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가 시작됐다. 원래도 공부나 금전이나 이런 저런 문제 때문에 신학기마다 머리가 아픈 그였지만. 오늘은 다른 문제가 추가되어 더 골머리였다. 바로 전에 만났던 후배로 추정되는 남자 때문. 정말... 정체가 뭘까.
"고민한다고 달라질건 없나."
그래서일까, 신사까지 오게 된것은. 이 오미쿠지를 뽑는것도 몇년만이던가. 꾸물꾸물한 기분이 된것은 별개로 옛 추억이나 회상하며 뽑은것은 평범하게 '길'이 들어있었다. 어머니에게 듣기론 대흉 같은건 아예 빼놓는 신사도 있고 보통 비율 자체가 길이 높다고하니.. 그냥 평균의 결과일것이다.
"응? 어디..."
그렇게 자신의 운세나 읽어보던 그는 누군가 자신을 건드리자 시선을 내렸다. 새하얀 여자아이? 머리색 되게 특이하네. 아무튼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저학년 정도 되보이는 애가 운세를 알려달라는 특이한 상황이었으나. 그는 편견없이 오미쿠지를 읽어보았다.
"뭐.. 종합하자면 좋진 않은거지. 하지만 이런 신사에서 나오는 흉은 단순히 안좋다. 라기보단 조심하면 좋게 바뀔수도 있고 그런거니까.."
이누는 무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언행에도 수준에 맞추어 친절히 설명을 들려주는 남자? 소년을 올려보며 동그랗게 뜨던 눈꺼풀을 아래쪽 반달로 만들면서-
"호오- 무섭게 생긴 것치고는 제법 친절한 '인간'이구나."
나름대로 근엄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다가, 갑자기 두 손으로 제 입을 틀어막고서 고개를 숙인다. 학생 신분이 된 이상 요괴라는 것을 티 내지 말라는 조언을 들었는데. 제발 입조심 좀 하라고 그랬는데. 방금 이 소년에게 들은 운세의 풀이에서도 조심하라고 했었는데! 이누는 자신이 요괴라는 것을 들켰을까 하는 불안감에 숨을 참으면서 어깨를 바들바들 떤다. 마치 숨바꼭질을 하다가 술래에게 들키기 직전의 모습일까. 하지만 정체를 숨기는 것는 이누에게 일종의 '놀이' 정도로 여겨지고 있었을지도-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저런 이야기를 들었을때 그저 컨셉이라거나, 중2병 같은거라고 치부하고 적당히 넘겼을것이다. 그러나 바로 전에 겪은 일이 미묘하게 그의 귓가를 자극했다. '인간'.. 이라.
"의식해서 평소엔 웃고다니는데, 뭣 좀 생각하다보니 표정이 굳었나보네. 미안."
그러나 그는 곧 평소처럼 미소지으며 머리를 긁적이는것으로 반응을 대신했다. 왜냐면 눈앞의 소녀의 반응이 그때 그 남자랑은 너무나도 달랐고. 신사에서 괜히 소동을 일으키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소녀는 무언가 들킬까 걱정하는것마냥 고개를 숙이고 떨고 있었다. 이대로 두자니 괴롭히는거 같고 별로기도 하고..
"마침 내 운세는 길이거든. 운세에서 흉이 나왔을때 사실 꽤 쉽게 그걸 뒤집을 수 있는데.."
그는 떨고있는 소녀를 향해 작게 웃고는 자신의 운세와 소녀가 들고있는 운세를 바꿔주려 했다. 어디까지나 본인이 종이를 놔준다면 말이다.
이누는 자신의 무례에 되려 상대가 사과를 건네오자, 입을 틀어막고 있는 그대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게 아니라-'라고 하는 목소리가 두 손 밖으로 작게 빠져나온다. 그래도 평범하게 말을 걸어오는 것을 보니 정체를 들킨 것 같진 않고- 입을 막았던 손을 떼어서 가슴께에 가지런히 모으고는 다시 소년을 올려본다.
"뒤집는다고?"
소녀는 영문 모를 이야기에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갸웃하다가, 손에 든 종이를 가져가려 하는 손길에 종이를 놓아주지 않고 그대로 힘을 주어 버틴다. 소년이 종이를 바로 놓지 않는다면 소녀 쪽으로 조금 당겨지는 느낌이 들었을지도-
"좋지 않다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이런 장난은 믿지 않는 나이라고."
어느새 소년의 붉은 눈을 똑바로 마주 보고 있는 소녀는 조금은 수줍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평소의 장난기 가득한 표정과는 달리 말갛게 웃으면서.
생각이 너무 깊어졌나?! 어느새 미인은 내 눈앞에 있었다. 무릎을 굽히고 시선을 낮추어서. 안돼, 다가온다! 생각 이상으로 다가온다!!! 이 사람 거리감 이상한거 아니야?!
“하냣?!”
뭘 쳐 웃고있냐아!!! 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손의 감촉 때문에 반사적으로 손을 쳐냈다. 키마Z… 아니 에모이? 뭔데?! 미인을 가까이에서 본건 솔직히 큥했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괜찮겠냐아!!! 오시도 아닌 사람한테 그런걸 받아서 기뻐하는 건 어린애뿐이야!!!!! 그래도 사는거냐!!! 매번 감사합니다!!!! 뭔데 오늘은?! 아까는 이상한 여자한테 애 취급 받고 이번에도 이래?! 아니 사유쨩 멘헤라가 될것같은데요?! 칠할 수 밖에 없는건가? 초속타피연속흡입으로? 아니 역시 그건 무리지ww
“손, 놧!!!”
뭔가 강해?! 열심히 손을 떼려고 했지만 뭔가 무게감이 느껴졌다.
“두 개 사, 두개. 멋대로 사람을 괴롭히기나 하고 말이야. 우엉이랑 인삼넣고 무국이나 해먹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