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군, 전투 준비 첫 정기고사를 대비해 일상, 로그, 독백으로 성적을 올릴 수 있습니다. ※ 전군, 학운 참배 아야카미 신사에 참배합시다! 그러면 조오금은 운이 좋아질지도? 아닐지도…? ※ 전군, 진격!!! 1월 27일부터 1월 28일 23시까지 D-Day를 맞이해 시험을 치를 수 있습니다. 부디, 무운을.
히라사카 오토아가 책상에 붙어앉아 낑낑대고 있을 때에는 보통 몇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좋아하거나 관심이 있는 애니메이션이 나와 감상회를 열어야만 할 때요, 두 번째는 코미X같은 각종 동인행사에서 사 모은 동인회지를 겟하게 되었을 때요, 세 번째는 신작 게임이 출시되어 밤을 새워 엔딩을 향해 달려갈 때다.
그러나 오늘, 오토아가 책상 앞에 앉아 머리를 쥐어싸매고 있는 이유는 바로,
"....으, 으아⸻⸻!!! 뭐라는지 하나도 모르겠단 거에용⸻!!!!!!"
..곧 있을 시험 때문! 기어이 절규와 함께 철퍼덕, 책상 위 펼쳐진 교과서나 노트따위 위로 엎어지고 만다. 무슨 부귀영활 누리겠다고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네, 차라리 점수같은 거 외면하고 새로 나온 신작 <초우주마법소녀★갸랏코쨩!> 감상회나 열었으면 좋았을 텐데, 누가 듣고 있지도 않은데도 홀로 중얼거리며.
그러나 오토아에게는 절대로 이번 시험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으니.
"그치만 어쩔 수 없잖아용. 자칫 시험을 망쳐서 용돈이 끊기면 다음 달에 출시되는 게임을 못 사니까."
이것만 끝나면, 끝나면...! 다시금 몸을 일으키고선, 두꺼운 안경을 척 치켜올리고 책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런 대답 돌아올 줄 알았더라면 묻지 말 것을 그랬나. 만면에 번졌던 웃음 금세 사그라진다. 어차피 이 자리에선 처음부터 작정하고 맞붙을 생각은 아니었으니 상관은 없겠지만서도, 김이 새는 기분만은 영 달갑지 않다. 잔뜩 힘 들어갔던 눈매도 반눈이 되어선 한결 느른한 태세로 경청한다.
물을 때까지만 해도 제법 진지한 기분 섞여 있었건만, 답을 듣고 나니 오히려 시큰둥해졌다. 외부 요인 탓이라면 배제해야 할 요소를 끊임없이 경계해야 하지만 제 문제라 하면 되던 걱정도 없어지는 기분이라.
"흠. 그런가."
류지 녀석 복장이 저로 인해 터지는 게 하루이틀 일이어야지. ……놀랍게도 조상신께선 제 탓에 류지의 환장이 매일같이 경신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저 알면서도 그러려니 무시하고 있을 뿐이다. 아니, 애초부터 저 신의 짐작이 틀렸을 수도 있으니 확실히 하려면 본인에게 직접 물으면 되리라. 생각이 난 김에 곧장 가서 묻기나 할까. 먼저 접근해 시비를 걸고 가볍게 다툰 상황. 원인도 시작도 결국은 모두 제 탓인데, 그런 정황은 이제 알 바도 아닌 모양이다. 변덕이 죽 끓기보다도 예측하기 까다롭다. 무신은 그렇게 상대를 내버려두고 곧장 뒤돌아― ……거 참, 앞뒤도 헷갈리니 이 술수 무척이나 거슬린다.
여하간 무사히 뒤돈 그는 마저 귀갓길 떠나려다, 문득 떠오른 것이 있어 한 걸음 걷지도 않고 곧장 몸을 돌렸다.
시로사키는 후카미가 하는 말에서 이미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는 것을 보아 지금의 자신의 모습이 그녀의 눈에 보이며 역시 그녀가 예삿 인물은 아니다는 것을 직감했다. 친해지고 싶다는 말에 그녀의 입에서 긍정적인 말이 나와주어, 퍽 살갑게 옆으로 다가서며 자연스레 팔짱을 끼려 한다.
내가 내 주제를 모르지는 않는다. 육탄전으로 싸울걸 생각한다면, 철저히 10수정도는 준비해두고 하나하나 계책을 이용하면서 싸워야 승부를 가늠하는데, 지금은 뭐하나 준비한게 없지 않은가. 자세를 굽히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있다. 그게 언젠가 추진력을 얻어 목을 따는데 도움이 되니까.
"아, 이쯤 말했으면 자각하실줄 알았는데-."
머리 굳은 녀석에게는 너무 복잡한 말이었던가.
"소녀 생각에는 사토군이 걱정하는건 당신 성적 때문아닐까요. 당신 1학년이잖아요?"
이 시간에 돌아다니는 걸 생각한다면, 더할 나위없이 아무것도 준비 안했다에 내 오늘치 밤만쥬를 걸수도 있는데.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며 말했다.눈은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하지만 보지 못하는 것도 있다. 나의 본질은 내게 많은 것을 보도록 할 수 있게 하며 그렇기에 많은 것을 보았다. 나는 보는 것 이상을 볼 수 있는 재주를 지녔고 우리는 같지 않겠지만 이러한 것은 그녀에게도 해당할 것이다
"후후, 어떻게 보여지시나요? 전자일 수도 있고 후자도 일수도 있으며 둘 다 아닐 수도 있겠지요"
이번에는 나는 그녀의 질문에 질문으로서 거듭하면서, 올바르다고 하기 보단 그러한 방식으로 대답해보기로 했다. 장난스러운 태도로 한번 눈웃음을 한번 지으며 동시에 손가락을 들어올려 검지로 자신의 입가를 살며시 가져다 데는 시늉을 하면서 그렇게...
시큰둥한 낯으로 어깨 한 번 으쓱인다. 그대로 다시 떠나려 했으나 새로운 화제가 재차 발목 붙잡았으니. 무신이 다시금 대화에 응하도록 하기엔 충분한 이야기였다.
"어찌 그놈이 내 성적을 두고 걱정을 한단 것이냐?"
요점은 그것이다. 성적이 낮게 나오는 것은 제 일인데 왜 관계도 없는 그 녀석이 걱정을 하느냐. 생전 남을 생각해줄 줄을 모르는 이기적인 성격 탓이기도 하고, 가장 근본적인 문제 역시 따로 있었다. 무신은 당초부터 공동체의식과 공감 능력이 발달한 영장류의 생태로부터 괴리된 존재였던 것이다. 오래 묵은 흉충의 고개가 살짝 기울어진다. 그는 진심으로 상대가 꺼내는 말의 앞뒤를 이해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