다.
"지퍼?"
자연스럽게 내려간 시선에, 그제야 그 모습이 시야에 확 들어왔다. 밋밋하던 후드집업 사이로 잘 단련된 근육과 검은 나시티가 확 드러나 있었다. 분명 탈 때까지만 해도 안 이랬는데, 했다가 아, 하고 떠올렸다.
아까 주르르 내려가던 그거! 이 집업 지퍼였구나!
성운이 직접 올리기에는 공간이 좁고 계속 흔들리고 있어서 무리인 듯 했다. 뭐, 애초에 내가 잡아버린게 원인이니 내가 올려주는게 맞겠지만 그렇지만-
"싫은데?"
저 붉어지는 얼굴을 보고 있으니 순순히 해주기 싫달까. 물론 나도 볼이 아주 살짝 따끈해지는 기분이었지만.
아무튼 혀끝 쏠랑 내밀었다 집어넣고 잽싸게 성운의 허리에 팔을 두르려 했다. 그대로 내 쪽으로 끌어당겨, 그 까만 나시티 위에 볼 폭 닿을 수 있는 거리까지. 어차피 객차 안은 사람으로 붐벼서 더 붙어 있는게 나으면 나았지 나쁠 게 있을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렇게 가까이 있으려 하며 종알거렸다.
"냉방 너무 세서 나 추워. 응?"
발그레한 얼굴로 하기엔 못 믿을 말이겠지만 과연 어떨까. 고개는 살짝만 들고, 시선을 위로 해 눈을 깜빡이며 성운을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면 눈웃음 짓는 것도 있지 않고.
안녕하세요 리라주~ 레벨 4면 인첨공 상위 2%인 건데 치야호야도 막 해주고 열심히했으니 이제 즐겨~ 해줘도 될텐데 리라가 뭐 논다고 빈둥빈둥 삐대는 것도 아니고 사람 이리라로서 사느라 바쁜 건데 저 싸늘한 눈빛에 그거에 대한 존중이 단 한치도 느껴지지 않아서 수정펀치 마렵네요 인첨공의 높으신 분들에게 느끼는 꼴받음이 정인씨한테도 고스란히 느껴진달까
>>777 인첨공의 높으신 분들에게 느끼는 꼴받음이 정인씨한테도 고스란히 느껴진달까⬅캐어필이 잘되고 있군(??) 후후 성운주는 캐해력이 정말 좋다니까 맞다... 정인씨는 너무 '연구원' 이라서 1년간 아무 변화 없던 열등생의 급성장에서 가능성을 좀 봤는데 갑자기 주춤하고 덜 절박해 보여서 심기가 꼬였대 이 인간도 욕심이 많아🤔
>>780 로보트래요~~(???) 인간미가 없는 인간이지 어울려주다가도 선넘네 싶으면 저래버리니
그렇다. 커리큘럼의 강도를 낮추기로 한 다음 날이었으므로 오늘 한 커리큘럼은 다소 쉬웠다. 랑은 딱히 연구원에게 더 강한 커리큘럼을 요구하거나, 더 약한 커리큘럼을 원한다고 이야기하지 않는 성격이었기에 성환은 적절히 커리큘럼의 강도를 조절하는 데 온전히 자신의 신경을 쏟아야 했다. 그 때문에 최근 불려갔던 것이기도 하고.
"뭔가 달라진 건?" "글쎄..."
"좋아, 그러면 한동안은 이렇게 계속하자." "난 상관 없는데, 뭐 문제라도 있나?"
응? 갑작스럽게 들어온 질문에, 성환은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 살짝 흘러내린 안경을 얼른 고쳐 썼다.
"아냐, 음... 너도 성장세가 많이 둔화됐다는 건 알고 있지? 그래서 이것저것 해보는 중이거든." "그런가, 뭐 알아서 잘 할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럼 가본다. 그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선 랑이 하품과 함께 기지개를 쭉 펴곤 손을 한 번 까딱인 뒤 연구실을 빠져나가자. 성환은 닫힌 문을 쳐다보다가 차트로 시선을 돌렸다.
