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북부, 그 광활한 대지 위를 살아가는 전사. 디마르크 폰 알덴나리히가 암부의 존재를 알고 있는것은 실로 특이한 일이면서도, 그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삶의 방식이 전사와는 동떨어진 것 역시 아니었다. 제국은 드넓다. 오래 전, 전란의 시대 때 수많은 왕국들로 분열해있던 이 대지가, 신의 축복을 받은 온 대륙이 하나된 제국이기에, 현명한 황제 폐하께서는 그의 선조에게 설국을 일임하셨다. 새하얀 눈 사이로, 내리치는 눈보라 사이로, 얼어버린 빙판 사이로 적이 숨어 그 힘을 키운다면, 찾기 어려우리라. 그 위협이 설국을 향할때야 알아채서는 너무도 늦었다. 그렇기에 그는 기꺼이 자신의 손을 더럽히기로 했다. 수 많은 피를 뒤집어 썼으나, 그것은 긍지와 명예, 그리고 사명이라는 향으로 가릴 수 있었다. 그렇게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기꺼이 비열한 피를 뒤집어 쓰게 되더라도, 실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로 했다. 눈 위를 걷는 추적자들. '하얀 등불'. 그들은 드넓은 제국의 땅 곳곳으로 향해 정보를 모았다. 닮지 않았는가? 황궁과 암부, 변경백과 하얀 등불. 그리고 무엇보다 압도적인 그의 무력과 권력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으리라.
오래 전. 어퍼몬트 2세가 직접, 그에게 보고를 받은 적이 있었다. 영지 내부의 생활, 자금 운용, 소탕한 범죄자들, 법의 심판 등... 그 과정에서 많은 대화를 나눴고, 황제께서는 그에게 직접 이르셨다. 적어도 이 자와 나의 사이에서는 서로의 칼날이 서로를 향하는 일이 없을것이라는, 절대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언질이었다. 동시에 닮은 이들 끼리의 합리적인 판단이리라. 제국에서 북부로 도망친 범죄자가 있다. 난동을 부리던 마수들을 모아 힘을 키우기 위해 북부로 향하는 마수가 있다. 북부에서 사람을 죽이고 전사로써의 명예와 긍지를 모두 버린 채 제국으로 향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렇기에 이루어지는, 합리적인 정보 교환. 그는 그렇게 암부의 존재 역시 알게 되었으며, 자신의 인재 중 몇몇을 암부로 보낸 적도 있었다.
"가르침이라."
형식적인 대답 뒤에 이어지는것은 다시금 수수께끼같은 말이었다. 두려움 없으나, 일말의 온기는 있음이라. 누군가가 말했던것 처럼, 온기가 남은 바싹 마른 장작과도 같구나. 타들어가버린 통나무, 재가 되어 스러지는. 그렇기에 따스하고, 그렇기에 두려움 없다. 그녀가 어째서 암부로써 살아가는지는, 제게는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시선이 마주친다. 그래, 이제야 제대로 기억이 났다. 그 때와 같았다. 설국, 광활한 그 하얀 대지 위로. 마른 나무들과 무릎까지 박히는 눈들이 펼쳐진 그 초원에서, 너는 늑대와 함께 있었다. 목이 타들어간다. 와인을 한 모금 더 삼키고 깊게 숨을 내뱉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선택권을 부여받는다."
"죽을 것이냐. 죽일 것이냐."
"행동하느냐. 행동하지 않느냐."
손을 뻗어 접시 위의 마지막 육포를 입에 넣어, 천천히 씹어 삼키고는.
"늑대로 남느냐. 가축으로 전락하느냐."
"그렇지 않은가."
노랫소리가 천천히 줄어든다. 자그마한 박수소리가 이어지고, 그는 김이 샜다는 듯 마지막 남은 와인을 입 안에 전부 털어넣어 삼켰다.
"죽은 채로 남지 마라. 선택해서 살아가는거다."
"그 길 끝에 무엇이 기다리든 영원한 안식의 때가 오리라. 그러니 발버둥쳐라, 메이드여."
"그것이 나와 황제 폐하의 뜻이리라."
