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는 악동스러운 그의 미소에 크크 웃으며 다시 말해주고는 헬멧을 다시 쓴다. 벗었던가? 잘 기억이 안 나는 군.. 아무튼간에 천자의 병사들이 생겨나고 방어구와 무기가 갖추어 말 그대로 군대가 갖춘 뒤 천자를 향해 복종하는 그들을 보고선 토고는 웃는다. 이런 모습이 적이 아닌 아군으로 보니 감회가 다르네.
"에고고, 일 할 시간이네. 뭐, 내가 단언 한 만큼 최선을 다해 굴러줄테니까. 편히 사용해라. 대운동회 때와는 다르게 너도 달라졌고, 내도 달라졌으니까."
차를 마시고 나서야 아차, 하고 눈치챈다. 이거 그냥 물품이 아니다. 가치가 얼마나 될지 당장 짐작도 안간다. ....물론 그렇다곤 해도, 내어진 선물을 거부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곤란했겠다만. 어쨌거나 이것은 큰 '빚' 이다. '빚'이란건 굳이 명시하는 것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흠."
이미 마셔버린 차를 퉷퉷 할 수도 없는 법이다. 나는 찻잔을 들어 한모금 더 마시면서 얘기를 듣는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이런 얘기를 노골적으로 듣는건 내가 처음이지 싶군. 그리고, 처음이라서 다행이다. 특별반 대부분은 두가지 반응일 것이다.
위축되거나, 반항하거나.
나는 그 두가지에 들지 않는 드문 사례다.
"일단 질문 받은 것에 대해 먼저 말씀드리자면. 조금도 긍정적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나는 일단 질문으로 나온 부분을 덤덤하게 인정한다. 긍정적인 부분이 있겠냐고? 내 생각엔 그다지 없다. 어설픈 변명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건전한 협력 관계라는 표현도 제 생각엔 지적해주신대로 맞지 않는 것 같군요. 협력이란 동등한 위치에서 성립되는 것입니다. 객관적으로 볼 때, 저희들은 협회랑 동등하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이런 화제엔 경험이 적다보니까요. 실언 한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지적 받은 부분에 대해서도 또한 덤덤하게 인정한다. 상대의 압력에 위축되었냐고? 조금도. 비위를 맞추고 싶나? 그건 조금만. 다만 근본적으로 그게 사실이기에 본심으로 대답한다. 도리에 맞는 말을 하는 것이, 내가 가진 최대이자, 유일한 무기이고 자세이다.
"다만, 그럼에도 제 입장을 말씀드리자면. 맞습니다. 지금 말씀해주신 것처럼, 저희는 아직 '학생' 입니다. 부족하고, 미숙하고, 뻔뻔하고, 생각이 얕아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지금과도 같은 많은 문제를 초래하고, 스스로들은 그걸 자각조차 없이 불평과 불만을 내뱉게도 만듭니다."
나는 찻잔을 한모금 더 비운다.
"그렇지만 그런 만큼, 저희에겐 아직 찬란한 가능성이 있다고도 생각하고. UHN의 관계에도 개선의 가능성이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제가 오늘 이렇게 찾아와 그간의 오해와 스스로의 미숙을 해명하고 대화를 시도했던 것처럼, 그 아이들이 미숙하고 이기적인 학생일지언정. 여러분의 목을 물어뜯을 노련한 늑대라곤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오세아니아앍..." 깔깔 웃는 소리가멀게만 들리는 기분입니다. 행운이라는 것은. 항상 곁에 있는 것 같기도 하면서, 멀게도 느껴지는 것입니다. 맴도는 것 같아도 정작 붙잡으려 하면 저 멀리에서 손을 흔드는 것 같으니. 여선은 그것에 대해서 신경을 잘 쓰지 않았지만...
"일단. 숨은 덜 넘어가겠네요.." 그리고 가디언같은 이를 발견하고는 그래도 일단 우빈의 상태를 확인해보려 합니다.
제게 겨누어진 단검을 바라보며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눈을 내려 서있는다. 덜덜 떠는 눈빛으로 어설프게 겨눈 단검 따위는 손목 한 번을 휘두른다면 금방이라도 무력화 시킬 수 있었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옆의 성기사와 이단심문관이 저를 가만히 두지 않을게 분명하지만, 그 사실을 고려하지 않고서도 린은 그 검을 치울 의욕이 들지 않았다.
