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군, 전투 준비 첫 정기고사를 대비해 일상, 로그, 독백으로 성적을 올릴 수 있습니다. ※ 전군, 학운 참배 아야카미 신사에 참배합시다! 그러면 조오금은 운이 좋아질지도? 아닐지도…? ※ 전군, 진격!!! 1월 27일부터 1월 28일 23시까지 D-Day를 맞이해 시험을 치를 수 있습니다. 부디, 무운을.
4. 많은 신이 그렇듯이 이름이 아오아카가네노카미 뿐은 아니다. 아오아카가네누시, 스즈아카가네누시... 앞에 아마노(アマノ) 같은 말이 붙기도 하였을 것이고, 같은 발음을 가진 다른 표기도 무수히 존재했을 것이다. 현재의 일본어 발음으로는 흉내낼 수 없는 그 때만의 독특한 이름도 있었을 것이다. 모조리 실전되었을 뿐이지... ( 어쩌면 어딘가에는 남아 있을지도?🤭 )
그렇다면 이 체육관에 어떠한 용무가 있어서 왔나보다! 무언가를 잃어버렸다거나 아직 하지못한 정리가 있었다거나! 무슨 특훈이라고 물어보는걸 보니 자신이 한 특훈에 대해서 흥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스탭을 연습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을텐데, 어지간히 흥미가 동한 모양이구나!
"농구특훈은 일단 슛부터 연습해보는게 좋아! 어떤 것이든 일단 흥미를 가질 수 있게 하는게 좋지. 일단 농구의 본질은 상대방의 골대에 공을 넣는 것 이고 그 이후는 그것을 위한 테크닉이니까.. 일단 3점슛을 아무 방해없는 상태에서 연속으로 3... 아니 5번정도는 넣을 수 있도록 연습을 하는게 좋다고 생각해!"
엄청 많은 말을 엄청 빠르게 말하며 자신을 지나치는 그녀를 당연하다는 듯 따라 나서는 그 였다.
"아, 쿠로누마 테츠오야."
이름을 물어보는 것 에서 그에게는 이미 동의 표시라고 느낀 모양이었다.
그가 가진 공을 농구공이 모여있는 바구니에 슉ㅡ 하고 던졌고, 고무와 고무가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제발 그만. 이쯤되면 구렁이 자신이 오해하기 좋게 말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보통 기가 아니야 이 인간. 저 푸르고 올곧은 눈을 봐. 비록 껍데기 뿐일 푸르름이지만 그의 곧은 심기를 바로 마주하자니 요괴인 자신이 부끄러워질 것 것만 같다. 왜인지 음험한 요력을 발휘해 저것을 조금이나마 꺾고 싶은 생각이 든다. 가만히 붉은 빛을 발하려던 자안이 얌전히 사그라들었다. 그래. 그러한 단순 오기였을 뿐이지. 그러니까 그 놈의 농구 얘기 좀 그만 하란 말야.
" 쿠로누마. 테츠오."
별 거 들어 있지도 않은 구색만 갖춘 검은 백팩을 달그락거리며 맨 구렁이는 미끄러지듯 체육관의 나무판 바닥을 나섰다. 갈까? 하는 물음에는 이미 대답이 소용없어진 지경임을 알았기에 입을 꾹 다물었다. 남몰래 체육관에 기어들어와 낮잠을 잔 한량과 열심히 특훈한 청춘 남고생. 분명 자신이 방해하는 쪽인데 뭐가 이리 해맑고 우호적이람.
" ..자넬 몇 번 본 적이 있어. 난 여기서 종종 낮잠을 잤고, 자네는 여기서 훈련을 했지."
힘겹게 긴 문장을 말한 구렁이. 이 정도로 애썼다는 건 오해를 품과 동시에 오해를 사기 위함이었다. 그러니까 훈련이나 하는 너와는 다르게 난 한량이니, 제발 안 좋게 봐주거나 말을 걸지 말아달란 뜻이라고. 체육관 문을 체구에 맞지 않은 힘으로 거칠게 열어재낀 구렁이가 다시 소리없는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하필 그 앞에는 자판기가 있었다. 아, 시원한 물. 낮잠을 자고 일어난 직후에 마실 시원한 사이다 한 캔을 어찌 지나치랴.
