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기숙사 방은 정리되었다. 퇴사 신청서는 미리 제출했기에 기한 내에 나가기만 하면 된다. 다소 지지부진했던 집 계약은 센터 어른들의 도움을 받자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으며 결과적으로 그는 꽤 괜찮은 조건의 방을 구했다. 중심가보다는 외곽에 더 가까운데다가 살짝 외지긴 하지만 크게 문제 될 정도는 아니다. 애초에 선경정신건강의학과가 있었던 곳이나 새 집 주변이나 비슷비슷한 분위기였으니, 리라로서는 딱히 낯설 것 없는 환경이기도 했다. 중요한 건 집이 좋다는 거다. 건물 자체는 조금 낡았을지언정 내부 리모델링이 잘 되어있어 깨끗하고 적당히 아늑한데다 나름대로 넓다. 이 정도면 훌륭하지. 학교와의 거리는 문제 될 게 없다. 어차피 빗자루로 통학하면 대중교통보다 빠르고 간편히 오갈 수 있으니까.
모든 게 완벽하다. 다만, 기숙사에서 나가기 전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완전히 학교 밖으로 나가 살게 된 후에는 제대로 마주칠 각오조차 하지 못하고 그대로 회피하기만 하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쿵. 쿵.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와 진동 소리, 손발 맞춰 칼군무를 소화해내는 열정 가득한 소음이 무용실A 문 바깥으로 흘러나온다. 리라는 그 앞에서 정확히 1분 45초 동안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들어가도 되나. 그 일이 있었던 이후로 댄스부원들과 얼굴 맞대고 대화한 적이 없다. 도저히 단체 연습에 참가하러 나갈 수가 없어서 부장인 진에게 개인 연락으로 당분간 빠지겠다고 보낸 게 마지막이었다. 물론 너그러운 부장은 언제든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오라고 말했지만, 이제 와서 그게 가능할까. 여름방학이 지나면 성하제다. 축제에서 그들은 반년간 쌓아왔던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일 것이다. 그만큼 목화고등학교 댄스부에 있어서 성하제의 공연은 중요한 행사였다. 그런데 이렇게나 한참 빠졌던 자신이 이제와 뻔뻔스레 얼굴을 내밀어도 되는지. 아니, 더 솔직히는— 믿을 수 없다. 해명은 완료했고 정황에 대한 기사도 몇 개씩 떴지만 그뿐이다. 결국 믿지 않으면 이리라는 퍼졌던 소문 그대로의 인간으로 남을 뿐인데. 저지먼트야 경우가 다르다지만 보편적으로는 그렇다. 실제로 그 일이 있은 후 알게 모르게 들려오던 뒷말의 강도와 횟수들이 높아진 데다가 저지먼트로서 선도할 때도 지시를 잘 이행해주지 않는 학생의 비율이 늘었으니까. 그래, 그게 보통이다. 그리고 나는 당신들이 보통이 아닐 거라고 확신할 수 없다. 산전수전 겪어오며 함께 손 잡고 데뷔한 가족 같은 멤버들조차 결국에는 보통의 사람이었으므로.
"......하아."
문득 숨이 막혀오고 손바닥이 차가워지는 기분이 들어 리라는 밭은 숨을 내쉬었다. 역시 그냥 돌아갈까. 저지먼트 만으로도 충분히 바쁘니까 관둬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애초에 그동안 연습에 나오지도 않았으니 이미 관둔 셈 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 그럼 돌아가서 퇴부 신청서를 쓰자.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쿵. 쿵.
울리는 진동 소리가 마치 심장 소리처럼 들린다. 생각과는 달리 리라의 발목은 그 자리에 뿌리라도 내린 듯 단단히 멈춰 움직일 생각조차 않았다. 가야 하는데. 어차피 저 안의 누구도 나를 반기지 않을텐데. 나를 미워할 텐데. 그 뻔한 사실을 굳이 확인하고 싶지도 않은데. 그런데도 나는.
끼익.
'......이리라?' "어, 어... 지, 진이 언니. 저, 그게. 그게..." '야! 너 왜 이제 와!'
