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군, 전투 준비 첫 정기고사를 대비해 일상, 로그, 독백으로 성적을 올릴 수 있습니다. ※ 전군, 학운 참배 아야카미 신사에 참배합시다! 그러면 조오금은 운이 좋아질지도? 아닐지도…? ※ 전군, 진격!!! 1월 27일부터 1월 28일 23시까지 D-Day를 맞이해 시험을 치를 수 있습니다. 부디, 무운을.
>>494 "끝내주는 열정이군…." 열정을 불로 치환할 수 있다면, 저 작은(정말 작은 지는 둘째치고) 캇파 요괴는 제 불에 바싹 말라버리는 거 아닐까? 또다시 떠오른 잡념. 이 애와 있으면 어쩐지 시답잖은 생각들이 자꾸만 머릿속을 부유한다. 그래서, 따라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 애가 인간이었다면……. 가족들이 그리 바라던 '인간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었을까, 싶은. 바보같네, 나. ** 귀갓길은 예상보다 짧았다. 이 캇파가 옆에 있으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물론… 집에서조차……. 뽈뽈 돌아다니는 저 뒷모습. 아주 신나게 휘젓고 다니셨다. 저러다 넘어지기라도 할까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욕실을 기웃거리는 아야나의 등 뒤로 특유의 조용한 발걸음으로 다가간다. "아무렴. 여기서 누워 자니까." 솔직히 이 정도도 바다를 누비던 저에겐 비좁았지만 말이다. 이걸 궁금해하는 듯 싶었는데, 만족스런 답이 되었으려나. "너도 알잖니, 내가 엄연히— 고매한 인어족임을." 돌아온 아야나를 마주본다.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프라이드 견고한 낯으로 싱긋 미소 짓는다. 오늘 중, 어쩌면 아야카미에서 처음 진실된 미소. 인간 같이 살아도 나는 결국 인어지. 너도 결국 요괴. 우리들은 모두 인간 세계에 발 들인 이방인. 같은 처지. 같은… 물에 사는 처지.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인간과 친근할 수 있어? 내가 네게 물들 수 있을까? 그야 우린, 우리들은 물에 사니까……. 이번에 스미레는 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안 들어가." 가방 크기를 가늠하지도 않은 채, 단호하게 답하곤 팔짱을 끼려 하는 아야나의 이마를 검지로 콕 가볍게 누른다. "침실에서 잘 거라면 친히 잠옷 정돈 빌려줄 순 있는데." 빙 돌려서 자고 가란 표현을 한 스미레는 슬그머니 묻는다. 침실에서 잘 거냐, 욕실에서 잘 거냐며.
역시 이곳이 스미스미 선배님의 침실이 맞았구나! 역시 원래 있는 침실은 손님방이었다! 그렇다면 오늘은 스미스미 선배님과 같이 자야지. 물에서 자는 것은 생의 대부분에 있어왔던 일이기 때문에 익숙했다. 검지로 이마를 꾹 눌리는 감각에 “끼엥” 소리를 내다가 침실에서 잘 거냐는 말에 그러지 않을거라는 듯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 선배님은 오늘 이 모습 보시는 거 처음이시겠구나! “ 라 말한 뒤 “잠시만 기다려 보시와요~ “ 란 말과 함께 호다닥 어딘가(화장실) 로 사라진 아야나. 잠 시 후…..아주 빠른 시간 안에 돌아온 모습은, 멀리서 봐도 뭔지 알 수 있었다.
ー 뾱 뾱 뾱 뾱 뾱 뾱 뾱
한 걸음 걸을때마다 들리는 이 뾱뾱 소리가 들리는가? 아아….그렇다. 카와자토 아야나, 아니 [ 아야카에루 ] 의 발걸음이다…….. 종종걸음으로 뾱뾱뾱 소리를 내며 돌아온 아야나…아니 아야카에루는 뭔가 부끄러운 듯 뺨을 잔뜩 붉힌 채ー(당연하다. 좋아하는 선배님 앞에서 본모습을 보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스미레에게 안아달라는 듯 팔을 뻗으며 예와 같은 후히히 웃음을 지어보였다.
“아야나 슬슬 졸리는 것이와요. 스미스미 선배님 품에서 자겠사와요. “
“안되와요ー? “ 라고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물어봐 요 요괴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나 인간 모습일때나 이 똘망똘망한 눈빛은 변함이 없다.
