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크흠. 아아. 𝒞𝒶𝓈ℯ ℛℯ𝓅ℴ𝓇𝓉 -정말이지.. 성격이 나쁘다니까요. 이렇게나 멀리라니. 향수를 뿌린 그녀가 걸어오고 있었지만, 굽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향은 너무 옅게만 느껴졌다. 긴장한 탓이었을까. 하지만 이쪽은.. 지킬 게 있습니다.
"경고한다. 물러나라!" "물러나지 않으면 즉시 사격하겠다!" 경고를 들었을 터인데도 전혀 신경쓰지 않은 채 검을 아무렇게나 뽑아든 그녀를 향해 우리의 에너지탄이 날아들었다. 사람의 신체 정도는 가볍게 꿰뚫고, 태워버리는 두려운 화력을 정신없이 난사했고.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을 때.
"해치웠나..?" 그런 금기의 말을 한 동기는 기쁜 듯이 나를 봤고 나는 순간적으로 흠칫했다. 내가 지금 제대로 된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 맞는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이질감이 나를 덮쳤다.
-과격하기는요. 그러나 그것이 잔해을 들어올리고 기어나왔다. 적나라하게 난 구멍과 흐르는 피. 그 모든 것이 선명한데 어떻게. 차라리 안드로이드라고 믿고 싶어 믿은 나의 총이 에너지가 다 떨어질 때까지 난사했을 때 그것을 맞으면서 느긋하게 걸어온 그것이 나를 올려다봤다. 소름끼치는 얼굴에 화사한 미소가 걸렸다. 목이 툭 툭 하고 기울어지는 걸 조절할 수 없는 그런 고개 까딱거림을 보며 총을 떨어뜨렸는데.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오랜만에 보는 원래 소속사의 간판은 정겨웠다. 캡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낀 채 Vic ent. 라고 쓰여있는 건물 간판을 올려다보던 리라는 천천히 안으로 걸음을 옮긴다. 온더로드에는 Vic ent. 소속의 아이돌이 둘 있었다. 하나는 이리라, 하나는 정지호. 그룹의 댄서 역할을 맡았던 두 사람은 같은 소속사 출신이기에 가장 끈끈했고, 서로를 잘 알았으며, 그래서 가장 잔혹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세번째 사실만큼은 온더로드 멤버들을 제외한 누구도 모르는 것이었다. 애초에 그런 약속이니까. 그러니 사장이 같은 그룹 출신이자 회사 동기이며 한때는 거짓 없이 친하기까지 했던 두 사람을 다시 묶어 내놓으려고 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던 거다.
"재데뷔요?" "그래. 프로젝트 그룹 끝났으니 이제 정식 데뷔도 해야지. 오디션 프로그램이랑 온더로드로 팬덤은 충분히 쌓였으니까 재데뷔 하면 바로 1군 노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야. 리라, 할 거지?"
그날은 마침 입사 초기에 정했던 계약 기간이 끝나가던 참이라 재계약에 대해서 상의하기로 한 날이었다. 말이 상의지, 사실상 그러기로 예정되어 있는 일이라 도장만 찍으면 됐다. 리라는 사장실 테이블에 놓여있는 계약서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 누구랑 데뷔하는데요?" "아, 그래. 이미 내가 데뷔조도 싹 편성해놨다. 너랑 같이 연습생 생활 했던 애 둘이랑 다른 회사에서 옮겨온 애 하나. 그리고 지호랑 너." "지호 언니도요?" "당연하지. 너희 둘이 같은 그룹이었잖냐. 사이도 좋고 하니 야박하게 떼놓을 생각 없다. 그럴 이유도 없고."
사이가 중요한 건가. 리라의 시선이 계약서의 하얗고 매끄러운 표면에서 사장의 얼굴로 옮겨간다. 반사적으로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렇구나~ 막연히 이전 팬덤 더 많이 끌어오시려고 그러시는 줄 알았는데. 제가 너무 생각이 짧았네요~" "하하."
웃음소리가 오가는 동안 실내의 온도가 순조롭게 떨어졌다. 마주 웃던 사장은 손깍지를 껴서 무릎 위에 올려놓고는 리라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래서, 더 하고 싶은 말 있니?" "네." "뭐지?" "저 재계약 안 해요." "뭐?!"
