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의 첫 날이 밝았다. 자고로 새학기란 사람들의 가슴을 두근두근 뛰게 하기 딱 좋은 시기였다. 교문 앞에 적혀있을 반 배정표로 무슨 반인지 서로 알 수 있으며, 지나가는 길목의 분홍빛 벚꽃이 가득 피어있다는 것 역시, 사람의 가슴을 뛰게 하기 딱 좋은 느낌이었다. 차가운 겨울 공기가 사라지고, 3월에 남아있던 잔잔한 추위도 사라지고, 이제는 온전히 따스한 봄바람만이 불어오는 이 시기를 유우키는 상당히 좋아했다. 신사에 갔을 때도 느낀거지만, 올해도 벚꽃이 가득 핀 것 같아서 특히나 더.
유우키는 언제나처럼 아야나와 함께 등교하고 있었다. 물론 매번 함께 등교하는 것은 아니나, 같이 등교를 할 수 있을땐 가급적이면 같이 등교를 하는 길을 그는 택했다. 자신은 시라카와 가문의 사람. 바로 옆에 있는 이는 정말로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모셔야 하는 귀한 존재라고 교육을 받은 존재였다. 그렇다면 항상은 아니더라도 같이 있을 때는 같이 있어야 이것저것 서포트를 하거나 도움을 주거나 시중을 들 수 있지 않겠는가.
"아야나님. 올해도 벚꽃이 예쁘게 핀 것 같더라고요. 어제 아야카미 신사에 잠깐 갔다왔는데, 벚꽃이 예쁘게 피었으니 아마 등교길에도 벚꽃이 예쁘게 피었을 거예요. 혹시 친구분과 같이 꽃구경을 갈 약속이라도 있으실까요?"
그렇게 묻는 이유는 오직 하나. 혹시나 약속이 잡혀있다면 그때 먹을 수 있는 도시락이라도 하나 챙겨주기 위함이었다. 그녀에게는 그녀의 교우관계가 있을테니 약속이 있는 곳까지 따라갈 생각은 없었다. 허나, 도시락을 챙겨주거나 하는 등으로 서포트를 할 수는 있지 않겠는가. 약속이 잡혀있지 않다면? 그렇다면 나중에 약속이 잡히면 서포트를 하면 될 뿐이었다.
"그건 그렇고 묘하게 궁금해지네요. 과연, 올해는 아가씨와 같은 반일지, 다른 반일지."
싱긋 웃으며 그는 괜히 고개를 돌려 주변을 가만히 바라봤다. 아직 벚꽃나무가 피어있는 거리까진 조금 거리가 있었으나, 그래도 새롭게 심은 벚꽃나무가 있지 않을까 싶어 보이는 행동이었다.
그렇게 그 요괴는, 가만히 인형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찾아온 말소리에, 느릿하게 연기를 뱉으며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 활기차고, 발랄한 인간인가. 오랜만에 보는 타입이었다. 허나, 썩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었기에, 천천히 눈을 몇번 깜빡이면서 어떻게 대답을 해줘야 할까, 그렇게 생각했다. 누구의 땅이라 함은 제 눈 앞의 이 어린 인간의 땅이라는 뜻일까. 아니, 그것도 아니겠지. 필시 농담이리라.
"미안하군요. 자리를, 맡아두신 모양입니다."
가만히 제 앞의 소녀를 내려다보며, 그것은 차분히 소녀를 살폈다. 하늘색 머리에, 그때의 붉은 빛 도는 사내가 떠오르는 붉은 눈. 화려한 옷에 작은 키. 초등학생, 아니면 중학생 정도인가. 그렇다면 필히 담배를 권하는것은 먹히지 않으리라. 저 나이대의 인간 아이들은 담배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으니.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타닥거리는 소리를 내며 깊게 담배연기를 삼킨 뒤에 뱉는것은 멈추지 않았고. 그렇다면, 이건 마음에 들어하리라. 제 손에 쥐고 있던 인형을 소녀에게 건네면서, 그것은 다정한 말투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벚꽃이 피었다! 새 학기가 밝았다!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유우 군과 같이 등교다! 유우 군과 같이 등교한지는 꽤 되었다. 항상 같이? 는 아니더라도 웬만해서는 같이 등교를 하는 편이었다. 아, 이 만개한 벚꽃을 유우 군과 같이 볼 수 있다니. 꼭 꽃놀이를 미리 하는 기분이 든다. 자고로 벚꽃은 개구리도 춤추게 한다. 뭔 소리냐고? 아무튼…..
