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연구소] 혜성은 자신이 본 것을 모두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아무래도 메인은 이 아래이며, 그 아래에는 무수히 많은 안드로이드가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경은 자신의 능력으로 그 이미지를 모두에게 공유했습니다. 그 이미지를 본 은우와 아라는 살짝 당황하면서 팔짱을 끼고 으음- 소리를 내면서 바로 무슨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한편 기기를 박살내려고 하는 아지를 바라보면서 은우는 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살며시 저었습니다. 그리고 혜우가 서 있기만 하고 꿈쩍도 하지 않는 둥근 바닥을 가만히 바라봤습니다. 또한 성운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듯이 그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맞아. 일단 내려가긴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답이 없으니 말이야. 하지만... 역시 안드로이드가 그렇게 많다고 한다면 너무 위험해. 1~2기라면 모를까. 100기...라니. 말도 안되는 수치야."
자칫 잘못하면 정말로 큰일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은우는 미간을 찌푸렸습니다. 그러다 수경의 말을 들으면서 아라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습니다.
"일단 나와 에어버스터가 먼저 내려가서 처리하고 있을게. 솔직히 우리 둘이라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어. 하지만 그 때문에 자료 조사가 힘들거든. 그러니까 너희가 자료 조사를 대신 해줄 수 있어?"
"내 생각에도 그게 베스트일 것 같네. 확실히 수경이의 말대로 한번에 모두 내려가는 것은 너무 위험하니 말이야. 일단... 우리가 먼저 내려가서 최대한 안전을 확보할테니까, 그 이후에 이게 다시 올라오면 청윤아. 네가 말한 포지션대로 해서 대처를 하고 내려와서 조사를 시작해줘. 일단 나와 웨이버가 최대한 안드로이드를 끌어보이고 잡아낼테니 말이야. 그리고... 혜우 너는... 치료 잘 부탁하고. 혹시나 애들 다치면."
일단 은우는 그렇게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어 그는 혜성을 바라봤고 조용히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힘들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애들 잘 부탁할게. 너만 믿는다. 혜성아."
한편 가만히 주변을 살피고 있던 로운은 근처에 있는 또 다른 패널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좀 더 자세히 봤다면 그 안에서 위험대상 리스트가 떠 있던 것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 ★★★★★ 월광고등학교 저지먼트 ★★★ 헌터 ★★★★★★★ 리버티 - 알려진 정보 거의 없음. 좀 더 조사 필요 유니온 ★★★★★★★★★★★★★★★★★★★ . . . .
이건 대체 무슨 의미일까요? 어쨌든 그러는 사이에 은우와 아라는 혜우를 살며시 비키게 한 후에 먼저 패널을 조작해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그야말로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수직 통로가 보였으나 다행히 캐퍼시티 다운이 울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머지 않아 바닥이 쿵, 쿵. 울렸습니다. 아무래도 아래에서 싸움이 벌어진 것일까요? 그리고 정말로 빠르게 바닥이 다시 올라왔습니다. 이제는 모두가 내려갈 차례였습니다.
[문화 센터] 민우는 모두의 말을 조용히 들었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한 명 한 명의 말에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달라지는 것은 없어. 그냥 묻고 싶었던 거야." (하지만 궁금했던 것은 사실이야) "있을 수도 있지? 의외로 가까운 곳에 말이야." (어쩌면 바로 옆이라던가?) "글쎄. 어떨 것 같아?" (눈치가 좋구나. 한양아.)
당연하지만 태오의 능력은 그대로 들어가고 있었고, 속으로 생각했던 것들의 그의 머릿속으로 조용히 울렸습니다. 이어 민우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모두에게 물었습니다.
"그러면 만약, 그런 존재가 있어서... 그리고 그것을 사회가 용인하고 인정하고 주도하고 있다고 하고, 그 사회를 무너뜨리고 파괴하려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면... 너희는 어쩔거야? 그 사회를 지킬거야? 아니면... 같이 무너뜨리고 파괴할거야?" (뭐라고 할지 궁금한걸. ...(노이즈) 말이야. 하지만... 리...(노이즈) 신중하게 (노이즈))
정말로 강하게 마음 속에 품은 것일까요. 일부 안 들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한편 조용히 있던 선혜는 리라의 물음에 대답했습니다.
"키우는 애는 아니고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애에요. 뭐, 제 친구지만요. 말도 통하거든요. 믿거나 말거나지만요."
이어 선혜는 아주 능숙하게 새의 목덜미를 살살 간지럽혔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새는 조금도 피하지 않고 오히려 그 손길을 받아들였습니다.
한편 밖에 있던 랑과 경진은 아주 낯익은 얼굴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사복을 입고 있긴 했지만 얼굴은 쉽게 알아볼 수 있지 않았을까요? 다름 아닌 진민호. 이전에 도움을 줬었던 바로 그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한 어린아이를 안고 있었습니다. 회색 머리카락에 검은색 눈을 가지고 있는 아주 작은 어린 여자아이였습니다.
"아. 너희들. 반갑구나. 이 아저씨. 설마 여기서 너희들을 볼 줄은 몰랐는데. 그래. 팬 사인회 하러 온 거니?"
"아빠!! 저 사람들 누구야?"
"응. 아주 훌륭한 일을 하는 오빠 언니들이란다. 자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팔에 안겨있는 어린 여자아이는 헤헤 웃으면서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습니다. 목에 차고 있는 고양이 모양 펜던트가 아주 약하게 살랑살랑 흔들렸습니다.
덧붙여서 랑은 아직 불길한 기운이나 위험한 기운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적어도 아직은 위험한 일이 없는 모양입니다.
신체능력은 나쁘지 않으나 전투계열 능력자가 아니며, 방패를 들지 않은 활잡이. 소년은 기본적으로 보조하는 입장이었으므로 적당한 뒤쪽에 섰다. 아래쪽에 있는 것은 안드로이드라고 한다. 소년이 나설 수는 없는 상대였고, 그 수가 한 둘이 아닌 만큼 두 '퍼스트 클래스'가 나섰다.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을 지는 모르지만... 핵 앤 슬래시 같은 느낌이 아닐지.
물론 소년과 그런 일은 상관 없으니, 시위에 화살을 건 소년은 조심스럽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내려갈 것이다. 그 전에.. 살펴둘 것이 있으면 살펴두고.
탐지는 무슨 짓을 해도 익숙해지지 않아서 이제는 한몸처럼 들고 다니는 두통약을 물도 없이 삼키는데 익숙해졌다. 어느쪽이든 진짜로 소나키네시스 능력자가 한명 더 있었으면 좋겠다. 정확히는 자신처럼 에코로케이션 능력자가. 전혀 가능성 없는 생각을 하며 의견을 나누는 아라와 은우를 잠시 바라보고 있던 혜성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불가능한 부탁은 하는 거 아니랬어."
팔짱을 낀 채, 은우의 말에 도로록 눈을 굴려서 후배들을 바라보던 혜성은 어깨를 으쓱이고 늘어트린 뒤 중얼거렸다. 한숨은 덤이었다. 그런걸 함부로 부탁하면 안되는 거 아닐까. 내가 얘네들을 통제할 자신은 없는데. 다시 올라온 바닥과 울리는 소리들을 듣고 내려가기 전 한번 더 주변을 살폈다. 별다른 게 없다면 그대로 이동장치를 밟았을 것이고.
서한양은 민우의 어떨 것 같냐는 질문에 선혜의 새를 보며 덤덤하게 대답했다. 물론 그 존재가 위크니스라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말이야. 어쨋든.. 여기 모두 위크니스의 존재를 알고 있긴 한다마는..
이어지는 민우의 질문. 위크니스는 실존하고, 그것을 용인하는 사회와 그것에 대항하려는 반란. 우리는 어느 편에 들 것임을 물어보는 질문. 아- 이 모임의 진짜 목적을 알겠어. 그런데 말이야.. 이거는.. 위크니스 뿐만이 아니라 퍼스트클래스도 다 같이 모여야 얘기가 되는 거 아니겠어? 왜 굳이 우리들 다 불러놓고 그러는 걸까. 이러는데 숨겨진 목적이 있을 거 아니야?
" 그.. 나는 그렇게 생각해, 민우야. 누군가에게 인사할 때 자신을 먼저 소개하고, 상대방이 누군지 물어보는 것처럼 이런 선택의 질문 역시 질문을 하는 이가 먼저 어떤 선택을 했는지부터 밝혀야 되는 게 맞다고 생각하거든. "
한양은 민우의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고, 질문을 한 민우가 먼저 답을 밝혀달라고 덤덤하게 요구했다. 어떤 대답을 하느냐에 따라 무언가 크게 결정될 것 같거든.
" 자, 민우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
패턴이 네비게이터와 유사하다. 저번에도 부장을 제외하고는 우리들에게 의사를 물어가고 있어. 그렇다는 건..
직감했다.
퍼스트클래스들이 아닌, 위크니스들끼리 무언가를 계획하고 있다는 걸. 퍼스트클래스들이 모르도록 말이야.
"존재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붙잡고 억압하는 존재가 너희라고? 아..." "아..." "하하하핫!"
철현은 그들이 귀여운듯 깔깔거리며 웃었다.
"아이고야...너희를 어쩌면 좋냐?..."
뒤이어 그가 말하는 것을 듣고 너무 웃었는 지 눈물까지 훔치며 남은 웃음을 애써 진정시켰다.
"자, 민우야. 네 첫번째 질문의 답이 '너희'라면 넌 틀렸어." "왜 틀렸는 지, 목화고 최상위권 이 선배님이 설명해주마."
놀랍게도 전과목 1등급이다-다른 친구들이 능력 훈련만 하느라 공부에는 소홀한 것도 있고- 철현은 선생님처럼 설명을 시작한다.
"자, 높으신 개자식들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퍼스트클래스의 족쇄는 위크니스가 맞아. 이건 사실이지." "그렇다면 왜 위크니스는 퍼스트클래스에게 족쇄가 되었을까?" "답은 간단해. 그만큼 소중한 사람이니까." "닥치고 외워. 모든 퍼스트클래스는 위크니스를 억압하는 존재, 붙잡는 존재 따위로 생각 안 해." "나 때문에 희생당한 미안한 사람, 용서를 구하고 싶은 사람, 지키고 싶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지막에는 미소를 띄며 과장하는 리액션으로 말한다.
"뭐야? 설마 너, 아라가 널 그만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라가 불쌍한걸...사랑을 신뢰받지 못하는 것만큼 슬픈것도 없는데..."
"두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음..." "일단 구하고! 내 손으로 박살낼꺼야!" "부숴도 내가 부숴. 남이 부수는 걸 못 막는다면 내가 먼저 부숴버릴꺼야. 이상."
역시, 동그라미는 그냥 올라가는 것 만으로는 작동하지 않았다. 여럿이 올라가도 마찬가지인 걸 보니 옆에 있는 패널로 갈 층을 입력해야 할 듯 했다. 혹시 모르니 건드리진 않고 동그라미 밖으로 나왔다. 나누는 얘기 들어보니 은우와 아라가 먼저 내려간 후에 나머지 인원들은 나눠서 내려가자는 듯 했다.
이경이 공유해 준 혜성의 탐지 정보 덕에 작전의 이해가 쉬웠다.
"??? 네에."
그러다 은우가 나를 콕 집어 말하길래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하긴 했다.
어차피 역할이 그것 뿐이라 그럴 건데 뭘 새삼.
그 후에 조사를 위해 컨테이너 내부를 꼼꼼하게 돌아보았다. 혹시 모르니까, 벽과 벽 사이 등등도 살펴보며 만전을 기하려 했다.
랑은 대기실 바깥으로 나와 섰다. 대기실 밖에는 경진이 있었는데, 적당히 눈만 감았다 뜨는 걸로 인사를 대신하고 서 있자니 예전에 봤던 아저씨 한 명이 지나가다가 말을 걸어왔다. 이름이... 진민호였나? 크리에이터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민호가 사복을 입은 상태로 여자아이 한 명을 안고 있는 걸 보고, 랑은 딸내미인가 생각했다.
회색 머리카락이라든가, 그런 부분이 좀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게다가 쐐기를 박듯이 랑과 경진을 가리키며 저 사람들이 누구냐고 묻는 여자애가 민호를 가리커 아빠! 라고 했으니. 둘은 부녀 관계가 확정인 듯하다.
"안녕."
적당히 손을 까딱이며 인사하고 보내려고 했으나, 목에 차고 있는 고양이 모양 펜던트가 흔들리는 게 눈에 들어와서, 랑은 잠시 멈칫하곤 한 걸음 정도 민호와 여자아이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펜던트 귀여운데."
가까이서 좀 봐도 괜찮나? 라고 덧붙이면서. 아무래도 최근 마주쳤던 네비게이터, 나리라는 이름의 고양이 형상의 사이버 생물체(?)가 떠올라서 그런 것이기도 했다. 볼 수 있었든, 볼 수 없었든간에 랑은 민호를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크리에이터... 라고 부르면 되나? 당신도 사인 받으려고 온 건가?"
여전히 주변을 경계하고는 있지만, 아직 위험한 건 없어 보인다. 이대로 조용히 지나가려나.
처음부터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던가 싶더니, 사회가 그런 억압을 용인한다는 소리에 이것이 위크니스에 대한 말이란 것이라는 갈피가 약간씩 손에 감겨왔다. 웨이버와 닮은 구석 하나 없는 민우가 그녀의 위크니스라는 것을 부정하려 대화의 조각을 이전부터 존재하던 상식에 끼우길 거부하는 것이겠다.
민우의 그 질문에 남들이 어찌 답하는지 경청하며, 경진은 눈을 도륵 굴렸다. 무시하고자 했던 갈피가 억지로 손에 쥐여지는 말이였으니.
위크니스들에겐 미안할 답을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때마침 아는 얼굴이 보인 탓도 있었겠다.
"안녕하세요. 꼬마 아가씨도 만나서 반갑습니다."
크리에이터와 그 딸의 인사에 경진은 허리 숙여 인사를 올렸다. 어느샌가 밖으로 나온 랑의 존재에 긴장이 고조되는 기분이였다. 무언가 느껴서 나온 건가 싶어 그녀를 곁눈질로 살피던 것도 찰나였다.
자유롭게 날아다니지만 친구라니. 리라의 눈이 새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떨어졌다. 이어진 민우의 목소리 탓이었다. 정황상 저건 위크니스를 두고 하는 말이 맞는 걸로 보인다. 그렇지만 그 뒤의 말은 조금 이상했다. 사회가 용인하고 주도하고 있다는 것은 명확하다. 그렇지만 무너뜨리고 파괴하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한양이 대신 해주었기에 리라는 대신 다른 곳에 집중한다. 이를테면 조금 전 알람이 울린 저지먼트 단톡방이라던가.
<[연구소에서 저희를 알아보고 있었나봐요!] <[(목화고에 검은 별 5개가 그려진 사진)]
여로에게서 온 메세지를 훑어보던 눈동자가 이미지의 이름과 별에 꽂혔다. 섣부른 말은 하지 않았다. 대신, 리라는 민우와 선혜를 한번씩 번갈아본다.
어쩔까, 이 말을 들었다고 이실직고할까, 아니면 입을 다물까. 하지만 자신이 말할 성정인가? 아니지. 태오는 노이즈 속에서 눈을 감았다. 조용히 소리를 듣다가도 가늘게 뜬 시점은 사회를 무너뜨릴 것인지, 지킬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지만 신중하게, 라는 단어가 신경 쓰인다. 저 존재들이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그것도 부장이 없는 틈을 타서. 태오는 침묵했다. 저 존재들이 위크니스라면, 위크니스의 해방을 위해 인첨공의 큰 사회를 무너뜨리고 파괴할 사람들이 있다는 뜻이 된다. 역시 인간이 다 그렇지. 한철 봄과도 같이 덧없구나. 태오는 여전히 침묵했다.
……무너진 다음은? 이미 인첨공과 바깥은 다른 국가나 다름이 없는 상황인데, 혼란을 누가 수습하지? 이들은 해방 이후 무얼 생각하지? 아무리 옳은 길 걷는 사람들이 있다 한들 결국 인간은 인간이고 동일한 존재가 되지 않으리라 누가 확신하지? 애초에 목줄이란 게 채워진 경위가 뭔데? 순간의 자유와 타인의 감정, 유대감이 뭐라고 저렇게까지 절박한 거지. 태오는 손을 느릿하게 들어 목을 더듬었다. 목 끝까지 꽁꽁 감쌌지만 붕대의 윤곽이 만져진다. 역시 충동인가. 그렇다면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격 자체가 다르다. 이들의 충동은 조금 더…….
