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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3 깜찍하게 헤실대는 풀어진 낯에 비해 집중력은 발군이다. 어느새 수학 문제 푸는 데에 열중하기 시작한 아야나의 모습을 보고 내심 새삼스럽단 감상을 한 스미레 또한 제 교과서에 시선을 두었다. 백색소음도, 이명도 들리지 않을 만큼 숫자의 파도를 눈에 담았다. 의자를 끄는 소리, 책을 꺼내고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 작은 발소리 등이 간간이 침투하기도 하였으나 흘려 넘긴다. 그러한 습관 탓에 아야나의 부름을 몇 초 놓치고 말았다. 한 템포 느리게 고개를 쳐든 스미레가 아야나를 쳐다봤다가, 문제집을 내려다보는데. 잠시 할말을 잃은 듯 생각에 잠긴다. "……이 스미레의 기억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면 이건 일학년 때 범위였던 것으로 아는데."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일까, 라고 추궁하는 듯한 눈빛이 아야나를 향했다. 그리고 손을 뻗어 문제집 페이지를 넘겨보며 이제까지 무얼 푼 것인지 살펴보려 했다.
여신은 보통 남에게 빚지는걸 싫어하기에, 바로 갚을기회가 와서 혼쾌히 승낙한것이니까. 그리고 복습의 차원에서 더짚고 갈 부분이 있는게 좋기도하다.
"지금까지 공부한 범위내에서 보통 시험범위가 책정되니까, 조몬부터 헤이안이겠죠? 중점적으로 야마토 시대와 헤이안시대를 중점적으로 보는게 좋을거랍니다. 나라 시대는 율령국가니까 율령의 반포와 관련해 시기를 꼬아서 문제를 낼 가능성이 높을지도 그래서 이부분은 율령을 중점으로-."
꽤 많은 이야기가 그 뒤로도 쭉이어 졌고,
"야마토에서 큰비중을 차지하는 아스카 시대는 쇼토쿠 태자의 업적이나 모노노베와 소가간의 일어난 사건을 중점적으로 보는게 좋을겁니다. 아마 쇼토쿠 태자는 호류지나 17조 헌법, 관위 12계. 이 부분에서 무조건 문제가 나오겠죠. 그리고 정미의 난. 이게 모노노베와 소가의 분쟁이었습니다. 그 명분은 불교의 예배를 두고 일어났죠-."
대부분 쪽집개처럼 문제가 나올부분에 대해서 짚어주었다. 중간중간에 꼭 자기가 경험했던것처럼 리액션이 들어가는게 지루하지만은 여겨지지않았을 것이다.
자세히 보면 이 문제집, 뭔가가 다른 걸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이 문제집......학교 시험 범위 문제집이 아니라, 3학년이 푸는 센터 시험 문제집이다아아아앗!!!!!!
"후히히히히히히"
그렇다. 이 아야나는 보통 2학년이 풀 문제보다 한층 난이도가 높은 문제집을 풀고 있었던 것이다. 하룻개구리가 뭐 무서운줄 모른다고 이 CrazyFrog은 "그냥" 문제에 달려들고 있었다. 아아......이것이 이제 백 년 남짓 먹은 요괴의 패기......?? 사실 문제는 어떻게 푸는 지 대충 알고는 있지만, 그냥 스미스미 선배님에게 말을 걸어보고 싶었다. 스미스미 선배님이 가르쳐 주시는 거 좋아!
"중간까지는 풀었는데 그 이후를 모르겠사와요. 스미스미 선배님은 어떻게 푸는지 아시와요? "
>>480 이것으로 확정됐다. 이 조그만 캇파 요괴는 정기고사 범위도 모른 체 이 스미레에게 공부를 하자고 권유하는 기염을 토했다는 걸. 숫제 양손으로 아야나의 문제집을 콱 쥐고 살피던 스미레가 느리게 내려놓고, 인내 가득한 표정으로 묻는다. "왜 이 스미레가 풀어야할 걸 요 깜찍한 캇파가 풀고 있을까?" 내가 열심히 공부할 동안 이 카스파 요괴는 노를 헛젓고 있었다는 사실을 쉬이 인정하기가 싫었다. 대답을 잘 해야 할 거야, 잔뜩 귀여움(반어법) 받기 전에. "이걸 풀 시간이 어딨니. 내일… 아니, 있다 집 갈 때 날 따라. 작년에 푼 문제집이 남아있을 테니." 별로 거주지를 공개하고 싶진 않았는데, 어쩔 수 없지. 이 의욕 가득해 보이는 캇파가 안 그래도 건조하면 안 되는데 시험을 망치고 시들어 쪼그라드는 모습을 볼 바엔. 걱정은 아니고 귀찮을 뿐이지만. 정말.
