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그 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부실에서 저지먼트의 일을 하고 있었다. 한 학기 동안의 사건사고 보고서와 서버에 저장된 정보 간의 교차 확인과 첨삭을 하는 일이었다. 특히 이번 학기엔 블랙 크로우 탓에 자잘한 일이 많아서 서류의 양이 꽤 많았다. 오늘 내로 할당량을 채우려면 제법 바쁘게 확인해야 했다.
그러니 한눈 팔지 않고 부지런히 서류들을 정리하고 확인해가던 중- 한 장의 내용에 시선이 꽂혔다.
당시 2학년생 저지먼트 한 명이 휘말렸던 폭력 사건의 보고서...
"...흐음."
보고서에 적힌 이름들을 하나 하나 눈여겨 본 뒤 다음 것으로 넘겼다. 남은 서류를 처리하는 손이 조금 더 빨라졌다.
시간은 어느덧 술술 흘러가 하교할 시간이 되었다. 무사히 할당량을 마치고, 수고하셨습니다- 라는 인사를 끝으로 부실을 나갔다.
시간이 딱, 교내 커리큘럼이 끝날 시간이었다.
인첨공에 들어올 때부터 연구소 소속이었으니, 학교에서 주관하는 커리큘럼을 받아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얼추 알고 있었기 때문에 미리 가 있을 수 있었다. 곧, 하교 시간과 함께 교내 커리큘럼이 끝나 학생들이 하나둘 밖으로 나왔다.
나는 커리큘럼용 건물과 본교사로 넘어오는 그 사이- 계단참에 기대어 있었다. 그저 처음부터 거기에 서서 폰을 하고 있던 것처럼, 태연하게 자판을 두들기며 안 그래도 바쁜 사람 괴롭히고 있었다. 그러다 기억 속 이름이 적힌 명찰이 시야에 스윽 지나가자 살짝, 눈을 깜빡였다.
마치 손을 가볍게 쥐었다 펴는 듯이.
직후 요란한 비명소리와 함께 계단 몇 개를 우르르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짧았으니 기껏해야 서너단 삐끗한 정도일 터였다. 자연스럽게 그 계단 옆을 지나며 눈길을 주니, 발목을 삔 듯 엎어져 아우성을 치는 꼴사나운 모습이 보였다,
그 사람의 얼굴을 걷어찼던 발목이니 그 정도는 약과인 것을.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돌아서 그 자리를 떠났다. 가벼운 염좌이니, 기껏해야 일주일 앓고 나면 나을 것이었다.
방진마스크를 벗어 소매에 걸고, 옥상 난간에 몸을 비스듬히 걸치고 바깥을 바라본다. 밖은 여전히 15주년 행사로 왁자지껄하다. 프라모델 부품들을 도색하는 작업을 끝내고, 피부에 닿는 부분이 땀에 젖은 방진마스크가 여름 바람에 조금씩 흔들렸다.
"...부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나도 평범한 학창생활을 꿈꾸던 적이 하루이틀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 기회를 스스로 내쳐버리고 말았지. 오로지 내 욕심과 본능에 매달려 허송세월을 보내고 살아왔다. 많은 이들의 기피대상이 되어, 폭력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다.
심판의 시간은 어느날 한순간에 오는게 아니었다. 그저 내 모든 인생에 걸쳐진 것이지.
스마트폰을 꺼내 연락처를 훑어본다. 같은 저지먼트 부원들은 물론, 영화감상부 인원들도 있다. 다양한 인물들이 연락처에 있기는 하지만 굳이 같이 가자는 연락을 하지는 않는다. 나 말고도 같이 놀 사람이 있겠지. 그런 생각에 멈춰버리고 말았다. 혼자는 나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더라도 이 사람 저 사람 찌르는 것도 싫고. 애초에 날 달갑게 생각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을테니까.
저마다 친구, 가족, 연인들을 대동하고. 혹은 그냥 자기 혼자서 행사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이들 보인다. 하지만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거람.
"...뭐, 그럴 만 하니까 그런거겠지."
휙, 하고 기대있던 난간을 떠밀듯 하며 멀어진다. 이제는 능력의 끄고 켜는게 제법 자유롭다. 이전과 같은 컨트롤 미스는 거의 사라진 것 같다. 그래 놓고도 여전히 여운이 남아 잠깐 서서 스마트폰을 만지작대다가, 자조하듯 피식 웃고선 주머니에 집어넣고 옥탑방 안으로 들어간다.