사실 방금 밖을 봤다. 하필 이 타이밍부터 비가 뚝뚝 떨어질 것이 무어냔 말이다!!! 그 덕에 내 눈에서도 다시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았고... 간신히 참아낸 나는 허둥지둥하면서 수?습을 시도했다. 그러니까 이렇게.
"비, 비가 오는 게 나쁜 날씨라고 하는 건 저, 저, 저,저저기이 편견이니까 말이지??? 너무 안 내려도 사람들은 자신들이 죽는 줄 알았고, 시, 실제로도 죽어나갔고... 그 그러니까, 저기... 오히려 이렇게 비가 내리니까...! 지금처럼 아늑한 실내에서 공부하기 좋은 날이라는 거지, 응응!" ― 거기 시끄러워, 정숙. "앗.......... 넵, 넵..."
눈이 핑핑 돌면서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나름대로는 속으로 잘 수습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튼 이 논리를 이어나가야했기 때문에 나는 내가 펼쳤던 참고서를 하쿠 앞으로 밀어주려고 했다. 그러니까, 같이 볼 수 있도록.
"그, 그런 의미에서 가, 같이 공부해보자는 거야... 뭐, 어, 어려웠던 부분... 없어...?"
사건은 어찌저찌 수습되는 듯했다. 몇 인간들은 자리를 떠나면서도 의심의 눈초리 힐끗힐끗 보내 왔지만, 신께서 부리부리한 눈으로 맞받아치니 인간들이 버텨낼 도리 없다. 못마땅한 기색 보이면서도 떠나가는 뒷모습들 가만히 일별하다 시선을 돌렸다. 하면 이제 남은 것은……. 그리 생각할 찰나 잠긴 문 너머에서 철컥, 소리가 난다. 무신은 반사적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이 녀석 그냥 이대로 가둬 놓고 갈까?
……그런 생각 들다가도, 이번에도 실현시킬 수는 없는 공상이란 것 알기에 신의 낯이 떨떠름해진다. 이대로 두고 갔다가 다음날 신발장에서 요괴(의 시체)가 발견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인간들은 괴생물체의 발견이니 뭐니 떠들어 대겠지. 어떤 식으로든 경계가 강화될 테니 그도 덩달아 곤란해질 것이 뻔했다. 무신은 손을 들어 제 뒷머리를 벅벅 문질렀다.
쯧. 혀 차는 소리는 비좁은 신발장의 어둠 너머에까지 닿았으리라.
이내 어두운 시야의 한쪽에서부터 천천히 빛이 들어온다. 그 짧은 사이 밀폐되어 갑갑했던 공기가 열린 틈새로 먼저 몸을 빼고, 봄날 오후의 햇살 비스듬히 비치는 자리에 보인 것은─
구렁이는 순간 마치 자신이 정말 고등학생이 된 것처럼 마른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려 했으나 손이 닿기 직전 느껴지는 기운에 헛도는 손을 얌전히 내려놓았다. 그나저나 공부하기 싫다니까? 자신을 도서관으로 이끈 누구씨나, 참고서 주는 신이나. 이 우습지도 않은 상황이나 다 싫어. 근데, 재밌어.
" 역사?"
구렁이의 입술에 조소가 떠올랐다.
" 하긴 네가 잘 알긴 하겠다. 아오이상."
능글맞게 턱을 괸 구렁이가 페이지를 몇장 더 넘기더니 참고서 구석에 있는 더 알아보기, 그래, 제일 쓸데없는 부분을 샤프로 톡톡 쳐대며 말을 걸었다.
" 이건 어떻게 생각해?"
참고서에는 한때 아야카미 지역에 있던 신사에 관해 적혀있었고, 그 신을 숭배하던 마을 주민이나 무속신앙에 대해 흥미롭게 나열된 신문 기사가 짤막하게 실려있었다. 대단하신 신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냐니까.
" 근데, 신이랑 요괴랑 다를게 뭐람. 신은 이렇게 생기고 요괴는 이렇게 생겨서? 그래서 사람들이 요괴는 싫어하나?"