목청 높여 지르는 목소리에 부원들의 시선이 단숨에 무용실의 출입문으로 집중되었다. 순간 가슴팍에 쇠구슬이라도 걸린 듯 갑갑해져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려고 하면, 잘 보이지 않던 얼굴을 한 사람이 팔을 뻗어온다. 리라는 눈을 질끈 감았다.
'왜 이제 오냐고! 연락도 안 받고, 이씨...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어?" '어는 뭐가 어야, 그럼 그 일 있고 나서부터 아예 안 오는데 걱정을 안 하냐? 하필 또 방학이라 교내에서 자연스럽게 마주칠 일도 별로 없지. 기숙사는 찾아갈 때마다 텅텅 비어있고. 진심 속 타 죽는 줄 알았거든? 전화 어려우면 메세지라도 남기던가 내가 진짜—'
여름의 열기로 올라간 체온이 목을 감싸고 있었다. 뜨거운 팔 안에 갇혀있는 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라, 리라는 얼떨떨한 기색을 감추지도 못하고 몇번이고 놀란 토끼 마냥 동그랗게 뜨인 눈만 깜빡인다.
"이미 제명된 줄 알았어요. 너무 안 왔으니까." '장난? 내가 뭐랬냐? 쉬다가 오라고 했지. 그런 일 있고 난 다음에 바로 복귀할 수 있을 리가 없고... 솔직히 너 퇴부한다고 했어도 이상하지 않겠다 생각했는데, 다행히 그런 소리는 안 하더라. 중이 떠난다는 소리도 안 하는데 절이 내쫓는 법은 없잖아? 그래서 기다렸지.'
그건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닌 것 같은데. 진의 품 속에서 가볍게 키득거린 리라의 시선이 조심스럽게 무용실 안쪽으로 향했다. 차갑고 날카로운, 불결한 것을 보듯 하는 눈빛이 쏟아질거라는 예상과 달리 부원들의 얼굴은 대체로 온건했다.
'그래서, 복귀하려고 온 거야? 지금 복귀하면 딱 좋은데. 어차피 넌 프로그램 안무 진작에 다 외우고 있었고 동선도 네가 거의 다 짰으니까. 그동안 빠진 티도 안 날걸.' "그게..." '......아. 부담 주는 것처럼 들렸으면 미안해. 간만에 얼굴 봤더니 반가워서 설레발 쳤네.'
진은 곧 리라를 놓아주고 조금 떨어져 얼굴을 똑바로 마주했다.
'네가 오고 싶으면 와도 되고, 아니면 안 와도 괜찮아. 그냥... 내가 부장으로 있는 한 네 자리는 언제든 있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어.' "......그거 권력남용 아니에요?" '남용 좀 하면 안 되나? ...야, 솔직히 너만한 차기 부장 감이 없어. 인재를 놓칠 바에야 권력남용 부장으로 역사서에 적히고 말지.'
소근소근 전해지는 말에 귀를 기울이다 눈을 마주치면 그대로 또 풋, 하고 웃어버리고 만다.
"그렇지만 저... 공연은 못 올라갈지도 몰라요. 아직... 아직, 그러니까..." '응? 힘들면 안 서도 돼. 이상한 걸로 고민하네, 이리라.' "네?" '물론 네가 나오는 게 제일 좋기는 하지. 일단 센터고, 2학년 중에 가장 기획 참여 많이 해서 프로그램 이해도도 높으니까. 하지만 못하겠다면 안 서도 돼. 예비 안무 배분도 해뒀고... 내가 언제 너 무조건 올라가라고 푸쉬한 적 있니? 1학년 때도 안 그랬잖아.' "정확히 그 점 때문에 서야 한다고 생각했는데요. 1학년 때야 공연 프로그램에서 아예 빠져 있었지만 지금은 센터고 기획 참여자잖아요." '맞는 말이지. 근데, 춤추는 사람이 즐길 수 있어야 공연이고 무대잖아. 그럴 여력이 없다면 난 널 무대에 세울 수 없어. 생업이면 몰라. 이거 한다고 돈 주는 것도 아니고.'
잠깐 정적이 흘렀다. 내부에서 울리던 음악은 어느새 꺼져 있다. 침묵, 고요한 침묵이 내리깔린다.
"다른 부원들도... 언니 말에 동의하는 거예요?"
늘어지려는 정적을 깨고 기어들어가듯 내놓은 질문에 진은 씩 웃었다.