다소 애매모호합 답이 돌아오지만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학생의 성장 지표를 보여주는 곡선이 완만하다. 거의 오르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점에 성환은 집중했다. 커리큘럼의 강도를 올리는 게 아니라, 낮췄음에도 성장은 멈추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좋은 TMI. 원래는 R1때 썼었던 MPC를 그대로 데리고 올까..하고 처음에 생각한 적도 있었답니다. 그런데 어쨌던... 무통잠으로 깨지긴 했지만... 연플캐가 있었었던 애기도 하고... 뭔가 그대로 쓰자니 찝찝하고...그래서 폐기하고 다시 만들었다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이야기.
>>853 그럴거 같아 나름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가설을 매번 내놓고 있는데 늘 더한 게 나오더라구 내 뇌가 순한맛인걸 깨닫고 있어 납쁜인간들............ 으르르르르르
>>855 좋아 나중에? 만날? 일이 있을까? 지만 만날일이 있다면 사드려야지(?) 역시 야행성 고양이 이 시간에 몬스터 마시고 싶다니 그것도 정말 궁금해... 흐음... 음... 갑자기 궁금해진다 혜우편이라는 게 옛날부터 지금까지 쭉인 게 맞아??(막말했던거 제외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별모양 쓰고 가야지(고양이 쫓아내기 권법 수준임)
오늘 급식은 말라비틀어진 황천의 조기튀김이었습니다. 수경은 받아온 기묘한 S자 조기튀김을 보고 있습니다. 젓가락으로 건드리며 능력을 쓰자 그 조기튀김에서 살만 분리되어 한쪽에 쌓입니다.
"...양이 좀 부족한데요.." 수경은 조기튀김을 몇 마리 더 받아와서 살만 발라내기 시작합니다.... 어쩐지 누군가들이 머뭇머뭇 다가와서 발라달라고 부탁할지도 모릅니다.
인터넷에 뒤틀린 황천의 조기튀김을 검색하시면 조기튀김의 비주얼을 볼 수 있습니다.
"케이스... 제 얼굴을 도화지로 쓰는 건가요?" -네 맞아요~ 하지만 예쁘게 그려놓는 것도 효과를 올려준다구요? "....칼리스나 카렌에게 해주는 건 어떨까요..?" -흐응... 하지만 잘 맞는 색조를 찾으려면 해봐야 한다구요? "아. 케이스. 너무해요." -옷 쇼핑이 아닌 건 다행이죵? "....미안해요."
일단 너나 성운이 균형을 잃고 옆으로 쓰러져 옆 사람과 충돌하는 일은 피했다.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부대끼게 되는 것도, 성운 덕에 면했다. 이제 저 복잡한 인파들은 성운의 등이 가로막고 있어, 움직일 공간이나 공기가 조금 답답한 것만 감내한다면 너는 이제 상대적으로 편하게 차창에 기대어 목적지까지 갈 수 있게 됐다. 아니면 뒤로 돌아 창밖을 내다보면서, 인첨공의 여름 풍경을 모노레일 위에서 감상하거나.
─그런데 그러자니 네 눈에는 아무래도 등 뒤의 차창으로 보이는 경치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경치(?)가 더 그럴싸한 모양이다.
이런 나시티를 입는 것은 흔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얇은 여름외투 위에 받쳐입는 것도 그럴 수 있고, 그냥 위에 나시티 한 벌만 입고 돌아다니는 것도 몸매에 자신만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니 나시티 차림의 연인의 품에 기대는 것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그걸 마치 공공장소에서 내보이면 안 되는 속옷이라도 내보인 것마냥 남사스러워하는 성운의 반응이 지금 얼떨결에 잡아내려버린 후드집업 사이로 드러난 새까만 천에 싸인 가슴팍에 그런 ‘당연히 할 수 있는 일’과는 조금 다른 다소 자극적인 테이스트를 첨가하고 있는 것이었다.
