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를 맞아, 신은 영락했다. 낡은 신이 신앙을 되찾기로 결심하게 하는 데는, 줄곧 천했던 요괴가 신을 짓밟고 올라서기로 결심하게 하는 데는, 그야말로 충분한 구실이었다. 서로 영원히 화합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두 종족은, 제각기 비장함을 품은 채, 서로 부딪혀 싸울 전장으로 나아간다─── ───인간 고등학교로.
신세기를 맞아, 신은 영락했다. 인간은 더 이상 신을 경외시하지 않는다. 참배라거나 신을 모신다 같은 것은 이제 전통이기에 지키고, 관습이기에 기계적으로 따를 뿐. 더 이상 거기에 영혼을 담는 인간 같은 건 없는 것이다. 신님이라며 함부로 이름조차 부르기 꺼려졌던 분들은 이제 먼지 쌓인 신(神)대백과사전 같은 곳에서나 쓰레기처럼 이름이 나뒹굴고 있다. 이름조차 역사의 풍파에서 지워져 없어진 신들도 있다. 오늘날로 말하면 신님이 천박한 농담이 된 시대다. 부정되고 폄하되고 잊혀진다. 신들의 가호를 받던 시대를 잊기라도 한 듯이, 아니─ 지금도 신사에서 행운을 빌고 있는 주제에 정작 그 마음가짐은 한 장 종잇자락보다도 가볍다. 공경하여 두려워 섬겨야 할 신이 한낱 구시대의 낡은 것으로 치부되는 것이다. 그곳에 존경이나 두려움, 섬김의 마음 같은 것이 깃들어 있을 리가 없다. 진심으로 신을 믿는 고리타분한 녀석 따위 있을까 보냐.
…………신앙을 힘으로 바꿔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보다 더 큰 재앙이 있을 수는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신간(神間)에서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름하야, 「신앙 되찾이信仰戻し」 (적당)
신의 권위를 다시 위로. 신의 위엄을 다시 가장 꼭대기로! 손 쓸 수 없이 무너진 신앙심을 바닥부터 재건해 올리고, 다시금 신이 위풍당당한 신세기를 만들자고. 그런 열풍이 신계부터 하계까지 구석구석 돌기 시작했다.
물론, 결심이 빨랐다고는 전혀 말하지 못하겠지만서도. 신앙의 저하로 힘은 전만한 위엄을 갖추지 못하고, 신의 모습으로 강림하기에는 인간 세계가 너무나도 많이 변한 악조건이다. 예전에도 간간이 있었을 법한 반짝이는 유행으로 그치고 말지, 신사(神史)에 한 획을 긋는 거대한 대혁명이 될지는, 신세기만이 알고 있겠지. 뭐, 힘내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