“괜찮다면 나중에 유우 군과 같이 갈까요? “ 라 덧붙이는 것은 묘하게 장난같지만 진심이기도 하다. 유우 군이라면 분명 엄청나게 맛있는 오이 도시락을 준비해줄 테니까! 유우 군이 만들어주는 도시락은 정말로 실패하는 법이 없었다. 그리고 유우 군과 함께라면 분명 노곤노곤하게 본체 상태로 벚꽃놀이를 즐길 수 있을 테지……
“사실 말이죠, 저 역시 많이 궁금해 하고 있사와요. 올해는 어떤 반이 되려나? 올해도 유우 군과 같은 반이면 즐거울 것 같사와요. 분명 유우 군과 함께라면 재미있는 일년이 될 것이와요. “
종종걸음으로 유우 군과 발걸음을 맞춰 걸으며 아야나는 부드러이 웃었다. 아, 저기 슬슬 벚꽃이 보인다!
“유우 군, 저기! 벚꽃이와요ーー!! 엄청 만개했사와요! “
어느새 만개해 있는 벚꽃나무들이 눈앞에 보이자 아야나는 가리키며 말하려 하였다. 아, 역시 유우 군과 같이 등교하기 잘했다!
카와자토 아야나. 물론 그것은 인간으로서의 이름일 뿐, 진명은 아니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유우키는 그녀의 진명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언제나 그녀를 인간으로서의 이름으로 불렀다. 지금 그녀가 인간의 모습인 것도 이유지만, 그녀는 어느 정도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했으니까. 그렇다면 적어도 그때는 인간으로서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것이 바로 유우키의 판단이었다. 무엇보다 밖인만큼 아야카에루님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으니까.
"저와 말인가요? 후훗. 약속이 딱히 정해지지 않는다면 얼마든지요. 같이 가게 된다면... 오이 샌드위치라도 한번 만들어볼까요. 그리고 오이장아찌라던가..."
지금만 해도 이것저것 메뉴가 떠올랐으나, 그는 그 정도로 일단 말을 끊기로 했다. 실제로 정말로 같이 갈 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에겐 그녀의 일정이 생길 수 있고, 자신에겐 자신의 일정이 생길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딱 이 정도로 정해두는 것이 베스트라고 판단하며 그는 입고 있는 교복의 옷깃을 살며시 정리했다.
자연스럽게 그의 발걸음은 그녀의 보폭과 비슷하게 바뀌었다. 처음 같이 걸을 때는 자연히 다른 걸음으로 걸어가기 마련이었으나, 나란히 옆에서 걸어가려고 한다면 결국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에게 보폭을 맞추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경우에는 자신이 맞추는 편이었다. 모시고 있는 존재가 어떻게 자신의 발걸음에 맞춘단 말인가. 의식적으로 그녀의 보폭에 제 보폭을 맞추는 와중 들려오는 말에 유우키는 아야나를 바라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높게 평가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같은 반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만약 된다면, 올 한 해도 아야나님이 행복한 1년을 보낼 수 있도록 성심성의껏 서포트하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아가씨에게 올 한 해가 행복하기를 기원할게요."
