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렵다. 죽음과 고통이 두렵다. 타인의 뒤틀린 바람이 의념을 만난 결과 이루어진 이 상황이 두렵다. 이 심연에서 도망칠 수 없을 것 같아서 두렵고, 우리의 이야기가 원하지 않는 흐름에 휩싸여 머지 않아 끝날 것만 같아서 두렵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바꾸지 못하고, 이루지 못할 것이 두렵다.
그럼에도 아직 멈추어서는 안 된다. 생각해라 주강산. 여기에서 멈추면 모두 죽을 뿐이다. 순간적으로 눈으로 보는 것 이외의 모든 감각이 사라지고 옅어진 후에도 자신은 식인귀가 공격하기 직전 공간의 움직임을 느꼈었다, 아주 짧게나마. 그러니 아마 이 의념기는 공간 장악형 의념기일 것이다. 그러니 이대로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미안, 잠시만 버텨줘."
무섭고 불안하고 아파도 움직여야 한다. 강산은 의념기의 시전을 멈추고 엘 데모르를 시전하기 시작한다.
남의 의념기에 마도로 간섭한다는 발상은 분명 평소의 그라면 미친 짓거리라고 할 만한 것이었다. 근데 지금이 씨× 망설일 때냐? 그의 직감 혹은 불안이 외친다. 의념기 '너의 무대'가 있다고 해도 우빈에게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계속 그랬다간 그를 영영 잃게 될 거라고. 그는 이미 우리를 위해 팔 하나를 적에게 내주었고 다른 부상 또한 감수했다. 무기마저 망가져가는 상황이니 그 다음으로 그가 희생하게 것은-
그러니까 움직여. 눈앞의 이 불빛이 꺼지는 것이 무섭고, 돌이킬 수 없는 결말을 원하지 않는다면 움직여. 어떻게든 해내!!
#강산 : 의념기 시전을 끝내고 기술 '엘 데모르'를 사용합니다. 도기코인 316개를 지불해 필드 태그 수정을 시도합니다.
온화하게 풀린 태도에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역시나 다소는 떠보기, 자세 확인이었나. 압력을 가하면서도 대화는 끊지 않은 시점에서 짐작은 했다. 성정탓인지, 역성혁명의 반역 덕인지. 나는 이러한 위압감에는 다소 강하니까. 물론 전부 다 연기라는 것도 아니었겠지. 내가 화를 내던 처신을 잘못하던 하면, 그 뒤로 UHN과는 완전히 두절이었을 것이다.
"예, 물론 입니다. 차는...감사합니다. 잘 마시겠습니다."
미소지으며 비밀로 부탁한다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한다. 이런걸 생각 없이 떠들어대는 녀석은, 신용도 쌓지 못한 체로 스리 슬쩍 사라지게 되는 법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내어진 차를 집어 적당히 자연스럽게 한모금 홀짝인다.
"....."
나는 그의 온화한 어조의 불온한 내용을 들으며 나뭇가지를 본다. '잔가지'로 짐작되는 인원들이 저도 모르게 뇌리에서 몇명 스쳐 지나간다.
"UHN이 자원봉사자나 저희들의 부모님이 아니란건 모두 알고 있어야 겠죠. 저희는 위쪽의 가혹한 명령에 복종하는 군대도 아니고, 반대로 부모님의 등골을 무상으로 빨아먹는 기생충도 아닙니다. 저희와 여러분은 서로를 위한 건전한 협력 관계로써 성립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적어도 저는 생각합니다."
차를 홀짝이면서, 나는 덤덤히 그리 얘기한다. 이것 또한 별로 아부가 아니다. 나는 그런 것에 능숙하지 않다.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은혜란건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닌 것이다. 받았다면, 돌려주어야 한다. 적어도 돌려주려고 노력은 해야 한다. 받은 것은 당연히 여기고 해주기는 싫어한다면. UHN이 악당이 아니더라도 질색하는 것은, 당연한 인간관계의 이치다.
"맞는 말씀입니다. 다만, 쳐내는 잔가지가 적을 수록 나무는 자연스럽고 풍성해지기도 할테지요. 잔가지를 쳐내는데에도 수고가 드는 법이니까요. 다소 바람이 가득한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제가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방법을 위해 노력하지 싶습니다."
상대의 의사에 동의하면서도, 내 의견도 정리해서 내둔다. 우리는 UHN을 뜯어먹을 생각이 없다. 적어도 나는. 복종하는 노예가 될 생각도 없지만, 무상의 보상을 기대하는 기생충이 되어서도 안된다. 우리는 분명 손을 잡을 수 있다. 좋은 관계가 될 수 있다. 라는 이야기를 마찬가지로 둘러 전해둔다.
[아아 보이나? 이쪽 천자랑 접선 성공했다. 거기에 전략에 대해 이런저런 조언을 들었는데... 그걸 말해줄게.]
토고는 문자를 보낸다. 지금이 기회다. 지금이 아니면 전해줘봐야 늦는다.
[시민들을 구출하러 쏘다닐 필요 없이, 길을 만들면 된다. 테러는 일반 시민들이 사는 구역에 일어나고 있고, 일반적인 시민들은 막힌 길을 건널 힘이 없다. 그렇기에... 건물을 무너뜨리든 뭐든 해서 길을 막고, 흐름을 유도하여.. 한 구역에 모아 지키면 되는기데이.] [그리고 시민들을 지킨다. 라는 것이 성사된다면 별동대를 만들던 뭘 하든 하믄서 다른 구역에 남아있는 시민들을 구출하면서 세례자를 처치하고... 성자를 없애면 된다.] [세례자가 더 나오지 못하게 하믄서 시민 구출까지. 캬, 천자 이 녀석 천재 아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