분명히, 그럴것이다. 그 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든 우리는 언젠가 신의 곁으로 떠나 영원한 안식을 누리리라. 그러니 발버둥치는것이다. 황제 폐하께서도 제국의 안녕을 위해 스스로 왕관을 바닥에 던지셨다. 이 정도 위기로 끝날 황금의 시대라면 필요 없다는 것이겠지. 건강을 관리하는것, 천수를 누리는 것, 그리고 자식을 낳고 가르쳐 안정적으로 황위를 물려주어, 올바른 통치자로써 이 제국 위에 군림하는 것. 그것까지 전부 자신의 일이니 병에 걸려 침대 위에서 무력하게 죽어갈 뿐인 지금의 일은, 전부 자신의 부덕이리라. 필히 그렇게 생각하시겠지.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은 짧다. 다음 세대로 의지를 넘기며 우리는 역사 위에 이름을 남긴다. 나 역시도 그렇다. 황제 폐하의 결정을 믿고 따른다. 나의 충성은 설국을 향하니, 이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자신은 이방인이었다. 그 칼날이 자신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그것이 나의 선택이다. 그대의 선택은 어떤가. 미래를 비추는 한줄기의 빛이 보이는가. 그는 다시금 가만히 그녀의 보랏빛 눈을 들여다보았다.
갱신하겠습니다. 오늘만 버티면 주말이 찾아오네요! 다들 화이팅입니다. 오늘 밤, 자정 쯤에 해서 간단하게 이벤트 열어볼까 싶기도 한데... 되도록 많은 분들이 관계 쌓아나가시면서 잡담하거나, 어장을 불태울만한 주제를 고민중입니다. 의견도 여전히 수렴 중이니 편하게 말씀 주세요.
모두 좋은 아침이에요. 그동안 새로운 분들이 많이 오셨네요. 반가워요.. 😊 이벤트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좋은 아이디어는 아쉽게도 떠오르지 않지만요. 위키는 주말에 만들어 둘게요. 참, 새로 오신 분들 중에 하겔과 선관하고 싶으신 분들은 찔러주세요. 확인이 늦을 수 있지만 열심히 머리를 굴려볼게요...
동해안을 따라 비가 내린다는 예보를 본 것 같아요. 그 근처에 사시는 분들은 우산 챙기시고, 주말을 생각하면서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안녕하세요! 캡틴, 하겔주, 모네주 모두 오늘도 좋은 하루입니다!! 위키는 빨리 작성법을 배워서 무명이 시트를 옮겨둘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늦었지만 날씨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하겔주!! 덕분에 오늘 날씨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ㄷ^ 저는 일이 있어서 저녁이 되어야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네요... 모두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고 금요일 화이팅 하세요!!
프란츠주 반갑습니다 😊 참, 이래저래 생각해봤는데 저희도 로그 시스템을 도입해볼까 생각중이에요. 화력을 높이기 위해선 역시 일상으로 관계를 쌓아가고, 그걸 바탕으로 다들 친해져서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고 하는게 중요하지 싶거든요. 간단하게 선레를 올려놓는다... 같은 시스템으로 생각하면 편할 것 같은데, 어떠세요? 길이에 구애 받지 않고 짧게 주고받을수도 있다는게 장점인것 같기도 해서요.
고맙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4개월 안에 100판까지 섭렵하고 엔딩을 내고 싶다, 라는 개인적인 욕심도 있어요. 물론 저의 욕심과는 별개로 플레이어 분들이 얼마나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어장을 제공해드리느냐... 가 관건이지만요. 저로써는 가개장~첫 겨울 기간동안 느긋하게 즐기시다가... 첫번째 진행 이후부터 조금 더 활력이 붙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 가슴이 뛰는건 꽤 오랜만이네요!
폐쇄적인 암부의 환경에 따라 알고 있는 동료도, 그런 동료들과의 교류도 적었던 그녀는 설령 북부에서 온 사람을 본 적이 있을지언정 이들이 변경백이 보낸 인재일 줄은 알지 못했다. 자연히 변경백이 어떤 경로로 암부의 존재를 알게 되었는지도 그녀는 짐작할 수 없었다. 황실에 대해 가르침 받은 것이 그동안 받아온 훈련과 황제, 명령, 순종뿐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무명은 이번에도 자신의 의문을 앞세워 궁금증을 채우려 입을 열기보다 침묵하고 경청하기를 택했다.
