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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지금 웃어주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언제 소년을 거부할 지 모른다. 그래도, 하얀 소년은 그가 자신의 가면을 정말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다.
"..적어도 집에서는 그러지 않을 테니까..."
이미 최근, 소년은 집에서 동거나는 정하나, 청윤에게 가면을 벗은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다. 둘 다 객관적으로 좋은 사람이니 자신을 기분 나쁘게 여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소년은 믿기로 하였다. 여로의 낮은 목소리를 들으며 소년은, 끌어안는 힘을 거부하지 않고서 그저 어깨에 턱을 문질렀다.
"......그건, 기쁜 것 같네.."
집이라서 그런가 조금 더 가까워져서 그런가, 여유로운 태도가 돌아온 여로에게 소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잠깐만."
....그리고, 성여로의 선전포고를 들은 소년은 잠시, 고심하듯 침묵을 지키더니 그런 말을 남기고 조심스럽게 여로를 밀어내었다. 그리고 방에서 나가더니, 곧 무언가를 가지고 왔다. 그건 종이로 이루어진 팔찌였는데, 하얀색과 보라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손, 줄래."
//이경이가 준 팔찌는 이 영상에서 나온 것! 그 중에서도 가장 작은 사이즈로 촘촘하게 만들었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rUncQkGCY8Q
스스로를 고찰한다는 말은 딱히 틀린 것이 없었을테다. 어찌 됐든 과거의 자신을 생각하고 있었으니. 정확히 어떤건진 잘 모르겠지만, 애린이 '직접 겪어봐야 아는 셈' 이라고 하는 것에는 고개를 끄덕였을테다.
" 그것도 그렇네. " " 이래서 녹슨건 문제란 말이야~ "
녹슨 것이라는건, 자신을 말하는 것이었을까. 그야 저지먼트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인간관계에 회의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무던했으니까.
" 딱히 잃어버리진 않았지만, " " 옛날에는 좀 조용하긴 했지. " " ...아니, 냉랭했다고 하는게 좋으려나. "
남의 물음에 대답도 안하고, 필요한 소통은 단지 고갯짓으로만. 그것은 단지 '조용하다' 라는 말로는 부족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 말을 바꾸었다. 잃어버린 기억은... 적어도 그것은 동월 자신에 대한 것이 아니니, 딱히 그곳에서 얻을 내용은 없을테다.
" ..... "
딱지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말해주었겠지만, 그 다음에 이어진 애린의 행동은 동월의 행동을 멈추게 만들었다. 속히 말해서 고장났다고 하는 것이다. 뭐, 대충 무슨 표현을 하고싶었는지는 알것 같았고, 그것에 대한 예를 보여주는 것 또한 이해할 수 있었다.
" 이렇게 쓰는거다 감자같은 녀석아. "
멍하니 애린의 행동을 바라보던 동월은, 이내 빙긋 웃으며 주먹을 쥐었고, 그것은 속절없이 애린의 정수리를 향해 꽂힐 준비를 했다. 크게 아프진 않겠지만, 충격 정도는 조금 있을테다.
" 뭘 기대한건 아니지만, " " 누구를 엄청 닮았었거든. "
즐겁고 시원하고 유혹적인 남성을 닮았었지.(?) 라고 덧붙인 동월은 혼자 고개를 한 번 끄덕였을테다. 그래도... 방금 전의 농담과는 다르게, 애린의 차분하고 온화한 웃음은... '여자애' 라기 보다는 '여성' 의 느낌을 주었던 것도 같다.
" 그래 인마. 그 정도면 충분히 아프고 불편한거지. "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아마 '병원에 가봐라' 같은 잔소리를 했겠지만... 동월은 그럴 수 없었다. 그것은 아마 애린도 익히 알고 있는 이유 때문일테지. 그것은 입에 담는 것 만으로도 동월을 공포에 빠트릴 수 있을테니까. 적이 알았다면 동월에게 이길 수 있는 필승 전략이라고 할 만큼 말이다.
" ....! "
기대어도 된다는 말에, 또다시 분위기를 바꾸고선 자신에게 밀착해오는 애린을, 잠시 놀란 눈빛으로 본다. 애린의 검지가 동월의 입가로 다가왔지만, 동월은 딱히 그것에 맞춰 말을 멈춰줄 생각은 없었다.
" 오히려 당연한 걸로 생각하라고 그러는거다만. "
여전히 자신의 입가에 애린의 손가락이 있다면, 그 손도 잡아서 슬며시 내리려 할 것이다.
" 기억이 나지 않으면 뭐든 편하게 물어봐라, " " 걷는 것이 힘들다면 기대어라. " " 그 사소한 걸 들어주는게 힘들 리도 없다만은. "
다만 사소한 일이라는 핑계를 대며 사소한 이유로 넘어가는 것은 힘드려나.
" 내가 없는 동안은, 그렇게 할 수 있냐? " " 매번 잊어버려도 매번 똑같이 대답해주는 사람이 얼마나 많지? " " 걸을 때마다 옆에서 잡아주는 사람이 얼마나 많지? " " 내가 너와 그렇게 오랜 시간을 같이 있는건 아니지만.... " " 그래도 나와 같이 있는 시간 만큼은, " " 편하게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
그런 이유였다. 애린이 평소에 어떤 생활을 하고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부모님은 어떤 사람들인지, 커리큘럼은 어떤 식으로 받는지, 다른 친구는 있는지. 모르는 것 투성이일 뿐이다. 다만 서로의 생존을 약속한 사이인데, 등을 맡길 수 있어야 하는 사이인데...
" 오히려 그것밖에 못해주는게 미안할 지경이라고. "
아무리 순간적으로, 신기루처럼 사라진 행동이었다고는 해도, 동월은 하고 싶은 말은 참지 않고 내뱉는 경향이 있었다.
" 으으음..... 그런걸까. " " 어려운 얘기긴 한데, 그래도 대충 알 것 같기도 하고. "
마음의 창이라. 그럼 자신의 새하얀 시선은, 어떤 마음을 담고 있는걸까. 실없는 생각을 해보았다.
" ......뭔놈의 덮밥 이름이 그래. "
슈퍼엑스트라곱배기야 그렇다 치자. 쳐맞는 말이라니. 당장에 욕쟁이 할머니가 나와서 욕을 슈퍼엑스트라곱배기 수준으로 뱉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아무튼 주문은 해야겠지...
" ....그럼 나는 할말 못할 말로. "
핵폭탄맛. 아마 이 가게에서 제일 매운 맛일테다. 원래라면 적당히 매운맛을 시켰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이미 애린이 시키기도 했고, 축제라는 청춘을 즐기기 위해서 조금의 고통을 감내하기로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