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칫. 끼기기긱... 하며 고장난 듯이 뒤를 돌아본다. 아니야, 저 녀석은 겨우 2학년이야... 3학년 시험 따위 알 리가 없지... 하고 합리적으로 합리화하던 시도는 그 뒤의 발언에 저지되었다. 끝까지 눈길 하나 주지 않던 아저씨는 영어의 도발을 꺼내서야 당황을 숨기지 못한 채 돌아보았다. 미처 붙들지 못한 눈은 둘 곳을 모르며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그러니까,
영어 하나 때문에...
─ 아쨩, 단어는 다 외었어?? ─ 오늘은 숙어를 공부할 거라고~ ─ 쨔쟝, 완전 기대되지? 두근두근거려 미치겠지?! ─ 아쨩 문법은 어떻게 되고 있어? ─ 지금까지도 이 수준이라니 쵸 웃겨 wwww ─ 대문자랑 소문자는 구분할 줄 알지??? ─ 아쨩 억양 이상해~ wwwwwwww ─ 아쨩 오늘도 도서관 와야 해? ─ 아쨩 공부 안 하고 뭐 해 ─ 야쨩 도망가지마!!! ─ 아쨩 ─ 아쨩 ─ 아쨩
...
"...그, 글쎄... 그, 그냥... 무난했는데...???"
27개라니, 그건 대체 누구려나아아... 하면서 속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그야 당연하다... 영어란 이코르 악몽이다... 『그 녀석』들이 쫓아와... 영어 못한다고 하는 순간 요모츠히라사카까지 쫓아와서 아쨩 영어는??????? 하며 힘과 마음을 모아 남김없이 두들겨패버리니까... 그래서 아오이는 파블로프의 개마냥 조건반사적으로 시치미를 뚝 뗐다. 누구려나아아, 한 말끝이 살짝 흔들린 것은 본인만 모르고 있다...
"잘 모르겠지만 저, 정말 신기한 놈이네. 그, 그럼 난 이만 용무가 있어서..."
하며 슬금슬금 다시 뒤돌아 빠지려 했다. 이 자리에서 튀어야 한다!!!!!! ...아, 아, 무, 물론 제 발 저리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괜히 뛰거나 하지는 않고... 어차피 그럴 체력도 없고...
>>137 반대로 유우키는 굳이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말을 걸어서 깨우진 않는단 말이지.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유우키가 아오이에 대한 것을 인식하고 있어서 (=아야나가 조금 괴롭히거나 한다는 식으로) 슬쩍 나쁘게만 보지 말라는 식으로 사과와 앞으로 잘 좀 부탁한다는 식으로 찾아오는 것은 어떨까?
>>139 아오이 쪽에서 먼저 잠을 깨면 해결이다 😏 그럼 벤치에서 졸다가 깨가지고 멍한 아오이가 한참을 벤치에 그냥 앉아있길래 유우키가 사과와 이것저것을 가져와서 말을 거는 상황은 어떤가? 벤치에 수상할 정도로 집착하는 것 같지만 집착하는 거 맞고, 만약 이대로 좋으면 상황 특성상 먼저 선레를 가져와주면 되겠다 😌
>>130 맞아 사실 나도 캐빌딩할때 이 부분에 관련해서 엄청 고민했거든? 태양신 너무 끌리는데 일본 신화엔 아마테라스라는 메이저가 떡 자리하고 있자너. 그래서 손 대기 힘든 관계로 카가리주 시트 슬쩍 참고해서 (감사합니다) 아예 권속이나 영혼의 따까리 쪽으로 들어갈까 생각도 했었는데, 또 과거에 큰 신이었단 설정은 포기 못하겠는 거야. 그로신에선 헬리오스랑 아폴론 둘이 태양신으로 숭배받듯, 태양이란 격은 동일하지만 관장하는 부분이 다르다는 설정이었으. 물론 격 자체는 아마테라스에 비해 부족했겠지만??
>>145 그런 뒷사정이 있었구만 그럼 아마테라스와 굉장히 엇비슷하게 또이또이 뜨는 느낌이었겠네. 멋있군... 😌 실은 [ 주신에게 감정이 상해 타락했음에도 ] 에서 주신이 그 아마테라스인가 조금 생각하다가 말았거든. 이 주신에 대한 설정도 궁금한데 조금 풀어줄 수 있겠나? 😏 ( 콕콕 )
그는 기본적으로 아야나의 모든 주변 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파악하려고 노력하지만, 신이나 요괴 사이에서의 일. 그리고 그다지 크게 보이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어느 정도 있었다. 물론 언제부턴가 카와자토 가에 들어와서 살고 있는 이들의 정보는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기본적으로 그녀의 사생활과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주려고 하나, 좋건 싫건 귀에 들어오는 것들도 있었다. 이를테면... 아야나가 놀리는 3학년 선배에 대해서라던가. 사실 그마저도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우연히 눈에 본 것 정도였으니까. 이를테면... 아저씨라고 부른다거나, 묘하게 이것저것 투닥거리는 것 같은 분위기라던가... 지나가면서 몇 번 본 적은 있었다. 굳이 끼어들지 않았을 뿐이지. 어쨌건 그녀를 탓할 생각은 없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냥 가만히 있는 것도 조금 애매하다고 생각했기에 그는 무례가 있었으면 사과하고, 앞으로 잘 지내줬으면 하는 것을 부탁하기 위해 그를 찾았다.
그리고 그가 발견된 곳은 벤치였다. 멍하게 있는 것 같은데... 일단 말을 건다면 지금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천천히 아오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확인을 위해 그에게 물었다.
"실례하겠습니다. 혹시 3학년 선배인..."
그러고 보니 이름을 알지 못했던 유우키는 낭패라고 생각하며 잠시 말을 골랐다. 그리고 태연하게 자연스러운 톤으로 목소리를 이었다.
"최근 영어를 27개 틀린 3학년이 있다는 말을 들은 것과 동시에 아저씨라고 불린 적이 있는 선배가 맞을까요? 무례한 발언은 죄송합니다. 하지만... 존함을 모르기에.. 부디 그 무례. 용서해주길 바랍니다."
푹신푹신 부드러운 가방에서 자고 있는 이 물체는.... 공입니다. 예? 구라 아니냐고요? 공입니다. 공 맞습니다. 그것도 아주아주 탱글탱글하고 윤기가 자르르르 돌고 있는 먹음직스러운 검은 공입니다.
........ 지금 있는 위치가 이 반만 아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지요.
[ 3 - A ]
뭔 소리냐고? 그렇다. 이곳은 [ 아카가네 아오이 ] 의 반. 아오이 아저씨를 찾아 3학년 A반까지 떼굴떼굴 굴러온 이 검은 공은, 아오이의 가방이 어떤 가방인지 모르고 아무 가방에나 찾아 들어간 것이다!!!! 아니 근데? 하지만 이 가방 푹신하고?? 쿠션도 들었고? 좋은 향기도 나니까? 한 숨 푹 자고 가도 괜찮지 않을까?????????
"Zzzzzzzzzzzzzzzzzzzzzzzz "
.....하여튼간에, 그래서 지금 카와자토 아야나는 이름모를 누군가의 가방 안에서 숙면을 취하고 있다. 그것도 "검은 공" 의 형태로. 오이오이(cucumber cucumber) 신이 있는 반 안에서 이렇게 무방비해서 괜찮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