>>538 이마를 누르자 괴상한 소리가 도출되었다. 꼭 누르면 소리가 나는 인형을 보는 기분이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이다. 서서히 윤곽이 흐릿해지려는 푸른 경계. 지극히 어두운 바닷속에서 살아왔던 스미레 눈에 적당히 편안한 밝기로 바뀌자, 늘 긴장되어 날카롭게 벼려진 표정보다 차츰 풀린 낯이 떠오르는 시간이 늘어났다. 더군다나 여긴 명백하게 제 영역이었기에. 스미레는 이제 한결 편안해진 낯으로 아야나를 의문 서린 눈으로 쳐다봤다. 무얼 하는지 어딘가로 사라진 그녀의 의중을 곰곰히 생각하는 그때, 의문은 순식간에 풀려버리고 만다. 이건……. 아주 작고, 땡그랗고, 뾱뽁 거리는……. 캇파네……. 응, 캇파야. 요상하고 귀엽게 생긴 '진짜' 캇파가 수줍게 양 뺨을 발그레 붉히며 팔 뻗는 모습은 정말이지……. 묘했다. 그래도, 뭐. 제법 깜찍하니. "한두 번 받아주니 아주 어리광쟁이가 다 됐군." 그렇게 말하면서도 스미레는 기꺼이 양 손을 뻗어 동그랗고 작은 캇파를 들어 올려 요리조리 살펴보다가(진짜 심해로 납치해버릴까), 조심스레 품에 안고는 욕실로 향했다. 수영도 거뜬히 가능할 욕조에 적당한 온도(인간 기준과 달리 물에 살던 이들에 맞춘 찬 온도다.)의 물이 한가득 채워지면, 인간의 두 발로 욕조에 들어가 기대 눕는다. 품에는 어미 해달이 새끼 해달을 안듯 작은 캇파 요괴를 안은 채다. 가늘게 뻗은 두 다리의 형상이 희미해지더니 이내 합쳐져 물고기의 꼬리로 변모한다. 소나무나 이끼 따위를 닮은 암녹빛의 비늘이 일정하고 기하학적인 문양으로 매끈하게 빛났다. 욕조의 물이 비늘과 머리칼에 달라붙는다. 이윽고 정수리 끝까지 물에 잠기어……. 작은 바다는. "오랜만입니다, 얼룩지지 않은 바다여." 인어의 언어를 내뱉게 한다.
후히히히 웃으며 진짜로 5252 진심으로 말하는 소리냐고~~~!! 같은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아야나. 이윽고 준비가 끝나고 둘은 욕조에 들어간다.
인간의 형태로 살아온지 몇년 되었으나, 올챙이로 살아온 시간이 수십년이다. 아직은 목욕도 인간형이 아니라 요괴의 모습으로 하고 있는 상태. 아야나에게 익숙한 것은 육지가 아니라 물이었고. 연못이었다.
때로는 유우 군이 돌봐줄때의 올챙이 시절이 그리웠다. 연못에서 헤엄치며 헤실거리기만 하면 되었으니까. 그러나 인간의 모습을 하며 인간 세상에 나와 이런저런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스미레의 품에 꼬옥 껴안긴 채로, 아야나는 웃는 얼굴로 잠이 들기 시작한다. '우리' 의 온도에 맞춘 욕조 안에서.
>>554 "아무렴. 넌… 너무 모든 것을 좋아해." 물 속에 잠긴 입술이 웅얼거리는 말소리를 낸다. 육신과 정신이 모두 노곤하게 풀린다. 그리하여 그런 생각까지 도달한다. 하지만 그게 너겠지. 나쁘지 않아. 세상엔 그런 요괴도 필요할 테니. 숫제 눈을 감은 낯이 이미 꿈나라에 간 듯했다. 몽롱창망한 스미레가 딱 좋을 정도로 품에 찬 캇파의 둥근 머리통을 부드러이 쓰담는다. 짙푸른 어둠이 욕조에도 내려앉았으나, 그건 우리에게 지극히 익숙하고도 안락한 것이었으니. 이곳이 강이고, 호수고, 바다였다. 오늘은, 요괴로서 잠에 들자. 내일은 다시 인두겁을 쓸지라도. 스미레는 꿈 속에서 입을 열었다. 공기 방울이 터졌다. 잘 자, 좋은 꿈 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