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그런 순간을 느껴본 적 있는가? 화창하고 쨍쨍한 날인데도 불구하고, 하늘을 지나가는 몇 점의 구름의 그림자 중 가장 진한 것이 자신의 머리 위로 낮게 드리우며, 다른 모든 것들이 햇살 아래 말갛게 빛나고 있는데 자신에게만 어두운 그늘이 드리웠을 때 몰려오는 알 수 없는 불길함을.
성운은 결코 감이라던가 눈치라던가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사람의 감정을 느끼고 공감하는 것은 잘했지만, 스멀스멀 다가오는 불행의 전조를 알아채는 데에는 취약했다. 인첨공으로 들어오는 버스에서마저 기대감에 부푼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으니 오죽하겠나. 능력 카테고리라도 인투이티브 앱티튜드였으면 차라리 나았으련만 그는 자이로키네시스트였다.
그러나 그런 성운이라도, 어느 순간 자신에게 드리우는 암운을 눈치채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그것이 아마 오후 2시경이었나 그랬을 것이다. 어느 카페에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주문을 하나씩 하실 때, 두 분이 오래간만에 이야기나누시는 새에 아까 혜우에게 보냈던 메시지를 확인해보려고 핸드폰을 꺼냈을 때, 그 때가 최초였다.
1 오후 12:31 [ (보기에도 먹음직스런 빠네 파스타 사진.) ]> 1 오후 12:31 [ 혜우야, 여기 정말 맛있어! ]> 1 오후 12:31 [ 다음에는 우리 여기에 식사하러 올까? ]>
아까 보냈던 메시지 옆에 있는 1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이 때 성운은 조금 불안감을 느꼈다. 혜우가 지금 문자 보내기엔 바쁜 상황이라 답신이 늦는 상황은 있어도 답신을 확인하지도 않는 상황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불안감을, 성운은 나직이 내리눌렀다. 아마 핸드폰도 못 볼 만큼 바쁜 일이 있나 보다, 하고 생각하면서. 그래서 성운은 그 대신 손에 들고 있는 프라페 사진을 찍어다가 대신 보냈다.
1 오후 2:14 [ (딸기 프라페 사진.) ]> 1 오후 2:14 [ 네 것도 하나 사갈까? 지금 하는 일 끝나면 말해줘~ ]>
그러나 잠시 뒤, 핸드폰을 확인해봤을 때에도 1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 얼마 뒤에도, 얼마 뒤에도······
1 오후 3:26 [ 혜우야? ]> 1 오후 3:27 [ 무슨 일 있어? ]>
1 오후 4:05 [ 혜우야 ]> 1 오후 4:05 [[ 📞보이스톡 해요 0:00 ]]
그 순간이었다. 지금껏 눈부시도록 밝은 햇빛 속에서 얼굴이 부서져라 행복하게 웃던 순간을 나직이 살금살금 따라붙던 그늘이, 혜우의 발목을 움켜쥐었다는 것을 직감한 때가.
성운의 얼굴이 납빛으로 질렸다. 성운은 잠깐 생각해보았다. 부장님? 바쁘신 분께 이런 일로 전화를 걸 수는 없어. 세은이? 아니야─ 걔도 알 것 같지는 않아. 아지? 여로? 이경이? 수경이? 정하? 동월이? 리라? 부부장님? 누구, 누구한테? 아버지? 아니야, 혜우가 아버지 연구소 소속은 아닐 텐데. 하지만 아버지께 말씀을 드려보면─
그때 손끝에 잡힌 것이, 피아노 선생님, 이라는 이름의 연락처였다. 혜우가 성운에게 소개해준 피아노 선생님, 박유준.
같은 학년 친구들이나 부원들을 놔두고, 혜우와 얼마나 가까운지도 알지 못하는 어른한테라─ 그러나 혜우와 얼마나 가까운지 잘 모르는 건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애인이라고 해도 사귄 지 얼마 안 됐는제 서로 친구 사정을 다 꿰고 있을 리도 없다. ···어른이니까, 뭔가 대책이 있을 거야. 참으로 대책없는 발상으로, 성운은 유준에게 연락을 넣었다.
1 오후 5:11 [ 유준 선생님, 실례합니다 ]> 오후 5:11 [ 주말 레슨 받는 서성운인데요 ]>
1이 사라졌다. 이내 무슨 일이냐고 묻는 대답이 돌아왔다.
[ 갑자기 뜬금없는 말씀 드려 죄송한데 ]> [ 혹시 혜우와 자주 연락하고 지내시나요? ]> [ 혜우가 지금 연락을 안 받고 있어서요 ]>
그리고 성운이 떨리는 손으로 보낸 질문 아래에 돌아온 대답은, 성운의 손을 마비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오늘 혜우가 소속된 연구소에서 음악회를 열었으며, 거기서 공황발작을 일으켰다고. 지금은 진정제 맞고 집에서 휴식 중일 거라고.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한 채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던 그 순간 옆에서 툭 끼어든 게 어머니였다. 성운은 화들짝 놀라 손에서 폰을 떨어뜨렸다.
