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군, 전투 준비 첫 정기고사를 대비해 일상, 로그, 독백으로 성적을 올릴 수 있습니다. ※ 전군, 학운 참배 아야카미 신사에 참배합시다! 그러면 조오금은 운이 좋아질지도? 아닐지도…? ※ 전군, 진격!!! 1월 27일부터 1월 28일 23시까지 D-Day를 맞이해 시험을 치를 수 있습니다. 부디, 무운을.
자고로 유우키의 성적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나마 어떻게든 평균을 내는 수준이었고, 낙제는 아니라는 것이 그나마 다행 중의 다행이 아니었을까. 일단 그가 맨 처음 본 것은 다름 아닌 고전 국어였다. 그가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과목이었기에 일단 이것부터 최대한 정복을 하는 것이 먼저였기 때문이었다.
"......"
한자는 읽을 수 있는데 대체 왜 이게 이런 의미가 되는거지. 아니. 옛날 어르신들은 대체 왜 이런 식으로 글을 쓴거야. 영문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조상님도 이런 글을 썼었겠지. 하아. 다이묘라던가, 그런 것들이 지금은 없어서 다행이야."
만약 아직도 다이묘라던가, 그런 것들이 존재했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이 그런 자리에 앉아있지 않았겠는가. 이런 글을 쓰면서 이것저것 뭔가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고 생각하며 유우키는 볼펜을 잡고 괜히 책만 뚫어져라 바라봤다.
"달이 예쁘다...같은 표현만 잔뜩이면 좋겠는데. 막상 그런 것은 없네. 나츠메 선생님. 왜 선생님은 고전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나요."
특훈이라는 말에 고민하면서 눈 앞에 있는 책을 손으로 살짝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 종이는 그대로 꾸깃꾸깃, 짓이겨지고 있었습니다. 테츠오가 고민한 시간 만큼.
"짧은 시간만에 100점이라... 고?"
테츠오 또한 이 시험에서 최소한의 점수를 받지 않으면 방학때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특훈이란 단기간내에 높은 효율을 내는 훈련. 그가 알기로 그녀는 공부를 나름 잘 하는것으로 알고 있었고 확실히 그녀와 특훈을 같이한다면 높은 효율을 보일 것..
"이것이 특훈이라면 극복하는게 사나이겠지."
자신을 멋있다고 생각하는건지 장엄하게 말하며 짓이겨진 페이지를 넘겨 공부를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다듬어 그 페이지를 바라봅니다.
"후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좋사와요 테츠오군. 이 아야나만 믿고 따라오시는 것이와요! "
시작하자는 테츠오의 말이 나오기 무섭게 아야나는 펜을 꺼내들고 "자아, 국어부터 시작하는 것이와요~ " 라 말하였다. 그것이 지옥같은 [ 공 부 특 훈 ] 의 시작이었다....
... ...... ...........
"테츠오군~? 듣고 계시와요? "
정신이 혼미해질지도 모를 국어와 수학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역사 과목을 공부하기 시작할 무렵, 아야나는 분위기를 환기시키기위해 테츠오의 이름을 불렀다. 아, 왜 스킵됐냐고? 진짜 정 신 나 갈 것 같 은 공부를 했거든....... 특훈이랍시고 진짜 속 성 강 의 를 했거든..
구렁이는 커피를 거의 원샷에 가깝게 마시며 여러 생각을 했다. 얼음을 일일이 얼리는 것이 꽤 귀찮은 일이었기에 소년의 카페는 지금 구렁이에게 거대한 얼음 창고 정도로 여겨졌다. 그때 곧 수호신이 있으니 찾아오지 말란 말이 이어졌고 두 가지 이유로 구렁이는 다시 화를 내었다. 울망한 눈이 조금 커지면서 언성을 높이는게 평소엔 보기 힘든 일이다.
" 거참, 서운하네? 걘 신이고.. 난 구렁이야?"
하쿠는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꽤 올망졸망 귀여웠던 얼굴은 온데간데 없고 모난 뱀을 연상시키는 날카로운 눈매가 소년을 불쾌하게 쳐다보았다.
" ...또 보자고."
미심쩍은 말을 남기며 구렁이는 또다시 미끄러지듯 풀숲으로 사라졌다.
#어제 저도 졸려서 지금 막레를 가져왔어요. 받아주셔도 되고 하나 더 막레로 주셔도 됩니다.
정기고사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일단 공부를 하긴 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우키는 그렇게 공부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물론 평균은 맞춰야하니까 어느 정도 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우등생처럼 집중적으로 공부를 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냥 해야하니까 하는 정도. 딱 그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어쨌든 아야나의 방에 들어온 그는 일부러 식탁 위에 이것저것 준비를 많이 했다. 오이무침, 오이를 가득 넣은 김말이, 오이와 계란, 샐러드가 들어간 샌드위치, 그리고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차. 공부라기보다는 그야말로 먹자판이 아닐까하는 그런 테이블을 만든 유우키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아야나의 방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모시는 이의 방을 너무 깊게 파고들거나 구경하는 것은 실례되는 행위. 그렇기에 유우키는 굳이 눈동자를 돌리거나 하지 않았다. 침착한 표정과 마음을 가지면서 그는 가만히 자신이 준비한 간식거리와 요리를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122 정기고사가 다가온다! 시험이 다가온다! 카와자토 아야나는 솔직히 말하자면 공부보다는 아직은 물가에서 헤엄치는 걸 좋아하는 애였다. 인생의 거의 90% 이상을 연못가에서 헤엄치기만 하며 자랐으니 당연한 거 아닐까? 하지만 솔직히 말해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은....재밌다! 성적이 쑥쑥 오르는 것을 보는 것 역시 재밌다. 그렇기에 카와자토 아야나는 헤실헤실 웃으며 공부할 것을 챙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만전의 준비를 다 해온 상태였다. 왜냐하면 오늘은ー 유우 군과 같이 공부하는 날이니까!
"유우 군ー 제가 왔사와요! 오늘의 시험 범위 정리도 제대로 해온 것이와요! "
후히히 웃으며 드르륵 하며 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아야나. 그곳에는 엄청나게 많은 먹을 것들과 가볍게 마실 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이 많은 것들을 하교하자마자 바로 준비해내다니 유우군은 진짜 하늘에서 아야나를 위해 내려주신 천사님인게 아닐까? 아무튼 헤실헤실 웃으며 유우군에게 다가가 요.
"유우 군ーーーー유우 군은 진짜 최고의 집사님이와요ーーーー!!!! "
조금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아야나는 도도도도 걸어와 유우군을 꼬옥 껴안으려 하였다. 역시 세상에서 유우 군이 제일 믿음직해!
방문이 열리고 그녀가 들어오자 유우키는 자리에서 일어난 후에 그녀를 바라보며 언제나 보이는 인삿법 ㅡ팔을 살며시 굽히고 허리를 숙이는ㅡ으로 인사를 올렸다. 시험 범위 정리라는 말에는 그는 특별히 무슨 말을 하거나 하지 않았다.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짓긴 했으나 딱 그 뿐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유우키는 그다지 공부를 즐기는 편은 아니었다. 애초에 성적도 딱 평균 정도로만 내는 이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마음에 드신다면 정말로 다행이에요."
이내 그녀가 도도도도 걸어와 자신을 끌어안으려고 하자 그는 그 자리에 서서 그녀의 행동을 받아들였다. 딱히 끌어안거나 하는 것이 당황스럽거나 익숙하지 않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과거에도 이런 일은 있었으며, 이제와서 부끄럽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허나 그 쪽에서 끌어안아주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적어도 지금은.
"아직 집사라고 할 정도는 아니긴 하지만... 아무튼 아야나님을 생각하고 만들어둔 오이 요리랍니다. 마음껏 드셔주세요."
이렇게나 차리고 먹이면 자연히 공부 자리는 해산이 되지 않겠는가. 그것이 그의 계략이었다. 물론 그런 나쁜 계략이 드러나지 않도록 그는 표정을 관리하면서 반대편 손으로 테이블에 차려진 음식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자.....고마운 건 고마운 거고 공부해야 할 거는 공부해야 할 것이다. 히죽 웃으며 꼬옥 안은 팔을 푼 뒤에 아야나는 메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고 열심히 테이블에 오늘의 공부할 내용들을 꺼내놓기 시작하였다. 국어, 수학, 사회, 역사......많다, 많아!!!!! 대체 얼마나 준비해 온 것일까?!?!?!?!
"자 그래서 유우군, 오늘은 사회 시험 범위부터 공부해 보는 건 어떠시와요? "
"이게 유우군도 쉽게 공부를 시작하실 수 있어 좋으실 것이와요! " 라 덧붙이는 모습은 천진난만하다. 눈앞의 집사가 먹을 것으로 공부를 회피하려 하는 나쁜 집사님인 줄도 모르고 이러고 있다.........
테이블에 공부할 내용들을 하나하나 꺼내놓는 것에 유우키는 살며시 시선을 회피했다. 아니. 이렇게 차렸는데 어떻게 공부를 하겠다는 말이 나오는거지? 도저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유우키는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그는 헛기침 소리를 냈다. 이어 싱긋 미소를 짓는 것이 그 사이에 또 무슨 말을 생각한 것이 분명했다.
"아야나님. 공부도 공부지만, 차려놓은 음식은 지금 먹어야 가장 맛이 있지 않을까요?"
이어 그는 가만히 바라보다 오이가 들어있는 샌드위치를 집어든 후에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가져갔다. 그리고 정말로 밝고 찬란한 미소를 내비쳤다.
"여기에 있는 이 샌드위치만 해도 어제 구입한 신선한 오이를 써서 만들었답니다. 아야나님을 위해서 말이에요."
일단 드셔보시는 것은 어떨런지요?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공부에 대해서는 일단 대답하지 않으며 순수한 미소를 입에 머금었다. 이대로 하나하나 먹이다보면 자연히 공부 분위기도 와해될터. 그렇게 생각하는 모습이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은 성실한 집사는 절대로 아니었다.
"혹은 저기 김말이도 상당히 맛이 있지 않을까요? 어느쪽이건 정성을 다해서 준비했답니다."
어? 하긴.....후지산도 식후경이라고 유우 군이 만들어준 음식은 어느정도 먹고 해야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정말정말 믿음직한 집사님인 유우군이 만들어준 음식인데 먹어야 하는게 아닐까????? 카와자토 아야나는 순간 이걸 어떻게 해야 하면 좋을지 심각하게 고민하였.....으나 고민은 길게 가지 않았다. 아야나는 아주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다음 과 같이 말을 꺼냈다.
"좋사와요. 유우 군. 한 페이지 당 하나씩 먹는 것이와요. "
그 말과 동시에 오이 샌드위치를 집어드는 아야나였으나..... 뭔가 중요한 것을 들은 것 같지 않은가? "한 페이지 당 하나씩" 이다. 즉 이거 먹고 또 공부 하겠단 소리다!!!!!!!
"후히히히히 유우군과 오늘 사회 시험범위를 다 끝내보이겠사와요 후히히히히"
어......아무튼 먹이는 데는 성공 했으니 잘한 게...아닐까??????? 비록 공부를 할수밖에 없기는 하지만???
이렇게 나올 것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유우키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고 있었다. 이 아가씨. 정말 공부에 진심이구나. 그렇게까지 할 것은 없지 않나? 라고 생각하며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해라. 유우키. 생각해라. 시라카와. 어떻게든 이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떠올려라. 그렇게 생각하며 유우키는 정말로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역시 지금은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공부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만."
하지만 하루이틀 모신 것도 아니고, 이전부터 모셨으니 그녀에 대해서는 전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저렇게 말을 하는 이상, 아마 굽히는 일은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유우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싱긋 웃었다.
"시험범위를 다 끝내는 것은 힘들 것 같지만... 일단 공부는 하도록 할게요. 아야나님."
결국 이쪽에서 먼저 포기를 하기로 하며 그는 살며시 샤프를 꺼내고 완전히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필기 노트를 펼친 후에 가만히 사회 부분을 바라봤다.
"아가씨는 어디서 나올 거라고 생각하나요? 제 개인적으로는 역시... 행정구역이나 그런 쪽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지만요."
/하지만 공부를 할때는 또 나름 성실하게 하는 편이지! 그렇다고 그게 성적이 엄청 잘 나온다 수준은 아니지만!