대뜸 확 당겨안아 어느덧 제법 널찍해진 대흉근 위에 볼을 푹 파묻어버리자, 한결 더 선명해진 숲 향기와 함께 성운의 체온이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게 고스란히 네 서늘한 뺨으로 전해져온다. 시선을 들어보면, 이런 순간에 파고들어오는 게 다른 누구도 아닌 너라는 게 공공장소에서 희롱이라도 당한 것 같아 부끄러운데 또 싫지 않고 화내기도 애매한 복잡미묘한 감정이 혼란스럽게 뒤죽박죽되고 있는 성운의 빨간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 그 뒤죽박죽된 혼란은, 나시바람의 품에 뺨을 기대며 천연덕스럽게 눈을 마주쳐오는 네 시선과 눈을 마주칠 때 뾰루퉁하니 토라진 표정으로 자리를 잡았다.
“천혜우 너 진짜 제멋대로다······.”
새삼스러운 이야기를 하며, 토라진 얼굴을 한 주제에 성운은 결국 한 팔로 네 어깨를 가볍게 싸안아, 네가 품속에 마음껏 붙어있을 수 있도록 받쳐주고 만다. 벽에 한발 더 다가서며, 팔을 쭉 뻗어서 짚고 있던 벽을 팔꿈치로 짚으면서. 사람으로 가득찬 객차 안이라 공기가 이런저런 사람들의 향기로 뒤섞여있었지만, 그럼에도 그 중에서 가장 선명하게 성운의 체취가 네게 와닿고 있었다. 모노레일은 무심히 계속 3학구의 순환선을 달려간다. 이대로 별일 없으면, 잠시 뒤에는 목표했던 정거장에 도착하지 싶다.
그래, 차창 밖으로 그 어떤 풍경이 펼쳐지고 있더라도 지금 눈 앞에 있는 풍경만 할까. 평소에도 같이 있으면 자주 기대고 안기는 품이지만 장소가 만들어 낸 상황과 그 상황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성운의 모습에서 어떻게 눈을 돌릴까!
그러니 내가 한 행동들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들이었다. 그 행동들로 인해 성운의 얼굴이 더 벌개지고, 표정이 뾰로통해질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면서도 말이다.
"다 알고 있었으면서, 뭘 새삼."
내 행동에 제멋대로니 뭐니 하길래, 성운의 품에 기대 바라보면서 그렇게 종알거렸다. 성운도 알면서 한 소리일 터였다. 요근래, 유준 다음으로 내 변죽을 겪어온 성운 아니었던가. 모를 리가 없는데도 저런 소릴 하는 이유가 빤히 보여서 더 즐거워졌다. 그래서 조금 더 이 상황을 만끽하기로 했다.
"흐응..."
버티지 않고 다가와 어깨도 감싸주어 한결 편안히 안길 수 있게 해준 성운에게 기대 품에 볼을 부비며 작게 기분 좋은 소리를 흘렸다. 냉방 돌고 있는 객차 안인데도 성운의 품은 더 따뜻해지면 해졌지 결코 식지는 않았다. 게다가 품 안은 성운 특유의 숲 향이 가득해서 숨에 다른 향이 섞이는게 싫어 더욱 품에 파고들게 되었다.
"히히, 좋다..."
작게 종알거리면서 허리에 두른 팔에 힘이 꾹 들어가는 반면, 손은 성운의 옷 위를 살짝씩 누르는 것이 꼭 꾹꾹이 하는 것 같지 않았을까.
마음껏 그러고 있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원래 즐거운 시간은 훌쩍 지나가는 법이라. 어느새 다음 정거장이 아쿠아리움이라 알리는 방송이 들려왔다.
벌써?