'글쎄, 물어볼까? 얘들아! 리라가 자기 복귀해도 되냐는데 어떻게 생각하니!'
무용실 안에 대고 외치는 음성에 돌아오는 대답들은 늦지 않다.
- 당연한 거 아니에요? - 뭐야? 이리라 왔어? 야, 빨리 와! 성하제 얼마나 남았다고 게으름이야! - 선배애애! 왜 이제 오셨어요! 선배 없으니까 아영 선배가 1학년들을 아주 쥐잡듯 꺄악! 아무 말도 안 했어요! - 뭘 또 물어봐? 오늘내일 안으로 결정 안하면 제명시킨다.
그 외에도 수많은 목소리들이 날갯짓하며 단숨에 품 안으로 날아왔다. 온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 중 누구도 거부하는 말을 내놓지 않는다. 그 사실에 비로소 안도의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방금 들었지? 너 빨리 결정 안 하면 부부장이 제명시킨단다. 웬만하면 내가 아직 권력남용 할 수 있을 때 정해.'
문득, 무용실A의 외벽 창문으로 화사한 여름 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태양을 막고 있던 구름이 바람결 따라 자리에서 벗어나니 온전한 온기가 거울로 가득한 실내를 꽉 메운다. 그 따사로운 풍경에 마음에 박혀 있던 고드름이 서서히 녹아내리는 것만 같아서, 리라는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네가 히쭉하고 웃으며 더 헤맬 줄 알았다고 얄궂게 굴자, 성운은 눈을 가늘게 뜨며 볼멘소리를 했다. 네가 과자 먹어서 목마른 줄은 어떻게 알고, 하자, “너 그러다가 또 입맛없다고 저녁 거르려고.” 하는 소리까지 덧붙인다. 주인님 한번 까탈스럽다. 다가오고 멀어지는 타이밍이 자기 멋대로인 건 예사고, 입맛(정확히는 위장)도 까다로운데다가, 가사며 생활상은 그야말로 되는대로 살기의 표본이고, 식사량도 적어서 걱정인데 그나마도 각종 군것질로 입맛없읍네 하고 거르기가 일쑤니. ─그래도 묘하게 이렇게 너를 보살펴주는 게 마음 어딘가에 어떤 흡족한 만족감을 안겨주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네가 올바른 생활상을 가진 인간이었다 해도 널 이만큼 사랑할 것임에는 변함이 없겠지만.
아무튼 그건 그거고, 리액션은 충실하다. 네가 손가락을 까닥까닥하자 보기좋게 저 하얗고 가지런한 얼굴이 어김없이 미간이 구겨진다. 좋을 대로 희롱해도 역치 낮아지는 일 없이 매번 반응이 생생하다. 미간은 저렇게 구기면서도 무릎은 충실히 구부려 네가 음료수 잡기 좋도록 눈높이 맞춰주는 것도 그렇다. 그러나 네가 잡으라는 음료수는 안 잡고 목깃을 잡자, 성운은 그 깊이 모를 보라색 눈으로 네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갈수록, 그의 눈빛에 네 눈빛이 담기는 게 익숙해지는 것만 같다.
“좋아하면 가져가면 되지, 네 건데.”
먼저 대뜸 들이댄다거나 하지 않고, 성운은 딱 네가 당겨온 만큼만 당겨져온 그대로 너를 기다리고 있다.
태오는 자신의 무릎에 옹졸하게 웅크린 남성을 물끄러미 내려다 보았다. 이게 어찌된 일이냐 하면, 집 문을 두드리는 걸로 시작되었다. 낯익은 모습에 문 열어주니 비틀거리며 들어오지도 못하고, 덩치는 저보다 한참이고 큰 사람이 지치다 못해 금방이라도 쓰러질 기색이었길래 천하의 나리가 무슨 일인가 싶었더니만, 급히 몸 뉘일 곳 찾아 소파로 데려가니 대뜸 이리 무릎을 빌리지 무언가. 이런 상황은 또 처음이라 태오는 자못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무릎에 엉거주춤 올려놓고 몸 구기듯 웅크리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운 탓에 태오는 그 모습 보며 미미하게 웃음 지었다.
"……태오야."
