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성운도 알고 있었다. 스스로를 고스란히 누군가 앞에 내어보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게 살아가면서 자주 마주칠 가까운 사람일수록,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더 힘들겠지. 그냥, 한때 연애도 해봤다, 하고 인생에 도장 하나 남기고 말 생각으로 만나기 시작했던, 이 볼품없는 조그만 하얀 왜성이라고 생각했던 무언가에게는, 더더욱. ─그러나 성운은 그것으로 끝내기 싫었다. 카데바나, 애니 인형으로 끝내기 싫었다. 아니, 자기 자신이야 정 그래야만 한다면 카데바나 애니 인형으로 쓰이다 버려져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기왕, 너이기에, 내게 이토록 대칭되는 너이기에, 밤하늘을 헤매던 나처럼 해저를 헤매던 너이기에, 성운 자신이 카데바 이상으로 대접받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네가 자신에게서 카데바에게서 느낄 수 있는 행복 이상의 행복을 받기를 바랐다.
그래서, 네가 당해온 그 부조리한 불행과 마음의 부담, 피해, 공포를 결국 마침내 이 하얀 왜성에게 털어놓았을 때, 네가 어째서 그렇게 차가운 사람으로 자라났는지에 대해 완전히 털어놓았을 때 네가 성운의 눈을 바라보았다면, 너는 성운의 눈이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네 앞에서 자운영, 맨드라미, 라일락, 나팔꽃, 수국으로 피던 눈동자가, 일순간 빙하행성의 표면처럼 황량하고도 매섭게 변하는 것을. 너를 향해서가 아니라 너를 위해서 차갑게 얼어붙어, 너에게 그런 고통을 안겨준 이들에게 향하는 성운의 분노를.
네 차가움의 일부를, 그는 같이 끌어안기로 했다.
파르르 떨리는 네 손이 옷깃을 그러쥐어오는 것을, 품에 차라리 녹아붙고 싶기라도 하는 듯이 아프리만치 파고들어오는 것을, 성운은 어떤 거부도 하지 않고, 오히려 여기가 네 자리라는 듯이, 잘 찾아왔다는 듯이 꼭 끌어안고 다독여주었다. 네가 호흡을 고르는 동안 성운은 하염없이 네 어깨를 끌어안고 네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네가 호흡이 조금 진정되면, 성운은 그제서야 입을 떼어 차분히 한 마디 한 마디를 내려놓는다. 네 차가움을 나누어주었으니 내 따뜻함을 나눌 차례라고, 이 따뜻함이 네게 행복이 되어주면 좋겠다고, 그렇게 바라면서.
“─솔직히 말해 그 모든 엿같은 일들이 오늘을 위해서였는지는 잘 모르겠어. 이게 실수인지 의도된 거였는지 말야. 우리는 작가가 아니라 등장인물이니까.”
비록 그렇게 완벽하지도 못하고, 완벽은커녕 제대로나 될까 아직도 의심스러운 그런 사람이었지만, 그럼에도, 네가 선택한 나이니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성운은 담담히 네 옆에 서서 네 진실을 같이 맞들어 주겠노라고, 분수에 넘치는 힘겨운 사랑의 첫 발걸음을 본격적으로 떼어놓는 것이었다.
“하지만 천혜우. 이것 하나는 분명히 할게. 내가 지금까지 겪었던 어떤 불행 중에서도, 너와 같이 지내는 기쁨을 이길 수 있는 건 없었어. 그래서 나는 이렇게 바보같이 필사적이야. 어떤 대가를 치르는 한이 있어도 네 옆자리 아니면 안 된다고.”
약속했잖아. 나는 네 유일이 될 거라고. 네가 내게 유일이 되어줬으니까. 성운은 너를 여기 내던진 사람의 말을 정면으로 부정하며, 너를 힘껏 끌어안았다. 네가 쓸모없다는 그 비정한 자의 부당한 비난의 가장 큰 반증이 지금 너를 끌어안고 있었다. 자신의 온기가 네 온기가 되길 바라며, 네 차가움이 자신의 차가움이 되길 바라며.
“···너는 다른 많은 선택이 가능했겠지 다른 뭔가를 포기할 수도 있었을 테고 다른 뭔가를 선택할 수도 있었을 거야 하지만 그 다른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오늘을 선택해줘서, 고마워, 천혜우.”
아직 선택할 것이 많이 남아 있겠지만, 이제 네가 원하기만 한다면 우리가 같이 선택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해줄 거에요, 응......