아마도 잔해에 깔려 죽은 혼들은 제게 그 검을 겨누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제가 아무리 저승으로 인도를 했다 하더라도 타인의 결정으로 죄 없이 죽은 자들에게 삶을 잃은 뒤의 행방이야 위선적인 결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제가 다른 선택을 하여 막지 못했더라면, 더 피해가 커졌더라면 자신의 죄업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러나 만약의 가정은 가정일 뿐 제 업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없다. 정말이지 오도가도 못하는 이 상황에 실소가 나올 지경이다.
살며시 고개를 내리고 무릎을 꿇었다. 한 쪽 다리를 굽히고 마치 공손히 절을 하듯 몸을 숙인 린은 담담하게 말을 시작했다. "소녀가 멋대로 내린 결단으로 업이 한 쪽으로 기울었음은 알고 있사옵니다. 결코 명예롭지 못했으며 한 종파를 이끄는 신자로서도 섣부른, 겁에 질려 내린 어리석은 결정이었사와요."
잠시 말을 멈추고 호흡을 고르다 찬찬히 이어간다.
"만일 그 순간에 소녀가 다른 결정을 내려 그 오판으로 약속한 책임을 지키지 못할 뿐더러 능력을 과신하여 이어진 패착으로 더 많은 이들이 숨을 잃을까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오로지 소녀만의 가정일 뿐 제 업에 대한 변명이 되지 못할 것임은 알고 있사와요."
"그러니, 소녀에 대한 그대의 판단은 옳사와요." 고개를 들어 똑바로 소년의 눈을 바라본다.
"하지만 소녀는 소녀가 잘못된 판단을 다시 내리기 바라지 않으며, 다른 분들도 소녀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옵니다." 희끄무레한 미소가 그만큼 흐린 비애를 그리고 사라진다.
"소녀를 믿지 못하신다면 옆에 계신 사제님께라도, 혹은 믿을 수 있는 이에게 힘을 빌려드리길 청하겠나이다. 그 선택을 깊이 후회하기에 더 이상 많은 생명이 스러지는 것을 좌시할 수는 없사와요."
범상치 않은 사제분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정도일줄은 상정 하지 못했다. '그러고보면...' 자신에게 걸린 의념의 주박을 일반적인 사제가 풀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아마도 자신의 피에 섞인 게이트의 존재에 대한 억제가 아니였을까- 하는 추측을 하며 고개를 주억거린다.
"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에게 걸린 의념의 속박을 풀어주셨는데, 그것 때문에 흔적이 남았나보군요. "
뭔가 위화감이... 없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다 갑작스레 등장한 토고의 등장에 살짝 동공이 커진다.
나는 아부 같은건 하지 않았다. 변명도 하지 않았다. 내 소신껏 말할 뿐. 그러나, 그러면서도 상대의 입장과 현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썼다. 이 대화가 올바르고 도리있는 결론이 되기를 바라면서, 그저 담담했다.
그게 나란 녀석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화술이다. 그게 '말이 통한다' 라고 받아들여 진걸까.
"알겠습니다. 제게 아이의 미래를 강요할 권리는 없습니다만, 그것이 도리에 맞다고 교육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죠."
대가 없는 일 따윈 절대로 없다. 지금 요구 받는건, 상당히 무거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와서 '죄송하지만 싫습니다' 라고 말하면, 앞선 태도를 시원하게 뒤집는 꼴이 될 것이다. 그러니 나는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세뇌를 할 생각은 없지만, 교육은 할 수 있겠지.
>>714 악식이랑 강산이 우빈을 두고 있지만 여선은 별 생각 없습니다! 환자가 눈앞에 있는데 이것들이 뭐하는거야!!!
우빈의 신체는... 수술이 필요한 정도입니다. 전투 중에 억지로 맞춰놓은 뼈들이 꽤나 심각하게 붙어있는 상태입니다. 이 상태로 며칠 행동을 계속했다간 이후에 영구적인 신체 능력의 효율 감소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니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박살난 팔을 완전히 자르고 재생수술을 시작하는 방법입니다. 그게 가장 깔끔하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겠네요!
틈틈히 몸 전체에 퍼진 뼛조각들도 좀 맞춰주면 문제는 없어보입니다!
>>717 하늘에서 천사가 추락합니다.
건물이 박살나고, 수많은 괴물들의 울음소리와. 무언가 알 수 없는 둔탁한 것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멀리서 작은 목소리들이 들려옵니다.
- ..... 님......
알렌은 그 목소리가 익숙한 듯 발걸음을 뗍니다.
- ..... 생, 님..........
빠른 걸음으로 도착한 곳에는 작은 보육원의 입구가 무너진 채로, 그 건물을 지탱하고 있는 여성이 보입니다. 이미 숨이 끊어졌음에도 어떻게든 아이들을 지키려는 것인지 건물을 지탱하고 있는 모습 뒤로. 작은 생명들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