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 그리고 노파심에 조금만 더 말씀을 드리자면 😌 1번 비설은 크게 문제 없으나 2번과 3번 비설은 조금 걱정이 되네요. 임시 어장에서 선관으로 말씀 나누셨던 "카이로스 가문은 어둠을 지배하는 공작가" 라던지는 시트 제출하실때 없었던 설정이기도 하고... 또 3번 비설은 아직 하겔주와 완전히 합의가 끝난게 아니니까요. 최대한 느슨한 부분은 느슨하게 해드리려고 하고, 전투 시스템도 다이스로 행하고 있지만, 어장의 주인공은 실레이아주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플레이어분들이니까요. 하겔주와 느긋하게 선관 마무리 지으시고, 어장 진행 도중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날수도 있을텐데 잘 융화되셨으면 좋겠네요 😊 그러면 정말정말 자리 비워볼게요~ 모두 즐거운 일요일 보내세요!
황궁까지 갈 것도 없이 제 행동이 제법 가벼웠던가. 디아나는 자신을 그래도 참새보다는 무거운 존재로 여겼다. 둥그렇게 생겨서는 낱알 주워먹는 동작조차 가볍고 조그마한 참새보다는, 그래도 부리와 발톱 정도는 놀릴 줄 아는 새인줄로 알았는데. 그런의미가 아니더라도 뭐. 그러는 디아나는 릭켈런을 새로 비유하자면 검은머리물떼 새 정도로 여겼다. 붉은 눈 하며 하얗고 까만 그 외관까지 철썩으로 닮았다는 것도 이유이지만 나름 섭금류라 사냥하는 모습도 그와 잘 어울렸다.
" 손을 재보는 그런 흔한 플러팅은 안 하겠지만, 확실히 크네요."
디아나는 제 손을 갈퀴처럼 사방으로 펼쳐 그의 눈 앞에 흔들었다. 그의 손과 마찬가지로 예전엔 꽤나 마디가 얇고 길었을 고운 손은 군데군데 상처와 하얀 밴드 자국이 덧나 투박해 보였다. 짧게 깎은 손톱과 거친 흉에도 별로 관리한 흔적이 없는 것이 그녀의 성정을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었고, 그런 것은 아랑곳 않는다는 듯 은색 두꺼운 반지를 여러개 겹쳐 낀 것이 눈에 띄었는데, 이상하게도 상반되면서 퍽 손의 잔상처와 맞춘 것처럼 어울렸다.
" 그렇게 부르는 건 오랜만이네요. 릭."
상관의 이름을 부르는 건 예의로도 한참 벗어난 짓이라 제 2기사단 안에서 했다면 경을 칠 일이었으나 모네는 그가 술에 취한 아끼는 단원을 갑자기 끌어내 멱을 잡을 인물로는 보고 있지 않았기에 대범하게 그의 이름을 부를 수 있었고 그것은 그와 그녀의 관계에 있어 최초였다. 모네양, 하고 드물게 부를 때면 그 붉은 눈에 최면이라도 걸린 듯 마음 속 무언가가 풀어져 나가는 기분이 들곤 했다.
" 진정한 걱정이에요? 그렇다면, 질 수밖에 없는데."
앞서 시켰던 마른 과일 안주가 나오자 그녀는 그 중 건무화과 하나를 집어 입 안으로 넣었다. 적당히 반건조된 과실의 향긋함이 미지근하게 속을 달래주었다. 달지도 향긋하지도 않은 그 애매한 맛이 건무화과의 특징이었다. 끝의 과일 꼭지를 툭 떼어 손가락으로 건져내며 디아나는 자리에서 느른한 몸짓으로 몸을 일으켰다. 두꺼운 로브가 바닥을 스쳐 다시 제 몸께로 올라오고, 후드 역시 제 긴 옆머리를 감추며 머리를 푹 덮었다.
이어 짓는 디아나의 엷은 미소는 이제 조금 안정감을 되찾은 듯 하였다. 가녀리게 흩날리는 풀숲새로 꽃 한송이를 찾는 것처럼, 그녀는 주위깊게 넘실거리는 검은 풀숲을 응시했다. 별자리 하나에 그녀의 어머니가 떠올랐으나 아침이 되면 꿈같이 사라질 일이었다. 그렇다면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그렇지도 전혀 않았다. 두려워하려면 가져야하는데, 아직 그녀는 소유한 것이 없었다. 그러나 소유하려고 드는 것조차, 이제 빼앗길 것이 생긴다는 사실에 두려울테지. 그렇다면 그녀는 소유가 두려운지도 몰랐다. 모네는 처참한 심경으로 손을 내밀었다. 여성의 손이라곤 생각될 수 없는 상당히 거칠고 상처가 깊은 제 손이 디마르크의 손을 스치듯 붙잡았다.
" ...그것을 당신 앞에서 고하기엔 이른듯 싶습니다."
하지만 진군하라 명령한다면 그녀는 기꺼이 설국 땅을 거칠게 밟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대답하는 대신 호전적인 손길로 힘을 주어 사내의 손을 움켜쥐곤 놔 주었다. 천천히 뒤를 따르며 걷는 모네의 머리 안으로 새벽에 끓는 다락방의 쥐떼와도 같이 잡생각이 엉겨붙었다. 사각사각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마저 들리는 듯 하다. 그럼에도 그녀는 검은 파도를 끝없이 헤쳤다. 발 밑으로 스치는 작은 곤충 따위가 가죽바지에 들러붙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채로.
라리사, 마주하게 되어 행운인지 불행인지 모를 편지를 접는다. 결벽, 혹은 유난스런 깔끔 덕에 여태 읽어본 편지들을 다시 봉하여 모아두었으니 참 다행이었다. 읽지 않은 편지들 옆, 쌓이고 있는 읽은 편지들 위로 새로이 편지가 하나 더 쌓인다. 네번째로 쌓인 편지. 아래에서부터 네번째, 아래에서부터 네번째, 아래에서부터 네번째… 짧은 햇살놀음을 끝내면 약제실로 돌아가 다시 읽어봐야지, 살펴봐야지. 하지만 그 후에는 침묵하리라.
이 편지를 누군가에게 전하기 위한 자작극이라는 무성한 소문이든, 뜻 모를 암호문이래도 읽는 이 기분 좋을 일 없는 단어만 눈에 띄는 내용이든, 라리사는 규칙대로 명령대로 행동할 뿐이다.
황궁에 속하였으니 황궁을 위해 일해야 하고, 궁정의 조수로서 사람을 살리며 병을 고쳐야 하고, 이 편지가 황궁을 위하는가, 알 수 없다. 사람을 살릴 수도 없고, 병을 고칠 수도 없다. 명 받은대로 편지를 선별해냈지만, 그렇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차라리 불태워 없었던 일로 만드는게 제일 깔끔할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하며 라리사 손은 능청스럽다. 이번 편지도 별 볼 일 없는 시시한 편지라는 듯 오트밀 쿠키를 오독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