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 기본적인 서사적 틀 자체는 '무감정하고 공명정대했던 존재가 인간적인 감정을 깨닫기 시작함에 총기와 이지를 잃었고, 선을 넘어 곤두박질 쳤다' < 요고긴 해. 사실 이자나기 이름을 그대로 넣는 게 좀 애매해서 주신으로 퉁친 부분이 있긴한데.. 그냥 땡깡 부리다 실패해서 지 혼자 뭔가를 하다가 말렸다< 같은 느낌이거든? 안 그래도 비설 관련으로 웹박 넣으려고 했었는데, 그때 조율 부탁할게 ㅎㅎ
>>157 사실 관련으로 카가리랑 선관도 몇가지 생각해준게 있긴 했는데, 너무 많이 와버렸다...
봄이 끝나갈 때의 햇빛은 나쁘지 않았다. 햇빛과는 극악의 상성을 자랑하는 힉힉호무리지만 그러기 앞서 양광陽光의 신이다. 선선한 잎틈새빛木漏れ日을 맞으며 무심코 살짝 잠마저 들었으나 지금은 잠을 막 깨서 멍한 상태. 인간의 몸은 허약하다. 내 몸은 더 허약하고. 도대체 의대依代의 뭐가 잘못된 걸까... 멍해서 아무데나 튀는 잡념이 거기까지 향했을 때, 누군가 걸어오는 말소리를 들어서 나는 절망적인 사회력을 자랑하는 힉힉호무리의 본능대로 흠칫 떤 후 다소 긴장하여 회색 머리를 가진 인간을 바라보았다. 뭐, 뭐라는 거지... 그니까...
"ㄴ누, 누,누누,눗, 누가아아아 30개 영단어 중에 이, 27개나 틀려서 여학생들한테 이, 이지메나 당하고... 이, 이... 어, 어리고... 창창한 나이에 아저씨라고 불리는 말도 또, 똑바로 못하는, 폐, 페폐펫, 폐급 3학년생이라는 거야아아... 아, 아카가네 아오이라는... 제대로 된 이름이 있는데에..."
응 벌써부터 망했어 벌써부터 폐급으로 찍혔어... 무엇보다도 애초에 그렇게까지도 말하지 않은 것 같지만, 어쨌든 나는 처음 보는 사람과의 대화에 몹시도 고군분투하고 있었단 말이다. 움츠러들어서 식은땀을 뻘뻘 흘리기 직전까지 가면서...
유우키는 순간적으로 안쓰러운 표정으로 아오이를 바라봤다. 27개를 틀려서 여학생들에게 이지메를 당하고 말도 못하는 폐급 3학년이라는 말을 들은 것일까. 누군지는 몰라도 참으로 몰상식하고 예의가 없는 이가 다 있다고 생각하며 ㅡ이 와중에 아저씨라고 불리는 것은 쏙 빼버렸다.ㅡ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카가네 아오이. 그럼 아카가네 선배라고 부를게요."
이어 그는 살며시 오른팔을 굽히면서 허리를 꾸벅 숙여 아오이에게 인사를 올렸다. 언제나 보이는 그 자세는 오늘 역시 절도가 있었고 기품이 흐르는, 그야말로 흐트러짐 없는 자세였다. 그 상태에서 그는 아오이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저는 시라카와 유우키. 카와자토 가를 모시고 있는 시라카와 가의 사람이랍니다. 제가 모시고 있는 아가씨가 이런저런 신세를 지고 있다고 해서... 이렇게 인사를 하러 왔답니다."
이어 그는 허리를 다시 펼친 후에, 미리 준비했던 하늘색 포장지로 쌓여있는 박스를 그에게 내밀었다.
"화과자 좋아하시나요? 당고와 안미츠, 모찌 세트인데 받아주시겠어요? 아. 만약 싫어하는 거라면 죄송해요. 일단... 평가가 가장 좋은 것이라서 사긴 했는데."
어차피 파토난김에 시트에 사용예정이었던 AI그림도 대공개! 미지의 공포로부터 태어난 원시신앙 출신 신에서 헤이안을 기점으로 유사성으로 인해 요괴 누에라 불리게되며 "니들이 그러면 그런거겠지"를 시전하고 있던 '정체불명의 신', 무얼해도 자기것이 되는게 없어서 무엇이든 누구든 되는 자신의 특성으로 학교에 잠입중... 이라는 설정이었는데 너무 정체불명인 나머지 시트로도 나오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여름 초입을 앞두고부터 습기가 부쩍 올랐다. 철 하나 보낸다 해서 마음에 없던 감흥이 생기겠냐마는, 제 무리들은 바다니 여행이니 급급하며 힘껏 신이 났다. 입새에 아이스크림 한 가지씩 물고 교실에 입성하면, 속이 근질근질하니 다시금 입마저 심심해져 대뜸에 옆자리 가방을 집어 들었다. 궤적 사이로 여상스러운 인조향이 풍겼다. 안은 복잡했고 수차례 손을 휘저어도 제 것이 쉬이 잡히지 않는다. '미야비, 담배 따로 빼놨어?' 닥달하며 가방 뒤집어 아래로 털면 열매 닮은 것이 굴러나온다.
"미야비, 개구리 키워?"
물 비린내가 독해서 모르쇠로 굴기에도 모호하다. 정체를 자알도 숨긴 모양인데... 우선 아프다 느낄 정도로 강하게 쥐어보고서 책상에 올려두니 곧 제 무리가 몰려온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며 저무는 밤. 어쩌면 한차례의 배반의 싹을 틔웠던 낮때를 떠올리며 차가운 물밑으로 얼굴을 밀어 넣었다. 서늘한 물이 피부에 낱낱이, 한 치의 틈도 없이 붙어옴을 느끼고 있노라면 작동하느라 열 오른 뇌가 한결 시원해졌다. 전 인어를 대신하여 몫을 갚아야 한다는 일종의 교리와도 같은 결의는 어느새 물 경계 위로 피어오른 수증기처럼 때때로 흐릿해지곤 한다. 이를테면 지금. 이어 오천의 담화가 떠오름은 자연한 수순. 절로 어린 캇파가 받았다는 대가가 무어인지 궁금스러워진다. 하늘은 그런 속내를 안다는 듯 눈앞에 캇파 요괴를 대령했다. 이쪽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해맑게 수영하고 있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스미레는 능숙하게 물길을 걸어 아야나의 뺨 지근거리에 대고 손가락을 튀겨 물기를 털었다. 나도 여깄어, 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