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히히 웃으며 물 속에서 무릎베개를 받고 있는 것은 제법 재밌는 경험이었다. 제 앞의 선배가 무슨 심정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아야나는 헤실거리며 스미레를 올려다 보았다. 달빛 아래 저를 내려다 보고 있는 스미스미 선배님은 정말 아름다우셨다! 특히 저 눈, 저 눈이 무척.....
"예뻐요. 선배님. "
헛, 내가 무슨 생각을. 스미스미 선배님에게 뭔 얘기를 하는 거야! 잠시 고개를 도리도리 젓던 아야나는.....
"스미스미 선배님. "
헤실거리며 무릎에 가만히 머리를 벤 채, 올려다본 채로 아야나는 그대로 스미레를 향해 물었다.
놀이라니!!! 놀이라니!!!!!! 놀이라니!!!!!!!! 신과 하는 무시무시한 언약을 두고 감히 놀이라고 했어 지금!!!!!!!! 그러나 신인 걸 밝힐 수도 없는 노릇이라서 어찌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니. 그게... 시종이라고 하기엔 그때 슬쩍 봤는데 일방적으로 놀림받고 장난을 당하시는 것 같아서..."
"..."
"........그, 긋, ㄱ,ㄱ,그그그긋 그으 그렇게에 놀림받고 괴롭힘 당하는 것처럼 보였어...???????? 그럼 도와주지... 왜 그걸 멀리서 방관이나 해서..."
왠지 모르게 억울해져서 급기야 싱싱미역을 건들려서 눈에 가득찬 눈물을 뚝뚝 흘리고 말았다... 블─랑─의 점원도 그렇고 눈앞의 이 집사?도 그렇고 요즘 것들은( 특히 신과 요괴와 강하게 인연이 묶인 것들은 ) 원래 이렇게 남의 불행을 모른 척 하는 데 이렇게나 도가 튼 걸까?????? 이딴 게 요즘 것들의 예절정신???????? 과거의 철저한 예의작법을 그리워하는 한편... 나는 눈물을 훔치려 하고는 고개를 아래로 숙이는 유우키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 했다.
"유우키, 내 말 명심하고 들어..."
정신이 아득해지는 노빠꾸 요비스테는 일단 무시해주고!!!!!!
"네가 모시는 아가씨는 조만간 한번 강하게 예절 교육을 시켜줄 필요가 있어..."
"아주 강한, 아아주 강한, 넋이 빠질 정도의 혹독한 예절 교육을 말이야... 가까이서 지켜봤으니까, 내 말 믿어도 좋아."
가까이는 개뿔. 얼마나 캇파에게 관심이 없었으면 유우키의 존재도 몰랐지만.
"그 높은 카와자토 가잖아? 이대로면 네 아가씨, 예禮를 따르지 못한 죄로 언젠가 봉변을 당할 거야... 아니면 이미 당했거나. 뭐어, 나는 모르지."
"제가 거기에 끼이면, 그거야말로 선배의 프라이드에 더욱 상처를 낼 것 같았거든요. 정말로 심했고 악의적인 행동이었다고 한다면, 말리긴 했겠지만요."
어디까지나 가볍게 장난을 치는 것 같아보였기에 유우키는 차마 그 현장에 끼일 수 없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거기에 끼여서 도와주고 구해줬다고 한다면 과연 이 선배는 정말로 괜찮다고 넘길 수 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유우키는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그래도 다음에는 경우에 따라선 조금 도와줄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미소를 지었다.
한편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에 유우키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귀를 기울였다. 강하고 넋이 빠질 정도의 예절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는 그 말에 그는 가만히 아오이의 눈을 바라봤다. 이 선배. 생각보다 쌓인 것이 많구나.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그는 아오이의 말이 끝나자 싱긋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어느 정도 참작은 하겠지만... 명심까지는 글쎄요. 저는 카와자토 가를 모시는 사람이어서."