의자가 밀려나는 소리와 함께 낮았던 체고가 급격히 높아졌다. 리라는 한 박자 느리게 고개를 들어 사장의 혼란스러운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동시에, 사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지호. 너도 와서 앉아라" "네, 네. 안녕하세요, 사장님. 그리고 리라야."
리라의 시선은 고요하게 돌아가 마주앉는 지호에게 고정되었다. 저 눈을 안다. 혼란스럽고 두렵고 안절부절 못 하는 눈빛. 계획했던 것이 잘못될까 안달내는 눈동자.
"리라야... 나 방금 들었어. 재계약 안 한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너 나한테 그런 말 한 적 없었잖아."
역시 들었구나. 리라는 다시 매끄러운 미소를 짓는다.
"그럴 수밖에요. 방금 정했거든요." "갑자기 왜?" "그래, 리라. 불만이 있으면 얘기를 해 봐라. 조율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글쎄요. 이건 조율 가능한 사안이 아니라서요." "그러니까 이유가 뭔데? 너 다른 기획사 캐스팅이라도 받았어?" "......정말 그런 거냐? 그런 거면 곤란한데. 아직 계약 기간 좀 남은 건 알지?"
그럴 리가 있나. 설령 그랬더라면 이런 식으로 대놓고 데뷔를 거절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조용히 얼버무리면서 버티다가 계약 기간이 완전히 끝나서 자유로워진 뒤에 걸릴 것 없이 훨훨 날아갔겠지.
"아니니까 걱정 마세요. 이적 안 해요. 그리고 데뷔도 안 할 거예요." "그럼 다 관두겠다고?" "글쎄요. 그럴까봐요." "왜!" "왜?"
왜, 냐고 묻는다. 잠깐 먼 곳을 향했던 시선이 다시 지호의 두 눈에 고정되었다. 온화한 눈매가 가엾을 정도로 처량하게 처진다. 저대로 울어버릴 것 같은 선량한 얼굴이 한때는 정감 갔는데. 이제는.
"비밀." "뭐라고? 너 지금 나랑 장난해?" "비밀이라서 비밀이라고 한 것 뿐이에요."
언니는 무슨 말인지 알잖아요. 낮게 읊조린 한 마디에 지호의 오른쪽 안면 근육이 살짝 경련하는 게 보였다.
"정리는 차차 할게요, 사장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뭐... 잠깐!" "이리라! 거기 서!"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나가면 정말 끝이다. 돌아오더라도 지금은 아니다. 무대 위에 올라가고 싶은 욕망은 남아있었지만 그보다 지난날 시달리고 가슴 졸이며 곪아갔던 세월의 통증이 더 컸다. 그런데 내가 겪은 모든 게 비밀이어야만 한다면, 내가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앙갚음 할 수 있는 건 이런 방법밖에 없지 않나? 운이 좋으면 그를 뺴놓고 데뷔할 수도 있으니 사실상 완벽한 복수도 아니었지만 당장은 이걸로 족했다. 그러니까, 이런 치졸한 반격이나마 받아줄 순 없는 건가. 모든 게 지긋지긋하다. 그만 끝내고 싶다. 리라는 그저 저 얼굴을 더 마주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한때 진심으로 아꼈던 사람을 이 이상 깊이 미워하고 싶지 않기에, 여기서 끝내는 게 옳다고 믿는다. 그렇게 생각하며 문을 열기 직전, 손목이 붙잡혔다. 차가운 손가락이 리라의 팔을 붙들고 강하게 끌어당겼다. 긴 손톱이 손목에 파고들어 리라는 얼굴을 찌푸린다.
"아, 아파! 놔요!" "어딜 가! 그냥 이러고 가버리겠다고? 통보하고 나가면 끝이야? 어린애 같이 왜 이래? 다시 앉아. 사장님이랑 나랑 제대로 상의하고 다시 결정해. 너 이거 실수하는 거야. 후회할 거라고."
손톱이 파고든 자리에서 핏방울이 맺혔다. 살갗이 밀려나가는 감각이 끔찍하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는 당신을 이 이상 미워하고 싶지 않은데, 그런데 어째서, 왜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는거야!
"놓으라고요!"
