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알 수 있었다. 상쇄를 반복하고 있던 자신의 능력이 수많은 소리들을 헤매는 것을. 캐퍼시티 다운의 시작이 사라졌으니 목표를 잃은 초음파가 수많은 소리 사이를 유량한다. 이제 더이상 버티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자마자 필름이 끊어지는 것처럼 유지하고 있던 연산도 끊겼다.
두통이 엄습하며 고막이 먹먹해진다. 탈출구가 없는 꽉 막힌 수족관에 갇힌 기분에 숨을 쉬려 노력하는 혜성의 새파란 눈동자에 시퍼런 불길이 일렁였다. 한번 터진 코피가 손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해서 혜성은 피를 막아낸 채 숨을 헐떡이고 제로의 행동을 노려보며 여차하면 다시 연산을 할 수 있도록 엄지와 검지를 붙히고 있었다.
수경의 답에 경진은 곧 수긍해, 짧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에도 항성에 겁을 먹어 수경 또한 공포감에 도주했으면 하는 누추한 마음가짐이 속을 옮매였다. 수경은 그와 반대로 침착하게 그녀의 본분을 다했으니, 진압에 안도감을 느끼는건 오히려 경진이였다. 듀랼루민마냥 찬란한 저지먼트가 퍼스트 클래스에 피폭되어 녹아드는 것에 아무런 반발심 안 드는 것이 기묘했다. 안정을 느꼈다.
결국 제로의 공격은 막아냈다. 제로 역시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본래라면 서 있을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래, 제로라는 이상한 존재가 아니었다면. 지치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고, 다시 태양과 같은 구체를 만들어내는 모습에 랑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끈질기기가 이루 말할 데가 없다, 허나 기계에 가까운 모습이었기에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어서 마음을 다잡을 즈음.
"왔구나."
인첨공 내, 모든 초능력자들의 일곱 정점. 이 자리에 온 게 일곱 명은 아니었지만... 여섯의 퍼스트 클래스가 전투에 개입했다. 제로의 시도는 방금 전까지 저지먼트 부원들을 괴롭히던 것을 그대로 돌려받는 듯이 허무하게 사그라들었다. 그러면 긴장이 풀려 쓰러지는 사람들도 나오기 마련, 랑은 쓰러지는 로운을 가까스로 받아내 바닥에 뉘이고는 제로가 에어버스터, 즉 은우에게 말을 거는 것을 들었다.
"아니, 그럴 필요 없다."
랑은 여전이 압박감이 좀 남아 있는 배를 한 번 쓸어내리고는 은우 쪽으로 걸어갔다. 은우가 여전히 움직이고 있지 않다면. 등을 한 번 탁 쳐줬을 것이다.
"아직 이 장소의 통제는 목화고 몫이다. 그리고 그 목화고 저지먼트의 통제는 네 몫이지."
불꽃을 몇 번 마주쳐 어느새 축축해진 머리카락, 더군다나 날씨까지 겹쳐 더워진 탓에. 랑은 얇지만 팔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입고 있던 겉옷을 벗었다. 드러난 건 검정 민소매, 땀이 났다가 천천히 말라 반질거리기 시작하는, 근육의 결이 드러난 팔을 가볍게 털어내며 랑은 말을 이어간다.
"가만히 서 있지 마라, 부원들이 널 기다리잖냐."
퇴각이냐. 추격이냐. 추격 금지냐. 제압이냐.
천천히, 그러나 절제된 동작으로 랑은 다시 한 번 가시 목걸이를 손에 감고.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 입에 물었다. 까득, 하고 이와 사탕이 부딪히는 소리가 작게 들린다.
끝인가 싶었다. 모든 게 끝나고, 모든 게 사라지고, 잘못된 판단을 수습할 기회조차 없이 그렇게 세상에서 온전히 삭제되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하늘에서부터 내려온 녹색 빛에 몽롱해져가던 정신이 제대로 돌아왔다.
"......하!"