즉, 어느 정도 부탁으로서 받을 순 있으나 지시는 따르지 않는다. 나름대로 그가 긋는 선이었다. 일단 어느 정도 생각을 해보겠으나, 그 말 그대로 해줄지는 또 별개에 가까웠다. 정말로 일방적이고 악독한 괴롭힘이라고 한다면 조금 진지하게 나서겠으나, 일단 자신이 본 것은 그냥 좋아서 하는 장난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기에 더더욱.
"일단 아야나님에게 악의가 없다는 것은 사실이에요. 그 분은... 애초에 누군가를 싫어하는 것을 하지 못할 분이거든요. 물론 장난이 가끔은 짓궂기도 하고, 때로는 조금 곤란할 때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진 말아주세요. 아니면..."
유우키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아오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당신은 아야나님이 정말로 싫으신가요? 지금 대하는 행동이 정말로 짜증이 나고, 정신을 빼줘야 할 정도로 마음에 안 드시나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제가 어느 정도 진지하게 말을 해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정말로 싫어하는 이에게 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더 이상 장난이 아니라 악의적 괴롭힘이니까요."
카와자토 아야나의 눈은 지극히 동그랗고 너무 새파랬다. 먼지 한 톨 숨 쉴 수 없을 만큼, 지독하게 맑았다. 아야나의 눈을 마주할 때마다 먼지가 되어 질식할 것 같다가도 뇌 속이 깨끗이 청명해지기도 했다. 대부분은 후자였지만, 오늘은 끝내 전자였다. 낮때의 일에서 비롯한 염증 같은 죄책감. 그건 스스로가 결국 자신이 아닌 일족을 택하리란 사실을 사무치게 아는 탓으로, 이것은 비로소 카와자토 아야나를……. 아야나를 버리는 선택이 된다. 웃는 낯을 유지한 스미레는 고요히 대꾸했다.
“알아. ‘이건’ 바다의 귀보니까.”
짐짓 오만으로 비춰질 수 있는 발언. 그러나 어디까지나 일족의 눈에 한정되어 거기에 일말 스미레를 대상으로 한 칭찬으론 전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자랑스러운 것. 어쩌면 끔찍이도 전체주의적인.
스미레는 등을 기댄 수영장 벽이자 바닥 위로 턱을 괴곤 아야나를 고요히 내려다본다. 여전히 푸르른 눈이 저를 올곧게 향하여 양심까지 쿡쿡 찔러왔다.
밤 바람은 물의 주민들에게 적절하게 서늘하고, 달빛은 어여쁘게 녹아내린다. 그래서였을까, 그래서 이 자그마한 캇파의 마음도 녹았을까. 지독하게 맑은 눈을 빛내며 순수하게 진심을 토해내는 태는 저와 어울리지 않는 순백. 스미레가 죠세에게 어떤 발언을 하고 왔는지 알아? 안다면 너 이럴 수 없을 터다. 가라앉은 청보랏빛 눈 뒤로 엉킨 속내들이 이지러졌다. 와중 제 팔이나 만지작대며 귀엽게 고백이나 하고. 어찌할까. 아야나의 낯 위로 둥글고 어렸던 캇파의 모습이 겹쳐졌다. 스미레는 조심스레 손을 뻗어 핏기 없는 엄지로 아야나의 앞머리나 쓸어올리며 온전히 드러난 벽안을 응시한다. 이것은 순수하고 용감히 고백해온 당신께 지키는 일종의 예.
“넌 늘 스미레를 좋아해줬지. 그것에 대해 일언반구 없었으나 감사함 잊어본 적 없어.”
허나.
스미레는 손을 틀더니 검지로 아야나의 희고 고운 이마를 꾸욱, 가볍게 누른다.
“그 마음 받기에 과분해.”
이어 싱긋 웃으며 덧붙이는 농조 가득한 첨언.
“덜 여문 아이 잡아먹기에 아직 일말 양심은 살아있단다.”
/ 나도 사실 ......아야나주인 건 눈치챘어..... 스미레일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ㅋㅋㅋㅋㅋ 고백하는 아야나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눈물났지만 아야나는 내게 너무 말랑아기라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