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는 한 번 물어본다. 다들 바쁘다 바쁘다 하는 건 알지만 정작 이 가시나는 본인 이야기를 하질 않는다. 맨날천날 그렇죠? 그래요. 라며 타인의 말에 옹호하기만 하고 자신의 의견을 강력하게 피력한 걸 본 적 없는 느낌이다. 그러던 와중에 부상자가 왔는지 떠들썩함이 전해져왔다. 의료 쪽에 대해서는 가볍게 붕대 감는 법 밖에 모르니 토고가 할 수 있는 건 없고
마츠시타 린, 하야시시타 나시네는 고민합니다. 수많은 문장들이 머릿속에 어지러운 전파로 남으면 필요한 것을 제외하고는 걷어내는 것이 그녀에겐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효율적으로, 빠른 해결을 위해, 가장 쉬운 방법으로, 그 책임을 질 시간은 나에게밖에 없으니까. 하야시시타 나시네의 시간은 그만큼 부족했습니다. 가족들의 복수도, 자신의 신에 대한 보답도, 잃어버린 사람들에 대한 추모도 모두 그녀의 어깨 위에 올라타 그녀를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무게의 짐을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잃어버린 가족에게는 제 목소리가 닿지 않는 까닭이요. 자신의 신께 이런 고민을 말함은 불경이고, 추모할 이들에게 원망을 보내는 법조차 그녀는 잊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나시네는 손끝으로 느껴지는 감각들을 떠올립니다. 둥지에서 떨어진 새의 파편이 그녀의 손에 미약한 온기를 나눠줍니다. 그러면 나시네는 그 온기를 최대한 품으며 결심을 다집니다. 이 이상 물러날 수 없었으니까요. 그녀의 눈에는 아까의 풍경이 떠오릅니다. 채 열 살을 넘지 못한 소년이 수많은 세례자들 앞에 서서 검을 잡은 모습을. 천천히 검을 들어올리며 자신을 물어뜯기 위해 달라드는 이들을 향해 나시네보다 두 뼘은 더 작을 아이의 몸이 물어뜯기고 있음에도 소년은 안심하는 표정으로 우리를, 그 중에서 달려가고 있는 린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책임을 다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한 듯 소년은 자신을 두고 떠나는 이들을 원망하는 게 아니라 떠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그 죄책감을 잊으려, 그 속에서 올라오는 이기심을 삼키려 고개를 돌렸음에도 등 뒤에서 솟구치는 백색의 빛을 느낄 때 나시네는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피가 터져 입안으로 비릿한 철의 맛이 느껴질 때 우습게도 나시네는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야시시타 나시네는 희생하는 방법을 모릅니다. 하야시시타 나시네는 쓸데없는 연민을 보내는 법을 모릅니다. 하야시시타 나시네는 혼자입니다. 하야시시타 나시네는 짊어진 것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문득, 강철은 고개를 돌려 린을 바라봅니다. 무너진 표정으로 위태로이 내달리는 모습을 보면 의념 각성자라 그렇다는 듯이 휘청거리며 다시금 발걸음을 뻗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말할까 고민이 들다가도 자신의 역할이 아니라는 듯 강철은 입을 다뭅니다. 무언가 한 마디를 하는 것보다, 이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좀 더 그녀를 해방시키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말입니다. 그러나 그녀를 바라보는 토고는 속으로 한 번의 혀를 찹니다. 특별반의 모든 사람들은 지독하게도 겁쟁이라 도와달라는 말도, 필요하다는 말도 할 줄을 모릅니다. 단지 필요한 것을 정보와 교환이라는 형태로 서로의 대화를 나눌 뿐. 진득하게 마음을 묻는 방법도, 단지 아무 이유도 없이 시간을 보내며 쉬는 방법도 이들은 모릅니다. 그리고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눈앞에 있는 저 여성일 거라고 토고는 생각합니다.
" ... 얼마 남지 않았네. "
안타미오는 몸을 휘청이며 남은 이들을 따라갑니다. 성인과, 성인의 호위자를 둔 채로 바티칸의 의지를 잇고 있는 것은 오직 안타미오의 역할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의념의 여유분. 할 수 있는 것이 기도 뿐이라는 그 답답한 상황을 견디기에는 안타미오는 너무나 고지식했습니다. 모르는 이들에게 부탁하고, 모르는 이들을 믿고, 모르는 이들의 희생을 보기에는 그가 지금까지 보고 들어온 모든 성서의 말들이 그것을 부정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그에게 '사랑하라'고 말했습니다. 네 이웃을, 네 가족을, 네 주변을 사랑하라고요. 그것은 단순히 애욕적인 사랑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기에 안타미오는 그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이단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는 그 사랑을 모르겠습니다. 단지 단순한 희생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그 사랑으로 하여금 아버지의 곁으로 떠난 성 조르조의 모습을 보며. 그 숨을 이어갈 생각을 할 뿐.
풍경은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새하얀 빛들과 피어난 꽃들의 풍경. 따사로운 온기가 봄의 그날처럼 달아오른 몸에 바람을 불어주고, 느껴지는 온기를 받아들이고 있으면 이 뒤의 모든 것들은 거짓말이라 말하는 것이 어울릴 것입니다.