문득 드는 생각인데 저지먼트들이 모여서 뒷풀이로 고깃집을 가는 장면이 보고 싶어졌어요 은우가 칠성급 호텔 레스토랑에 가자고 하는데 한양이나 태진이가 뭘 번거롭게시리 그런데를 가냐 대충 동네 고깃집 가자 하고 박박우기는데 나머지 저지먼트들도 술렁술렁하다가 적당한 동네 투박한 고깃집으로 OK라고 합의돼서 코뿔소들이 동네 고깃집에 우르르 몰려들어가는
[연구소] 로운은 자신이 본 것을 공유했습니다. 그리고 여로는 그것을 사진으로 찍어서 톡으로 전송했습니다. 아마도 모두가 다 그 톡의 내용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요? 한편 근처를 더 둘러보려고 해도 아마 더 보이는 것은 없었습니다. 이제 여기서 할 것은 다 한 모양입니다.
한편 아지와 로운, 이경, 혜성, 여로, 청윤, 혜우는 바닥 위로 올라갔습니다. 패널을 누르자 바닥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통로의 연속입니다. 바로 옆의 사람들조차도 보이지 않는 그런 어두컴컴한 통로가 쭉 이어졌고 도저히 쉽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마치 안내방송 같은 메시지가 조용히 들려왔습니다.
-우리들의 유토피아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위해서 힘내도록 합시다. 크크큭. -모든 것은... 제로원 프로젝트의 완성을 위해서.
그 목소리. 이 중에서 혜우는 분명하게 들었을 것입니다.
한편 성운과 수경은 따로 텔레포트를 통해서 밑으로 내려갔습니다. 아래에 도착하자 보이는 것은 상당히 많은 안드로이드의 파편입니다. 아무래도 벌써부터 싸움이 시작된 모양입니다. 저 안쪽. 정확히는 이경이 보여준 이미지 기준으로 홀쪽에서 바람 소리와 물소리가 들려오는 것으로 보아 거기서 특히나 더 많이 싸우는 모양입니다.
한편, 그러는 와중 아직 멀쩡히 움직이는 안드로이드 하나가 살금살금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하는 듯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안드로이드는 단말기를 하나 가지고 있었습니다. 단말기 안에는 뭐가 보였을까요? 눈이 좋다면 '유토피아 프로젝트'라는 단어가 보였을 것입니다.
#텔레포트를 통해서 내려온 이가 있었기에 확정 파악 가능
[문화 센터] "나라면... 다 부숴버리지 않았을까. 파괴시키고, 파멸시키고 말이야. 어디까지나 나라면이지만 말이야."
민우는 작게 웃으면서 한양의 말에 그 정도로만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리라의 말에는 굳이 더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내 선혜가 찌릿 바라보며 민우의 옆구리를 강하게 내리쳤고 민우는 웁!! 소리를 내면서 맞은 부위를 잡고 괜히 방방 뛰었습니다. 그러다가 겨우겨우 정신을 차리며 민우는 이야기했습니다.
"아니. 뭐 만약의 경우야. 만약의 경우. 딱히 진지하게 듣지 않아도 괜찮아. 정말로. 뜻을 꺾지 않는다니. 글쎄. ...하지만 난 말이야. 그런 존재가 정말로 있다고 한다면... 어지간하면 그 뜻을 꺾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상상이지만 말이지!"
일부러 얄궂게 웃어보이면서 민우는 분위기를 매우 가볍게 만들려고 시도했습니다. 한편 선혜는 리라의 말. 동물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네. 뭐, 그런 능력이에요. 그래서... 동물들이 이렇게 앉을 때도 있어요. 뭐... 그래도 징그러운 것들은 질색이지만요."
"슬슬 스탠바이 하자. 선혜...어머?"
한편, 갑자기 문이 천천히 열렸습니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보라의 모습이었습니다. 언제나처럼 미소를 짓고 있긴 했으나, 적어도 리라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을까요? 다크서클을 화장 등으로 살며시 가린 모습이 말이지요. 눈도 살짝 피곤함이 엿보였습니다. 아무래도 상당히 힘든 것은 사실인 모양입니다.
"안녕하세요! 목화고 저지먼트 분과... 월광고 분도 계셨네요? 호수...그 작자는 이제 정말로 없는 거 맞죠?"
"아. 응. 정말로 없어."
"그럼 됐어요. 그 작자가 없다고 하니까 조금은 마음이 놓이네요."
호수. 왜 여기서 그 이름이 나오는 것일까요? 아무래도 월광고를 껄끄럽게 생각했던 것은 바로 그 호수라는 작자 때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진의는 알 수 없었지만요. 어쨌든 슬슬 스탠바이 시간인 모양입니다. 선혜는 알겠다고 하면서 천천히 보라에게 다가갔습니다.
이어 민우는 천천히 밖으로 나가려고 했습니다. 그에게 볼일이 아직 있다면 지금 불러서 말을 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않으면...바로 나가버렸을테니까요.
한편 밖에 있던 랑은 여자아이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습니다. 그러자 여자아이는 괜찮다고 하면서 펜던트를 확인했습니다. 그냥 투명한 유리로 만든 펜던트 로켓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을 것입니다. 그 이외에 특별한 특징은 없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이 여자아이에게서도 쌔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당연히 심장 쪽입니다.
이어지는 경진과 랑의 물음은 동일했습니다. 그렇기에 민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야기했습니다.
"응. 내 딸이 워낙 불렛을 좋아해서 말이야. 그래서 데리고 온 거야. 이 아저씨도 불렛양의 노래 좋아하기도 하고 말이야. 아. 노래만이야! 노래! 이 아저씨의 와이프가 100배는 더 예쁘지. 하핫. 아무튼 경호라. 그렇구나. 이번에도 경호로 온거니? 고생이 많구나. 하지만... 잘 좀 도와줘. 최근 불렛... 많이 힘들어해서 말이야. 최근에는... 이동 중인 차까지 기습을 당했다고 하지 뭐니. 이 아저씨. 듣고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보호조치를 발령해서... 이 아저씨가 관리하고 있는 안전가옥에 며칠 보호를 시킬까 생각 중이야."
어디까지나 경우에 따라서는 그럴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며 민호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어 그는 자신의 딸을 보면서 말했습니다.
"그럼 우리 공주님. 슬슬 안으로 들어갈까요? 아. 심장이 아프진 않고?"
"응! 오늘은 안 아파!"
"그래. 그래. 다행이구나. 이 아빠가 너무나 기뻐요~ 자. 자. 그럼 이 아저씨는 가보마. 아. 혹시 아직 내가 들어야 할 사안이 더 있니?"
내려온 순간, 성운과 수경의 눈에 가장 먼저 띄는 것이 있었다. 딱 봐도 아주 중요한 자료가 담긴 듯한 단말기를 쥔 채로, 명백히 현장에서 도망치고 있는 안드로이드.
그 순간, 성운의 머릿속에 아주 빠르고 단호하게 연산식 하나가 스쳐지나갔다. 산 사람한테는 절대로 안 쓰는 연산식이다만, 이 경우에는 괜찮겠지. 그 안드로이드의 머리가 중추 시스템을 매달고 안드로이드의 몸에서 뽑혀나와 허공으로 높이 날아올랐다가 천장에 부딪혀 나뒹굴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은 그것만으로 썩 위협적인 방범수단이 되었다. 다만 하얀 소년은 시야가 막힌 것에 대한 걱정을 할 뿐 큰 두려움은 없었다. 시야를 밝힐 수단이 필요할 것 같은데, 청윤 선배에게는 미안하게도 방패를 들고 오지 않은 소년은 손전등을 가져오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 ..아지가 앞을 밝히고 있는 것 같은데 잠시 시야를 빌려도...
아. 하얀 소년은, 여로의 이상을 알아챘다. 다행히 아지가 그 손을 잡아주었고.. 소년은, 슬쩍 그 뒤로 가 툭 하고 등 한가운데를 가볍게 두드렸다.
"...쥐고 있어."
그는 여로의 남는 손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화살을 쥐어주고 다시 살짝 물러섰다. 이상한 소리에는 별 관심 없이, 활시위에 다시 화살을 건 채로.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가까이 다가가니 민호의 딸에게서도 위화감이 느껴졌다. 게다가 또 다시 쐐기를 박으려는 듯한 대화, 심장이 아프지는 않느냐는 그런 대화를 들으며 랑은 한쪽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딸이... 심장이 좀 안 좋은 건가?"
아마 위크니스겠지, 민우도, 선혜도, 이 딸아이도. 심장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는 것 같지만... 이 아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심장이 아프다거나 한 것 같지는 않았기에, 심장에 폭탄이 있는 것 외에도 심장 질환을 앓고 있나 싶어서 물어본 것이다. 이런 조그만 아이에게도 폭탄을 심는다는 것에 열이 뻗친 것도 없잖아 있지만.
뭔가 더 물어볼 만한 게 있다면...
------ 이 밑의 내용은 불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으므로 오류가 발생했을 시 수정될 수 있음 ------- "지난번 그 스킬 아웃 녀석들, 까마귀였던가... 놈들의 대장은 여전히 구금 중인 거 맞나? 나머지 녀석들의 소재는 아는 바 없고?"
불렛을 노리는 녀석들이 암부와 연관되어 있을 거라는 심증은 있으나... 블랙 크로우의 잔당이 분탕을 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던 것 같기에. ------ 이 위의 내용은 불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으므로 오류가 발생했을 시 수정될 수 있음 -------
그 외에는 따로 떠오르는 게 없었기에, 랑은 자리를 뜨려는 민호와 딸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별일 없이 적당히 즐기고 끝났으면 좋겠는데.
그리곤 폐쇄회로 단말을 꺼내 간단한 메모를 입력하기 시작한다. [월광고 부부장, 불렛의 매니저, 크리에이터의 딸] [심장 부근에 생명과 직결된 위험]
그리곤 옆에 선 경진에게 먼저 한번 보여주는 것이다. 대강 짐작은 하고 있겠지만 참고할 만한 정보가 있고 없고는 차이가 있으니까.
민우의 목소리를 들으며 리라는 침묵했다. 요컨대 불사르겠다는 뜻인가. 인첨공 전체를? 과격한 표현을 가감없이 사용하는 걸 보니 그 다짐이 얼마나 굳건하게 자리잡았는지는 쉬이 알 수 있다. 그 예상을 뒷받침해주듯 이어지는 다음 말은 속을 시끄럽게 만든다. 그렇다면 이건 차라리 동참해줄 인간들인지 아닌지 떠보는 행위에 가깝지 않나? 리라의 시선이 세은에게 잠시 닿았다. 신중하게, 신중하게. 무엇을? 이런 생각을 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걸?
"오랜만이에요, 보라 양. 박호수 일은 처리됐으니까 안심하세요. 아, 티켓도 잘 받았어요."
그러나 그 시선도 곧 대기실에 발을 들이는 보라에게 돌아간다. 적어도 피로가 극에 달했다는 건 대충만 봐도 알겠다. 해외 투어 일정이라도 달린 사람처럼, 컴백 시기에 이리저리 쏘다니느라 밤낮없이 구르던 사람처럼, 어쩌면 그보다 더 심한 피로가 그에게는 보였다. 때문에 리라는 말 걸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잠시 장비들을 담은 가방을 뒤적이다가 그 안에서 세은에게 준 것과 같은 알사탕을 두 알 꺼내 내밀었다. 인조 네일팁이 든 네모난 케이스 하나와 함께.
"참, 만나면 뭐 하나 주고 싶었는데. 잘 됐다. 괜찮으면 받아줄래요? 열어봐도 괜찮아요."
케이스를 열어보았다면 붉은색과 검은색을 베이스로 큐빅과 작은 나비 파츠를 붙여 화려하게 꾸며진 네일팁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뚜껑 안쪽에 붙은 작은 쪽지의 내용 또한 확인할 수 있었겠다.
[손톱으로 찌르면 찔린 상대 10초 마비]
아무래도 호신용품인 것 같다. 퍼스트클래스 4위에게 필요한 물건일지는 모르겠지만, 팬사인회라는 특성상 불특정다수와 가까이 서 있을 수밖에 없으니 혹시나 해서 만든 것이었다. 받아주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서도.
그러고 있자니 천천히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민우의 모습이 눈에 걸렸다.
"민우 선배님."
조금 전 여로가 보낸 이미지에는 목화고만의 이름이 적혀있는 게 아니었다. 월광고, 헌터, 유니온. 그리고 들은 사안이 사안인 만큼 가장 신경 쓰이는 이름이 하나. 리버티. 자유?
"조금 전 받은 메세지에서 생소한 걸 봐서요. 월광고 부부장님이라면 혹시 아실까 싶어서 여쭙는 건데... 혹시 '리버티' 라는 단체에 대해서 아시나요?"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이겠군.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영화대사인데? 그나저나.. 왜 자꾸 본심을 숨기려는 거야? 알잖아. 민우 너의 개인적인 상상이 아니고..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걸 알잖아. 계속 그렇게 우리를 떠보려는 거야?
이제 알겠어. 세은이에게 신중하게 생각하라는 말. 김민우 저 녀석.. 확실하게 위크니스들을 포섭해서 무언가를 계획하고 있다는 걸 말이야. 아마 높은 확률로 저 혜선이란 아이는 이미 포섭되었을 확률이 높아. 퍼스트클래스가 모르도록 말이야. 그렇다는 것은.. 퍼스트클래스들이 알면 실패하거나 불발될 계획이라는 것이겠지.
은우는 몰라도, 다른 퍼스트클래스들은 이 위크니스 체제에 대해 크게 대항할 생각이 없다는 걸 유추할 수 있어. 아니지, 혹은 대항할 생각이 있어도 위크니스들은 휘말리게 할 생각은 없다거나. 아마 민우가 이렇게 계획하는 가장 큰 원인은.. 아마 곁에 있는 퍼스트클래스 '웨이버'일 확률이 가장 높고.
그렇다면 여기서 풀리지 않는 것들.
1. 네비게이터의 제작자 2. 퍼스트클래스 중의 배신자
일단 이런 은밀한 계획이 추정되는 걸 다른 퍼스트클래스들에게 밝히면 안 된다. 말 그대로 배신자가 있을 확률이 높ㅇ.. 어? 어? 어?
잠시만.. 네비게이터는 확실히 그림자에 대항할 존재..그래서 제로에게 소멸을 당했지. 네비게이터는 퍼스트클래스 중에서 배신자가 있다고 말했어. 그런 퍼스트클래스 중 배신자라면.. 그는 그림자에게 대항하지 않는 존재야. 그림자와 협력하는 관계지. 나머지 배신하지 않는 존재들은 인첨공에 표면적으로나마 충실한 자들이고.
여기서 포인트는 그림자가 위크니스에 대한 '해방책'을 가지고 있다고 한 것이었다. 높은 확률로 배신자는 그림자와 위크니스에 대한 해방을 합의로 협력하는 관계일 것이고. 추가적으로 인첨공에 대한 증오도 매우 높은 상태겠지.
그리고 김민우. 너는 방금 그런 위크니스를 규제하는 것을 전부 박살내겠다고 했어.
" 오셨구나, 보라씨. 어서 가자고요. 그런데 저는 민우하고 단 둘이서 할 말이 있어서요 - "
한양은 민우를 불러들이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둘만 들리게 조용히 말이야.
" 자, 너가 답했으니깐 내 대답도 들어야지. 나 역시 녀석들을 파괴하고 혁명을 이뤘을 거야. 통제라는 명목으로 억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거든. 그리고 다른 방법을 찾았겠지. "
" 자, 이제 내가 질문할 차례다. 나도 개인적인 상상이니깐 너무 진지하게 듣지 말고. 만약 이곳에 우리가 모르는 매우 어두운 곳에서 사람들을 대상으로 비윤리적인 실험을 하고, 그들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집단들이 있어. 그들의 방법은 매우 잔인하고 나쁘지. 우리들이 걔네들을 잡으려고 하는데,이를 어째. "
" 너가 말한 그 억압당하는 존재를 해방시킬 방법이 있대. 그래서 자기네들하고 협력하래. "
다 부순다. 태오는 노이즈 속에서 눈을 다시금 감아버리기로 했다. 그래, 원초적이라고 했던 감정이 정확하다. 노골적인 감정이 여기까지 느껴지는 듯했다. 비단 남의 속내를 읽는 자신이 아니더라도 타인들도 모두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강렬하고 끔찍한 생각을 하는 것은 부디 자신 혼자 뿐이기를 바랐다. 인간이란 어쩔 수 없이 저런 존재일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 것도. 만약의 경우이며 어지간하면 꺾지 않는다 생각할 것이라, 라.
어찌 되었든 하필이면 저지먼트에게 이 상황을 들켰으니 순탄하지 않을 것 같다. 이성적으로 행동하지만 누구보다 물불 안 가리는 사람 하나, 정의감 똘똘 뭉치고 가장 바깥사람같은 애 하나, 시도때도 없이 블러핑을 시도하는 조커패 하나, 바깥에서 대기하는 스트레인지에서 마주한 애 하나, 담배 피우는 애 하나. 어느 쪽이든 성격 하나는 끝내주니 혹시라도 맞붙게 되는 날엔 골이 아프겠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반 년만 지나면 이런 사건사고와 작별이길 비는 수밖에. 보라가 들어올 적, 태오는 감았던 눈을 다시 떴다.