귀여운 것에, 인간은 거의 누구나 호감을 표시하게 되어 있다. 특히 어린 것들이 이리저리 어설프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쓰다듬는다거나 껴안는다거나 해주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것이 그 정도가 심해지면 그 감정 역시도 격해지는데, 꼬집고 깨물어주고 싶고 마구마구 와바박해버리고 괴롭혀보고 싶은 등 정반대선에 있는 감정의 색채에 빠져버리게 되는 것이다. 흔히, 귀여운 공격성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 있는 열여덟 살짜리 소년─ 혜우보다도 한 살 더 많은 나이를 가진 이것은 그 귀여운 공격성을 자극하는 데에 최적의 존재였다. 아담한 키에, 올망졸망한 이목구비, 가시지 않은 솜털, 길게 기른 새하얀 머리카락까지 흡사 조그만 설치류같은 모습. 그 귀여운 외양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다가가는 것을 꺼림칙하게 만드는 일컬을 수 없는 색의 눈이 있었으나, 그것마저도 혜우를 그 망막에 담을 때면 보라색의 꽃과 같은 색채로 풀어져버리고 만다. 가녀린 팔은, 이제 제법 턱걸이도 수십 개씩 하는 단련된 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혜우의 손에는 얼마나 쉽게 불쑥 끌려와버리는지. 거기에 혜우의 애정어린 괴롭힘-그 소년에게 너무도 생소하고 자극이 심한 착장을 포함한-까지 겹쳐져, 파르르 떨며 눈물까지 짓고 마는 것이다. 지금 시점의 혜우의 애정의 대상으로서는, 어찌 보면 최적이라 할 만하다.
덜컥 끌려온 성운은 혜우의 품 속에 저항도 못하고 폴싹 파묻혔다. 손끝에만 스미던 온기가, 옅은 숲속 안개 냄새와 함께 혜우의 품 안에 느릿하게 번진다. 대뜸 끌어안겨 눈을 깜박이며 혜우를 올려다보던 성운은, 시야의 가장자리로 방금까지 자신이 서 있던 자리를 다른 데에 신경이 팔린 이가 그대로 스쳐지나가 버린 것을 알아챈다. 그는 아직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는 눈으로 혜우를 올려다보고는 아직 눅눅한 눈길 그대로 눈웃음을 지어버린다.
모르지 않는다. 혜우가 건네는 애정이 일반적인 궤를 퍽 벗어나 있다는 것을. 이것이 괴롭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에는 그 괴로움 이상으로 선명한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고, 성운은 그 사랑받고 있다는 감각이 좋았다. 괴롭히지 않는 그냥의 애정도 좋았다. 뺨을 어루만져주는 손도 좋았다. 그래서 성운은, 이 온기는 그냥 그대로 혜우에게 기대어있는 편을 선택했다. 얼핏 들으면 자칫 잘못된 의미로 알아듣기 딱 좋은 어조의 상을 줘야겠네, 하는 혜우의 목소리에도, 혜우를 올려다보는 성운의 눈이 조금 어리벙벙해질 뿐 성운은 혜우의 품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자신을 잡아당겨준 데에 고마워, 하려고 말을 떼려던 입을 합죽이처럼 쏙 다물었을 뿐. 성운은 살짝 겁먹은 기색으로 순순히 눈을 감았고, 혜우에게 얌전히 자신을 내맡겼다. 무언가 팔에 걸리고, 예기치 못한 감촉이 입술을 스쳐지나갈 때 “읏.” 하는 소리를 낼 뿐 성운은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성운은 자신의 팔목에 걸린 팔찌를 발견했다.
“이 팔찌······”
무색투명한 원석에 담긴 강착원반의 일부가 마치 은하수같이, 밤바다같은 빛의 원석 위에 알알이 비치고 있었다. 마치 그날, 어느 궤도에도 들지 못하고 떠돌던 자그만 별의 라그랑주점으로 문득 다가와준 하얀 달이 생각나는 팔찌였다. ─그리고 똑같은 것이, 혜우의 팔목에도 걸려있다. 성운은, 자신의 팔목에 걸린 팔찌와, 혜우의 손에 쥐인 팔찌를 바라보고는, 옅은 웃음을 지었다.
“그때 같은 팔찌네.”
그리고 성운은 눈물 맺힌 눈 그대로, 온 얼굴에 해사한 웃음을 지었다.
“고마워, 혜우야.”
그러고 보니 이 보석, 머리카락으로 만든 거였지─ 성운은 문득 자기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보았다. 그때, 머리 위에 높이 올려묶고도 허리까지 치렁치렁 늘어졌던 머리카락이 기억나서였다.