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히 히 히 히” “이미 찍으신 것이와요. 거기 가운데 동그란 버튼 있지요? 그걸 누르시면 되는 것이와요. “
어휴 요오즘 신님들은 사진 찍는 것도 잘 못해요. 본인이 사진을 찍었는데도 찍은 줄도 몰라. 아!! 답답하다 저걸 직접 다룰 줄 알았다면 내가 직접 찍었을텐데!!! 하여튼간에 비록 손이 닿지는 못했지만 사진 안에는 아저씨와 나의 모습이 둘 다 잘 담겨지게 되었다. 이 아저씨 생각보다 좀 찍잖아? 나 찍어달라고 할까. 아니다 흥이다.
네카 만지다가 마음에 들어서 가져왔다✌🏻 야마어쩌구가 카가리의 신분 이전에 쭉 쓰던 얼굴이야. 동양 복식 파츠가 없어서 아쉬운대로 티샤쓰 한 장 입혀줬다...🥺
호법신으로 있을 시절에 만든 모습이라 지금보다 성숙하고(당연함 성인 모습임) >>자애로운<< 인상이었지~ 근데 나중엔 이 얼굴로 성질부리고 지 마음에 안 들면 다 죽이고 다녔음....👀👀 지금 인상이 더 공격적인 이미지처럼 보이지만 사실 표정을 굳히면 싸늘해보이기로는 예전 얼굴이 더하다는 점이 오타쿠 포인트야!😉
요즘 물건들은 참 신통방통해. 그 덩치 크던 사진기가 어느새 이만큼이나 조그마해지다니. 어쨌든, 새로운 것도 배웠겠다, 파닥파닥거리며 징징거리는 캇파에게 셀─카─라는 것을 알려준 보답으로 천천히 폰을 돌려주는 것처럼 손을 내리다가... 마지막 순간에 받으려는 손으로부터 휙 젖혔다. 보리보리쌀을 시전했다는 말이다!!!!!! 이 유치뽕짝한 늙은이!!!!!!!
"조금 더 착한 아이처럼 군다면 모르겠는데─?"
살살 눈을 휘며 빙긋이 웃었다. 이 늙어빠진 아저씨 최소 수백만년은 어린 아기를 상대로 도대체 봐주는 법이 없다───❗❗❗ 이딴 게... 『연륜』...?
이 아저씨 돌려줄 것 같이 굴면서도 돌려주지를 않는다!!! 나의 귀여운 사과폰이 이렇게 아저씨에게 뺏기고 마는 것인가??!! 안돼, 그럴 순 없다! 그럴 순 없어! 냅다 목덜미에 팔을 껴안으려 하면서 까치발 들기를 시도하려 하였다. 이건, 그래..... 박 치 기 준 비 다 !!!!!!!!!!!!
물론, 그 은원관계에는 내가 유리한 입지를 가지고있으니, 그것을 활용할 수 있다면 활용하고자 한다는 이익계산적인 의도가 없다고는 말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 빚을 쥐고있으니 안할리는 없다라는 전제가 깔려있는 제의에 가깝지. 그렇게까지 회의감에 떠나놓고도 신세진 것을 이 인어는 잊지않았다. 기특한 녀석이다.
"편한대로 해. 내가 널 구워삶을 이유도 없고."
이후 들어오는 정보에 대해서는 경청을 하면서, 하나하나 짚어보듯 끼어들어서 이야기했다.
"아아 사토 류지라면, 나도 몇번인가 만났지. 그 뒤에 지네 신도 마주쳤고. 씌인건 신보다는 그러네. 망령쪽일까. 아니면 망령이라고 생각하는 본인의 집념인가. 본인이 숨기는 부분이니 들춰낼 생각은 없지만. 태양신이라면 아마테라스의 기운은 느껴지지않았는데 뭘까? 하지만 말하는걸 보니 그것만 있는 것같지는 않아."
요는 그 앞의 빌어먹을이라는 표현의 능구렁이보다도 이 아이가 무언가 시커먼이라 말할정도면 무슨 일을 겪기는 했구나하고 읽어내는 것은 간단했다.
"뭔가 당했을거같은데. 되갚아줄수는 있어. 나는 나대로 움직이니까 말이야."
네가 그런 성격은 아닐거라고는 생각하지만. 이윽고 들어온 이야기에는 얼굴로는 웃고 있었지만,
영문을 모르겠다는 낯으로 내려다보았다. 아니 근데 내 목은 왜 건드리는데? 이게... 뭐 하는 자세지...?
"착한 아이가 되면 생각해보겠다고 해도. 아니 근데 진짜 뭐 하는 건데 지금...?"
징징거리는 캇파. 들어올린 까치발. 성난 얼굴. 한층 가까워진 머리 간의 거리...
이것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가...
그러니까 그것은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였고. 나는 판단력을 높이기에는 너무 우쭐해 있었고... 남에게 이 정도의 무례를 겪어본 적도 없어서 목덜미를 껴안은 이 짓이 박치기를 하려는 것인가 정강이를 걷어차려고 하는 것인가 하는 결론까지 다다르기 위한 충분한 데이터가 부족했고...
눈 한 번 감음으로써 대답을 대신한 스미레는 간간이 첨언하는 사쿠야의 말을 끊지 않으려 차분히 틈을 두고 말하면서도, 자신 또한 바삐 새 정보들을 조합하고 욱여넣었다. 그 놈 뒤에 있는 '거', 무신임은 알았는데 상세히는 지네였나…. 어쩐지 널린 원소나 동물 따위와 다른 느낌이더라니.
"쯧, 인간들이란 다 그렇지요. 망령에 씐 듯 탐욕적이고, 타산적이야."
제 성질대로 혀 한 번 찬 스미레가 날 선 채 뇌까린다. 도서관에서 제 눈으로 손 뻗은 그날이 떠오른 탓. 사쿠야의 의도에 빗겨나간 대꾸임을 알면서도 제멋대로 감정을 슬몃 내보인다. 제법 잘 참았는데, 인간 얘기가 나오니 슬금슬금 열이 오르기 시작해서.
"아아, 그쪽-태양 신-'은' 대놓고 경고하던걸요. 눈 간수 잘하라고."
능구렁이 외 인어의 눈을 한 번씩 언급했던 이들. 열 내는 이유 확고하니, 외려 냉소를 띈 스미레에 눈에선 일족을 아끼는 마음이 뚝뚝 묻어 나온다. 이윽고 그녀가 복수를 입에 담았을 때 눈을 두 어번 깜빡이던 스미레가 한 손을 설레설레 흔들며 싱겁게 웃는다.
"이 이상 빚을 더 지우고 싶진 않네요. 성질 상 직접 갚아주고들 싶고……."
끝에가선 입매의 온도가 뚝, 떨어졌다. 직후엔 다른 의미로 가라앉았다.
"……카와자토가요."
무심코 이름을 부르며 대꾸한 스미레가 애써 냉담한 낯을 유지한다. 겉보기엔 차디찬 무표정. 하지만 신의 망막에 무엇이 비칠 진 모를 일이다. 걘 철부지 어린 애라 아무것도 몰라요. 그래서요, 그래서 그랬던 걸 거예요. 그런 옹호적 문장들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가 힘겹게 삼켜졌다. 굳이 이런 말들을 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동시에, 언제 이렇게 정을 주었나 스스로가 가벼이 여겨져 싫었다. 그럼에도 불구, 스미레는 화제 전환을 택한다.
명중!!!!!! 그것도 제대로 명중했다! 꼴사나운 외마디 비명을 내지른 아오이는 아니메의 개그씬마냥 머리 주변에 빙글빙글 새와 UFO를 띄운 끝에 히익, 하면서 풀썩 뒤로 넘어졌다. 그렇다... 꾸준히 강조해온 사실이지만 이 아저씨의 인두겁은 터무니없는 약골인 것이다...!!! 참고로 부딪치자마자 아야나의 폰은 손에서 놓쳤으니 아야나가 나이스세이프했는지 땅에 곤두박질치는 모습을 꼼짝없이 지켜볼 뿐이었는지는 알아서 설정하길 바란다.
"...어, 어...? 타카마, 타카마가하라...? 여긴... 내 방...?? 그, 그렇구나아... 꿈이었구나아아... 나, 나 다시는 밖으로 안 나갈래... 역시 이불 밖은 위험해..."
고운 미간의 흠결. 퍼뜩 정신이 들어 그제야 찡그린 미간을 펴 자중하겠노라 답한다. 뜨듯미지근한 봄바람이 불어도 둘의 공기를 메운 것은 다른 색채의 한기. 아무렴. 한쪽은 심해의 인어고, 한쪽은……. 어떠한 온기도 온정도 만무한 채 한에 비롯한 계산만이 머릿속을 오갔다. 스미레가 창백한 뺨 위로 청보랏빛 눈을 내리깔았다. 습관적으로 구두 앞 코로 흙바닥을 툭툭 두들겼다. 이내 입 열고. 하오면-.
"허면 이 스미레가 도무지 손쓸 길이 없을 때. 그때에 손 내밀어 주시렵니까?"
고개를 모로 살짝 기울인다. 반듯이 잘린 진녹색 머리채가 아래로 흐트러지고, 사나운 눈매가 일견 순하게 둥글어진다. 엄연히 히비스커스-인어족 패권을 쥔 집단 넷 중 하나-의 막내, 아닌 체하며 부탁할 때 쓰는 꼼수쯤이야 여러 개다. 물론 사쿠야가 받아준다고 한다면 그건 그녀가 눈감아준 것이겠다만. "……알아요. 젠장, 구태여 말 안 꺼내셔도 되니까. ……다신 이런 실수 없을 테니."
아무리 성숙하게 굴어도 고작 이백 년 조금 넘게 산, 성년 앞둔 요괴. 속내 들킴을 속속히 그녀의 입을 통해 까발려지자 부끄럽고, 쪽이 팔린다. 다른 상대 같았음 어림도 없는 일이었으니. 심지어는 정곡까지 찌르며 웃으신다. 따라서 첨예한 자존심이 고개를 들었다. 동시에 인어의 자아 또한.
"—그것이 짊어진 값을 갚는 일이라면."
은혜를 원수로 갚는 형편 없는 짓은 인어의 이름을 내걸고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러나. 당장의 스미레도 모를 깊숙한 무의식이. 어쩌면 지금을 후회할 지도 모른다고…… 그리 속삭인다.
"여, 역시 난 폐급이야... 괜히 밖으로 나가겠다고 나대는 게 아니야... 얌전히 방안에나 틀어박혀야... ... ... ... ...맞다...!!!!"
헛소리를 중얼거린 끝에 결국은 힉힉호무리 특유의 밑도 끝도 없는 자기비난으로 이어지다... 가, 서서히 밝아오는 정신... 밝아오는 시야... 헛것이 아닌 현실을 다시 마주본 아오이는 정신을 차리면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는 상체, 그 다음에는 다리. 나데나데는 기억도 못하는지, 아니면 무시하는 것인지, 안중에도 없는 반응이다.
"내가 캇파랑 실랑이나 하려고 여기 온 게 아닌데에..."
절룩절룩 걸어가서 거슴츠레 성적표를 노려보았다. 아카가네... 아카가네... 아카가네... 여기 있다. 80점이라는 무난한 평균, 무난한 석차다. 높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낮은 것도 아니다. 아마도 영어가 가장 깎아먹었으려나. 상관도 없는 일이지만. 시큰둥한 눈으로 별로 열심히 살피지는 않으면서 뒷목을 살살 쓸면서 대강 주변의 성적도 훑고, 성적표 여백에서 요괴의 승리를 고하는 짧은 글마저도 별 흥미 없이 지나친 아오이는 "뭐" 라면서 가볍게 어깨를 늘어뜨렸다.
기울인 낯 그대로 싱긋 미소 짓는다. 소원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 진 모르겠으나 이뤄지긴 할 터. 그녀가 언급한 원숭이 손을 반추하며, 작은 감사의 의미로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뜬다.
이어 거둬지는 미소. 순간적으로 반박하고 싶어져 울컥 치미는 감정. 종족 에고로부터 부푼 자존심이 그녀를 향해 외치라 명했다. 인어는 입 발린 말 따위 하지 않는다고, 은원 확실해 예를 안다고. 그러나 끝끝내 입 밖으로 토해내지지 않는 까닭은 무얼까. 깊은 무의식을 헤집을 생각도 채 하지 않고 그저 입만 앙 다문다. 저 연륜 지긋한 신이 저도 모르는 것을 봤으리라 그저 짐작하며. 몇 박자 쉰 스미레가 감정을 갈무리하며 허리를 꼿꼿이 세운다. 인간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명하실 때 부르소서. 그럼."
그 캇파에게 무엇을 대가로 받았다는 것인지 묻고 싶은 충동이 들었으나 돌아갈 채비를 마친 스미레는 다만 처음과 마찬가지로 예를 갖춰 인사했다. 당장은 아니어도 같은 교실을 쓰는 이상 금방 마주치겠지만 그때엔 요괴가 아닌 인간 우미 스미레일 테니.
멈칫. 끼기기긱... 하며 고장난 듯이 뒤를 돌아본다. 아니야, 저 녀석은 겨우 2학년이야... 3학년 시험 따위 알 리가 없지... 하고 합리적으로 합리화하던 시도는 그 뒤의 발언에 저지되었다. 끝까지 눈길 하나 주지 않던 아저씨는 영어의 도발을 꺼내서야 당황을 숨기지 못한 채 돌아보았다. 미처 붙들지 못한 눈은 둘 곳을 모르며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그러니까,
영어 하나 때문에...
─ 아쨩, 단어는 다 외었어?? ─ 오늘은 숙어를 공부할 거라고~ ─ 쨔쟝, 완전 기대되지? 두근두근거려 미치겠지?! ─ 아쨩 문법은 어떻게 되고 있어? ─ 지금까지도 이 수준이라니 쵸 웃겨 wwww ─ 대문자랑 소문자는 구분할 줄 알지??? ─ 아쨩 억양 이상해~ wwwwwwww ─ 아쨩 오늘도 도서관 와야 해? ─ 아쨩 공부 안 하고 뭐 해 ─ 야쨩 도망가지마!!! ─ 아쨩 ─ 아쨩 ─ 아쨩
...
"...그, 글쎄... 그, 그냥... 무난했는데...???"