"에에잉 하지만 너무 많이 먹고 공부하면 금방 졸려진단 말이와요. 유우 군 그건 정말로 싫사와요. 유우 군에게 우헤헤 하면서 졸고 있는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은걸요? 유우군 눈에 귀엽지도 않을테고..... "
히잉 🥺 표정을 지으며 유우 군을 바라봐 요 유우 군......벼락치기는 나쁜 것이랍니다? 차근차근 공부해놔야 늦지 않사와요 지금부터 공부해 나가도록 합시다......이것이 집사를 공부시키기 위한 주인의 노력인 것이다. 원래 반대가 되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내 말이 그 말이다!!!!!!
"후히히히 좋사와요 유우 군. 저희 힘내서 최대한 오늘 사회 시험 범위를 나가보는 것이와요! "
자리에 앉은 유우키를 보며 예와 같은 후히히 미소를 지은 아야나는 정말 그럴 거라는 듯 필기노트를 펼치고 말을 이었다.
"지역별 기후....라던가? 그런 것도 많이 나오겠지만, 확실히 지리 쪽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답니다. "
"유우 군과 제 생각이 통했사와요~ " 하면서 아야나는 하이파이브를 하기 위해 유우키를 향해 손을 뻗으려 하였다. 자 찌찌뽕 합시다 찌찌뽕.
"딱히 그런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당신을 경멸하거나 멀리 할 생각은 없어요. 귀엽냐 귀엽지 않냐 둘 중 하나를 택한다면 저는 어느쪽도 귀여울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그런 발상을 하는 것 자체가 귀엽다고 생각하며 유우키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고 조용히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그건 아마 자신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 거라고 유우키는 확신했다. 저런 것이 귀엽지 않으면 대체 뭐가 귀엽겠는가. 흐뭇한 표정을 오른손 너머로 감춰버리며 그는 살며시 표정을 관리하며 손을 아래로 내렸다.
"지역별 기후라. ...개인적으로는 그런 것을 공부해서 어디에 쓸지 잘 모르겠네요. 훗카이도는 대체적으로 춥다. 관서는 대체적으로 따뜻하다. 그리고 오키나와는 덥다. 이 정도로 간단하게만 익혀도 좋을텐데."
살면서 이 정도면 지리는 충분하지 않나 생각하며 그는 가만히 필기노트를 바라봤다. 그러다 그녀가 자신을 향해 손을 뻗자 그는 싱긋 웃으면서 왼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에 제 손을 가볍게 쳤다. 이른바 하이파이브였다.
"그러고 보니 아야나님은 장차 어디로 가고 싶다 하는 곳이 있으신가요? 일본 내건, 혹은 외국이건 말이죠."
카와자토 가의 힘이라면 아마 어지간하면 다 갈 수 있겠지만, 역시 너무 덥고 건조한 곳은 피하고 싶어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이누는 인간의 사회라는 것에 이제 처음 발을 담갔기 때문에.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모르는 것은 이누주도 마찬가지다. 성적을 올릴 생각은 그다지 없지만, 시험을 준비하는 상황에 어울려는 주어야겠지. 그러므로 작은 이누에게 공부를 가르쳐 줄 인원을 구한다- 스터디 모임이 되었던 개인적으로 가르쳐 주던 환영이니 혹시 지금 인원이 없어도 나중에 본다면 말을 걸어주면 좋겠어.
🥺 표정으로 또다시 유우군을 바라 봐 요 아니 진짜로, 저번에 인간 아이들 앞에 본모습으로 나타났을 때 반응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유우 군바에 없을 테니까. 진짜 이렇게 충심이 지극한 집사님을 어쩌면 좋지? 평생 카와자토 가에서 일하게 해드려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필기를 정리해 나갔다.
당연하지만, 노트 필기는 아주아주 알기 쉽게 요점정리가 되어있는 상태다. 이것만 알고 있는다면 바로 시험에 들어가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말끔히 되어있다!! 그렇고 해서 너무 엉성하거나 단순하게 되어 있는 건 아니고, 깔끔하고 알기 쉽게 표시할 건 다 해놨다.
"지금은 쓸모가 없을지는 몰라도, 나중에 학교 밖에서 교양적인 면에서 쓸모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답니다? 대학에 가서도 말이와요. "
지금은 이렇게 카와자토 가를 모시고 있는 집사님이지만 유우군도 곧 대학에 가겠지. 대학에 갈 생각이 있다면 얼마든지 그래도 좋다고 해 줄거다. ...같은 대학에 간다는 전제에서. 아야나는 유우 군의 수호천사 이니까!
"으음...... 아야나는 남쪽 나라의 해변에 가서 실컷 헤엄쳐 보고 싶은 생각이 있사와요. 유우 군은 가고 싶으신 곳이 있으시와요? "
이쯤에서 궁금한 점이 슬슬 생겨서, 펜을 내려놓고 아야나는 유우키를 향해 질문하려 하였다.
그 말에 일리가 있었기에 유우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자신이 어떤 대학에 갈지는 아직 명확하게 정한 것은 아니었기에, 그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굳이 더 말을 하지 않았다. 아마 그녀가 가고자 하는 대학교에 자신도 진학을 하게 되지 않을까. 어찌되었건 자신은 그녀를 모시는 이였기에. 물론 그것은 그가 바라는 것이기도 했다.
"남쪽 나라의 해변. 음. 괌이나 그런 곳 말인가요? 혹은 호주?"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오키나와였으나 오키나와는 나라라고 칭하기는 어려웠다. 본토와 거리가 있긴 했으나 어쨌든 거기는 일본이었으니까. 그렇다고 한다면, 역시 괌이나 호주 같은 곳이 아닐까. 혹은 하와이. 그렇게 여러가지를 떠올리다 자신에게 들어오는 질문에 유우키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대답했다.
"저는... 영국에 한번 가보고 싶어요. 집사라던가, 메이드라던가 그런 문화는 일단 그곳이 시초라고 하니까요. 물론 지금 시대에 원형 그대로 남아있을린 없겠지만... 그래도 박물관이나, 분위기적으로 어느 정도 남아있지 않을까 싶거든요. 차후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테니까요. 그 이외에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가보고 싶기도 하네요."
가까운 나라라서 흥미가 가기도 하고요.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미소를 지었다. 이어 그는 샤프를 천천히 돌리다가 고개를 들어올려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실컷 헤엄칠 수 있는 곳이 좋지만 지나치게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고 싶다. 뭐가 됐던간에 본체 상태에서 헤엄칠 수 있는 곳이 좋기 때문이다. 후히히 웃으며 아야나는 이어지는 유우키의 대답에 귀를 기울였다. 영국, 같은 곳이라..... 유우 군 다운 선택이라서 좋다. 응. 정말 좋아.
"영국 같은 곳에 갈때도 함께일지도 모른답니다~? "
후히히 웃으며 김말이를 먹어 요 적어도 유우군의 화제 돌리기는 지금은 반쯤 성공한 셈이라 볼 수 있겠다. 보라. 아야나가 필기를 멈추지 않았나! 이게 성공한 게 아니면 뭐야!!!!!!
맑은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 그녀가 만족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역시 수영을 할 수 있는 곳이 좋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괌이었다. 그곳은 애초에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었으니까. 돈을 쓴다면 프라이빗한 풀장 등도 쓸 수 있을테니, 조금 더 편하게 노는 것 또한 가능할 것 같다고 유우키는 판단했다. 물론 그게 정말로 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도 아직 간 적은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한다면, 그때를 기대하고 있도록 할게요."
싱긋 웃어보이며, 유우키는 살며시 샤프를 들고 다시 필기를 바라보며 천천히 되세기듯, 옆공간에 다시 그 필기내용을 천천히 작성했다. 단순히 보는 것보다는 직접 쓰면서 익히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고 생각하며 유우키는 나름대로 성실히 임했다. 그러다가 살짝 고개를 들어올린 유우키는 아야나에게 장난스럽게 이야기했다.
"역시 공부보다 먹을 것이 좀 더 눈에 들어오나요? 그러면 중단하고 먹을 것이나 먹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아야나님."
다시 한번 살짝 유혹을 해보긴 했으나, 그 결과에 대해서 유우키는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다.
"딱히 상관없지 않나요. 공부도 중요하지만 공부만이 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고, 학생의 즐거움은 아니라고 생각하는걸요."
물론 시험이 있으니까 공부를 하기는 해야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로지 공부만 하는 것은 또 시간과 에너지가 아까운 것을 어쩌겠는가. 적어도 유우키는 그렇게 생각했다. 굳이 말하자면 공부보다는 빨래나 요리, 청소 같은 것이 그에게 있어선 조금 더 적성에 맞기도 했고. 아마 자신은 대학을 가더라도 좋은 곳은 가기 글렀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웃음소리를 냈다.
"한 페이지는 너무 짧으니... 적어도 다섯 장은 가도록 하죠. 그래도 공부하러 온 거니까요."
그녀 쪽에서 저렇게 양보를 했으니, 자신도 어느 정도 양보를 하고 그녀에게 맞춰주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그 나름대로 마음 속으로 타협하며 그녀에게 조건을 제시했다. 아무리 그래도 한 페이지는 너무 짧지 않은가. 이 정도면 그녀도 자괴감은 느끼진 않을테니까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는 웃음소리를 냈다.
"티타임은 티타임대로 열심히 준비해볼게요. 마침 끓여둔 차도 있으니까요."
이어 테이블에 올려진 차가 담긴 컵을 손으로 가리킨 후, 그는 다시 공책을 바라봤다. 자기가 꺼낸 말이니, 어느 정도는 지켜서 공부를 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그러나 유우키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이 다섯 페이지가..... 필기 기준 다섯 페이지이지 교과서의 다섯 페이지가 아니란 것을 말이다.......게다가 더 중요한 사실은, 아야나는 노트를 세로로 반씩 접어서 칠기하기 때문에 실제보다 더 많은 분량을 공부하게 될 것 이란 걸 말이다아아앗!!!!!!
"후후, 유우 군이 준비해주는 차라면 언제든 감사히 마시도록 하겠단 것이와요. 자, 그럼 다시 공부를 시작해 보도록 할까요? "
히죽히죽 웃으며 아야나는 다시 펜을 들었다. 과연 유우키와 아야나 둘중 누가 KO사인을 먼저 할 것인가? 다음 시간에 계속됩니다....
나름대로 다섯 장 정도면 어느 정도 적당한 양이 되겠거니 생각을 했지만 유우키는 이내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왜 다섯 장의 분량이 이렇게 많은거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노트를 가만히 바라봤다. 자신이 필기하는 양보다 훨씬 많은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괜히 머리를 긁적였다.
"...아가씨는 정말로 공부를 열심히 하시는군요."
하지만 자신이 꺼낸 말. 결국 먼저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그는 그 나름대로 결국 사회 공부에 집중했다. 평소에는 이 정도로 공부를 하진 않지만, 그래도 이왕 이렇게 된 거, 이번 시험은 조금 제대로 해보는 것도 조금은 좋지 않을까 생각해보며. 하지만 그 결심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는 공부가 끝날때까지 아마 더 이상 불평불만없이 성실하게 임했을 것이고, 그녀를 위해서 차를 끓이고 대접하면서 아마 이것저것 가벼운 주전부리를 만들어서 제공해줬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래가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이대로가 좋았다. 자신이 마시고자 하는 이를 모시고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그것이 유우키의 행복이었으니까.
알아차리는 것이 늦었다 한들 무신의 능력이라면 아야나를 들고 능히 자리를 피하고도 남았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망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등짝의 상처는 검사… 아니 무신으로서 수용치 못할 수치. 지네는 결코 뒷걸음질치지 않는 동물이므로, 무신은 도망치지 않는다! 그는 아야나의 저항을 묵살하고 신발장 문을 탕 소리가 나도록 굳게 닫아 잠갔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아야나가 갇힌 칸 위에 자연스럽게 등을 기대기까지. 사람이 들이닥치기까지 걸린 시간은 짧았다. 아야나의 귀가 밝았다면 곧이어 웅성거리는 목소리 몇 들렸을 테다.
우는 소리에 황급히 나와 봤더니 그 자리에 있는 것이라곤 행실이 나쁜 불량학생이라. 누가 보아도 수상쩍기 그지없는 정황이지만, 상식선에서 괴롭힘 당하던 학생이 신발장 안에 갇혀 있을 것이라 예상하기는 불가능함이 당연했다. ……아야나가 계속 가만히 있어주기만 한다면 분명 그럴 테다. 그 이상 별다른 돌발 상황이 벌어지지만 않는다면 몰려온 교사와 직원들은 이내 흩어질 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사태가 더 벌어진다면…… 그 건에 관해선 우선 아야나에게 맡기기로.