칫, 아쉬운 소리를 내며 성운의 품에서 고개를 떼고 전철이 멈추기 전에 성운의 후드집업 지퍼를 맞춰 올려주려고 했다. 그러면서 발뒤꿈치를 들어 성운의 볼에 톡, 하고 가벼운 입맞춤도 겸하려 하고
"이따 갈 때는 한적하면 좋겠다. 그치?"
그런 얄미운 소리도 한 마디 보태면서 어느새 문이 열린 전철 밖으로 성운과 함께 나가려 했다. 전철역에서부터 아쿠아리움까지는 연결된 길이 있으니, 곧장 아쿠아리움으로 갈 일만 남았다.
연구원 나가자마자 마시멜로 빤히 보다가 말랑말랑만져보다가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눈치보면서 살짝 핥아보다가 내려놓고 눈 가렸다가 방을 빙빙 돌다가 몰래 마시멜로 귀퉁이 배어먹고 조금 있다가 조금 더 먹고 결국 마시멜로 4/5쯤 남았을때 접시에 조심히 올려놓고 연구원에게 발견됨
자캐가_바보아니냐는_소리를_들었을때_반응
기본적으로 바보 아니야~ 하면서 씩씩거리거나 시무룩해함
자캐의_배려방식은
맛있는걸 미리 예약해놓는다 친구의 머리에 묻은 걸 떼어준다 친구가 원하는걸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친구의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작고 여린 새야, 저기로 가면 안 된단다. 저기엔 새하얀 백의를 입고 늘 굶주린 늑대들이 도사리고 있단다. 그들은 아가리에 빼곡하게 박힌 뾰족하고 날카로운 송곳니가 하루도 마르는 날 없이 피에 젖어있단다. 그 송곳니를 숨기고 온갖 꿀 발린 말로 너를 꾀어내다가, 네가 가까이 다가가면 숨겨둔 발톱을 휘두를 거란다. 그들의 발톱은 너의 연약한 몸을 쿡 찍어 잡은 뒤 도망치지 못하게 할 것이고, 쩍 벌린 아가리에 자리한 혀는 날카로운 강철로 되어있단다. 네가 아무리 주장해도 그들은 네게 혀를 칼처럼 휘둘러 너를 갈기갈기 찢어놓을 거란다. 네가 아무리 도와달라 외쳐도 누구에게도 닿지 않을 거란다. 늑대와 새는 종이 다르니 너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다들 너를 어딘가 이상한 녀석이라 단정지 으며 아무런 쓸모없는 약으로 조련하려 들 거란다!
그러니 작은 새야, 늘 조심하고 또 조심하렴. 네가 아무리 큰 날개를 가지고 하늘을 지배할 수 있을 만큼 커다랗게 자란다고 해도, 늑대는 여전히 뾰족하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숨기고 네가 하늘에서 내려오길 기다릴 거란다. 그리고 이번엔 다시는 날 수 없게 날개를 꺾어버리겠지. 저번에는 새장 밖으로 훌훌 날아갔겠지만 이젠 아닐 거야.
그러니까 절대 늑대를 믿어서는 안 된다!
태오는 불현듯 이 빌어먹을 능력에 대해 회의감이 들었다. 사람의 목소리를 들어야만 기능하는 불완전한 것, 권총이나 되어서 사람의 진정한 속내 하나 읽지 못하고 중요한 순간에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무지렁이, 타인이 자신을 꺼리는 결정적인 이유, 늑대들이 노리며 달려드는 먹잇감……. 대체 어디에 쓰는 능력일까, 왜 이런 순간에, 누군가의 의도 하나 읽을 수 없는 걸까. 아니, 의도라면 단 하나겠지. 송곳니를 숨기고 꿀 발린 소리로 나를 꾀어내려고─
태오는 희야가 전해준 편지를 읽지도 않고 버렸다. 아날로그를 선호하는지 곱게 접힌 채, 보낸 이에 'De Mare'라 적힌 편지와 그 위에 붙여져있던 작은 간식거리가 길가에 놓인 쓰레기통에 처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