27개라니, 그건 대체 누구려나아아... 하면서 속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그야 당연하다... 영어란 이코르 악몽이다... 『그 녀석』들이 쫓아와... 영어 못한다고 하는 순간 요모츠히라사카까지 쫓아와서 아쨩 영어는??????? 하며 힘과 마음을 모아 남김없이 두들겨패버리니까... 그래서 아오이는 파블로프의 개마냥 조건반사적으로 시치미를 뚝 뗐다. 누구려나아아, 한 말끝이 살짝 흔들린 것은 본인만 모르고 있다...
"잘 모르겠지만 저, 정말 신기한 놈이네. 그, 그럼 난 이만 용무가 있어서..."
하며 슬금슬금 다시 뒤돌아 빠지려 했다. 이 자리에서 튀어야 한다!!!!!! ...아, 아, 무, 물론 제 발 저리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괜히 뛰거나 하지는 않고... 어차피 그럴 체력도 없고...
>>137 반대로 유우키는 굳이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말을 걸어서 깨우진 않는단 말이지.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유우키가 아오이에 대한 것을 인식하고 있어서 (=아야나가 조금 괴롭히거나 한다는 식으로) 슬쩍 나쁘게만 보지 말라는 식으로 사과와 앞으로 잘 좀 부탁한다는 식으로 찾아오는 것은 어떨까?
>>139 아오이 쪽에서 먼저 잠을 깨면 해결이다 😏 그럼 벤치에서 졸다가 깨가지고 멍한 아오이가 한참을 벤치에 그냥 앉아있길래 유우키가 사과와 이것저것을 가져와서 말을 거는 상황은 어떤가? 벤치에 수상할 정도로 집착하는 것 같지만 집착하는 거 맞고, 만약 이대로 좋으면 상황 특성상 먼저 선레를 가져와주면 되겠다 😌
>>130 맞아 사실 나도 캐빌딩할때 이 부분에 관련해서 엄청 고민했거든? 태양신 너무 끌리는데 일본 신화엔 아마테라스라는 메이저가 떡 자리하고 있자너. 그래서 손 대기 힘든 관계로 카가리주 시트 슬쩍 참고해서 (감사합니다) 아예 권속이나 영혼의 따까리 쪽으로 들어갈까 생각도 했었는데, 또 과거에 큰 신이었단 설정은 포기 못하겠는 거야. 그로신에선 헬리오스랑 아폴론 둘이 태양신으로 숭배받듯, 태양이란 격은 동일하지만 관장하는 부분이 다르다는 설정이었으. 물론 격 자체는 아마테라스에 비해 부족했겠지만??
>>145 그런 뒷사정이 있었구만 그럼 아마테라스와 굉장히 엇비슷하게 또이또이 뜨는 느낌이었겠네. 멋있군... 😌 실은 [ 주신에게 감정이 상해 타락했음에도 ] 에서 주신이 그 아마테라스인가 조금 생각하다가 말았거든. 이 주신에 대한 설정도 궁금한데 조금 풀어줄 수 있겠나? 😏 ( 콕콕 )
그는 기본적으로 아야나의 모든 주변 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파악하려고 노력하지만, 신이나 요괴 사이에서의 일. 그리고 그다지 크게 보이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어느 정도 있었다. 물론 언제부턴가 카와자토 가에 들어와서 살고 있는 이들의 정보는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기본적으로 그녀의 사생활과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주려고 하나, 좋건 싫건 귀에 들어오는 것들도 있었다. 이를테면... 아야나가 놀리는 3학년 선배에 대해서라던가. 사실 그마저도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우연히 눈에 본 것 정도였으니까. 이를테면... 아저씨라고 부른다거나, 묘하게 이것저것 투닥거리는 것 같은 분위기라던가... 지나가면서 몇 번 본 적은 있었다. 굳이 끼어들지 않았을 뿐이지. 어쨌건 그녀를 탓할 생각은 없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냥 가만히 있는 것도 조금 애매하다고 생각했기에 그는 무례가 있었으면 사과하고, 앞으로 잘 지내줬으면 하는 것을 부탁하기 위해 그를 찾았다.
그리고 그가 발견된 곳은 벤치였다. 멍하게 있는 것 같은데... 일단 말을 건다면 지금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천천히 아오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확인을 위해 그에게 물었다.
"실례하겠습니다. 혹시 3학년 선배인..."
그러고 보니 이름을 알지 못했던 유우키는 낭패라고 생각하며 잠시 말을 골랐다. 그리고 태연하게 자연스러운 톤으로 목소리를 이었다.
"최근 영어를 27개 틀린 3학년이 있다는 말을 들은 것과 동시에 아저씨라고 불린 적이 있는 선배가 맞을까요? 무례한 발언은 죄송합니다. 하지만... 존함을 모르기에.. 부디 그 무례. 용서해주길 바랍니다."
푹신푹신 부드러운 가방에서 자고 있는 이 물체는.... 공입니다. 예? 구라 아니냐고요? 공입니다. 공 맞습니다. 그것도 아주아주 탱글탱글하고 윤기가 자르르르 돌고 있는 먹음직스러운 검은 공입니다.
........ 지금 있는 위치가 이 반만 아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지요.
[ 3 - A ]
뭔 소리냐고? 그렇다. 이곳은 [ 아카가네 아오이 ] 의 반. 아오이 아저씨를 찾아 3학년 A반까지 떼굴떼굴 굴러온 이 검은 공은, 아오이의 가방이 어떤 가방인지 모르고 아무 가방에나 찾아 들어간 것이다!!!! 아니 근데? 하지만 이 가방 푹신하고?? 쿠션도 들었고? 좋은 향기도 나니까? 한 숨 푹 자고 가도 괜찮지 않을까?????????
"Zzzzzzzzzzzzzzzzzzzzzzzz "
.....하여튼간에, 그래서 지금 카와자토 아야나는 이름모를 누군가의 가방 안에서 숙면을 취하고 있다. 그것도 "검은 공" 의 형태로. 오이오이(cucumber cucumber) 신이 있는 반 안에서 이렇게 무방비해서 괜찮겠냐?!!!?!???
>>148 기본적인 서사적 틀 자체는 '무감정하고 공명정대했던 존재가 인간적인 감정을 깨닫기 시작함에 총기와 이지를 잃었고, 선을 넘어 곤두박질 쳤다' < 요고긴 해. 사실 이자나기 이름을 그대로 넣는 게 좀 애매해서 주신으로 퉁친 부분이 있긴한데.. 그냥 땡깡 부리다 실패해서 지 혼자 뭔가를 하다가 말렸다< 같은 느낌이거든? 안 그래도 비설 관련으로 웹박 넣으려고 했었는데, 그때 조율 부탁할게 ㅎㅎ
>>157 사실 관련으로 카가리랑 선관도 몇가지 생각해준게 있긴 했는데, 너무 많이 와버렸다...
봄이 끝나갈 때의 햇빛은 나쁘지 않았다. 햇빛과는 극악의 상성을 자랑하는 힉힉호무리지만 그러기 앞서 양광陽光의 신이다. 선선한 잎틈새빛木漏れ日을 맞으며 무심코 살짝 잠마저 들었으나 지금은 잠을 막 깨서 멍한 상태. 인간의 몸은 허약하다. 내 몸은 더 허약하고. 도대체 의대依代의 뭐가 잘못된 걸까... 멍해서 아무데나 튀는 잡념이 거기까지 향했을 때, 누군가 걸어오는 말소리를 들어서 나는 절망적인 사회력을 자랑하는 힉힉호무리의 본능대로 흠칫 떤 후 다소 긴장하여 회색 머리를 가진 인간을 바라보았다. 뭐, 뭐라는 거지... 그니까...
"ㄴ누, 누,누누,눗, 누가아아아 30개 영단어 중에 이, 27개나 틀려서 여학생들한테 이, 이지메나 당하고... 이, 이... 어, 어리고... 창창한 나이에 아저씨라고 불리는 말도 또, 똑바로 못하는, 폐, 페폐펫, 폐급 3학년생이라는 거야아아... 아, 아카가네 아오이라는... 제대로 된 이름이 있는데에..."
응 벌써부터 망했어 벌써부터 폐급으로 찍혔어... 무엇보다도 애초에 그렇게까지도 말하지 않은 것 같지만, 어쨌든 나는 처음 보는 사람과의 대화에 몹시도 고군분투하고 있었단 말이다. 움츠러들어서 식은땀을 뻘뻘 흘리기 직전까지 가면서...
유우키는 순간적으로 안쓰러운 표정으로 아오이를 바라봤다. 27개를 틀려서 여학생들에게 이지메를 당하고 말도 못하는 폐급 3학년이라는 말을 들은 것일까. 누군지는 몰라도 참으로 몰상식하고 예의가 없는 이가 다 있다고 생각하며 ㅡ이 와중에 아저씨라고 불리는 것은 쏙 빼버렸다.ㅡ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카가네 아오이. 그럼 아카가네 선배라고 부를게요."
이어 그는 살며시 오른팔을 굽히면서 허리를 꾸벅 숙여 아오이에게 인사를 올렸다. 언제나 보이는 그 자세는 오늘 역시 절도가 있었고 기품이 흐르는, 그야말로 흐트러짐 없는 자세였다. 그 상태에서 그는 아오이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저는 시라카와 유우키. 카와자토 가를 모시고 있는 시라카와 가의 사람이랍니다. 제가 모시고 있는 아가씨가 이런저런 신세를 지고 있다고 해서... 이렇게 인사를 하러 왔답니다."
이어 그는 허리를 다시 펼친 후에, 미리 준비했던 하늘색 포장지로 쌓여있는 박스를 그에게 내밀었다.
"화과자 좋아하시나요? 당고와 안미츠, 모찌 세트인데 받아주시겠어요? 아. 만약 싫어하는 거라면 죄송해요. 일단... 평가가 가장 좋은 것이라서 사긴 했는데."
어차피 파토난김에 시트에 사용예정이었던 AI그림도 대공개! 미지의 공포로부터 태어난 원시신앙 출신 신에서 헤이안을 기점으로 유사성으로 인해 요괴 누에라 불리게되며 "니들이 그러면 그런거겠지"를 시전하고 있던 '정체불명의 신', 무얼해도 자기것이 되는게 없어서 무엇이든 누구든 되는 자신의 특성으로 학교에 잠입중... 이라는 설정이었는데 너무 정체불명인 나머지 시트로도 나오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여름 초입을 앞두고부터 습기가 부쩍 올랐다. 철 하나 보낸다 해서 마음에 없던 감흥이 생기겠냐마는, 제 무리들은 바다니 여행이니 급급하며 힘껏 신이 났다. 입새에 아이스크림 한 가지씩 물고 교실에 입성하면, 속이 근질근질하니 다시금 입마저 심심해져 대뜸에 옆자리 가방을 집어 들었다. 궤적 사이로 여상스러운 인조향이 풍겼다. 안은 복잡했고 수차례 손을 휘저어도 제 것이 쉬이 잡히지 않는다. '미야비, 담배 따로 빼놨어?' 닥달하며 가방 뒤집어 아래로 털면 열매 닮은 것이 굴러나온다.
"미야비, 개구리 키워?"
물 비린내가 독해서 모르쇠로 굴기에도 모호하다. 정체를 자알도 숨긴 모양인데... 우선 아프다 느낄 정도로 강하게 쥐어보고서 책상에 올려두니 곧 제 무리가 몰려온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며 저무는 밤. 어쩌면 한차례의 배반의 싹을 틔웠던 낮때를 떠올리며 차가운 물밑으로 얼굴을 밀어 넣었다. 서늘한 물이 피부에 낱낱이, 한 치의 틈도 없이 붙어옴을 느끼고 있노라면 작동하느라 열 오른 뇌가 한결 시원해졌다. 전 인어를 대신하여 몫을 갚아야 한다는 일종의 교리와도 같은 결의는 어느새 물 경계 위로 피어오른 수증기처럼 때때로 흐릿해지곤 한다. 이를테면 지금. 이어 오천의 담화가 떠오름은 자연한 수순. 절로 어린 캇파가 받았다는 대가가 무어인지 궁금스러워진다. 하늘은 그런 속내를 안다는 듯 눈앞에 캇파 요괴를 대령했다. 이쪽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해맑게 수영하고 있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스미레는 능숙하게 물길을 걸어 아야나의 뺨 지근거리에 대고 손가락을 튀겨 물기를 털었다. 나도 여깄어, 하듯이.
후히히히히 하며 열심히 자유형을 하다 끝까지 도착한 와중, 물기가 뺨에 닿는 것이 느껴지자 곧바로 고개를 돌려 올려다 보았다. 스미스미 선배님이다! 꺄아 웃으며 몸을 일으키는 아야나. 야밤에 어쩐 일이냐는 질문에 아야나는 그야 당연한 거 아니겠냐는 듯 태연하게 답해보인다.
"그야 당연히 수영하러 온 것이와요! "
후히히 웃어보이며 어깨를 으쓱이던 아야나는, 어서 들어오라는 듯 스미레에게 손짓하려 하였다.
낭랑한 웃음소리가 골을 타고 올라온다. 안개 낀 듯이 답답했던 머리에 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 해질녘에 그것도 몰래 다가가 장난이랍시고 물 좀 튀겨줬더니 놀라지도 않고 베시시 웃기만 하는 어린 캇파를 죽 내려다보면, 복잡한 생각으로 가득찼던 본인이 도리어 바보가 된 것 같아서. 얼굴을 덮은 손으로 머리를 쓸어올리며 세수 아닌 세수를 하곤 픽, 웃는다. 어느 '때'는 언젠가 올 테지만, 언젠가는 결국 '언젠가'일 뿐. 지금 생각해 봤자……. 풍덩, 얕게 입수한 스미레가 수영장 코너에 눕듯이 등을 기댄다.
"그리고 인간이 저체온증으로 죽기에도 딱 좋지."
부드러이 입매를 끌어올린다. 반달로 휜 눈꼬리에 장난기가 방울방울 맺힌다. 청보라색 눈이 노란 테를 두른 달을 응시했다. 지평선은 반으로 나뉘어 한쪽은 붉게, 한쪽은 검푸르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물결 치는 수영장 물에서는 하늘에 뜬 달이 녹아내리고 있었고. 정말 아름다운 밤이네.
