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어... 파닥거린다. 살아있구나... 생각해보면 들려가면서도 파닥거렸던 것 같기도 하고...(?) 원체 당황한 바람에 주변을 제대로 살필 경황조차 없었다.
"접시 위의 물이 마르면 보통은 죽던데..."
당황한 것은 이쪽도 마찬가지라서 얼떨떨한 기색으로 중얼거리다시피 다소 무례할 수 있는 말을 했다. 아, 놔주는 것이라면 이미 놔줬으니 걱정 말도록. 나무 그늘 아래 풀 위였지만. (???) 어찌 보면 조금 다른 방향성으로 복수는 어떻게든 이룬 셈이었다. 풀 위의 벌레와 진드기가 느껴지는가????? 후후후후후후... Round 3, 마침내 신님 1승이라고 해도 큰 부족함이라고는 없는 셈이다! 살짝은 우쭐해진 기분이었지만, 어쩐지 마음껏 우쭐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서 볼을 긁적이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44.4cm의 체구는 너무나도 작은 나머지 이렇게 쭈그려 앉은 상태에서도 잡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캇파의 알 수 없는 안면을... 그러니까 눈치를 읽으려고 최대한 노력하면서 손을 건넸다... 가 아닌가 해서 쏙 뺐다... 가 다시 아닌가 싶어서 쭉 건넸다. 잡아서 일어나라는 뜻이다.
제 눈 앞의 사내가 피식 웃었다. 타인의 감정을, 그것도 인간의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기엔 어려움이 있었지만, 고개를 젓는것을 바라보며 거절당했음 정도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허나 그것의 입꼬리가 알아차리기 어려울 만큼, 아주 조금 올라갔음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담배를 든 채로, 천천히 입가에서 연기를 흘려뱉으면서 그것은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러십니까."
그것의 눈빛은 여전히 공허했다.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듯, 낮은 목소리로 느릿하게 제 앞의 사내에게 말했지. 자신이 보아 온 인간들 중 몇몇은 이런 학창 시절의 일탈에 대해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고는 했다. 누군가와 바보짓을 했던 경험 정도로, 담배를 피우거나, 친구들 끼리 모여 소란스럽게 술을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거나. 다만 그 뿐인 별 볼일 없는 일 아니던가. 나름 명망있는 지위에 오른 인간들 중에서도, 그런 추억을 가지고 있는 인간들은 제법 많았던데다, 사회 분위기도 그런 것들은 용인해주는 분위기로 이해하고 있었다. 인간이란 참으로 어리석어. 그것은 그렇게 생각했다. 천년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인간들을 보아왔다. 그들은 서로 죽이고, 필요하면 빼앗고, 갈취했으며, 무리를 짓고 계급을 구분하며 서로를 나누기를 좋아했다. 그와 동시에 많은 규율들을 만들어 우습게도 선과 악을 논하며 점잔 떨며 도덕에 관해서 이야기하고는 했지. 무엇이 어른이고 무엇이 아이란 말인가. 구분지어 만들어낸 말들로 각각의 무리에게 책임감을 요하면서도, 그 악한 본성은 사라지지 않았음에. 닿지 않기에 더더욱 갈망하는가. 그저 우스울 뿐이구나. 그것은 입가에서 천천히 담배연기를 흘려 뱉으며, 낮은 목소리로 느릿하게 운을 떼었다.
"한번쯤은, 괜찮지 않겠습니까."
이곳에는 학교도 없고, 너와 나 둘 뿐. 심지어 교복도 입지 않았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옅게 도발하는듯, 타닥거리는 소리가 들릴정도로 깊게 담배연기를 삼키며, 제 눈 앞의 사내의 얼굴에 가깝게 담배연기를 뱉었다. 아마 이것이 마지막 권유이리라. 담배를 권하는 이유는 그저, 스스로 역병을 삼키는 그 우스운 순간을 보고 싶다는 사소한 이유일 뿐. 매달리는것은 성미에 맞지 않았다. 그리고, 사내는 앞으로 움직인다. 짧게 타버린 담배를 마지막으로 삼키며 연기를 흘려뱉고는, 비어있는 손으로 꽁초를 바닥에 던진 뒤 구둣발로 천천히 즈려밟았다. 제 옆에 서있다. 손을 뻗지 않아도, 살짝 옆으로 기대어도 닿을 만한, 그런 거리. 허나 시선은 상반되리라.
무미건조한 웃음소리가 그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담배연기, 이번에는 딱히 눈에 띄는 반응은 없었다. 그저, 다시 권유하는 모습에 눈길을 주지 않은채로 하늘을 올려본다. 가로등이 없으면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날이다. 마치 눈앞의 이 남자처럼 말이다. 그저 단순히 분위기만 그런거고 평범하디 평범한 선량한 사람인걸까? 하지만 그렇게 넘기기에는 감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는 어린 나이에 비해서 넓게 겪었으니까.
하지만 그만큼 깊지는 않았다. 지금것도 그냥 육감을 믿고 있을뿐이고... 뭐라 판단하기에는 섵부르다. 그렇기에 그는, 남성을 바라보지 않은채로 옆에 서서 말을 이어갔다.
"사람이라는게 말입니다, 이번 한번만. 하루쯤은~ 이런거에 굉장히 약하지 않습니까? 그 한번이 열번이 되고, 하루가 한달로 변해버리죠."
접시 위의 물이라는 게 애초에 있겠냐는듯, 본모습으로 돌아간 아야나….아니 아야카에루의 머리는 지나칠 정도로 탱글탱글했다. 평평한 구석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원형이었다. 뭐야, 이 녀석 캇파 맞아 싶을 정도로 이질적이었다. 이렇게 보통 캇파와는 다른 모습을 한 것이 카에루족의 특성이다.
아, 여담으로 말하자면……죽기야 한다. 정확히는 나무 그늘 아래 풀 위에 떨어진 바람에 심하게 파닥거리고 있다. 으아아아악 까끌까끌해 아야나 살려!!!!!
아…….이 울먹이는 소리마저 하찮은 것을 보라……이게 아까까지 벤치 위에 누워 얄밉게 군 그 벤치녀가 맞는가? 진심으로 가슴이 웅장해진다….. 쭉 건네지는 손에 보란 듯이 손을 뻗었지만 44.4cm의 몸으로는 너무나도 짧은 팔이었다. 정말로 가슴이 웅장해진다…..이게 방금까지 그 벤치녀가 맞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