신발장 안에서 아야나는...... 놀랍도록 얌전했다. 아니 하지만 들어보세요. 밖에 다른 인간들의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어떻게 소리를 냅니까? SOS를 치는 순간 이건 실험실 행이다. 그건 싫어!!!! 그렇기 때문에 아야나는 전력으로, 전력을 다해 소리를 죽이려 노력하였다. 이내 사람들이 아무 일 없는 걸 알고 흩어지려 할 무렵에야 나오려고 노력할 것인데....
어라, 문이 잠겨있다?
아니 이보세요 무신양반 이게 무슨소리요! 내가! 내가 신발장에 갇혔다니! 이게 뭔 일인가 싶은 마음으로 최대한 신발장에서 빠져나와보려 노력했으나 소용이 없다. 거 신님 제발 풀어주시와요 숨이....막혀.....
"그래? 그럼 다음 참여자는 누구인데? 제 1회 모임이잖아, 그렇다면 2회도 응당 있을 텐데?"
다같이 하면 할수록 즐겁다, 고 하니까 모름지기 이는 점차 인원을 늘려나가겠다는 당찬 포부, 혹은 단순한 궤변이다. 여유롭기 그지없게 괜히 말꼬리나 붙잡는 것이 옛적의 나쁜 버릇의 편린이 비쳐질듯 말듯 한다. 그러나 그 여유는 그렇게 오래가지 못했는데...
"ㅇ응???? 그, 그야아... ㅈ점심시간이니까...? 도시락 먹는 거잖아...??? 그, 그렇지 않아...??"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나는 잠시 주춤해버렸고... 혹시 이게 아닌가 내가 아는 점심시간과 다른 사람들이 아는 점심시간과는 사뭇 다른 것일까 점심도 혼자서 쭈그려서 먹는 주제에 혹시 괜히 아는 척한 것은 아닐까 허접❤️허접❤️ 인간사회가 어찌 돌아가는지나 다시 공부하고 와❤️ 같은 환청이 들리며 은연중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내 폐급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을 때...
아야나가 아저씨 몫까지 다 직접 만들어왔는데......
정성이 가득 담긴 3첩 도시락을 삐질삐질 내려다보던 나는 조심조심 시선을 올려 요괴를 쳐다보았고...
살짝 헤롱헤롱해지는 것처럼 시선이 누그러뜨려지는 것 같다가...
"싫어."
정신줄을 붙잡고 정색이란 뭔지 팍 보여줬다. 보이냐????? 이게 정색이라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주는대로 덥석덥석 받아먹는 사람처럼 보여? 이래 봬도 이미 도시락 해주는 사람도 있고~ 딱히 거지도 아니고~ 그만큼 속에 들어가지도 않고~ 없어도 그만이네요. 됐으니까 젓가락이나 들라고, 먼지 앉겠다."
흐흥거리며 내 몫의 도시락 뚜껑을 열고 밥부터 입에 집어넣었다. 오, 오늘은 순수하게 구운 고기가 잔뜩이다. 옛 생각도 나서 좋네~ 아암.
>>214 아아―――― 이것이 본 투 비 KAMISAMA입니다, 아시겠습니까 YOUKAI? 😏 힘 있는 KAMISAMA들만의 특권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튕기기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멋대로 튕기더라도 아쉬운 쪽이 달라붙는 법이거든. 그래, 일종의 서열정리고... 아오이는 이 시절 버릇을 끝까지 고치지 못한 편이지. 소싯적에는 잘 차려진 제사상도 꼽다는 이유로 차게 식도록 내버려둔 적 있는 진짜 눈치 ZERO였으니까 🤭
“에에엥, 2회도 아저씨 참여고 3회도 아저씨 참여인 것이와요. “ “매 회차마자 다른 선배님들도 같이 모셔와서 할 생각이 당연히 있으니 아저씨 만 참여는 아닌 것이와요. “
왜 이 아저씨가 고정 참여자냐? 아주 간단한 이유다. 아저씨 친구없어보이잖아….. 아니 진짜로, 이 아저씨 친구 없어보이잖아. 그러니까 이렇게 햇빛쬐기모임 하면서 친구나 한번 만들어보라고 그런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공물도 직접 고사리손으로 열심히 만들어 온 것인데…….
아니 거, 지금 뭐라고 하셨사와요??
“아저씨 바보. 진짜 바💚보이와요. “
부루퉁해진 얼굴로 샐러드를 깨작거리며 아야나가 투덜거렸다.
“아야나가 처음으로 신님을 위해 만들어온 [ 공물 ] 인데… “
아니 진짜로 신님들께 공물이란 거 만들어줄 일 없었으니까. 진짜로 이 아저씨에게 처음으로 주는 공물이었으니까???
"처음이거나 아니거나, 만들어왔다는 허울좋은 이유만으로 무조건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터무니없는 오만이라는 거야. 아, 이거 특별히 알려주는 거니까 말이야? 원래 입 싹 다물었는데, 나도 많이 죽었다..."
실제로 많이 죽은지라 의도치 않게 내출혈이 생겼지만... 티만 내지 않으면 그만이다... 나는 멀쩡하다... 나는 멀쩡하다... 나는 멀쩡하다... 입안에 모셔가던 고기가 미끌릴 뻔했지만 다행히 무사히 입속에 집어넣었다. 우물우물... 고기로 치유하자...
"인마. 깨작거리지 말고 똑바로 먹어. 보는 눈이 상해."
기왕 옛 기분에 도취된 바 끝까지 즐기자 싶어 실컷 쪼잔하게 굴면서 차근차근 도시락을 비워나갔다. 유치하다 해도 할 말 없었지만, 이 신은 그냥 눈치가 ZERO였다... 달그락 소리도 조심하면서 청동 첫가락과 빈 그릇을 정리하고 보온병에 담긴 차로 뒷맛을 개운하게 넘긴 뒤 무엇을 먹었냐는 양 다소곳하게 양손을 모았다. 아 맞다, 후식... 싶어서 곧 바즈락거리는 봉투를 끌어와 개구리 모양 초콜릿을 입안에 밀어넣었지만.
정말 마주친적 조차 몇번없으니까. 귀가를 위해 대충 망해가는 동아리를 넘겨받았다던가 하는 그런 이야기다. 그런 이해관계에 있어서는 서로 피해볼 것없이 win-win의 관계로서 서로 터치안하는 걸로 해두니까. 정말로 그정도의 이야기밖에 여신도 모른다.
"소녀는 그러면 키미카게군이라고 부르죠. 문제없겠죠?"
대부분 성씨에, 군이나 양. 그정도의 호칭을 사용했다. 이름을 부르는 경우는 거의없었고. 여신은 그정도 거리에서의 호칭을 선호했다.
"에너지드링크정도는 하나 마셔야할지도. 곧 학업고사가 코앞이기도 하잖아요?"
여신은 꽤 성적이라는 테스트에 대해서 프라이드가 높은 편이기에, 공부는 철저히 해두는 편이었다. 학업성취도는 분명 석차라는 결과로 눈에 띄게되지만서도 그 부분만큼은 양보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도 그럴것이 머리가 좋은걸 써먹는 여신이 덜떨어진 녀석들보다 성적이 낮아선 기분이 나쁘니까.
>>258 저도 성적이 필요하기 때문에 옹기종기 공부하는 상황 매우 원합니다...만 아니요. 공부하자고 할 성격이 아닌데.. 반에서 활발한 어떤 친구 A에 의해서 같이 공부하러 도서관 같은 곳으로 끌려간 상황은 어떨까요? 아오이도 왠지 하쿠한테 공부하자고 적극적으로 권할 것 같진 않고.. 혹은 야자 시간에 옆자리에 앉게 됐다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후히히히, 당연히 정성을 다해 준비할 것이랍니다. " "이것은 아야나가 큰 마음 먹고 사교모임이니까 말이와요. 친 구 없 는 아 저 씨. "
아 나왔습니다 결국 혼네 나왔습니다. KAMISAMA에게 계속 당하고 당해 분노에 찬 아야나 나왔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도시락 정리를 하고 돗자리 정리까지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는 아야나 되시겠다. 저 콧대가 하늘 높이 찌르는 신님을 어찌 하면 좋을까! 아 킹받아!!
"햇빛은 잘 즐겼는데 아저씨가 너무 바보바보라서 힝이었사와요. 아야나는 아저씨가 좋아서 초대한 건데 아저씨 바보. 완 전 바보야. "
다시는 신님에게 공물을 올리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메 롱 을 시전하는 아야나, 그러나 누가 알 수 있었을까.
이 햇빛쬐기모임이.....조만간 또 열릴 것이며, 아야나가 또 정성을 다해 공물을 준비하게 될것이란 것을 말이다......
그렇게 말하며 또 쌀쌀한 양 고개 팩. 평소 같았으면 친 구 없 는 아 저 씨 라는 팩폭에 하릴없이 무너져 엉엉 울었겠지만............... 지금은 특수했다. 무려 옛 기분에 한껏 도취돼 콧대도 올라가고 어깨도 한없이 올라간 매우 특수한 상황이다 이 말이다!!!
아, 그렇지. 이것이야말로 그것이 아닌가? 아오이 : 아야나 아오이 대 승리!!!!!! 이것이란 말이지. 하!
"그럼 다음 공물은 허접하지 않길 바라며 이만 나는 물러나도록 할게요... 허~접❤️ 할머니 개구리님? 어디 힘내보시던가요."
물론 허접할 테지만. 그렇게 마지막까지 차근하게 쑤셔놓고는 나는 빙긋 웃으면서 자리를 일어나서 떠났다. 승리의 기분에 도취돼 가벼운 걸음을 옮겨가면서 말이다...
정기고사― 이른바 시험, 인가. 신은 짙은 야만에 바탕을 두지 않은 이상 어느 정도의 지식과 지혜는 기본으로 갖추는 존재고 딱히 인간처럼 공부하거나 할 필요 같은 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도서관에서 연필을 쥐고 앉아있었다. 아니 잠깐잠깐 이게 맞아???? 이게 맞냐고???!?!! 나 어쩌다가 여기까지 끌려온 거지?????! ..........아, 그랬었지, 3학년 A반에 소위 "인싸"라고 하는 인간이 있었고 그 놈이 특유의 쾌활함으로 A반의 대부분을 끌어다 도서관까지 앉혀놓은 것이었다. 같이 공부를 하자는 명목으로... 랄까 그걸 거절하지도 못한 거냐고!!!! 도대체 어디까지 폐급일 속셈인 거냐 난!!!!! 스스로 경이로워질 수준이다......!!!!! 「으, 으,으,,ㅇ,으엉??? 고, 공부??? 나, 난 딱히 괜찮은 것 같은데에... 치, 치,친구라구...??? 아, 아아,아닛 생각해보니까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그, 그렇고??? 그래서...도,도서관...??? 그,근데 난 딱히 도서관까지는... 앗, 으, 응응 도서관이구나 그렇구나 멋지구나」라니 도대체 이건 어느 책에서 나오는 화법이냐 이걸 떠올려 반추한 나 저주한다!!!! 죽인다!!!!!!! 괜히 또 떠올린 바람에 내상만 늘었다!!!!!! 인싸 앞에서 아싸는 영원히 작아질 수밖에 없는 운명인 거냐고... 집에 돌아가고 싶어 으허어엉... 펼친 참고서 위에 뺨을 누르고 눈물을 줄줄 흘리려 하고 있을 때... 연필을 왼손에 쥐고 있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누르는 뺨은 오른쪽에 시선은 왼쪽으로 가서, 바로 왼쪽에 앉은 동급생이자 요괴와 정확히 시선이 마주친 나는 어버버 하면서 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눈물을 닦고 뺨을 떼어 바르게 앉았다.
"큼, 크흠..."
아무 일도 없었다... 그나저나 분위기 어색해졌잖아!!!! 여, 여기서는 이제 어떻게 말하지...?
"...오, 오늘 날씨 좋다아아... 그치이... 고, 공부하기 좋은 날... 헤헤..."
넵 망했습니다 오늘부로 폐급신 그만두고 폐급신 오브 폐급신으로 새로이 태어나겠습니다 내게는 폐급신이라는 이름조차 아까운것같습니다아무래도...
이 교실에서 자신에게 말을 서스럼없이 붙이는 이가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하고도 많은 학우들 중에 왜 하필 본인인지 의심하면서 구렁이는 다시 한 번 손가락으로 본인의 가슴팍을 가리켰다. 정말, 나한테 하는 말이야?