"내가 해저에 발 딛고 살 때 그때에도 이리 어여뻤지. 어둠은 내게 편안한 장막이었고, 바닷물은 이불이었으나 결국 무언가에 이끌리듯 물 위로 올라가 녹아내리는 달을 보는 게 하나의 낙이었음을 부정 못해."
달의 초상에 손을 뻗는다. 이지러지는 은백색 달.
"나중엔 바다에 갈까. 아무래도 고작 수영장보단 바다에 녹아내리는 달이 좀 더 운치 있잖니."
사정없이 더듬거리는 말을 어떻게든 정리하려 하면서... 으음, 하고 조금은 고민하듯 굳이 뜸을 들인 끝에 하늘색 포장지로 싸인 곽을 양손으로 얌전히 받아들였다. 굳이 그러니까, 하면서 뜸을 들인 것은 이런 것을 으레 공물이라고 생각하는 버릇이 아직까지도 고쳐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가를 바라는 선물이지 않나, 이건 솔직히 공물이 맞지... 그렇더라도 삼가 부탁드리는 마─음이 꽤 기특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튕기지도 않고 차분하게 화과자를 무릎 위에 올려두었다. 당고와 안미츠, 여름이 다가온다고 이렇게 계절까지 맞춰왔지 않은가. 그 와중에 단것을 정말로 좋아한다고 굳이 덧붙여 알려준 것은 당연히 앞으로도 이런 걸 바쳐오겠지 하는 신의 오만이었지만.
"그, 그나저나 그, 그 꼬맹이랑 관련이 있는... 사람이었구나? 카와자토河里와 시라카와白河라니, 듣고 보니 말은 되지만."
강의 마을河里에는 으레 그 은혜로 투명토록 맑은 강白河이 흘러갈 수 있는 법이니까. 비록 처음에는 굉장한 말에 있어서의 무례가 있었고( ) 인사한다고 허리를 숙이는 방식도 전통의 작법이 아니었지만, 그 깍듯함이 마음에 그리 거슬리지 않아서 나는 기 꺼 이 그에게 내 옆자리를 허락했다. 다리 아플라, 앉아, 하면서 말이다.
"저랑 같이요? 당연히 괜찮사와요! 아주아주 좋사와요. " "스미스미 선배님과 같이 가는 바다라면 분~명! 멋질 것이와요. "
바다는 아직 다른 요괴들과 같이 가본 적이 없지만, 스미스미 선배와 같이 가는 바다라면 분명 멋질 것이라고 아야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바다 위에서 보는 달은 분명히 운치있겠지. 요괴의 모습으로 스미스미 선배님과 같이 떠 있는 상태로 보는 달은 얼마나 예쁠까?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이다. 꼭 그래보고 싶다고 아야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정말로 단순히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자아, 스미스미 선배님! 아야나와 같이 한바퀴 돌아보는 것이와요! "
따라오라는 듯 장난기 있게 손짓하며 아야나는 자유형을 하려 들기 시작하였다. "이쪽이와요~ " 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집 근처에서 가장 잘 나가는 것을 고르긴 했으나 화과자는 은근히 싫어하는 이도 있는 편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양과자가 조금 더 메이저한 느낌이 있지 않던가. 물론 자신은 화과자를 조금 더 좋아하긴 했지만. 어쨌든 아오이가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에 유우키는 안도하며 미소를 지었다. 단 것을 좋아한다는 정보는 일단 기억하기로 하며 유우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이후에 또 뭔가를 가지고 올지는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아니. 가져오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굳이 말하자면 이번 일이 특이케이스니까.
"관련이 있다고 하면 좋을까. 제가 모시는 분이에요. 후훗. 뭔가 모르게 신기하죠? 실제로도 시라카와와 카와자토는 '강'과 연관이 있기도 하고요. 그 부분은 아무래도 가문에 대한 이야기가 되기 때문에 생략할게요."
너무 자세하게 들어가자면 카와자토 가문이 요괴라는 것도 말해야하기에 그는 일단 말을 아꼈다. 물론 아오이는 신이고, 요괴에 대해서 알고 있겠지만, 유우키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정말로 가볍게 넘겨버리면서 그는 이어지는 아오이의 말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조심스럽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인과 시종이요?"
자신과 그녀가 아니라 그와 그녀 사이를 말하는 것일까? 그렇다고 한다면... 대체 누가 주인이고 누가 시종이란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아오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실례지만, 누가 주인이고 누가 시종인가요? 아카가네 일가도 카와자토 가를 모시는 가문인가요?"
경직된 살갗 위로 미끈한 갑각질의 감촉이 스쳐 지난다. 뺨을 타고 목을 휘감듯 둘러지던 기관이 그제서야 거두어진다. 이어서는 무언가를 짤깍거리며 부딪치는 듯한, 형언키 어려운 소리 어둠 속을 울린다. 신이 표정 없는 벌레의 낯으로 거리낌 없이 들이웃은 것이다. 무엇을 하는지조차 짐작하기 어려운 괴음이 그렇게 울리길 한참.
달 가린 구름이 미미하게 걷힌다. 가까스로 떨어진 달빛 한 줄기 둘 사이에 내리쬔다. 불 꺼진 무대에 쏘아진 각광처럼, 시계視界가 트인 유일한 자리. 가느다란 그 빛 아래로부터 여자의 두 손이 천천히 뻗어져 나온다. 시작은 손끝. 손가락. 손바닥. 전완의 여린 피부와 팔꿈치. 류지의 얼굴을 향해 점점 더 가까워진다. 온화穩和하면서도 맹렬하게, 먹잇감의 숨통을 끊듯 나아가―
손이 닿도록 가까울 즈음에는, 마침내 익숙한 붉은 머리칼 지닌 인형人形의 얼굴이 빛 아래 모습을 드러내었다. 흐린 빛에 젖은 얼굴은 구성없이 창백하다. 공간을 빽빽하게 채웠던 수천 개 발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았다. 돌연한 정적이 오히려 괴괴했으나, 신은 아랑곳 않고 손을 내뻗어 기어이 어린 말엽의 뺨을 감싸쥐려 했다.
"보아라. 그토록 바라던 안온을,"
감히 고개 돌리지 못하도록. 오로지 제 주만을 응망하도록. 뺨에 닿았을 손 분명 부드럽건만, 뭉툭한 손톱 끝이 살을 파고들 듯 날 선 것만 같다.
평범하게 고시엔을 꿈꾸고, 타인에게 친절하고, 의젓한 형 사토 레이지는 그런 인간 이었다. 그런 형이 변해버린 것은 고등학교 2학년 시절, 나와 형이 아버지를 따라 아야카미쵸를 나와 도시로 갔을 때 였다. 형은 무언가에 홀린 듯, 사람이 바뀌기 시작했고. 점점 질 나쁜 무리와 어울려다니기 시작했다. 나의 형은 준폭력단 이라는 무리를 이끌었고, 형에 대한 안좋은 소문은 점점 퍼져나갔다. 아마 아야카미쵸에도 퍼졌겠지_
아무튼 상냥하고 의젓하던 나의 형이 바뀌어버린 이유, 지금 나에게 닥쳐오는 비일상의 근원 어쩌며 나 역시 바뀌어버릴 수 있다는 증거. 내가 궁금해하던 모든 이유가 눈 앞에 있었다.
이 어둠속에서도 선명하게 반짝이는 적발을 살랑이고, 오묘한 눈웃음을 지으며 조금씩 더 가까워진다. 나를 너무나도 간단하게 찢어버릴 수 있는 그 손끝이, 손가락이, 손이 점점 나의 얼굴을 향한다.
나는 그저 그 무기력함과 공포에 절망하며 어느새 눈동자에 차오른 눈물을 흘리며
나의 혈족들이 해왔던 것 처럼, 똑같이 반응 할 수 밖에 없었다.
"야마후시즈메님 도와주세요___"
그렇게 채념한 순간 앞으로 내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이 순간에 하나 확실히 알게 된게 있다면 미쳐버린 나의 형 역시, 싸움터 안에서 피투성이가 된 체, 나와 똑같이 읊조렸을 것 이라는 미묘한 확신이었다.
아름다운 해변 속속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자이언트 코즈웨이 해변, 몰디브 해변, 캘리포니아, 파파콜레아…. 그렇지, 아이슬란드의 요쿨살론도……. 길어지는 상념이 작은 파동에 끊겼다. 어둠의 푸르름이 담겨 본래보다 새파랗게 빛나는 눈이 아야나를 향한다. 실상 한 바퀴 돌기에 여긴 내게 너무 좁은 무대지. 하나 구태여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함구한다. 대신 물살을 가르며 아야나를 따라갈 뿐. 시원한 바람결이 뺨을 할퀴고 지나갔다. 차게 식은 뇌는 이성을 끌어오지만, 달밤은 감성을 끌어온다. 스미레는 높낮이 부재한 어조로, 숫제 지나가는 날씨를 묻듯 질문을 던진다.
"사쿠야 선배님 포목점에도 방문해서 옷 치수를 맞췄사와요~ 거기가 어디였지? 토코요? 그런 이름이었사와요! " 라고 덧붙이며 헤실헤실 웃는 모습은 분명 거짓이 아니다. 진실이 담겨있다. 다만 무언가가...무언가가 이상하다. 무언가를 모르는 채 이런 일이 있었다고만 이야기하는 느낌? 그냥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 으로 "알고 있는" 느낌? 이게 구체적으로 무슨 느낌인지는 스미레만이 알 것이다.
카와자토 아야나의 기억은, 조작되어 있다.
"스미스미 선배님도 사쿠야 선배님을 아시는 것이와요? "
죠세 사쿠야 를 아느냐 고 물어보는 것은 필히 사쿠야 선배님을 아는 것이렸다! 단순한 생각으로 헤실헤실 웃으며 물어보는 아야나였다.
이것도 구체적으로 중요한 설정은 아니라 지금까지 말한 적은 없는 이야기인데, 시트를 처음 만들 때부터 류지의 선조 할아버지는 사실 야마후시즈메를 두려워했을 거란 설정이... 있었거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 절묘하게 통할 줄이야.... 기쁨의 오타쿠 미소😏😏😏😏
>>248 원곡 pv 일러스트도 아주 예술이니까 꼭 봐주기😎 마음에 들어해준다면 나도 고마워 헤헤헤
어찌됐든 카와자토는 요괴의 일가니까, 「인간」인 쪽의 나를 배려한다고 저렇게 얼버무려서 말을 정리한 것일까. 조금은 짓궂은 마음을 품고 언젠가는 물어볼 수 있으려나, 하고 일부러 여지를 남겨놓는 소리를 해보았다. 자, 「인간」인 내가 이렇게 묻는다면 너는 어떻게 반응할까 하고 말이다.
"?"
곧 이어지는 말에는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이 조금은 시큰둥한 얼굴로 시라카와 유우키를 마주볼 수 밖에 없었지만.
자신이 주인이라고 말을 하는 아오이의 말에 유우키는 무슨 말을 하냐는 듯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카와자토 일가의 아가씨를 시종으로 두는 이라니. 엄청난 재벌가인가? 싶기도 했지만 아카가네라는 재벌가는 자신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유우키는 말을 아끼면서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아오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합의하에 한... 그러니까 일종의 장난이나 놀이 같은 계약인건가요? 그거?"
물론 한가지 가능성이 더 있긴 했다. 이를테면 신이라던가. 혹은 더 강한 요괴라던가. 하지만 그것까지 굳이 캐묻진 않으려고 하며 유우키는 자신의 앞머리를 손으로 천천히 정리했다.
"아니. 그게... 시종이라고 하기엔 그때 슬쩍 봤는데 일방적으로 놀림받고 장난을 당하시는 것 같아서..."
물론 자신도 자세하게 본 것은 아니었으나, 자신이 본 광경은 자신이 모시는 아가씨가 일방적으로 눈앞의 선배를 괴롭히는 광경이었다. 물론 괴롭힌다기보다는 그냥 장난을 치고 까부는 것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어 그는 적당히 혼자서 납득하려고 하며 살며시 고개를 아래로 숙이며 말했다.
"아무튼 아야나님이 악의를 가지고 하는 행동은 아닐테니... 귀엽고 예쁘게 봐주셨으면 해요. 선배. 후훗. 뭐, 너무 피곤하거나 곤란하게 하면 저에게 얘기해주셔도 되고요. 그렇다면 제가 나중에 조용히 얘기를 해볼테니까요. 하지 않는 방향으로요."
제 처지 하나 자각 못 하는 천진함에 얼이 빠지면서도 무심결 조소가 인다. 마냥 모른 채로 굴기엔 심심찮고, 역으로 본색을 탄로 내자니 뒤에 올 수습이 귀찮았다. 여태도 제 무리의 시선은 저 보라색 공을 향해있으니 관심 꺼질 즘까지 가지고 놀았다간 기어이 몸통에 바늘 수십 개는 꽂혀야 끝 날 성싶음에, 공을 깨무는 시늉하며 마냥 고민만 거듭했다. 언제부터 요괴 따위의 안위에 관심을 뒀냐마는, 뭣도 모른 채 놀잇감 행세나 하고 있는 순진함이 외려 동정을 낳았다.
"미야비, 라이터 없지?"
끄덕이니 공 갖고 일어섰다. 화장실로 가 세면대 넘치게 물을 담았다. 너머로 흘러 구둣발에 채이기 시작하면, 손에 쥔 것을 아래로 넣어 놔준다. 물먹어 꿉꿉한 소매에 괜스레 부아가 나선 아픔 느끼기 직전까지 꾹 찌르고 손 거뒀다.
똘망똘망하게 눈을 뜨는 모습이 제법 귀엽다. 가만히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뜨는 것이 이곳의 상황을 확인하려 하는것 같다. 조용히 두리번 거리던 푸른 눈동자는 이내 곧 나기를 향한다. 후히히 웃으며 탱 탱 탱 화장실 바닥으로 통 통 통 튕겨나가듯 떨어지다가, 곧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예쁘장한 인간 소녀의 모습으로.
