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군, 전투 준비 첫 정기고사를 대비해 일상, 로그, 독백으로 성적을 올릴 수 있습니다. ※ 전군, 학운 참배 아야카미 신사에 참배합시다! 그러면 조오금은 운이 좋아질지도? 아닐지도…? ※ 전군, 진격!!! 1월 27일부터 1월 28일 23시까지 D-Day를 맞이해 시험을 치를 수 있습니다. 부디, 무운을.
"천사라니. 후훗. 과찬이에요. 딱히 제가 꼭 해야 할 필요는 없어서 그냥 양보한 것 뿐인걸요. 사키나카 모노리. 그렇다면 사키나카씨라고 부를게요."
맛있는 것을 많이 준다는 말에 유우키는 그저 웃음소리만 낼 뿐,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진 않았다. 반찬가게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빵이나 샌드위치 같은 것을 파는 제과점을 하는 것일까. 어쨌든 맛있는 것을 많이 준다고 한다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정말로 맛있다면 아야나에게 나눠줘도 되겠지. 절로 침을 꿀꺽 삼키며 그는 천천히 세전함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상대의 속마음을 읽는 능력은 없었으나 묘하게 참배가 진지하다고 유우키는 생각했다. 그만큼 시험를 잘 치고 싶은 것일까. 허나 유우키는 정말로 여기에 참배를 한다고 해서 점수가 잘 나올지는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상대의 마음을 무시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결국 이 세상에 신도, 요괴도 존재하고 있었으니... 혹시 아는가. 정말로 참배해서 점수가 오를지.
참배를 마친 그가 자신의 이름을 묻자 유우키는 살며시 오른팔을 굽힌 후에 꾸벅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다른 이들에게도 보이는 일종의 버릇이었다. 기품이 흐르는 인사를 한 후에, 그는 다시 허리를 폈고 모노리를 바라보며 제 이름을 이야기했다.
"저는 시라카와 유우키. 시라카와도 괜찮고 유우키도 괜찮아요. 후훗. 같은 학교인만큼 앞으로 잘 부탁할게요. 사키나카씨. 참고로 저는 2학년인데 당신은?"
자연스럽게 학년에 대해서 물으며, 그는 동전지갑을 꺼냈다. 그리고 함에 넣을 50엔 동전을 뒤적거렸다.
분홍으로 물들었던 벚나무도 어느새 파릇파릇 새 잎사귀가 돋아나, 봄이 가고 있구나 하고 느낄 때쯤. 시로사키 하나라는 작은 강아지도 인간들 틈에 섞여 지내며 학교생활에 잘 적응해나가고 있었다. 어느덧 다가온 정기고사-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이 오늘도 깨끗한 머릿속을 하고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복도를 거닐고 있었는데. 키가 조금 큰 여학생이 남자화장실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이었다.
"저기. 거긴 남자화장실이에요."
그래. 이제는 존댓말도 익숙해질 때가 됐지. 마침 그 옆을 지나던 하나는 침착한 목소리로 포피의 손목을 붙들려 했다.
"앗! 그렇다면 저는 유우키 씨라고 부를래용! 유우키 씨 이름은 귀여우니까용. 그나저나 제 선배시네용. 저는 1학년 이랍니당!"
예의를 단단히 차린 것 같아 보이는 인사에 모노리는 적지 않게 놀랐다. 이내, 사람을 앞에 두고 너무 놀란 표정을 지은 것을 자각하고 표정을 갈무리했다.
유우키라는, 저보다 학년 선배인 소년은 자신과 상성이 정반대인 듯싶었다. 몸에 밴 것 같은 예의 바름과 배려, 그리고 말투에서 스며나오는 상냥함은, 예의를 차리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자신과 반대인 것처럼 보였다. 그렇기에 그가 존경스러웠다. 심지어 자신은 처음 본 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과하게 보이기까지 하는 배려를 보여 시험 성적 문제로 인해서 풀리지 않았던 긴장이 이제서야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학교에서 마주치면 꼭 달려가서 아는 체 해야겠다.
유우키라는 상냥한 사람이 잘 지내는 모습이 보고 싶었던 모노리가 굳게 다짐했다. 이렇게나 고운 사람은 부디 잘 컸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덧붙여서, 유우키의 모습을 보며 과거에 자신이 저질렀던 행적들을 반성하기 위함도 있었다. 참으로 본받고 싶은 인물이었다.