꾸벅. 마치 집사가 모시고 있는 아가씨에게 인사를 하는 것처럼, 그는 기품있게 살며시 팔을 접어 그녀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후에, 다시 허리를 폈다. 그 와중 그녀의 목소리에 그는 다시 앞을 바라봤다. 분홍색 눈이 바로 그곳에서 천천히 내리고 있었다.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 분홍빛은 선명해졌고 길거리가 점점 분홍색으로 칠해지는 것 또한 그의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그러게요. 올 한 해도 어김없이... 후훗. 아야나님과 같이 볼 수 있어서 영광이에요. 그러고 보니 하늘하늘 떨어지는 벚꽃잎을 한번에 잡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말이 있었죠? 한번 도전해보시겠나요?"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벚꽃잎의 형태가 점점 선명하고 크게 눈에 들어왔다. 잡힐 듯 말 듯하게 살랑살랑, 하늘하늘 떨어지는 그 벚꽃잎을 바라보며 유우키는 아야나에게 물었다.
>>967 한쪽 발로 땅을 탁탁 치면서 불쾌함을 표한다! 뭔가 이러면 다들 무서워했던 것 같으니까! 그런데 왜지? 왜 무언가 되게 무례한 생각을 당해버린 것 같은 기분이들지…? 뭐 사람이 무서우면 그럴만 한가!!! 이 나의 강함에 멘브레해버린 거구나?! 그렇다면 어휘력이 그렇게 되는 것도 이해는 되는 ㄱ… 어? 진짜 주는거야?!
“야베… 아니 진짜 야베… 이거 이번 시즌 한정 아야카미쨩이잖! 껴워!!!"
우와아... 엄청나게 발품팔아도 다들 팔렸다고 했었는데!!! 이런데서 얻어도 되는거야? 이런데 라서 되는건가?! 에비스님 최고!!! 진짜 신이야!!! 팬서비스 위험한 수준이잖아!!! 갓대응 미쵸! 순식간에 인형을 받아들었다! 우와앗 부드러워www 진짜 못생겼다www 그래서 쪼아!!!
“흐,흐흠!!! 오빠야도 사람이 나쁘구만!!! 쪼아!!! 그래서 자리 찾고 있는거야? 다른 사람들도 보고 있으니까 자리 비켜주지는 못하겠는데. 일행이 적으면 합석해도 되는데?"
“저야말로 잘 부탁 드리와요. “ 라 덧붙이며 꾸벅 고개를 숙여 유우 군을 향해 인사를 한 뒤에, 보게 된 것은 벚꽃이 천천히 휘날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 이런 예쁜 모습을 유우 군과 같이 볼 수 있어서 좋다. 무척 좋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벚꽃, 아무리 천천히 휘날린다고 해도…..
‘잡기 힘들답니다ーーー!!! ‘
도전해 보시겠나요? 라는 유우 군의 물음과는 별개로, 아야나는 벚꽃을 잡을 수 있을지 망설이고 있었다. 잡힐 듯 말듯 떨어지는 벚꽃잎. 과연 저것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 할 수 있다, 본체가 아닌 적어도 지금 인간형인 상태로라면. 할 수 있을 거다! 그런 마음가짐을 하고 한번 도전해보겠냐는 물음에 아야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제 눈 앞의 화려한 소녀가 한쪽 발로 땅을 탁탁 치는것을 물끄러미 보았다. 이제서야 흥미가 조금 생기기라도 한 걸까. 감정의 크기가 성대하니, 분명 삶을 살아가는게 즐겁겠구나. 어린아이 특유의 넘치는 활력일까. 멋대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인형을 받고 기뻐하는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천천히 담배연기를 뱉었지. 그나저나, 제법 오랜 세월을 살았는데도 껴워라는 말은 처음 들어보는데.
"껴워...?"
천천히 그 말을 조금은 어색하게 따라해보고, 짧게 연기를 뱉은 뒤에 자리를 뜨려던 생각을 멈추고는 가만히 제 눈 앞의 소녀를 들여다보았다.
"재밌는 분이시군요. 발 닿는대로 걷다보니 이곳까지 이르렀기에... 일행은 없습니다."
"그쪽분께서는 일행이 있으십니까? 권한다면 감사히. 음식도, 술도 준비하지 못했으니, 시간이 조금 걸릴테지만... 저도 나름대로 대접해드려야겠군요."