"쨔자잔! 학생들의 수호천사 아야나님인 것이와요. 그런데 저의 모습은 왜 궁금해지신 것이와요? "
냉기에 극도로 강한 게 인어다. 헌데 척추를 타고 흐르는 이 한기는 무어인가. 창백한 뺨에 핏기가 슬몃 가신다. 묘한 느낌에 눈을 가느다랗게 뜨던 스미레가 의구심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하고 이상을 감지한 그때. 머리채 끄트머리가 삐죽 설 만큼 소름 한 줄기가 머리끝부터 발끝으로 추락했다. 입매를 꾹 다문 채 즐겁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 아야나만을 물끄러미 응시한다. 그것밖에 행동할 수 없었다. 확장된 동공이 찰나이나 영원처럼 흔들렸다가 한차례 몰아친 밤바람에 냉정을 되찾았다. 내버려 둬. 누군가 귓가에 속삭였다. 건들지 마. 한 번 더, '인어'가 말했다. 스미레는 태연을 가장한 낯으로 웃었다.
"같은 반이니 단연. 왠지 죠세와 아는 듯하여 물어봤어. 별다른 일은 없었고? 죠세가 네게 뭐라던?"
미소 지은 입매와 상반되게 휘어진 눈꺼풀에 감춰진 눈은 차게 가라앉아서.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조작을 건드리거나 깨트리지 않도록.
"오이잉? 별 일 없었사와요! 그냥 포목점에 가서 옷을 맞춘 게 다인 것이와요. 별 말 하신 것 없는 것이와요. "
이번에도 그녀는 아까와 똑같은 식으로 말하고 있다.
"진짜인 것이와요~ "
후히히 웃으며 스미스미 선배님에게 다가가 요 수면 아래에서 움직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이 아닌 요괴. 이정도야 얼마든지 쉽게 움직일 수 있다. 쫄래쫄래 스미스미 선배님을 향해 수영해 움직이는 모습은 영락없는 개구리 수영이다. 카에루족 티를 어디 안 벗어난다고 딱 그 모습이다.
"스미스미 선배니이임, 아야나 스미스미 선배님 무릎베개 해도 되어요? "
"슬슬 지치는 것 같사와요~ " 라 덧붙이며 물 위에서 파닥거린다. 아, 진짜로 지치는 건 아니고. 그냥 무릎베개가 하고 싶었다. 그런데 진짜로....
사쿠야 선배님에 대해선 왜 물어보시는 것일까? 사쿠야 선배님에게 뭔가 있으셔서 그러신걸까? 모르겠다. 무릎베개나 하자. 지금은 아무 생각 없이 있는게 좋을 것 같다.
정말로? 정말 그래? 마치 누군가 그러라고 입력한 것을 그대로 출력하는 기계가 된 것 같았다. 의지도, 영혼도 없는 고철 덩어리. 거기서 스미레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무력감이 물밀듯 밀려온다. 물에서 숨 쉬는 인어임에도 꼭 익사라도 할 것 같았다. 우스운 일이지. 허나 스스로의 처지를 비관하는 것은 여기까지. 고작 요괴 하나에 매달려서 인어의 명예를 저버리는 짓만큼 꼴사나운 일도 없으니까. 오늘도 스스로를 버리고 인어를 택한 스미레는 귓전을 때리는 속내들을 목청 뒤로 밀어 넣으며 기어이 웃었다.
“그러니. 그거 참… 즐거운 경험이었겠네.”
속도 모르고 무릎베개나 해달라 조르는 아야나의 작은 머리통을 보며 착잡한 심정을 내리눌렀다. 뭐가 좋다고 그리 헤실 거리며 웃니. 너, 지금 무슨 상황에 처한 건지는 아니? 바보 같은 계집. 흠결 없는 미소는 아야나가 뒤를 돌면 금이 갔다. 입술 안쪽 여린 살을 짓이기며 정신 차리라 스스로를 일갈한 스미레는 평소와 같은 낯으로 이리 오라 손짓한다.
“우리 어리광쟁이. 지치면 해주는 이 스미레도 참.”
물 속에서 부유하며 아야나를 끌어안고 무릎베개를 해준 스미레는 영영 꺼내지 못할 말을 속으로 되짚고 되뇌었다. 닿지 못할 말이 닿기를 바라면서.
후히히 웃으며 물 속에서 무릎베개를 받고 있는 것은 제법 재밌는 경험이었다. 제 앞의 선배가 무슨 심정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아야나는 헤실거리며 스미레를 올려다 보았다. 달빛 아래 저를 내려다 보고 있는 스미스미 선배님은 정말 아름다우셨다! 특히 저 눈, 저 눈이 무척.....
"예뻐요. 선배님. "
헛, 내가 무슨 생각을. 스미스미 선배님에게 뭔 얘기를 하는 거야! 잠시 고개를 도리도리 젓던 아야나는.....
"스미스미 선배님. "
헤실거리며 무릎에 가만히 머리를 벤 채, 올려다본 채로 아야나는 그대로 스미레를 향해 물었다.
놀이라니!!! 놀이라니!!!!!! 놀이라니!!!!!!!! 신과 하는 무시무시한 언약을 두고 감히 놀이라고 했어 지금!!!!!!!! 그러나 신인 걸 밝힐 수도 없는 노릇이라서 어찌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니. 그게... 시종이라고 하기엔 그때 슬쩍 봤는데 일방적으로 놀림받고 장난을 당하시는 것 같아서..."
"..."
"........그, 긋, ㄱ,ㄱ,그그그긋 그으 그렇게에 놀림받고 괴롭힘 당하는 것처럼 보였어...???????? 그럼 도와주지... 왜 그걸 멀리서 방관이나 해서..."
왠지 모르게 억울해져서 급기야 싱싱미역을 건들려서 눈에 가득찬 눈물을 뚝뚝 흘리고 말았다... 블─랑─의 점원도 그렇고 눈앞의 이 집사?도 그렇고 요즘 것들은( 특히 신과 요괴와 강하게 인연이 묶인 것들은 ) 원래 이렇게 남의 불행을 모른 척 하는 데 이렇게나 도가 튼 걸까?????? 이딴 게 요즘 것들의 예절정신???????? 과거의 철저한 예의작법을 그리워하는 한편... 나는 눈물을 훔치려 하고는 고개를 아래로 숙이는 유우키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 했다.
"유우키, 내 말 명심하고 들어..."
정신이 아득해지는 노빠꾸 요비스테는 일단 무시해주고!!!!!!
"네가 모시는 아가씨는 조만간 한번 강하게 예절 교육을 시켜줄 필요가 있어..."
"아주 강한, 아아주 강한, 넋이 빠질 정도의 혹독한 예절 교육을 말이야... 가까이서 지켜봤으니까, 내 말 믿어도 좋아."
가까이는 개뿔. 얼마나 캇파에게 관심이 없었으면 유우키의 존재도 몰랐지만.
"그 높은 카와자토 가잖아? 이대로면 네 아가씨, 예禮를 따르지 못한 죄로 언젠가 봉변을 당할 거야... 아니면 이미 당했거나. 뭐어, 나는 모르지."
"제가 거기에 끼이면, 그거야말로 선배의 프라이드에 더욱 상처를 낼 것 같았거든요. 정말로 심했고 악의적인 행동이었다고 한다면, 말리긴 했겠지만요."
어디까지나 가볍게 장난을 치는 것 같아보였기에 유우키는 차마 그 현장에 끼일 수 없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거기에 끼여서 도와주고 구해줬다고 한다면 과연 이 선배는 정말로 괜찮다고 넘길 수 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유우키는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그래도 다음에는 경우에 따라선 조금 도와줄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미소를 지었다.
한편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에 유우키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귀를 기울였다. 강하고 넋이 빠질 정도의 예절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는 그 말에 그는 가만히 아오이의 눈을 바라봤다. 이 선배. 생각보다 쌓인 것이 많구나.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그는 아오이의 말이 끝나자 싱긋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어느 정도 참작은 하겠지만... 명심까지는 글쎄요. 저는 카와자토 가를 모시는 사람이어서."
즉, 어느 정도 부탁으로서 받을 순 있으나 지시는 따르지 않는다. 나름대로 그가 긋는 선이었다. 일단 어느 정도 생각을 해보겠으나, 그 말 그대로 해줄지는 또 별개에 가까웠다. 정말로 일방적이고 악독한 괴롭힘이라고 한다면 조금 진지하게 나서겠으나, 일단 자신이 본 것은 그냥 좋아서 하는 장난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기에 더더욱.
"일단 아야나님에게 악의가 없다는 것은 사실이에요. 그 분은... 애초에 누군가를 싫어하는 것을 하지 못할 분이거든요. 물론 장난이 가끔은 짓궂기도 하고, 때로는 조금 곤란할 때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진 말아주세요. 아니면..."
유우키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아오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당신은 아야나님이 정말로 싫으신가요? 지금 대하는 행동이 정말로 짜증이 나고, 정신을 빼줘야 할 정도로 마음에 안 드시나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제가 어느 정도 진지하게 말을 해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정말로 싫어하는 이에게 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더 이상 장난이 아니라 악의적 괴롭힘이니까요."
카와자토 아야나의 눈은 지극히 동그랗고 너무 새파랬다. 먼지 한 톨 숨 쉴 수 없을 만큼, 지독하게 맑았다. 아야나의 눈을 마주할 때마다 먼지가 되어 질식할 것 같다가도 뇌 속이 깨끗이 청명해지기도 했다. 대부분은 후자였지만, 오늘은 끝내 전자였다. 낮때의 일에서 비롯한 염증 같은 죄책감. 그건 스스로가 결국 자신이 아닌 일족을 택하리란 사실을 사무치게 아는 탓으로, 이것은 비로소 카와자토 아야나를……. 아야나를 버리는 선택이 된다. 웃는 낯을 유지한 스미레는 고요히 대꾸했다.
“알아. ‘이건’ 바다의 귀보니까.”
짐짓 오만으로 비춰질 수 있는 발언. 그러나 어디까지나 일족의 눈에 한정되어 거기에 일말 스미레를 대상으로 한 칭찬으론 전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자랑스러운 것. 어쩌면 끔찍이도 전체주의적인.
스미레는 등을 기댄 수영장 벽이자 바닥 위로 턱을 괴곤 아야나를 고요히 내려다본다. 여전히 푸르른 눈이 저를 올곧게 향하여 양심까지 쿡쿡 찔러왔다.
밤 바람은 물의 주민들에게 적절하게 서늘하고, 달빛은 어여쁘게 녹아내린다. 그래서였을까, 그래서 이 자그마한 캇파의 마음도 녹았을까. 지독하게 맑은 눈을 빛내며 순수하게 진심을 토해내는 태는 저와 어울리지 않는 순백. 스미레가 죠세에게 어떤 발언을 하고 왔는지 알아? 안다면 너 이럴 수 없을 터다. 가라앉은 청보랏빛 눈 뒤로 엉킨 속내들이 이지러졌다. 와중 제 팔이나 만지작대며 귀엽게 고백이나 하고. 어찌할까. 아야나의 낯 위로 둥글고 어렸던 캇파의 모습이 겹쳐졌다. 스미레는 조심스레 손을 뻗어 핏기 없는 엄지로 아야나의 앞머리나 쓸어올리며 온전히 드러난 벽안을 응시한다. 이것은 순수하고 용감히 고백해온 당신께 지키는 일종의 예.
“넌 늘 스미레를 좋아해줬지. 그것에 대해 일언반구 없었으나 감사함 잊어본 적 없어.”
허나.
스미레는 손을 틀더니 검지로 아야나의 희고 고운 이마를 꾸욱, 가볍게 누른다.
“그 마음 받기에 과분해.”
이어 싱긋 웃으며 덧붙이는 농조 가득한 첨언.
“덜 여문 아이 잡아먹기에 아직 일말 양심은 살아있단다.”
/ 나도 사실 ......아야나주인 건 눈치챘어..... 스미레일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ㅋㅋㅋㅋㅋ 고백하는 아야나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눈물났지만 아야나는 내게 너무 말랑아기라서......... 🥹
신난다! 하면서 그 길로 요괴의 모습으로 돌아와 스미스미 선배에게 안기는 아야나. 조그마한 모습은 영락없는 아이와 같은 유년체다. 이 달밤에 누가 들어오면 어쩌려고 요괴의 모습으로 안긴 모습은 정말이지 천진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당연한게, 연못 밖으로 완전히 나온지 이제 5년 밖에 채 안되었는걸. 인간의 모습만 고등학생 여자아이일 뿐, 누가 이 아이를 [ 성숙하였다 ] 라고 볼 것인가?
신은 모른다. 정도 이상의 공포에 질린 인간이 어찌 부서지고 마는지. 아니, 사실은 알고 있다. 신의 격이 위태로워질 만큼 잔혹했던 행적을 통해 수도 없이 보아 왔으니. 그간 이 손으로 수도 없이 이뤄낸 자랑스러운 위업이 아니던가. 하지만 그렇기에 부수지 않고 짓누르기만 하는 일에는 익숙지 않다.
신이한 웃음 짓던 낯에서 점차 표정이 사라진다. 무신의 고개가 비뚜름히 기울어지며 어린 것을 응시했다. 뺨을 타고 흐른 눈물이 손을 온통 적시고, 입으로는 숭앙의 말 끝없이 흐른다. 이는 신이 바라마지않던 행동이었으나……. 저 어린 것이 원했던 것보다도 무르기 그지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순수한 힘으로도, 정신으로도, 조금만 더 압박을 가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어질 것만 같은 낌새가 선연하다. 이에 무신이 단단히 붙잡은 손을 바짝 당겼다. 두 안면이 서로 맞닿기 직전이다. 일렁이는 녹색 시선이 눈물에 젖은 눈동자를 잡아먹을 듯 덮쳤다.
"너는 망령妄靈을 두려워하여 내게 빌었지. 다른 누구도 아닌 이 야마후시즈메에게 말이다. 그렇기에 그 위름 나의 방식으로 거두어주려 하거늘, 이제 와 받들지 아니하려 드느냐?"
받들어 모두 맡긴다면 더는 두려울 것 없을진대.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 숫제 효후에 가깝다. 하지만 그러한 낌새조차도 곧 가라앉았다. 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듯한 인간에게 당장 무엇을 해 주랴. 지금 상태론 무엇을 해도 무용이리라.
쯧. 이제는 습관이 된 혓소리 한 번 내고는 뺨 그러쥔 손을 놓았다. 한데 류지를 풀어주는 대신 신이 갑작스레 행한 것은, …느닷없는 포옹이다. 소년의 등 뒤로 한 팔을 두르고, 남은 손으로는 뒷머리를 끌어당겨 품에 안으려 들었다. 이 녀석의 선조 된 어린아이에게 그러했듯.