피어난 꽃들 사이로 눈에 띄는 한 청년이 보입니다. 아군들이 전투를 준비하기 위해 무기를 쥐는 동안에도 분명히 아군을 보았을 그는 평온하게 자신에게 날아든 새 한 마리의 부리에 작은 열매를 물려줍니다. 새가 그것을 가지고 하늘 높이 날아들고, 남자는 꿇었던 무릎을 펴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두 눈을 가린 낡은 천과,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게 만드는 광채를 띄는 하얀 머리카락. 주위로 느껴지는 강대한 신성의 이적은 마치 그가 선이며 우리들이 악임을 말하는 것만 같습니다.
" 드디어. "
남자는 입을 천천히 열어 말을 시작합니다.
" 도달하셨군요. "
남자는 봄을 닮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손을 움직입니다. 따스한 바람이 남자의 몸을 일으키고, 나뭇가지가 그가 몸을 일으킬 수 있도록 그의 두 팔을 잡아줍니다. 일어난 자리에는 풀들이 조금도 꺾이지 않고 다시금 고개를 들며 수많은 들짐승들이 남자를 지키려는 듯 아군의 주위를 경계하고 있습니다. 눈 먼 성자는 천천히 손을 들어올립니다. 그 손길에 따라 들짐승들이 눈물을 흘리며, 저마다의 울음소리로 알 수 없는 문장을 뱉으며, 또한 우리에게는 동물의 언어로 욕을 담은 듯한 그 문장을 뱉고는 천천히 멀어집니다.
그는 나뭇가지가 전해주는 자신의 지팡이를 잡고, 가볍게 고개를 숙입니다.
" 마누엘 카스티요. 세례자입니다. "
그 모습은 모든 것에 벗어난, 성자라 부르기에도 어색함이 없는 미소였습니다. 질병과, 고통과, 힐뜯는 비난과, 싸움과, 겨룸과, 독과 같이 서로를 노리는 것과, 피흘림과, 죽음과, 그런 것들과 같은 모든 것은, 단지 지나갈 찰나이게 되어서, 사랑과, 희망과, 미래와, 평화와, 웃음과 같이 서로를 기쁘게 하는 것과, 자비와, 삶과, 그런 것들이 영원히 이어질 걸로만 느껴져서.
단지 한 번의 기름부움만 받는다면 그 모든 것들은 사라지고 우리가 바라는 평화로 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걸어온 길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세례받지 못한 이들은 세례받은 이들에 의해 세상의 끝으로 향합니다. 세계의 끝으로 향하는 것은 더이상 이 세계에 흔적을 남길 수 없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의지를 잃고, 단지 모든 것을 성자의 선택에 맡긴 선택 잃은 세례자들의 손에 의해서 선택할 기회를 박탈당한 이들의 결과는 그저 죽음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니 우리들은 잊어서는 안 됩니다. 선택을 잃는 순간. 우리의 책임을 잃는 순간. 우리는 죽는 것과 다르지 않게 될 것입니다.
우리들은 그것에 대항하듯 무기를 들어올립니다.
" ...... "
그는 대단히 슬픈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 그것이 여러분의 선택이라면. "
환한 세계는 깨어지고 아름답던 풍경은 점차 불타 사라지는 바티칸의 풍경으로 돌아옵니다. 마누엘 카스티요의 곁에 선 세 명의 세례자들은 낮은 하울링을 울리며 그를 해치려 하는 모든 것에 적의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그 살기가 따끔거릴 정도로 느껴질 때. 마누엘 카스티요는 천천히 안대를 벗습니다.
" ... 성안......!!!!!!!!!!! "
안타미오의 경악에 찬 눈과 반대로, 마누엘 카스티요는 부드럽게 웃으며 지팡이를 짚고 걸음을 옮깁니다. 세 명의 세례자들이 그의 곁을 지키려는 듯 자신들의 살덩이로 무기를 만들며 거세게 소리를 지릅니다.
" 저를 심판하기 위해 도달하십시오. "
그는 슬픈 표정으로 천천히 손을 들어올립니다.
" 그렇지 않는다면 저는 여러분을 거부할 수밖에 없음입니다. "
뒤틀린 신앙 속에서 여러분의 삶을 증명하십시오. 모든 것을 그에게 맡긴 채 죄 잃은 이들에게 살아감의 목적을 증명하십시오.
"제주도에서 처음 만난 분이 어느 노파셨는데요. 실종된 분의 어머니였어요." 그 외에 방어구 수리하러 갔을 때 만난 분이랑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작스럽게 식인귀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사실 이 자기 이야기를 안하는 건 여선주의 기억력이 맛이 가서 내가.. 뭐를.....했었지...? 의 영향도 있다고 합니다..