“─아들. 얼굴 표정이 왜 그럴까.”
핸드폰은 땅에 충돌하기 전에 공중에서 멈춰섰다. 성운은 다시 핸드폰을 집어들며, 식은땀을 흘리는 얼굴로 대답했다.
“벼··· 별 거 아니에요.” “아들.” “네··· 네?” “가봐야 하는 일인 거지?” “······”
호란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성운의 얼굴을 톡톡 두드려 땀을 닦아주었다.
“엄마가 뭔가 도와줄 건 없고?” “···네. 그래야만 할 것 같아요. 친구가, 몸이 안 좋아서 누워있대서.” “어머, 그래? 축제날인데 친구 혼자 아파서 누워있으면 서럽겠네. 그래, 어서 가보렴.” “그─ 그래도 될까요?” “요녀석, 이럴 때에는 눈치있게 엄마랑 아빠가 간만에 오붓하게 데이트하도록 자리 비켜줘야지!”
>:D 하고 웃으며 머리를 박박 쓸어주는 어머니의 손길에, 성운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호란의 표정이 <:D으로 바뀌었다.
“어이구. 이 녀석 아빠 닮아서 쥬시한 것도 전혀 안 변했네.” 하고 너스레를 떨고는, 호란은 말을 이어갔다. “성운아. 나는 너를 키우면서 너한테 ‘사내새끼가 눈물 같은 거 흘리면 안 되지!’ 같은 소리는 지금까지 안 했고, 앞으로도 안 할 거야.”
그리고는 그녀는 손수건을 들어 이번엔 성운의 눈가를 톡톡 두드려주었다.
“하지만 이건 기억해두렴. 병문안은 우는 얼굴이 아니라 웃는 얼굴로 가는 게 더 좋아. 알았지?” “···네, 알았어요, 엄마.” “그러면, 가봐. 친구 기다리겠다.” “다녀오겠습니다···!”
성운은 자신의 능력을 비행에 쓸 수 있음을, 그날 처음 알았다. 자신에게 역중력을 걸어 충분한 고도까지 떠오른 뒤에,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중력의 방향을 돌려버리면 되는 것이었다.
“약속했어요. 언제라도. 무슨 일이 있더라도.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놓치지 않겠다고요. 멀어지지 않고, 걔 옆에 있겠다고요.”
유준이 한숨을 푹 쉬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그리고 잠깐의 침묵 뒤에, 어렵사리 입이 열렸다. 몇 시까지 어디어디에서 보자고. 성운은 주소를 한번 더 되뇌어서 유준에게 주소를 확인받은 뒤에, 난생 처음으로 중력편향 비행에 돌입했다. 무한한 절벽을 떨어져내려가는 것만 같았다. 눈을 보호하는 아무런 장구도 없이 바람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눈이 건조하고 아렸다. 눈을 계속 깜빡이느라, 눈을 뜨고 있는 시간보다 감고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러나 성운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유준이 말했던 장소에 착지했을 때, 성운의 눈은 토끼눈이 되어 있었다. 괜찮냐는 질문에, 성운은 혜우는 좀 어떠냐는 반문으로 대답했다.
아마 아직도 자고 있을 테지. 그러나 성운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유준이 혜우의 집을 문을 열 권한이 있는 것이 평소라면 신경이 쓰였겠으나, 성운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로퍼를 벗어다 현관에 가지런히 놔두고, 성운은 양말바람으로 종종걸음을 쳐 집 안으로 들어갔다. 덜컹 하고 문이 닫히고, 복도의 불빛과 센서등까지 사라지자, 서서히 꺼져가는 태양만이 집 안에 남아 난생 처음으로 와 보는 혜우의 집이 마치 서서히 심해로 잠겨들어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성운은 걸었다. 몸무게를 가볍게 줄이니, 발소리도 작아졌다. 그리고 살며시, 문을 연다.
그 곳에는 혜우가─네가 있었다.
마음어 무언가 꽂힌 것처럼 아팠다. 눈은 시큰거려 잘 보이지도 않았고, 머리끈은 날아오던 와중에 어디로 날려갔는지 풀어져 달아나버려 머리카락은 엉망진창으로 헝클어져 있었다. 수 킬로미터의 열공을 가로지르며 얼굴로 맞은 맞바람에 진작에 다 말라버려 뻑뻑해진 눈알이 다시 젖어드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네가 가장 위안을 필요로 할 때,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그래서 성운은 그걸 흘리지 않기 위해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눈물을 닦고는 눈을 다시 뜬 뒤에, 최대한, 평소와 같은 미소를 지었다. 병문안은 웃는 얼굴로. 눈썹은 그렇게 되지 못했지만, 이 정도로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