사고는 언제나 순식간에 벌어진다. 사장실 한켠에는 단정하게 장식된 도자기 작품 하나가 있었다. 피부를 긁어내는 손길을 떨치기 위해 몸부림치던 리라가 제지하기 위해 다가오던 사장의 손길에 놀라 지호를 그리로 떠밀어버린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왜 하필 그 자리에 그런 게 있었을까. 왜 하필, 그 도자기 작품은 보기보다 연약했을까. 왜 하필. 하필. 어째서. 모든 걸 깔끔하게 묻고 떠나려고 했는데.
쨍강!
"아아아아아아악!"
붉은 피가 다리에서, 쇄골께에서, 팔뚝에서, 뺨에서 흘러내린다. 날카롭게 튄 파편은 지호의 몸 여기저기를 깊고 얕게 훑고 지나갔다. 몰려오는 통증과 충격에 비명 지르는 지호를 가만히 바라보던 리라는 사장이 지호를 부축하러 움직이는 동안 굳은 듯 서 있었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멀게 들린다. 나, 나는. 나는 이러려던 게 아니었어. 나는 그냥. 나는 그저...
"죄송합니다." "너..." "저, 저, 저는... 저는... 그게... 죄송합니다."
그 다음은 지저분하고 지지부진한 합의의 길이었다. 지호는 연예계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판국에 흉터가 남을지도 모르는 상처를 곳곳에 냈다며 길길이 날뛰었고, 사장은 소속된 아이돌에게 흠집을 낸 데다가 아끼던 사유 재산까지 망가뜨린 골칫거리를 보호해줄 의무가 없었다. 하지만 이 일을 키워서 언론의 먹잇감으로 던져주겠다는 지호의 흥분 어린 의견만큼은 강경하게 막았다. 본인의 회사 이미지에도 타격이 오는 일이었기에 그리했겠지만, 속시끄러운 당시에는 그 별것 아닌 것마저도 감사했다. 생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처음 겪어보는 압박감 속에서 각자의 보호자가 불려오고 법에 관한 이야기나 책임에 대한 이야기, 손해배상에 대한 이야기, 이야기, 이야기, 이야기들이 뒤따랐다. 패닉에 빠져 어떻게든 빨간줄을 그어버리겠다고 고함치는 상대방 앞에서 리라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고, 결국 모든 것은 그의 부모가 적당한 금액을 싸들고 온 다음 가족이 단체로 상대 측 앞에서 무릎 꿇는 걸로 겨우 조용히 마무리 되었다. 당시의 기억은 전부 안개 낀 것처럼 흐릿하지만 적어도 그때 했던 말 하나만큼은 똑똑히 기억한다.
"폐 끼쳐서 죄송합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게요."
그리고 리라는 그 길로 연예계를 떠났다.
리라의 집은 한동안 소란스러웠다. 너 지금 이딴 식으로 그만둬서 뭐 하고 먹고 살려고 그러냐. 우리가 널 이렇게 책임감 없게 키웠냐. 하다못해 사고라도 치지 말던가. 왜 이렇게 나약하냐. 쉴새없이 쏘아붙이는 목소리에 지쳐 부모라는 타이틀만 믿고 비밀을 조금 열어 털어놓기도 했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리라의 사랑하는 부모님은 당시에만 조금 주춤하는 시늉을 할 뿐 결국 얼마 가지도 못하고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되고 마는 사람들이었다. 그걸 차라리 몰랐다면 좋았을까.
"왜 그걸 지금 말해! 이 이야기를 엄마 아빠 무릎 꿇기 전에 했어야지. 그럼 그쪽도 뭐라고 할 말 없었을 텐데." "원래 모든 일은 다 힘든 거야. 이런 것도 못 참으면 나중에 어떡하려고 그러니?" "왜 이렇게 속을 썩이는 거야! 우리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기왕 참은 거 조금만 더 참지 그랬어. 나중에 걔보다 더 높은 곳에 올라가서 콧대 꺾어줬으면 됐잖아! 왜 거기까지 생각을 못 하고 이 사단을 내!"
그놈의 나중은 언제 오는걸까. 이 레이스의 끝이 존재하긴 하는걸까.
방구석에 박혀 끊임없이 골몰하는 동안 문득 머릿속에 근본적인 의문이 들어섰다. 어차피 나중은 오지 않는데, 실존하지 않는 것을 위해 삶을 견뎌야 할 이유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