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먹, 이 주먹으로 난 아야카미의 짱이 되었다. 고등학생인 지금은 평범하게 지내려하지만 말이다. 고등학교도 내가 짱이 되려했으나 올라가야하는 고통을 나는 안다. 하나하나 쓰러뜨릴때마다 끝없이 도전해오는 싸움꾼들... 그것을 견뎌야 마지막에 정상에 서있을 수 있는게 바로 짱이란걸...
>>519 퐁! 소리를 바라보면 물 위에 나뭇잎만 한 장 동동 떠있고. 이누는 살짝 건드려진 정수리를 한번 긁적이고서 어느새 뒤에 서있는 귀여운 너구리 미소년을 바라보곤. 눈을 반짝 빛내며 복실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
"오옷... 린게츠 공! 언제 돌아왔어?"
상대를 '공'이라는 호칭으로 높여 부르면서도 반말로 끝을 맺는 것은 여전하다. 힘 조절을 제대로 하라는 말에 배시시 웃기만 하다가. 린게츠가 머리를 쓰다듬어 오면 고개를 살짝 숙이고 얌전히 있다가도. 다시 까치발로 얼굴을 가까이해선 린게츠를 바라보며 손가락을 휙 들어서 얼굴에 닿지 않게 몽땅한 눈썹과 눈 밑의 점을 콕콕콕 가리키며.
오, 살아있는 자가 이곳에 오는 것은 실로 오래간만이구나? ...후후후, 농이니라. 내 일에 걸맞는 가벼운 조크라고 생각해주었으면 하는구나.
그래, 이곳에 그대와 연고가 있는 죽은 자가 있더냐? 그리하다면 응당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해야겠지... ...아닌 것이냐? 그저 내가 이곳에 있는 것이 궁금했던 것이구나. 그래, 그런 경우도 종종 있었지...
후후후, 아니다. 불쾌하다느니 그런건 생각조차 하지 않았으니 걱정 말거라. 웬 또래의 여자아이가 이런 음기 가득한 곳에 있다면 나 또한 의문을 가졌으리라 생각되니 말이다.
오, 이전에 보았던 별난 손님 아니더냐. 이젠 제법 많이 자랐구나. ...후후후, 아무 일도 아닌 것이다. 그저, 이런곳을 몇번이고 연고도 없이 오니... 그대 또한 별난 이구나. 라고 생각했을 뿐이니라. 그나저나 이번엔 무슨 일인 것이냐? 안색도 좋지 않고, 어째 머뭇거리는 기운이 느껴지는구나. 혹여 이곳까지의 길이 고되었다면, 그부분 역시 고려해봐야겠구나. ...아닌 것이냐?
...나에게? 이걸 주는 것이냐? ...미안하구나. 그대의 마음은 언뜻 알 것도 같지만, 외려 그렇기에 나는 이것을 받을 수가 없구나.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겠다만, 난 그대에게 이런 것을 받을 자격이 없는 몸이니라. 거절을 해놓고서 이런 말을 하기엔 무엇하나, 그대는 분명 나보다 좋은 배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니라.
오, 못보던 새에 장성하였구나. 말끔히 차려입은 것이 이젠 어엿한 성인이라 할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 이번엔 어떠한 일로 찾아온 것이냐? 후후후... 그건 참으로 경사가 아닌가? 내 말하지 않았느냐, 그대는 분명 좋은 배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말이다. 여성스러움은 내가 더 우위에 있단겐가...? 떽, 복 달아나는 소리 하지 말거라. 그러다 2세를 영영 못볼 수도 있느니라.
...나는 어찌하여 이전 그대로인지 묻는 것이냐? 글쎄... 성장할 이유가 없어 멈춰섰다는 것이 가장 좋은 변명거리일지도 모르겠구나. 후후후... 그대는 참으로 궁금한 것이 많구나. 허나, 그대로인 것은 그대 역시 마찬가지 아니더냐? 마치 당연한듯이 이 무덤가로 온다는게 말이다.
...어쩌면, 그대는 다른 의미로 나와 연결되었을지도 모르겠구나.
...이 날씨에 어쩐 일이냐? 나는 달리 문제될 것이 없으나, 그대가 우산도 없이 비를 맞는 것은 안될 일이니라. 일단 이걸 받아두거라.
...그래, 이번엔 이곳에 연고 있는 자가 잠든 게로구나. 그대는 먼 곳으로 가있었기에 일찍이 이곳으로 오지 못했던 것이고... 그래, 최근 장례 행렬에 어찌 여인만이 홀로 앞을 나서는가 했다. 그래, 아름다운 아가씨였지. 다만 젊은 나이에 홀연히 떠나버린 것은 썩 내키지 않더구나.
...아무 일도 아니다, 그저 내 오래 전 꺼냈던 농이 망발은 아니었나 잠시 고민했을 뿐이다.
...오늘은 날이 궂은듯 싶으니, 안에서라도 이야기를 하지 않겠느냐? 이것 참, 이곳에서 줄곧 죽은 이만 맞이하다 보니, 살아있는 이를 맞이하는 것도 실로 오래간만이구나. 무엇보다, 지금 그대로면 감기에 걸리지 않겠느냐? 최근에는 이 근처를 서성이는 쥐들도 있어 괜시리 걱정되는 것이다.