" ..아무것도."
그렇게 말하는 구렁이의 표정은 퍽이나 처량해 보였다. 오늘 달이나 구경하고 인간들 있는 마을로 내려가 담이나 타야지. 구렁이 비늘도 좀 윤내고. 라고 대답할 순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대답을 잘못한 것 같았다. 붙임성도 좋은 이름모를 활달할 학우는 냅다 본인의 손을 잡고, 또다른 희생양인 ...그러니까, 아카가네상이었던가. 너, 신과 요괴의 손을 동시에 잡고 있어. 하고 말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참. 아무튼 신과 요괴의 손을 둘다 잡고 해맑게 도서관으로 향하는 학우였다.
*
오도방정을 떨더니 결국 자리에 앉아 참고서를 펼친 신을 가만히 보던 구렁이는, 선택권이 없었기에 그의 옆자리에 앉아 교과서를 펼쳤다. 글 쓰는 건 꽤 좋아하니 공부하는 체 필사나 하다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근데 쟤 울어?
" 밖에.. 비 오지 않아?"
날씨가 좋다느니 공부하기 좋은 날이니 헤실거리는 아야카네상을 보니 심술을 부리고 싶어진다.순하게 생긴 보라색 눈으로 나른하게 미소짓는 소녀에게서 아야카네상은 분명 능구렁이 한마리를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창밖으로 마침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도 하잖아? 아. 벚꽃 떨어지겠다. 아쉬워라.
"후후. 그렇답니다! 무려 [ 카와자토 가 ] 라고 집이 있사와요. 엄청엄청 큰 저택이와요. "
의기양양하게 허리에 손을 올려놓고 웃어 요 그보다 가끔 자는 곳 이면 역시 집이 없다는 것인데, 뽀득뽀득 닦아주고 손질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인가? 아무리 조각상이라도 노숙(?)을 자주 했다간 반짝반짝한 지금이라도 곧 빛이 바래고 말텐데. 으음 하고 길게 생각을 하던 아야나가 이렇게 말을 꺼내려 하였다.
"학생쨩....아니 조각상 씨도 우리 집으로 오시겠사와요? " "아야나가 잘 해드리겠사와요! "
이름을 어찌 불러줬으면 좋겠냐는 말에, 아직 스스로를 정의내리지 못했을 적 본 설화를 생각한다. 옛날 옛적, 어느 미치광이 왕이 아내를 조각해낸다. 그 남자는 오타쿠의 선조와 같아서, 조각상이 살아 움직이길 간절히 바랐더니 신님의 축복으로 조각상이 사람이 되어 살아갔다더라—
하는 이야기.
"갈라테아."
토종 일본 요괴지만 아무렴 어떠리. 그 이야기에서 운명을 느낀 것을.
어쩌면 그것은 갈라테아 자신이 느끼던 외로움의 근원. 감정 표현의 부재를 그 이야기가 딱 짚어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짐 쌀게."
본인이 낼 수 있는 최대 속력으로 사물함을 향해 돌진! 어지간히 성급해졌는지 인간 의태를 하지도 않고 나아간다.
조각상 상태의 무게가 범상치 않은지,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수 초식 걸리고, 어째선지 바닥으로부터 '쿵!'하는 진동 소리가 나는 듯 싶었지만 말이다.
시험기간이다! 공부다! 수영부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저번에 테츠오군에게 거의 특훈에 가까운 공부를 도와준 덕일까? 아야나는 덕분에 여러모로 복습이 되어 많은 면에서 도움이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무시무시한 수학 문제집을 푸는 일만 남았다...... 아 근데 오늘은 뭔가 스미스미 선배님이랑 같이 공부하는 것이라 그런지 어리광을 피우고 싶어진다.
>>431 전면 유리로 된 창으로 해가 기운다. 봄 햇살이 소나무색 직모 위로 쏟아져내린다. 학교 도서관은 공공 매너란 것을 퍽 잘 지키는 이들 뿐이라 잡음이 일절 없다. 되려 이명이 들릴 만치의 고요. 적당한 타이밍에 지저귀는 참새들. 공부에 열중하기 완벽한 환경임이 틀림없다. …틀림없었을 텐데. 시선만 모로 굴려 되도 않는 땡깡을 피우기 시작한 캇파 요괴를 쳐다봤다. 기본적으로 표정 변화가 전무해, 굳이 짓는다면 이맛살을 찌푸리거나 비소를 머금거나 등 부정적인 감정만 표출하는 더러운 성질의 스미레가 이번이라고 예외는 없었다. 스미레의 지금 눈빛은 정말이지… 건조했다! 물에 사는 캇파가 물도 없이 말라비틀어버릴 수 있을 만큼! 스미레는 조용히 펜을 내려놨다. "도서관에선 정숙." 도서관에 있는 이들이 피해를 입건 말건 그다지 신경 쓰이지도 않겠지만, 명예와 품위를 목숨처럼 여기는 스미레는 짐짓 엄숙하게 고했다. 그리곤, 조금 누그러진 기세로 한숨을 푹. "머리가 얼마나 조그마하면 벌써 포화상태라니? 쓰담아주면 뇌 용적이 늘어나기라도 한단 말이니?" 쌀쌀맞은 어투. 듣기만 하면 농 따위 전혀 받아주지 않을 것처럼 철벽처럼 보였으나. 창백하고 기다란 손을 느긋이 들어 툭, 하고 아야나의 정수리 위에 올리곤 크기를 가늠하듯 두어 번 토닥이다가 이내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림을 반복한다. "늘 머릿속에 스미스미같은 웃기지도 않은 별명 따위로 가득하니 다른 것들이 들어갈 일이 있겠니."
왔다 이 건조한 눈빛! 싱글벙글 캇파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순 없다! 히잉 하면서 푸욱 고개를 숙였다.
“끼이이잉” “알겠사와요 스미스미 선배님. 하지만 스미스미 선배님이 쓰다듬어 주시면 기분이 좋은 걸요…. “
실제로 이 캇파의 원래 키는 44.4cm로 조그마하니 벌써 포화상태(ㅋㅋ)가 와도 무리는 아니다. 아니 하지만 지금은 뇌=짱큰 사람의 모습이니 머리에 뭐가 잘 들어가고?? 그렇다?? 쉽게 말해 지금 문제 풀기 좋은 상태인데 일부러 쓰다듬 받고 싶어서 어리광 피우는 거다.
ー 톡.
하지만 이내 곧 스미스미=선배 표 쓰담쓰담이 시작되자 언제 그랬다는 듯 헤실헤실 웃으며 선배님을 올려다 보는 아야나 였다.
“에에잉 그렇사와요. 아야나의 머릿속에는 스미스미 선배님으로 가득하여요. “
실제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오이오이(cucumber cucumber), 이 캇파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거냐앗!!!!!!
>>453 손 아래에서 매만져지는 둥근 머리통이 기분이 좋다. 황금빛 햇살이 만물을 감싸 윤곽을 그린다. 잠시 소란스러웠지만 평화로웠다. 같은 요괴에, 공격 의사조차 녹아내리게 만드는 무해한 녀석.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곤 하는 스미레도 얌전히 있던 선량한 요괴를 괴롭힐 마음은 없었다. 늘어진 캇파 요괴를 가만 보던 스미레는 높낮이 없이 툭 내뱉었다. "아무한테나 쓰담아달라고 하지 마렴. 못된 것들은 네 머리칼을 죄 뜯어버릴 수 있으니." 여전히 머리칼을 쓸어내리는 손길은 답지 않게 부드럽다. 베시시 웃는 낯과 마주하는 얼굴은 새침하기 짝이 없다. 그러다 어느 순간. 손길이 우뚝 멈춰섰다. "뭐? 난 그런 의미가…… 됐다. 성질 나쁜 내가 뭐가 좋다고 이리 친근하게 구니." 이윽고 아야나의 머리에서 멀어지는 하얀 손이 그녀의 앞으로 가더니 교과서를 탁 짚었다. 입매가 스르륵 밀려올라간다. 반달을 그리며 눈웃음 친 스미레가 악마같이 미소 지으며. "이쯤 받아주었음 충분하겠지. 어서 풀렴."
>>473 깜찍하게 헤실대는 풀어진 낯에 비해 집중력은 발군이다. 어느새 수학 문제 푸는 데에 열중하기 시작한 아야나의 모습을 보고 내심 새삼스럽단 감상을 한 스미레 또한 제 교과서에 시선을 두었다. 백색소음도, 이명도 들리지 않을 만큼 숫자의 파도를 눈에 담았다. 의자를 끄는 소리, 책을 꺼내고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 작은 발소리 등이 간간이 침투하기도 하였으나 흘려 넘긴다. 그러한 습관 탓에 아야나의 부름을 몇 초 놓치고 말았다. 한 템포 느리게 고개를 쳐든 스미레가 아야나를 쳐다봤다가, 문제집을 내려다보는데. 잠시 할말을 잃은 듯 생각에 잠긴다. "……이 스미레의 기억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면 이건 일학년 때 범위였던 것으로 아는데."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일까, 라고 추궁하는 듯한 눈빛이 아야나를 향했다. 그리고 손을 뻗어 문제집 페이지를 넘겨보며 이제까지 무얼 푼 것인지 살펴보려 했다.
여신은 보통 남에게 빚지는걸 싫어하기에, 바로 갚을기회가 와서 혼쾌히 승낙한것이니까. 그리고 복습의 차원에서 더짚고 갈 부분이 있는게 좋기도하다.
"지금까지 공부한 범위내에서 보통 시험범위가 책정되니까, 조몬부터 헤이안이겠죠? 중점적으로 야마토 시대와 헤이안시대를 중점적으로 보는게 좋을거랍니다. 나라 시대는 율령국가니까 율령의 반포와 관련해 시기를 꼬아서 문제를 낼 가능성이 높을지도 그래서 이부분은 율령을 중점으로-."
꽤 많은 이야기가 그 뒤로도 쭉이어 졌고,
"야마토에서 큰비중을 차지하는 아스카 시대는 쇼토쿠 태자의 업적이나 모노노베와 소가간의 일어난 사건을 중점적으로 보는게 좋을겁니다. 아마 쇼토쿠 태자는 호류지나 17조 헌법, 관위 12계. 이 부분에서 무조건 문제가 나오겠죠. 그리고 정미의 난. 이게 모노노베와 소가의 분쟁이었습니다. 그 명분은 불교의 예배를 두고 일어났죠-."
대부분 쪽집개처럼 문제가 나올부분에 대해서 짚어주었다. 중간중간에 꼭 자기가 경험했던것처럼 리액션이 들어가는게 지루하지만은 여겨지지않았을 것이다.
자세히 보면 이 문제집, 뭔가가 다른 걸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이 문제집......학교 시험 범위 문제집이 아니라, 3학년이 푸는 센터 시험 문제집이다아아아앗!!!!!!
"후히히히히히히"
그렇다. 이 아야나는 보통 2학년이 풀 문제보다 한층 난이도가 높은 문제집을 풀고 있었던 것이다. 하룻개구리가 뭐 무서운줄 모른다고 이 CrazyFrog은 "그냥" 문제에 달려들고 있었다. 아아......이것이 이제 백 년 남짓 먹은 요괴의 패기......?? 사실 문제는 어떻게 푸는 지 대충 알고는 있지만, 그냥 스미스미 선배님에게 말을 걸어보고 싶었다. 스미스미 선배님이 가르쳐 주시는 거 좋아!
"중간까지는 풀었는데 그 이후를 모르겠사와요. 스미스미 선배님은 어떻게 푸는지 아시와요? "
>>480 이것으로 확정됐다. 이 조그만 캇파 요괴는 정기고사 범위도 모른 체 이 스미레에게 공부를 하자고 권유하는 기염을 토했다는 걸. 숫제 양손으로 아야나의 문제집을 콱 쥐고 살피던 스미레가 느리게 내려놓고, 인내 가득한 표정으로 묻는다. "왜 이 스미레가 풀어야할 걸 요 깜찍한 캇파가 풀고 있을까?" 내가 열심히 공부할 동안 이 카스파 요괴는 노를 헛젓고 있었다는 사실을 쉬이 인정하기가 싫었다. 대답을 잘 해야 할 거야, 잔뜩 귀여움(반어법) 받기 전에. "이걸 풀 시간이 어딨니. 내일… 아니, 있다 집 갈 때 날 따라. 작년에 푼 문제집이 남아있을 테니." 별로 거주지를 공개하고 싶진 않았는데, 어쩔 수 없지. 이 의욕 가득해 보이는 캇파가 안 그래도 건조하면 안 되는데 시험을 망치고 시들어 쪼그라드는 모습을 볼 바엔. 걱정은 아니고 귀찮을 뿐이지만. 정말.