신은 인간을 죽이고 괴롭게하는 방법만을 알 뿐 안정시키는 법은 모른다. 하지만 무신의 역사에서 피 튀지 않던 몇 안 되는 기억 속의 장면이 불현듯 말하길, 귀찮게 보채고 울어대던 것을 어르고 안아 주면 조금은 얌전해지곤 했다고.
어렸을 때, 지네의 모습을 본 적 있다. 항상 몸을 꿈틀거리며 수 많은 다리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거나 먹이를 놔주지 않으려하며 포악하게 굴던 그 갑충의 모습은 매우 인상깊었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자신의 새끼를 보호하듯 몸으로 말아 끌어안고 있는 어미의 모습일 것 이다.
악령에 사로잡혀, 미련에 휘감겨 비일상에서 발버둥 치고 안배를 구걸하다 끝내 현실에 도달하여 미칠 것 같은 나를 카가리는 끌어안으며 다독였다
내 기억에 남은 지네의 모습과도 같은 그것이 무척이나 안심이 되어 뿌리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그저 안긴체 눈물만 흘려댔다
" 야마후시즈메님 .. "
우린 야마후시즈메님을 섬기고... 제물을 올리고..기도를 하고.. ....아니
"카가리, 이제 괜찮으니까.. 놔줘, 민망해"
설령 카가리가 신이 맞다고 한들 나는 이 일상 속에 스며든 비일상의 사이에서 사토의 아이가 아닌 류지로서, 카가리를 보필하면 되는 것 이겠지.
어쨌든 카가리와 류지의 일상은 굉장히 흥미롭게 잘 보고 있었다...😏 신앙받음인지 모성애인지 소유욕인지 적을 깔아뭉개는 무의 화신의 것인지 모를 태도를 보여주는 "진짜" KAMISAMA 카가리와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위태롭게 오가며 속절없이 무너져내릴 것 같으면서도 어떻게든 이 악물고 제 자신을 유지해보고자 하는 류지
사실 드립이나 농담이 아니라 "찢어죽여주마"는 진짜로 본인 딴에는 류지를 위한 말이 맞긴 했어👀 지금처럼 약해진 상태에선 정신에 간섭해서 짜잔 환각 나아라~하는 식의 해결책은 못 쓰니까, 일부러 자기한테 집중하게 한 거였거든. 근데 그 집중하게 하는 방법이 상당히... 응...... 순수하게 본인 성격 문제로 폭력적이게 나온 거 맞다...🤦🏻♀️
그리고 애정이 있다고 해도 본인의 이기심이 더 앞서기도 하고, 앞에서도 말했듯이 인간의 사랑이나 가족 관계랑은 기준이 달라서 말이지. 야생에서 동물들은 기본적으로 자식을 독립시킨 뒤부턴 부모자식 관계일지라도 애정을 끊고 서로 적대하거나 경계하는 경우가 많거든. 그런 관계로... 이런저런 이유가 다 뒤섞인 행동인데 지금은 머리가 피곤해서 딱딱 정리가 안 되네🥲 자고 일어나서는 될 것 같은데...
카가리가 자신이 야마후시즈메다 라고 밝혔을 때 류지가 어떤 식으로 반응해야 제일 맛있을까 라고 생각해봤는데 역시 인간의 상식을 초월한 것을 마주했을 때의 공포와 형과 자신이 이상해지는 원인을 알아냈을 때의 허무함을 섞어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사토 가문과 무카이 카가리 와의 끈질긴 인연과 숭배, 그리고 무신에 대한 두려움 역시 살짝 표현하고 싶었어요 무신의 피로 미쳐가는 레이지 마저도 싸움 끝에는 야마후시즈메에게 기도를 올린다는 걸 묘사했는데 이게 잘 전달 되었을지는 모르겠네요
카가리의 찢어죽인다는 발언에 류지는 공포를 느끼긴 했지만 상대방에 대한 무조건적인 두려움 보다는 환상에서 깨어나 카가리에게 집중하는 효과가 더 클거에요 나중에 카가리가 그런 말을 했었지, 라고 떠올려도 그 환상에서 자신을 끌어내기 위해 한 말이구나 라는 걸 눈치 챌겁니다.
지네의 모성애에 대해 묘사한건 최근 카가리 연구를 위해 유x브에서 지네 영상을 많이 본 효과! 지네 특유의 그 오묘한 색감을 카가리와 연관지어 묘사하고 싶기도 하지만 이 부분은 카가리주가 더 잘하셔서.. (특히 촉각으로 류지를 더듬는 묘사 이후, 다시 인간으로 돌아와 손으로 류지를 어루만지는 묘사가 굉장했습니다)
어장에서의 봄이 끝나갑니다 어장의 모든 캐릭터들과 다르게 류지는 이제서야 아야카미의 시작선에 도착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류지는 공포게임에 나오는 고등학생들이 그러하듯 앞으로도 비일상과 일상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인간성을 유지했다가 가끔 무신 모먼트가 터져나오고
카가리에게 도움을 구해 비일상을 이겨내거나, 자신의 근원에 대해 조사하거나 하겠죠 재밌는 일상이었습니다!( 아직 막레는 한참 남은 듯 하지만)
>>491 헐 자식을 찾아간다 저 이거 완전 찰떡인 노래 아는데 내일 오시면 들고 올게요🤤🤤🤤🤤 ( ❓❓❓ )
더 불?건전? 피?폐한 루트 ← 이쪽도 스레 끝나기 전까진 반드시 풀어주고 가 라 앗 피폐에 목마른 나
잘자라
>>493 상세한 후기에 내가 다 행복해지는군 결과적으로 형이 이상해진 게 다른 무엇도 아니라 「신」이라는 「반칙」이 개입해서 그런 것이라는 사실에 류지는 허무감을 느낀 것이려나. 신이라는 반칙은 일단 절대적으로도 느껴져서 도무지 헤쳐나갈 길이라곤 보이지 않으니까. 그런 반칙에 의해 류지는 자신마저도 그런 꼴로 변할까봐 두려움도 느낀 거지... ( 점점 적폐로 흘러들어가는 중 ) 그나저나 지네 영상까지 찾아봤다니 대단하잖아 😮😮😮 난... 지네 영상까지는 못 봐... ( ??? ) 아무튼, 류지에게도 꽤나 전환점이었던 일상 같은데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도 괜찮겠지. 👏👏👏 그나저나 비일상을 이겨내기 위해 "카가리의 손을"... 이거 뭔가 굉장히 뭐라 표현할 길이 없구만🥴
문득 짧았던 어느 시기의 기억이 떠오른다. 끔찍히도 약하고 느리던 것. 터럭마저 연약하여 제풀에 가죽이 벗겨질 것만 같던 무른 소생. 그것이 끝내 도태된다 한들 그 또한 이치라 생각하면서도, 죽기를 바라는 마음은 가진 적 없다. 늘상 다 큰 정남이 나약하게 군다며 물어뜯기는 하지만, 까마득하게 묵은 무신의 나이로 보면 결국 열일곱을 먹건 팔십 세가 되건 어린 것은 어린 것이라 답지 않은 짓 많이도 하게 된다. 스스로 여기기에도 명확하지 못한 기준이란 사실 안다. 아마 그래서이리라. 놓아달란 말에 순순히 팔을 풀고선 왠지 모를 뚱한 표정 짓게 된 것은. 무신은 드물게도 겸연쩍은 기분이란 것을 느끼고 있었다. 스스로는 그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었지만. 쑥스러운 사람이 으레 그러듯 신은 이내 아무 이유도 없이 꼬장을 부렸다. 뾰족하게 난─그러나 고작 인간의 것밖에 못 되는─ 이로 류지의 머리통을 제법 아프도록 꽉 깨물려 든 것이다. 한 번을 그러고 난 뒤에야 물기도 껴안기도 모두 놓아 주었다.
"하, 진정 주요한 소간은 따로 있건만 이야기가 어찌 이리 흐르는지 원."
투덜거리며 무신은 한손을 제 얼굴 언저리에 가져다대었다. 무엇을 하려는지 짐작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됐다 됐다, 그렇게까지 말한 이상 이건 그냥 「싫다」라는 뜻이네. 싫다고 생각하면 굳이 하지 않아도 좋아. 네 아가씨가 장난을 치듯 이건 내 쪽의 장난이었으니까. 놀아주는 거야. 보면 알잖아? 「잘 부탁드린다」고 한 건 네쪽이었으면서."
굳이 말하면 집사가 말한 말은 「싫다」보다는 훨씬 완곡한 의사였지만, 일부러 강한 말을 고르면서 나는 손을 휘휘 저어보였다.
"나 화과자 그냥 받은 거 아니고, 이런 거 받으면 제 값은 하는 주의라서. 네 쪽의 아가씨가 미울 정도로 싫은 것 같으면 이런 거 받지도 않았어."
애초에 누군가를 격렬히 미워해본 적도 없다. 그래서 솔직히 말해, 아야나님이 싫습니까 하고 말하는 집사의 말은 차라리 별세계의 이야기에 가깝게 들려왔지만...
"그래도 말이야, 반쯤은 진심이었어. 예절 교육 얘기."
"네 아가씨 그렇게 안온한 온실에만 있는 거 아니니까. 아가씨가 그렇게 모셔야함직 하면 조금은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게 어때? 아, 이건 대애충 화과자 사분지일 값이랑 시종을 생각하는 주인의 마─음으로 친 거니까. 「잘 부탁드린다」 그렇게 말했으니까 여기까지 말해주는 거야."
아아, 이래서 지나치게 올곧은 것들은 상대하기 별로다. 자칫하면 이쪽에서 말려든다니까. 그런 생각을 숨기면서 뭇 위정자의 뒤편에 있었던 신은 속으로 쯧 혀를 찼다.
게슴츠레 뜬 눈으로 끝끝내 마지막 심술 다 부리고서는 곧장 원래 하려던 행동 마저 하려고 했다. 그는 얼굴 가까이 가져온 손으로…… 아, 그런데 이제 보니 불은 켜야겠다 싶다. 조금 전까지야 류지 녀석이 갖은 공포에 시달리는 중이었으니 그럴 계제가 아니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지금은 제 손에 있는 것 무엇인지 눈으로 보아야 할 테니.
신이 행하고자 하자 손 대지 않고도 절로 불이 켜진다. 밝아진 카페 안 풍경은 평소와 다를 것 하나없었다. 괴괴하게 범벅이 되었던 손자국도, 커다란 벌레가 기던 흔적도 일절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일상의 모습. 무신은 그 평화로운 장소 한가운데서 돌연 괴이한 행동을 시작했다. 인간의 관절이 허하는 최대한의 범위까지 입을 크게 벌려 그 안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그대로 끄집혀 안에서 딸려 나오는 것은, 첨예한 독충의 이빨이다. 인간 태態의 안에는 다 들어가지 못할 만큼이나 거대한 그것이 자연스럽게 꺼내졌다. 무신은 멈추지 않고 그것을 당겨낸다. 바깥으로, 본래의 반대 방향으로 꺾어──
뚝.
힘을 버티다 못한 이가 기어이 부러지고 말았다. 깨끗이 닦아 둔 바닥에 혈액 몇 줄기 후드득 쏟아진다. 떨어지는 피의 색은 이질적이게도 푸르렀다. 이내 완전한 인간의 모습으로 형상을 갈무리하자 입가에 흐르는 피도 붉게 변했다. 턱을 타고 흐르는 핏줄기 닦아내고는 입 안에 흐르던 것도 대충 삼킨다. 신이 류지의 손에 사해준 것이란.
"내 독니다."
뿌리만 해도 인간의 팔뚝보다 긴 그것이 점차 크기가 줄어들어 간다. 끝내는 손 안에 간신히 들어갈 정도가 되자 그것을 직접 손 안에 쥐여주려 했다.
"네 힘만으로 항거할 수 없는 기사奇事가 벌어질 때엔 이로써 찌르거나 베어라."
인간이 구원을 바랐기에 신은 후손이 스스로 자신을 구할 힘을 주기로 하였다. 이 또한 무신의 종소원이니.
여기서 tmi! 흔히 지네에게 '물렸다'고들 표현하지만 엄밀히 말해 지네에게는 독니가 없다! 우리가 이빨로 알고 있는 그 부분은 다리가 변해서 생긴 기관이거든. 그래서인지 정식 명칭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는 '턱다리'나 독발톱 정도로 부르는 것 같아. 진짜 입과 이빨은 그 다리 안쪽에 있지만 그걸 인간 형태에 정확히 적용하기에도 애매해서 편의상 독니라고 칭했어~
물빛은 어린애처럼 천연덕스러운 맛이 있었다. 시선은 올곧았고 뺨에는 근심 한풀도 보이지 않는다. 넉넉히 사랑받고 자란 낯이었다. 겁없는 웃음에 단정했다. 아마 짧은 생을 영위하는 동안 어떤 치기도 쉬이 용서받았을 것이며 저 무구한 낯짝을 염려해 필히 손 내밀어 줄 이 또한 존재했을 테다. 당연하게도 속단에 불과했으니 예상이 엇나감에 판단을 정정할 책임 또한 전무했고, 그냥 그렇게 여기기로 했다
뒤이은 소개말에 마냥 웃기나 했다. 수습을 떠맡긴 막무가내가 괘씸해서 화라도 뒤집어 씌울 심산이었으나, 발랄한 표정에 뜻 없이 마음이 풀린다.
"미야비 불쌍해서 어쩌지. 내 성급함에 수호천사만 잃었네."
짧은 걸음을 좁혀 이마에다 딱밤을 놓는다.
"천적을 가만둘 순 없지. 난 오늘부로 악마로 전직할 거거든. 예쁜 여자만 골라서 잡아먹는. 여하튼 보자 보자.... 우리 개구리 아가씨는 십점 만점에 구점. 다 좋은데 성숙하지가 않아."
