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겨누어진 단검을 바라보며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눈을 내려 서있는다. 덜덜 떠는 눈빛으로 어설프게 겨눈 단검 따위는 손목 한 번을 휘두른다면 금방이라도 무력화 시킬 수 있었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옆의 성기사와 이단심문관이 저를 가만히 두지 않을게 분명하지만, 그 사실을 고려하지 않고서도 린은 그 검을 치울 의욕이 들지 않았다.
아마도 잔해에 깔려 죽은 혼들은 제게 그 검을 겨누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제가 아무리 저승으로 인도를 했다 하더라도 타인의 결정으로 죄 없이 죽은 자들에게 삶을 잃은 뒤의 행방이야 위선적인 결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제가 다른 선택을 하여 막지 못했더라면, 더 피해가 커졌더라면 자신의 죄업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러나 만약의 가정은 가정일 뿐 제 업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없다. 정말이지 오도가도 못하는 이 상황에 실소가 나올 지경이다.
살며시 고개를 내리고 무릎을 꿇었다. 한 쪽 다리를 굽히고 마치 공손히 절을 하듯 몸을 숙인 린은 담담하게 말을 시작했다. "소녀가 멋대로 내린 결단으로 업이 한 쪽으로 기울었음은 알고 있사옵니다. 결코 명예롭지 못했으며 한 종파를 이끄는 신자로서도 섣부른, 겁에 질려 내린 어리석은 결정이었사와요."
잠시 말을 멈추고 호흡을 고르다 찬찬히 이어간다.
"만일 그 순간에 소녀가 다른 결정을 내려 그 오판으로 약속한 책임을 지키지 못할 뿐더러 능력을 과신하여 이어진 패착으로 더 많은 이들이 숨을 잃을까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오로지 소녀만의 가정일 뿐 제 업에 대한 변명이 되지 못할 것임은 알고 있사와요."
"그러니, 소녀에 대한 그대의 판단은 옳사와요." 고개를 들어 똑바로 소년의 눈을 바라본다.
"하지만 소녀는 소녀가 잘못된 판단을 다시 내리기 바라지 않으며, 다른 분들도 소녀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옵니다." 희끄무레한 미소가 그만큼 흐린 비애를 그리고 사라진다.
"소녀를 믿지 못하신다면 옆에 계신 사제님께라도, 혹은 믿을 수 있는 이에게 힘을 빌려드리길 청하겠나이다. 그 선택을 깊이 후회하기에 더 이상 많은 생명이 스러지는 것을 좌시할 수는 없사와요."
범상치 않은 사제분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정도일줄은 상정 하지 못했다. '그러고보면...' 자신에게 걸린 의념의 주박을 일반적인 사제가 풀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아마도 자신의 피에 섞인 게이트의 존재에 대한 억제가 아니였을까- 하는 추측을 하며 고개를 주억거린다.
"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에게 걸린 의념의 속박을 풀어주셨는데, 그것 때문에 흔적이 남았나보군요. "
뭔가 위화감이... 없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다 갑작스레 등장한 토고의 등장에 살짝 동공이 커진다.
나는 아부 같은건 하지 않았다. 변명도 하지 않았다. 내 소신껏 말할 뿐. 그러나, 그러면서도 상대의 입장과 현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썼다. 이 대화가 올바르고 도리있는 결론이 되기를 바라면서, 그저 담담했다.
그게 나란 녀석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화술이다. 그게 '말이 통한다' 라고 받아들여 진걸까.
"알겠습니다. 제게 아이의 미래를 강요할 권리는 없습니다만, 그것이 도리에 맞다고 교육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죠."
대가 없는 일 따윈 절대로 없다. 지금 요구 받는건, 상당히 무거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와서 '죄송하지만 싫습니다' 라고 말하면, 앞선 태도를 시원하게 뒤집는 꼴이 될 것이다. 그러니 나는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세뇌를 할 생각은 없지만, 교육은 할 수 있겠지.
>>714 악식이랑 강산이 우빈을 두고 있지만 여선은 별 생각 없습니다! 환자가 눈앞에 있는데 이것들이 뭐하는거야!!!
우빈의 신체는... 수술이 필요한 정도입니다. 전투 중에 억지로 맞춰놓은 뼈들이 꽤나 심각하게 붙어있는 상태입니다. 이 상태로 며칠 행동을 계속했다간 이후에 영구적인 신체 능력의 효율 감소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니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박살난 팔을 완전히 자르고 재생수술을 시작하는 방법입니다. 그게 가장 깔끔하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겠네요!
틈틈히 몸 전체에 퍼진 뼛조각들도 좀 맞춰주면 문제는 없어보입니다!
>>717 하늘에서 천사가 추락합니다.
건물이 박살나고, 수많은 괴물들의 울음소리와. 무언가 알 수 없는 둔탁한 것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멀리서 작은 목소리들이 들려옵니다.
- ..... 님......
알렌은 그 목소리가 익숙한 듯 발걸음을 뗍니다.
- ..... 생, 님..........
빠른 걸음으로 도착한 곳에는 작은 보육원의 입구가 무너진 채로, 그 건물을 지탱하고 있는 여성이 보입니다. 이미 숨이 끊어졌음에도 어떻게든 아이들을 지키려는 것인지 건물을 지탱하고 있는 모습 뒤로. 작은 생명들이 느껴집니다.
메스로도 팔을 자르고 수술을 할수 있는건가... 정형외과 수술은 톱이라던데..(의념수술을 다시 본다)
캡틴 수고하셨어요! 오늘의 후기! 이런 데에서 마브니스가 반응해서 오세아니아라는 걸 보게 되다니 놀랍네요! 악식님이 저희 일단 숨을 잘 붙여준것같아서 매우 다행인것 같아요... 진짜 뭐 쓸수있는거 다쓰고 그래야할 거라고 생각하니까 마음이야 편해지긴 했지만.. 린이랑 강철이랑 토고가 드디어 모인 것 같네요! 린의 그때의 선택이 지금 영향을 끼치는 걸 보니... 신중해져야 할 것 같으면서도 그 때 당장 할 수 있는 것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천자! 간지나요.. 알렌은.. 보육원에서 어떻게 선택하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