"이이잉 하지만 이 문제집 은근히 풀다보면 복습도 되고 해서 좋단 말이와요. 학교 시험 대비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그.......저기? 이게 복습이 아니라 예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진짜 CrazyFrog인가??????
"무엇보다 이 문제집 가져와서 풀면 스미스미 선배님과 같이 공부하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사와요. "
이건 그나마 변명 다운 변명이라 할 수 있겠다. 아 아무튼 스미스미 선배님과 "진짜로" 같이 공부하는 거라니까. 헤실헤실 웃으며 아야나는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았다......아니 근데 진짜로, 수학은 이 정도로 자신 있으니까. 대뜸 3학년이 푸는 문제를 풀어버릴 정도로.
"에엥? 아야나 이따가 스미스미 선배님 집 가도 되는 것이와요? "
"신난다ー" 하고 최대한 도서관 내부에서 시끄럽지 않게 정숙하게 이야기 해요. 스미스미 선배님은 짱이야. 최고의 천사님이야.
그러니까 다시말하자면, 그 역사의 장본인이니 모르는게 이상하고 자신이 있냐 없냐를 논한다면 있어야하는게 당연하다는 쪽이었다. 그래서인지 여신의 말은 당연한걸 왜 물어보시나에 가까운 태도였다.
"정미의 난은 확실히 중요한 부분이니 흥미를 가지신다면, 확실히 한번더 짚고 넘어가보죠. 일단 쇼토쿠 태자의 업적중에는 아스카시대에 불교를 가지고 왔다는 업적이 있죠."
실질적으로 이 이야기에서는 아스카 시대의 발전에 있어서 불교의 영향이 꽤 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신은 이시기의 인근 국가들도 수나라의 영향을 받아 불교를 받아들인 시기였다는 것을 한번 짚고 넘어가고는 다시 정미의 난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시기의 주요 호족으로서 소가와 모노노베가 나오고, 백제로부터 불교를 받아들인 일본이 덴노의 불교 귀의를 놓고 격렬하게 분쟁으로 이어졌습니다. 소가는 친불파. 모노노베는 반불파로서. 특히나 소가씨가 처음으로 세운 절인 사쿠라이지는 모노노베에 의해 불타버렸어요. 이에 소가씨는 모노노베가 지지하던 황자를 죽이고 다른 황자들과 호족을 이끌어모아 모노노베를 멸족하고 아스카 시대의 정권을 사실상 잡게됩니다. 이게 정미의 난. 모노노베 모리아의 변이라고도 하죠."
여신은 한번 숨을 고르고 이어서 이야기를 진행했다.
"그래서 실제 역사적으로 승자는 소가씨였어요. 거기에다 스슌덴노를 강제로 옹립시키고는 사이가 틀어지자 죽이고 말잘듣는 스이코덴노를 즉위시키도 했죠. 이를 주도한게 소가씨의 소가노 우마코 랍니다. 실제 쇼토쿠태자의 스승이기도 했죠."
>>484 "물론, '예습'은 되겠지. 허나 때가 아냐. 옳은 범위를 풀어야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단어를 고쳐주며 아야나의 문제집을 내려놓고 제자리로 슥 밀어넣었다. "……다른 문제집이어도 네가 이 스미레의 곁에 있는 이상 같이 공부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어." 가감 없이 호감을 표하는 상대는 스미레에게 드문 인물이라 대하기가 어색하고 낯간지럽다. 서로를 안 지 몇 번 되지도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어찌 이리 타인에게 쉬이 다가갈 수 있는 건지. 이러한 순수함 탓에 스미레는 겨우 한 살 터울임에도 아이 어르듯 태도를 고수할 수밖에 없는 듯하다. 붉은 석양이 도서관 내부를 가득 메운다. 스즈메의 한쪽 뺨이 주홍빛으로 물들고, 청보랏빛 홍채의 온도가 묘하게 뜨듯미지근하게 올라갔다. 나른한 오후, 시간과 자연의 마법. 스미레는 신경질적으로 치켜올라간 눈매를 나붓이 늘어트리며 아야나를 응시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이 늦었어. 작은 캇파가 어둠 속을 걷게 하면 미아가 될지 모르니 어서 내 집에 들렀다 가도록 해." 금세 짐 정리를 하곤 앞장을 선다.
"후히히히 좋은 말씀 감사하여요. 아야나가 계속 스미스미 선배님 곁에 있을 수 있으면 좋겠사와요. "
오이오이(cucumber cucumber) 너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는 말하고 있는 거냐고ーーー!!!!! 아무튼간에 노을도 져가고 있는 것 같고, 슬슬 짐을 싸야 할 때가 된 듯 싶어 아야나는 서둘러 문제집을 덮고 가방 정리를 하였다. 자세히 보면 꽤나 가방이.....두텁다. 책이 많이 들어 있는 것일까??
"후히히 저는 준비 다 했사와요. 스미스미 선배님이 계시니 길을 잃을 걱정은 제로 이와요. "
짐 정리를 마치고 서둘러 스미스미 선배를 따라 나서 요 잘 보면 이녀석 자연스레 팔짱을 끼려 하고 있다. 이녀석 본인은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지만 보통내기가 아닌 듯 싶다. 그러고보니 궁금한 점이 있었는데.....
"참, 아야나 스미스미 선배님 침실이 줄곧 궁금했사와요. 가자마자 구경해도 되어요? "
침실이 욕실일까 그냥 침실일까 에 대한 단순한 의문이었다. 인어들의 침실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하다 궁금해 이와요!
"역사 공부는 단순히 달달히 외우는거보다 왜 이 일이 일어났는가 대한 내력이나 명분을 알고 머리속에서 매듭을 묶어 핵심을 파악하고, 그뒤에 연도라는 포장으로 완성하는 식으로 하는게 좋아요."
단순히 사건이름을 외우기보단 사건의 내력을 알고 공부하면 재밌는 이야기가 된다고 여신은 덧붙여 설명한다. 요컨데 달리말하자면 이런이런 썰이있는데 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흥미가 보통은 생기지않는가. 그런 접근법이다. 실제 여신이 *옛날에 본 드라마에선 역사공부를 먼저 역사를 기반으로한 만화나 소설로 접근하기도 했다.
*드래곤사쿠라
"보통 사건에 있어서 옳고 그름은 없어요. 단지 역사에는 승자만이 기록을 남길뿐이다라고 다들 이야기하고는 하죠."
그런의미에서 센고쿠시대는 사실상 권력을 잃은 덴노 주도의 역사서가 없어서 에도에 편찬된 대일본사의 통사나 지방의 기록을 들춰봐야만 흐름을 알 수있고, 이 때문에 이 시대만을 다루는 정사의 역사서는 존재하지않는다.
"대부분은 이권과 명분. 암약하는 모략. 그런 이유랍니다. 부정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인간이라는 동물은 결국 욕망을 실천하는 동물이니까요."
청년에 질문에 대해서는 여신은 잠시 고민하더니,
"혼노지의 변은 꼭 한번 그 광경을 봤어야만 조금은 납득했을거같기도하네요."
이런 대답을 내놓는다. 아케치 미츠히데가 왜 난을 일으켰나는 아직도 설왕설래하는 이야기기도 하고.
>>494 "호오…. 아주 심해로 끌고 가 버릴까 보다." 부러 더욱이 음산하게 중얼거리는 스미레. 한 입 거리도 안 되는 캇파 요괴(비록 요괴 형태를 본 적 전무하나, 이런 녀석이라면 필히 아주 작지 않을까.)를 콱 낚아채 심해로 끌고 가는 상상도가 절로 그려지나, 곧 고개를 휘저어 없앤다. 잡념을 끊고 현실을 보자 두툼한 가방이 눈에 든다. 고개를 모로 기울이자 일자로 반듯이 잘린 직모가 사르륵 흘러내렸다. "뭘 양껏 준비했길래 이리 두껍니?" 그리 물으며 검지로 아야나의 가방 머리를 툭 건드려본다. 주어를 손짓으로 대신하듯. 학교 정문을 통과하자, 언제인지도 모르게 캇파 요괴와 팔짱을 낀 자신을 발견. 스미레는 우두커니 아야나를 응시하며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캇파 녀석, 대체 어느 틈에……. 그럼에도 불구, 스미레는 거진 체념에 가까운 태도로 팔을 내어주고 제 집으로 이끌었다. 청보랏빛으로 포인트가 새겨진, 1인 가구가 살기에 적당한 규모의 집. 내부는 한 점 흐트러짐 없이 규칙적으로 정돈되어 깔끔하다. 특이한 점은 침실은 따로 존재하나 욕실이 가장 크다는 점. 잠은 욕실에서 잘 때가 많으나 가족들이 거기선 인간처럼 살아야 한다며 '인간'같은 집을 마련해 주어 이리 된 것이다. "인어의 침실이 궁금하다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이 가는 건 왜일까…." 나지막이 뇌까린 스미레는 아야나가 집 구경을 맘껏 하도록 내버려두다가, 책꽂이를 뒤적이다가 줄 공책과 문제집 몇 권을 들어 그녀에게 건넨다. "자. 가방에 넣을 수 있겠니?" 해가 인어처럼 물 속으로 파고든 시각, 더이상 온기는 없다. 새파란 밤빛만이 천장을 바닷속처럼 검푸르게 물들였다. 그걸 인지한 순간, 스미레는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안 들어가면… 여기서 자는 것은." 어떻니…. '우리'들은 물에서 사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심해로 끌고가 버려도 괜찮을지도? 어차피 나는 막내니까, 파파가 아프시는 일만 없으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지금도 보라, 다른 요괴의 집에 놀러가는 것도 허락 받지 않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으니.
“전부 문제집 이와요. 많이많이 준비했죠ー? 전부 공부하려고 가져온 것이와요. “
가방을 건드려지는 것도 좋다고 웃어 요. 아무튼간에 시간도 시간이 되었다. 슬슬…. 그래, 출발 할 시간이다.
스미스미 선배와 가는 길은 생각 이상으로 오붓했다. 종종걸음으로 팔짱을 낀 채 따라 걷는 아야나와 팔을 내어준 채 이끌어주는 스미레. 어떤 일이 있을 지도 모른 채 작은 캇파는 천진난만하게 인어를 따라 나선다. 그리고 어느덧 도착한 곳은……..한사람이 살기 적당해 보이는 집. 도착하자마자 신기하다는 듯 우와 우와앙 하고 아야나는 집을 뽈뽈뽈뽈 돌아다녔다. 특히 궁금한 곳은 침실이었는데. 의외로 놀라운 사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침실보다 욕실이 더 크다아아아아아아아앗!!!!! 아니 진짜로, 이렇게 큰 욕실은 처음 보니까. 다른 친구의 집에 놀러가본 적이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미스미 선배님 집의 욕실만큼 큰 욕실은 없었으리라 장담할 수 있다. 역시 이쪽이 침실인 게 아닐까?? 욕실이 침실이고 침실은 손님용 방인 게 아닌지??
“스미스미 선배님, 욕실이 엄청엄청 커요! 사람이 누울 수도 있을 것 같사와요! “
종종걸음으로 스미레에게 돌아오며 욕실에 대한 평을 늘어놓다가, 스미레에게 공책과 문제집 몇권을 얼떨결에 받아들었다. 신난다! 스미스미 선배님이 정리하신 노트와 문제집. 분명 이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으음…… 넣을 수 있을 것 같사와요. 다 들어갈 것 같지 않으면? 들고 가면 되는 것이와요? “
후히히 웃으며 문제집을 들고 한 바퀴 돌아 요 아니 진짜로 진짜로 너무 좋아서 돌고 있는 거니까 어지럽지 않다. 아무튼 몇 바퀴 빙빙 돌다가 무의식적으로 나온 스미스미 선배님의 말에 오이잉 하며 고개를 갸웃이다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와서는 팔짱을 끼려 하며 이렇게 물으려 하였다.
