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XX를 담아、나로부터。 편지를 전할 수 있습니다. 직접 전해도 괜찮습니다. ※ 누가 내 편지를 옮겼을까? 신발장에 감춰도 좋습니다. 장난꾸러기가 건들겠지만요! ※ 수수께끼의 편지함 누구에게 갈지 모르는 랜덤박스에 넣어봅시다. 상대도 랜덤임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
우이이이이익 이렇게 사람 아니 캇파를 갖고 노는게 어딨어!!! 하지만 부른 것은 엄연히 이 쪽이니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신님에게 제대로 사도세자....아니 신발장 형을 받은 상태라 군기가 빡 잡혀있는 상태. 끼에엥 거리며 "하는수 없사와요.... " 하고 일어난 아야나는 큰 절을 하며 아오이에게 이렇게 말하려 하였다.
"아오이 신님 부디 앉아주시와요오오오"
끼에에엥 허리아파 끼에에에엥. 지금 온 몸이 찌그러졌다 온 캇파에게 엎드려 조아리라니 이게 말입니까? 한심하다 는 무지개 반사다 바💚보 바💚보 신님 같으니. 내가 이렇게 신님이라 불러드리고 있는 것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니!!!!!!!
달빛이 희미했다. 그런고로 더 쏘다녀아지. 어두울수록 눈에 띄는 백색 비늘들을 지니고 구렁이는 스물스물 여유롭게도 기었다. 예전 일을 생각하면 마냥 허옇게 쏘다닐 순 없겠지만, 뭐 어떡하겠는가. 그 대단한 확률을 뚫고도 백구렁이로 태어나 무려 요괴까지 되고 말았으니. 그간 또 얼마나 많은 잡것들을 잡아먹고...
" 허."
옛날에는 저렇게 늦은 밤까지 겁없이 문을 여는 상점 같은 건 없었는데. 편의점. 참 편의점이 무어란 말인가. 잔뜩 가늘어진 눈으로 향한 곳은 인기척과 불빛이 있는 저 너머였다. 술렁술렁 나뭇가지를 헤쳐가는 구렁이의 입꼬리가.. 올라가지는 아니하였다만 구렁이는 미소짓고 있었다. 분명, 눈이 마주쳤거든. 구렁이는 왜 표정이 없단 말인가. 눈이나 가늘게 떠 본다.
추적추적한 물가의 풀숲으로 사라진 구렁이는 이내 한 소녀의 모습으로 다시 일어선다. 그런데 꼴이 영 사납다. 흙이 묻은 하얀 바지와 잔상처와 반창고가 덕지덕지 붙어난 손까지.
" ...얘."
너 나 봤지. 그치. 물끄럼한 눈동자가 반짝 빛나더니 소년의 손에 든 먹을 것을 뱀의 혀처럼 훑는다.
저주. 이미 허연 구렁이를 본 게지. 뭣 모르는 자들은 내일 운이 좋을 거라 생각하고 복권이리도 한장 살 테고. 그러나 며칠이 채 지나기 전에 알게 될 거야. 그리고 끝끝내 어쩌면 깨닳을지도 모르지. 아, 그 허연 구렁이..
구렁이로 지낸 세월이 길어 하쿠는 말을 잇는 법을 몰랐다. 물론, 알지만 아무튼 모른다. 얘, 하고 단 한마디만 해놓고 사람을 빤히 구석구석 핥아대는 눈길이 이미 불길하다고 한 대 얻어맞아도 싸면서. 그나마 반쯤 나른하게 뜬 유순한 인상 덕을 본다. 손의 떨림 정도는 구태여 눈으로 보지 않아도 느껴지겠고만. 키가 작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것이 영 마음에 안 든다. 상대야 내려다 보고 싶어 내려다 보는게 아니더라도. 구렁이는 그런 것을 헤아리지 않았다.
그리 날카롭게 응시하고 목소리를 밤안개보다 낮게 깔았어도 구렁이는 그저 눈 앞의 소년을 액땜시켜 줄 참이었다. 물론 예전에 제물 받던 것 대신 삥 뜯는 건 아니다. 좋은 맘씨로 액땜 시키는 거라니까.
" 마실.. 거?"
천천히 다가선 소녀가 입을 뻐끔거리더니 한발자국을 따라 잡았다. 손을 펼쳐 눈 앞에 내미는 것이 뭔가를 갈취... 아니 달라고 부탁하는 듯 하다.
묵묵하였다. 뭐, 어쩌겠는가. 구렁이 또한 말수가 적으니. 겁을 먹은것이면 만족할 테고, 무시하는 거라면 구렁이 몸 길이가 어디까지 길어질 수 있나 보여준 후 나무에라도 대롱대롱 매달아버려야지.
근데 공백이 좀 길다. 고민?
" ...얘?"
심상치 않은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구렁이가 팔짱을 꼈다. 이번엔 어떻게 깨달음을 줘야 하는가. 안에 든 것은 찰랑이는 호수와 비슷하게 출렁이는 무언가인데. 구렁이가 손을 뻗어 확 낚아챌 수도 있었다. 아니면 내놓으라 호통을 쳐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하쿠. 그녀도 만만찮게 답답한 성격이었다.
보라색 형형한 눈이 반딧불이처럼 빛나댔다. 나무까지 잡으면서. 그러면서 거절을 한다라.
" 누가 보면, 내가 뺏으려는 줄 알겠어."
아니야. 달라고 부탁하는 거라고. 구렁이의 차갑고 습한 손이 소년의 손가락 위로 슬그머니 엎어지려 한다. 협박이라니. 그냥 떨길래 잡아줬다고 치면 안될까?
작법적으로는 흠이 많았지만, 중요한 것은 마―음, 이라고 하던가? 캇파가 절을 하는 동안에도 새침한 양 눈길도 안 주고 있었지만, 침묵 끝에 가늘게 웃은 나는 어쩔 수 없네― 라면서 긴 소매를 정리하며 돗자리 위에 단아하게 앉았다. 보여????? 이게 제대로 된 작 법 이라는 거야!!! 그런 -꼰- 적인 사고는 제쳐놓기로 하고...
"그래서, 햇빛은 혼자라도 쬘 수 있는데 어째서 이렇게까지 모임을? 시답잖은 대답이면 금방이라도 자리 뜨라는 소리로 알아들을 테니까."
햇빛쬐기모임이 진담이건 농담이건, 굳이 그 말끝을 붙잡으면서 조곤조곤히 한담을 던졌다. 도시락을 꺼내면서 청동으로 된 젓가락을 위에 올렸다. 아 맞아, 오늘 반찬 뭐려나... 히히.
죠세 사쿠야, 꽃의 여신인 그녀는 어디까지나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라는 이유로 원예부의 일을 돕고는 했다. 부활동까지는 곤란하다는 이유로 교내 짬나는 시간이나 이렇게 귀가 시간 직전을 활용해 거들고 간다라는 정도의 서포트로서. 조금 원예부 자체도 활동이 저조한 야매에 가까운 것이기에, 일단 등록은 되어 있을까.
"하암.."
조금 피곤한 감이 있어 여신은 하품을 했다. 그도 그럴것이 몇일 밤을 새가며 술식을 짜다보니 인간의 껍데기로서는 피곤할수밖에 없다. 그렇지 아니하면 위화감이라는게 분명 존재하니까.
그러다보니 누적된 피로와, 토요일에 있었던 일에 대한 스트레스에 조금 졸린것이 심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래서 물뿌리개를 들고 물을 주며 멍때리는 일환에서 잠깐 선잠으로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