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군, 전투 준비 첫 정기고사를 대비해 일상, 로그, 독백으로 성적을 올릴 수 있습니다. ※ 전군, 학운 참배 아야카미 신사에 참배합시다! 그러면 조오금은 운이 좋아질지도? 아닐지도…? ※ 전군, 진격!!! 1월 27일부터 1월 28일 23시까지 D-Day를 맞이해 시험을 치를 수 있습니다. 부디, 무운을.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며 말했다.눈은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하지만 보지 못하는 것도 있다. 나의 본질은 내게 많은 것을 보도록 할 수 있게 하며 그렇기에 많은 것을 보았다. 나는 보는 것 이상을 볼 수 있는 재주를 지녔고 우리는 같지 않겠지만 이러한 것은 그녀에게도 해당할 것이다
"후후, 어떻게 보여지시나요? 전자일 수도 있고 후자도 일수도 있으며 둘 다 아닐 수도 있겠지요"
이번에는 나는 그녀의 질문에 질문으로서 거듭하면서, 올바르다고 하기 보단 그러한 방식으로 대답해보기로 했다. 장난스러운 태도로 한번 눈웃음을 한번 지으며 동시에 손가락을 들어올려 검지로 자신의 입가를 살며시 가져다 데는 시늉을 하면서 그렇게...
시큰둥한 낯으로 어깨 한 번 으쓱인다. 그대로 다시 떠나려 했으나 새로운 화제가 재차 발목 붙잡았으니. 무신이 다시금 대화에 응하도록 하기엔 충분한 이야기였다.
"어찌 그놈이 내 성적을 두고 걱정을 한단 것이냐?"
요점은 그것이다. 성적이 낮게 나오는 것은 제 일인데 왜 관계도 없는 그 녀석이 걱정을 하느냐. 생전 남을 생각해줄 줄을 모르는 이기적인 성격 탓이기도 하고, 가장 근본적인 문제 역시 따로 있었다. 무신은 당초부터 공동체의식과 공감 능력이 발달한 영장류의 생태로부터 괴리된 존재였던 것이다. 오래 묵은 흉충의 고개가 살짝 기울어진다. 그는 진심으로 상대가 꺼내는 말의 앞뒤를 이해할 수 없었다.
신은 그 말에 부채로 얼굴을 가려내듯이, 대신 소매로 입가를 짚고 여신을 마주보았다. 과장하여 아주 오래도록 그렇게 있었다. 게슴츠레 눈을 뜨고서, 반상盤上에 이삭을 흩뜨리고서 점술가가 그 모양을 가려낼 때 그러듯이 침묵했다. 그렇게 장고한 끝에 눈을 휘며 말한 것이.
"코노하나노사쿠야히메木花開耶姫가 아니라, 차라리 이와나가히메磐長姫 쪽이었나."
잉태한 계집을 버려진 계집이 저주하였다. 울면서 저주하였다. 값진 축복을 안고 태어날 그 아이는, 앞으로 낳아질 수없는 귀한 혈통은 꽃처럼 짧고 덧없을 것이라고.¹
아니면 제 귀한 딸 이와나가히메石長比売의 비참한 이야기와 그 치욕감을 도저히 감내하지 못했던 아비 오오야마츠미大山津見 쪽이 될런가?² 어느 쪽이든 똑같은 원갚음의 이야기가 될 테니 아무렴 어떠할까.
낯선 경전經典의 단락은 그렇다 치더라도 여신은 명백한 광인의 모습을 보였다. 아니, 차라리 신은 태연했다. 권력자들을 위한 신으로 있으면서 저런 광인 어디 한둘쯤만 있었을까. 인간만의 이야기도 아니었다. 제 자식의 목을 친 이자나기의 신 이래로, 부군을 원망하며 하루에 천 명의 사람을 죽이겠노라 천명한 이나자미의 신 이래로 인간과 다를 바 없는 복수심을 품는 신은 천 위位고 만 위位고 있어왔다.
그리고 지금 또 한 위位가 존재할 뿐. 그저 그것에 지나지 않는다. 신은 낯설지 않은 앙갚음의 색을 품은 눈을 마주보며 이것은 즐거운 일이 되었다는 듯이 한번 짧게 웃었다. 아, 이제야말로 알겠다. 혀에 걸리적거리던 그 발음. 아주 오랜 옛날에 불러졌던 낡은 노래. 겹겹이 구름 이는 이즈모 땅에, 겹겹이 울타리. 아내를 숨길 겹겹이 울타리를 두르리. 겹겹이 둘러쳐진 울타리를......
시로사키는 애매한 답을 내어놓는 후카미의 팔짱을 끌어안은 채 그녀를 멀뚱멀뚱 바라보다가, 고개를 기울여 그녀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피기도 해보지만 역시 그녀에게서 별다른 기운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도 한 가지 짐작이 가는 부분이라면, 신 되는 자들은 언제나 태도가 평안하고 여유로웠다는 것이다. 그에 시로사키 또한 정답이 아닌 애매한 답을 내어놓는다. 그녀가 직접 말해주기 전까지는 단언할 수 없을 것 같지. 쉽게 말해줄 것이었다면 이렇게 되묻지도 않았을 테고 말이야.
"평범한 인간은 아닌 것 같아."
시로사키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다시 걷자는 듯이 팔짱을 낀 채 앞으로 한걸음 걸어가려 했다. 어떤 존재이건 같은 반 학우이자 친구라는 것은 변함이 없으니 크게 궁금해하지 않으면서. 옆에서 조잘거릴 뿐이다.
"당신이 인두겁을 쓰고 후손의 신세를 지는 시점에서 인간의 의무는 어느정도 해야하니까요. 요컨데 성적이 중하냐고 하면, 낙제점을 받는다던가 하면 그만큼 인간이라는 녀석들은 감점을 부여합니다. 그경우에 최악은 한학년을 더한다던지 하는 귀찮은 일이 생기겠죠."
중하냐 아니냐고 한다면 그게 인간사회에서 쓸모있음과 쓸모없음을 나누는 척도이기도하다. 신이야 사회를 나갈일이 없지만 인간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사회를 나가는데 있어서 성적은 나를 증명하는 능력의 결과로 작용하니까.
"신이 인간의 마음을 헤아리기엔 인간과 신은 이 사회라는 것에 뿌리를 달리 두고있기에, 차이가 생길 수 밖에는 없습니다만, 후손도 후손나름대로의 체면이라는게 있지않겠습니까. 집안 최고의 왕고가 인간의 무리에서 학업태도불량에 낙제라고 하면 솔직히 부끄러울 겁니다. 그게 인간의 사회라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