>>494 "끝내주는 열정이군…." 열정을 불로 치환할 수 있다면, 저 작은(정말 작은 지는 둘째치고) 캇파 요괴는 제 불에 바싹 말라버리는 거 아닐까? 또다시 떠오른 잡념. 이 애와 있으면 어쩐지 시답잖은 생각들이 자꾸만 머릿속을 부유한다. 그래서, 따라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 애가 인간이었다면……. 가족들이 그리 바라던 '인간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었을까, 싶은. 바보같네, 나. ** 귀갓길은 예상보다 짧았다. 이 캇파가 옆에 있으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물론… 집에서조차……. 뽈뽈 돌아다니는 저 뒷모습. 아주 신나게 휘젓고 다니셨다. 저러다 넘어지기라도 할까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욕실을 기웃거리는 아야나의 등 뒤로 특유의 조용한 발걸음으로 다가간다. "아무렴. 여기서 누워 자니까." 솔직히 이 정도도 바다를 누비던 저에겐 비좁았지만 말이다. 이걸 궁금해하는 듯 싶었는데, 만족스런 답이 되었으려나. "너도 알잖니, 내가 엄연히— 고매한 인어족임을." 돌아온 아야나를 마주본다.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프라이드 견고한 낯으로 싱긋 미소 짓는다. 오늘 중, 어쩌면 아야카미에서 처음 진실된 미소. 인간 같이 살아도 나는 결국 인어지. 너도 결국 요괴. 우리들은 모두 인간 세계에 발 들인 이방인. 같은 처지. 같은… 물에 사는 처지.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인간과 친근할 수 있어? 내가 네게 물들 수 있을까? 그야 우린, 우리들은 물에 사니까……. 이번에 스미레는 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안 들어가." 가방 크기를 가늠하지도 않은 채, 단호하게 답하곤 팔짱을 끼려 하는 아야나의 이마를 검지로 콕 가볍게 누른다. "침실에서 잘 거라면 친히 잠옷 정돈 빌려줄 순 있는데." 빙 돌려서 자고 가란 표현을 한 스미레는 슬그머니 묻는다. 침실에서 잘 거냐, 욕실에서 잘 거냐며.
역시 이곳이 스미스미 선배님의 침실이 맞았구나! 역시 원래 있는 침실은 손님방이었다! 그렇다면 오늘은 스미스미 선배님과 같이 자야지. 물에서 자는 것은 생의 대부분에 있어왔던 일이기 때문에 익숙했다. 검지로 이마를 꾹 눌리는 감각에 “끼엥” 소리를 내다가 침실에서 잘 거냐는 말에 그러지 않을거라는 듯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 선배님은 오늘 이 모습 보시는 거 처음이시겠구나! “ 라 말한 뒤 “잠시만 기다려 보시와요~ “ 란 말과 함께 호다닥 어딘가(화장실) 로 사라진 아야나. 잠 시 후…..아주 빠른 시간 안에 돌아온 모습은, 멀리서 봐도 뭔지 알 수 있었다.
ー 뾱 뾱 뾱 뾱 뾱 뾱 뾱
한 걸음 걸을때마다 들리는 이 뾱뾱 소리가 들리는가? 아아….그렇다. 카와자토 아야나, 아니 [ 아야카에루 ] 의 발걸음이다…….. 종종걸음으로 뾱뾱뾱 소리를 내며 돌아온 아야나…아니 아야카에루는 뭔가 부끄러운 듯 뺨을 잔뜩 붉힌 채ー(당연하다. 좋아하는 선배님 앞에서 본모습을 보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스미레에게 안아달라는 듯 팔을 뻗으며 예와 같은 후히히 웃음을 지어보였다.
“아야나 슬슬 졸리는 것이와요. 스미스미 선배님 품에서 자겠사와요. “
“안되와요ー? “ 라고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물어봐 요 요괴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나 인간 모습일때나 이 똘망똘망한 눈빛은 변함이 없다.
>>538 이마를 누르자 괴상한 소리가 도출되었다. 꼭 누르면 소리가 나는 인형을 보는 기분이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이다. 서서히 윤곽이 흐릿해지려는 푸른 경계. 지극히 어두운 바닷속에서 살아왔던 스미레 눈에 적당히 편안한 밝기로 바뀌자, 늘 긴장되어 날카롭게 벼려진 표정보다 차츰 풀린 낯이 떠오르는 시간이 늘어났다. 더군다나 여긴 명백하게 제 영역이었기에. 스미레는 이제 한결 편안해진 낯으로 아야나를 의문 서린 눈으로 쳐다봤다. 무얼 하는지 어딘가로 사라진 그녀의 의중을 곰곰히 생각하는 그때, 의문은 순식간에 풀려버리고 만다. 이건……. 아주 작고, 땡그랗고, 뾱뽁 거리는……. 캇파네……. 응, 캇파야. 요상하고 귀엽게 생긴 '진짜' 캇파가 수줍게 양 뺨을 발그레 붉히며 팔 뻗는 모습은 정말이지……. 묘했다. 그래도, 뭐. 제법 깜찍하니. "한두 번 받아주니 아주 어리광쟁이가 다 됐군." 그렇게 말하면서도 스미레는 기꺼이 양 손을 뻗어 동그랗고 작은 캇파를 들어 올려 요리조리 살펴보다가(진짜 심해로 납치해버릴까), 조심스레 품에 안고는 욕실로 향했다. 수영도 거뜬히 가능할 욕조에 적당한 온도(인간 기준과 달리 물에 살던 이들에 맞춘 찬 온도다.)의 물이 한가득 채워지면, 인간의 두 발로 욕조에 들어가 기대 눕는다. 품에는 어미 해달이 새끼 해달을 안듯 작은 캇파 요괴를 안은 채다. 가늘게 뻗은 두 다리의 형상이 희미해지더니 이내 합쳐져 물고기의 꼬리로 변모한다. 소나무나 이끼 따위를 닮은 암녹빛의 비늘이 일정하고 기하학적인 문양으로 매끈하게 빛났다. 욕조의 물이 비늘과 머리칼에 달라붙는다. 이윽고 정수리 끝까지 물에 잠기어……. 작은 바다는. "오랜만입니다, 얼룩지지 않은 바다여." 인어의 언어를 내뱉게 한다.
후히히히 웃으며 진짜로 5252 진심으로 말하는 소리냐고~~~!! 같은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아야나. 이윽고 준비가 끝나고 둘은 욕조에 들어간다.
인간의 형태로 살아온지 몇년 되었으나, 올챙이로 살아온 시간이 수십년이다. 아직은 목욕도 인간형이 아니라 요괴의 모습으로 하고 있는 상태. 아야나에게 익숙한 것은 육지가 아니라 물이었고. 연못이었다.
때로는 유우 군이 돌봐줄때의 올챙이 시절이 그리웠다. 연못에서 헤엄치며 헤실거리기만 하면 되었으니까. 그러나 인간의 모습을 하며 인간 세상에 나와 이런저런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스미레의 품에 꼬옥 껴안긴 채로, 아야나는 웃는 얼굴로 잠이 들기 시작한다. '우리' 의 온도에 맞춘 욕조 안에서.
>>554 "아무렴. 넌… 너무 모든 것을 좋아해." 물 속에 잠긴 입술이 웅얼거리는 말소리를 낸다. 육신과 정신이 모두 노곤하게 풀린다. 그리하여 그런 생각까지 도달한다. 하지만 그게 너겠지. 나쁘지 않아. 세상엔 그런 요괴도 필요할 테니. 숫제 눈을 감은 낯이 이미 꿈나라에 간 듯했다. 몽롱창망한 스미레가 딱 좋을 정도로 품에 찬 캇파의 둥근 머리통을 부드러이 쓰담는다. 짙푸른 어둠이 욕조에도 내려앉았으나, 그건 우리에게 지극히 익숙하고도 안락한 것이었으니. 이곳이 강이고, 호수고, 바다였다. 오늘은, 요괴로서 잠에 들자. 내일은 다시 인두겁을 쓸지라도. 스미레는 꿈 속에서 입을 열었다. 공기 방울이 터졌다. 잘 자, 좋은 꿈 꿔.
모든 수업이 끝난 체육관은 여러 체육에 관련된 부가 독점을 원하는 운동하기에 최적화 된 장소였다. 물론 그 중에 야구부와 같은 부는 제외되는 사항이나 어지간한 부에 들어가있는 인간 예산 증폭기, 쿠로누마 테츠오는 자기가 원하는때에 체육관에 들어가는 기행을 보이면서도 아무도 그것에 대해 불만을 내비칠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게, 정말로 착실하게도 그는 그가 소속된 부에가서 특훈이라는 부활동을 하루도 빠짐없이 하고 그 부의 레귤러도 고개를 저을 운동량을 보이기 때문이었다.
"오늘의 특후우우운!!!! 농구 스텝, 피벗! 천회 연습하기이이!!!"
이미 농구부는 다 떠나서 한적한 그 곳에서 그는 고함을 외치고 그대로 농구공을 탱, 탱 지면으로 두드리며 기묘한 발동작을 연습했다. 그리고 그 구석에서 한 사람.. 한 사람? 이 있었는데 그것은...
그렇다. 구렁이라함은 당신은 무엇을 떠올리는가. 징그럽다? 교활하다? 음험하다? 아니지. 미끈하지 않은가. 백년이고 이백년이고 법이나 인간 따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온 구렁이에게 있어 교칙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고, 그러나 그것을 어기면서도 어떤 불만도 사지 않는 요령마저 터득하고 있었다. 무엇을 말하려고 이리 길게 쓰잘데기 없는 걸 서술하느냐고? 별 대단한 것 없다. 그저 나른한 낮잠을 위해 체육관 열쇠를 슬쩍 했다는 것이지. 그러게 뭐 대단한 거라고 그렇게 뻗댄단 말이야. 특훈이니 체력 단련이니 단합이니 뭐니. 중요하지 않아. 기나긴 무료를 달래주는 것은 오직 낮잠 뿐임을 깨닫지 못하다니. 떼잉.
*
그렇게 한참을 도구 창고의 붉은 매트리스에 누워 자던 구렁이는, 창살 새로 들어오는 햇살이 노을로 변하고, 그 노을이 달빛으로 변하고 나서야 몸을 일으켰다. 뭐 무단점유나 다름없으니 당연하게도 체육관의 진짜 주인이 공을 튕기고 있었고. 전에도 몇 번 체육관에서 연습하는 걸 봤던 것 같은데.
" 저런 기합소리를 내는 건 그밖에 없었지."
천천히 눈을 부비며 창고 밖으로 나간 구렁이는 꽤 뻘쭘한 태도로 상대를 마주했다. 늘 생각하는 것인데 요괴는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고등학생치곤 과한 피지컬이란 말야?
특훈? 거기서 바로 반박했어야 했지만.. 구렁이는 말문이 막혔고, 입만 벙긋거렸다. 평소대로지 뭐. 아니라는 뜻으로 제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한 번 흔들어 볼 뿐이다. 그게 무슨 소용이냐고.
" 아니. 아니야."
아니 물어본 적 없다니까. 어떻게 '뭐' 한 마디가 물음이 되는 거냐고. 심지어 물음표도 붙이지 않았잖아. 막 잠이 깬 얼굴에 의문과 당혹이 가득 떠오른 구렁이의 얼굴은 꽤 볼 만 했다. 그러는 와중의 상대는 벌써 스텝, 농구, 특훈, 다리근육, 공, 어려움과 같은 구렁이가 전혀 문외한인 말들을 어지럽게 쏟아내고 있었다. 그래, 저런 부류는 피해야 하는게 맞았어. 예전에 멀리서 봤을 때부터 요력이 뺏기는 기분이다 했다. 내가.
" 아니 그러니까 무슨 특훈...?"
거기다가 동행한다니 환장할 노릇이다.누가 누굴 불안해해. 확 여기서 잡아먹어 버릴까보다. 저 쓸데없는 자상함은 뭐람. 그렇게 생각하려 했지만 그런 쓸데없는 호의에 구렁이는 약했다. 답답함에 작은 한숨을 내뱉은 구렁이는 무시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그러나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상대가 뒤를 따라올 것 같은 불안감도 든다. 미치겠네. 구렁이는 던져둔 가방을 들쳐매고 상대를 지나쳐 나가려다 우뚝 멈춰섰다.
" 이름."
생각해보니 체육관을 오가면서 꽤 많이 본 얼굴인데 이름 정도는 알아둬야 나중에 마주쳤을 때 이름이라도 부르고, 소통이라도 되겠다 싶어서 내린 결론이다. 그러나 구렁이의 말은 지나치게 짧고 맥락이 없었기에 상대방은 퍽 의외의 멘트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뭐, 구렁이 보다야 덜 당황했겠지.