"민우 학생."
태오는 가기 전, 그를 잠깐 불러 세우고자 했다. 능력을 발동한 상태로.
"그쪽이 질문한 거 말인데요…… 그게 지금 당장의 최선의 선택이라면 누구라도 말리지는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답니다……. 다만……."
속내를 파볼 필요가 있다.
"타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든, 이해를 하든…… 겪어보지 않았으면 아무도 모른다는 식으로 나서면 끝은 파멸일 뿐이라…… 생각하지요. 늘 그렇듯…… 흘려들어도 좋답니다." 난 그렇게 최후를 맞을 거라. 너는 바깥놈이니까.
전산실에 틀어박혀있는 소녀 둘, 하나둘씩 정리된 문서들을 빠르게 읽어나가고 있던 그녀가 의문의 감탄사를 표하자 옆에 있던 여학생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 그런 그녀는 바라보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 살다 보면 그런 경우도 있지 않슴까?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적인 행동이 오히려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던지 말임다." [뭐... 없진 않지? 그런 우연적인 일들은 충분히 일어나거든. 그게 평범한 일상이던, 과학적인 실험이던 크게 다르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그런 경우가 자주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자주 일어나도 곤란하거든.]
잠깐 키보드에서 손을 뗀 여학생은 생각에 잠긴듯 깍지 낀 두 손을 입가로 가져다 대었고, 그녀는 평소와 같이 자신의 머릿속에서 차곡차곡 데이터를 나열하고 있었다.
"어째서임까? 우연이긴 해도 결과가 좋다면 그걸로 땡 아닌가여?" [그 자체가 나쁘다는건 아니지만... 그런 예외라는 것이 당연시되어도 기존에 있던 상식에서 벗어나버리기 쉽거든.] "꼼수가 일상처럼 쓰인다 해도 그게 정공법이 될수는 없단 검까?" [아마 비슷할지도...? 불확실한 과정에서 나온 결과는 언제 그 값이 달라질지 모르니까, 적어도 난 그런건 편의성과는 다르다고 생각하거든.] "호헤~ 도전은 별로 안좋아하는 검까?" [아니, 그런건 도전이 아니라 도박이거든.] "그-런검까~"
이내 여학생은 다시 모니터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그녀는 차가운 바닥에 그대로 드러누워
[...늘 생각하는 거지만 품위 같은건 어딨는지 전혀 모르겠거든...] "에이~ 요즘 시대에 그런게 웬말임까~ 혈연이라던지 네임벨류가 밥먹여주나여?" [적어도 이런 정보가 중요한 시대엔 많이 알고, 많이 가지고 있을 수록 발언권이 강한건 맞다고 생각하거든? 여기던 바깥이던 다를거 없다 생각하거든.] "정없는 세상이네여~" [오히려 네가 뒤에 사냥꾼이 붙은지도 모른 채 꽃밭에서 뛰어노는 꾀죄죄한 양일지도 모르거든.] "우째서 꾀죄죄한 양임까? 사냥꾼은 또 뭐구여?" [경각심을 가지는게 좋다는 말을 둘러 표현한 거거든~] "햇츙 해츙 햇츄츙... 안햇츙 햇츙..." [뭐래.] "사람답게 감성적이 되어보라는 표현임다." [...진짜 뭐래.]
"마음에 들던 사람에게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서성운: “내가 그 아이에게 그렇게 필요없는 사람이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 “그런데 이제 그 걱정은 안하게 됐어.”
"어떤 초능력을 얻고 싶어?" 서성운: “일단 지금 내 능력에도 만족하지만, 여기서 멀티스킬이 된다고 하면··· 독심술이나, 투시, 미래예지 같은 정보전에 도움 되는 초능력이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어.”
"어떤 맛을 좋아해?" 서성운: “그렇게 특별한 입맛 취향이 있다거나 하진 않아. 맛있으면 다 좋지.” “TPO를 잘 지킨 불맛이라거나, 밥알이 고슬고슬하게 살아있는 볶음밥이라거나, 겨울밤에 먹는 붕어싸만코 같은 그런 것들 있잖아.” “그래도 역시 정기적으로 먹는 거라면 치킨이네. 그건 집에서도 하기 힘들기도 하고.”
치킨⬅️몬가 셰프치고(?) 남고생취향이구나 성운아 하지만 치킨은 옳지... 와중에 예시 섬세한거봐 우우 배거파 이제 그 걱정 안 하게 됐다고 하는 거 넘 좋다 심해우주는사랑을해............ 확실히 무력 하나 있으니 정보전 하나 있으면 좋지 밸런스를 챙기는 것 멋져
>>260 진행할 때는 다른 머리좋은 분들이랑 정보계열 능력있는 갓캐들이 열일해줘서 아앙~ 하고 입벌리고 들어오는 떡밥을 우음 굿 앤 테이스티~ 하면 되는데 독백쓸 때라던가 개인이벤트 할때라던가 진행도 정보계열 캐릭터들이랑 떨어져서 따로 할 때라던가 뼈저리게 느껴요, 정보계열 능력의 부재..
>>264 아구 아지주.. (수건복복복) 일단 씻자요!
>>265 응, 그렇죠... 그런데 읽히면 큰일날 게 많으시겠다? 많 으 시 겠 다 ? (압박) 농담이고, 진짜로 멀티스킬 될 기회가 오면 투시────아니다 미래예지로 하자
[연구소] 성운과 수경은 협력해서 단말기를 확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우선 성운은 그야말로 안드로이드의 머리를 뽑아버렸고, 수경은 단말기만 꺼내서 빠져나왔습니다. 덕분에 남아있는 안드로이드가 작게 폭발을 했지만, 단말기는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 내에서는 특별히 무슨 일이 있진 않았습니다. 천천히 아래에 도착하자 어둠이 사라지며, 환한 불빛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혜성이 보고, 이경이 공유했던 모든 풍경이 그대로 제대로 이미지화되어 모두의 눈에 비쳤습니다. 길고 긴 통로가 보였고, 그 옆으로 방이 3개 있었습니다. 각 방에는 [실험실 1], [실험실 2], [데이터실] 이라는 플레이트가 붙어있었습니다. 안쪽 광장에선 계속 소리가 나고 있었으니 아무래도 지금은 안으로 들어가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그와는 별개로 아마 거기에 있는 모두가 수경이 들고 있는 단말기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있었습니다.
[유토피오 프로젝트] 제로원 프로젝트의 제 2단계. 제 1단계의 성과물인 샹그릴라가 안정되면 바로 실행하도록 한다. 본 프로젝트의 목적은 타깃의 마음을 완전히 부숴버린 후에 확보해서 데이터를 뽑아내는 것과 동시에 제 4학구의 모든 이들을 소멸시키는 것에 있다. 최대한 많은 이들의 눈에 띄도록, 최대한 전 학구에 알려지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 했을때 우리들은 다음 프로젝트를 시행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유토피아를 완성시킬 수 있게 된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게 될 시, 더 이상 그들이 있을 수 있는 장소가 사라지게 된다. 또한 그들의 '죽음'이 당연시해진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강화시키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목적이다. 타깃을 최대한 압박하고 압박하고 또 압박하고 때가 되면 확보한다. 아무리 타깃이 괴물이라고 한들, 인간의 몸을 지닌 이상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확보하게 된 이후, 제 1단계의 데이터 추출원인 에어버스터와는 다르게 강압적인 수단을 이용해서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뽑아내도록 한다. 돌아갈 곳이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우리의 모든 염원을 이룰 수 있는 완벽한 유토피아가 성립이 된다. 그 누구도 우리를 반대하지 않게 되고,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 과학의 발전을 위한 희생으로 삼아 제로원 프로젝트는 더더욱 높은 단계로 나아가게 될 것이며 최종적으로 모두에게 인정받는 진정한 병기가 탄생하게 될 것으로 추측된다. 희생되는 제 4학구의 이 중에는 당연히 타깃 또한 포함된다. 설사 데이터를 뽑아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폐기하지만, 만약 완벽한 병기화가 된다고 한다면 폐기처분은 미루도록 한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걸까요?
[문화 센터] "다행이네요. 그 사람의 일도 잘 처리되었다고 하니... 정말로 편해지셨을 것 같은데. 후훗. 어때요? 조금은 편해지셨나요? 그리고 이건..."
케이스를 주자 보라는 그것을 일단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물을 확인했습니다. 일단 보라는 가만히 리라를 바라보다가 싱긋 웃으면서 오른쪽 눈으로 윙크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고맙다는 말을 하면서 살며시 주머니 속에 챙겼습니다.
한편 철현과 한양과 리라, 태오가 민우를 불러세웠습니다. 특히 태오는 자신의 능력에 집중했고 또 다시 목소리가 조용히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제일 먼저 물음을 던진 것은 리라였습니다.
"글쎄요. 리버티라는 이름이 어디 많아야 말이죠. 당장 3학구 과학공원 역에 가도 리버티라는 기부단체가 있을걸요? 아마?" (뭐, 실제로 있긴 하니까 틀린 말은 아니긴 하지?)
이어 한양의 말이 이어졌습니다. 조용히 자신에게 하는 말을 들으면서 민우는 싱긋 웃어보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가만히 손으로 정리했습니다. 이어 그는 한양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런 녀석들에게 협력을 할 바에는... 죽음을 택할 것 같은데. 적어도 나는." (아라도 마찬가지고 말이지.)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다름 아닌 태오의 말이었습니다. 누구라도 말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겪어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는 식은 결국 파멸할 뿐이다라는 말에 민우는 작게 웃음소리를 냈습니다. 그리고 태오를 바라보며 이야기했습니다.
"그럴 거야. 분명해. 하지만... 그럼에도 그런 마음을 품을 수밖에 없는 이가 있을 수도 있다고 난 생각해. 그리고... 난 그게 무조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애초에... 나는... (강한 노이즈))
이어 철현의 목소리가 들리자 민우는 싱긋 웃었습니다. 그리고 두 어깨를 으쓱하면서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대로 그는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한편 랑과 경진 역시 민호에게 질문했습니다. 먼저 민호는 랑을 바라보고 그 물음에 대답했습니다.
"아저씨 딸 말이야? 음. 좋지 않지. 조금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말이야. 아저씨가 어떻게든 낫게 해주고 싶지만... 나을 방법이 아직 없다고 하네. 하지만... 무리만 하지 않으면 살아가는 것은 지장이 없다고 하니까 괜찮아. 그리고 블랙 크로우 말이지? 그 리더는 아직 4학구에 구금된 상태야. 하지만... 남은 녀석들은 잘 모르겠는데. 아저씨 4학구 소속이니까 말이야. 3학구에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닐까? 그건?"
잘 모르겠다는 듯, 민호는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그리고 이어 경진을 바라보면서 말했습니다.
"글쎄. 딱히 무슨 말을 하진 않았는데. 애초에 이 아저씨는 오늘 아저씨 딸이 불렛을 보고 싶다고 해서 온 거거든. 음. 사인회로 온 거 맞는데... 혹시 다른 이유로 와야 했니? 아. 경호라고 했으니까...아저씨도 경호 도와주면 될까? 아니. 하지만... 아저씨. 오늘은 딸과 가족 시간 보낼 거라서 말이야. 그래도 위험하다면 조금은 도와줄게."
"응! 오빠 싸인 받고 싶어!!"
"하하하. 아저씨 딸이 잘생긴 오빠 싸인 원한다네? 하나만 부탁해도 될까?"
민호의 딸이 싸인을 원한다는 말을 하자 민호는 넉살 좋게 웃으면서 경진의 싸인을 요구했습니다. 아마 준다면 딸은 고맙습니다 라는 인사를 했을 것이고 민호는 완전히 안으로 들어섰을 것입니다.
그와는 별개로 슬슬 경비를 서야 할 시간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경비를 설 준비를 하도록 합시다.
/오늘자 스토리 마지막이에요!! 다음 스토리는 17일이에요! 설연휴는 스토리가 없답니다! 다들 수고했어요!!
"……유감스러운 일이에요. 난 태생 레벨 3이라…… 커리큘럼은 안 하고 살았거든요……. 고등학교도 검정고시 쳐서 왔고요…."
고저없는 목소리였다. 질 나쁜 농담도 아니고, 진실이지만 그 이면이 있었다. 다만 당신에게까지 말할 이유는 없었다. 태오는 유감스럽게도 누군가에게 자신의 과거를 꺼내지 않았다. 사람들이 아는 것이라고는 중학교에서 본 적 없고, 학년마다 3분의 1을 나오지 않았으며, 커리큘럼 담당 연구원이 무려 8명이나 사표를 내고, 그나마 지금 나온 검정고시라는 정보뿐일 터였다. 앞으로도 알려줄 일 없으리라. 당신의 피로감과 맞물리듯 평소에도 기운 없는 목소리는 사뭇 결이 달랐다. 대화를 나눈다는 행위와는 조금 다르게, 어딘가에서 지쳤지만 그 방향을 알 수 없었으니, 물티슈 하나를 받아들고 버터기름이 묻은 손을 느긋하게 닦는다. 고맙다는 듯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이는 건 잊지 않았다.
그리고 노려보는 듯한 눈동자에 그제야 표정을 고친다. 이리 보니 서로 다르다. 단정하고 반듯하게 노려보는 사람, 여유롭고 태만하게 시선 마주하는 사람. 서로 자란 환경이 다르고 사상이 다르거니와, 겉도는 자와 섞여버린 자를 표하는 것 같지만 진위는 알 수 없다. 태오는 동등한 거래 소리에 가지런히 모았던 손가락 하나를 다시금 들어 손등을 툭툭 두들겼다. 그리고 고개를 느릿하게 왼쪽으로 기울이더니, 눈을 내리 감았다.
"……그 가치를 누가 정하지?"
좋지 않은 버릇이었다. 상대와 눈이 마주치기 싫을 때면 아예 감아버리는 버릇. 하물며 등받이에 늘어지듯 기대 배 위에 손을 얹고, 다리까지 꼰 상태니 이대로 대화 이어지지 않으면 잠든 사람이나 마찬가지이리라. 하지만 태오는 잠들지 않았다. 거래의 시작이자 제법 맹랑한 질문 탓이다.
"유감스러운 일이나…… 네 선택이 *같든 말든 그건 내가 상관할 게 아니랍니다…. 온전히…… 네가 그 순간 가장… 낫다 생각한 선택이거니와…… 내 손길이 닿지 않았는데 책임질 발언은 하고 싶지 않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태오는 느릿하게 눈을 반개했다. 손가락을 다시금 툭, 툭, 일정한 간격으로 들었다 놓으며 깍지 낀 손의 툭 튀어나온 뼈마디 하나를 두들겼다. 메트로놈을 켜둔 듯 지나치게 일정한 박자였다.
"……스트레인지 지도까지는 용인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그 이상은 안 돼. 네가 선인으로 활동해야만 하는 명분을 만들어. 저지먼트의 일을 돕기 싫어도 언젠가 네 선인 짓을 그렇구나 봐줄 사람이 있어야지요. 은인 정도면 막아세우는 건 염치가 없다면 하지 않을 테니."
태오는 반개한 눈꺼풀을 온전히 들었다. 평온한 듯한 무표정이었다.
"내가 고하고자 하는 것은…… 그뿐이랍니다. 선하되 잔인해지지 않으면 이도 저도 못해요……. 적어도, '내가' 고하고자 하는 것은요."
네 거래를 이제 들어보아야겠지. 얼마나 깎을 수 있을까, 그리고 얼마나 셈하고 가치를 잴까. 네가 보일 수 있는 가장 큰 신념, 즉 값어치는 무엇일까.
커리큘럼이 재개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으나. 커리큘럼을 지속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정체는 누구나 겪습니다, 성장 수준이 처음보다 현저히 낮아진 건 사실이지만 그게 커리큘럼의 강도를 무조건적으로 높일 근거는 못 돼요."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나?"
맞은편에 앉아 있는 나이 지긋한 위원 한 명이 그리 물었다.
"저는 현상 유지, 혹은 오히려 강도를 완화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왜지? 현상 유지도 우리 입장에선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란 걸 알고 있을 걸세, 그런데 완화라니?"
"그건 강도를 높였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장 수준을 더욱 끌어올릴 거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완화든, 강화든 똑같다는 겁니다."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위원을 보며 성환은 입술을 지그시 물었다.
"둘 다 성장에 도움이 될지, 아닐지는 알 수 없지만. 커리큘럼의 강도를 높이는 게 학생에게 부담이 된다는 건 확실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완화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 겁니다. 결국 커리큘럼을 받는 건 제가 아니라 학생이고, 학생의 성장은 학생이 건강한 상태일 때 가능합니다. 지금 당장 성장이 더디다고 해서 강도를 무작정 올리는 건 학생에게 부담이 될 뿐 별 도움은 되지 못할 겁니다."