놀라울 정도의 격차. 피부로 전해지는 엄청난 에너지. 흐려진 시야에도 제대로 포착될 만큼 거대한 스케일의 공격들. 퍼스트클래스.
리라의 눈이 한명 한명을 지나 디스트로이어에게 잠시 머무른다. 적일 땐 그렇게 두려웠는데 아군으로 만났다고 이토록 안도될 일인가. 그게 좀 부끄럽기도 하지만 당장은 사사로운 감정이 중요하지 않다. 리라는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빗자루에서 떨어져 구르는 바람에 몸은 이미 여기저기 쓸려 피가 맺혀 있다. 모든 것이 걷힌 하늘에서 산들산들 불어오는 여름 바람이 때에 맞지 않게 평화롭게 느껴진다. 리라는 호흡을 한 번 가다듬었다. 콧속의 피 냄새가 강렬하게 후각을 자극한다.
리라는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달려 은우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오른쪽 팔을 콱 잡으려고 했다.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 부장 최은우 선배님. 저딴 깡통의 기계음에 정신 팔릴 생각은 아니시죠. 다 부숴진 게 뭐라고 헛소리를 지껄이든 유언에 불과할 뿐입니다. 계속 듣고만 있으실 건가요. 가치? 웃기고 있네. 곧 전원 꺼질 기계 덩어리 따위가 스피커만 남아서 나불대는구나. 필요가 없긴 왜 없어. 너나 널 만든 미친 인간들은 여기 이 사람들을 그냥 쓸모에 따른 도구로 보니까 가치 운운할 수 있지. 근데 우린 아니거든. 부장님은 가치 없지도 않고, 아니. 설령 없다고 해도 상관없지. 적어도 이 사람들은 그냥 살아있는 것만으로 존재해도 되는 당위성이 존재하거든. 생명체고 사람이고 인격체니까. 너처럼 쓸모에 의해 만들어지고 파기되는 도구가 아니야. 똑같이 취급하지 마."
평소 같았으면 이렇게까지 말하지는 않았겠지만 여러 요인으로 한계에 다다른 머리는 필터 없이 말을 뱉어버린다. 그리고 한발 물러난 리라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탈진한 로운을 발견했다.
방패가 녹아내리기 시작해도 그는 아랑곳 않고 그대로 팔을 들어 몸으로 막아내려 했다. 아, 그래. 강수호라면 그렇게 했겠지- 허나, 그는 강수호가 아니었기에 그대로 녹아내렸겠지.
그리고 강수호가 아니었기에, 자신이 지키려던 이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가.
몸을 몇번 구른 다음 다시 상체를 일으켜세운 유한은 녹아내린 방패를 한번, 자신을 향해 툴툴거리는 세은을 한번 바라보았다. 할 땐 한다. 아니, 백만분에 일도 하지 못했다. 쓸모없기 짝이 없다. 아직도 그는 무력하다. 무력하고, 무능해서,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머저리였다.
-하지만 후배 앞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습도 아니었기에.
"당연하지. 말보다는 행동이니까."
말은 그렇게 해도, 행동은 다- 준비하고 있었다 이말이야. 라며 너스레를 떨며 웃었다. 속으로는 전혀 웃지 못하면서도.
그리고 곧이어 나타난 퍼스트 클래스들과, 부장의 모습에 그는 반색하며 웃었다. 이제 전부 끝났다. 모두가, 안전하고, 살아남았다.
"부장님! 이 X자식 말 들을 필요 없습니다! 날려버리세요!"
순간, 제로의 말에 욱한 것은 은우만이 아닐 터였다. 은우에게 한 말이 어째서 이리 아프게도 날아와 가슴에 박혔는지. 누군가를 지키는 것도, 누군가를 이기는 것도, 남의 손에만 맡겼던, 무력하기 짝이 없는 존재.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은우가 아무말 못하고 있는 것이 자신과 겹쳐보였기에 그는 악에 받쳐 외쳤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