4. 많은 신이 그렇듯이 이름이 아오아카가네노카미 뿐은 아니다. 아오아카가네누시, 스즈아카가네누시... 앞에 아마노(アマノ) 같은 말이 붙기도 하였을 것이고, 같은 발음을 가진 다른 표기도 무수히 존재했을 것이다. 현재의 일본어 발음으로는 흉내낼 수 없는 그 때만의 독특한 이름도 있었을 것이다. 모조리 실전되었을 뿐이지... ( 어쩌면 어딘가에는 남아 있을지도?🤭 )
그렇다면 이 체육관에 어떠한 용무가 있어서 왔나보다! 무언가를 잃어버렸다거나 아직 하지못한 정리가 있었다거나! 무슨 특훈이라고 물어보는걸 보니 자신이 한 특훈에 대해서 흥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스탭을 연습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을텐데, 어지간히 흥미가 동한 모양이구나!
"농구특훈은 일단 슛부터 연습해보는게 좋아! 어떤 것이든 일단 흥미를 가질 수 있게 하는게 좋지. 일단 농구의 본질은 상대방의 골대에 공을 넣는 것 이고 그 이후는 그것을 위한 테크닉이니까.. 일단 3점슛을 아무 방해없는 상태에서 연속으로 3... 아니 5번정도는 넣을 수 있도록 연습을 하는게 좋다고 생각해!"
엄청 많은 말을 엄청 빠르게 말하며 자신을 지나치는 그녀를 당연하다는 듯 따라 나서는 그 였다.
"아, 쿠로누마 테츠오야."
이름을 물어보는 것 에서 그에게는 이미 동의 표시라고 느낀 모양이었다.
그가 가진 공을 농구공이 모여있는 바구니에 슉ㅡ 하고 던졌고, 고무와 고무가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제발 그만. 이쯤되면 구렁이 자신이 오해하기 좋게 말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보통 기가 아니야 이 인간. 저 푸르고 올곧은 눈을 봐. 비록 껍데기 뿐일 푸르름이지만 그의 곧은 심기를 바로 마주하자니 요괴인 자신이 부끄러워질 것 것만 같다. 왜인지 음험한 요력을 발휘해 저것을 조금이나마 꺾고 싶은 생각이 든다. 가만히 붉은 빛을 발하려던 자안이 얌전히 사그라들었다. 그래. 그러한 단순 오기였을 뿐이지. 그러니까 그 놈의 농구 얘기 좀 그만 하란 말야.
" 쿠로누마. 테츠오."
별 거 들어 있지도 않은 구색만 갖춘 검은 백팩을 달그락거리며 맨 구렁이는 미끄러지듯 체육관의 나무판 바닥을 나섰다. 갈까? 하는 물음에는 이미 대답이 소용없어진 지경임을 알았기에 입을 꾹 다물었다. 남몰래 체육관에 기어들어와 낮잠을 잔 한량과 열심히 특훈한 청춘 남고생. 분명 자신이 방해하는 쪽인데 뭐가 이리 해맑고 우호적이람.
" ..자넬 몇 번 본 적이 있어. 난 여기서 종종 낮잠을 잤고, 자네는 여기서 훈련을 했지."
힘겹게 긴 문장을 말한 구렁이. 이 정도로 애썼다는 건 오해를 품과 동시에 오해를 사기 위함이었다. 그러니까 훈련이나 하는 너와는 다르게 난 한량이니, 제발 안 좋게 봐주거나 말을 걸지 말아달란 뜻이라고. 체육관 문을 체구에 맞지 않은 힘으로 거칠게 열어재낀 구렁이가 다시 소리없는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하필 그 앞에는 자판기가 있었다. 아, 시원한 물. 낮잠을 자고 일어난 직후에 마실 시원한 사이다 한 캔을 어찌 지나치랴.
사실 방금 밖을 봤다. 하필 이 타이밍부터 비가 뚝뚝 떨어질 것이 무어냔 말이다!!! 그 덕에 내 눈에서도 다시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았고... 간신히 참아낸 나는 허둥지둥하면서 수?습을 시도했다. 그러니까 이렇게.
"비, 비가 오는 게 나쁜 날씨라고 하는 건 저, 저, 저,저저기이 편견이니까 말이지??? 너무 안 내려도 사람들은 자신들이 죽는 줄 알았고, 시, 실제로도 죽어나갔고... 그 그러니까, 저기... 오히려 이렇게 비가 내리니까...! 지금처럼 아늑한 실내에서 공부하기 좋은 날이라는 거지, 응응!" ― 거기 시끄러워, 정숙. "앗.......... 넵, 넵..."
눈이 핑핑 돌면서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나름대로는 속으로 잘 수습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튼 이 논리를 이어나가야했기 때문에 나는 내가 펼쳤던 참고서를 하쿠 앞으로 밀어주려고 했다. 그러니까, 같이 볼 수 있도록.
"그, 그런 의미에서 가, 같이 공부해보자는 거야... 뭐, 어, 어려웠던 부분... 없어...?"
사건은 어찌저찌 수습되는 듯했다. 몇 인간들은 자리를 떠나면서도 의심의 눈초리 힐끗힐끗 보내 왔지만, 신께서 부리부리한 눈으로 맞받아치니 인간들이 버텨낼 도리 없다. 못마땅한 기색 보이면서도 떠나가는 뒷모습들 가만히 일별하다 시선을 돌렸다. 하면 이제 남은 것은……. 그리 생각할 찰나 잠긴 문 너머에서 철컥, 소리가 난다. 무신은 반사적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이 녀석 그냥 이대로 가둬 놓고 갈까?
……그런 생각 들다가도, 이번에도 실현시킬 수는 없는 공상이란 것 알기에 신의 낯이 떨떠름해진다. 이대로 두고 갔다가 다음날 신발장에서 요괴(의 시체)가 발견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인간들은 괴생물체의 발견이니 뭐니 떠들어 대겠지. 어떤 식으로든 경계가 강화될 테니 그도 덩달아 곤란해질 것이 뻔했다. 무신은 손을 들어 제 뒷머리를 벅벅 문질렀다.
쯧. 혀 차는 소리는 비좁은 신발장의 어둠 너머에까지 닿았으리라.
이내 어두운 시야의 한쪽에서부터 천천히 빛이 들어온다. 그 짧은 사이 밀폐되어 갑갑했던 공기가 열린 틈새로 먼저 몸을 빼고, 봄날 오후의 햇살 비스듬히 비치는 자리에 보인 것은─
구렁이는 순간 마치 자신이 정말 고등학생이 된 것처럼 마른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려 했으나 손이 닿기 직전 느껴지는 기운에 헛도는 손을 얌전히 내려놓았다. 그나저나 공부하기 싫다니까? 자신을 도서관으로 이끈 누구씨나, 참고서 주는 신이나. 이 우습지도 않은 상황이나 다 싫어. 근데, 재밌어.
" 역사?"
구렁이의 입술에 조소가 떠올랐다.
" 하긴 네가 잘 알긴 하겠다. 아오이상."
능글맞게 턱을 괸 구렁이가 페이지를 몇장 더 넘기더니 참고서 구석에 있는 더 알아보기, 그래, 제일 쓸데없는 부분을 샤프로 톡톡 쳐대며 말을 걸었다.
" 이건 어떻게 생각해?"
참고서에는 한때 아야카미 지역에 있던 신사에 관해 적혀있었고, 그 신을 숭배하던 마을 주민이나 무속신앙에 대해 흥미롭게 나열된 신문 기사가 짤막하게 실려있었다. 대단하신 신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냐니까.
" 근데, 신이랑 요괴랑 다를게 뭐람. 신은 이렇게 생기고 요괴는 이렇게 생겨서? 그래서 사람들이 요괴는 싫어하나?"
신발장을 열자마자 빛의 속도 로 튀어나가요 아니 진짜로 이렇게 너덜너덜 찌그러진 상태로 나가는 모습이 이렇게 웃길 수가 없을 것이다. 끼에엥 끼에엥하고 작게 신음하며 추우욱 늘어지듯 바닥에 내려오는 모습이 실로 볼만하다. 이것이.....방금 전까지 우에엥 하던 그 요괴? 진짜로 가슴이 옹졸해진다......
"끼에엥"
인간의 언어도 잊어버린 채 최대한 몸을 펴려 애써 요 이녀석 대체 언제 사람의 언어를 되찾을 생각이지? 거의 찌그러진 종이처럼 되었다가 간신히 펴지고 있다.....너무너무 웃긴 모습이다.......
하쿠라고 부르기만 해봐라. 하는 찡그림을 담아 그렇게 말했다. 누군가 말해줘야만 한다. 인간과 소통할 땐 언어를 사용해야된다고. 소리를 내어야 한다고. 그러나 하쿠는 그저 찡그리며 자신의 의중을 알아주길 바랐는데. 아, 그렇네 하도 떠받들어지고 벌벌떠는 인간들 위로 즐기기를 많이 해서 그런가. 그래. 요괴는 요괴라니까. 옛기억이 잠시 머리를 아프게 한다. 근데 저거 되게 유행하던 영화 떠오르게 하네.
" ...그대가 그런 말을 하다니."
의외군.
자판기 앞으로 순식간에 다가선 구렁이는 인간이 발명한 기계중 가히 쓸모있는 것이라 다시 한 번 호평하며 테츠오에게 미소지었다.
" 두 개면 족하지."
베시시 미소를 짓다가 그것을 깨닫고 흠칫 다시 입꼬리를 내린다. 인간 앞에서 그런 미소라니 참. 어두운 피부색임에도 옅은 홍조가 구렁이의 볼에 생긴다.
" 그대도 마시겠나?"
자신의 돈도 아니면서 생색도 내준다. 돈이 있냐고? 그럴리가. 그럼 동전 네 개 필요한거지 뭐. 뻔뻔스럽기 그지없다. 저렇게 순순히 동전을 내주는 모습에 고마움을 퍽 느끼지 못하는 것도 신기한 일이 아니다. 뻔뻔한 구렁이 같으니.
요즈음 미묘한 신경전이 공기 중을 떠다녔다. 목전으로 다가온 정기 고사로 가려지는 신과 요괴의 위세, 그들의 바람에 같이 휩쓸린 인간들. 곧 죽어도 품격과 체면은 챙겨야 하신다는 스미레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이전보다 배로 늘린 양과 시간. 새하얀 날빛과 황금빛 오후 햇볕과 붉은 석양과 푸르른 밤 그림자가 몇 번이고 스미레의 녹빛 정수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무심코 손을 들어 올리자 펜대과 마찰된 부분이 발갛게 붉어져 있었는데, 무미건조한 낯을 한 스미레는 이윽고 다시금 필기를 시작했다.
째깍 째깍 째깍 째깍.
들릴 리 없어야 할 시곗바늘 소리가 선명히 귓전을 때렸다. 집중력이 한계에 치달았다는 소리렸다. 참아왔던 숨을 훅 터트린 스미레가 집중하느라 상기된 뺨으로 머리를 쓸어넘겼다.
창으로부터 어슴푸레한 빛이 쏟아진다. 동이 트는 아침인지, 가장 어두울 새벽인지는 나중을 봐야 알겠지.
이름 부르지 말라고 단호하게 끊어내려던 구렁이의 손은 어느새 테츠오의 손에 들려 힘찬 악수를 반강제로 하고 있었다. 다시 느끼지만 기가 강해. 신이라도 모시는가. 기분 나쁘군. 하쿠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또 어느 누구와 닮기도 했다.
" 웃지 마. 정 들어."
낡아빠진 대사를 날리며 정색을 하는 구렁이는 줏대없어 보였다. 지가 먼저 웃었으면서. 그에 반해 테츠오는 곧게도 웃는다. 웃음도 너처럼 짓는구나.
" 그럼,"
구렁이는 당연하다는 듯이 테츠오의 동전으로 사이다 두 개를 능숙하게 뽑았다. 텅, 덩그렁. 언제 들어도 설레는 소리지 않는가. 한 손으로 사이다 두 캔이나 용케 붙잡은 구렁이는 꽤 멋진 폼으로 사이다 한 캔을 건넸다. 구렁이가 직접 뽑아 건네주는 사이다. 꽤 귀한 거라고. 건배는 생각도 못하고 시원한 캔을 제 뺨에 대던 구렁이는, 테츠오의 말에 이제는 포기한 건지 살짝 두 캔을 부딪히려 했다. 뭐가 내일을 위한 건배냐고. 그 후에 청량한 효과음과 함깨 사이다 캔을 딴 구렁이는 만족스럽게 탄산 가득한 달디 단 사이다를 목구멍으로 쉬지 않고 들이켰다. 신기한 거 보여줄까? 탄산음료 원샷.