신발장을 열자마자 빛의 속도 로 튀어나가요 아니 진짜로 이렇게 너덜너덜 찌그러진 상태로 나가는 모습이 이렇게 웃길 수가 없을 것이다. 끼에엥 끼에엥하고 작게 신음하며 추우욱 늘어지듯 바닥에 내려오는 모습이 실로 볼만하다. 이것이.....방금 전까지 우에엥 하던 그 요괴? 진짜로 가슴이 옹졸해진다......
"끼에엥"
인간의 언어도 잊어버린 채 최대한 몸을 펴려 애써 요 이녀석 대체 언제 사람의 언어를 되찾을 생각이지? 거의 찌그러진 종이처럼 되었다가 간신히 펴지고 있다.....너무너무 웃긴 모습이다.......
하쿠라고 부르기만 해봐라. 하는 찡그림을 담아 그렇게 말했다. 누군가 말해줘야만 한다. 인간과 소통할 땐 언어를 사용해야된다고. 소리를 내어야 한다고. 그러나 하쿠는 그저 찡그리며 자신의 의중을 알아주길 바랐는데. 아, 그렇네 하도 떠받들어지고 벌벌떠는 인간들 위로 즐기기를 많이 해서 그런가. 그래. 요괴는 요괴라니까. 옛기억이 잠시 머리를 아프게 한다. 근데 저거 되게 유행하던 영화 떠오르게 하네.
" ...그대가 그런 말을 하다니."
의외군.
자판기 앞으로 순식간에 다가선 구렁이는 인간이 발명한 기계중 가히 쓸모있는 것이라 다시 한 번 호평하며 테츠오에게 미소지었다.
" 두 개면 족하지."
베시시 미소를 짓다가 그것을 깨닫고 흠칫 다시 입꼬리를 내린다. 인간 앞에서 그런 미소라니 참. 어두운 피부색임에도 옅은 홍조가 구렁이의 볼에 생긴다.
" 그대도 마시겠나?"
자신의 돈도 아니면서 생색도 내준다. 돈이 있냐고? 그럴리가. 그럼 동전 네 개 필요한거지 뭐. 뻔뻔스럽기 그지없다. 저렇게 순순히 동전을 내주는 모습에 고마움을 퍽 느끼지 못하는 것도 신기한 일이 아니다. 뻔뻔한 구렁이 같으니.
요즈음 미묘한 신경전이 공기 중을 떠다녔다. 목전으로 다가온 정기 고사로 가려지는 신과 요괴의 위세, 그들의 바람에 같이 휩쓸린 인간들. 곧 죽어도 품격과 체면은 챙겨야 하신다는 스미레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이전보다 배로 늘린 양과 시간. 새하얀 날빛과 황금빛 오후 햇볕과 붉은 석양과 푸르른 밤 그림자가 몇 번이고 스미레의 녹빛 정수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무심코 손을 들어 올리자 펜대과 마찰된 부분이 발갛게 붉어져 있었는데, 무미건조한 낯을 한 스미레는 이윽고 다시금 필기를 시작했다.
째깍 째깍 째깍 째깍.
들릴 리 없어야 할 시곗바늘 소리가 선명히 귓전을 때렸다. 집중력이 한계에 치달았다는 소리렸다. 참아왔던 숨을 훅 터트린 스미레가 집중하느라 상기된 뺨으로 머리를 쓸어넘겼다.
창으로부터 어슴푸레한 빛이 쏟아진다. 동이 트는 아침인지, 가장 어두울 새벽인지는 나중을 봐야 알겠지.
이름 부르지 말라고 단호하게 끊어내려던 구렁이의 손은 어느새 테츠오의 손에 들려 힘찬 악수를 반강제로 하고 있었다. 다시 느끼지만 기가 강해. 신이라도 모시는가. 기분 나쁘군. 하쿠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또 어느 누구와 닮기도 했다.
" 웃지 마. 정 들어."
낡아빠진 대사를 날리며 정색을 하는 구렁이는 줏대없어 보였다. 지가 먼저 웃었으면서. 그에 반해 테츠오는 곧게도 웃는다. 웃음도 너처럼 짓는구나.
