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XX를 담아、나로부터。 편지를 전할 수 있습니다. 직접 전해도 괜찮습니다. ※ 누가 내 편지를 옮겼을까? 신발장에 감춰도 좋습니다. 장난꾸러기가 건들겠지만요! ※ 수수께끼의 편지함 누구에게 갈지 모르는 랜덤박스에 넣어봅시다. 상대도 랜덤임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
☀️ 제 1회 햇빛쬐기모임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거절은 거절합니다 장소는 점심시간 학교 옥상 입니다
당신을 아는 사람 🐸
Ps. 초콜릿은 직접 만든 것이니 천천히 음미하면서 드시도록 하세요💚
나름대로 제사祭事와 신사神事의 신이고, 앞날을 내다보는 일은 지겨울 정도로 해왔다. 그렇기에 신발장 문을 잡았을 때 돌연 손끝으로 전해진 위화감을 무시할 수 없었고 나는 무심코 한숨까지 쉬면서 신발장을 열어젖혔다. 그랬더니, 아니나다를까. 나는 이번에도 이 편지를 흔적조차 남지 않게 불지필 생각이었다....... 곁에 놓인 봉투를 보기 전까지는.
"어라..."
바즈락거리는 투명한 봉투의 질감이 느껴져온다. 그리고 그 안에 든 것은... 개구리? 아니, 초코레―또라는, 메이지 때 전해졌다는 서양인의 간식이다. 커피―라는 이름의 차는 도무지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초콜릿만은 특히 달달해서 눈감아 봐주고(???) 있었는데 지금 중요한 이야기는 그것이 아니고, 아득한 세월 간 아주 당연한 듯이 공물을 받은 오랜 신으로서 딱히 관찰하지 않아도 눈에 띄는 사실이 있었다.
봉투의 봉封을 뜯고 초콜릿을 입안에 굴리면서 교실로 올라갔다. 고릿적 같았으면 거만하기 그지없어 달콤한 것이고 뭐고 기분에 안 맞기만 하면 눈썹 하나 깜짝이지 않고 뭐든간에 물려버리고 공물 하나 기원 하나도 가려가면서 받았던 성정으로 이 초콜릿도 어디 멀리나 치워버렸겠지만, 오랜 은둔 생활로 이 신도 꽤 성격이 죽은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 죽은 거라고. 이게... 아무튼, 틈마다 하나씩 까먹으면서 이 신은 점점 표정이 누그러지고 있었던 것이다... 정확히는 정신없이 풀리고 있었다.
"히히... 이히히..."
단거조아...
나는 어느새 헤롱헤롱에 가까운 상태가 된 줄도 모르고 적당한 곳에 꿍쳐뒀던 편지도 조물닥조물닥 펼치며 다시 제대로 그 내용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아... 햇빛...쬐기모임...???? 햇빛?? 햇빛???????????????????
"뭐, 뭐어... 햇빛이 그리 좋으시다면야... 히히..."
그렇다, 양광陽光의 신으로서 이건 그냥 홀딱 넘어가버리는 것이었다. 점심시간이 되어, 나는 린게츠가 싸준 도시락과 개구리 초콜릿 봉지까지 한번에 끌어안아서 학교 옥상으로 올라갔다. 나름대로는 자비였다. 한낱 캇파가 뭘 하려면 얼마나 할 수 있다고, 드높은 신으로서 내줄 수 있는 일말의 자비... 아니요 폐급인 줄은 이미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만 때려주실래요 저기...??
아무튼 옥상의 선선한 봄바람을 맞으면서 나는 캇파― 음― 그러니까― 따 름 요 괴를 찾았고, 빙긋이 웃으면서 말했다. 아, 그래, 그러고 보니 초콜릿에서 무슨 사실을 발견했는지 아직 설명하지 않았었나?
"젓고 온도 맞추고 모양 내느라 수고 많으셨네요― 제법 달달하고 먹을 만하니― 이 깜찍한 짓은 살짝 봐주도록 할까―? 주인 섬기는 데 여념이 없는 따름요괴 씨―"
"시...?럽...? 아, 바꿔주신다면 감사합니다아아... 저기, 그러니까, 아메리카노오는 이렇게 둘 테니..."
이런 것은 굳이 대가를 치르려 하지 않는다. 그야 눈에 보이지 않는 거래가 오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장사하는 쪽에서는 조금 수고를 더하는 대신 손님을 붙잡고, 손님은 보다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가게를 떠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언젠가 다시 오는 것이 이치에 합당한 일이겠지.
점심시간, 학교 옥상. 족히 3명은 누울 정도가 되는 넓은 돗자리를 펴놓고 카와자토 아야나는 누워서 햇빛을 즐기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카와자토 아야나는, 찌그라든 관절을 복구(?????) 시키고 있었다.
“끼에에에에에에에에엥”
아니 거 햇빛 쬐는걸로 신발장에 찌그러진 듯 집어넣어진게 복구가 되겠냐 싶겠지만 거 들어보십쇼. 햇빛은 진짜로 만병통치약이 맞습니다. 인간형에서 적당히 햇빛을 쬐는 건 진짜로 괜찮다니까? 아무튼 머리맡에 몇첩반상 도시락을 올려놓은 채 끼에엥 하면서 햇빛에 몸을 지지고(????) 있던 카와자토 아야나는, 찌그러진 것을 펴지느라 정신이 없어 아오이의 따름요괴 취급에 간 신 히 고개를 돌려서 태클을 걸었다. 아. 당연히 돗자리에 누워 있는 채로.
“끼에에엥….아 저 씨? 잘 오셨사와요 아저씨. 어서 누우셔서 햇빛을 즐기시는 것이와요. " "끼에에엥 팔다리야 끼에에에엥”
아 저 씨 부분이 강조되어 말한 게 들리지 않는가??? 누가 누구보고 주인이라는 거야 바 보 아저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