"자네, 비주류 분야를 너무 오래 맡은 건 아닌가? 최근 논문은 읽어보았나?"
연구원이 그리 말하며 내밀어 준 서류를 성환은 어쩔 수 없이 받아보았다. 천천히 서류에 적힌 내용을 읽어 내려가는 성환을 보며, 위원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라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게 아니네, 결국 우리는 성과를 내야 하는 사람들이야. 학생들이 발전하지 않으면 우리도 멈추게 되어 있다네, 알고 있잖은가. 거기 제시된 가설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표본도 꾸준히 추가되고 있고."
성환은 서류를 읽는 것을 멈췄다.
"...진심이십니까? 어디서 나타난 건지도 모르는 연구재단에서 재정지원을 위해서 급조한 가설을 정말 진지하게 믿으시는 거에요?"
"너무 깎아내리지 말게, 어쨌거나 근거가 있잖은가... 우리는 결과로 말하는 사람들이야. 그리고 이들은 적지만 결과를 계속해서 가져오고 있어, 그리고 기존에 비슷한 가설이 상당 부분 증명된 상황이고, 우리 입장에선 거부할 이유가 없네."
성환은 더 이상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안 됩니다. 저는 제가 담당하는 학생에게 이런 방식을 사용할 생각은 없어요."
"학생의 커리큘럼은 담당 연구원의 몫이란 거 알고 있네, 그러니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 자네도 실적을 쌓아서 따로 연구소도 차리고 해야 하지 않겠나. 언제까지 말단 연구원으로 살 건가."
게다가... 라는 위원의 짧은 말 뒤로.
"담당하는 학생의 능력 자체가 이 가설에 너무 잘 맞지 않는가? 이건 우리 입장에서도 좋은 기회야. 가설을 증명하면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겠나? 시간을 좀 줄 테니 좀 더 고민해 보게." 성환이 터덜거리며 건물 바깥으로 나오자, 흰 바탕에 푸른 빛을 반사하는 창이 빼곡한 건물의 외부가 눈에 들어온다. 한숨을 푹 내쉬면서 자판기에서 음료를 하나 꺼내 마시려고 했으나, 자판기가 동전을 먹어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말아서.
"아! 왜 자판기까지 말썽이냐!"
성환은 화를 내며 자판기를 한 번 손바닥으로 탕 쳤다가 손이 아파 몸을 굽혔다.
"뭐 하냐, 멍청아."
"...말 걸지 마세요, 기분 안 좋으니까."
눈물이 찔끔 나오는 상황에, 귓가에 익숙하면서도 자주 듣지는 못하는 목소리가 들려와 성환은 작게 한숨을 쉬며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러자 팡! 하는 소리와 함께 등판이 찌릿하는 감각이 느껴져, 성환은 자동으로 몸을 바로 세웠다.
"악! 뭐 하는 건데요!"
"사내 자식이 뭐 이렇게 웅크리고 있냐, 동전 먹어서? 참 내."
"갑자기 찾아와서는 이게 뭐 하는 거에요, 누구 속 긁지 못해서 안달 난 것처럼."
성환의 옆에 선 여성은 사나운 얼굴에 노랑색 머리, 어깨가 트여 있는 셔츠에 빈티지 데님 팬츠, 귀걸이 등 누가 봐도 불량하기 그지 없는 모습이었다. 말도 상당히 걸었고. 비단이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성환의 투덜거림을 못 들은 체 하며 손가락을 뻗어 자판기의 동전 투입구에 가져갔다. 그러자 손목에 감겨 있던 끈 팔찌가 스르륵 하고 풀리더니, 얇은 섬유로 나뉘어 그 틈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다가 달그락,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자판기에 불이 들어왔다.
"멀쩡하구만 뭐."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어깨를 으쓱이며 비단은 맥주를 뽑아버렸다. 덜컹 하며 맥주가 떨어지자. 성환은 아! 하고 단말마를 내뱉을 뿐.
"맥주를 사면 어떡해요! 이온 음료나 마시려고 했는데!"
"이건 내 건데? 니껀 니가 뽑아."
그 말대로, 비단이 한 것은 인식되지 않은 동전을 인식시켰을 뿐인지라, 한 번 음료수를 뽑아준 자판기는 다시 불이 꺼져 있었다. 이게 무슨 횡포란 말인가, 통탄할 노릇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성환은 동전을 하나 더 꺼냈다. 그러나 불이 들어오자마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비단은 다시 맥주 버튼을 눌렀다.
"아!"
야속하게도 자판기는 동전을 넣은 사람과 버튼을 누르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참된 자판기였다.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진 맥주, 비단은 자, 가져가세요. 라는 듯 얄밉기 그지없는 손짓을 해 보였다.
바다에 빠졌어도 멀쩡히 살 수 있어서 기삿거리가 나온다면 좋아라 할 걸. 진짜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덧붙이면서 사탕을 입 안에서 이리저리 굴리다가, 어쨌건 다른 이들이 위해를 자신에게 가하더라도 자신이 타인에게 가하는 건 꺼려진다는 듯한 그 반응에, 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 말이다, 최소한 정신은 차려야지."
아주 그냥 잔뜩 굳었더만. 뭐라고 말을 해야 주변에서 도와줄 것 아니냐, 라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자신이야 수경이 저지먼트라는 같은 울타리 안에 있었으니 곤란해 보일 때 임의로 나선 거지만. 보통은 남이 무슨 일을 당하든 큰 일 같아 보이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곤 하는 법이다.
"그나저나, 꽤 유용하게 썼네. 양날의 검 같긴 하지만."
기자를 불러들인 것도, 보내버린 것도 결과적으로 저 포탈 건이었으니. 랑은 포탈 건을 가리키며 그리 이야기했다.
>>300-301 없어졌다가 다시 나타난다... 근데 다시 돌아온다... 돌아오는 건 그 지하랑 관련있을 거고 없어지는 건 옛날처럼 그런건가... 밖에서 멀끔해졌다는 것도 그렇고 입지 좁은 신생 연구재단 말을 굳이 들고와서 들이미는 것도 그렇고 지금 랑이 커리큘럼 받는 연구소 안에 이미 미스틸테인 끄나풀이 들어와 있나... 싶기도 한
' 타깃을 최대한 압박하고 압박하고 또 압박하고 때가 되면 확보한다. 아무리 타깃이 괴물이라고 한들, 인간의 몸을 지닌 이상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확보하게 된 이후, 제 1단계의 데이터 추출원인 에어버스터와는 다르게 강압적인 수단을 이용해서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뽑아내도록 한다.'
나리께서 흥미를 가졌다. 난감한 상황이다. 그 존재가 바깥것에게 흥미를 가질 이유는 전무하거늘 하필이면 딱 집힌 사람이 당신이다. 아니, 당신 말고도 하나 더 있지만 예외로 두도록 하겠다. 스트레인지를 직접 쏘다니다 눈에 든 것은 현재로서는 당신이 유일하니. 언젠가 그가 태오에게 넌지시 당신에 대해 묻는 날이 온다면, 태오는 결국 대비해야만 했다. 어쩌면 묻지도 않고 당신에게 다가갈 수도 있다. 끔찍한 일이다. 당신은 그를 상대하는 법을 모르거니와, 자신이 호오가 일정하지 않으니 그 또한 호오가 일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건 당신이 해결할 일이겠지. 당신이 하란대로만 한다면 그런 일이 벌어지지도 않을 것이고.
"현명한…… 판단이에요."
태오는 느릿하게 답하고는 스트레인지의 지도를 머리에서 그려본다. 금교라는 녀석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적어도 그 장소까지 사건이나 물리적으로 도달할 방도는 없으리라 믿었다. 태오는 이내 자리를 뜨려는 듯 한 걸음을 떼었다. 그리고 당신을 스치기 전, 눈을 느릿하게 흘겼다. 노이즈 너머로도 세로로 쭉 찢어진 동공이 선명하게 보였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혜우가 묻는다면 이번 일을 입에 올리지 않았으면…… 한답니다. 그저…… 그래요, 네가 거슬리니 시야에서 좀 비켰으면 한다고 꼽이나 먹었다며 애교나 부려요…."
오늘 훈련하고 계수가 2258(우측 자동감산 란에 나오는 거 그대로 옮김)이 됐는데 거기에다가 예전에 안 한 여로 갠이벤 계수 *0.95를 곱해서 2145가 됐거든 그런데 우측란은 2258에서 훈련 딸깍이 하면 나오는 계수에서 멈춰서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는...? 상황이 됐어...
이하, [영락榮落]의 공식 사이트가 상단에 노출되며 이 사이트에서 연구소의 전반적인 설명을 볼 수 있다. 주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이며, 대락적인 커리큘럼 과정에 대해서도 나와있으나, 연구원의 정보는 소장을 포함, 단 1도 노출되어 있지 않다.
뉴스, 시사 쪽으로는 그다지 나오는게 없다. 약간의 뉴스 기사 몇 개는 있는데, 날짜는 대략 5-6년 전으로, 영락에 소속되었던 학생들에 한해 자체 퇴소하는 현상이 잦은 것에 대해 영락의 커리큘럼 과정이 너무 가혹하거나 비인도적인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다룬 기사들이다. 그러나 이는 한 시사 매체에서 영락을 자체 퇴소한 학생들을 직접 만나 나눈 인터뷰를 통해 반박되었다. 그들은 각자의 사연과 이야기를 갖고 있었으나, 한결같이 '[영락]에서 나아갈 방향을 찾았으므로 더는 그 곳에 있을 필요가 없었을 뿐이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정말로 그들 각자가 목표한 방향으로 진학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시간이 흘러 뉴스에 제기되었던 의혹은 사그라들고 다시 나오지 않게 되었다.
태오는 바닥에 두 발바닥을 댔다. 어느 정도 발이 땅에 닿았다 싶으면 발이 다리를 지탱하는 것을 느꼈고, 앉아있는 허벅지, 허리, 등, 팔, 머리까지 하나하나 느끼며 자신이 지금 어떤 자세로 해야 편할 것 같은지, 자신이 어디가 불편하고 어떤 느낌인지 느껴보고자 했다. 여전히 어디가 불편한지, 뭘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발을 바로 떼버리는 것에서 지금은 얌전히 대고 있으니 장족의 발전이었다. 한결은 그런 태오의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였다.
[잘 하고 있어요.] "……하나면 여쭈어도 될는지요." [물론이지요!]
태오는 잠시 단어를 골랐다. 그리고 할 수 있는 한, 가장 부드러운 단어를 꺼내보고자 했다.
"…실례가 아니라면 가족과 절연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인첨공에서 부모 없이 자란 저는, 그런 사정을 듣는 기회가 없어서…… 타인의…… 고통을 호기심으로 채우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단지……." [제 이야기가 듣고 싶은 거군요.] "예."
한결은 형용하기 어려운 표정을 그렸다. 태오는 속을 읽을 수 없어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을 신뢰하기 시작했다는 것에 대한 벅찬 기쁨이 여기까지 느껴졌다. 양심이 따갑다. 그저 인간의 삶에 대해 듣고자 부드러운 단어로 점철해도 저 사람은 순수하게 자신을 믿어주는구나. 기분이 썩 좋지 못했다. 한결 또한 벅찬 기쁨을 애써 숨기며 쓴 미소를 삼켰다. 절연이라는 건 쉬이 나올 단어가 아니니.
[……저는 가족과 단 둘만 왔어요. 그러다가… 서로 너무 다르다는 걸 깨달아서요, 가족이…… 먼저 절연을 선언했어요.] "……다르다, 는 것은." [인첨공을 받아들이는 방식이요. 저는 커리큘럼을 전혀 받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커리큘럼을 받은 가족의 고통을…… 연구소를 아니무스로 옮기기 전까진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렇군요. 유감스럽습니다……." [어리석었죠. 고통도 모르고 받기만 했으니.]
한결은 손을 움직이다 가늘게 떨었다.
[실은 상담사의 길을 걷는 것도 이것 때문이에요. 언젠가는 훌륭하게 커서, 받은 은혜를 갚고, 서로의 앙금도 풀고 싶고, 조금이라도 더 일찍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렸으면 하는 마음에…… 이젠 타인을 도울 수 있게 되어 기쁘긴 하지만, 그러니까.]
그리고 얼굴을 덮어 가렸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하는 손짓이 다급했다. 다행스럽게도 태오는 우는 사람을 위로하지 않았지만, 티슈가 든 상자 정도는 밀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여전히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신뢰란 것은 얄팍하기에 이 사람의 눈물을 믿고 싶지 않지만, 적어도 가족이란 것을 생각하면 울 수 있다 보아 오늘만큼은 믿어보고자 했다.
태생이 3레벨이었다는 말은, 태생부터 엘리트였단 말이다. 검정고시를 쳐서 들어왔다 해도, 인첨공의 빌어먹을 력우월주의와 엘리트주의의 편의를 받았다는 건 달라지지 않는 것 아닌가. 그렇지만─ 지금은 따지고 들어야하는 상황이 아니었다. 장기를 있는 힘껏 쥐어 비틀리는 듯 숨이 턱 틀어막히는 기분에 비틀리는 감각을 가라앉히려 손바닥으로 덮어내며 눌러냈다. 요즘 들어 시도때도 없이 방향성을 잃은 짜증과 상대를 가리지 않는 신경질을 가라앉히기 위한 행동이기도 했다.
막혔던 숨소리가 겨우 느릿하게 터져나왔으나, 혜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흐릿한 웃음기조차 없는 창백한 얼굴로 마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가치를 누가 정하냐는 질문을 듣고 나서야 창백한 얼굴이 희미하게 흔들린다.
"내가. 누구도 내가 가치를 정할 수 있다는 점에 반박할 수 없을거야."
희미하게 창백한 얼굴에 흐릿하고 피로한 웃음을 짓는 것과 달리 목소리만은 차분하고 단호했다. 무릎 위에 양손을 단정히 포개 올리고 등줄기를 반듯하게 편 자세로 혜성의 고개가 위로 움직였다. 몇번의 눈깜빡임이 있다. 얼마나, 치기어린 판단으로 일을 저질러 놨는지 깨달았기 때문인지 웃음조차 보일 수 없었다. 제 선택이 *같은 선택이라고 지적하거나 말리려고 드는 게 아니라면 대체 뭘 위해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생각한다.
"책임질 발언을 하고 싶지 않았다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테지. ─스트레인지 지도만 해도 내가 아닌 다른 스킬아웃들과 거래를 할 수 있는 정도지 않나. 뭐, 왜냐고 물어보고 싶기는 하지만 그런걸 물어가며 이것저것 재기에는 내가 아는 게 없거든."
새파란 눈동자가 물끄러미 어느 한곳으로 향하며 무릎 위에 가지런히 포개 올리고 있던 양손을 깍지낀다.
"선하게 행동해서, 후에 있을 만약이라는 상황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는 동의하겠지만 선함과 잔인함은 공존할 수 없어. 우리가 하는 행동은 분명 선하다는 범주에 들어가지만, 몇명의 사람들이 하는 제압은 선하다는 범주로 감싸지 못하는 정도의 잔인함이 있으니까."
우리, 라는 단어가 저지먼트를 뜻한다는 것을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물끄러미 허공을 향하던 혜성의 눈동자가 느릿한 호선을 그리며 흐린 웃음이 머물렀다.
"그래서 나는 명분보다 이해를 우선시 할 뿐이야. 선함과 잔인함은 결코 공존하지 못해. 이도 저도 안된다해도 지금과 크게 달라질 건 없어."
데 마레 검색하면 사전 정의가 나오지는 않는다! :3 대신 연관 검색어로 '데 마레 커리큘럼 개꿀', '데 마레 횡령', '데 마레 되는법', '데 마레 팥차 괴담', '데 마레 하이드로키네시스' 이런거 뜸(?)
그리고 가장 상단에 바로 포털 사이트 딱 박혀있을 거야! 들어가면 '바다. 그 드넓은 곳.' 이라는 캐치프라이즈 적혀있을 거고, 설정상 인첨공 설계도면에 포함되었을 정도로 오래된 곳이거니와 그만큼의 이력을 모아둔 정보도 있을 거고, 소장과 부소장의 정보와 연락할 수 있는 메일, 데 마레의 전화번호나 대략적인 커리큘럼 과정도 있을 거야. 그런데 읽어보면 정말 학생 친화적인 거가 많아! 어린아이의 경우에는 물과의 친화성을 높이기 위한 욕조놀이 수영수업 그런것도 있음(?)