"이이잉 하지만 이 문제집 은근히 풀다보면 복습도 되고 해서 좋단 말이와요. 학교 시험 대비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그.......저기? 이게 복습이 아니라 예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진짜 CrazyFrog인가??????
"무엇보다 이 문제집 가져와서 풀면 스미스미 선배님과 같이 공부하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사와요. "
이건 그나마 변명 다운 변명이라 할 수 있겠다. 아 아무튼 스미스미 선배님과 "진짜로" 같이 공부하는 거라니까. 헤실헤실 웃으며 아야나는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았다......아니 근데 진짜로, 수학은 이 정도로 자신 있으니까. 대뜸 3학년이 푸는 문제를 풀어버릴 정도로.
"에엥? 아야나 이따가 스미스미 선배님 집 가도 되는 것이와요? "
"신난다ー" 하고 최대한 도서관 내부에서 시끄럽지 않게 정숙하게 이야기 해요. 스미스미 선배님은 짱이야. 최고의 천사님이야.
그러니까 다시말하자면, 그 역사의 장본인이니 모르는게 이상하고 자신이 있냐 없냐를 논한다면 있어야하는게 당연하다는 쪽이었다. 그래서인지 여신의 말은 당연한걸 왜 물어보시나에 가까운 태도였다.
"정미의 난은 확실히 중요한 부분이니 흥미를 가지신다면, 확실히 한번더 짚고 넘어가보죠. 일단 쇼토쿠 태자의 업적중에는 아스카시대에 불교를 가지고 왔다는 업적이 있죠."
실질적으로 이 이야기에서는 아스카 시대의 발전에 있어서 불교의 영향이 꽤 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신은 이시기의 인근 국가들도 수나라의 영향을 받아 불교를 받아들인 시기였다는 것을 한번 짚고 넘어가고는 다시 정미의 난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시기의 주요 호족으로서 소가와 모노노베가 나오고, 백제로부터 불교를 받아들인 일본이 덴노의 불교 귀의를 놓고 격렬하게 분쟁으로 이어졌습니다. 소가는 친불파. 모노노베는 반불파로서. 특히나 소가씨가 처음으로 세운 절인 사쿠라이지는 모노노베에 의해 불타버렸어요. 이에 소가씨는 모노노베가 지지하던 황자를 죽이고 다른 황자들과 호족을 이끌어모아 모노노베를 멸족하고 아스카 시대의 정권을 사실상 잡게됩니다. 이게 정미의 난. 모노노베 모리아의 변이라고도 하죠."
여신은 한번 숨을 고르고 이어서 이야기를 진행했다.
"그래서 실제 역사적으로 승자는 소가씨였어요. 거기에다 스슌덴노를 강제로 옹립시키고는 사이가 틀어지자 죽이고 말잘듣는 스이코덴노를 즉위시키도 했죠. 이를 주도한게 소가씨의 소가노 우마코 랍니다. 실제 쇼토쿠태자의 스승이기도 했죠."
>>484 "물론, '예습'은 되겠지. 허나 때가 아냐. 옳은 범위를 풀어야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단어를 고쳐주며 아야나의 문제집을 내려놓고 제자리로 슥 밀어넣었다. "……다른 문제집이어도 네가 이 스미레의 곁에 있는 이상 같이 공부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어." 가감 없이 호감을 표하는 상대는 스미레에게 드문 인물이라 대하기가 어색하고 낯간지럽다. 서로를 안 지 몇 번 되지도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어찌 이리 타인에게 쉬이 다가갈 수 있는 건지. 이러한 순수함 탓에 스미레는 겨우 한 살 터울임에도 아이 어르듯 태도를 고수할 수밖에 없는 듯하다. 붉은 석양이 도서관 내부를 가득 메운다. 스즈메의 한쪽 뺨이 주홍빛으로 물들고, 청보랏빛 홍채의 온도가 묘하게 뜨듯미지근하게 올라갔다. 나른한 오후, 시간과 자연의 마법. 스미레는 신경질적으로 치켜올라간 눈매를 나붓이 늘어트리며 아야나를 응시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이 늦었어. 작은 캇파가 어둠 속을 걷게 하면 미아가 될지 모르니 어서 내 집에 들렀다 가도록 해." 금세 짐 정리를 하곤 앞장을 선다.