모노리는 유우키가 동전 지갑을 뒤적거리는 모습에 보답할 수도 있을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모노리가 다급하게 말을 꺼냈다.
"혹시 동전이 부족한 건가용?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용! 제가 줘도 될까용? 방금 전 일, 꼭 보답하고 싶어용!"
유우키라는 이름이 귀엽다라. 생각도 못한 발상이었기에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물론 애칭으로 유우나 유키라고 불리는 경우는 있었던 것 같지만 유우키라는 이름 자체가 귀엽다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 탓이었다. 어쨌건 눈앞의 이는 1학년 후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말투가 반말투로 바뀌는 일은 없었다.
"1학년이요? 후훗. 기억해둘게요."
학년이 다르다면 아무래도 학교에서 마주하는 일은 잘 없겠지만, 그래도 살다보면 한두번은 더 마주칠 수 있지 않겠는가. 이 또한 좋은 인연이 될지도 모른다고 유우키는 생각했다. 그리고, 만약 인연이라면 그 인연을 소중하게 대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유우키는 싱긋 미소를 보였다.
한편 50엔 동전을 막 꺼내려는 찰나 갑자기 모노리에게서 말이 들어왔다. 50엔을 주겠다는 듯이 말하는 그의 말에 유우키는 두 눈을 깜빡이다가 작게 웃음소리를 냈다.
"아뇨. 아뇨. 50엔이라면 있어요. 하지만...모처럼이니까 받도록 할게요. 고마워요."
굳이 보답이라는 말까지 하면서 저렇게 말을 할 정도였다. 그렇다면 응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유우키는 살며시 50엔 동전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것을 세전함 속에 조심스럽게 집어넣었고, 본당 앞에 달려있는 줄을 잡아당겨 종을 딸랑, 딸랑, 딸랑. 3번 울렸다. 그리고 합장. 조용히 고개를 숙여 묵념을 하면서 그는 참배했다.
'......'
조용한 침묵 속에서 그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올렸다. 일단은 다들 성적 올리려고 참배를 하니, 그도 일단은 비슷한 것으로 빌었다. 그냥 올해도 늘 나오던대로 나오게 해달라는 소원이었으나 이게 정말로 효과가 있을진 알 수 없었다. 아니. 굳이 말하자면 없지 않을까라고 추측하나 혹시 모를 일이었기에 그는 그냥 어느 정도만 기대하기로 했다.
아하, 어떤 힘을 쓰는 신인가 했더니 이런 부류인가. 무신이라고 한들 찰나만에 뒤바뀐 중심에 적응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직전에 내뻗은 주먹만은 본래의 목표로 나아가도록 두었다. 머리 한구석에서는 이 상황을 타개할 수를 떠올려 보면서─ 역시 힘으로 파훼하는 것은 이 자리에선 곤란한가. 뇌중에 솟아난 온갖 판단 시도하기 전, 문득 저 신의 마지막 물음이 떠오른다.
우선 제자리에 멈춰 선 채로 흠, 짧은 침음 흘리더니.
"그건 도발인가?"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에는 지금까지의 포악성 별반 느껴지지 않았다. 대답에 따라 어찌 행동할지를 정할 심산인 것처럼.
대화 내내 이어 왔던, 타인에겐 조금도 관심이 없다는 듯한 태도 여전해 보였다. 범인의 일견으로는. 기민한 부류라면 이 신의 주의가 짧게나마 특정한 주제에 기울었다는 것을 눈치채었으리라. 과연 무신은 무심하고도 냉담한 성품이기에 신앙을 바라고도 제 아래 인간들을 알고자 하지 않아 왔다. 그들이 어떤 심정으로 저를 모시는지, 무엇을 두려워하고 어떤 상실과 역사를 겪어 왔는지, 그 무엇도. 하지만 근간에 류지 녀석이 부쩍 제 이름을 외며 구원을 바라는 일이 많아졌다. 이쯤 되면 하찮은 시련 정도는 알아서 이겨내란 무신의 방침도 바뀔 수밖에 없어 뒤늦게서야 관심이 기울게 되는 것이다. 거꾸러진 시야에 상대를 똑바로 담는다. 그사이 적응이 되었는지 그 시선 향하는 방향 틀리지 않고 정확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