딱밤이 놓아지자마자 자동으로 소리가 나 요 으앙 이 선배님 짖궂어!! 하는 생각이 들자마자 이어지는 말에 아야나의 얼굴에는 물음표가 드리워졌다. 예쁜 여자만 잡아먹는 악마? 그건 또 무슨 뜻이지? 나중에 유우군에게 물어봐야겠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치마 주머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당연하다!!!! 평상시에 중요한 것들은 교실에 놓고 오거나 유우군에게 맡겨놓고 다니니까!!!!! 금품 같은거를 수호천사 모드로 하고다닐때 들고 있을리가 없지! 후히히 웃으며 아야나 눈앞의 소년을 향해 다가가 꼬옥 껴안으려 시도한다. 제 나름대로 [ 목숨값 ] 을 주는 셈이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야나의 허그ー로 대신하는 건 안되는 것이와요? "
"원하시면 그 이상도 된답니다ー? " 라 덧붙이는 말은 아무리 봐도 뭔 뜻인지 모르고 하는 말이 분명하다. 오이오이(cucumber cucumber) 잠깐만, 지금 뭔 말을 하는 것인지 알기는 하는 거냐고.
>>574 ㅎ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 짜릿하다....... 오싹하고 소름끼쳐서 너무 좋 아🤤
카가리라면 지금도 충분히 저럴 것 같지...? 일단 류지(와 류지 아버지)만 해도 자기 소유물이라 칭하고 있으니 류지의 자식이 생기더라도 아주 당연하게 언젠가 >돌려받을< 자기 것이라 생각할걸😏😏😏 간절히 바라기에 아량 베풀어서 너는 풀어줬으니 그 대신 자식을 주어야 하는 거 아니냐 하고 말이지...(오타쿠 웃음)
시험도 끝났다! 그렇다면 뭘 해야 하느냐? 파티다! 카와자토 가의 거실에는 지금 한창 카에루족 캇파 사용인들에 의해 파티가 준비되고 있었다. 비록 촛불이 꽂혀있는 딸기케이크와 딸기케이크모양으로 조각된 대리석이 준비되어있는 뭔가 이상한 파티이지만! 상관없다. 이곳은 인간들의 파티가 아닌 요괴들의 파티이니까!
하지만 이런 곳에서도 카와자토 아야나는 인간형을 고집하고 있다. 왜냐고? 원래 모습은 너무 작아서 테루의 시선과 같은 위치에서 케이크를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진짜 단순한 이유다.
"자~ 오늘은 저희들의 99점 기념 파티! 인것이와요! "
"와아아아~" 하면서 짝짝짝 스스로 자축하는 의미의 박수를 쳐 요 맞은편에는 당연하지만 테루가 앉아있을 것이다. 왜냐? 오늘은 우리 둘만을 위한 파티거든.
입 안에 비릿한 피 가득 들어차니 그 피가 제 것임에도 구미가 당긴다. 경외로운 기적을 베풀면서도 그런 생각 이나 하고 있단 사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다행이었다. 상처는 내버려둔다면 금방 복구되리라. 무신은 떼어낸 자신의 신체를 가리키며 덧붙였다.
"극독 서렸으니 다루는 데 주의하여라."
저것이 해 입힐 수 있는 범주에서 이 혈통은 이미 예외로 지정해 두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저런 것을 칠렐레 팔렐레 대충 들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니 '주의'라 함은 그 뜻이다. 앞에서 이미 말한 바 있듯 네 주변에 이상한 일 많다 말 꺼내었던 것은 전부 이 신물(神物)을 주기 위함이었다. 류지 녀석이 하도 부정을 하는 통에 지금까지 곡절이 많았지만, 무사히 끝나기도 했고. 그 용건 끝내었으니 이곳에서 더 남아 할 이야기는 없었다. 무신이 곧바로 휙 떠날 마음 먹을 찰나.
신에게 오르는 치성이 제법 두텁다. 그는 무뚝뚝한 낯으로 몸 돌린 채 류지를 가만 바라보았다. 그러다 입꼬리 슬몃 오른다. 미미하게 지어 보인 웃음은 드물게도 온인하였다. 신은 고아한 곡선 진 눈으로 제 혈육을 바라보며.
"오냐. ……시장하니 어서 상이나 차리거라. 이미 만식이로군."
여느 때와 다름없는 태도로 밥이나 달라고 말하는 것이다. ……뭐, 짧은 사이 많고 많은 일이 있었단들 관계는 여전할 듯 보이니 그걸로 괜찮겠지. 아마도.
>>658 사쿠야가 움직여야 움직일 것 같아 지금 스미레가 둘에 대한 생각이 사쿠야 << 인간에 대한 증오 어쩐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이래도 될까? 정말로? 아야나 << (해맑은 얼굴 봄).........얘를 어쩌면 좋지............. 이거라서 ;-; 지금 매우 혼란 그 자체 우유부단히 굴고 있어 그냥 나 어떡해야 돼 하면서 절 감.......나도 얘가 어떻게 움직일 지 모르겠어요 (널부러짐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도 있습니다만, 제 입장도 입장이기에. 그건 선배가 넓은 마음으로 이해를 해주셨으면 하는데... 곤란할까요?"
정말 말 그대로 한 존재를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치고, 자신의 삶 모든 것을 투자하는 그런 느낌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니었으나, 어쨌든 자신은 카와자토 가의 아야나를 모시는 존재이며, 외부인에게 제 주인에 대한 이러쿵저러쿵을 떠들 수는 없었다. 자신이 정말로 관계가 없는 외부인이라면 조금은 다른 말을 할지도 모르겠으나... 자신은 그렇게 말하면 안되는 입장이었으니까.
"하지만 너무 짓궂은 것에 대해서는 저도 어느 정도 말을 할테니까 그 부분은 부디 넓은 마음으로 받아주셨으면 해요. 선배."
한숨을 쉬는 아오이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유우키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미움받으면서 살지는 않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살짝 안도를 하지만, 그의 말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는 것은 있었다. 일단 조금 더 지켜보고 경우에 따라서는 조금 진지하게 진언을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는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괜찮다면 메신저 아이디를 알 수 있을까요? 제가 아는 바, 그 분은 선배에게 제일 짓궂어보이니... 혹시나 도움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연락해줬으면 해서요. ...라는 명분은 조금 이상할까요? 그냥 그 분이 그렇게까지 친근하게 대할 정도라면... 저도 선배에 대해선 조금 알고 싶어서요."
장난스럽게 메롱하듯 그는 혀를 살짝 내밀었다가 집어넣으면서 눈을 곱게 접었다. 물론 거절한다면 자신도 더 요구할 마음은 없었다.
"그리고... 영어 못해도 상관없어요. 저도 고전은 엄청 약하거든요. 솔직히 저번 시험도 어떻게든 반 이상을 맞춘 정도였고..."
“후히히히히 어떻사와요 테아쨩? “ “아야나가 테아쨩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딸기케이크 이와요~~~”
먹자마자 바로 굳은 테루를 향해 아야냐는 예와 같이 후히히 웃으며 물어보이려 하였다. 무슨 맛을 느끼고 있는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잘 준비한 것이겠지? 싶다. 조각상은 대리석으로 만드는 것이고 케이크 조각 음료수 조각 기타등등들도 다 대리석으로 준비한 거니까. 그런 의미에서 잘 준비해 온 것이지 않을까?
“자, 그런 의미에서 저도 한 입 먹어보겠단 것이와요. “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로 아야나는 눈앞의 진짜 딸기 케이크를 한입 먹어보이려 하였다. 음, 역시 맛있어! 정말로 맛있어. 잘 준비한 것 같단 느낌이 든다.
뭔가 조금 엉뚱하게 전달된 모양인데...... 뭐, 됐나. 화과자 값은 다 했고, 이 정도 선의면 베풀어줄 대로 베풀어준 거니까. 손을 딱 털기로 결심하면서 입을 딱 다물고 고개를 애매하게 끄덕이는 듯 기우는 듯 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나는 메신저어어? 얘기에는 미간을 좁히며 어버버할 수밖에 없었다...
"아... 으... 아, 아니... 이, 이상하고 어쩌고 하기 전에... 그... 메... 메신저어... 아, 아이디...? 가 대체 뭐, 뭔데...???"
그게 대체 뭔데... 핸드포온?과는 또 무슨 상관인데... 뭐야 몰라 무서워... 핸드폰하면 그건 알지. 전화를 하는 수단이다. 왠지 모르겠지만 모든 현대인이 필수 지참하고 있다. 그리고... 셀카아를 찍을 수 있다. 일종의 사진기 기능도 겸하는 셈이지. 그리고 또... 편지도... 아마도 보낼 수 있는 것 같던데....? 저 조그마한 것이 도대체 얼마나 되는 기능을 혼자서 떠안았는지. 아까 그 메신저어, 어쩌고 하는 것도 아마도 그런 기능 중... 하나겠지...?
"어, 어어어... 그, 그러니까 말이야... 나 말이지, 그 핸드폰이라는 것부터가... 내가 그게..."
...없는데...
개미만한 소리로 중얼거리면서 눈치를 보며 뺨을 긁었다. 헤헤... 하면서 괜히 어색하게 웃어본 것은 덤이다... 안 웃었을걸!!!!!!!!
어쨌든 핸드폰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서 영어니 고전이니 하는 이야기는 미처 신경도 쓰지 못했다... 아니 듣기는 했는데 반응할 여유가 없어...!!!!! 커뮤증에게 얼마나 매끄러운 대화력을 기대하는 거냐 너!!!!!!!
눈물을 머금고 아야나는 비장의 수단을 쓰기로 하였다. 그게 무엇이냐?? 그건 바로바로.... 조각칼이다!!!!! 조각케이크를 자를 수 있는 유일한 도구!!!!! 사용인에게 부탁한지 얼마 안지나 들고 온 조각칼을 집어 들어선 조심스레 조각케이크(진짜)를 자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어느정도 잘 잘리자 그것을 포크 위에 얹어선 아야나는 테루를 향해 내밀어 보이려 하였다.
생각도 못한 반응에 유우키는 당황하며 두 눈을 깜빡였다. 메신저와 아이디를 몰라? 그건 그렇다고 치고 핸드폰도 없어? 뭐지. 그런 생각을 하며 유우키는 정말로 빤히 아오이를 바라봤다. 물론 핸드폰은 없을 수도 있다. 없을 수도 있지만 메신저와 아이디조차도 모른다니. 현대문명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오지에서 온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살짝 당황하면서 그는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어 마치 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렸다. 하지만 겨우 정신을 차리면서 그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고... 공부에 집중하시는 모양이군요. 선배. 확실히 핸드폰이 없으면 입시나 공부에 좀 더 집중을 할 수 있을테니까요."
애써 손뼉까지 치며 유우키는 아오이가 마치 대단하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와아~ 와아~ 조금은 어색한 환호와 함께. 하지만 스스로가 생각해도 너무 어색하다고 느꼈는지 그는 살며시 고개를 옆으로 치웠다.
"그... 그럼 혹시 저에게 할 말이 있거나 한다면 2-C...로 와주시겠어요?"
상대에게 연락처가 없다고 한다면, 이렇게밖에는 할 수 없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 그는 오른손으로 제 머리를 긁적이며 정말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봄이 끝나가는 날, 평소나 다름 없었을 법 하였던 그 봄 날의 마지막 순간 남은 이 기억을 나는 영원토록 곱씹을 것 이다 야마후시즈메라 불리는 흉포한 무신이 보인 이 친애를 기억하겠지. 더는 피할 수 없는 비일상의 지대에서 예전 처럼 무미건조하게 지낼 수 있을까는 의문이지만, 당장 지금은 눈 앞의 조상님의 석식을 차려주는게 우선일 것 이다.
"조금만 기다려 줘"
나는 카페에서 나와 가게문에 걸린 팻말을 클로즈로 바꾸고, 아야카미쵸를 바라보았다. 신과 요괴가 있는 비일상 땅. 이제는 제법 덥고 습한 바람이 불어온다. 다가오는 여름 날의 묘한 귀기에 홀려 또 다시 비일상에 빠져 허우적 거릴게 분명하지만 지금은 이 끝 봄에 스며든 시작의 기운을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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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블랑의 안쪽, 사토 가문의 가정집을 담당하고 있는 공간 검은 불단에 향을 올린 사내가 두 손을 모아 기도한다.
레이지가 성불하길 아내가 지켜봐주길
조상님이 류지를 보호해주길
날이 조금 습해져 평소에는 내려둔 셔츠를 말려 올린 사내의 팔뚝에 그려진 지네의 문신을 타고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입시와 핸드폰이 무슨 상관인지는 몰라도 일단 수긍하는 쪽이 빠르겠지. 빠르...겠지...? 불러와서 말할 수 없다는 것이 조금 심기에 거슬리지만 지금은 인두겁을 뒤집어썼으니까 뭐. 2학년 C반까지야 어려울 것 없이 찾아갈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름대로 잘 응변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뭐지. 이 선배. 생각보다 멘탈이 약한데. 아니. 학교 생활 제대로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유우키는 살짝 당황했다. 왜 눈물을 흘리는거야? 왜? 당황하며 유우키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낸 후에 조심스럽게 아오이에게 내밀었다. 이 선배. 친구가 없는 것일까? 이지메? 따돌림? 여러모로 당황스러운 사실을 추론하며 그는 입만 뻐끔거렸다.
"...그 말은 지금은... 아니요. 아니요. 아무 것도."
굳이 여기서 그 사실을 콕 찌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유우키는 시선을 회피했다. 자신이 뭘 할 수 있을까? 뭘 해줄 수 있을까?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하며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친구가 되어준다? 현실적으로 조금 힘들지 않겠는가. 오늘 처음 만났는데 바로 친구가 되겠다! 라고 한들 진실성이 떨어졌다. 애초에 친구가 해주겠다고 하고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자연히 친해지고 그러다보면 친구가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지.
그 와중에 손편지를 보낸다는 말에 그는 침묵을 지키면서 시선을 살며시 회피했다.
"연인이 있다면 좋아하지 않을까요? 하하. 아하하. 하지만... 실시간으로 연락을 하긴 조금 힘들지 않을까요? 그러면? 적어도 전화를 거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아무리 그래도 요즘 시대에 편지는 조금... 그런 말은 차마 하지 못하고 유우키는 애써, 애써 말을 포장하며 살며시 돌렸다. 그러다가 일단 진정하라는 듯이 유우키는 아오이에게 말했다.
"친구...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저하고 알고 지내면 되잖아요? 그러다보면 친구가 되건 친해지건...뭐라도 될테고요. 어떤가요? 선배? 그리고... 아마도 아야나님은 당신을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직접적으로 말은 하지 않더라도 말이에요."
