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집하느라 바쁘게 돌아다닌 녀석에게 설거지까지 시키다니 너무한 거 아닌가? 하는 마음이 잠깐 든 것도 사실이지만, 설거지는 싫단 말이지. 물가에서 온수도 없이 뽀득뽀득 닦다보면 외로워진다. 메이사가 다 들지 못한 식기와 마른 수건을 들고 일단 따라간다. 젖은 그릇을 닦는 정도는 도와주겠다 소녀여.)
(바들바들 떨면서 손을 내려다보지만, 결과는 뒤집히지 않는다. 나 벌써 3연속 설거지 담당이 된 느낌인데. 이거 사기 아니야? 하지만 어떤 속임수도 없었지. 명백하게 운이다. 아마도....)
"내 운 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오오.... 어쩔 수 없지. 읏차..."
(투덜거리면서도 식기를 챙겨 든다. 다 들지 못한 것들은 알아서 유우가가 들어주니 편하다. 뭐랄까,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해준다는 점이 말이지. 역시 친한 소꿉친구가 있으면 든든하구나 싶달까. 물가에 자리를 잡고 식기를 씻기 시작했다. ...으악, 몇 번을 해도 물 너무 차갑다고!)
"으햐, 차가웟... 우웃.. 다음엔 꼭 이길거야아아...."
(차가워도 뽀득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깔끔하게 닦는다. 으, 두고 봐. 다음엔 꼭 이길거야. ...아니 하지만 밥해주는 애한테 설거지까지 하라고 하긴 또 그런가. 뭐어.. 어차피 운이니까. 다음엔 행운의 여신이 내 손을 한번쯤 들어주겠지. 닦은 그릇을 자연스럽게 유우가 쪽으로 건네며 그렇게 생각했다.)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신년을 맞이한지도 벌써 3주가 지났습니다.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츠나지의 겨울, 금방이라도 얼어 붙을 것처럼 느리게 흐르는 파도 너머에서 차디 찬 해풍과 함께 해무가 밀려와 느지막히 떠오른 아침 해를 두텁게 가려버렸습니다. 언제부터일까요, 정확한 시기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이 해풍도 안개도, 아니, 츠나지의 공기 자체가 묵직해진 느낌입니다. 습하다고 할지, 묵직하다고 해야할지. 여름도 아닌데 이상한 일입니다. 그래도 언제나처럼 아침은 찾아왔습니다. 다들 움직일 시간입니다.
/시간대는 아침, 자유롭게 행동하는 레스를 작성해주세요😸 마지막 줄에 #을 달고 행동레스를 적어주시면 제가 더 편하니 부디 많은 이용을...
츠나지의 바다는 맑고 깨끗하고 시릴 정도로 투명해 보이지만, 먼 곳에서 해류를 타고 쓸려오는 쓰레기들마저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바닷가에는 파도가 남긴 자국을 따라 갖가지 쓰레기들이 줄지어 뒹굴고 있습니다. 폐그물의 조각, 이젠 무엇을 담았었는지도 모를 새카맣게 때가 탄 스티로폼 상자, 낡은 밧줄에 뒤엉킨 해초들, 하얗게 색이 바랜 라벨이 붙은 페트병, 과자 대신 모래를 가득 담은 과자봉지....
그리고 덩그러니 놓여있는 신발 한 짝 같은 것도 말이지요. 신발 안쪽에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축축해진 모래가 잔뜩 달라붙어있지만, 그 사이로 보이는 선홍빛이 당신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거 잘 치웠던 거 같은데 말이야. 츠나센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다음부터는 동네도 눈에 띄게 흉흉해지고(원래도 칙칙한 곳이긴 했다만), 사람들의 배타성도 짙어진 느낌이 든다. 동네의 관리가 이전보다 덜 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이 이 이 이봐봐, 꼬라지 봐. 개판이구만...
...근데 저 신발 안에 있는 거 뭐지? 이 칙칙한 흑백동네에서 혼자 컬러풀한데? ㅋㅋㅋ막 참치뱃살이라던가? 불가사리라던가? 재밌겠당. 다가가서 신발을 뒤집어 탈탈 털어본다.)
(언제부턴가 츠나지를 둘러싼 분위기가 바뀌었었다. 원래부터도 텃세가 심한 마을이긴 했지만, 최근 들어 더 심해진 것 같다. 어디 그뿐인가? 괴상한 이변까지 일어나고 있으니.) (그럼에도 새로운 날은 항상 밝아온다. 집을 나서면 습하고 서늘한 바람이 저를 맞아준다. 이대로 좀 걸어볼까.)
>>129 집어든 신발은 이상하게도 묵직했습니다. 뒤집어서 털어도 한 번에 나오지 않는 것이 마치 무언가가 신발 안쪽에 달라붙은 것 같습니다. 어쩌면 끼어있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모래 사이로 보이는 선홍빛은 여전히 붉고, 마치 막 썰어낸 고기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이.....
신발을 탈탈 터는 당신의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립니다.
"유우가, 여기서 뭐해?"
꼬리에 단 붉은색 리본, 갈색의 사이드테일이 인상적인 당신의 담당 우마무스메, 메이사 프로키온이 뒤에 서 있었습니다. 평소와 같은 웃음을 띄고서.
"집에 갔는데 없어서 어디갔나 했더니... 겨울 바다는 볼 것도 없을 텐데."
