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파토난김에 시트에 사용예정이었던 AI그림도 대공개! 미지의 공포로부터 태어난 원시신앙 출신 신에서 헤이안을 기점으로 유사성으로 인해 요괴 누에라 불리게되며 "니들이 그러면 그런거겠지"를 시전하고 있던 '정체불명의 신', 무얼해도 자기것이 되는게 없어서 무엇이든 누구든 되는 자신의 특성으로 학교에 잠입중... 이라는 설정이었는데 너무 정체불명인 나머지 시트로도 나오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여름 초입을 앞두고부터 습기가 부쩍 올랐다. 철 하나 보낸다 해서 마음에 없던 감흥이 생기겠냐마는, 제 무리들은 바다니 여행이니 급급하며 힘껏 신이 났다. 입새에 아이스크림 한 가지씩 물고 교실에 입성하면, 속이 근질근질하니 다시금 입마저 심심해져 대뜸에 옆자리 가방을 집어 들었다. 궤적 사이로 여상스러운 인조향이 풍겼다. 안은 복잡했고 수차례 손을 휘저어도 제 것이 쉬이 잡히지 않는다. '미야비, 담배 따로 빼놨어?' 닥달하며 가방 뒤집어 아래로 털면 열매 닮은 것이 굴러나온다.
"미야비, 개구리 키워?"
물 비린내가 독해서 모르쇠로 굴기에도 모호하다. 정체를 자알도 숨긴 모양인데... 우선 아프다 느낄 정도로 강하게 쥐어보고서 책상에 올려두니 곧 제 무리가 몰려온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며 저무는 밤. 어쩌면 한차례의 배반의 싹을 틔웠던 낮때를 떠올리며 차가운 물밑으로 얼굴을 밀어 넣었다. 서늘한 물이 피부에 낱낱이, 한 치의 틈도 없이 붙어옴을 느끼고 있노라면 작동하느라 열 오른 뇌가 한결 시원해졌다. 전 인어를 대신하여 몫을 갚아야 한다는 일종의 교리와도 같은 결의는 어느새 물 경계 위로 피어오른 수증기처럼 때때로 흐릿해지곤 한다. 이를테면 지금. 이어 오천의 담화가 떠오름은 자연한 수순. 절로 어린 캇파가 받았다는 대가가 무어인지 궁금스러워진다. 하늘은 그런 속내를 안다는 듯 눈앞에 캇파 요괴를 대령했다. 이쪽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해맑게 수영하고 있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스미레는 능숙하게 물길을 걸어 아야나의 뺨 지근거리에 대고 손가락을 튀겨 물기를 털었다. 나도 여깄어, 하듯이.
후히히히히 하며 열심히 자유형을 하다 끝까지 도착한 와중, 물기가 뺨에 닿는 것이 느껴지자 곧바로 고개를 돌려 올려다 보았다. 스미스미 선배님이다! 꺄아 웃으며 몸을 일으키는 아야나. 야밤에 어쩐 일이냐는 질문에 아야나는 그야 당연한 거 아니겠냐는 듯 태연하게 답해보인다.
"그야 당연히 수영하러 온 것이와요! "
후히히 웃어보이며 어깨를 으쓱이던 아야나는, 어서 들어오라는 듯 스미레에게 손짓하려 하였다.
낭랑한 웃음소리가 골을 타고 올라온다. 안개 낀 듯이 답답했던 머리에 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 해질녘에 그것도 몰래 다가가 장난이랍시고 물 좀 튀겨줬더니 놀라지도 않고 베시시 웃기만 하는 어린 캇파를 죽 내려다보면, 복잡한 생각으로 가득찼던 본인이 도리어 바보가 된 것 같아서. 얼굴을 덮은 손으로 머리를 쓸어올리며 세수 아닌 세수를 하곤 픽, 웃는다. 어느 '때'는 언젠가 올 테지만, 언젠가는 결국 '언젠가'일 뿐. 지금 생각해 봤자……. 풍덩, 얕게 입수한 스미레가 수영장 코너에 눕듯이 등을 기댄다.
"그리고 인간이 저체온증으로 죽기에도 딱 좋지."
부드러이 입매를 끌어올린다. 반달로 휜 눈꼬리에 장난기가 방울방울 맺힌다. 청보라색 눈이 노란 테를 두른 달을 응시했다. 지평선은 반으로 나뉘어 한쪽은 붉게, 한쪽은 검푸르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물결 치는 수영장 물에서는 하늘에 뜬 달이 녹아내리고 있었고. 정말 아름다운 밤이네.
"내가 해저에 발 딛고 살 때 그때에도 이리 어여뻤지. 어둠은 내게 편안한 장막이었고, 바닷물은 이불이었으나 결국 무언가에 이끌리듯 물 위로 올라가 녹아내리는 달을 보는 게 하나의 낙이었음을 부정 못해."
달의 초상에 손을 뻗는다. 이지러지는 은백색 달.
"나중엔 바다에 갈까. 아무래도 고작 수영장보단 바다에 녹아내리는 달이 좀 더 운치 있잖니."