" 그럼,"
구렁이는 당연하다는 듯이 테츠오의 동전으로 사이다 두 개를 능숙하게 뽑았다. 텅, 덩그렁. 언제 들어도 설레는 소리지 않는가. 한 손으로 사이다 두 캔이나 용케 붙잡은 구렁이는 꽤 멋진 폼으로 사이다 한 캔을 건넸다. 구렁이가 직접 뽑아 건네주는 사이다. 꽤 귀한 거라고. 건배는 생각도 못하고 시원한 캔을 제 뺨에 대던 구렁이는, 테츠오의 말에 이제는 포기한 건지 살짝 두 캔을 부딪히려 했다. 뭐가 내일을 위한 건배냐고. 그 후에 청량한 효과음과 함깨 사이다 캔을 딴 구렁이는 만족스럽게 탄산 가득한 달디 단 사이다를 목구멍으로 쉬지 않고 들이켰다. 신기한 거 보여줄까? 탄산음료 원샷.
구렁이는 테츠오를 의뭉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쉽지 않을텐데. 아니나 다를까, 호기롭게 원샷한 것 같았지만 그새 부작용이 나온다. 그래 인간이구나.
" 너.."
자네, 그대, 에서 너로 호칭이 바뀜은 구렁이의 심적 변화를 뜻하기도 한다.
" ..떨어져서 걸어."
트름이라니. 거리를 두고 싶었다. 꽤나 까칠한 구렁이양은 테츠오를 따라 가볍게 캔을 납작 뭉개 쓰레기통에 넣곤, 조금 거리를 두고 그를 뒤따랐다. 학교를 나서자 꽤 선선한 밤공기와 환한 달빛이 운동장을 덩그라니 비추고 있었다. 확실히 일반적인 여고생한텐 위험했을지도 모르겠거니만, 그 위험한 인물이 바로 자신이다. 그 환한 달빛과 함께 빛나는 테츠오. 어디서 본 청춘만화 한 장면 같아서 갑자기 도망가고 싶다.
구렁이의 모습이 아님에 감사하며 구렁이는 억울해하는 테츠오가 자신과 심히 정반대임을 실감했다. 또랑또랑한 목소리나, 당당하고 곧은 태도, 자신의 뜻을 말하는 건강함과, 육체의 튼튼함까지. 본인이 인간이었으면 분명 정반대로 태어났으리라. 허나 그런 가정만큼 부질없는 게 없었다. 인간이라. 나약한 것들. 그러나 처음부터 인간으러 태어났으면 좋았을 지도 모르지.
" 도대체 왜 그렇게 특훈에 집착하지?"
일생을 되는대로 살아온 구렁이로써는 퍽 이해할 수 없었다. 과연 인간들이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 잠깐, 잠깐."
다른건 다 그렇다 하여도 저 비효율적인 걸음은 봐줄 수 없었다. 미끈한 구렁이의 걸음과는 정반대. 한치의 잔움직임 없이 효율적이고도 가볍게. 요괴라고는 허나 우아하기까지 할 제 몸놀림과는 너무 상이한 그것을 구렁이는 짚고 넘어가기로 결심한다.
개도 아닌 것이 굶주린 개처럼 처량한 소리 내는 건 무슨 경우란 말인가? 무신은 평생 안 아팠던 골치가 아파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이에 눈을 질끈 감든 미간을 문지르든 했겠지만, 무신은 그것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다. 아야나를 내려다보는 시선이 점점 식어간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히 짚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무신이 '武'의 신격을 지니고 있음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가장 하잘것없었던 버러지로 난 시절을 악착같이 버텨 살아남았고, 수도 없이 많은 혈전을 겪은 무인의 삶을 살았다. 생의 모든 궤적이 투쟁의 역사인 셈이다. 그간의 삶이 아야나의 모습에서부터 어떠한 감상을 이끌어냈다. 병간(兵間)에서 가장 먼저 죽어 나자빠지는 부류는 바로 저런 녀석들이다…… 라고. ……유감스럽게도 감상은 문명인으로서 마땅히 갖춰야 할 연민과는 아주 까마득하게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