지금 전화해서 이것저것 가져올텐데, 바라는것이 있느냐는듯, 바짓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 그것은 소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지기라도 한 듯이.
대체 언제부터 벚꽃잎을 잡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말이 생기게 된 것일까. 유우키는 그 답을 알지 못했다. 다만 이 세계에는 요괴도 있고, 신도 있으니 아마 신, 혹은 요괴와 관련된 것이 아닐까라고 그는 추측했다. 이를테면 벚꽃을 정말로 좋아하는 신과 요괴가 있었고, 그 신이나 요괴에게 벚꽃을 바치면 소원을 이뤄준다는 것이 시간이 오래 흘러 벚꽃잎을 잡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라는 것으로 변이되지 않았을까? 허나 이런 가설 또한 진의 여부를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자신의 옆의 그녀는 소원 여부와는 상관없이 벚꽃잎을 잡으려고 한다는 점이었다.
"아야나님이 원하신다면 얼마든지요."
작게 미소를 지으며, 그는 살며시 벚꽃잎을 바라봤다. 살랑살랑 떨어지는 벚꽃잎은 바람을 타고 잡힐듯 말듯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땅으로 떨어졌다. 일반적으로는 그 벚꽃잎을 잡기 힘들었다. 손을 움직일때 발생하는 공기의 움직임으로 벚꽃잎이 다시 저 멀리 날아가기 마련이었으니까. 실제로 아야나는 실패했으니까.
"아쉽네요. 그렇다면 이번엔 제가 해볼게요."
숨을 작게 고르며, 유우키는 가만히 벚꽃잎의 움직임을 쫓았다. 하나가 떨어지고, 또 하나가 떨어지고, 또 하나가 눈앞에서 떨어졌다. 허나 유우키는 조금도 팔을 움직이지 않았다. 미세한 바람이라고 할지라도 벚꽃잎은 영향을 받으니 쉽사리 움직일 수 없는 탓이었다. 또 하나, 또 하나. 그렇게 꽃잎 다섯개가 그의 눈앞을 지나갔다. 이미 지나가버린 벚꽃잎에는 조금의 시선을 두지 않으며, 유우키는 저 앞에서 떨어지는 벚꽆잎. 정확히는 팔을 뻗었을때 딱 일직선으로 떨어질 것 같은 그 벚꽃잎을 주시했다.
"얍."
이어 그는 타이밍을 맞춰 살며시 팔을 빠르게 뻗으면서 벚꽃잎을 잡으려고 했다. 자연스럽게 그는 주먹을 쥐었다. 그 안에 벚꽃잎이 있을지, 없을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그는 조심스럽게 주먹을 펼쳤다.
>>984 일단 받은 인형을 가방 옆에 그대로 눕혀두었다. 가방에 달린 여러 유루캬라들의 마스코트 덕에 큰 위화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으음, 역시 껴워!!! 리얼루다가 신이잖아 이건! 이 애매해보이는 눈… 빠져들 것 같다아…
“잘됐잖아! 나도 마침 친구들 못 온다고 해서 혼자 먹을까 했는데! 여기여기 앉아 초속으로!”
인형을 받은 값은 조금 할 수 있다구! 아, 체격이 크니까 이걸로는 부족한가? 뭔가 그림으로 그린듯한 스파다리계 남자같고. 뭐 이 나는? 친구한테도 붓카리계 여자라고 들었으니 문제는 없지만! 꽃에 미인에 맛있는 밥!!! 그리고 최고로 껴운 인형!!! 하, 최고 아닌가요?
“…? 아니아니아니아니 난 어떻게 봐도 FJK잖아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평소였으면 분노의 사유펀치를 날렸겠지만 그래도 인형을 준 답례는 해야하니까! 오늘만 봐준다… 주먹이 덜덜 떨리고는 있지만!!! 후우…참아야한다… 참아!!!
“아 그리고 대접은 됐어. 나 어차피 다 못 먹을테고. 가라아게라던가 너무 튀겨서 웃겨ww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