이제 호수 검거 이후 자기 피해다닌 이유랑, 중학교 생활이 어땠길래 너한테 함부로 그딴 소릴 하는 멍청이들이 있냐는 질문이랑, 연구소에서 이명 후보로 ‘아이작’을 제안했는데 네가 듣기엔 어떻냐는 이야기가 남았네요. 이 이야기들 다 하고 나면 푹 자고 일어났다가 맘껏 노는거야!
이쪽으로 오는 메세지에는 답장을 보낼 수 없다는 게 이렇게 원통할 줄은 몰랐다. 리라는 지난날 적당히 처치했던 정강이의 푹 패인 상처 위에 방금 그려낸 특수 밴드를 붙인다. 그건 범위 넓은 상처를 가리기 위해서 꽤나 넓었고 모양에 신경 쓰지 않아 보기에 다소 조잡했지만, 피부에 붙는 순간 원래부터 그의 피부였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밀착해 이윽고 상처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게 되었다. 밴드가 깔끔하게 붙은 걸 확인한 리라는 잠시 옆에 내려놓았던 핸드폰을 도로 들어서 도착한 메세지를 읽고 또 읽었다.
<[이거 이벤트 상품?] <[(오리 모양 필통을 열어 안에 있는 캔디케인을 찍은 사진)] <[다른 상품은 어디에 있으려나.]
찾았구나. 사탕부터 찾아서 다행이다. 상하는 음식은 아니고 실내이긴 하지만 혹시 녹을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은 듯싶다.
<[(한 입 깨부숴 먹은 듯 윗부분이 부러진 캔디케인 사진)] <[맛있네, 덕분에 재밌게 찾고 맛있게 먹었다.]
잘 먹었나 보네. 리라의 얼굴에 만족감 듬뿍 스며든 부드러운 미소가 퍼졌다. 맛있다니 다행이야!
<[나도 사랑해, 재미있게 놀고 와.]
그리고 이건. 이건... 이건, 반칙 아닌가?
리라의 시선이 아직 닫혀있는 방문으로 향했다. 바깥에는 태양이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지만 저 안은 지난밤 꼼꼼히 쳐 둔 커튼 덕에 충분히 어두울 테다. 조용히 문을 열고 발뒤꿈치를 든 채 살금살금 걸어 들어가는 몸짓에서 숨길 수 없는 장난기가 뚝뚝 흐른다. 리라는 최대한 기척을 죽인 후 침대 위, 원래 본인의 자리였던 곳— 다시 말해서 랑의 옆자리로 돌아갔다. 깨끗하게 세탁된 흰 침구에서는 사각사각 하는 기분 좋은 소리가 나고 객실의 공기는 적당히 시원하며 은은한 올리브 향은 마음을 두근거리게 한다.
이 모든 요소들이 전날밤 불시에 찾아왔던 불안과 공포로 한순간 흔들렸던 그의 정신을 지상에 재차 붙들어준다. 리라는 어둠에 익숙해지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랑의 머리카락과 옆얼굴의 선 같은 것들을 눈에 담았다.
"이벤트 상품 맞아. 맛있었다니 다행이야. 그리고—"
소근소근. 도저히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히 답장하고 싶었던 내용을을 중얼거리며 리라는 조그맣게 웃었다. 잠든 사람에게 말을 걸다니, 바보 같아. 사람이 사랑을 시작하면 답도 없이 바보 같아진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는데, 이러고 있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자니 그 말이 어째 틀린 것 하나 없는 거 같다.
"오늘도 우주에서 가장 사랑해, 랑이 언니."
근데 좀 그러면 어떤가 싶기도 하고. 혹시라도 잠을 깨울까 주의하며 리라는 다시 시원한 시트 위에 몸을 눕혔다. 아무래도 돌아가면 이게 그리워질 거 같다. 올리브 향이, 체온이, 손만 뻗으면 닿는 상대가, 향기 끝에 묻어나는 은근한 탄내의 존재를 인식하며 그가 아직 모르는 것들을 궁금해하는 행동 같은 것들이. 탄내. 당장은 옅지만 분명한 그 향을 곱씹으며 리라는 다시금 당신을 더 알고 싶다는 생각에 휩싸인다. 그런 식으로 가다가 결국 서서히 서로의 색깔로 물들어가고 싶다는 욕심은 기어코 가슴을 저리게 한다.
당신이 나 같은 욕심쟁이 멍청이를 사랑해주는 이 계절만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건 역시 바보 같은 짓일까.
하지만 우리는 여름을 지나 가을에도, 그 외 필연적으로 다가올 시리고 차가운 날들에도 결국은 함께할 걸 안다. 그래서 리라는 세상에 영원한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아프지 않게 삼킬 수 있었다. 그 대신 지금 이 시간을 잠시나마 붙잡고 기도해본다. 영원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나의 세상이 끝날 때까지는 당신 옆에 있도록 허락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