"후히히히 좋은 말씀 감사하여요. 아야나가 계속 스미스미 선배님 곁에 있을 수 있으면 좋겠사와요. "
오이오이(cucumber cucumber) 너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는 말하고 있는 거냐고ーーー!!!!! 아무튼간에 노을도 져가고 있는 것 같고, 슬슬 짐을 싸야 할 때가 된 듯 싶어 아야나는 서둘러 문제집을 덮고 가방 정리를 하였다. 자세히 보면 꽤나 가방이.....두텁다. 책이 많이 들어 있는 것일까??
"후히히 저는 준비 다 했사와요. 스미스미 선배님이 계시니 길을 잃을 걱정은 제로 이와요. "
짐 정리를 마치고 서둘러 스미스미 선배를 따라 나서 요 잘 보면 이녀석 자연스레 팔짱을 끼려 하고 있다. 이녀석 본인은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지만 보통내기가 아닌 듯 싶다. 그러고보니 궁금한 점이 있었는데.....
"참, 아야나 스미스미 선배님 침실이 줄곧 궁금했사와요. 가자마자 구경해도 되어요? "
침실이 욕실일까 그냥 침실일까 에 대한 단순한 의문이었다. 인어들의 침실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하다 궁금해 이와요!
"역사 공부는 단순히 달달히 외우는거보다 왜 이 일이 일어났는가 대한 내력이나 명분을 알고 머리속에서 매듭을 묶어 핵심을 파악하고, 그뒤에 연도라는 포장으로 완성하는 식으로 하는게 좋아요."
단순히 사건이름을 외우기보단 사건의 내력을 알고 공부하면 재밌는 이야기가 된다고 여신은 덧붙여 설명한다. 요컨데 달리말하자면 이런이런 썰이있는데 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흥미가 보통은 생기지않는가. 그런 접근법이다. 실제 여신이 *옛날에 본 드라마에선 역사공부를 먼저 역사를 기반으로한 만화나 소설로 접근하기도 했다.
*드래곤사쿠라
"보통 사건에 있어서 옳고 그름은 없어요. 단지 역사에는 승자만이 기록을 남길뿐이다라고 다들 이야기하고는 하죠."
그런의미에서 센고쿠시대는 사실상 권력을 잃은 덴노 주도의 역사서가 없어서 에도에 편찬된 대일본사의 통사나 지방의 기록을 들춰봐야만 흐름을 알 수있고, 이 때문에 이 시대만을 다루는 정사의 역사서는 존재하지않는다.
"대부분은 이권과 명분. 암약하는 모략. 그런 이유랍니다. 부정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인간이라는 동물은 결국 욕망을 실천하는 동물이니까요."
청년에 질문에 대해서는 여신은 잠시 고민하더니,
"혼노지의 변은 꼭 한번 그 광경을 봤어야만 조금은 납득했을거같기도하네요."
이런 대답을 내놓는다. 아케치 미츠히데가 왜 난을 일으켰나는 아직도 설왕설래하는 이야기기도 하고.
