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무스메가 구둣발로 히또미미의 발을 밟다니, 이거 골절됐을 수도 있다고! 찡그린 얼굴로 꼬장을 부릴 새도 없이 춤이 시작된다. 주변을 살피며 적당히 스텝을 맞추다 보면 어느새 보폭도 박자도 안정되어 주변을 볼 필요도 없어진다. 아니, 자랑은 아니지만 나 몸으로 하는 건 어지간하면 80점까진 친다고. 그야 지능 지혜 마력 스탯을 다 운동신경에 꼴아박았으니까! 그러니까 이정도 밸런스 패치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바보같은 질문도 메이사에게 던져보고 싶었지만, 저 꿈결에 취한 얼굴을 깨고 싶지는 않아서 속으로만 삼켰다. 대신이랄 건 없지만 부드럽게 턴도 시켜본다.
뭐, 이런 거... ...한 여름밤의 꿈까지는 아니더래도, 꽤 재밌는 하룻밤 정도로 기억은 되겠다.
날 좋아하는 애한테 어울려주는 건 늘 재밌었지. 메이사도 그래. 덕분에 와카야마 촌구석에서는 구경도 못했던 프롬에서 춤도 춰보고 말이야. 생각 뿐이니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은 더 춰도 되겠다는 아쉬움이 좀 있다.
"...그러게, 끝이네. 뭔가 김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철면피로 그냥 추고 있을 걸 그랬네."
메이사의 손을 손아귀에서 굴려보다가 내려놓았다. 자, 그럼 선생님 일을 하러 가야지. 체육관의 스위치를 다 점검하고, 기자재들 누락 없는지 보고, 내일 쓰레기 처리며 뭐며 여러 일을 떠넘겨버리는 것들. 막상 성가신 일들은 내일이기 때문에 금방 끝낼 수 있었다.
아쉬운 게 있다면 그때까진 메이사가 바깥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아니, 뭐래. 자연스럽게 같이 가는 생각을 하네. 이런 술독에 빠진 머리로 스쿠터 타도 되는 거냐...
"그래서 메이사, 혼자 돌아갈 거야? 아니면 바래다 줘? 아, 바래다주는 건 참고로 음주운전이니까 감안하라고."
이제서야, 니시카타 미즈호는 코우가 그의 부모님들에 대해 안좋게 평가한 이유를 명확히 알수 있었다. 아. 이 자들은 자식을 명백히 도구로 보고 있구나. 야나기하라의 도구 로써. 나 같은 것이 코우 씨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면 지금까지 어떻게 코우 씨는 멀쩡히 나와 같이 트레이너 생활을 하셨을까. 지금 코우 씨와 그의 부모님이 하고 있는 말들은 하나같이 말도 안되는 말들이었다. 아, 한없이 이중적인 사람들이다…… 그 [ 가치 ] 가 뭐라고 이렇게 집착을 할까. 아, [ 격 ] 과 비슷한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일까.
“두고 싶지 않으셔도, 두게 되실 거랍니다……. “
자연스레 코우의 팔짱을 끼려 하며, 미즈호는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였다. 더 있을 수가 없는 것은, 이쪽 역시 마찬가지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그들의 표정은, 한없이 냉랭했다. 어쨌거나 팔짱을 꼬옥 끼고서, 얼른 자리를 벗어난다. 현관문을 나와 대문까지, 잠깐을 걸어가면 되는 그 시간이, 왜 이리 길게도 느껴지는지. 본가에서부터 약간 떨어진 거리로 나오고 나서야, 코우는 조심스레 미즈호를 돌아본다.
"...괜찮아?"
퍽 걱정스러운 태도다. 그들이 하는 말에 혹시 상처라도 받았을까봐. 물론 그들이 무어라 말한다 해도, 결심을 굽힐 일은 없지만.
가볍게 혀를 베- 내밀면서 놀리듯 말했다. 뭐, 괜히 아쉬운 건 이쪽도 마찬가지라서. 조금 감추려는 시도라고 할까. ....집에 돌아갈 시간이지만, 돌아가긴 조금 아쉽다. 아쉽지만 충분히 늦은 시간인 걸 아니까 떼쓰기도 좀 그렇고. 떨어진 손이 괜히 아쉬워서 쥐었다 폈다를 몇 번인가 반복했다. 그러다가 들려온 귀에 한쪽 귀를 파닥였다. 에에, 뭐라고?
"음주운전이라니 완전 교사 실격이잖아❤️ 한심해❤️" "그치만 뭐, 별로 상관없나. 나도 조금 마셨으니까, 이대로 뛰어가면 음주 우마무스메로 잡혀버릴 것 같고."
그러니까 결국 공범이라는 거지. 아닌가? 모르겠어. 아직 꿈 속을 거니는 듯한 기분이라 머리가 완전히 깨지 않았나봐. 어쨌든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는 것이다.
"그럼 바래다 줘. 음... 뒷정리 도와줄까?"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 그냥 기다리는 사이에 뭐라도 돕는 게 나을라나? 그런 생각에 슬쩍 말을 꺼내보기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