그만큼 정보가 개방적이고, 학생 친화적인 성향이 높아서 보들보들한 정보가 많이 나오는 게 특징! 그런데 연관 검색어에서 데 마레 횡령 누르면
재단 이사이자 데 마레 수석 연구원인 윤 씨(제사장)가 데 마레의 연구자금을 횡령했고, 차일드 에러 인신매매, 불법 암거래, 약물 유통, 인첨공 최악의 테러단체 '솔리스'의 주축이었고 데 마레는 순수한 피해자였다는 뉴스 기사가 뜬다….
데 마레의 가장 큰 흑역사지만 극복해서 일어섰으니 내버려둔대. 그리고 tmi지만 공식 홈피 '연구소 갤러리'에 아기무너 어릴 때 사진 있다(?)
─그 무소의 뿔 같은 한 갈래 마음은 자못 반짝이는 면이 있어, 반짝이는 것을 좋아하는 이의 시선을 끌고 만다. 그리고 그게 하필 나리의 시선이니. 때마침 눈에 성가시던 상어金鮫 하나 손 안 대고 코풀기로 쳐낼 수 있게 해준, 건방진 꼬마들 중에서 나름 기특한 축 정도로 나리에게 끝나기를 태오는 바랄 뿐이다. 그리고 아마 그렇게 끝날 테다. 아무리 올해들어서 유독 목화고 저지먼트가 궂은 꼴 많이 본다지만, 설마설마하니 이녀석이 또 스트레인지로 쫄랑쫄랑 들어와서 이리저리 날뛰다가 또 나리 시선 끌 일이 있겠는가? 에이, 설마.
태오가 자리를 뜨려는 기색이 보이자, 성운도 태오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며 자리를 뜨려 했다. 그러다가 태오가 시선을 돌려오자, 성운은 목례를 하려다 말고 멈춰섰다. 태오가 마지막으로 내려놓는 말에, 성운은 입을 뗐다.
“모쪼록··· 선처하겠습니다.”
···이번 일을, 그 나리에 관한 이야기를 입에 올릴 필요가 제게 없는 한은 얼마든지 말입니다. 그리고 머릿속에 스쳐가는, 혜우에게 해줄 적당한 말들을 머릿속으로 끼워맞추는 흔적. 스트레인지에 갔던 거 딱 걸려서 잔소리 들었다고 할까, 아니면 그냥 시킨 대로 대강 트집이나 잡혔다고 할까.
"난데없이 길을 걷다 시비가 걸리면?" 서성운: “좋게 좋게 해결하려고 하는 편이야.” “······좋게 좋게.” (방금 자기가 뽑아버린 안드로이도 머리를 던졌다 받았다 하고 있다.)
"동료가 방황하고 있을 땐 어떻게 하는 유형?" 서성운: “···고민을 들어준다, 아픔을 나눈다······ 그게 얼마나 오만한 말이었는지, 나는 너무 오랫동안 그걸 모르고 있었어. 인첨공에서 그것은 더더욱 오만한 소리가 되지.” “하지만─ 내가 그 방황하는 동료를 위해 무언가 해줄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줄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렇게 하려고. 섣부른 동정? 어설픈 위선? 그래, 그렇게 말해서 기분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그러라고 해.” “나는 나같은 놈의 동료라던가, 친구라던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라던가- 그런 소중한 게 되어준 사람들에게 무심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 그 누구라도.”
"사람들이 이것만은 기억했으면 좋겠다 싶은 것은?" 서성운: “···전쟁.” “전쟁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은 변한다. 그들이 걸어가는 길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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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밤? 둘 중에 어디?" 성운: “낮을 위해서 밤을 기꺼이 헤맬 수 있어.”
"어떤 것을 가장 후회해?" 성운: “─진짜 절실하게 후회하는 한 가지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좀 애매해졌어.” “인첨공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걔를 만나지 못했을 테니까.”
"무엇이든 선물 한 가지를 받을 수 있다면 뭘 부탁하고 싶어?" 성운: “······내 가장 소중한 사람을 괴롭히는 놈의, 머리통.”
전혀 예기치 못했던 방향에서부터, 전혀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뻗어온 도움의 손길. 성운은 늘 입고 다니는 하얀색 후드집업 안쪽에다가 까만 봉투를 슥 집어넣고 안주머니 지퍼를 단단히 여민 다음에, 다른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부실 밖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어나와, 아마도 매점에를 갔겠거니 하고 복도를 가로지른다. 아직 여름방학 중인데, 운동부 녀석들은 왁자하니 기세 좋게 부활동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성운은 꺼낸 핸드폰 표면을 톡톡 눌러, 리스트 가장 위에 있는 이름을 누르고는 메시지를 전송했다.
과연 태오가 능력우월주의와 엘리트주의의 편의를 받았을까? 적어도 말하지 않는 이상 누구도 모른다. 당신의 생각도 알 수 없다. 태오가 읽지 않았거니와, 태오 또한 달리 변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인간들은 자신이 보는 것을 시선이라고 정한다. 그건 태오도 다를 바 없었고, 보편적인 시선은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당신이 보편적인 시선으로 태오를 본다면, 태오는 그런 보편적인 존재가 될 수 있었다. 얼마든지.
"좋은…… 자세예요."
계속 가치를 결정짓는 게 자신이라는 걸 유지할 수 있을까? 다시금 살아있는 것에 대한 흥미가 생긴다. 정해진 답을 도출하는 기계나 알고리즘을 통해 학습하지만 결국 간파당하고 마는 AI와는 다르게 유동적인 답을 내뱉고, 숨을 쉬는 것이 꽤 흥미롭다. 전기 회로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고 답을 도출하겠지, 그 신호를 낱낱이 파헤쳐보고 싶지만 참기로 했다. 살아있으니까. 그리고 저지먼트니까. 태오는 느긋하게 눈을 반개했다. 긴 속눈썹이 그림자를 드리우다 이내 눈동자를 드러낸다. 지독히도 무감정스러운 눈이었다.
"하나 정정하지요…… 거래와 하청은……."
다르지. 태오의 입술을 통한 발음은 숨결에 가까운 목소리였지만 그 발음만큼은 명료했고, 평소의 부드러운 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같은 학생을 대하고 있지만 거래하는 사람을 앞에 둔 듯 깍듯한 것 같기도 하고, 협상을 하듯 차분한 것 같기도 했다. 스킬아웃과는 거래하지 않고 일방적인 명령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고 정정하고는, 이내 당신의 목소리를 경청하고자 입을 다문다.
"……."
그리고 표정이 굳는다. 레벨 3은 권총, 레벨 4는 숙련된 군인. 그런 존재들이 잔인함이 공존할 수 없다고 말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주 오래 전부터 레벨 3으로 살았기 때문이다. 평생이고 권총이라 사람을 죽일 것이라고, 잔인한 존재라고 경고를 들어왔더니 이제 막 올라온 사람들은 그 사실에 대해 선함만을 택하고 잔인함은 공존할 수 없다고 한다. 길가에 총 들고 다니며 자신은 선하고 잔인하지 않다 하면 누가 믿지. 꼬인 생각이 들긴 했지만 굳이 입에 담지는 않았다. 대신 태오는 이제 막 전원이 꺼진 안드로이드처럼 굳은 무표정으로 당신을 응시하다, 입을 벌렸다.
"그게 네 선택이라면 나는 말리지 않는다고 다시금 말하도록 하지요."
어차피 언젠가는 선택하게 되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대신." 태오는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457 그래도 혜우가 취기진담 때(작중 타임라인상으로는 1호가 성사된 뒤지만 현실 타임라인상으로는 아직 고백이 안 나왔었음) 그랬던 것처럼 계속 성운이한테 다가오면서 고양이가 쥐 갖고 놀듯 하는데, 그래도 호감이라는 걸 느끼고 성운이도 혜우 확 의식하게 된 게 혜우에게도 느껴지지 않았을까요? 물론 혜우가 성운이 옆에 앉은 게 중대한 분기점이라고 하셨으니 아예 성사가 안 됐다고 하면...... 혜우가 지금보다 훨씬 매콤한 상태가 되어있지 않겠나 싶어요
말나온 김에 이번 일상에서 이것저것 해봐야겠어요. 저번에 '혜우가 처음에 나한테 문서작성 잘못됐다고 지적했을 시점으로 돌아가서 고마워요, 하고 이마에 키스 한번 해보고 싶다' 같은 소리 해보거나 저번에 혜우주께서 혜우가 원두막 옆에 앉을지 말지 그 순간이 분기점이었다고 하시면서 그때 이야기를 얘네가 서로 하는게 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것도 한번 해보고 싶고!
>>458 하지만 우리, 시간 많이 남아있으니까, 피곤하면 얼른 주무세요. 주무시고 나서 일찍 일어나서 답레 쓰셔도 괜찮을 것 같지 않아요?
"어떤 목소리의 사랑한다는 말이 취향?" 태오: (태오는 드물게 질색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주 희미하지만 눈썹이 미묘하게 좁혀진 것과 눈이 살짝 찌푸려졌으니 질색이라 치자…….) "……그런 욕구에서 비롯되어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는 발언을… 내가 왜 들어야 할까요…." "……." "듣고…… 싶지 않아요. 응."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고백하는 방식은?" 태오: "생긴다 쳐도…… 고백할 일은 없을 거예요." "나는 누군가와 서로 맞춰가는 것도, 그 사람이 내게 가진 기대도, 목표도, 감정의 소모도 감당할 수 없거든요." "애석한 일이지만 그러려니 해주지 않을래요?"
"난 네가 무서워." 태오: "그게 당연한 거예요." "나는 가만히 있어도 누군가의 속을 읽어내는 음침한 녀석이자, 항상 몸을 꽁꽁 싸매고 다녀 수상하기 짝이 없고, 수업태도가 불량하며, 타인에게 끝없이 의심과 불안을 심는 존재니까요……." "그러니 그 감정을… 부디 부정하지 말아요……."
>>461 그거 말이지 만약 혜우가 급발진 안 하고 그냥 진짜 갖고 놀 생각만 했으면... 성운이가 호감 비친 순간 잘라냄 그냥 태도 180도 바뀌어가지고 싹뚝 지금보다 매콤해질거는 확실하니 만약 성운주가 관계 형성을 계속 추구했다면 지금이랑은 별개의 루트로 엄청난 매운맛에 몸을 비틀었겠지...
ㅋㅋㅋ 그래그래 성운주 하고 싶은 거 다 해보자 (복복복복) 잠은 뭐... 죽어서 자도 돼 (이런발언)
···잠깐 소란이 있었다. 아무튼, 성운은 무성의하게 매점 쪽으로 향하면서 한 마디씩 끊어져서 오는 톡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문득 주변을 휘휘 둘러보았다. 응, 헛짚었네. 또 무슨 주변에 숨어서 고개만 내밀고 폰 들고 키드득거리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닌 모양이다. 때마침 힌트가 하나 온다. 확실히 실내는 아니다. 딱히 크게 추론할 필요도 없는 것이- 이 학교에 3학기나 다녔는데 중앙현관 모양을 못 알아챌 리가 없다.
성운은 곧 왔다.
“천혜우.”
하면서, 성운은 캔 두 개를 들고 내밀어보인다.
“둘 중에 뭘로 할래?”
하나는 밀○스고, 하나는 포카리스○트다. 둘 다 캔 표면에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시원하다.
" 목화고 저지먼트입니다 -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당장 무기를 내려놔주시고 순순히 체포에 응해주세요. "
" 저지먼트냐? 젠장.. 여기까지는 목화고의 시선이 닿지 않을 줄 알았는데.. "
" 여기서 마약거래를 하면 안 걸릴 줄 알았어요? "
" 전부 뚫어-!!!!!! "
https://ibb.co/Kb03Z0n
" 하.. 그냥 투항하면 될 것을.. "
여러 명의 연장을 든 스킬아웃들이 달려든다. 먼저 제일 앞장선 야구배트를 든 놈. 달려옴과 동시에 야구배트로 휘두를 준비를 한다. 녀석이 배트를 휘두르기 위해 본격적으로 어깨를 뒤로 뺄 때였다. 한양은 사뿐히 자신의 왼쪽으로 스텝을 뛰어 위치를 옮겼다. 동시에 왼발의 축을 미리 틀어주면서 말이야. 녀석이 배트를 휘두르기 전, 한양은 몸을 회전시켜서 오른발로 녀석의 오른쪽 옆구리에 맞춰버리며 쓰러뜨린다. 야구배트로 휘두르기에, 이보다 리치가 더 긴 뒷차기 기술을 먼저 찔러넣은 것이다. 픽 쓰러지는 야구배트 녀석. 그 뒤의 나이프를 든 녀석이 따라서 돌진하며 거리를 좁히려고 했다. 하지만 한양은 빠르게 뒤돌려차기를 한 발을 회수하더니, 그 발로 거리를 좁혀오는 나이프를 든 녀석의 턱 중앙을 앞차기로 맞추려고 한다.
' 뒤돌려차기를 다시 회수하고나서 바로 앞차기?! 게다가.. 온전하게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어.. '
'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
' 아아.. 저 녀석이 그 소문의 목화고.. 서한양.. 하지만 움직임은 읽혔어.. 발이 오자마자 바로 나이프로..! '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녀석의 예상대로라면 한양의 발이 정직하게 스킬아웃의 턱으로 와야 되는데, 한양의 발은 녀석의 왼쪽 안면에 쇄도했었다. 예상치 못한 궤도의 변경에 나이프를 든 녀석도 킥을 허용해버려서 쓰러져버렸다. 유연한 허리와 탄력을 이용해서 앞차기를 줄 것처럼 위장하다가 허리를 더 틀어버림과 동시에 무릎을 컨트롤하여서 발의 궤도를 바꿔서 공격한 것이다. 한양의 공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 킥을 다시 회수했지만, 완전히 회수한 것이 아닌 한 발로 중심을 잡고 나머지 발은 들고있는 자세로 회수를 한 것이다. 순식간에 두 명이 쓰러진 것을 보고 어버버하는 나머지 한 녀석의 복부에 옆차기를 찔러넣어서 쓰러뜨린다.
" ...당신이 두목으로 보이는데요? "
" ...잡졸들을 잡아놓고서는 자신감이 많이 붙었어. 서한양이라고 했나? 미안하지만 우리는 마약을 거래하지는 않았어. "
두목으로 보이는, 키가 2m는 되어보이는 거대한 체구의 남성이 정체불명의 주사를 꽂으며 말했다.
" 우리가 거래한 것은 이 주사 - 인첨공을 피해 비밀리에 제조된 ' 하드 스테로이드 ' .. 이 주사를 꽂으면.. "
두목은 주먹으로 벽을 쳤고, 두목의 손이 다치기는 커녕 벽에 움푹 패인 자국과 주변에 날아가는 파편이 보일 뿐이었다.
" 인간의 상회하는 힘을 가지게 되지. "
" 오우- 이것 참 무섭네요. 강화인간이라 - "
그렇게 두목은 한양에게 다가가서 오른주먹을 꽂으려고 한다. 한양은 두목의 주먹이 다가오자, 빠르게 슥- 두목의 왼쪽으로 몸을 빼더니, 오른발로 두목의 턱을 쳐서 턱을 들어올리게 한다. 들어올려진 턱, 한양은 오른주먹으로 빠르게 간결하게 스냅을 주며 두목의 울대를 친다. 오른발로 턱을 쳐서 잠시 스턴을 줌과 동시에 울대를 칠 수 있게 개방시키고, 주먹으로 울대를 쳐서 데미지를 준 것.
" ?! "
" 튼튼하네요 - "
" 두손 두발 다 써야겠는 걸 - "
이번에는 왼쪽에 있는 한양을 잡기 위해 왼주먹을 휘두르지만, 서한양은 뒤로 빠지며 주먹을 간단하게 피하고 오른발로 두목의 명치에 앞차기를 꽂아버리며 중심을 잃고 넘어지게 만든다. 하지만 두목은 굴하지 않고, 바로 밀어나며 오른쪽 주먹을 한양의 왼쪽 턱에 크게 휘두른다. 서한양은 다시 백스텝을 뛰며 주먹을 피하고, 두목의 오른주먹은 벽에 박혀버리게 되었다. 두목이 주먹을 빼기도 전에 한양은 왼발로 두목의 안면에 하이킥을 꽂아서 그대로 다운시킨다.
" 여기서 포기할 분이 아닌데요. "
서한양은 오른쪽 발을 남성의 목에 걸어서 들어올린다. 쓰러진 두목을 강제로 들어올린 것이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라는 의미일까? 그 오른다리를 잠시 일시적으로 접어서 두목의 왼쪽 안면에 다시 킥을 날려버린다.
" 저..저건.. 두목에 대한 능욕이야.. "
" 후우..재밌구나.. 재밌어.. 재밌어!! "
두목은 다시 깨어났고, 아까보다 더 빠르고 매섭게 두 손의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두목의 주먹에 닿는 벽들은 죄다 구멍이 나거나 박살이 나기 시작했다. 덤프트럭처럼 돌진해오는 두목. 서한양은 거리를 계속해서 거리를 벌리면서 주먹을 피할 뿐, 저 트럭 같은 두목에게 반격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벽까지 몰린 서한양. 두목은 한양을 향해 주먹을 날리지만, 한양은 그대로 점프를 해서 벽 위에 올라타서 피하였다.