"전...화...? 여, 역시 전화기이... 핸드─폰─을 마련하는 편이 나으려나아... 유우키는 어떻게 생각해...? 핸드폰이 없으면 역시 요즘 세계는 살아가기 어려운 거려나...? 앗 하는 사이에 낙오돼서 폐급 중에서도 폐급... 중에서도 폐급으로 남아버릴지도오... 아, 아니, 남지도 못하고 사라져버릴지도오오오..."
소매를 모으면서 어쩔 줄 몰라하는 할아버지... 이를 어찌하면 좋은가...
"앗, 유우키가 친구가 돼주는 거야?"
아니, 그건 아니고. 그나저나 아야나님은 당신을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라.
"그런가...?? 그런 것치곤 아저씨라 부르기에 여념이 없는데...."
고민하듯 미간을 좁히다가 아, 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내가 왜 이걸 이제야 생각해냈을까?
"친구가 아니더라도... 친구가 되라고 하명하면 그만인 것 같지 않아?"
굉장한 묘안이라는 듯이 눈을 한 차례 반짝이기까지 했다. 아 ㅋㅋ 시종 요괴인 니가 뭘 어쩔 건데~ 주인이 하명하면 따르는 것 말고 뭘 할 수 있는데~ ...같은 생각을 하는 모양인데... 그거 아닙니다... 아저씨...
"진지하게 말해서 있는 쪽이 좋죠. 폐급으로 남는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압도적으로 편리하니까요."
거의 현대분명의 필수품이 아니었던가. 핸드폰은. 물론 그것을 가질지, 말지는 개개인의 자유였기에 유우키는 좋지 않겠냐는 식으로만 이야기 할 뿐이었다. 실제로 아주 극소수긴 하지만 불편하고 불필요하다고 가지지 않는 이도 있긴 했었으니까. 물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데는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친구가 되어줄 거냐고 묻는 말에 유우키는 싱긋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바로 친구다! 라고 하는 것은 어려울지도 모르나... 시간을 들여서 알아가고 친해지면 친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다가 아야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유우키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으면서 쿡쿡 소리를 내며 웃었다.
"아야나님 특유의 짓궂은 장난이에요. 정말로 싫어하거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애초에 시도조차도 하지 않을걸요?"
굳이 말하자면 요괴치고는 어린 나이라고도 하고... 그렇기에 그런 장난을 칠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 아오이의 하명이라는 말에 유우키는 고개를 살며시 갸웃했다.
"...선배에게 있어서 친구란... 명령을 해서 되는 것인가요? 그러니까... 선배보다 더 높은 누군가가 선배에게 내 친구가 되어라고 명령을 하면, 선배는 진정한 의미로 그 사람의 친구가 될 수 있나요?"
다른 것은 몰라도 그건 아니라는 듯이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까지 부정했다. 하명. 즉 명령을 한다고 해서 친구가 된다니. 어지간한 특이한 녀석이 아니고서야 바로 뭔 소리를 하는 거냐고 한숨부터 내쉬고, 상대도 하지 않지 않을까. 유우키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어 그는 조용히 어깨를 으쓱했다.
"친구는 마음과 마음으로 통하는 존재이지. 명령과 강압으로 되는 것이 아니에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만약...제가 그런 명령을 받는다고 한다면... 저는 더 이상 그 사람을 상대하지 않고 무시할 거예요."
싱긋 웃는 표정을 보이나, 그 목소리는 조금도 웃고 있지 않았고 쌀쌀한 겨울바람처럼 상당히 서늘했다.
그전에 세탁소에서 맡긴 교복을 먼저 가져간 A, 뒤늦게 찾아가 실수로 바꿔치기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B 라는 상황으로 A, B가 누굴지 정하고 싶은데 괜찮을까? 괜찮다면 어느 쪽이 좀 더 카가리 캐해에 맞을지 정해줘 난 어느쪽이든 맞춰넣음 되거든 😊 다이스는 답변과 함께 카가리주가 굴려줄래? <:3c
저돌적으로 뛰어드니 버릇대로 받아들일까 싶었으나, 세상 물정 모르는 태도가 영 밋밋했다. 조금만 더 익으면 상대할 맛이 넉넉할 텐데, 곱씹을수록 아쉬움만 느글거린다. 제 발로 기회를 차버린 꼴임에 영 달갑잖다. 마주 안는 척 양 팔뚝 잡아 측면으로 비스듬히 흘렸다. 입매만 휘어 잠시간 옆모습 살피다가 일순 정적에서 피식 웃어버렸다. 잡은 팔은 만일 손에 힘주면 으스러질 듯 가녀려서 슬그머니 올려 머리칼이나 귀 뒤로 넘겨줬다.
"나중에."
본래 저라면 그 이상을 주겠다는 끝 단락에 득달같이 달려들었겠으나 지금으로선 김이 샜다. 대신 한눈에 담을 수 있게 걸음 반 보 물려 머리끝부터 발아래까지 살펴 내려갔다.
"어디 보자.. 키가..."
치수를 재는 척 정수리 위에다 손 갖다 대더니 아래로 꾹 눌렀다. 납작해져라ㅡ 실없이 중얼댄다. 머리칼 끝을 당겨 보고, 뺨을 꼬집기도 했다. 끝으로 한 번 손댔던 자리에 거듭 딱밤을 둔 이후에 미동 없이 눈만 응시했다. 한참을 바라봤다. 수도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던 물소리가 멎으면 그제야 돌아선다.
인자한 인상의 노파, 세탁소 주인장이 주름 진 눈썹을 팔자로 늘어트리며 몹시 미안하다는 듯 말끝을 흐렸다. 첨예한 인상이 반사적으로 구겨진 이맛살에 한층 더 냉기를 풍겼으나, 사정을 들어보니 온전히 주인장 잘못도 아닌 듯하여 이내 표정을 펴 제 교복을 착각하여 가져간 이에 대해 전해 들었다. 샛노랗게 물드는 붉은 머리에 녹색 눈, 키가 큰 여성. 거기까지만 해도 충분했다. 머리 빛깔이 워낙 특이한 듯싶으니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으리라. 투명 팩에 반듯이 싸인 교복을 집어 들었다. 팩 구석자리에 굴러다니는 명찰, 새겨진 이름은— 向害 かがり. 한 차례 양각된 그것을 노려보곤 세탁소를 나섰다.
*
다음 날. 날씨는 선선하고, 봄꽃 내를 실은 바람이 산뜻하게 불었다. 인도와 도로 곳곳에 만개한 이름 모를 꽃과 나무, 잡다한 식물들. 자동차 배기음 같이 풍광을 해치는 소음마저 전무하다. 싱그러운 진녹색 머리채는 가는 허리께에서 반듯이 잘려 얕게 흔들리고, 일자로 다문 입매도 흠 하나 없다. 모든 게 곧고 빗나감 없을진대… 유일한 결점. 손목이나 허리춤에서 마구잡이로 구겨진 와이셔츠, 재차 끌어올려도 자꾸만 미끄러지는 재킷, 가슴팍에 매달린 '무카이 카가리'라는 명찰……. ……빌어먹을! 기어이 내뱉어지고 마는 욕설에 한산한 인도에 몇 없던 아야카미 고교생들이 힐긋 쳐다보았다가 금세 못 본 체. 그게 더 성질이 났다. 뭐, 못 볼 꼴이라도 봤어? 우미 스미레를 아는 이-특히 이학년 C반-들은 드문 모습에 수업 내내 곁눈질하기 일쑤. 그에 다짐한다. 당장 돌려받으러 가야겠다.
점심 시간을 알리는 종이 치자마자 스미레는 집히는 대로 붙잡고 무카이 카가리라는 학생 신상을 탈탈 털기 시작했다. 일학년이고 B반. 점심 먹은 후이니 옥상에 있으려나… 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대꾸하는 B반 학생을 내버려 두고 곧장 옥상으로 발걸음 한다. 거기면 바로 환복하기도 딱 좋네.
옥상 문을 열어젖히자 서늘한 봄바람이 머리칼을 헤집고 지나간다. 세탁 맡긴 직후의 교복에서 섬유유연제 향기가 훅 솟구쳤다. 향기에 홀릴 틈도 없이 타오르는 붉은 머리채를 발견한 스미레는 로퍼 굽 소리를 내며 다가갔다.
"무카이 카가리?"
섬유유연제 향기로도 가릴 수 없는 무신의 야생의 향. 즉각 깨닫는다. 이거, 사토 류지가 업은 무신이라고. 허나 이쪽은 아침부터 쏟아진 시선 탓에 뿔이 난 상태. 따라서 거름망 부재한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죠세를 달리 읽으면 토코요라고 읽으며, 그 어원은 먼옛날 밀교의 마타라신이 무찔렀다고하는 신흥종교의 누에벌레신, 토코요를 의미했다. 왜 이런 이름을 따왔냐고 한다면, 내 오래전 복수를 통해 얻은 껍데기에 대한 조롱에 가까운 어원이었다. 신흥종교의 꽃의 신은 그렇게 지금의 내 거짓된 모습으로 밖에 불과하지 않다.
아야카미쵸 상점가의 토코요는 10년전 내가 꽃의 신의 모습으로 이 아야카미쵸에 도달하고 인간의 생활을 위장하기 위해 차린 가게에 해당한다. 따라서 위장이상의 역할을 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지만, 그러면서도 사람이 사는 것같은 느낌. 즉 위화감을 없애기 위해 실제로 가게로서의 활동을 하고 있다.
얼마전, 그 버릇없는 캇파의 옷을 지금도 제작중에 있고. 옷본은 완성했기에 원단을 조만간 신세지는 신자로부터 받아와야할 일을 연락해놓는다. 그쪽은 딱히 문제가 없을것이다. 외부에서 사정을 아는 녀석이고, 배신하면 죽을텐데 뭐.
"어라."
그때였을까, 문에 달린 현관종이 딸랑걸리며 울렸다. 일단은 가게니까. 접객은 해야한다. 기분이 나빴으면 이것저것 가게에 걸어둔 환술을 작동시켰을테지만, 딱히 그러기에는 귀찮아 가게 뒤쪽 문을 열고 나와 평소의 모습으로 접객을 한다.
납작납작해지는 느낌이 공일 떄 만지작거려지는 느낌같다!!! 꾹 꾹 눌릴때마다 계속 나오는 "끼엥" 소리가 제법 볼만하다. 머리칼 끝이 당겨질 때마다 뺨이 잡아댕겨질 때마다 계속해서 나오는 "끼엥" 소리. 웃긴건 뺨 역시 공일 떄 만져질 때처럼 탱탱하면서도 말랑말랑하고 잘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이건 공일때나 사람의 모습일때나 비슷한 특징이지 않을까. 딱밤을 맞은 뒤에야 간신히 "끼엥" 소리가 멈춘다. 자....지금까지 끼엥 소리를 몇 번 했지? 셀 수도 없다. 이런!
"흐아아 살았사와요오오" "선배님, 아야나를 보고 싶으시면, 나중에 2학년 C반으로 오시는 것이와요? "
간신히 놓여진 뒤에야 흐물흐물하게 팔을 흔들고는, 예의 그 똘망똘망한 눈으로 선배님을 올려다 보며 말하려 하였다. 그나저나 어떻게 여기서 나가지. 이 선배님이 계신 곳을 보니 깨달은 것이 있다.
여기..... 남자화장실이다.......!!!
"끼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깨닫고는 그제야 작게 소리지르는 아야나 되시겠다. 여여여여여여기 나나나나나남자화장실 이잖아 어떻게 나가야 하는 것이와요!!!!
어째서인지 훈계를 듣는 분위기가 되었다. 천 년 가까이를 힉힉호무리처럼 보내고 그 이전이라고 해서 딱히 마음과 마음으로 통한다고 할 법한─ 소위 말하는 너무도 소중해 도무지 끊을 수 없는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는 신은 딱히 평범한 친구에 관해 아는 것도 없어서 ( 친우라고 부를 신은 있었지만... 그것을 전부 평범한 관계라고 부를 수 있을까? ) 갑자기 시무룩해져서 응... 응... 하면서 풀죽은 듯이 들을 뿐이었다. 그야 이 신,
말 한마디면 무엇이든지 이루어지는 속 편한 삶을 살고 있었으니까...
인간의 문명에 그리도 깊이 뿌리를 두었으되, 인간의 간원을 그 허리를 잘라 삼켰으되, 인간의 수없는 흉한 욕망을 보아오며, 우습다는 듯 부채로 입을 가리며 손끝으로 살짝 쓸듯이 다스렸으되... 결코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인간에 의해 영락하는 그 순간까지도.
"...........저기. 그, 그러면 말이야... 너희들이 말하는 친구라는 건... 어떻게... 만드는 거라 생각해...?"
그러나 신은 지금까지도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자신의 처지만큼은 똑똑히 이해했기 때문에. 인간의 형태로 빚은 혀 위에서 꽤나 낯설게 느껴지는 말이 굴러간다.
"그, 그야... 나... 친구 만드는 법... 잘 모르거든... 간식 같은 걸주면 된다는것 외에는..."
너희들. 그 말에 유우키는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도록 친구가 아예 없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일반적으로 살아간다고 한다면. 사회에서 완전히 격리되어 살아가거나 집에서 방치를 너무나 길게 받았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면... 적어도 친구 하나는 반드시 생길 수밖에 없었고, 지금은 더 이상 친구가 아니더라도, 친구가 아예 없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물론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이야기. 모두에게 적용할 순 없지만... 굳이 '너희들'이라고 말하면서 마치 자신은 그 '너희들'에 해당하지 않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 영 마음에 걸렸다.
그렇다면 이 눈앞의 상대는...
"친구를 만드는 법은 특별히 없어요. 그냥 알고 지내고, 가까워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뭔가를 하고... 같이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면 그게 친구가 아닐까요? 후훗. 선배는 그런 면에선 조금 서투른 모양이네요."
하지만 그는 굳이 가능성을 입에 담지 않았다. 상대가 신이건, 요괴이건 그건 자신이 신경 쓸 바가 아니었다. 자신이 특별하게 숭배할 이가 있다면 오직 하나. 그 이외에는 솔직히 현 단계에서는 아무래도 좋았다. 상대가 어떤 이건... 자신은 자신이 대하는대로 대하면 되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저와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고, 맛있는 거 먹고 그렇게 지내봐요. 뭐... 선배가 졸업을 한다면... 그럴 시간도 없어지겠지만, 그래도 졸업 전에 친구 하나는 만들 수도 있지 않겠어요? 저도... 아가씨가 그렇게 친근하게 지내는 이라면... 딱히 나쁜 분이라고 생각이 들진 않거든요."