사정없이 더듬거리는 말을 어떻게든 정리하려 하면서... 으음, 하고 조금은 고민하듯 굳이 뜸을 들인 끝에 하늘색 포장지로 싸인 곽을 양손으로 얌전히 받아들였다. 굳이 그러니까, 하면서 뜸을 들인 것은 이런 것을 으레 공물이라고 생각하는 버릇이 아직까지도 고쳐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가를 바라는 선물이지 않나, 이건 솔직히 공물이 맞지... 그렇더라도 삼가 부탁드리는 마─음이 꽤 기특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튕기지도 않고 차분하게 화과자를 무릎 위에 올려두었다. 당고와 안미츠, 여름이 다가온다고 이렇게 계절까지 맞춰왔지 않은가. 그 와중에 단것을 정말로 좋아한다고 굳이 덧붙여 알려준 것은 당연히 앞으로도 이런 걸 바쳐오겠지 하는 신의 오만이었지만.
"그, 그나저나 그, 그 꼬맹이랑 관련이 있는... 사람이었구나? 카와자토河里와 시라카와白河라니, 듣고 보니 말은 되지만."
강의 마을河里에는 으레 그 은혜로 투명토록 맑은 강白河이 흘러갈 수 있는 법이니까. 비록 처음에는 굉장한 말에 있어서의 무례가 있었고( ) 인사한다고 허리를 숙이는 방식도 전통의 작법이 아니었지만, 그 깍듯함이 마음에 그리 거슬리지 않아서 나는 기 꺼 이 그에게 내 옆자리를 허락했다. 다리 아플라, 앉아, 하면서 말이다.
"저랑 같이요? 당연히 괜찮사와요! 아주아주 좋사와요. " "스미스미 선배님과 같이 가는 바다라면 분~명! 멋질 것이와요. "
바다는 아직 다른 요괴들과 같이 가본 적이 없지만, 스미스미 선배와 같이 가는 바다라면 분명 멋질 것이라고 아야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바다 위에서 보는 달은 분명히 운치있겠지. 요괴의 모습으로 스미스미 선배님과 같이 떠 있는 상태로 보는 달은 얼마나 예쁠까?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이다. 꼭 그래보고 싶다고 아야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정말로 단순히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자아, 스미스미 선배님! 아야나와 같이 한바퀴 돌아보는 것이와요! "
따라오라는 듯 장난기 있게 손짓하며 아야나는 자유형을 하려 들기 시작하였다. "이쪽이와요~ " 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집 근처에서 가장 잘 나가는 것을 고르긴 했으나 화과자는 은근히 싫어하는 이도 있는 편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양과자가 조금 더 메이저한 느낌이 있지 않던가. 물론 자신은 화과자를 조금 더 좋아하긴 했지만. 어쨌든 아오이가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에 유우키는 안도하며 미소를 지었다. 단 것을 좋아한다는 정보는 일단 기억하기로 하며 유우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이후에 또 뭔가를 가지고 올지는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아니. 가져오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굳이 말하자면 이번 일이 특이케이스니까.
"관련이 있다고 하면 좋을까. 제가 모시는 분이에요. 후훗. 뭔가 모르게 신기하죠? 실제로도 시라카와와 카와자토는 '강'과 연관이 있기도 하고요. 그 부분은 아무래도 가문에 대한 이야기가 되기 때문에 생략할게요."
너무 자세하게 들어가자면 카와자토 가문이 요괴라는 것도 말해야하기에 그는 일단 말을 아꼈다. 물론 아오이는 신이고, 요괴에 대해서 알고 있겠지만, 유우키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정말로 가볍게 넘겨버리면서 그는 이어지는 아오이의 말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조심스럽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인과 시종이요?"
자신과 그녀가 아니라 그와 그녀 사이를 말하는 것일까? 그렇다고 한다면... 대체 누가 주인이고 누가 시종이란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아오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실례지만, 누가 주인이고 누가 시종인가요? 아카가네 일가도 카와자토 가를 모시는 가문인가요?"
경직된 살갗 위로 미끈한 갑각질의 감촉이 스쳐 지난다. 뺨을 타고 목을 휘감듯 둘러지던 기관이 그제서야 거두어진다. 이어서는 무언가를 짤깍거리며 부딪치는 듯한, 형언키 어려운 소리 어둠 속을 울린다. 신이 표정 없는 벌레의 낯으로 거리낌 없이 들이웃은 것이다. 무엇을 하는지조차 짐작하기 어려운 괴음이 그렇게 울리길 한참.
달 가린 구름이 미미하게 걷힌다. 가까스로 떨어진 달빛 한 줄기 둘 사이에 내리쬔다. 불 꺼진 무대에 쏘아진 각광처럼, 시계視界가 트인 유일한 자리. 가느다란 그 빛 아래로부터 여자의 두 손이 천천히 뻗어져 나온다. 시작은 손끝. 손가락. 손바닥. 전완의 여린 피부와 팔꿈치. 류지의 얼굴을 향해 점점 더 가까워진다. 온화穩和하면서도 맹렬하게, 먹잇감의 숨통을 끊듯 나아가―
손이 닿도록 가까울 즈음에는, 마침내 익숙한 붉은 머리칼 지닌 인형人形의 얼굴이 빛 아래 모습을 드러내었다. 흐린 빛에 젖은 얼굴은 구성없이 창백하다. 공간을 빽빽하게 채웠던 수천 개 발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았다. 돌연한 정적이 오히려 괴괴했으나, 신은 아랑곳 않고 손을 내뻗어 기어이 어린 말엽의 뺨을 감싸쥐려 했다.
"보아라. 그토록 바라던 안온을,"
감히 고개 돌리지 못하도록. 오로지 제 주만을 응망하도록. 뺨에 닿았을 손 분명 부드럽건만, 뭉툭한 손톱 끝이 살을 파고들 듯 날 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