" 결국 도망만 칠 줄 아는구나. "
두목은 한양이 올라탄 벽에 펀치를 풀파워로 날려서 벽이 무너지게 만든다. 그대로 공중에서 떨어지는 한양. 두목은 악독한 미소를 지으며 떨어지는 한양에게 결정타를 날리려는데.
" 무릎까지 쓰게 될 줄이야 - "
한양은 떨어지는 와중에 두목의 머리를 두 손으로 붙압아서 당기고 그대로 오른 무릎으로 두목의 턱을 강타한다. 강한 충격에 두목은 주춤하지만 자신의 머리채를 잡은 한양의 몸통에 주먹을 꽂으려고 했지만..
" 초크까지 쓰게 만드네요. 강화인간이 무섭긴 하구나. "
그대로 두 다리로 두목의 목을 조르는 서한양. 그러나 두목은 한양의 다리를 약물로 강화한 근력으로 풀어버리고, 그대로 던져버렸다. 한양은 그대로 벽에 내팽겨지면서 데미지를 입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 와..쿨럭.. 약빨이 죽이긴 죽이네.. "
" 이 녀석.. 성가시구나. 서한양이라고 했나? "
" 지금까지 싸운 녀석들 중에서 가장 재밌는 녀석이구나!! "
두목은 흥분한 상태로 한양에게 다시 돌진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다시 오는 두목의 오른주먹. 서한양은 이번에는 거리를 멀리 벌리지 않고, 살짝 벌리더니 무언가 몸의 무게중심을 더욱 더 뒤에 두는 듯한 자세를 잡는다. 그대로 백덤블링을 하며 두목의 주먹을 피하고- 백덤블링에서 올려치는 오른발로 두목의 턱을 강타했다.
" 이 무슨 같잖은 기술질인 거냐-!! "
두목은 한양의 킥에 턱이 올려지며 잠시 주춤하면서도 백덤블링을 하느라 바닥에 앉아버린 한양에게 왼주먹을 휘두르려고 한다.
" 쓰러지라고 쓴 기술 아닌데요- "
앉은 한양을 치기 위해 자세를 낮추고 들어오는 두목. 두목이 주먹을 휘두르기 윗애 체중을 싣는 순간- 서한양은 두 발목으로 두목의 목을 걸어잠근다. 한양은 왼손을 바닥에 짚은 채로 두발로 두목의 목을 당겨서 바닥에 박게 만든다. 팔보다 더 긴 다리로 두목을 목을 잠근 뒤에 두목이 펀치를 치려고 하는 방향으로 목을 당겨서 힘을 역이용 한 것이다.
>>490 너무 무리하지 말구 천천히 적어 압박면접ㅋㅋㅋㅋㅋㅋㅋ 그건 아니고 음음 태오가 지금 '클라우드 내부에 있는 어떤 정보'에 대해 되게 민감한 상황이라, 혜성이가 자칫 그걸 사용하다가 휘말리는걸 막고자 하거든. 아무래도...
진짜 말 잘못하면 안티스킬 출동하는 사안인데다 무의식적으로 사람이 그걸 입에 담으면 큰일이니까...
그래서 대체 뭘 쓸지 확인하고자 하는 거니까, 적당히 스트레인지 지도만 쓰려고 했다. 녹취록 그런 건 절대 어디에 퍼뜨리지 않을 거다 그런 거 말해도 되고, 사색에 잠길 공간이 필요하다고 에둘러서 말하면 태오가 적당히 눈치 챙겨서 스킬아웃 이제 없는 곳도 있고 쾌적하니 '사색에 잠기기 좋다'며 적당히 집어줄 거야~ 숨기고픔 숨겨도 되니까 넘 조급하게 생각 말어!😘
>>496 그런건데 누가 그렇게 압박면접 진행하는 인사부 부장같은 포스하래 (이러기) 녹취록 안퍼트리고, 사색에 잠기기 좋은 곳이 필요해서 라고 이야기해야겠다 찬찬히 생각해볼게 여기서 자경단 까기엔 타이밍이 아닌것 같아서(흠) 고마워 태오주 내 얄팍한 설정을 만천하에 드러내주다니 크윽 크으으윽 (죽어벌임)
기숙사 방은 정리되었다. 퇴사 신청서는 미리 제출했기에 기한 내에 나가기만 하면 된다. 다소 지지부진했던 집 계약은 센터 어른들의 도움을 받자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으며 결과적으로 그는 꽤 괜찮은 조건의 방을 구했다. 중심가보다는 외곽에 더 가까운데다가 살짝 외지긴 하지만 크게 문제 될 정도는 아니다. 애초에 선경정신건강의학과가 있었던 곳이나 새 집 주변이나 비슷비슷한 분위기였으니, 리라로서는 딱히 낯설 것 없는 환경이기도 했다. 중요한 건 집이 좋다는 거다. 건물 자체는 조금 낡았을지언정 내부 리모델링이 잘 되어있어 깨끗하고 적당히 아늑한데다 나름대로 넓다. 이 정도면 훌륭하지. 학교와의 거리는 문제 될 게 없다. 어차피 빗자루로 통학하면 대중교통보다 빠르고 간편히 오갈 수 있으니까.
모든 게 완벽하다. 다만, 기숙사에서 나가기 전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완전히 학교 밖으로 나가 살게 된 후에는 제대로 마주칠 각오조차 하지 못하고 그대로 회피하기만 하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쿵. 쿵.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와 진동 소리, 손발 맞춰 칼군무를 소화해내는 열정 가득한 소음이 무용실A 문 바깥으로 흘러나온다. 리라는 그 앞에서 정확히 1분 45초 동안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들어가도 되나. 그 일이 있었던 이후로 댄스부원들과 얼굴 맞대고 대화한 적이 없다. 도저히 단체 연습에 참가하러 나갈 수가 없어서 부장인 진에게 개인 연락으로 당분간 빠지겠다고 보낸 게 마지막이었다. 물론 너그러운 부장은 언제든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오라고 말했지만, 이제 와서 그게 가능할까. 여름방학이 지나면 성하제다. 축제에서 그들은 반년간 쌓아왔던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일 것이다. 그만큼 목화고등학교 댄스부에 있어서 성하제의 공연은 중요한 행사였다. 그런데 이렇게나 한참 빠졌던 자신이 이제와 뻔뻔스레 얼굴을 내밀어도 되는지. 아니, 더 솔직히는— 믿을 수 없다. 해명은 완료했고 정황에 대한 기사도 몇 개씩 떴지만 그뿐이다. 결국 믿지 않으면 이리라는 퍼졌던 소문 그대로의 인간으로 남을 뿐인데. 저지먼트야 경우가 다르다지만 보편적으로는 그렇다. 실제로 그 일이 있은 후 알게 모르게 들려오던 뒷말의 강도와 횟수들이 높아진 데다가 저지먼트로서 선도할 때도 지시를 잘 이행해주지 않는 학생의 비율이 늘었으니까. 그래, 그게 보통이다. 그리고 나는 당신들이 보통이 아닐 거라고 확신할 수 없다. 산전수전 겪어오며 함께 손 잡고 데뷔한 가족 같은 멤버들조차 결국에는 보통의 사람이었으므로.
"......하아."
문득 숨이 막혀오고 손바닥이 차가워지는 기분이 들어 리라는 밭은 숨을 내쉬었다. 역시 그냥 돌아갈까. 저지먼트 만으로도 충분히 바쁘니까 관둬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애초에 그동안 연습에 나오지도 않았으니 이미 관둔 셈 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 그럼 돌아가서 퇴부 신청서를 쓰자.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쿵. 쿵.
울리는 진동 소리가 마치 심장 소리처럼 들린다. 생각과는 달리 리라의 발목은 그 자리에 뿌리라도 내린 듯 단단히 멈춰 움직일 생각조차 않았다. 가야 하는데. 어차피 저 안의 누구도 나를 반기지 않을텐데. 나를 미워할 텐데. 그 뻔한 사실을 굳이 확인하고 싶지도 않은데. 그런데도 나는.
끼익.
'......이리라?' "어, 어... 지, 진이 언니. 저, 그게. 그게..." '야! 너 왜 이제 와!'
목청 높여 지르는 목소리에 부원들의 시선이 단숨에 무용실의 출입문으로 집중되었다. 순간 가슴팍에 쇠구슬이라도 걸린 듯 갑갑해져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려고 하면, 잘 보이지 않던 얼굴을 한 사람이 팔을 뻗어온다. 리라는 눈을 질끈 감았다.
'왜 이제 오냐고! 연락도 안 받고, 이씨...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어?" '어는 뭐가 어야, 그럼 그 일 있고 나서부터 아예 안 오는데 걱정을 안 하냐? 하필 또 방학이라 교내에서 자연스럽게 마주칠 일도 별로 없지. 기숙사는 찾아갈 때마다 텅텅 비어있고. 진심 속 타 죽는 줄 알았거든? 전화 어려우면 메세지라도 남기던가 내가 진짜—'
여름의 열기로 올라간 체온이 목을 감싸고 있었다. 뜨거운 팔 안에 갇혀있는 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라, 리라는 얼떨떨한 기색을 감추지도 못하고 몇번이고 놀란 토끼 마냥 동그랗게 뜨인 눈만 깜빡인다.
"이미 제명된 줄 알았어요. 너무 안 왔으니까." '장난? 내가 뭐랬냐? 쉬다가 오라고 했지. 그런 일 있고 난 다음에 바로 복귀할 수 있을 리가 없고... 솔직히 너 퇴부한다고 했어도 이상하지 않겠다 생각했는데, 다행히 그런 소리는 안 하더라. 중이 떠난다는 소리도 안 하는데 절이 내쫓는 법은 없잖아? 그래서 기다렸지.'
그건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닌 것 같은데. 진의 품 속에서 가볍게 키득거린 리라의 시선이 조심스럽게 무용실 안쪽으로 향했다. 차갑고 날카로운, 불결한 것을 보듯 하는 눈빛이 쏟아질거라는 예상과 달리 부원들의 얼굴은 대체로 온건했다.
'그래서, 복귀하려고 온 거야? 지금 복귀하면 딱 좋은데. 어차피 넌 프로그램 안무 진작에 다 외우고 있었고 동선도 네가 거의 다 짰으니까. 그동안 빠진 티도 안 날걸.' "그게..." '......아. 부담 주는 것처럼 들렸으면 미안해. 간만에 얼굴 봤더니 반가워서 설레발 쳤네.'
진은 곧 리라를 놓아주고 조금 떨어져 얼굴을 똑바로 마주했다.
'네가 오고 싶으면 와도 되고, 아니면 안 와도 괜찮아. 그냥... 내가 부장으로 있는 한 네 자리는 언제든 있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어.' "......그거 권력남용 아니에요?" '남용 좀 하면 안 되나? ...야, 솔직히 너만한 차기 부장 감이 없어. 인재를 놓칠 바에야 권력남용 부장으로 역사서에 적히고 말지.'
소근소근 전해지는 말에 귀를 기울이다 눈을 마주치면 그대로 또 풋, 하고 웃어버리고 만다.
"그렇지만 저... 공연은 못 올라갈지도 몰라요. 아직... 아직, 그러니까..." '응? 힘들면 안 서도 돼. 이상한 걸로 고민하네, 이리라.' "네?" '물론 네가 나오는 게 제일 좋기는 하지. 일단 센터고, 2학년 중에 가장 기획 참여 많이 해서 프로그램 이해도도 높으니까. 하지만 못하겠다면 안 서도 돼. 예비 안무 배분도 해뒀고... 내가 언제 너 무조건 올라가라고 푸쉬한 적 있니? 1학년 때도 안 그랬잖아.' "정확히 그 점 때문에 서야 한다고 생각했는데요. 1학년 때야 공연 프로그램에서 아예 빠져 있었지만 지금은 센터고 기획 참여자잖아요." '맞는 말이지. 근데, 춤추는 사람이 즐길 수 있어야 공연이고 무대잖아. 그럴 여력이 없다면 난 널 무대에 세울 수 없어. 생업이면 몰라. 이거 한다고 돈 주는 것도 아니고.'
잠깐 정적이 흘렀다. 내부에서 울리던 음악은 어느새 꺼져 있다. 침묵, 고요한 침묵이 내리깔린다.
"다른 부원들도... 언니 말에 동의하는 거예요?"
늘어지려는 정적을 깨고 기어들어가듯 내놓은 질문에 진은 씩 웃었다.
'글쎄, 물어볼까? 얘들아! 리라가 자기 복귀해도 되냐는데 어떻게 생각하니!'
무용실 안에 대고 외치는 음성에 돌아오는 대답들은 늦지 않다.
- 당연한 거 아니에요? - 뭐야? 이리라 왔어? 야, 빨리 와! 성하제 얼마나 남았다고 게으름이야! - 선배애애! 왜 이제 오셨어요! 선배 없으니까 아영 선배가 1학년들을 아주 쥐잡듯 꺄악! 아무 말도 안 했어요! - 뭘 또 물어봐? 오늘내일 안으로 결정 안하면 제명시킨다.
그 외에도 수많은 목소리들이 날갯짓하며 단숨에 품 안으로 날아왔다. 온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 중 누구도 거부하는 말을 내놓지 않는다. 그 사실에 비로소 안도의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방금 들었지? 너 빨리 결정 안 하면 부부장이 제명시킨단다. 웬만하면 내가 아직 권력남용 할 수 있을 때 정해.'
문득, 무용실A의 외벽 창문으로 화사한 여름 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태양을 막고 있던 구름이 바람결 따라 자리에서 벗어나니 온전한 온기가 거울로 가득한 실내를 꽉 메운다. 그 따사로운 풍경에 마음에 박혀 있던 고드름이 서서히 녹아내리는 것만 같아서, 리라는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네가 히쭉하고 웃으며 더 헤맬 줄 알았다고 얄궂게 굴자, 성운은 눈을 가늘게 뜨며 볼멘소리를 했다. 네가 과자 먹어서 목마른 줄은 어떻게 알고, 하자, “너 그러다가 또 입맛없다고 저녁 거르려고.” 하는 소리까지 덧붙인다. 주인님 한번 까탈스럽다. 다가오고 멀어지는 타이밍이 자기 멋대로인 건 예사고, 입맛(정확히는 위장)도 까다로운데다가, 가사며 생활상은 그야말로 되는대로 살기의 표본이고, 식사량도 적어서 걱정인데 그나마도 각종 군것질로 입맛없읍네 하고 거르기가 일쑤니. ─그래도 묘하게 이렇게 너를 보살펴주는 게 마음 어딘가에 어떤 흡족한 만족감을 안겨주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네가 올바른 생활상을 가진 인간이었다 해도 널 이만큼 사랑할 것임에는 변함이 없겠지만.
아무튼 그건 그거고, 리액션은 충실하다. 네가 손가락을 까닥까닥하자 보기좋게 저 하얗고 가지런한 얼굴이 어김없이 미간이 구겨진다. 좋을 대로 희롱해도 역치 낮아지는 일 없이 매번 반응이 생생하다. 미간은 저렇게 구기면서도 무릎은 충실히 구부려 네가 음료수 잡기 좋도록 눈높이 맞춰주는 것도 그렇다. 그러나 네가 잡으라는 음료수는 안 잡고 목깃을 잡자, 성운은 그 깊이 모를 보라색 눈으로 네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갈수록, 그의 눈빛에 네 눈빛이 담기는 게 익숙해지는 것만 같다.
“좋아하면 가져가면 되지, 네 건데.”
먼저 대뜸 들이댄다거나 하지 않고, 성운은 딱 네가 당겨온 만큼만 당겨져온 그대로 너를 기다리고 있다.
태오는 자신의 무릎에 옹졸하게 웅크린 남성을 물끄러미 내려다 보았다. 이게 어찌된 일이냐 하면, 집 문을 두드리는 걸로 시작되었다. 낯익은 모습에 문 열어주니 비틀거리며 들어오지도 못하고, 덩치는 저보다 한참이고 큰 사람이 지치다 못해 금방이라도 쓰러질 기색이었길래 천하의 나리가 무슨 일인가 싶었더니만, 급히 몸 뉘일 곳 찾아 소파로 데려가니 대뜸 이리 무릎을 빌리지 무언가. 이런 상황은 또 처음이라 태오는 자못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무릎에 엉거주춤 올려놓고 몸 구기듯 웅크리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운 탓에 태오는 그 모습 보며 미미하게 웃음 지었다.
"……태오야."