>>130 거리를 걸어다니던 도중 마주친 마을 사람들은 명백하게 경계하는 눈으로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집 앞을 쓸던 한 할아버지는 눈이 마주치자 들릴 정도로 혀를 차고선 집에 들어가버렸습니다. 찝찝한 기분으로 계속해서 걷다보면 늘 출근하며 오가던 길이 나타납니다. 다만... 이전의 기억과는 꽤 달라진 모습이 곳곳에 눈에 띕니다. 이상한 글자로 적힌 간판, 길을 돌아다는 사람들 사이에 섞인 이상한 모습의 무언가들... 골목길 사이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들...
그 비일상적인 풍경 속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와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팀 프리지아 소속의 우마무스메, 메이사 프로키온이었습니다. 다행히 이쪽은 아직 머리가 점액질의 무언가로 바뀌거나, 비늘로 덮이거나 하지 않은 정상적인 모습입니다.
[크툴루풍 AU] >>134 메이사에게 걸어가는 당신의 뒤로, 무언가 습기가 많은 것이 짜부러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별 것 아닐 겁니다. 다시 돌아보면 신발 자체가 없어져 있을 테니까요. 아니. 원래 그런 건 없었으니까요.
"아. 그러네. 우마톡은 보냈는데 전화를 할 걸 그랬네."
잠시 눈을 깜빡이던 메이사는 당신이 머리를 쓰다듬자 눈을 지그시 감았습니다. 우마톡을 확인한다면 [어디야?] [장보러 갔어?] [██████] 같은 메시지가 와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 메세지는 어째서인지 글씨가 깨져서 알아보기 힘들지만, 별 일 아닐 겁니다.
".....저쪽에."
당신의 이야기를 듣던 메이사가 한 손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킵니다. 지금 서 있는 해변에서 왼쪽, 멀리를 가리키며 다시 말을 이어갑니다.
"사당 하나가 있거든. 거기에 붙어있던 부적이 없어진 거.. 유우가도 들었어?" "그거 엄청 중요한 거래. 그래서 어른들이 엄청 난리가 났었거든. 그래서.. 아무래도 그.. 그런 거 있잖아. 밖에서 온 사람부터 의심하게 된다던가 뭐 그런. 물론 난 유우가는 관련 없다고 생각하지만."
당신은 메이사와 헤어져 츠나센으로 향합니다. 방학을 맞이해 학생들이 없는 츠나센은 기묘할 정도로 조용합니다. 적막이 감도는 학교는 어쩐지, 평소보다도 더 이상한 느낌입니다. 들어서면 안 되는 장소에 발을 들인 듯한 이 이상한 감각. 당신은 이 감각을 견디며, 교문 안으로 들어섭니다.
아래의 장소 중 탐색할 곳을 골라주세요 - 트레이너실 - 더트 트랙 - 학원장실 - 수영장
트레이너실로 가는 복도는 거뭇거뭇하게 물들어 있습니다. 결로 때문에 곰팡이가 슬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자세히 보면, 가느다란 실 같은.. 혹은 머리카락 같은 것들이 벽과 바닥을 조금씩 덮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만해도 충분히 기분이 나쁠 일인데, 하필 트레이너실 문손잡이에도 그것들이 빼곡하게 덮여 있습니다. 그걸 이겨내고 문을 연다면, 트레이너실의 내부가 보일 것입니다.
빼곡하게 들어찬 검은색 실. 아마도 동료 트레이너였을, 지금은 그저 까만 실에 뒤덮인 괴생물체로만 보이는 무언가들. 그리고 정면에 보이는 벽에 들러붙어 맥동하는 큰 검은색 고치....
>>144 (기괴하게 변모해버린 복도. 뭔가 심각하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 와서 발걸음을 돌릴 수도 없었다. 무언가의 의지가, 그러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는 것만 같았다. 복도를 간신히 지나와 트레이너실의 문을 여니 보이는 것은...) (...그 광경을 가만히, 멍하니 바라보기만 한다.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아서다. 도대체, 뭐지? 내가 지금 헛것을 보고 있나?)
얼굴을 감싼 실 때문인지, 부정확한 발음으로 나오는 말은 온전하게 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미는 책과 일부나마 들리는 말로 유추해보건데... 책의 주인을 찾고 있는 모양입니다. 책을 쥐고 내미는 손 같아 보이는 부분은, 검은 실같은 것들이 끊임없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배타고 나가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런 거 신경쓰는 사람들이 많거든." "나는... 잘 모르겠어. 그치만 사당 쪽엔 가까이 가지 말라던가 그런 말 많이 들었으니까. 옛날부터."
메이사와 함께 시장으로 향합니다. 시장에는 아침부터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촌답게 싱싱한 생선이 가장 많고, 싱싱한 채소들도 보입니다. 다만.... 역시 이상합니다. 생선들이 하나같이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심해에서나 볼 수 있는 어종부터, 전혀 알려지지 않은, 처음보는 생김새의 생선들. 안면에 눈알이 빼곡히 자리잡거나, 생선보다는 무언가의 덩어리에 가까운 것들이 자연스럽게 매대에 놓여있습니다.
시끌벅적하던 시장이 갑자기 조용해집니다. 상인들의 눈길이 당신을 향하고 있습니다. 메이사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한 모습으로 생선을 둘러보고 있습니다.
>>146 (그래, 별 일 아닐 것이다. 헛것이거나, 아니면 제가 미쳤거나. 실제로는 아무런 일도 없을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무언가가 꿈틀대며 목소리를 낸다. 기괴하다. 그것이 하는 말은 대강이나마 알아들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한때 사람이었을 것이 내미는 책을 받아든다. 조금 찝찝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