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1 가벼운 산책길, 오이랑 무를 파는 무인가판대를 발견했다. 개당 80엔, 꽤 저럼하고 질도 괜찮아보인다. 잠시 고민하다가, 무 하나를 집어든다. 비닐봉투는 없지만 들고 가다가 적당히 '만들어' 내면 되겠지! 그 후 나는 지갑에서 500엔 짜리 동전을 꺼내고서 병에 땡그랑- 하고 넣었다.
근데 문구가 신기하네. 요즘 감성이라고 하기에도 좀 힙하지 않나-? 뭐 만든 사람 자유겠지. 나는 아까부터 이 쪽을 보고 있는.. 아마 이 가판대를 만들었을 아이를 향해 방긋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주고는 걸어갔다.
"으음- 오늘은 무조림으로 할까."
아 생선도 구해서 생선 무조림을 하면 되겠다. 형님보고 무 좀 썰어달라고 하면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내가 집에 돌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가득 쌓인 무와 오이를 보며 넋을 잃기 전에 일이다.
>>980 "하지만 웃긴걸www 거봐 여기까지는 옆은 산이고 대체로 직선길이잖? NDK? 길 잃어버리고 어떤기분?"
우리 집근처이기도 하고 직접 오자고하면 사람들은 잘 안보이긴 하지만www 에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도챠쿠소 무서운데요?! 신님 부처님한테 매일같이 빌고 있으니까 괜찮은건가? 아니 그래도 오늘은...아랫집 할머니랑 같이잘까?! 채소같은거라도 들고가면 가쿠니로 돌려주시는 등가교환초월해버렸는데요?
"그거언, 내애가 먹을만큼만 먹고 파는거니까아? 엄청나게 열심히 키운거야!"
내가 직접 키운거야아~ 자랑스러운 우리애들이야~ 어때? 진심 에모하지? 진심진심진심 에모하지?! 그 무는 3개월이나 걸렸다?! 이웃 할머니랑 나누고... 나도 먹고... 그리고 남은거니까... 아, 다음에는 텃밭에 종류를 좀 늘리는게 나으려나? 웃음이! 멈추질 않아!
"여기까지 왔는데 비싸면 미안하잖아? 게다가 전문가도 아니고? 그래도 키울때는 엄청나게 끌어올라서 말이야~ 근처 아저씨랑 같이 비닐하우스같은것도 세웠었어~ 아 나 저 위에 있는 학교에서 살고 있는데! 텃밭이라도 보고 갈래?"
>>990 유우키가 싫어하는 사람? 음. 사실 어지간하면 딱히 막 싫어하는 이는 없지만... 그게 뭐가 되었건 남의 노력을 함부로 무시하고 짓밟고 모욕하는 이를 유우키는 정말로 싫어해. 뭐가 되었건 노력은 반드시 존중받아야 한다고 유우키는 믿고 있거든. 물론 범죄 이런거 말고. 아무튼 그렇다보니 그런 것을 무시하고 하찮다고 모욕하는 이를 유우키는 진짜로 싫어하고 분위기가 정말로 싸해질수도 있어.
>>991 글쎄. 애초에 린게츠를 알고 있을까...라는 생각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야나가 어떻게 소개를 해줬을지에 따라서 다를 것 같아. 소개를 안해줬다면 아마 유우키도 모르지 않을까? 일단 일반적인 소개라고 가정한다면 아마 극진하게 대접해야 할 귀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 요괴니까 귀괴!
>>992 파리피 말이지? 음. 가르쳐준다고 한다면 아마 흥미는 보일 것 같아. 다만 어떤 분위기냐에 따라서 조금 갈릴 수도 있겠지만... 일단 유우키는 화려한 것도 좋아하고 시끌벅적한 것도 좋아하는 편이니까 거부감은 보이지 않을 것 같아! 물론 그렇다고 유우키가 막 화려해지고 시끌벅적해지고 그러진 않겠지만?
자. 그럼 질문이다! 반대로 사유에게 유우키가 기본적인 집사의 교양이나 예절이나 이런 것을 가르쳐준다면 어떤 반응일까?
>>970 그것은 자못 슈-르한 광경이었다. 저런 패션잡지에 실릴 만한 훤칠한 소프트 펑크 계열 룩에 멀쩡한 얼굴을 하고선, 뜬금없이 생무를 들고 걸어오는 모습이라니. 인간 대한 경험 적어 상식이 모자란 겨울신의 부덕의 소치다. 낯선 사람이 갑자기 다가오는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사유는 은신을 선택했고 그것은 실제로 꽤 잘 수행되었지만, 찾는 사람 눈앞에서 숨는 모습을 보여줘버려서야 의미가 없다.
기껏 나무 뒤에 숨은 정성을 무시하고, 그 무심하고 몰상식한 미인은 나무 너머로 파시락 하고 다가와서는 숨어있는 사유 앞에 쪼그려앉아 사유와 눈높이를 맞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