이제 보니 술 냄새가 난다. 취하셨구나. 한 번도 본 적 없는 흐트러진 모습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 태오는 조금 더 소파에 편하게 누울 수 있도록 자리를 슬그머니 옮겼고, 나리도 몸을 꿈지럭거리며 자세를 편히 잡았다. 그리고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주었다. 얼마나 마셨으면 늘 단정히 땋던 머리도 이리 흩어지셨을까. 조심스레 머리의 결을 따라 훑어주던 중 태오는 나지막이 답했다.
"네, 저 여기 있답니다." "만약 네가……." "네." "사모의 구절을 접한다면 어떤 정취의 후음이 좋더니……."
태오는 머리를 쓸던 것을 멈췄다. 당신에게서 그런 말을 들을 줄 몰랐다. 고개를 내리면 당신이 있어 시선을 피할 수도 없다. 태오는 한참이고 침묵하다 목에서 소리를 내고자 여러 시행착오를 거쳤다. 자꾸만 단어와 문장이 목이 졸리는 신음과도 같이 그 속이 단단히 메여 목구멍을 막아세운다. 이내 강제로 비집고 나오는지 사납게 긁히는 소리를 뒤로 단어를 뱉을 수 있었다.
"고통스럽게요."
입꼬리가 애써 미소를 짓지만 눈을 휘는 꼴이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아니었다. 태오는 마저 머리를 쓸었다. 부드러운 손짓에 자신을 흘긋 향하던 붉은 시선이 느릿하게 감겼다.
"괴로운 나머지… 나를 저주하며 끝없이 깎아내리는 듯이요……. 그렇게 비참하게…… 내 이름과 사모의 구절을 부르짖고, 갈라져가는 후음과 그 최후를 보며 소태하는 사람이 오로지 나이길 바라요……."
나리는 태오의 품에 고개를 파묻고는 중얼거렸다. "기쁘네……." 태오는 그 말이 신호가 되었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쓴 웃음을 삼켰다.
"……어째서 행우하실까요." "그야 네가…… ─것을 아니까……."
태오는 눈을 감았다.
"취하셨어요. 이제 주무세요." "대답은 듣고 싶은데." "기억하지 못하는 자에게 줄 호의는 없답니다……."
물론 네 속을 읽는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성운은 태오가 아니니까. 하지만 굳이 그런 편리한 텔레파시까지 없더라도 네가 워낙에 그런 얄궂은 장난을 좋아하다 보니 그 정도는 이제 학습이 된 게다. 요컨대 당장이라도 원하듯이 이렇게 옷깃 잡아당겨 놓고 갑자기 여유롭다는 듯 물러서는, 종잡을 수 없는 거리감각이라던가. 그런 거리감각에 맞서, 성운은 한결같이 그 자리에 있는 모습으로 너를 대하는 것이다.
“···네가 간식 먹겠다는 걸 막고 싶지는 않지만, 굳이 같이 있는데 저녁 혼자 먹고 싶지는 않다고.”
하며 말하는 성운의 얼굴은 약간 쓸쓸해보였다. 성운은 네 손에 밀키○를 쥐어주고는, 자신은 ○카리스웨트를 따다가 소리없이 첫 모금을 들이켰다. 시원한 액체가 한낮 땡볕 복사열에 달아있던 몸에 한 줄기 좋은 냉각이 된다. 부드럽게 끌려들어간 네 옆자리에서 맞닿는 네 어깨며, 숨결만큼은 아니지만. 딱 그늘만큼 서늘한 네 몸을 보고 있노라면 왜인지 네게 남은 어떤 거대한 흉터자국 같은 것을 보기라도 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켕겼지만, 그 흉터자국에 자신의 따뜻한 몸이, 자신의 흉터자국이 잘 들어맞는 것 같아 한켠으로는 또 흡족하기도 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흡족함이 아직 네게 말하지 않고 있는 이 켕김에 또 한 몫을 더했다. ─그러니, 그 대신에 성운은 네 옆에 나란히 붙어앉아 서로의 체온을 나누기로 했다. 네가 태오 이야기를 꺼내자, 성운은 미간을 구겼다. 너로 인해서 구겨지는 미간과는 조금 다른 모양으로 구겨진 미간이다. 그리고 성운은 툴툴댔다.
하며 성운은 네 어깨에 어깨를 마주 기대며, 살짝 자기 머리를 네 머리에 기대려는 것이다. 서로 사이를 가로막는 것 없이, 성운의 체온이 따뜻하게 와닿았다. 생각해보면 그는 퍽 쓸쓸한 얼굴을 할 때가 많았다. 인첨공에 제발로 들어왔다고 했나. 자상한 어머니를 뒤로하고 들어온 서헌오라는 사람은 성운에게 있어 아버지보다 선생님일 때가 더 많았다. 마치 약간 무른 겐도와, 더 유약한 신지랄까. 소박하여 누군가에게 푸대접받기는 쉽고 이해나 우정 같은 것을 사기는 어려운 이였다. 그래서 다른 이의 손길 적게 타 때는 묻은 곳 없이 말갰다. 그래서 유독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모양이다.
“놀러다니는 것도 아니라지만 저지먼트 일인 것도 아냐. 저번에 말했던가, 완장 차고 하는 조사가 아니라 그냥 개인적인 탐사 정도라고. 일종의 작은 블랙 옵스 같은 거라고 하면 되려나.”
요컨대 은우가 저지먼트 부장으로서가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 그림자들의 뒤를 캐고 다니는 것과 결이 마찬가지인 활동이었다. ─증거가 충분히 모이면 공개조사로 전환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일단 그 정보상을 한번 방문해야 뭐가 진행되도 되겠지. 하던 성운의 머릿속 생각을, 일거에 싹 지워버리는 말이 있었다. 나도 사고나 치고 다닐 걸 그랬네, 하는 네 말에, 성운은 눈을 가늘게 뜨고 널 째려보았다.
“네가 가는 데라면 스트레인지건, 인첨공 밖이건, 어느 지옥이건 같이 갈 거야. 그런데 굳이 갈 필요 없는데 쓸데없이 위험한 데에 가거나 하진 마.”
···굳이 그러지 않더라도 우리 앞에 놓인 게 많은데. 하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대신 쓰다듬는 네 손길에 토라진 표정 그대로 머리를 치대며,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은 여러 가지 뜻으로 풀이되곤 한다. 지나치게 좋은 것이나, 뒤떨어지는 것, 혹은 엉뚱한 것. ─그 인첨공의 모든 그늘 속에서 도출해낼 결론이 누군가와 나눌 온기라는 이 녀석은 명백히 엉뚱한 축에 속하겠다. 그리고 그 엉뚱함이 네게는 특별함이 되었고, 그는 그것이 어떤 식으로 풀이되건 너와 함께 있기를 원했다.
“기껏 구해준 사람이 알고 보니 악당이면 찝찝하잖아.” 하고 성운은 중얼거렸다. “그래도 뭐가 제일 중요한지는 잘 아니까 너무 걱정은 마.”
성운의 능력에 비추어보면, 이 금교 파이넌스에 대한 뒷조사 건이 아직 그렇게 위험한 지경에까지 접어들지는 않았다. 그러니 일단 금교 이야기는 성운이 하는 말대로 뒤로 접어둬도 좋을 것 같다. 위험하거나 어렵다고 생각되는 순간이 오면, 그도 포기하거나 다른 이에게 도움을 구할 테니.
그러다 혜우가 슥 내민 태오 이야기에, 성운은 잠깐 곰곰이 생각했다. 태오의 말씀씨며 건네어주는 까만 봉투며 결코 후배 놀려먹자고 하는 장난 같지 않은 그 행동들에, 스트레인지에 상당히 오랫동안 깊고 넓은 영향력을 행사한 이들과 잘 알고 지내오기라도 한 듯한 기색이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다. 인첨공의 그늘에서 현태오라는 사람이 자기 이름으로든 다른 이의 이름으로든 갖고 있는 영향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성운은 태오가 혜우를 그동안 지켜주었다- 하는 말에, 혜우나 자신이 모르는 다른 어떤 진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얼핏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이야기에 자신은 어디까지나 제삼자이기에, 성운은 어깨를 으쓱하고 말기로 했다.
“···그러네, 지금에서는 의미없는 이야기네.”
언젠가 다시 찾아올 이야기일지 모른다는 생각은 뒤로 젖혀둔다. 모르는 과거나, 알 수 없는 미래 따윈 바라지도 않는다. 걱정할 감정도 아깝다. 지금만한 내일은 없는* 인첨공에서, 성운은 지금 너와 함께 있는 시간이 중요했다. 네가 끌어들이는 대로, 성운은 부드럽게 네 몸에 기대어온다. 마음껏 만끽할 수 있는 따스한 온기가, 언제나의 옅은 숲 향기를 띄고 스민다.
“─딱히 뭔가 이거다 할 정도로 특별한 걸 하고 싶지는 않아. 어디로든 가자. 아쿠아리움을 가도 되고, 영화를 보러 가도 괜찮고- 아니면 커플링이나 커플 피어싱을 맞추러 가도 괜찮을 것 같아. 적당히 시간 보내다가 어디서 만화라도 한가득 빌려오던가 해서, 네 집이건 내 집이건 에어컨 틀어놓고 빈둥거리면서 보다가 저녁 먹고··· 같이 석양을 보면서··· 그냥, 같이 하루를 보내고 싶어. 그거면 좋을 것 같아.”
반지사이즈 재면서 situplay>1597032891>861에 '문득 언젠가 혜우가 자신에게 문서 기입이 잘못됐다고 연락을 해왔을 때가 떠올랐다. 그리곤 어쩌면 그때 혜우에게로 곧장 가서 알려줘서 고마워요, 하고 뺨에 뽀뽀를 남기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쓸데없는 공상을 한번 해보는 것이다.' 같은 말을 실제 입으로 꺼내보는거죠 (진짜 하고싶은거 다할작정!)
애시당초 나는, 잘 만든 조각 같은 삶을 바라지 않았다. 그런 사람도 원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온기에게서 멀어지지 않을 테지.
"응. 네가 잘 하리라 생각할게."
성운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깊게 파고들지 않으며 단지 그 말만 해주었다. 지금까지 봐 온 성운이라면, 그리고 지금의 성운이라면 과욕으로 일을 그르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필시 말 할 테니, 나나 다른 사람이 나서주는 건 그 때면 되겠지. 성운이라면 그래 줄 테니 나는 기다릴 수 있었다.
한편, 성운과 태오가 정확히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모르는 나로서는 성운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예상도 할 수 없었으나 솔직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 중요한 건 그 일이 아니었으니까. 지금 이 순간,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우리의 오늘을 어떻게 보낼까였다. 나는 내게 기대는 성운에게 마주 기대 성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쿠아리움, 영화, 커플 악세사리, 만화, 저녁, 노을... 그 모든 것을 함께하는 하루. 보통의, 평범한 하루.
그것들을 내가 마다할 이유는 세상이 뒤집혀도 없었다. 그러니 성운의 볼을 손등으로 살살 쓸어주며 말했다.
"어쩌지. 너랑 함께면 평범함도 특별함이 되어버리는데."
우리가 함께 하는 시간이 매순간 반짝이는 보석 같다며 내게 기댄 포근한 숲향에게 조곤조곤 얘기했다.
"그러니까 시간을 들여서 다 하자. 내가 하고 싶은 거, 네가 하고 싶은 거, 우리가 하고 싶은 거, 다, 전부 하고도 남을 만큼의 시간이, 우리에겐 있을 거야."
그러니까 오늘은,
"우선 아쿠아리움부터 가자. 나 해파리가 보고 싶어. 커다란 수조에 한 가득 들어있는 해파리, 보기만 하면 은근히 귀엽다?"
그렇게 얘기하며 어느새 빈 음료 캔을 내려놓고 성운의 손에 내 손을 겹쳤다. 그리고 맞잡아 꼬옥 쥐려 하며 가자, 하고 생긋 웃어보였다.
번아웃 증상에 대해서 아는가? 달리 특별한 증상은 아니고, 아마 생각나는 그것 말이다. 다 타버려 재만 남은 상태와 같은 그 증상. 그것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눈알 빠지게 연구에 매진하는 연구원이든 커리큘럼에 목을 메는 학생이든 누구에게나, 언제나, 어디에서나.
"야, 너 오늘- 어?"
유준이 사무실 문을 열며 뭔가를 말하다가 멈췄다. 그 안에 있어야 할, 오늘도 계획서를 놓고 미적거릴 그녀가 없기 때문이었다.
분명 아까 와 있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페이크를 친 건가 싶었지만 곧 아니란 걸 깨달았다. 그 증거로 아메가 쿠션에서 새 개껌을 야무지게 뜯고 있었다. 사무실에 온 건 확실한데, 정작 본인이 없다니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멀뚱히 서 있던 유준에게 지나가던 연구원이 말했다.
그녀라면 아까 첼로 케이스를 들고 방음 부스로 향했다고.
"아, 땡큐."
연구원에게 손을 흔들어주곤 바쁜 걸음으로 방음 부스로 향했다. 가는 동안, 갈 거면 말이나 하고 가던지, 하다못해 쪽지라도 남겨놓던지 폰은 장식이냐던지, 그런 잔소리를 해줄 생각 만만이었다.
방음 부스를 열어 그 참상을 보기 전까진.
"...하."
그래, 어째 요즘 조용하다 했지.
방음 부스 안은 난장판 그 자체였다. 몇 개 있는 의자는 죄다 구석으로 내던져진 채 뒹굴고 그녀의 첼로는 산산조각이 나 한낱 나뭇조각으로 흩어져 있었다. 벽과 바닥에 군데군데 피가 튄 걸 보니 부수기 전에 현을 쥐어뜯는 기행도 한 것이 분명했다. 그 난장판 가운데 기적 같이 피아노는 멀쩡한 것이 오히려 소름 돋는 광경이었다.
유준은 조용히 문을 닫고 들어가 가장 조명이 들지 않는 구석에 웅크린 그녀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 난리를 쳐놓고 그저 가만히 있었는지 손에서 떨어진 피로 그녀의 주위에 붉은 구역이 그려져 있었다.
"야, 거기서 뭐 하냐."
일단 불러는 보았으나 대답이 돌아올 리 만무했다. 그 앞에 수그려 앉아 피가 흐르는 손을 건드리자 매섭게 내쳐지는 손길에 기절한 건 아님을 확인했다. 다시 조용히 무릎을 감싸는 손엔 자잘히 부서진 나뭇조각들이 보였다. 가만 보니 팔과 다리에도 잔 생채기들이 울긋불긋했다. 하나 하나가 대단한 상처는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 성가셨다.
그녀의 히스테리는 드러나는 것이 별 것 아닐 수록 그 속이 뒤틀려가고 있음을 수년간의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에휴. 하여간 뒷감당은 나만 하지 아주."
유준은 일부러 대놓고 투덜대며 방음 부스를 나갔다. 그리고 조금 후에, 구급 상자와 두툼한 담요를 들고 돌아왔다.
그 때까지도 웅크린 그녀에게 다가가 다시 손목을 잡자 이번엔 아무런 저항 없이 손이 들려졌다. 그것 역시 알고 있었다는 듯, 유준은 익숙하게 핀셋으로 나무조각들을 뽑기 시작했다.
왼손, 다음은 오른손.
양 손의 나무조각만 뽑아내고 놓아주자 곧 손의 상처들이 아물어갔다. 팔다리의 생채기들도 사라졌다.
이제 핏자국과 조금 찢어진 옷만 남은 그녀에게 유준은 담요를 펼쳐 덮어주었다. 그리고 방음 부스의 불을 끄고서 나갔다.