"...그런 것 같습니다."
노래가 잦아드는 동안 내내 조용하더니 박수소리에 섞여 나온 목소리는 의외로 투박하면서도 순순한 납득이었다. 늑대와 가축의 차이는 명확하다. 무명은 그가 술을 입 안에 털어 넣는 모습을 보며 그동안 자신이 무엇을 선택했나 생각해 보았다.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작은 떠돌이는 뿌리 뽑힌 나무가 태풍에 휩쓸리듯 온 땅을 헤매었다. 동쪽에서 시작해 서쪽 끝으로, 서쪽에 도착했다면 그다음은 북쪽으로, 그곳에도 도착하면 이번에는 저 멀리 남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발붙일 곳 없는 무명이 가장 처음 선택한 것은 살아남는 것이었다. 제 손이 더러워져도, 발이 깊은 늪에 잠겨 들어가도 상관하지 않으려 애썼다. 죽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그렇게 하루하루 목숨을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가진 능력을 제대로 알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그녀는 스스로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유롭게 말하고 걸어 다닐 수 있기 이전의 기억이 없는 무명은 붉은색으로 수 놓인 장미 덤불의 속삭임이 능력을 깨닫는 첫 계기였다. 그녀는 시간이 지나며 식물에 이어 동물, 정령 등 다양한 이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대화할 수 있음을 깨달은 후로는 그들과 조금씩 부탁을 주고받았다. 그렇게 천천히 그들의 방식을 익히며 마침내 계약하는 법 마저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었을 즈음엔 자신의 앞가림은 할 줄 알게 되었다. 한 번 살아남으니 그 후로는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수 있었고, 그녀가 보게 된 것은 타인의 고통이었다. 무명은 지금까지 얻어온 것들로 이번에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선택했다. 그렇게 용병이 되어 다시 온 땅을 떠돌고, 아버지를 만나고, 이곳까지 흘러오게 되었다. 살고자 발버둥 치며 앞으로 나아갔으나 결국 그녀는 이곳에 걸음이 멈춰버렸다.
"명심하겠습니다."
그것이 뜻이라면 마땅히 섬기리라. 그녀는 변경백에게서 무척 유익한 이야기를 들었으나 의외로 돌아온 것은 짧은 대답과 담백한 표정뿐이었다. 무명은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는 것으로 황제 폐하의 뜻에 대한 충성을 보였다. 이제 무명은 멈춰있던 발을 움직여 어떤 길을 걸을 것인지 선택해야 했다. 잠시 뒤 고개를 들어 다시 그를 마주한 보라색 눈에는 변경백의 말에 대한 감사와 그의 뜻에 대한 존경이 담겨 있었다.
"겨울의 눈은 만물에게 공평하다는 것을 압니다."
온 땅을 덮는 새하얀 눈. 모든 것을 차별 없이 덮어 가리는 그것은 그녀마저 피하지 않고 온기를 나누어 주었다. 무명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했다.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조언자는 그 누구보다 공평하다는 뜻도 된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또한 이해하고 있었다.
"변경백 님의 자비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녀는 대화가 마무리될 때임을 직감하고 마지막으로 그를 향해 인사를 올렸다. 와인병을 한쪽 손으로 옮겨 들고 팔로 감싸 품에 기대어 고정한 뒤, 어색하지만 정확한 자세로 북부의 예를 흉내 냈다. 어깨너머로 배운 탓에 정식이 아닌 약식이었지만, 그것은 확실히 변경백을 향한 무명의 인사였다.
//슬슬 막레 타이밍인 것 같아 막레 느낌으로 적어보았습니다! 제가 텀이 너무 길어서 캡틴을 너무 오래 잡아 두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ㄷ; 캡틴께서 이벤트 준비도 그렇고 많이 바쁘실 것 같은데 괜찮으시다면 제 레스를 막레로 해주셔도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