필시 좋은 이기에 그렇게 친근하게 지낼 수 있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유우키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어 그는 눈웃음을 지었다.
"시라카와 유우키는 아직 친구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앞으로 친해질 수 있는 존재에요. 그리고 선배의 근처에 있는 인간들 역시 마찾가지에요. 그냥... 조금만 친근하게 말을 걸고...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면 응하는 이는 있을테고.. 그게 인연이 아닐까요? 전 그렇게 생각해요. 아. 물론 모든 이가 다 착한 것은 아니라서... 가끔은 선배를 이용해먹으려는 나쁜 이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잠시 말을 끊으면서 말을 고르던 그는 이내 어깨를 으쓱하면서 밝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세상엔 좋은 이가 더 많을 거예요. 조금씩, 조금씩 찾아보면... 친구 100명 만들기도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이룰 수 있는 꿈일걸요?"
봄에서 초여름에 걸쳐 따스함의 끝자락을 물어드는 아야카미 정에는 푸르른 신록이 싱그럽게 피어오르고 온 지천에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했다. 그중 언제나 사람이 복작한 상점가, 어려서부터 보았던 포목점 '토코요'는 사람이 오가는 것을 한 번 못 보았는데 십 년 넘도록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번 해의 히나마츠리는 이미 한참 지나갔지만 왠지 전통복을 구경하고 싶다는 끌림에 한번 들러볼까, 문을 밀고 들어서면 '딸랑'하고 종이 울린다. 귀 듣기에 맑고 청량한 울림이다.
"안녕하세요."
손님이라 불러오는 점원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서 주위를 둘러보면, 현 허우적대고 있는 세상과는 다른 옛 맛이 포근히 다가온다.
그중에서도 네코바야시의 눈에 들어온 것은 꽤나 묵직해 보이는 검붉은 기모노. 소녀는 손가락으로 그것을 가리키며 어여쁜 분홍머리 점원에게 묻는다.
그러고보니 유우키주 정주행 했으려나?? 대충 유우군 오기 전에는 아야나 외롭게 연못에서 지냈다는 거 이거에 대해 썰 자세히 풀자면
아야나 위로는 100년 단위로 언니오빠들이 있습니다 이 언니오빠들.......대부분 다 성년 되서 독립했습니다. 그나마 있는 미성년 형제들은 다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고 집에 잘 붙어있지도 않아서 진짜 형제들 교류 없이 외롭게 지냈음 동년배 캇파 친구들? 연못에서만 지내서 그런 거 없음
사람 형상의 면면을 구분하거나 읽어내지 못하는 둔감한 체질답게도, 무신은 사람의 신장이란 측면에도 무감각한 편이었다. 본신의 형상에 비하자면 인간 기준의 장신이나 단신이나 그리 다를 것 없는 크기이기도 하고. 칩거했던 시절 너무 오랫동안 인간 탈을 벗어던진 채 지낸 탓에 인간 구분하는 능력이 감퇴하기도 했고. 결정적으론 그가 늘 심각할 수준으로 타인에게 무관심한 군상이라. 그 특유의 무신경함은 사람 구분에만 한하지 않아서, 어느날은 치수도 안 맞는 남의 옷을 가져오는 돌연한 사고가 벌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한손에 세탁물 든 팩 느슨히 쥐고 털레털레 돌아와, 가져온 옷 대충 던져서 치워두려던 찰나. 문득 눈에 들어온 글자가 뜻밖에도 익숙지가 않았다. 신은 자신이 물건을 착각해 남의 것을 가져오고 말았다는 사실을 어렵잖게 깨달을 수 있었다.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이 시점에서 당장 세탁소로 돌아가 잘못 가져온 옷을 돌려주고 제 옷도 챙겼을 테지만…… 뭐, 어디 무신이 상식적인 사람처럼 굴었던 적이 있던가. 옷 따윈 대충 입으면 그만이다. 구태여 걸음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그는 멈칫했던 게 언제였냐는 결국은 세탁소 팩 째로 가져온 옷 집어던져 치워 두었다. ……남의 옷을 말이다.
그렇게 다음날이 밝았다.
옷이 커서 맞지 않는 쪽보단 작아서 맞지 않는 경우가 더더욱 곤란하다. 교복은 결국 들어맞지 않았다. 짐작지 못했던 상황은 아니라 당황은 없었다. 해서 결국 옷은 어찌 입었냐 하면 해답은 간단했다. 하의는 류지의 교복 바지를 훔치고(막 옷 갈아입으려던 류지에게서 힘으로 갈취했다.), 시원하게 풀어헤친 셔츠에, 외투는 대강 가방에 쑤셔넣어서 입지도 않았다. 그러고도 팔 부분이 도저히 들어맞질 않아 평소보다 키를 미미하게 줄이고 근육도 빼어 간신히 구색 맞춘 옷차림. 이번 해프닝이 아니고서도 평소부터 늘 불량스러운 차림으로 다닌 탓에 위화감을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더란다.
교복의 원 주인과는 달리 무척이나 태연하게 잘 지내던 무신은, 난간에 팔 기대고 바람이나 맞는 한갓진 시간 보내고 있다가― 제 가명 들리자 고개를 휙 돌렸다. 기척을 느꼈기론 마찬가지라 놀란 눈치는 아니다. 바람 부는 방향이 바뀌니 훅 끼쳐 오는 진한 물비린내. 해무와 소금의 심상. 옷에서도 같은 냄새가 났기에 대뜸 저를 찾아온 용건이 무엇인지 뻔히 짐작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순순히 말 따라 준다는 보장은 못 되니. 심성 꽤나 불손하신 신께선 시큰둥히 눈썹만 치켜 올리셨다.
"맞붙고 싶은 것이라면 화응해주지."
아니, 그저 시큰둥한 것이 아니라 기다렸다는 듯 소매 걷어 올려서 주먹 쥔다. 당장이라도 주먹 나갈 것처럼. 속으론 이미 전후사정 다 짐작했으면서도 대화 이상하게 트는 짓거리에 망설임이 없다.
세상에, 저게 무슨 꼴이람. 지금 이 스미레의 옷을 저렇게 입었다는 사실에 눈이라도 감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폐목하여도 눈앞 현실이 거짓이 되는 일 없음을 명백히 알고 있는지라 한숨만 꾹 삼켜냈다. 게다가 셔츠뿐이잖아. 치마와 재킷은 어디에 둔 거야? 설마 먼지 나는 곳에 내팽개쳐둔 것은 아니겠지? 이쪽은 얼마나 깔끔하고 온전하게 가져왔는데! 물론 신장 차이 탓에 구김은 어쩔 수 없다만, 일의 발단은 저가 아니니 책무감은 부재하다. 뒤 돈 그녀를 마주하고 믿을 수 없다는 양 눈을 두어 번 깜빡인 스미레는 지체 없는 발걸음으로 성큼 다가갔다.
누가 무신 아니랄까 봐 다짜고짜 전투태세다. 품위 제로, 기품 제로, 교양 제로. 거칠고 야성적이기까지. 한쪽 눈썹을 들썩인 스미레는 검지로 걷은 소매를 가리킨다. 불쌍한 내 와이셔츠.
"있지,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음 좋겠는데. 신장 차를 의식하고는 있어? 혹 찢어지기라도 할까 이 스미레 심장 떨리거든."
고저 만무한 어조로 뇌까리는 낯은 지극히 무미건조하다. 심장 떨리긴, 과장하는 거지. 하지만 정말 찢어지거나 한다면 수선하는 등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니 걱정은 됐다. 스미레는 살풋 질린다는 낯으로 검지 손가락을 쥔 주먹으로 옮겼다.
"이래서 무신이란……. 좀 치우지? 세상은 이제 야만 사회 아닌 문명사회이니, 그에 걸맞게 굴어야 하지 않겠어."
반신은 동물, 반신은 인간이면서 야생 바다에 사는 인어가 그리 말한다. 태생부터 모순을 떨칠 수 없는 종족, 인어는 다시금 어쩔 수 없이, 또 운명적으로 모순을 입에 담고. 우습게도 인간 같은 사고를 했다.
천 년 전이라면 상상도 못할 대답을 내놓으면서, 신은 조금 어색하게 웃으면서 눈을 내리감았다. 그러고 보면 한 인간의 생각을 이렇게 가까이서 귀기울여 듣는 것도 처음이다. 비록 친구 맺는 것은─ 솔직히 말해, 신이 인간의 껍질을 쓰고 인간계까지 내려왔으면 인간 학생들이 그렇게 떠드는 「친구」라는 것 한번쯤은 만들어봐야 하지 않느냐는 지극히 경박한 사고방식에서 출발한 포부였지만, 인간 틈에 스며들고 싶은 것은 진심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인두겁을 쓰고 이렇게 있지도 않았으니까. 권력자의 향방을 이 눈에 똑똑히 담아두고자 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 그러니까아─ 알고 지내고─ 가까워지고─ 이야기 하고 즐거운 시간을 나누고오─ 맛있는 것도 먹고 말도 걸고오오─... 이렇게 하는 게 맞았었지???? 따, 딱 이렇게만 하면... 히히..."
즉시 멍청한 얼굴이 되어 무식하게 방법론만을 읊는 것을 보면 아직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기엔 한참 멀었지만.
>>802 아기올챙이 과거 무슨일이야.......? 연못에 덩그러니 혼자 있는 거 생각하면....진짜 내 마음 힘들다................ 아기를 혼자 두지 마........ 🥹🥹🥹 >>825 이정도 오케이야? 선 안쪽이야?!!! 다행이야~!!!!!! ;;;ㅁ;;;; (늘 지문 쓰면서 쫄리는 사람) >>828 나기주 잘자 쫀밤~ <:3
그래도 이 선배라면 어떻게든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유우키는 말을 아끼기로 했다. 자신이 모든 것을 다 해 줄 수는 없었으며, 결국엔 자기가 하기 나름이 아니겠는가. 그보다 선배치고는 뭔가 제법 귀여운 모습이 있다고 생각하며 유우키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고 살며시 쿡쿡 소리를 내며 웃었다. 제 주인이 어째서 이 선배를 은근히 괴롭히는지 잘 알 수 있는 순간이라고 생각하며.
"그래도 선배가 노력하면 반드시 그 결과가 따를 거예요."
그것만은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그는 잘할 수 있다는 듯이 확신을 가진 목소리를 냈다. 이어 그는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한 후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슬슬 돌아가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아오이에게 인사를 보냈다.
"그렇다면 저는 슬슬 가볼게요. 연이 있다면 또 보도록 해요. 선배."
꾸벅. 늘 하는 그 인사 자세를 취하면서 그는 살며시 뒤로 돈 후에,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또 다른 연이 생긴 것에 만족하며... 더 나아가 제 주인에게 조금은 자제를 해줄 것을 부탁하기로 결심하며.
/그렇다면 이렇게 막레를 줄게! 일상 수고했어! 캡틴! 아오이...귀엽다!! 너무 귀엽다!!
뭐, 태연하게 잘 지내고 있다 해도 그라고 해서 지금 상황이 썩 반갑지만은 않다. 처음 옷 가져왔을 적 대충 훑어 보았던 것보다도 더 낄 줄은 몰랐다. 그러니 옷 다시 바꾸자 한다면 협조할 마음 없지는 않았는데…….
"이다지도 조이는데 의식 않을 리가."
그런데 웬걸. 어쩐지 순순하지가 않다. '이다지도'라고 말하면서도 그는 지금껏 풀어헤치고 있던 셔츠 단추를 다시 잠갔다. ……셔츠의 재봉 마감과 단추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뻔하도록 공교로운 행동을 봐선 명백하게 고의다.
"비린내 나는 것이 문명 운운은 우습군그래."
사람, 아니 요괴를 앞에 두고 일부러 기분 상하게 굴다니. 무신은 본래 상대를 보란 듯 골리거나 화가 난 꼴 보기를 즐기는 성향이 아니었다. 도발하는 말이나 어쭙잖은 놀림보다는 칼과 주먹이 더욱 빨랐으므로.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러고 싶더라도 그러지 못하고, 순순히 넘겨주기엔 저 요괴 어태가 꽤 괘씸해서 그만. 즉 첫마디가 곱지 않아서, 답지 않게도 속을 긁고 싶어졌다 이 말이다. 기어이 목 끝까지 아슬아슬하게 단추를 채운 그가, 눈살 찌푸리며 쾌히 웃는다. 그 상태로 팔짱을 끼니 어깨를 고정한 바느질 선마저도…… 차라리 죽여 달라 외치기 직전의 상태가 되고 말았다.
"그리도 간곡하다면 마땅히 숙정한 태도 취해야 하지 않겠느냐?"
이리 말하며 능청스럽게도 시선 딴 데로 돌리며 딴청 피우기까지. 1200세 먹은 신께서 200세 요괴 괴롭히고 있으니 아주 유치하기 짝이 없다.
1. 홍팀과 백팀의 숫자가 처음부터 큰 차이가 날 때. 많은 쪽에서 적은 쪽으로 그냥 옮겨줄 수 있음. 2. 홍팀과 백팀이 단 1인 차이일 때. 이 정도는 개인 의사를 존중해 그냥 옮겨줄 수 있음. 단, 한 팀에서 바꾸고 싶다는 사람만 두 명 이상 나오면 죽음의(?) 랜덤게임 해야겠지만.
기본적으로 홍팀 백팀 양측에서 신청자수가 동일할 때 그대로 바꿔줌. 차이가 날 때는 죽음의(?) 랜덤게임.
한 팀에서만 신청자가 있을 때는 아래의 기준으로 옮겨줌.
1. 홍팀과 백팀의 숫자가 처음부터 큰 차이가 날 때. 많은 쪽에서 적은 쪽으로 그냥 옮겨줄 수 있음. 2. 홍팀과 백팀이 단 1인 차이일 때. 이 정도는 개인 의사를 존중해 그냥 옮겨줄 수 있음. 단, 한 팀에서 바꾸고 싶다는 사람만 두 명 이상 나오면 죽음의(?) 랜덤게임 해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