>>494 "호오…. 아주 심해로 끌고 가 버릴까 보다." 부러 더욱이 음산하게 중얼거리는 스미레. 한 입 거리도 안 되는 캇파 요괴(비록 요괴 형태를 본 적 전무하나, 이런 녀석이라면 필히 아주 작지 않을까.)를 콱 낚아채 심해로 끌고 가는 상상도가 절로 그려지나, 곧 고개를 휘저어 없앤다. 잡념을 끊고 현실을 보자 두툼한 가방이 눈에 든다. 고개를 모로 기울이자 일자로 반듯이 잘린 직모가 사르륵 흘러내렸다. "뭘 양껏 준비했길래 이리 두껍니?" 그리 물으며 검지로 아야나의 가방 머리를 툭 건드려본다. 주어를 손짓으로 대신하듯. 학교 정문을 통과하자, 언제인지도 모르게 캇파 요괴와 팔짱을 낀 자신을 발견. 스미레는 우두커니 아야나를 응시하며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캇파 녀석, 대체 어느 틈에……. 그럼에도 불구, 스미레는 거진 체념에 가까운 태도로 팔을 내어주고 제 집으로 이끌었다. 청보랏빛으로 포인트가 새겨진, 1인 가구가 살기에 적당한 규모의 집. 내부는 한 점 흐트러짐 없이 규칙적으로 정돈되어 깔끔하다. 특이한 점은 침실은 따로 존재하나 욕실이 가장 크다는 점. 잠은 욕실에서 잘 때가 많으나 가족들이 거기선 인간처럼 살아야 한다며 '인간'같은 집을 마련해 주어 이리 된 것이다. "인어의 침실이 궁금하다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이 가는 건 왜일까…." 나지막이 뇌까린 스미레는 아야나가 집 구경을 맘껏 하도록 내버려두다가, 책꽂이를 뒤적이다가 줄 공책과 문제집 몇 권을 들어 그녀에게 건넨다. "자. 가방에 넣을 수 있겠니?" 해가 인어처럼 물 속으로 파고든 시각, 더이상 온기는 없다. 새파란 밤빛만이 천장을 바닷속처럼 검푸르게 물들였다. 그걸 인지한 순간, 스미레는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안 들어가면… 여기서 자는 것은." 어떻니…. '우리'들은 물에서 사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심해로 끌고가 버려도 괜찮을지도? 어차피 나는 막내니까, 파파가 아프시는 일만 없으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지금도 보라, 다른 요괴의 집에 놀러가는 것도 허락 받지 않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으니.
“전부 문제집 이와요. 많이많이 준비했죠ー? 전부 공부하려고 가져온 것이와요. “
가방을 건드려지는 것도 좋다고 웃어 요. 아무튼간에 시간도 시간이 되었다. 슬슬…. 그래, 출발 할 시간이다.
스미스미 선배와 가는 길은 생각 이상으로 오붓했다. 종종걸음으로 팔짱을 낀 채 따라 걷는 아야나와 팔을 내어준 채 이끌어주는 스미레. 어떤 일이 있을 지도 모른 채 작은 캇파는 천진난만하게 인어를 따라 나선다. 그리고 어느덧 도착한 곳은……..한사람이 살기 적당해 보이는 집. 도착하자마자 신기하다는 듯 우와 우와앙 하고 아야나는 집을 뽈뽈뽈뽈 돌아다녔다. 특히 궁금한 곳은 침실이었는데. 의외로 놀라운 사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침실보다 욕실이 더 크다아아아아아아아앗!!!!! 아니 진짜로, 이렇게 큰 욕실은 처음 보니까. 다른 친구의 집에 놀러가본 적이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미스미 선배님 집의 욕실만큼 큰 욕실은 없었으리라 장담할 수 있다. 역시 이쪽이 침실인 게 아닐까?? 욕실이 침실이고 침실은 손님용 방인 게 아닌지??
“스미스미 선배님, 욕실이 엄청엄청 커요! 사람이 누울 수도 있을 것 같사와요! “
종종걸음으로 스미레에게 돌아오며 욕실에 대한 평을 늘어놓다가, 스미레에게 공책과 문제집 몇권을 얼떨결에 받아들었다. 신난다! 스미스미 선배님이 정리하신 노트와 문제집. 분명 이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으음…… 넣을 수 있을 것 같사와요. 다 들어갈 것 같지 않으면? 들고 가면 되는 것이와요? “
후히히 웃으며 문제집을 들고 한 바퀴 돌아 요 아니 진짜로 진짜로 너무 좋아서 돌고 있는 거니까 어지럽지 않다. 아무튼 몇 바퀴 빙빙 돌다가 무의식적으로 나온 스미스미 선배님의 말에 오이잉 하며 고개를 갸웃이다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와서는 팔짱을 끼려 하며 이렇게 물으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