구렁이는 테츠오를 의뭉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쉽지 않을텐데. 아니나 다를까, 호기롭게 원샷한 것 같았지만 그새 부작용이 나온다. 그래 인간이구나.
" 너.."
자네, 그대, 에서 너로 호칭이 바뀜은 구렁이의 심적 변화를 뜻하기도 한다.
" ..떨어져서 걸어."
트름이라니. 거리를 두고 싶었다. 꽤나 까칠한 구렁이양은 테츠오를 따라 가볍게 캔을 납작 뭉개 쓰레기통에 넣곤, 조금 거리를 두고 그를 뒤따랐다. 학교를 나서자 꽤 선선한 밤공기와 환한 달빛이 운동장을 덩그라니 비추고 있었다. 확실히 일반적인 여고생한텐 위험했을지도 모르겠거니만, 그 위험한 인물이 바로 자신이다. 그 환한 달빛과 함께 빛나는 테츠오. 어디서 본 청춘만화 한 장면 같아서 갑자기 도망가고 싶다.
구렁이의 모습이 아님에 감사하며 구렁이는 억울해하는 테츠오가 자신과 심히 정반대임을 실감했다. 또랑또랑한 목소리나, 당당하고 곧은 태도, 자신의 뜻을 말하는 건강함과, 육체의 튼튼함까지. 본인이 인간이었으면 분명 정반대로 태어났으리라. 허나 그런 가정만큼 부질없는 게 없었다. 인간이라. 나약한 것들. 그러나 처음부터 인간으러 태어났으면 좋았을 지도 모르지.
" 도대체 왜 그렇게 특훈에 집착하지?"
일생을 되는대로 살아온 구렁이로써는 퍽 이해할 수 없었다. 과연 인간들이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 잠깐, 잠깐."
다른건 다 그렇다 하여도 저 비효율적인 걸음은 봐줄 수 없었다. 미끈한 구렁이의 걸음과는 정반대. 한치의 잔움직임 없이 효율적이고도 가볍게. 요괴라고는 허나 우아하기까지 할 제 몸놀림과는 너무 상이한 그것을 구렁이는 짚고 넘어가기로 결심한다.
개도 아닌 것이 굶주린 개처럼 처량한 소리 내는 건 무슨 경우란 말인가? 무신은 평생 안 아팠던 골치가 아파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이에 눈을 질끈 감든 미간을 문지르든 했겠지만, 무신은 그것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다. 아야나를 내려다보는 시선이 점점 식어간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히 짚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무신이 '武'의 신격을 지니고 있음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가장 하잘것없었던 버러지로 난 시절을 악착같이 버텨 살아남았고, 수도 없이 많은 혈전을 겪은 무인의 삶을 살았다. 생의 모든 궤적이 투쟁의 역사인 셈이다. 그간의 삶이 아야나의 모습에서부터 어떠한 감상을 이끌어냈다. 병간(兵間)에서 가장 먼저 죽어 나자빠지는 부류는 바로 저런 녀석들이다…… 라고. ……유감스럽게도 감상은 문명인으로서 마땅히 갖춰야 할 연민과는 아주 까마득하게 멀었다.
비틀비틀거리며 간신히 일어나는 아야나. 하지만 여전히 종이쪼가리마냥 찌그러진 티가 나 있는 건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온 아야나.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절이 아픈 것은 어쩔수 없다. 내일모레 학교 옥상에서 햇빛쬐기를 하면서 나아야겠다. 어? 햇빛쬐기로 어떻게 낫냐고? 아무튼 낫는다고 ㄹㅇㅋㅋ
"...아, 이런 게... 적혀 있었네... 글쎄, 옛적에는 전혀 본 적 없는 신이라서... 아마도 어린 신일 것이고, 신흥 신앙으로서 한 시절은 시끄럽게 풍미했을지 모르지만 결국엔 몰락해서 없어지거나 현재도 모셔지는 아야카미アヤカミ의 신에게 습합習合된 지 오래겠지... 지금은, 글쎄, 요괴로나 영락하지 않았을까. 이것도 운이 좋을 때의 이야기지만."
샤프 끝이 가리키는, 지금은 이름조차 남지 않은 신사의 글을 들여다보면 굳이 과거를 내어보지 않더라도 뭇 신사神事를 주관해왔던 신으로서 엿볼 수 있는 안타까운 역사의 편린들이 잔류해 있다. 그것을 담담히 읽듯이 극히 일부분을 꺼내 말한 나는 신과 요괴의 이야기에 유독 시선을 주는 기백년 묵은 구렁이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는 것을 묻는다는 듯이 짧게 고개를 내젓고서 대답했다.
"이렇게 생겼고 저렇게 생겼고는 문제도 아니지. 「모심祀り」과 「떨침祓い」의 차이를 모른다고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닐 텐데?"
절대로 역사 시험에 나올 법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옛것, 낡고 고루한 것의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 무엇보다 잘 아는 이야기라 자연히 말문이 트여서 나는 참고서 위에 연필로 祀 자를 파자破字하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특히 巳 자를 눌러적으면서. 먹이 아닌 흑연임에도 불구하고 옛 향취가 깊이 묻어나오는 필체였다.
"불만 가질 것도 없어, 너도 어쩌면 고귀한 신으로서 모심 받았을지도 모르는 거야. 네가 하기에 따라 앞으로도 모르고, 그러니... 굳이 내 앞에서 떠볼 것도 없는 거지."
예로부터 자색紫色을 두고 삿된 것이라고 가리켜 이르는 말도 있다. 그러니 나는 나른하게 호선을 긋는 보랏빛 눈동자를 향해 시선을 맞추고는 짧은 눈웃음으로 화답했다.
구렁이는 갑자기 말을 더듬지 않는 아오이을 응시했다. 신인 신이었던가. 청산유수로 말을 해대는 것은 들려오지 않고 속만 조금 뒤틀렸다. 모심과 떨침. 허. 이 낡아빠진 신이. 먼저 도발하듯 이야기를 꺼낸 것은 자신이었지만 역사 공부나 하러와서 이렇게 신과 요괴 이야기를 굴려굴려 길게 말하길 원하지도 않았다.
굵게 눌러적힌 뱀자를 응시하는 구렁이의 눈도 그 뱀눈 자체였고, 형형한 자색빛이 스물스물 피어오르자 근방에 있던 평범한 인간들은 어느새 눈에 힘을 잃고 멍하니 고개를 꾸벅꾸벅 떨구기 시작했다. 분노였다.
" 불만..? 아니야. 잘못 짚었네. 내가 고귀한 신으로 모심 받아?"
..그랬었을 지도 모르지. 거짓된 현혹으로. 꽤 찢어지는 듯한 웃음소리가 스쳤다. 갈라진 뱀의 혀에 어울리듯 찢겨나가고 갈라진 소리였다.
" 아니야. 생긴대로 놀아서 그래. 가만있어도 숭배받는 자들이 뭘 안담. 나같아도, 인간 수십 잡아먹은 요괴는 안 모시겠어. 공부아 할까? 아오이상?"
아오이한테는 "영감. 다치기 싫으면 학교를 떠나." 스미레에게는 "인간들은 촛불과도 같지. 바람에 갈대처럼 흔들리면서 확 꺼버리고 싶은 생명이니까." 카가리에게는 "세상에는 바보가 둘있는데 하나는 힘을 지혜롭게 못쓰는 거고, 하나는 자기가 똑똑하다고 착각하는 우매한 녀석이야." 같은 말 하고싶어.
783그사이에 쌓인 공개 웹박수 공개 ( 많은 사랑 부탁함 ) ◆.N6I908VZQ
(xy.6pxATGk)
2024-01-22 (모두 수고..) 23:54:49
아야나 마지 텐시냐구..............
즐거운 선관 고맙다구 다들 8ㅅ8 그리구 선관 짜지 않은 친구들하고도 빨리 친해지구 싶다!!! 모두 너무 귀여워
신장 안 써진 캐들의 키가 알고 싶어........... 알려줄 수 있다면 알려줄 수 있을까
내가 봤을 때는 딱히? 에 가까웠는데 situplay>1597032795>829 같은 이야기가 나온 이상 신빙성은 잃어버렸군. ( 머쓱 ) 그럼 아야나주는 정히 신경쓰이면, 누군가 일상을 구할 때 「기다렸다가도 없으면 나와 돌리자」 스탠스를 당분간 취한다면 어떨까 싶다.
근데 솔직히 이야기를 하자면 아야나주가 일상을 자주 돌리는 것이 그렇게 큰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하는지라... 물론 여러 캐릭터를 며칠이나 계속 길게 길게 붙잡아서 아예 일상을 차단해버리는 식이라면 그건 좀 문제가 있는데... 그 정도는 아직 한번도 못 본 것 같아서...물론 어디까지나 이건 내 생각이다!
나야말로 내가 아야나주 너무 오래 붙잡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했어 사실... 게다가 내가 상황이나 대화를 길게 나누는 걸 좋아하기까지 해서 더 오래 걸리기도 하구 그래서 카즈키주랑 돌릴 때도 우우웃 내 일상 너무 길엇! !!라면서 내심 걱정하고 그랬으니까 아야나주는 돈워리해도 좋다 아니 이게 무슨 말이지 아무튼 다들 사랑하구.. 진짜 굿바이.....
>>854 느지막한 시간의 하굣길, 누군가와 나란히 걷는 시로사키 하나의 얼굴엔 담뿍 웃음이 피었다. 그녀와 교류하며 지낸 것도 인간의 시간으론 평생이겠지. 평소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내를 향하면서도, 똑바로 걷는 것에 집중하지 못하고 땅을 바라보고서 두리번두리번. 테루에게 줄 맛있는 돌이라도 찾으려는 걸까-
그녀는 테이블에 친구와 마주 앉아서도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가게를 구경한다. 같은 카페라는 말을 쓰고 있으면서도 저번에 혼자 갔던 카페 블랑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지. 한참을 그러다 테루가 입을 열면 눈을 반짝 뜨면서 무표정한 그녀를 돌아보며 생글생글 웃고만 있다가, 테이블 위에 펼쳐진 책을 보고서 '아.' 하고 무언가 깨달았단 얼굴로 분주히 가방에서 교과서를 몇 권 꺼내어 올려놓는다.
"어려운 부분이라기보다는, 뭘 공부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데."
마냥 순진한 얼굴을 하고서 고개를 살짝 기울이는 소녀가 아무렇게나 테이블에 올려놓은 책은 반대로 뒤집혀 있거나 정 방향이 상대를 향해있기도 하다.
에이 지금까지 일상빌런은 본 적 없으니까 다들 걱정 내려놓도록 아야나주 같이 일상에 적극적인 참치도 사실 캡틴 입장에서는 그냥 고마울 뿐이니 너무 그렇게 신경쓰지 말고. 그냥 내가 아까 말한 대로 정히 걱정되면 「기다려도 없으면 돌리자」 스탠스만 당분간 취한다면 될 것 같다.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낼 수 있을 것 같군. 😌
속이 뒤틀리든 말든 상대방의 예민할 수 있는 부분을 여기인가― 하면서 손쉽게 건드렸다가도 뭔 일 있었냐는 양 입을 닦아버릴 수 있는 게 신이다. 아오이는 그 버릇을 좀처럼 고치지 못했다. 마치 그곳이 뱀의 역린이었다는 양, 선명하게 노기를 품은 요력이 퍼트려졌다가도 금시에 사그라드는 모습에 웃음을 삼킨 신, 썩어도 신인 존재는 인간 학생의 껍질 안에 들어가서 참고서를 보는 시늉을 하는 양 고개를 기울였다. 파자하여 적어뒀던 글씨는 언제 있었냐는 양 온데간데없었다.
"그래서, 더 궁금한 것은 없고?"
/철없고 싸가지 없는 신을 다루는 법 : 신기한 기호들로 넘쳐나는 수학이나 영어로 혼내준다 이니까 언제든지 사용하길... 😑
으음... 역시 이 할아버지가 진득하게 청춘을 경험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질긴 연에 미련이 생겨 전례없이 끙끙 앓으면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 😏 몰락해가면서도 신의 프라이드는 여전히 드높고, 근본이 성정 가벼운 본투비 KAMISAMA라서 여태 인간관계에 미련이고 뭐고 없었거든. 그런 오―만한 신이 인연에 매여 어쩔 줄을 몰라하면 역시 그만한 구경거리도 없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