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당연한 것처럼 봉투를 받아들고 가라아게를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와작와작 우물우물... 묵은 허기도 채워지고 맛있는 것도 입안에 가득 들어온다. 그러다 보니 기분이 좋아져서, 나는 자랑스러운 것처럼 이쪽저쪽을 가리키면서 들뜬 듯이 말하기 시작했다. 먹을 것을 자연스레 받아드는 것은 고칠 수 없는 천성이었다. "당연히 있지. 날 뭘로 보는 거냐."
"저, 저쪽에 폐건물이 있거든. 아무도 없고, 비도 막아줘서... 한동안은 저쪽에서 잤고."
"비가 안 오면 쩌어기 공원에 있는 벤치에."
"이야― 그 때는 벤치녀가 안 비켜줘서 여러모로 큰일이었다고. 하지만 훌륭하게 대처했다는 말씀."
망부석처럼 기다려서.
"아 맞아, 신문지랑 상자 같은 거 두르니까 따뜻하더라. 한 두 겹 두르면 적당해."
전문적이다.
"오늘은 지하철? 맞...나...? 라는 곳에서 잘 생각이었는데..."
"긋, 그, 그, 누워버린 건 어쩌다 보니 있던 사고고..."
"아, 또 있다!"
또 여기도 있고... 저, 저기도 있고...
기력이 돌아왔기 때문이었을까? 자랑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눈으로 계속 이런 노숙 자리 저런 노숙 자리를 전문적인 사업자처럼 브리핑했다. 마치... 그래, '나 이 정도면 훌륭하지?', '낯선 현대에서 적응 잘하지?', '이야, 나 정도로 많은 잠자리를 알기도 힘들겠다' 라고 말하는 듯한... 그래...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어쩌지. 밤산책을 하는 길에 석상과 조우하고 만 내가 중얼거렸다. 저어기 어디더라, 바다 건너 어느 곳에서 이거 비슷한 게 있다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애초에 석상 요괴는 의외로 있는 편이고. 그런데 이건 너무 대놓고 다니는 거 아닌가 싶었다. 요즘 인간들이 얼마나 무서운데, 이러다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려고! 낙서를 당할 지도 몰라! 사실 내가 지금 조오금 정도 하고 싶어서 그런거다.
...잠깐만. 그러고보니까 이누이누가 최근 석상 요괴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던데. 턱을 만지작거리면서 가만히 살펴보다가 나뭇잎을 하나 들어 올리고 중얼거렸다. 좀 많이 장난스럽게 말이야!
"폼포코링-"
가벼운 결계다.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지나가는 인간들은 인식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피해서 지나가겠지. 나중에 깨어있을 때 잔소리를 좀 할까- 옆으로 스쳐가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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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이누는 귀엽다. 외관 조형에 본인의 미의식이 들어갔다면 아마 대단하다 싶을 정도.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저 멍멍이 요괴 아가씨는 그냥 태어나길 저렇게 태어났다는 것을. 하얀 미소녀에게 강아지 귀와 꼬리가 달린 것이 진짜 요괴로서의 모습이었다. 근데 지금 길거린데? 나뭇잎을 흔들면서 손가락을 튕겨서, 이누이누의 귀와 꼬리를 다른 '인간'의 시야에서 숨기려 했다.
"작년부터? 육 개월 좀 넘었나-"
여전히 말투는 어딘가 이상하구나! 하면서 아주 가볍게 정수리를 다시 한 번 툭 치려고 한다. 학교에 다닐 생각은 아니었는데, 상황이 재밌게 돌아간다는 걸 알고 '오 개꿀'하면서 여기로 온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근데 저 학교 이사장은 대체 뭘까? 요괴나 신이나 받아주는 게 고맙긴 하면서도 아직 의아했다. 이야 오래 살아도 모르는 게 있어서 세상이 정말로 좋아!
"짱 귀여운 바케다누키의 매력 포인트인 걸-"
콕콕 거리는 걸 지적할까 싶었는데, 금방 뒷짐을 지기도 했고 친한 사이에 못할 것도 아니니까 봐준다! 대신, 이누이누의 머리를 마구잡이로 쓰다듬으려고 했다!
맛있는 것으로 배가 채워지니 형님의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다. 자랑스럽게 여기저기를 가리키며 뭔가 말을 하는데.... 내가 어떻게 반응해야할까. 일단 내 표정이 실시간으로 구겨지고 있는 것은 느껴지는데! 폐건물, 벤치, 지하철, 신문지에 상자에... 이건 '지낸다'고 하기에는 열악하다. 아니 애초에 내가 물은 것은 천장 있고 가구 있고 난방 냉방 잘 되는 그런 곳을 말한 것이다. 집 말이야 집!
"..형님."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진중하게 말하고 말았다. 다양한 장소에서 노숙을 하는 것을 마치 훌륭한 적응인 것 마냥 말하는 건 아무리 그래도 아니었다. 쇠락한 신이라도 신이며, 자신은 형님이 이렇게 지내는 건 보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살다 한계가 오면 다시 틀어박힐 거 같단 말이지!
"그건 노숙입니다."
그래서 직구를 던졌다.
"이러다 겨울 오면 입 돌아가요!! 아직 봄이니까 괜찮겠지 싶죠? 금방이에요!"
요괴와 신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일 년이란 시간은 정말로 순식간이다. 이 말은 즉슨 지금은 날이 따뜻하니 괜찮다 싶어도 눈 깜짝할 새에 가을이 오고 겨울이 된다.
"안되겠다. 일단 오늘... 아니 한동안 우리 집에서 지내세요."
이게 맞나 싶지만 그렇다고 길거리에서 지내게 둘 수는 없다. 이대로 둔다고 해서 방을 구해 살 것 같지 않고.... 옆에 둔 채로 집 구하는 걸 도와주는 편이 좋겠다.
신앙의 저하로 힘은 전만한 위엄을 갖추지 못하고, 신의 모습으로 강림하기에는 인간 세계가 너무나도 많이 변한 악조건이다. 라고 했는데 완전한 신의 모습으로 강림하는 덴 어느 정도 제한이 있다고 이해하면 돼? 만약 제한이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 예를 들어서 무신의 전성기 시절 완전대빵큼!산도 움켜쥐는 지네 모습←이런 경우는 당연히 안 될 것 같긴 한데 그 외에는 기준이 대략 어떻게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