그러네요.. 혜우에게도 가끔 혼자 감정 삭일 시간이 필요한거지 문앞에 맛있는 간식 잔뜩 놔두고 올래 라는 생각으로 성운이가 바리바리 간식 싸들고 와서 문앞에 두고 가는데 갑자기 문너머에서 뭐가 기대앉는 소리가 들렸으면 좋겠어요 성운이도 이게 뭔소린지 잠시 긴가민가하다가 문에 기대앉고 성운이가 먼저 뭔가 몇분간 허밍하고 있으면 갑자기 화음이 따라붙는 (아니 자라니까)
별개로 혜우가 히스테리로 두문불출일 동안에 성운이가 중상 입어서 중태+의식불명 빠지면 혜우가 어떤 반응일지도 궁금하네요
>>620 (들어서 팔 안에 폭 품어줌)(등 복복) 그려 그냥 궁금한 거에서 끝나자... 흠 문너머로 허밍과 화음이라 저런 상황... 한번쯤 있으면 좋긴 할거같음 문 열고 엉망인 모습 보여주는것까지 쭉 생각해보니 혜우가 내적으로 완전히 무너진 모습을 내보이게 되는 걸 거라 혜우가 진짜 딴맘없이 온전히 성운이에게 기대게 되는? 순간이 될 지도
>>622 (행복한작은털덩어리)(코쓱)(파고들어자리잡기) 애초부터 그럴 생각이었지만 더욱 확고하게 궁금증에서 끝내야겠어요 👀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상황이네요 성운이도 방금 순찰 이나 스트레인지 레이드나 커리큘럼 막 끝나고 온 참이라 다소 지친 모습으로 더 솔직하게 마주하는..
situplay>1597033293>572 수경아 너 자존감 무슨일이니 눈에 들지도 않을 거라니… 버림받는 설움은 느끼진 않겠지만 그것보다 심한게 안데르 능력은 뭘까 그 수경이의 인정을 받는다니 댕쩔고 댕멋있구나 좋아하는 맛이 없다니 내 언젠가 수경이 입으로 뭐 먹고 맛있다고 하는거 듣고만다
situplay>1597033293>583 특정한 방법이 뭔데 신경쓰여 고문이야(???????) 결국 똑같은 인간일때라니 태오는 인간혐오적인 면모 있으면서도 저지먼트랑 잘 지내는거 귀엽네 노코멘트라니 태오야 미스테리가 과하다 풀어달라고!!(눕) ㅋㅋㅋ ㅋㅋㅋㅋㅋㅋ 단거 좋아하는구나 와 듣기만 해도 혀가 텁텁할 단내다…….
situplay>1597033313>212 ㅠㅠ 청윤이도 그냥 보듬받는게 필요했구나 으아악 … ㅋㅋㅋ 볶음밥은 능력 없이도 할수 있잖아!! 유트브 봐!!! 기름진 맛이랑 쓴 맛 좋아한다니 언제 밥먹는다면 청윤이랑은 곱창 먹고 디저트로 아이메를 먹어야
situplay>1597033313>253 성운이는 자기 쓸모에 집착하는 성향이 있는거 같단 말이지… 그런 걱정 더는 없다니 일호 행복해라!!! 정보전 중요하지 능력에 만족하는거에서 자기 쓸모 인정하는거 같아서 좀 뿌듯한 치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 성운이도 주부였어 치킨 하기 힘들고 귀찮지… 기름쩐내 나
그리고 나도 했다!!(뒷북)
"마음에 들던 사람에게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장경진: ”이해할 시도조차 않을때요.“ ”의견의 엇갈림은 당연한 것이나, 이해는 별개의 것으로 존중과 연동되어있는 주제니. 존중조차 못 받으면 저는 그 사람한테 딱 그 정도로 하등한 것 아닙니까.“
"어떤 초능력을 얻고 싶어?" 장경진: “전교권에서 떨어져놓고선 이런 말 한다는게 쑥스럽습니다만… 인첨공 외부의 발전에도 영향을 끼칠수 있는 능력을 희망했습니다.” “그중 인핸스드 스트랭스 계열 능력에 관심이 많았죠.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것은 그것 자체로도 무궁무진한 연구가치가 있지 않습니까? 결국 인간을 위해 거듭하는 발전이고, 인체를 주제로 다루는 이상, 이 계열은 늘 중요시되는 반열에 올라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제 답은 레비테이션으로 하겠습니다.“
카페 안에는 이 카페의 마스코트인 것 같은 수염 달린 캐릭터의 피규어나 캐릭터가 그려진 굿즈가 여기저기 있다. 구입도 가능한 모양이다. 테이블은 꽤 많지만 지금은 한산한 시간인지 사람들이 많이 차 있지는 않다. 카운터 바로 아래에는 말차맛, 쿠키 앤 크림, 소다 크림맛과 블루베리맛 등 다양한 맛의 초콜릿들이 진열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짙은 초콜릿색으로 통일한 인테리어들이 돋보이며 지나치게 밝지 않은 조명빛이다.
"그렇구나아 표정이 안좋길래~" "아까 수경이 이랬어~"
아지는 자기 얼굴로 수경의 충격받은 표정을 그럴듯하게 흉내낸다.
"응~! 나는 돈가스는 바삭바삭하게 먹거든~" "그런데 가츠동은 뜨거운 밥 위에 소스까지 넣어서 그 위에 돈가스를 얹잖아~? 처음에는 그거 눅눅하지 않아~? 하고 생각했던 거야~"
하나는 유한이 친동생처럼 생각하니까 입술 튼거 보고 에휴 하면서 본인이 가지고 있던거 새걸로 하나 꺼내서 직접 발라주고 다음부턴 잘 바르고 다녀 하면서 넘겨줬을거고 유한이는 좋아하는 누나가 발라줬으니 얼굴 빨개진 채로 아무말도 못하고 받아들고선 그냥 고개만 끄덕였을테고 나중에 하나가 죽은 다음에는 멍하니 림밤 쥐고 있다가 바르려고 했는데 다 떨어져서 없고 새걸 사서 발라보지만 하나가 발라주던 때의 기억만 떠올라서 괴로워질 뿐 공허함이 사라지진 않는거
"뭐.. 대부분의 음식은 노력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나쁘지 않을지도. 라고 생각하다가.. 누구냐는 질문에...
"세은이나..." 케이스요. 라는 말을 작게 말합니다. 세은과도 같이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지만. 케이스는 저런 음료도 마구마구 흡입할 것 같습니다. 당뇨오면 어떡하죠 같은 생각이 들지도 모를정도로요. 정작 케이스는 당뇨오기도 전에 죽어버릴건데요 뭐어때요? 같은 생각일지도 모른다.
"...궁금하긴 한데요.." 새 빨대로 한 입만요. 라고 말하려 합니다. 한모금 먹는다면 순간적 슈가 크래시에 살짝 굳을지도 모릅니다.
"...많이.. 다네요." 베리초콜릿쉐이크도 한 입 드셔보시겠냐고 제안은 해보는 수경입니다.
>>790 늘어지기전에이건반응해야지 하얗게 불타다 못해 "제발 그만…… 싸우지 좀 말아요…!" 하고 어느 한쪽이라도 붙들다가 안 되니까 속으로 한 십 년 늙어버리고 한숨 쉬면서 얼굴 덮어 가려버리지 않을까(?) 낡고 지쳐 체념하는 현비얌씨 그런데 주먹이라도 오갈 기세면 진짜 무시무시하자너 두 덩치 큰 남자가 싸움🤔(등 터지는 새우 역할의 현비얌)
경진주 어서와!! 리라는 그...🤔 제품명이 생각이 안나네 좀 진한 분홍색의... 검은색 포장에... 그거일듯 사바나 비인가...? 경진이도 올영조 합류다 골라줄게(?)
나 그리고 위에 경진이 진단도 봤어. 최고야... 특히 첫번째가......🙃🙃 딱 그정도로 하등한 거 아니겠냐는 말이 너무너무야 레비테이션 고른 것도 그렇고 그전에 인핸스드 스트렝스 계열에 관심 가졌던 것도 넘좋고... 다 잘먹는것도 귀엽다 요리부에 뭐든 잘먹는 남고생 cute
뒷사람 니베아 쓴다 올영에선 마스크팩과 기본 스킨케어 제품 지금까지 찾는 중이다.... 올영 립밤 이야기하면 할 이야기 없는데 (모름) 이혜성 창백하게 희멀건한 얼굴이라서 오렌지빛 같은 계열 바를 듯 금이도 그런 톤이면 자기가 바르는 립밤(주:이미 사용중인)꺼내서 한번 발라줌 여기서 더 진전되고 금이 성장하면 자기 입술에 립밤 덧바른 뒤에 턱 감싸고 끌어내려서 직접(중요함) 발라주고 아무렇지 않게 거울 보여줄 애임
"초등학생 때에는... 염색을 다른 색으로 했었어요." 지금은 머리카락이 길어져서 끄트머리의백금색도 거의 사라진 상태지만. 백금색 말고 다른 색이었다는 뉘앙스입니다.
"만날 때 외에는.. 좀 달랐으려나요." 그걸 자세하게 설명하기보다는 그랬다. 라는 식으로 얼버무리듯 넘기려 합니다.
"음..." ".....그건.. 좀 다른 영역이라서요." 아지의 말과 다시 대답하는 것에 적당히 넘어가려 합니다. 스스로도 이 정책이 대체 무슨 효용인가. 라고 생각할 법하지만 그런 것이었으니까요. 물론 호적은 있을 겁니다. 아마도요. 라고 생각하는 수경이지만. 자신들이 정말로 제대로 있었는지? 같은 것은 확신하지 못하는군요.
>>862 내가 올영 문턱 닳도록 다닌 시점의 브랜드들이라 지금은 입점에서 빠졌을 수도 있긴 한데... 되게 예민성 피부면 일단은 닥터지, 케어존, 바이오더마, 차앤박, 피지오겔, 라로슈포제, 닥터자르트 이 브랜드들 한 번 써봐. 여기가 되게 순한 브랜드들이라서 괜찮음. 실제로 스테디셀러 브랜드들이기도 하고. 저것들도 조금 예민하다 하면..
에스트라. 여기 거 한 번 써봐. 나도 피부 예민한 편이고 심지어 제품 쓰다가 피부 타입 바뀌어서 피부 뒤집어지는 경우 허다한데 에스트라와 라로슈포제는 괜찮았거든. 한 번 테스트 해보는 거 추천해.
댄스부원들과의 간단한 대화, 일정 조정, 기숙사 퇴사 여부를 알린 후 이동한 곳은 선 아녜스 아동 청소년 복지 센터였다. 오늘은 일주일에 한 번 정기 상담이 있는 날. 다만 조금 이르게 도착해서 시간이 30분 정도 떴다. 리라는 적당히 앉을 곳을 모색하다가 1층 카페테리아에 자리를 잡았다.
센터는 개업한지 얼마 안 된 티가 난다. 신축한 건물은 흠잡을 데 없는 구성을 자랑했으며, 최신식 시설이 아낌없이 갖춰져 있었다. 건물 자체도 널찍한 만큼 다인원 수용이 가능. 하지만 개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이점을 하나 꼽자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인첨공의 단체 치고 커리큘럼에 관련된 어떠한 장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투명한 각 얼음이 띄워진 아메리카노를 빨대로 휘젓던 리라는 1층 복도 저편에서 삼삼오오 몰려다니는 조그마한 어린아이들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랩탑을 열었다.
"어디 보자. 영상 파일 받았고, 스케줄표 갱신됐고..."
담당 연구원과 공유하는 문서 파일에 갱신된 스케줄과 관련 자료를 확인한 후 커리큘럼용 영상을 다운받고 메일함을 정리한다. 휴대용 단말기에 충분히 익숙해져 있는 이 시대의 10대인 만큼 랩탑은 대부분의 상황에 학습용으로만 사용되곤 했기에 간단한 것만 처리하면 대체로 볼일은 끝나곤 했다. 다만 오늘은 조금 다르다. 리라는 모든 창을 내린 후 바탕화면 구석에 적힌 디지털 포스트잇 위젯의 메모를 살펴보았다.
- 로벨 내부 고발 파동 사건 - 리라, 소형, 케이스, 할페티 - 안데르, 로벨, 강경파 연구원, 암부?
카페에서 있었던 일, 저지먼트로서 겪고 있는 수많은 일, 그의 주변에 놓인 인물과 사건은 한동안 제 일 하나 감당하기 벅차서 미처 살피지 못했던 것들에 시선을 두게 만들기 충분했다. 리라는 노란색 포스트잇 위젯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검색창을 열었다.
search : [로벨 내부 고발 파동 사건] search: [로벨 연구소] search: [로벨 내부 고발] search: [로벨 파동 사건]
로벨 내부 고발 파동 사건. 로벨 연구소 연구원들의 비리 및 범죄로 인한 내부고발 내용과 그 뒤를 이어 발생한 연구소 테러 사건의 정황이 주된 검색 결과로 뜬다. 리라는 몇몇 개인 블로그의 기사 스크랩본과 남아있는 뉴스 사이트의 기사를 정독한다. 그 내용들을 대략적으로 정리하자면 이러하다.
내부 고발의 시발점— 즉, 출처를 알 수 없는 금액이나 자료를 받은 것이 물증으로 제기되었으며 그 즈음 실종자가 몇 발생했다는 것. 커리큘럼의 가혹함이 도를 넘은 데다가 불법 커리큘럼을 시행했다는 소문 등의 심증이 제출되었으며, 또한 내부 고발 내용 중 강경파와 온건파와 중도파의 파벌 싸움이 심했다는 증언이 존재. 로벨 파동이 가라앉을 즈음 로벨 연구소 내부 인원들의 테러 행위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연구자료 소실 및 인명피해 발생. 테러의 주체는 강경파. 약물 따위를 사용해 능력 및 활동을 제한시켜 피해가 커졌다. 테러에 찬동한 이 중 몇몇과 비리와 관련된 이들은 체포되었다.
"......리라라는 사람이 사망했다는 게 이 사건 때문이었나?"
분명 으깨졌다고, 아니, 뭉개져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했던가. 리라의 표정이 조금씩 더 굳어간다. 테러라. 스크롤을 쭉 내리던 손이 문득 한 단락에서 멈춘다.
<최근 로벨과 연지의 차이점을 강조하는 학회와 더불어 연지를 우려하는 사설 또한 존재한다.>
연지. 리라의 손가락이 키보드로 향한다.
search: [연지 연구소]
연지 연구소. 상단의 사이트 링크 아래로 최근 연지가 로벨의 후신으로 나타나서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는 기사가 뜬다. 연지의 인물들은 과거 로벨의 온건파가 주축이며, 와해되다시피한 중도파를 흡수했다는 정보. 기사 끝에는 로벨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하지만 지켜봐야 한다는 기자 개인의 사견까지 덧붙여져 있었다. 특별히 신뢰가 가는 언론사의 기사는 아닌 것 같지만...
"불법 커리큘럼에 테러로 인한 연구자료 소실이라."
연구자료를 소실시키기 위해 테러를 저질렀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 억측인가? 애초에 내막을 제대로 모르는 내가 판단할 건은 아니지만. 리라는 창을 잠시 내려두고 포스트잇 위젯을 추가했다.
- 로벨 내부 고발 파동 사건 - 리라, 소형, 케이스, 할페티 - 안데르, 로벨, 강경파 연구원, 암부? - 불법 커리큘럼, 테러, 실종자, 약물 살포 - 연지
"으으음..."
하지만 단순히 이것만으로는 암부와의 연관성을 알기 어려운데. 그가 알고 싶었던 건 케이스가 어째서 자신을 암부의 소유물이라고 지칭했는지에 대해서였으니, 이 정보들은 사전지식이 되어줄지언정 자세한 설명은 되지 못한다. 리라는 턱을 괴고 화면을 노려보다가 키보드를 두드렸다.
갑작스레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리라는 순간 화들짝 놀라 급히 고개를 돌렸다. 다만 그 당황스러움도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는 즉시 가라앉는다.
"안녕하세요. 근데 오랜만은 아니지 않아요? 저희 선경 쌤 병문안 때도 보고 바로 얼마 전에 집 구할 때도 봤잖아요." "오늘 처음 보는 거면 오랜만이지 뭐. 경 선생님 보는 날?" "네. 시간이 좀 남아서 대기하고 있었어요." "그래? 이제 슬슬 시간 된 것 같은데. 얼른 들어가." "어, 정말이네. 그럼 저 이만—" "잠깐."
랩탑을 덮고 가방을 챙기던 리라의 몸이 불러세우는 목소리에 멈추었다. 의아함 가득한 눈동자로 상대를 바라보면 칙칙한 회색 눈동자와 연한 라벤더색 눈동자가 마주친다.
"공책에 적는 편이 낫지 않나?" "네?" "컴퓨터는 해킹 당할 수도 있고 까딱 잘못하면 데이터 날아가기도 쉬우니까."
갑자기? 뜬금없는 충고에 눈만 깜빡이고 있으면 시현은 담배 케이스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 붙이지 않은 채로 입에 물었다.
"아날로그가 최고지~"
알 수 없는 소리만 남긴 채 건물 바깥으로 나가버린 시현의 뒷모습을 의아하다는 얼굴로 바라보던 리라는 이윽고 반쯤 마신 아메리카노 컵을 든 채 일어섰다. 상담 시간까지 앞으로 5분이다.
>>927 일케 자세하게 물어오면 따로 선택지 줄 만한 게... 흠🤔 최근 다이스 관련해서 승리를 못하고 있는 리라주를 격려하는 의미에서 선택지 따로 없이 널널하게 설명해주도록 할까
정확히 세는 나이로 4세 되는 해에 인첨공이 들어섰고, 그 과정에서 교회 부지가 인첨공에 매각됐어! 그래도 인첨공 교회 부지가 넘어간 것 뿐이니까 교회 보육원 건물 소유주가 바뀐 거 뿐이야, 보육원 운영 주체가 인첨공 내부의 누군가가 된 거지. 애들에게 초능력 이론을 접목시키면서 겸사겸사 관리도 하고 했다는 걸로 설정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