이제 보니 술 냄새가 난다. 취하셨구나. 한 번도 본 적 없는 흐트러진 모습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 태오는 조금 더 소파에 편하게 누울 수 있도록 자리를 슬그머니 옮겼고, 나리도 몸을 꿈지럭거리며 자세를 편히 잡았다. 그리고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주었다. 얼마나 마셨으면 늘 단정히 땋던 머리도 이리 흩어지셨을까. 조심스레 머리의 결을 따라 훑어주던 중 태오는 나지막이 답했다.
"네, 저 여기 있답니다." "만약 네가……." "네." "사모의 구절을 접한다면 어떤 정취의 후음이 좋더니……."
태오는 머리를 쓸던 것을 멈췄다. 당신에게서 그런 말을 들을 줄 몰랐다. 고개를 내리면 당신이 있어 시선을 피할 수도 없다. 태오는 한참이고 침묵하다 목에서 소리를 내고자 여러 시행착오를 거쳤다. 자꾸만 단어와 문장이 목이 졸리는 신음과도 같이 그 속이 단단히 메여 목구멍을 막아세운다. 이내 강제로 비집고 나오는지 사납게 긁히는 소리를 뒤로 단어를 뱉을 수 있었다.
"고통스럽게요."
입꼬리가 애써 미소를 짓지만 눈을 휘는 꼴이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아니었다. 태오는 마저 머리를 쓸었다. 부드러운 손짓에 자신을 흘긋 향하던 붉은 시선이 느릿하게 감겼다.
"괴로운 나머지… 나를 저주하며 끝없이 깎아내리는 듯이요……. 그렇게 비참하게…… 내 이름과 사모의 구절을 부르짖고, 갈라져가는 후음과 그 최후를 보며 소태하는 사람이 오로지 나이길 바라요……."
나리는 태오의 품에 고개를 파묻고는 중얼거렸다. "기쁘네……." 태오는 그 말이 신호가 되었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쓴 웃음을 삼켰다.
"……어째서 행우하실까요." "그야 네가…… ─것을 아니까……."
태오는 눈을 감았다.
"취하셨어요. 이제 주무세요." "대답은 듣고 싶은데." "기억하지 못하는 자에게 줄 호의는 없답니다……."
물론 네 속을 읽는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성운은 태오가 아니니까. 하지만 굳이 그런 편리한 텔레파시까지 없더라도 네가 워낙에 그런 얄궂은 장난을 좋아하다 보니 그 정도는 이제 학습이 된 게다. 요컨대 당장이라도 원하듯이 이렇게 옷깃 잡아당겨 놓고 갑자기 여유롭다는 듯 물러서는, 종잡을 수 없는 거리감각이라던가. 그런 거리감각에 맞서, 성운은 한결같이 그 자리에 있는 모습으로 너를 대하는 것이다.
“···네가 간식 먹겠다는 걸 막고 싶지는 않지만, 굳이 같이 있는데 저녁 혼자 먹고 싶지는 않다고.”
하며 말하는 성운의 얼굴은 약간 쓸쓸해보였다. 성운은 네 손에 밀키○를 쥐어주고는, 자신은 ○카리스웨트를 따다가 소리없이 첫 모금을 들이켰다. 시원한 액체가 한낮 땡볕 복사열에 달아있던 몸에 한 줄기 좋은 냉각이 된다. 부드럽게 끌려들어간 네 옆자리에서 맞닿는 네 어깨며, 숨결만큼은 아니지만. 딱 그늘만큼 서늘한 네 몸을 보고 있노라면 왜인지 네게 남은 어떤 거대한 흉터자국 같은 것을 보기라도 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켕겼지만, 그 흉터자국에 자신의 따뜻한 몸이, 자신의 흉터자국이 잘 들어맞는 것 같아 한켠으로는 또 흡족하기도 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흡족함이 아직 네게 말하지 않고 있는 이 켕김에 또 한 몫을 더했다. ─그러니, 그 대신에 성운은 네 옆에 나란히 붙어앉아 서로의 체온을 나누기로 했다. 네가 태오 이야기를 꺼내자, 성운은 미간을 구겼다. 너로 인해서 구겨지는 미간과는 조금 다른 모양으로 구겨진 미간이다. 그리고 성운은 툴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