"아 그리고 저희 붕어빵도 만들었으니까 그거 돌아가면 드셔보세요~" 팥이랑 피자랑 슈크림이랑 특이한 것들도 만들었고요 라고 말을 하고는 구경꾼으로 가도 되냐는 것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어우. 상태가 아직은 괜찮지만.." 산미치광이 요물이 크긴 컸는지. 가시도 꽤 커서 수는 적지만 여러개가 하나하나 관통되어 있습니다. 뽑지 않고 데려온 덕분에 과다출혈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일단 위급한 가시부터 제거하도록 할게요." 복부 쪽을 바라봅니다. 복부에 두 개. 팔다리에 서너개. 팔다리는 정 안되면 자르고 다시 붙여줄 수 있지만 복부는 좀 섬세하니까요.
토고와 강산은 게이트 내부의 여관에서 푹 쉬고 길을 떠나기로 했다. 하룻밤 자고 다음 날. 에너지 연구부로 향하는 길은 발걸음이 무거웠다. 강산이에게 선택을 너무 몰아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토고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뭐라 설명해야 할까... 나 스스로의 선택보다는 강산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궁금하기 때문에. 이것이 완전 선하고 옳다, 저것은 그르고 틀렸다. 가 아닌 애매모호한 영역일 때 그는 어떤 것을 바랄지 궁금했다.
그거 말고도 여선이 본인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안 하잖아. 거의 대부분 타인에게 그렇죠.. 그렇군요... 하면서 동의 하기만 하고 자기 의견을 제대로 낸 적이 없었어.
"붕어빵은 됐다. 겨울도 아닌데 뭔 붕어빵이고. 내 단 거 싫어한데이."
붕어빵 안 머거. 싫어!!!!!
"그리고 니는 이런 풍경을 보고도 붕어빵 이야기가 나오나? 하기야, 니는 익숙하겠다."
토고는 호저에게 당한 사람을 보고선 혀를 찬다. 가시에 관통당한 상처들, 그리고 그곳에서 흘러내리는 피들. 관통 당했을 땐 그걸 빼지 않는게 적절한 응급처치법이라고 했던가? 혈류를 막고 있어서 출혈이 덜하다고. 빼는 순간 출혈이 왕창 일어난다고. 이런 상황일때 치료는 어떻게 하려나...
"아 그거 받았을 때.. 그놈들에게 당한? 사람 수술을 보조하기 위해서 받았었거든요." 아니 심장에... 라는 말만 하지만 그놈의 칼날이라는 걸 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거 여선주가 호불호가 옅어서 그런 것도 있어요. 여선주가 맛없다라던가. 그런거를 표현하는 집은 하나도 예외없이 망했어요.(?) 아니 이게 아닌데.
"에에. 하지만 겨울이 아니라도 붕어빵을 먹고싶으면 먹는 거잖아요." 겨울이니까 생각나는거지 왜 하필 붕어빵을...
"호저의 가시는 조금 특이해서 뽑는 방법이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결을 따라서 걸린 걸 빙글빙글 돌려서 빼내야 한다고 하던가.. 그런 과정에서 아플 수 있으니까 마취(라고 쓰고 어페어런트 데스)를 하고 빼낸 다음 출혈을 치료로 잡고 재생을 시키거나 하는 걸로 하겠지요.
"그냥 막 뽑으면 뜯겨나온다고 하네요" 말을 하면서도 손은 분주합니다. 간이적인 침상을 만들고 조치를 취한 뒤 가시를 잡고 있습니다.
>>67 정말 정말 많은 감상이 듦,,, 그, 정말 어...지금까지 고생?한게 쭉 스쳤음...린이 옆에서 보기에도 정말 많이 각박해보였구나 싶고 오너인 저조차도 한데 묶어 표현하지 못한걸 정확하게 묘사한것 같아 놀랐어요. 캐릭터가 정말 감정 표현을 못한다는 걸 캡틴의 시선으로 오히려 더 알게 된 기분이라 강철이나 토고(진짜 토고같음), 안타미오씨의 독백이 나오는데 각자가 이 사건을 보는 시선이 또 다른것도 좋았고, 안타미오씨가 묘하게 어느 방향의 감정이 없는 듯 섬뜩한 느낌이 있었는데 사랑을 알기위해 이단을 처벌했다 부분에서 그 이유를 알 것 같아 좋앗어요.
조르조는 바티칸 회의때 워낙 많은 일이 있었어jpg.라 녹아버려서 표현을 못했지만 진짜 칼을 휘두르고 갔다고 하니...그만큼 최선을 다해야겠죠.
눈먼성자 결국 눈을 떠버렸네 아놔 생각보다 성스러운 분위기였네요 진지한 반응을 하려해도 자꾸 위에서 감정몰입이 되다보니 이 아재 가만안둬! 같은 반응만 계속 나옴. 식인귀처럼 사정모를 완전한 악한이 아닌 전스같은 뒷배경이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레이드를 하다보면 알게되겠죠
>>67 >>72 >>85 듣고나서 다시 보니 깨알같이 그런 게 보이네요 이야...싱크로율.....👍 토고 생각은 토고가 예전에 강산이한테 했던 말(다들 넘 딱딱하고 각박하다고 한 거...) 생각나고.... 철이는 린이 괜찮아질 방법이나 도움이 될 말 같은 걸 생각하다가 지금 상황을 먼저 해결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