걱정 말거라. 손님을 위한 방은 얼마든지 있으니, 부디 몸을 녹이고 편히 쉬었다 가면 좋겠구나. 허나, 나갈적 그대의 근심은 모두 이곳에 놓고 가거라. 죽은 자에 대한 미련은 오래 품고있어 좋을 것이 없으니...
...그래, 그 뒤로 꽤 많은 일이 있었구나. 내 그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지. 나 또한 그곳에 있었으니 말이다. 그대만큼은 그러지 않길 바랐건만... 역시 운명이란 야속하구나. 아무리 장성한 인간이라 한들, 전쟁과 병마라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더니...
...오래전, 무의식적으로 꺼냈던 나의 말이 기억나느냐? 그대의 고백을 거절했던 때 말이다. ...후후후, 아직도 기억해주는구나. 그래, 그대에겐 반드시 후회할 일이 올것이라 하였다.
이젠 그대도 깨달았지 않느냐? 내가 이곳의 묘지기로서 수십년을 있었건만, 그대가 서서히 늙어갈적 나는 여전히 지금의... 소녀의 모습 그대로였다는 것을 말이다. 처음 십수년은 속일 수 있었겠지만... 그 뒤는 역시 아니겠지.
그래도... 썩 나쁘지 않은 만남이었다 할수 있겠구나. 나 역시, 이토록 인간과 길게 이야기한 것은 오래간만이니라.
...정말, 마지막까지 이상한 소리를 하는구나. 첫사랑은 그저 첫사랑으로만 담아두거라. 그것이 순리라고 인간들이 말하더구나. 외려 여지껏 나를 그리 생각했다니, 그대는 참으로 별난 이구나.
걱정 말거라. 자네가 편히 잠들고나면... 필시 찾아올 이가 있을 것이다. 그는 내 오랜 친구이니, 두려워말고 맘 편히 따르거라. 그동안 그대의 유해는 내가 잘 보살피고 있을테니 말이다.
>>551 이누는 뭔가 혼내지는 느낌이라 긴장을 하고 있었는데 장난이었다는 말에 표정을 확 풀고서는. 머리를 쓰다듬어 오면 또 얌전히 머리를 맡기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
"아. 나는 시로이 하나. 보다시피 그냥 강아지(이누)야."
딱히 별다른 능력도 없고 맡은 일도 없는 백수 신세인 별 볼일 없는 강아지일 뿐. 이누는 그저 장난하길 좋아하는 약한 요괴라서 인간들이 그다지 무서워하지도 않고 그냥 지나가는 동네 강아지 취급이다. 그래도 사람과의 대화는 언제나 즐겁지. 이렇게 살갑게 다가와 주면 더 좋다.
"이름은... 옛날에 내가 아직 말을 잘 못할 때. 머리털이 흰 벚꽃을 닮았다고 해서 누군가 그렇게 불러줬었는데. 어감이 좋아서 그냥 쓰고 있어. 아마 그 사람은 이 근방의 사람이 아니었던 듯해."
situplay>1597031091>609 탁한 청동빛을 띄는 머리카락을 지닌 청동신이 달려든다!
"응악"
갑자기 와락 달려드는 형님에 이상한 소리를 냈다. 맥주캔을 흔들거리며 왔지만 지금 나는 161cm 미소년이다. 그리고 이 형님은 신계에서나 여기서나 여전히 나보다 덩치가 크다. 내가 작은 모습을 고수하는 것도 맞지만. 그렇다고 어색한 상황은 아니었다. 익숙하게 받아들인 채.. 딱히 등을 쓰다듬어주거나 하지는 않았다. 손에 뭘 들고 있었고, 비어 있었다고 한들 토닥여 주지는 않았을 거다. 신에 대한 예의라고 할지. 그렇다고 해서 밀어내지도 않는다. 마음 아픈 형님에게 어깨 정도는 내어드릴 수 있다.
"응응. 힘든 상황이셨구나, 형님. 배 많이 고프시겠네요."
야요이 시대 부터 시작된 인연, 대략 2천 몇 백 년. 거기에, 형님이 아주 두문불출하게 된 것은 대략 천 년. 이 정도 변명 같은 말은 익숙하다. 느리게 풀리는 포옹의 끝에서 형님의 얼굴을 보았다. 좀 더 마른 것도 같고... 말 끝에 물기가 묻어있던 것을 보면 아주 힘든 상태였던 것 같다. 그래도 내 앞에서 어느 정도 체통을 지키시려는 분이니까.. ......아마도.
"........어, 어, 어어, 어... 아, 아마도...???"
에... 형님의 말은 썩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시선도 맞지 않은 채 고개만 뚝 떨어진다. 어디 오랫동안 겁먹어서 박혀 있던 요괴가 세상에 나왔을 때랑 비슷해 보이는데..... 절레절레 고개 저은 나는 그냥 편하게 먹으라는 생각으로 가라아게 봉투를 통째로 형님에게 안겨주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